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푸른 공간
  수중 같기도 하고, 하늘같기도 한 공간.
  문 너머로 도착한 곳은 그런 애매하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무늬를 푸른색 물감과 하얗게 빛나는 물감이 그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공간이었다. 푸른색을 띠는 매질 사이로 여러 별들이 각자 다른 색을 띠며 빛을 발하고 있었기에 허공임을 알리고 있었으나, 빛의 흐름이 마치 빠르게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연상케 하고 있었으며, 곳곳에 위치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돌 위에 놓여진 하늘색 수정으로 이루어진 구조물들은 마치 산호들을 연상케 하여, 그 곳이 수중과 같다는 느낌을 보는 이들에게 전해주려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곳은 허공이었다. 물이 채워진 듯한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간의 모습 자체는 수중의 물이 빠르게 흘러가는 광경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공간처럼 보이네요."
  "확실히 그렇지." 라피엔이 공간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묻자, 내가 아닐 것이라고 답을 하고서 공간을 잠시 둘러보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이런 공간에서라면 물고기처럼 생긴 것들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리고서 길을 나아가는 동안 나는 푸른 수정으로 이루어진 작은 물고기들과 뱀처럼 생긴 수상 생명체 그리고 철퇴 모양을 이루는 물체들과 거대한 물고기 형상을 중심으로 3 마리씩 작은 물고기들이 모인 대열들이 한 무리씩 모습을 드러내어 나의 먼 왼편에서부터 바다를 유영하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진 여러 대열을 이루는 X 자형 작은 물체 30 여 개가 10 개씩 3 개 대열을 이루면서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고, 하나의 큰 우주선 모양 물체들과 그 뒤를 따르는 20 여 개의 작은 우주선 형 물체들의 대열들도 모습을 드러내어 직선 상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치 물 속의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나의 먼 오른편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물체들의 수중을 유영하는 듯이 공간을 움직이는 모습에 나는 잠시 감탄하고 있었으나, 곧 이들이 적대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려는 순간, 이들 중 일부가 나를 발견하였는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였고, 그 중 일부는 나와 라피엔에게 상처를 입히려 하자, 결국 나는 이들 중 근접하게 된 이들에 한정하여 파괴하면서 앞길을 나아가려 하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다른 세계로의 진입은 난감한 일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그러하겠지, 서로 원하는 바에 따라 이렇게 충돌하게 되면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한 다음에 푸른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거대한 새치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입에서부터 수정 조각을 발사하고, 등에서부터 칼날을 발사하는 물체들이 하나씩 계속 나의 앞으로 다가오고, 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오징어의 형상을 한 물체들이 촉수 끝에서부터 하얀 빛을 방출하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퇴치하면서 2 색 수정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커다란 배들의 공격으로부터 라피엔을 지키고, 공격자들에 대한 반격을 행해, 그 중 일부를 깨뜨리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이 곳의 개체들은 전부 수정으로 이루어졌겠구나."
  그러는 동안 수정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끝나는 곳에 이르고서, 나는 그 너머의 넓은 공간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것으로서, 구체의 형상을 한 거대한 수정 덩어리와 함께 그 수정 덩어리의 북극점에 해당되는 곳에 위치한 가로등 한 대 바로 아래에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중 비교적 키가 큰 한 사람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로서, 어깨의 일부와 가슴선의 작은 일부까지 노출되고, 길며 폭이 약간 넓은 소매와 허리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한 부분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푸른색을 띠는 각 단 부분을 제외하면 하얀색을 띠는 옷을 입고, 푸른 구두로 발을 보호하고 있는 그는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보다 높으며 그 끝에 하얀 한 쌍의 날개와 길다란 창의 날처럼 생긴 거대한 푸른 수정 조각이 달린 하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비교적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큰 사람처럼 무릎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소매가 없으며, 가슴선의 상당한 부분까지 노출되는 상의와 다리를 거의 전부 드러낼 정도로 짧은 스커트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허리와 푸른 구두로 감싸인 발의 바로 위에는 뒤쪽이 리본으로 장식된 푸른 띠를 매고 있었으며, 왼쪽 허벅지 위쪽에도 푸른 띠가 매어져 있었다. 옷의 색은 푸른 치맛단을 제외하면 전부 하얀색. 그 옷차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그는 발랄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그 지팡이는 키가 큰 이의 것과 똑같이 생겼으나, 조금 더 낮은 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성격 등에는 차이가 있어 보였으나, 외모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같은 지팡이를 가지고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자매인 듯해 보였다. 둘 모두 키가 컸으나, 그 중 언니로 추정되는 키가 큰 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고, 키가 작은 이는 그 반대인 듯해 보였다.
  모두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 모양부터 유려한 외모를 가진데다가 옷차림도 정성스럽게 잘 갖추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 두 소녀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나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그 때, 라피엔이 그런 나에게,
  "무슨 이유로 두 분의 모습을 유심히 보시고 계세요?"
  라고 묻자, 그 생각을 이유로써 밝히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 동안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본 이후, 나는 그런 두 소녀들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오른편 곁에 위치하고 있는 라피엔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뭐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교통 수단 같은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에요?"
  그 물음에 라피엔이 그렇게 나에게 되묻자, 나는 "그러할지도 모르겠네." 라고 화답하고서 도와주러 가자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에 라피엔이 또 누군가를 도와주러 가게 되는 것이냐고 묻자, 나는 언제 올지 모르는 교통 수단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가만히 둘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두 자매로 보이는 소녀들에게 접근, 그 이후에 수정의 표면을 밟고 그들의 앞에 이르렀다.
  "어라? 무슨 일로 온 거야?"
  그러자 비교적 작은 키를 가진 소녀가 곁에 있는 이에게 다가와서 마치 길 가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물었다. 이에 내가 놀라면서 교통 수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그는 "응." 이라고 답을 하고서 여행을 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가로등 아래에 머무르게 되었을 따름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그 이후에 나에게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물었다.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라는 의미를 가지는 메시지의 발원지를 찾고 있어. 세니티아 성계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라고 해."
  그러자 그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 문구가 실제로는 어떻게 발음되고 있는지 들려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푸피아에 그 목소리가 녹음되었음을 상기하고서, 그 정령을 불러온 후, 푸피아에 녹음된 그 목소리를 소녀에게 들려주었다. 이에 소녀는 그 목소리를 잘 아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밝아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 그 언어는 모르겠는데, 목소리는 알아. 세니티아가 위치한 곳과 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으며, 은하 중심에서 2 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그런 곳이지?"
  그러자 나는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공간 이동을 통해 그 곳으로 가려 하는데, 갈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주어진 길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에 소녀는 "그렇구나." 라고 말하고서, 나에게 그 목소리를 다시 들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푸피아를 통해 다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소녀 역시 지팡이의 수정에서부터 푸른 빛을 띠는 정령을 소환해 그 목소리에 반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이제 언니를 만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
  라는 말을 하고서 가로등 근처에 서 있는 이를 향해 뛰어간 다음에 그의 앞에 이르고서 큰 목소리로 언니라 칭한 이에게 말을 걸었다.
  "루시 언니, 루시 언니!"
  "그래?" 이에 루시라 칭해진 소녀가 그렇게 묻자 그는 곧바로 루시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은하계의 '그 행성' 으로 가려 하는 이들인데, 잠시 아즈리아로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아즈리아로 가도, 아즈리아와 연결된 문을 통해 돌아가도록 할 수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이에 루시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러하다면 다행일 것 같다고 말한 다음에 정말 그 행성으로 가는 이들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지팡이에서 소환한 정령이 그 목소리를 내도록 하여, 루시가 그 목소리를 듣도록 하였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이네." 라고 화답한 다음에 명확한 경로를 알고 있느냐고 묻고, 그 물음에 소녀가 그렇다고 답을 하지 못하자, 루시는 알았다고 답을 한 다음에,
  "일단 나와 동행하도록 해야 하겠네. 여행에 방해가 되긴 하겠지만, 아즈리아와 이 곳은 직접 연결되어 그들도 바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괜찮겠지. 네가 그 분들을 데려오도록 해 줘."
  그 이후, 소녀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나를 향해 뛰어온 다음에 가로등으로 가자고 말하고서 앞장서서 루시의 곁으로 다가갔고, 나 역시 라피엔과 함께 그 뒤를 따라 루시를 만나게 되었다.
  "언니, 인사해. 그 별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들이야."
  그러자 루시는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온화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하였고, 그러면서 자신은 세니티아의 위카(Wicca) 들 중의 일부로서, 아즈리아 성계를 향해 순례 여행을 행하는 이들임을 밝히고서 '루시아 크네흐트(Lucia Knecht)' 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다음에 왼편 곁에 이른 그 소녀를 가리키며 자신의 동생임을 밝히고서 그 이름이 '파렐리아 크네흐트(Farelia Knecht)' 임을 알리기도 하였다.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지요?"
  이에 라피엔이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라 칭해진 소녀들을 한 번씩 바라본 이후에 묻자, 루시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렇지요." 라고 화답하였다. 그 무렵, 나도 그들 앞에서 나의 이름과 나의 왼편 곁에 이른 요정의 이름을 한 번씩 언급하고서 그들에게 "잘 부탁해요."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파렐리아라는 이가 나를 루시아의 곁에 이르도록 하지 않았으면 만날 일은 없었을 텐데, 인연이라면 인연인 것 같다는 언급을 행하기도 하였다.
  "그렇지요." 이에 루시아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그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파렐리아가 그들이 내 곁에 이르도록 한 일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하다고 말하고서, 나에게 아즈리아를 향해 동행해 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즈리아라면, 영혼들의 마지막 종착지라 알려진 그 곳이잖아요?"
  "영혼들의 여행지를 따르기 위한다는 위카들의 순례 여행 중에 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해. 영혼들의 종착점이라 칭해지기에 위카들은 그 곳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순례 여행 중에는 반드시 들르지."
  그 물음을 듣고, 위카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가 그 곳에 대한 설명을 그에게 하였다. 그리고서 루시아와 파렐리아에게 물었다.
  "그 곳은 저에게 들를 필요가 없는 곳이라 알고 있는데, 그 곳에 저희들이 들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여기 있는 이 아이가 납득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래요."
  그러자 루시아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잠시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표정에 어울릴만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어 나에게 물었다.
  "실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그러한데...... 혹시 들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에 라피엔이 그 부탁이 무엇이냐고 묻자, 루시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어가며 그 부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하였다.
  "아즈리아에는 순례자들이 수정으로 만들어 낸 건물이 하나 있어요. 순례자들이 순례를 위한 방문기간 중에 보도록 하기 위한 책이나 두루마리들을 보관하기 위한 서재들인데, 그 서재들이 오랫동안 활용되면서 정리 상태가 난잡해져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해진 상태에 이르고 있어요. 따라서, 여러 순례 여행자들이 나서 그 서재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번 해에는 저희 자매들만 해야 하는지라, 일이 많이 힘들어요."
  그리고 파렐리아가 걱정스러워 하는 감정을 그제서야 드러내며 덧붙였다.
  "그래서, 그 서재 정리를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해. 한 사람 정도만 더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거든, 그렇게 큰 서재는 아니라서. 그래서 말인데, 요피아가 서재 정리를 도와주러 오지 않겠어? 라피엔이 그 일을 거들어 주면 더욱 좋고. 부탁이야, 둘 만으로는 힘들어서 그 곳에 머무르는 기간의 절반 이상을 서재정리를 위해 보내야 해. 한 사람 정도가 더 도와주면, 절반 정도만을 서재정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어."
  그 이후에 그는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며 그 아름다운 경관을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재 정리를 두 사람만 해야 한다는 말에 경악했었음을 밝히고서 아즈리아에 머무르게 될 4 일 중 2 일 이상 서재 정리를 위해 보내서야 되겠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도대체 순례 여행 일정을 맞추는 이는 무엇을 하기에, 두 분만을 보내는 거예요, 서재 정리까지 하게 될 처지에 놓여 있는 상태인데."
  이에 루시아는 "어찌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묻고서, 순례 일정을 정하는 이들도 그제서야 서재 정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미안하다고 자신들에게 알렸음을 밝히고서, 하루 정도만 머물러 도와주어도 되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한 후에 도움을 준 이후에는 그 대가로서, 나와 라피엔의 여행을 도와주는 일도 해 주겠다는 제안을 나에게 하면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렇게 제가 제안을 드리는데. 괜찮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세요?"
  "대가는 필요 없어요. 가만히 있으면 두 분께서 무리하시게 될 것 같으니, 제가 도와드리지요. 긴 여행 후, 목적지에 이르자마자 일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 일이 오래 이어지게 해서는 곤란하지요."
  그러자 내가 그렇게 화답하고서 아즈리아로 가겠음을 밝혔다. 이에 루시아는 고맙다고 말하고서, 자신이 아즈리아로 안내할 테니, 그 뒤를 따라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나는 라피엔을 데리고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 자매가 앞장서는 동안 그 뒤를 따르며 그들을 따라 물 속과 비슷하게 생긴 공간을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공간을 지나가는 동안 나는 마치 수중의 바닥과 그 바닥 위에 자라난 산호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수정 덩어리들이 아래에 보이는 곳을 다시 지나치려 하면서 그 수정 덩어리 위에 거대한 말미잘과 같은 형상을 보이며 머무르는 거대한 하얀 수정 덩어리들을 발견, 이들이 말미잘의 입에 해당되는 부분에서부터 푸른 구체들을 흩뿌리며 위협하자, 그 입 부분을 목표로 삼고, 이들을 공격해 깨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시아는 좌측에서 다가오는 물고기 모양 수정 물체들을 발견, 이들을 지팡이에서부터 발사되어 푸른 빛에 감싸인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을 이용해 이들에게 타격을 가하면서 얼음 속에 갇히게 하고, 지팡이의 수정 조각에서부터 푸른 빛을 발사, 그 빛이 얼음 조각에 닿을 때마다 반사되면서 닿은 얼음마다 전부 깨뜨려 물체들을 얼음 채 파괴하도록 하고 있었으며, 파렐리아는 푸른 광선으로 우측에서 다가오는 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진 오징어들에게 파랗게 빛나는 얼음 연기의 형상을 이루는 바람을 휘날려 수정 조각들이 얼음 속에 갇히도록 하고서, 푸른 화살을 지팡이에서부터 발사하여 이들을 얼음 채, 깨뜨리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앞서는 이들의 처리는 크네흐트 자매가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작은 행성에서부터 거대한 뱀의 형상을 이루는 하얀 수정 물체로서, 등의 마디마다 하나씩 푸른 상자 모양의 물체가 달려 있어 그 물체들이 수정 조각들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자, 수정 조각들을 루시아가 지팡이의 끝에 달린 날과 같은 수정으로 파괴하면서 그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동안 파렐리아가 푸른 부분이 파괴된 마디들을 하나씩 얼음에 가두어 한 마디씩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모든 부분이 얼어붙자, 한 마디씩 수정 조각으로 마디의 가운데를 찔러 그 부분에 구멍이 뚫리도록 하자, 루시아가 "됐다." 라고 말하고서 파렐리아에게 가자고 말한 다음에 파렐리아가 자신의 뒤를 따르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내가 물었다.
  "이런 종류의 괴물을 상대하는 일에는 익숙하신가 봐요."
  "이제는 익숙해졌지요, 여행을 행하는 동안, 여러 특이한 존재들과 만나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지금도 이렇게 다수와 마주치고 있지요."
  그 말에 차분한 목소리로 화답하는 루시아. 그 이후에도 여러 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진 원반들의 대형이 모습을 드러내어 일행에 공격을 가하려 하였으나, 파렐리아가 푸른 빛을 띠며 곡선형 궤적을 그리는 별들이 이들을 추적하도록 하여 그 구체들이 원반들을 얼어붙도록 하고, 이어서 루시아가 이들을 지팡이의 끝에 위치한 수정 조각으로 하나씩 내려쳐 이들이 얼음 채로 깨어지도록 하며 처단하려 하였다.
  이어서 그 뒤를 따르는 거대한 푸른 물고기의 형상을 한 수정들이 다가오자, 루시아가 이들을 푸른 구체들이 파랗게 빛나는 기운에 감싸인 형상을 이루며 수정들을 향해 돌진하여 푸른 물고기들을 하나씩 얼음에 가두어지도록 하고, 그 이후에 파렐리아가 이들을 하나씩 깨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라피엔이 물었다.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네요?"
  "이번에는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
  이에 그들의 뒤를 따르다가, 잠시 멈춘 내가 고개를 으쓱하고, 미소를 띠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계속 낮은 구역을 나아가려 하다가, 먼 앞에 하나의 거대한 배 모양의 물체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푸른 수정으로 이루어진 몸체와 하얀 수정으로 이루어진 닻 등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물체. 그 모습이 마치 해저로 가라앉은 배의 잔해를 연상케 하는 탓에, 주변의 경관과 함께 정말 그 공간이 바다의 모습을 모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었다.
  "바다에 가라앉은 배의 흔적 같아, 그렇지 않아?"
  "정말 그러하네요." 그러면서 내가 건네는 말에 미소를 띠며 화답하는 라피엔. 그리고서 잠시 그 배에 휴식 삼아 머무르다가 가자고 나에게 제안하였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알겠다고 답한 다음에 배의 꼬리 부분에 착지를 행하려 하면서 루시아, 파렐리아를 불러 잠시 배에서 쉬다 가자고 말하였다. 이에 파렐리아는 바로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루시아가 그를 설득하여 결국 파렐리아가 자신과 함께 배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 이후, 루시아, 파렐리아는 뱃머리 부분으로 가 보겠음을 밝힌 다음에 배의 꼬리 부분에 있으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말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배 갑판의 배 꼬리 부분을 돌아다니며 적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찾아보려 하였지만, 그것의 모습이 나타나는 일은 없어서 그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측 갑판의 가장자리에 서 있으며 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는 순간, 그런 나의 눈앞으로 꼬리 부분의 갑판으로 계단을 통해 한 소녀가 올라오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로서, 하얀색을 띠는 짧은 소매를 가진 셔츠 위에 소매 없는 푸른 상의와 무릎과 발목 사이에 이르는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의 오른쪽 부분이 깊게 파여 있어서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갑판 위에 오른 다음에 나에게 시선을 향하지 않는 채, 갑판 오른편에 이르고서, 그는 말 없이 가만히 난간 너머로 펼쳐지고 있는 수많은 하얀 빛들이 푸른 공간 위에 머무르는 광경을 오른손을 허리에 올린 채, 바라보려 하였다.
  그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이전부터 마을에서 자주 보던 그 소녀의 모습과 완전히 닮은 모습과 옷차림을 하고 있었기에. 그러면서 그에 대한 언급을 혼잣말로써 하였다.
  '이전에 만나던 그 카스야(Casja) 라는 아이로구나.'
  그 때, 그 혼잣말을 들었는지 라피엔이 놀라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나는 그에게 "혼잣말을 들었구나." 라고 말하고서,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 이후, 나는 라피엔에게 그 대답에 부가되는 말로써 카스야라는 이름을 가진 이에 대한 설명을 그에게 하기 시작하였다. 
  카스야, 성명은 카스야 베세나(Casja Besena). 나와 똑같이 레미아(Lemia) 라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로서, 아주 가깝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나, 학교의 일 등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나와 자주 만났었고, 이전에는 그가 학교를 몰래 나올 때, 그것을 내가 허락해 준 일도 있어서 인연은 얕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나를 친한 언니로 여기었고, 나도 그를 친한 동생으로 여기면서 그렇게 가까이 지내고 있는 이였다. 공간 이동을 행하면서까지 장거리 여행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그런 아이가 그 곳에 나타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런 분이시로군요." 이에 라피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였다. 그 때, 카스야의 목소리가 그러한 나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어라? 요피아 언니시지요?" 특유의 앳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카스야. 이에 나는 곧바로 이미 나를 향해 돌아선 그에게 환하게 웃으며 "카스야로구나, 오랜만이야." 라고 인사말을 하고서, 잘 지내고 있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저는 언제 어디서나 잘 지내지요." 이에 카스야가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화답하자, 내가 무슨 일이 생겨 인연도 없던 공간 여행을 하기 시작했느냐고 묻자, 그는 '솔주르' 라는 곳의 답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왔다고 말하고서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누가 그런 연구를 하라는 거니?" 이에 내가 위험한 일을 누군가가 시켰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묻자, 카스야는 모교의 선생이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고서 당시 할 일이 없던 자신에게 그 일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나는 그 선생에 대해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말하였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자기가 하면 될 것이지, 왜 애꿎은 사람을 시켜가지고~!"
  그러자 카스야는 밝은 목소리로 심려하지 말라고 말하고서, 자신도 그 일에 대해서는 무척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을 하는 일에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자신의 의사에 의한 일이기도 하니, 그 선생을 너무 원망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래, 네가 원한 일이기도 하다면, 그 선생에게 내가 뭐라 할 이유도 없지."
  이에 내가 그렇게 말하고서 '솔주르' 에 대해 어디까지 조사를 했느냐고 그에게 묻자, 그는 그 곳에서 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세계에든지 간에, 자신이 속한 세계의 우주 현상을 관측과 계산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면서까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던 이들이 있어요. 보통 사람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살아가는 곳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고 싶어하는 이들. 그런 이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요피아 언니께서도 잘 아시지요?"
  이야기를 하면서 도중에 물음을 건네는 카스야.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알고 있지." 라고 화답한 다음에 솔주르가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냐고 묻자, 카스야는 "그렇지요." 라고 화답하고서 그 곳에 대한 설명을 차분한 목소리를 내어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솔주르라는 곳은 이 공간 내에 자리잡고 있는 별들 중 하나로서, 동쪽 가장자리의 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요. 항성의 색은 노란색이며, 사람들은 그 세 번째 행성에 머무르고 있어요. 주로 별에 관심을 많이 가지던 각 세계의 사람들이 죽고, 그 영혼이 이르게 되는 곳이지요."
  "그러면, 그 곳에 사는 이들은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이겠지?"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카스야는 곧바로 "그러하지요." 라고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죽어서 가는 세계, 즉 '사후 세계' 의 일종으로 여길 수도 있어요."
  라고 언급하고서 그 행성 내의 사람들은 이미 죽어 다른 현실적인 것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된 탓인지 다들 밝게 살아간다는 언급을 나와 라피엔에게 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그런 세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꽤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기대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이번에는 자신이 나에게 물음을 건네겠음을 밝히고서, 나에게 무슨 사유로 그 공간 내에 이르게 된 것이냐고 물음을 건네었다.
  "먼 세계에서부터 나에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전언이 날아왔어. 그 근원을 찾기 위함이야."
  "근원을 찾아요? 이제는 불가능할 텐데." 이에 카스야가 놀라면서 묻자, 나는 정말 찾을 수 있는 지의 여부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하였다. 그 이후, "그렇군요." 라고 카스야가 말하고서 라피엔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요정이 아니냐고 묻고서, 어쩌다가 요정과 가까워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우연한 계기에 의한 일인데, 그로 인해 은혜를 요정이 입었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도와주고 있어."
  그리고서 여러번 도움을 받았기에 그렇게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이름이 라피엔임을 밝히고서 라피엔에게 그에게 인사하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서로 통성명을 한 이후에 나는 그에게 뱃머리로 가자고 말하였다. 그리고 카스야의 그 이유를 묻는 물음에 같이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뱃머리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서 그와 라피엔이 나를 따라 뱃머리 부분으로 오도록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