지난 주말에는 그 동안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던 아르나이(Arnej) 숲 인근에 위치한 '아침의 화원' 이라는 곳을 찾아가려 하였다. 엘젠 산맥의 남쪽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그 화원은 아침이라는 이름이 부여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아침 일찍 가기는 힘들었고-새벽에 기차를 타고 출발해야 갈 수 있을 법해 보였다-, 아침 일찍 출발하기는 하였으나, 화원에는 12 시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도착할 수 있었다.
  가을이 다가올 시점이었으나, 수목은 여전히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그 초목 사이로 화사한 색을 띠는 가을꽃-들국화, 맨드라미, 아스테르 등-들이 만발하고 있어서 그림으로만 보았던 봄, 여름 적의 풍경 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보았던지라 그 풍경들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아르나이나 아데시아 산에서도 요즘에는 잘 볼 수 없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이러한 꽃들이 나의 시선을 계속 사로잡고 있었다. 종이를 들고 대략 스케치를 하려 해도, 처음 보는 꽃들의 수가 한 둘이 아니라서 이러한 꽃들의 모습을 대략 그리는 것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는 하였다.
  처음으로 간 곳은 '잔디 광장' 이라 칭해지는 곳으로서, 원래는 화원 내에 행사가 있을 때를 위해 활용되는 곳으로서, 그와 더불어 아데시아 산의 언덕 길을 표현하기 위한 곳이기도 하였다. 이 무렵에는 행사 같은 것이 없어서 광장 자체는 무척 고요하였다. 푸른 하늘 아래로 보이는 여전히 초록빛이 남은 풀밭의 모습이 나름 분위기 있었다.
  잔디 광장 입구의 우측 너머로는 화초들로 둘러싸인 오솔길 하나가 있었다. '천국의 길목' 이라 칭해지는 그 오솔길 너머로는 '달빛의 정원' 이라 칭해지는 하얀 꽃 위주의 꽃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천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새하얀 꽃들의 정원과 이어진 길이라 하여 '천국의 길목' 이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던 것이었을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아르나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자주 볼 수 있었던 '살비아(Salvia)' 라는 꽃이 있었다. 붉은색을 띠는 것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달빛의 정원' 에는 하얀 살비아와 더불어 분홍빛 살비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던 것. 이외에 색을 띠는 것만 있는 줄 알았던 꽃들 중에서 하얀색을 띠는 것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달빛의 정원, 그 끝에는 새하얀 모습을 띠는 작은 교회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쩌면 신을 모시는 사당이 그 끝에 자리잡고 있기에 그 길목이 '천국의 길목' 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아무도 없는 건물 같았으나, 예배중이라는 표지가 있어서 쉽사리가 들어가거나 할 수는 없었다.
  잔디 광장의 좌측 건너편에는 '평화의 화원' 이라는 곳이 있었고, 그 한 곳에는 정원을 대표하는 수목이라는 거대한 향나무가 한 그루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인근의 길목 중 하나는 거대한 술통들이 좌우에 비치되어 있는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단순한 장식,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것 같았다.
  향나무가 자리잡은 그 아래 길목으로는 찻집이 있어서 그 찻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관광을 위한 곳이라서 그러한지, 여타 찻집의 차보다도 더욱 비싼 편. 그래도 창가 너머로 보이는 수풀과 화초들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는 그 분위기는 나름 있는 편이기는 했다.
  평화의 화원, 그 서쪽 너머로는 시와 그림의 정원이라는 곳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사이 길의 한 곳, 그 근방에는 다수의 돌탑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는 작은 개울 줄기였던 곳이 물이 막히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그러면서 과거에 쌓였던 돌탑들이 드러났던 모양.
  이 돌탑들은 먼 옛날에는 '행운의 기원' 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기어지며, 영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러한 것은 아니고, 원래는 돌이 쌓인 단순한 구조물 그 자체였다가 올려야 돌의 크기가 작아지고, 함부로 돌을 올려놓았다가는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되는 특성을 갖기 시작하면서 영물의 성격을 띠기 시작하는데, 돌을 올려놓아 그 탑이 무너지는가에 따라 특정한 인물에게 행운이 오느냐, 불행이 오느냐가 결정되었다는 것.
  그 돌밭에는 다수의 돌탑들이 쌓여 있었으며, 이들은 옛 사람들의 비원을 드러낸 조형물들로서, 행운과 관련되어 있는 영물이기에 함부로 무너뜨리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무너뜨리는 이에게는 불행이 닥쳐오게 될 것이라고. 실제로 그러할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어 돌탑을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돌탑 부근에는 아스테르 꽃들이 다수 피어나 있었고, 그 꽃들의 모습을 그려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다행.
  시와 그림의 정원의 한 가운데에는 연못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연못을 중심으로 고대 아르나이의 저택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찻집들의 모습도 보였다. 고대 아르나이의 저택은 사람이 들어와 앉을 수 있었고, 그래서 실제로 화원을 방문한 어린 소녀들이 저택의 앞쪽에 위치하고 있는 마루에 자리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잠시 마루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쉬다가 다시 움직였다.
  시와 그림의 정원 부근의 또 다른 한 곳은 '언덕 위의 작은 꽃밭' 이라 칭해지며, 작은 현대식 저택을 중심으로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난히 아름다운 꽃들이 많아 발길을 돌리기 참 어려운 곳이었다.
  기대한 바 이상으로 무척 좋았던 곳으로 때마침 하늘도 맑은 푸른색을 띠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 초가을의 가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음이 좋았다. 방문하는 이들은 내가 떠날 때인 16 시 즈음에 더 많아서 이를 두고 '저녁의 화원' 이라 칭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