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4.
  처음으로 어디론 가를 향해 끌려간 적이 있다면, 그 때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전까지는 체험해 본 적이 없었고, 이야기로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때, 결국 처음으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아서 그렇게 된 것 같지만, 결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듯 싶다.
  나를 끌고 가려 한 이는 '포니 테일' 이라 칭해지는 듯한 그런 머리카락을 한 이로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내려가는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가진 소녀였다. 하얀 색을 띠는 반소매 상의와 무릎까지 내려가는 청바지 차림을 하고 있으며, 상의를 바지 밖에 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성격도 그에 걸맞게 활기차서 무작정끌고 간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대하기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 아이는 나를 중심가의 한 곳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간 다음에 거실에 앉도록 하고서는 빵을 튀긴 것 같이 생긴 꽈배기 음식과 콩국이 담긴 그릇을 하나씩 전해주었다. -물론, 자신이 가진 것도 똑같이 생겼다.- 일단은 먹을 만하게 생겼기에 오른손으로 꽈배기 음식을 잡고 그것을 먹은 다음에 주어진 숟가락으로 콩국을 조금씩 떠먹으며 건너편에 앉은 소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나를 이 곳으로 데려온 거야?"
  이에 소녀는 밝은 목소리를 내며,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대로 이야기를 해 줄 테니, 우선은 음식 맛부터 어떠한지 알려 줘."
  라고 나에게 부탁하였다. 그러자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고, 일단은 먹을 만은 하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게 생각한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다행이다." 라고 말한 후에 식사를 한 다음에는 다시 거리 구경에 들어가자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의 뒤에 숨어있던 라피엔이 주머니에서 나오면서 물었다.
  "집 밖이 주된 활동 영역인가 봐요?"
  "응, 본래는 밖에서 자주 일하기도 하니까. 어? 잠깐, 그 작은 아이는 뭐니?"
  라피엔이 건넨 물음에 소녀는 그렇게 답을 하다가, 라피엔에게 시선을 향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나는 당황하는 그 소녀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미소를 띠며 자신이 구해 준 이후로 그에 대한 보상을 위해 따라다니고 있는 이임을 밝혔다. 그러자 소녀는 밝게 표정을 지으며 좋은 사고 방식을 가지며 사는 이 아니냐고 물은 다음에 나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예전에도 은혜를 입은 짐승이 사람으로 변신해 자신을 도와준 이에게 은혜를 갚는 전설이 있었지.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도와준 이와 같은 모습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러는 동안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런 전설이 실제로 많지 않음을 상기하며 나는 그 이야기를 잘라 버렸다. 그리고서 이상한 이야기로 사실 왜곡하는 일은 그만해 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일단 남은 음식을 먹고서, 그 중 일부를 라피엔에게 주기도 하였다. 그 무렵, 소녀는 나에게 작은 아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인다고 말하고서 이름이 무엇이냐고 나에게 묻기도 하였다.
  "라피엔이야. 성까지 합치면 라피엔 이릴센. 숲에서 살던 요정이래."
  "그래? 응...... 라피엔, 이리鱁센이야?" 그 말에 소녀가 그 이름을 말해 보았다. 그 쪽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이름을 잘 부르지 못함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뭔가 이상해 보이는 발음이라도 나는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피엔도 그 발음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괜찮게 불렀다고 말하고서 어지간하면 라피엔이라 칭해달라고 말하자, 소녀는 밝은 목소리로 알았다고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소녀는 마침 잘 됐다고 말하고서 서로 이름부터 알아내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좋지!" 라고 말하고서 누구부터 자기 이름을 소개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소녀가 자신부터 이름을 소개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이름이 '후 쟈오링(胡蕉陵, Hu Jiaoling)' 임을 밝혔다. 그리고 종이를 가져와서는 그 민족의 글자로 자신의 글자를 적기도 하였다.
  그 글자는 '파초의 언덕'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왠지 그 소녀가 전해준 심상과는 다소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전해주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내가 나의 이름을 밝혔고, 그러면서 쟈오링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가 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요우피아 쿠얼라리엔츠...... 인 거지? 아니야?"
  "그래, 그렇게 불러." 다소 당황하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그를 그렇게 칭하려 하였다. 그 이후, 그렇게 통성명을 한 이후, 나는 그릇을 다 비웠음을 밝혔고, 이에 쟈오링은 잘 먹었느냐고 묻고서 그릇들을 들고 주방으로 가져가려 하였다. 이에 내가 모든 그릇을 다 정리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손님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서 집 그릇은 집 주인이 정리하는 것이 도리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자기 그릇은 자기가 치우도록 하는 사람도 있는데, 좋은 사람인 듯 하네요."
  이에 라피엔이 나에게 앉도록 하면서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나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그 이후, 라피엔은 다소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나에게,
  "그래도, 요피아 언니를 무작정 데려오는 행위는 조금 납득이 안 되네요.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라고 말하자, 나 역시 그러한 라피엔에게 "나도 그것에 대해서는 알고 싶기는 한데 말이지."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조금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 진의를 알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는 말을 건네면서 라피엔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그 때, 밖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라피엔이 창가를 통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나도 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서 쟈오링이 오면 함께 밖으로 나가보자고 말하였다.
  "어라? 요우피아, 라피엔. 무슨 일이야?"
  이에 내가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하고서 무슨 일이 있는지 함께 나가서 확인해 봐야 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묻기도 하였다. 이에 쟈오링은 창가를 잠시 바라보다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고서 나가 보자고 나에게 말하였다.
  "나가자는 제안은 내가 먼저 한 것 같긴 한데."
  이에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쟈오링에게 붙잡힌 채, 라피엔과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 이후, 여러 색을 띠는 2 ~ 3 층 건물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으면서 창가의 등으로 어둠을 밝히는 건물들과 그 건물들 주변에 놓여진 하얗게 빛나는 등이 자리잡은 길다란 대가 놓여진 길을 지나치는 동안 라피엔이 그러한 쟈오링에게 무언가 그가 잘못하고 있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키를 봐도, 외모를 봐도 요피아 언니가 나이 상 위 아니에요?"
  그러자 쟈오링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였고, 이에 라피엔이 놀라며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라피엔은 곧바로 왼손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셔츠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풍만한 형태가 드러나고 있는 가슴이 잠시 후, 그러한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가슴을 가리키면서 쟈오링이 나와 라피엔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물었다.
  "이것은 어른스러움의 상징이라고. 이것이 작으면 아직 어린 아이라는 거야."
  "그런 것은 어른스러움과 큰 관련은 없을 것인데."
  이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주택가 건너편의 상가로 나아가 그 곳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근처에 이르려 하였다.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 그 구경꾼들을 겨우 헤치면서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 초록색 옷을 입은 병사들이 쇠창살로 이루어진 육면체형 작은 옥 안에 사람을 하나 가두고 있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 위에 놓여진 옥. 그 옥의 안에 가두어진 사람은 이전에 포탄을 타고 다니던 그 귀족, 그라프하우젠 남작이었다. 그는 감옥의 쇠창살을 한 손으로 하나씩 잡은 채,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이봐, 너희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이렇게 나를 가두고 있는 거냐!? 나는 그라프하우젠 남작이다! 원숭이가 아니란 말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뭔 짓을 했다고, 나를 원숭이처럼 가두어서 서커스 장으로 데려 가려는 거냐!? 나는 그라프하우젠 남작이다! 원숭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웃음을 미처 참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잠깐 웃고 말았다. 이에 라피엔이 왜 그러느냐고 나에게 묻자, 나는 그 이유로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포탄을 타고 날아다니다가 포탄끼리 서로 부딪쳤을 때, 떨어진 사람이라서 그래.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서 저런 말을 하고 있어서........"
  "그래? 그런데, 암만 봐도 저것은 포로로 잡혔다가 팔려 나간 것 같은데......."
  이에 쟈오링은 그라프하우젠의 발광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였다가, "별 거 없네." 라고 말하고서 볼거리 다 봤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요피아를 데리고 왔는지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말하고서 잘 들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는 분주해진 거리를 우회하여 시내 중심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중심가는 여러 화려한 건축물들이 주변에 널려 있으며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으며 등이 달린 길다란 대가 길가에 놓여져 있는 큰 길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얀색을 띠는 돌로 이루어진 길 위로 몇 대의 수레들이 느긋하게 지나가고 있었으며, 간혹, 군에서 사용하는 것인지 검은색을 띠며 사다리꼴 모양새를 이루는 철갑 수레들이 궤도를 통해 움직이는 바퀴에 의해 움직이며 내가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길의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북쪽과 남쪽을 향하는 인도를 일행이 나아가는 동안 쟈오링은 중심가의 거대한 탑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실은 말야, 오늘밤에 저 탑의 주인인 '장 밍쉰(張明勳, Zhang Mingxun)' 이라는 자가 자신의 탑에 대한 도전장을 공개적으로 거리에 유포했었어. 밤중에 자신의 탑으로 목숨을 내걸고 오는 자가 있다면, 막대한 상금과 아름다운 인형을 선물로 주겠다는 거야. 그래서 밍쉰이라는 아저씨에게 도전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었어. 그런데, 막상 혼자 가려니까 위험할 가능성도 있어서, 도움을 줄 만한 이를 찾다가 요우피아를 찾게 된 거야."
  이에 라피엔이 놀라면서 돈을 챙기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냐고 묻자, 쟈오링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고 화답한 다음에 다른 목적도 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 이전에 몇 번 내 또래의 소녀들이 저 탑으로 홀린 듯이 들어갔다가 실종되는 일이 생겨났었어. 그리고 소녀가 한 명 들어갈 때마다 밍쉰은 도전장을 공개적으로 유포했고, 소녀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들어갔던 사람들 역시 돌아오지 못했지. 그 때마다, 나는 밍쉰이 소녀를 이용해 사람들을 이끌어 죽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 밍쉰을 내가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돈도 챙길 겸, 도전을 하게 된 것이로군요."
  이에 라피엔이 알겠다는 듯이 말하자, 쟈오링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고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요피아에게 자신과 함께 나서주겠느냐고 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거리의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그들 중 자식을 잃었는지, 사람들과 대화하며 우는 모습을 보이는 늙은 부부의 모습을 본 이후에 다시 탑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답하였다.
  "그래, 같이 갈게, 쟈오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네."
  그 이후, 나는 쟈오링의 고맙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이어서 그 전에 잠시 놀자고 말하고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후 제 9 시 즈음이 되면 중앙로의 상점들이 하나씩 문을 닫고, 거리의 사람들이 떠나면서 행사가 시작되는데, 그 때 중앙로로 다시 오자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등불도 꺼 놓아요?" 이에 라피엔이 그렇게 묻자, 쟈오링은 오히려 전부 켜 놓는다고 화답하고서 도전자에게 마지막으로 화려한 이 거리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되묻기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쟈오링에게 끌려 다니는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상점 구경도 여러 번 하였다. 하지만 실제 물건을 사는 경우는 없었으며, 그저 나와 함께 상점 구경만 하는 수준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쟈오링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그를 나무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라피엔이 그러한 쟈오링에게 물었다.
  "혹시, 언니는 이렇게 구경만 하기를 많이 하셨었나요?"
  "상점은 보고 싶은데, 돈이 없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
  이에 쟈오링은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날이 저물고, 나는 쟈오링에게 다시 이끌려 중앙로 서쪽 근처의 식당으로 가서 그 식당에서 갯장어 찜을 먹게 되었다. 먹으면서 라피엔이 돈이 있었는데 왜 거짓말했냐고 화를 내며 묻자, 그는 곧바로 그 물음에 그 요리를 먹기 위해 남겨둔 돈이라고 밝히고서 왜 자기가 하는 행동마다 따지냐고 말한 다음에 자기가 싫냐고 물었다. 그러자 라피엔이 답하였다.
  "하는 행동마다 이상하니까 그렇죠!"
  그 이후, 쟈오링과 라피엔은 서로 대립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이에 그 모습이 식당에 민폐를 일으킬 것을 염려한 내가 그만 하라고 라피엔부터 다그치면서 말린 다음에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하는 쟈오링의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내 몫을 다 먹었을 무렵, 쟈오링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요우피아는 여행하는 사람이지? 여행하는 목적이 뭔데?"
  이에 나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통신을 보낸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서 고향에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랫동안 여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쟈오링은 그에 대해 팔짱을 끼며 깊은 생각을 하다가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이래저래 복잡한 일이긴 하겠지만, 뭐, 잘 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 보라고."
  그리고 나의 왼쪽 어깨를 자신의 오른손으로 쳤다가 다시 손을 내리고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나는 잠시 바깥 공기라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쟈오링 등에게 잠시 나간다고 말하고서 입구로 나서려 하였다.
  그 이후, 입구 밖으로 나간 다음에 거리의 모습을 보려 하는 순간, 나의 눈앞으로 이전에 보았던 붉은 치파오 차림을 한 초록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나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나는 그를 쫓으려 하였으나, 그 때 쟈오링이 나를 불러 그를 쫓지는 못했다.
  "요우피아, 잠깐 바깥 공기 마시겠다고 하더니, 어디 가려고!?"
  이에 나는 급히 쟈오링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그에게 돌아와서 이전에 언젠가 본 듯한 사람을 만났다고 말하고서 혹시 거리에 붉은 옷을 입고 초록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던 여인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쟈오링은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서 뭔 환상을 보고 있었냐고 나를 오히려 책망한 다음에,
  "얌전히 식사나 해!" 라고 나를 다그쳤다. 그 이후, 나는 조용히 식사를 한 이후에 쟈오링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까지 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그와 함께 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렇게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한 이후, 나는 다시 쟈오링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쟈오링이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밖으로 나와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처음에는 준비 운동의 일환인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곧 춤을 추는 듯이 움직이면서 손에 불을 끌어모은 다음에 공 모양으로 만들어낸 불을 던지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던져진 불덩어리는 목표라 칭해진 돌 인형에 닿자마자 격렬히 폭발하면서 화염을 일으켰고, 이어서 그는 왼손에서부터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화염을 만들어 내었고, 그 중 일부가 나를 향해 날아오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급히 뒤로 움직여 피하면서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라피엔은 그에 크게 놀라 쟈오링에게 외쳤다.
  "뒤에 누가 있는데 그런 일을 하면 위험하잖아요!"
  "그러게 누가 뒤에 있으래?" 이에 쟈오링이 터무니없는 말을 들은 듯이 말하고서 나까지 뒤에 있음을 확인한 다음에 왼쪽 허리에 왼손을 놓고서 나에게 화술(火術)의 수련을 행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자신도 간만에 활용하게 되었기에 잠시 연습하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다행히 감각이 없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그 위력을 직접 보았던 내가 물었다.
  "이전에 실제 누군가와 싸움을 행해본 적이 있니?"
  이에 쟈오링은 자신은 겨우 16 세에 불과한데, 싸움터에 나가보았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서 이상하게 의심하지는 말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밍쉰이 각종 병기들을 가지고 위협을 할 것이 분명하니, 연습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계속 수련을 행하였다. 그 중에는 불덩어리를 만든 다음에 그것을 발로 차 날려보내는 기술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목숨을 내거는 싸움에 사용할만한 것이라 의심이 갔지만, 그에 대해 특별히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동안 수련을 행하다가 날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지자 쟈오링은 이제 집에 가서 본격적인 준비를 하겠음을 밝히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을 테니, 나오면 안 된다고 다그치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먼저 나가 기다리고 있겠음을 밝히고서 쟈오링의 집을 나선 다음에 파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찾으라는 말을 건네고서 먼저 집을 나섰다. 그 때, 라피엔이 물었다.
  "준비를 한다는데, 굳이 옷까지 갈아입으며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에 나는 팔을 굽힌 채, 양손이 나의 좌우를 향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써 화답을 대신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남쪽 상가 거리의 한 곳으로 나아간 이후에 그 곳의 모습을 잠시 보려 하였다.
  곳곳에 각자 다르게 머리 모양을 한 여인들이 폭이 좁은 소매와 치맛단을 가지며, 치맛단의 왼편 혹은 오른편이 트여있는 옷차림을 하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채, 길을 걷는 모습과 쟈오링과 비슷하게 가벼운 셔츠와 바지 혹은 치마 차림을 하고서 길을 걷는 젊은 남녀, 그리고 하얀 셔츠와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며 길을 걷는 남자들을 비롯한 여러 옷차림을 한 이들이 홀로 혹은 두 사람 이상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모양새가 다소 특이하기는 해도, 이전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도 다양한 모습을 가지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 분주해진 거리의 모습으로 말없이 계속 시선을 향할 무렵, 나의 눈앞에서 이전에 보았던 그 여인과 닮은 모습을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에게,
  "이 곳에 계셨던 거예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예전에 만났던 그 곳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곳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나는 "그렇지요." 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고서 그에게 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모습은 달라졌지만, 그 영혼만큼은 당신의 것 그 자체이기에......."
  이에 그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가슴에 왼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지은 후, 여인은 외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전에 내가 받았던 문구인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가 나를 향해 온 것임을 상기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제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라는 문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혹시 당신의 것인가요?"
  하지만 여인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한 다음에 다시 만난 일에 대해서는 기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기에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서 이만 물러가겠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는 그 모습을 항시 기억하고 있겠음을 밝히고서 처음 만났던 그 곳에 오기를 기대하고 있겠다는 말을 남긴 채, 나의 곁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의 이름이 무엇이고, 자신을 그는 어떤 이름으로 칭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고, 또 그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여인이 자신과 그를 엮으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쟈오링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때, 라피엔이 나에게 그 여인에 대해 물었다.
  "그 분께서는 요피아 언니를 다른 모습으로 인식하시고 계신 듯 해요. 성별조차 다르게 보시는 듯 한데?"
  "그러하겠지."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그는 나의 모습을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모습으로 보았기에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고서 쟈오링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에 나는 당혹해하였고, 그에 맞춰 라피엔이 그에게 성을 내었다.
  "쟈오링 언니는 대체 뭐 하고 있길래, 아직도 나오시지 않는 거예요!?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시고서!!!"
  "잠깐 기다려, 곧 나올 테니까." 이에 쟈오링이 곧바로 답을 하였고, 이어서 집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쟈오링이라 칭할 수 없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선홍빛을 띠며 꽃무늬가 그려진 치파오를 입은 이로서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이가 집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화장을 하였는지, 입술이 핏빛을 띠며, 왼쪽 눈가에는 핏빛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로도 날카롭게 표정을 짓고 있어 눈매가 상당히 날카로워 보였다. 치파오의 양 부분이 깊게 파여 있었으며, 왼쪽 허벅지 한 가운데에는 검은 거들까지 끼워져 있었고, 드러난 맨발은 검은 구두로 감싸여 있었다. 양팔에는 핏빛을 띠는 천으로 만들어진 반즈음 투명한 장갑이 끼워져 있었으며, 각각 팔목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붉은 천이 쥐어져 있었는데 대충 보아도 정체를 감추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날카로운 모습과 노출이 많은 옷, 그리고 풍만한 가슴 등을 보며 요염함을 드러내려 하는 모습임을 바로 알아차린 후, 나는 그러한 그에게 다가간 다음에 혹시 쟈오링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쟈오링은 목소리까지 이전과 다르게 내면서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미소를 띠며 본격적으로 날뛰어 보자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라피엔이 빈정대는 듯이 그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렇게 화장하려고 시간을 들인 것이었어요? 쓸데없는 일을 하셨다고 생각하는데."
  "뭐야, 너는 도대체!" 이에 쟈오링은 이전의 소녀다웠을 때의 그 표정을 지으면서 라피엔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 그 광경에 나는 그저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쟈오링은 그렇게 시간을 끌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다시 차가워 보이는 표정을 지은 다음에 바로 시작해 보자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중앙로로 나아가려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미소를 지으려 하였다.
  그 이후, 쟈오링은 천이 로브였음을 드러낸 이후에 그 로브를 둘러썼다. 그리고 후드로 얼굴을 감추고서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을 건네며 자신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가 중앙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이 놀라더니 웅성대는 모습을 신경 쓰며 바라보고 있었으나, 쟈오링은 그 모습에 대해 크게 신경 쓰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라피엔이 나에게 물었다.
  "실제, 쟈오링 언니는 그림자 세계에서 유명한 사람 아니에요?"
  "모르겠어, 일단 지켜보자."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중앙로의 탑 근처, 비워진 거리의 바로 앞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 쟈오링은 로브를 벗어 던진 다음에 출발하자고 말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