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마침내 그런 과정의 반복으로 인해 포신을 보이면서 위협을 가하였던 그 병기는 머리와 꼬리만 남고, 몸통은 피부 부분이 폭파되고, 남겨졌을 골격 등의 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채, 계속 폭주하는 듯이 괴성을 지르는 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진입했던 곳을 등지며 머무르는 나와 그런 나의 오른편 곁에 이른 라프라이아의 바로 앞으로 자신의 입을 내밀고, 이어서 목을 뒤로 움직이며 불의 기운을 결집하려 하였다.
  대규모 화염이라도 방출하기 위한 움직임이었을 것. 그 움직임을 보자마자 나는 그가 벌리는 거대한 입을 보면서 그 입 안에서부터 타격이 생기면 적어도 머리에 영향이 오게 되었음을 떠올리며 라피엔, 라프라이아를 불러 그것이 벌린 입 안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나부터 가능한 한, 큰 힘을 들여 나의 손 크기의 2 배 정도에 이르는 직경을 가지는 푸른 빛 줄기를 방출하면서 픽시아에서부터 30 개씩 빛 줄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그 입 안으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그 이후, 라피엔도 빛으로 이루어진 창을 계속 던지면서 나에게 힘을 더하였다. 그러다가 그것이 화염을 뿜어내려 할 때, 30 개의 빛 줄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그 입의 화염구에 충돌한 후, 그것을 궤뚫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현상이 일어나면서 불의 기운이 모이던 화염구에서 굉음이 일어나며, 화염이 폭풍과 함께 주변 일대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폭음이 발생하고, 그와 동시에 화염에 휩싸인 병기의 머리가 격렬히 움직이더니 몸의 각 부분, 그 좌우로 격렬한 화염을 일으키면서 그것이 머리를 앞세우고 머리에서 일어난 화염으로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키며 나를 비롯한 일행에게 부딪치려 하였다.
  그러자 라프라이아가 날개짓을 하며 나의 앞에 이르더니 두 팔을 양 어깨 높이로 올리고, 양 옆으로 벌린 다음에 주문의 영창을 개시, 그와 함께 금색 방호막으로 자신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방호막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이는 병기. 이에 라피엔은 두 손을 내린 채, 가만히 서 있다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와 함께 방호막의 앞 부분이 더욱 밝은 빛을 띠기 시작하였다. 그 방호막과의 충돌을 이어가던 병기는 방호막을 화염의 힘으로 계속 뚫으려 하였으나, 그것을 결국 뚫지 못한 채, 내부에서 발생되는 화염의 폭발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점차 기운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결국 그 병기는 단말마와 같은 한 차례 외침과 함께 머리와 몸통을 잇는 부분부터 대규모 폭발과 함께 붉은 폭염을 일으키며 분리되고, 이어서 남은 몸통 부분이 한 부분씩 머리와 가까운 부분부터 폭발을 계속 일으키며 파괴되어 그 잔해인 화염이 사라지고 남은 골격의 파편 등이 물에 빠져 물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의 중심이었던 머리는 몸통과 분리된 이후, 한 차례 또 큰 폭발을 일으키고 화염에 휩싸인 두개골의 모습을 보이는 채, 수면을 뚫고 그 아래로 들어가며 약하게 물보라를 일으켰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 역시 물 속 깊은 곳의 저편으로 사라져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호수 상공의 중앙에 이르려 하자, 라피엔이 걱정스러워 하면서 그런 나의 움직임을 말리려 하였다.
  "하지만, 그 곳에서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괜찮을 거야, 이미 뱀도 사라지고 푸피아도 더 이상 위험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이에 나는 푸피아가 파랗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 위험이 없음을 증명하면서 그 요청에 괜찮다는 뜻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내가 병기의 머리가 떨어졌을 만한 곳에 이르는 순간, 라피엔은 그런 나에게 급히 다가가 내가 치마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는 두루마리를 두 손으로 빼내 나의 왼편에 이르고 있는 라프라이아의 곁에 이르기도 하였다.
  "뭔가 일이 잘못되려나?"
  그 행동까지 보이는 라피엔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었고, 굉음과 함께 물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 그 중 하나가 나를 덮쳐 왔다. 그 물기둥은 한 동안 나를 계속 덮쳤고, 이에 나는 너무 놀란 채, 멍하니 있으면서 그 물을 맞고만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 동안 물기둥이 나를 덮쳤다가 사라진 후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나 자신의 모습부터 잠시 둘러보려 하였다. 당연하겠지만, 몸에 특별히 이상이 생길 것은 없었으나, 그로 인해 전신이 마치 물에 빠지기라도 한 듯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신체 어디도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후아아....... 이런 목욕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 상황에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깊이 한숨을 내쉬는 채,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겨우 마음을 놓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에 일어난 일이라서 너무 놀랬고, 그로 인해 하필이면 동굴 안의 땅이 별로 없는 곳에서 전신이 젖어버려 마음이 꽤 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주변의 다른 이들 역시 물을 뒤집어 쓴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에 걱정스러워하며 주변 일대를 둘러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 라프라이아가 나의 상태를 본 이후에 그의 왼편 곁에 이른 라피엔을 보며 말하였다.
  "일단은 요피아 님의 옷이 다 마를 때까지 바위 위에 앉아서 기다리도록 하자, 열은 내가 어떻게든 마련할게."
  그 이후, 라프라이아는 내가 진입을 위해 이용한 통로, 그 건너편의 통로 왼편 부근에 위치한 바위로 날개짓을 하며 다가간 다음에 그 바위의 한 가운데에 노란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 하나를 만들어 그 곳에 놓았다. 그리고 호수 상공의 중앙에 계속 머무르고 있던 나에게 다가간 다음에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저 바위 위에 잠시 앉아 계셔 주세요."
  "예." 이에 나는 그것이 열을 내는 물건이 것이라 생각하고 그 빛을 향해 라프라이아와 함께 나아갔다. 그리고 그 왼편에 앉아 그 빛을 바라보며 웅크려 앉으려 하였다. 빛이 상당히 따뜻한 열을 내고 있어서 물기로 인해 차가워지기도 하였던 나 자신이 그로 인해 회복되는 느낌에 편한 마음을 가지며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열기로 인해 물기가 떠나가면서 몸 자체가 일시적으로 시원해지기도 하는 현상이 이상하게 좋은 기분을 전해주기도 하였고, 그 기분을 느끼며 나는 미소를 띠는 채, 열을 내는 빛으로 시선을 향하다가 나의 눈높이에 이르면서 두 무릎을 굽히는 모습을 보이는 라프라이아의 모습을 고개를 들며 보면서 말하였다.
  "괜찮은 수단이네요. 이런 게 있으면 굳이 나무를 찾을 필요가 없겠어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라프라이아는 활짝 웃으면서 "고마워요." 라고 화답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급히 마련한 수단이라 내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나의 뒤에 위치하면서 혹시 누군가 올지 모르니 뒤쪽을 지키고 있겠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서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의 언급을 행하기도 하였다.
  "이 곳은 그 병기가 사라진 이후로 안전해졌지만, 혹시 다른 무언가가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 언급에 나는 "예." 라고 화답하고서 다시 빛을 발하는 구체와 내가 앉은 곳 주변의 물로 시선을 향하고, 더 나아가 뚫린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향하는 방향으로 눈을 두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감빛을 띠는 하늘 위로 여러 별들이 각자 다른 색을 띠면서 빛을 발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요피아 언니, 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
  그 때, 나의 오른편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와 나를 불렀고, 이에 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라피엔이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나는 라피엔에게 밝아진 목소리로 "고마워." 라고 말하고서 오른손으로 그 두루마리를 받은 다음에 잠시 일어나, 그 두루마리를 오른쪽 주머니 안에 넣어두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두 무릎과 다리를 바닥에 대고, 자리에 앉을 무렵, 라피엔이 빛 건너편에 이르렀다가 두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았다.
  "그 두루마리를 잠시 보았는데, 왠지 위험한 물건 같아 보였어요."
  "무슨 말이야?"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묻자, 그 두루마리를 봉인하는 검은 띠는 대개 위험한 것을 봉인할 때 쓰는 것이라고 화답하고서 봉인을 할 때, 두루마리에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그 주문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글자를 적어놓는 것이 보통의 관례인데, 그 두루마리에는 그런 글자가 없어서 더욱 불온한 느낌을 준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금단의 주문이 봉인된 것이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온 것 같기도 해요."
  라는 언급을 행하기도 하였다. 이에 내가 이상해 하면서 어떻게 그런 주문서가 사람들 사이에 전해질 수 있었을 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하자, 라프라이아의 목소리가 그런 나의 의문에 바로 답을 해 주었다.
  "그 실상의 일부만 알려진 채, 사람들 사이에 전승되어 왔다면 가능한 일이에요."
  이에 내가 잠시 고개를 돌리자, 라프라이아는 나를 향해 돌아선 모습을 보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그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주문서는 주문서에 기록된 주문에 어울릴만한 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물건이고, 다른 이들이 사용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잘못된 효과를 불러오고, 심지어 흑마술로 칭해지는 금단의 주법이 기록된 주문서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결과도 불러올 수 있지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지요?"
  "예, 당연히." 이에 오래 전의 가르침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나는 곧바로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주문서와 무슨 관련을 가지는지에 대해 묻자, 라프라이아는 그 진실과 주문서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주법의 주문서는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면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물건을 전하면서 함부로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말을 전하기도 해요. 그 주문서를 마력을 가지지 않은 자가 사용하면 죽게 된다는 식의 그런 말들이 오가게 되어 있지요. 그 주문서 역시 그런 부류의 말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은 펼치기만 해도 죽는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 말을 듣고서 내가 계속 고개를 돌린 채, 라프라이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라프라이아는 "그렇지요." 라고 화답한 이후에 무하카트라는 이도 그런 식으로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하카트라는 아저씨께서는 다른 방식으로 말씀하시면서 요피아 언니께 그 두루마리를 주셨어요, '위급한 상황이 되면 펼쳐 보라' 라고 말씀하셨지요."
  "그것은 요피아 님께서 마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을 내리셨기 때문이겠지."
  그 이후, 라피엔이 의문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라프라이아에게 묻자, 그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두루마리를 펼친다고 죽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밝아진 목소리로 말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고, 그 이후에 계속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를 적셨던 물기는 점차 말라가고, 나의 옷 상태도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위치한 곳의 반대편에서 라프라이아는 라피엔을 이끌고 다른 구역에 머무르며 서로 대화를 하거나 서로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그 광경을 빛을 앞에 두고 웅크리며 앉은 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 광경에 대해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나마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내가 빛 주변에 있으면서 동굴의 풍경을 가만히 감상하기를 원한다고 의사를 밝혔고, 그 의사를 라프라이아가 존중하였기에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무척 즐거워 보이는 광경이야, 온화한 어른과 착한 아이가 만나면 천국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말을 리아넬이 했었는데, 저 광경을 두고 한 이야기였으려나."
  그리고 하늘로 시선을 향하다가 문득 나와 헤어져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리아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에 대해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에게 연락하지도 못했잖아, 쟈오링의 집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즈리아에 있을 때에도 연락이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 내가 피곤해서 잠을 청할 때에 연락해서 내가 몰랐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악마도 이름을 부르면 온다' 라는 말의 의미대로, 그 이름을 떠올리니, 바로 푸피아가 깜박이면서 연락이 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내가 그에 응하면서 통화가 시작되었다.
  "요피, 잘 있었어?" 역시, 리아넬의 목소리였다. 이에 나는 "오랜만이야!" 라고 크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그러자 리아넬은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누가 곁에 있는데, 그렇게 목소리를 내도 되는 거야?"
  라고 물은 다음에 이전에 연락을 했었는데, 왜 응답을 못했었느냐고 묻고서, 무슨 사정이라도 있었느냐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물음을 건네었다. 그 물음에 나는 '정말 연락했었구나' 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아즈리아에 있었던 사정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에는 3 만 권 가량 되는 책을 서고에서 빼내고 분류하고, 또 나르는 일을 한 이후에 정신 없이 자고 있었던 탓에 연락을 받을 처지가 못 됐어, 그것도 아즈리아로 온 위카 순례자들과 함께 하루 동안 계속."
  이에 리아넬이 놀라면서 순례자가 몇 명이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2 명이라고 내가 답하였고, 이에 그는 '아즈리아의 서고였구나.' 라고 말한 후에 차분한 목소리로 아즈리아의 서고는 어지간해서는 잘 정리가 되는 곳이라 알려져 있었는데, 누군가 사고를 쳐서 망가뜨린 것을 두 사람이 다른 순례자들이나 위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신들의 선에서 해결을 보려 한 것 같다고 말하고서 나에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하겠지, 동료들이 자신들의 일로 인해 고생하면 동료들에게 미안할 테니까."
  그러자 리아넬은 곧바로 나에게 그래도 그들의 잘못도 아닌데, 그들의 선에서 끝내려 한 것은 무모한 일 아니었겠느냐고 묻고서, 그에 이어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런 일이 생겼다면, 너도나도 힘을 내서 서고 정리에 힘을 쓸 생각을 해야지, 순례 여행을 위해 마련된 곳이고, 위카들이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렇게 내버려두고 있으면 돼? 특별 요청을 해서라도 수십 명씩 달라붙어 빨리 끝내야, 고생이 덜할 텐데 말야. 그 위카들도 생각이 참 무르네."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라고 말할 것임은 알고 있으니, 그런 말은 할 필요 없다고 나에게 목소리를 내고서 그에 이어 나에게 조금 더 차분해진 목소리를 내었다.
  "그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요피가 저기 가서 고생이나 하고 왔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무엇을 해도 일단 네가 고생한 것이 먼저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
  그러다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서 나에게 몇 가지 알리고 싶은 것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내가 "그게 뭔데?" 라고 묻자, 이전에 언급하지 못했던 사오밍이라는 남자가 떠나간 이후, 예량의 삶에 대한 것임을 알린 다음에 나에게 한 번만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잘 들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예량은 사오밍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모양이야, 물론, 그 당시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많았고, 그 이야기들이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는 연인들을 유혹하고는 했었어. 대표적인 사례가 우주선은 공간의 문을 지나갔고, 그 이후에 '빛의 정령' 의 먹이가 되었다는 거야. 그로 인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지. 그런 이야기가 거리마다 유행하다보니, 이미 결혼한 여성들 중에서도 다른 남성과 재혼한 경우도 적지 않았대."
  "그런 유언비어가 쉽게 받아들여졌단 말인 거지?"
  이에 내가 놀라면서 리아넬에게 그렇게 묻자, 그는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우주 저편으로 나아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믿지 못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이전의 이야기에 이어 예량이라는 여인의 태도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예량은 달랐어, 그런 소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남자들의 구혼도 전부 물리쳤지. 그리고 그 소문은 사람들이 가지는 부의 사념, 그 부산물일 따름이라 생각하면서 소문을 믿는 사람들을 경멸하기까지 했었대. 그리고 1 년, 2 년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임을 믿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었지. 하지만 주변 상황은 그런 그를 그렇게 기다리는 삶만 살아가도록 놓아주지는 않았어."
  "뭔가, 나쁜 일이라도 생겼던 거야?"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리아넬은 "그렇지." 라고 답을 한 이후, 가세가 점차 기울어가게 되면서 그는 결국 거액의 돈을 대가로 술집으로 팔려, 그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 일은 예량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그 예량이라는 사람은 집안을 위해 희생을 당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네."
  "응."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그 일에 대한 나름 결론을 내리자, 리아넬은 그렇게 목소리를 내어 답하면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이후에, 예량이라는 여인이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나와 대화를 행하면서 이어갔다.
  "그 이후, 예량은 도시의 술집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대. 가진 것은 별로 없고, 빚에 시달리는 삶을 이어가면서 그는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삶이 연속되고 있음에 대해 많이 괴로워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을 향해 다가온 명문 자제인 한 남자가 자신의 측실이 되는 전제 하에 빚을 갚아주겠다고 말하면서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어. 그리고 그 집에서 살기 시작했지."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 그랬으려나."
  "그러할지도. 그 이후, 명문 자제인 한 남자의 측실로서, 예량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 남자와 관계를 맺고, 또 그 남자의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아버지에게 사랑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아갔대.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에 대한 이별의 편지를 하늘에 올려 보내기도 했지,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겠지?"
  "응, 아무래도 그 명문가의 남자와 항시 함께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예량은 8 년 정도의 삶을 그 곳에서 보냈어. 그 이후, 그는 자신을 상대하던 남자가 나이가 든 자신을 멀리하기 시작하고, 다른 젊은 여인을 측실로 데려온 이후, 예량을 드러내놓고 미워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자식이 밀려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던 정실 부인이 그에게 압박을 가하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자식과 함께 쫓겨나게 된 거야."
  그렇게 대화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가던 리아넬은 한숨을 내쉬면서 맛을 잃은 껌과 같은 처지가 된 셈이라고 말하고서 그 배신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 이어서 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자식을 부양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자신의 아들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수도 중심가의 한 주점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 접대부들을 이끄는 존재로서 살아가기 시작했대. 그리고 그 술집에서 늙을 때까지 머무르게 되지. 피상적인 만남이 이어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하지만, 수차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을 이끄는 자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그 일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거나 하지는 않았대."
  "그러는 동안, 사오밍이라는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게 된 거야?"
  "아니, 떠난 이후부터 자식을 남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다시 그를 회상하기 시작했었대. 자식을 남에게 맡겼을 때에는 그를 원망했었지만, 그 이후, 술집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외로움 속에서 그를 자주 그리워했었지. 그리고 그가 자신의 곁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습을 보아주기를 원하고 있었지, 설령 이제 자신이 늙어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면서, 그는 사오밍으로부터 받았던 한 작은 화분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대. 사오밍을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이 예량임을 알리는 증표로서. 사오밍을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내지 않았다는 증표가 되기도 해, 만약 그가 사오밍을 잊었다면, 그 화분도 어느 순간에 없어졌겠지."
  "하지만, 결국 그 남자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겠구나."
  "결국 그랬지. 예량이 언제까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자신도 늙고, 결국 술집을 떠나 화분 하나만 가지고 수도 중심가의 한 독방에 거주하게 된 이후까지도 그는 사오밍을 만나지 못했었대. 그리고 독방과 수도의 광장을 오가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살아갔다는데, 내가 아는 바는 일단 거기까지야."
  그렇게 한 동안 대화가 이어진 후, 나는 웅크려 앉은 채, 고개를 숙여 빛을 일으키는 구로 시선을 향하면서 리아넬에게 68 세까지 살았다고 가정한다면, 연인을 기다려 온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묻자, 그는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47 년은 되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47 년이면, 1 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질 때에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아니, 3 년만 더 하면 반세기인데, 그 기간은 예량이 68 세까지 살았을 때를 가정했을 때의 연수이고, 그보다 더 오래 살았다면 반세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사실을 상기하며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 여인은 반세기 가깝게 그 남자를 기다리며 살아온 셈이잖아!"
  "응." 이에 리아넬이 바로 화답하였다. 그리고 긴 세월이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 기간 동안 한 남자에 대한 추억을 버리지 않은 채, 그를 기다려 온 인내심은 정말 훌륭하다고 말해줘야 하며, 행여 예량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을 비롯한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기다려 온 이에 대해서는 존경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언급도 하였다. 그리고 후일에 다시 보자고 말하고서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다음에 나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와 함께 푸피아의 빛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아아~~~" 그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한 번 기지개를 펼쳤다. 그러는 동안 옷도 상당히 말라서 무리 없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머리카락은 덜 말랐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라피엔이 나에게 다가온 이후에 나에게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열심히 주고받는 일을 했었느냐고 묻자,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리아넬과 통신을 했었음을 밝히고서 그가 언급한 '예량' 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 그렇게 오랫동안 한 남자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소박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랬던 여인의 삶을 운명이 야속하게 밟아버린 결과라고 말하고서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런 여인이 왜 운명에 의해 철저히 짓밟혔는지에 대한 탄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 이후, 라프라이아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라피엔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사오밍이라는 남자가 정말 요피아 언니의 전생일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나에게 사오밍의 영혼, 그 조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을 예량과 시리엔이 감지했을지도 모르나, 나는 나일 뿐, 사오밍이 아니라는 언급도 하였다. 그 후, 라피엔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때가 올 것이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나는 라프라이아를 불러 빛이 다시 사라지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부탁에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빛을 없애는 라프라이아. 그 이후, 그는 나의 옷을 잠시 살피더니 많이 마른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물에 휩쓸리며 외견 상 좋아진 점도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나에게,
  "옷의 얼룩이 씻겨져서 옷이 이전에 비해 약간 보기가 좋아진 듯 싶기도 하네요."
  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라피엔이 호수의 물이 깨끗해서 그러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이후에 조금 더 쉬다가 건너편의 길로 나아가자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라피엔과 라프라이아가 바위에 앉도록 한 이후에 호수의 중앙 부근에 머무르며 달빛과 빛을 받아 은은히 빛을 발하는 수정들의 모습을 잠시 보려 하였다.
  "집에서 오로라와 함께 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달과 그 주변의 하늘, 그리고 수정들을 차례로 바라보다가 하늘색, 그리고 초록색을 띠는 오로라가 드리워지는 하늘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하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두 손을 머리 뒤로 옮기면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하였다.
  "집에 가고 싶다~, 어서 일을 해결 봐야 할 텐데."
  그 때, 하늘 위에서 호수의 중앙을 향해 한 검은 물체가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고양이처럼 생겼는데, 등에 새의 날개가 달린 동물이었다. 푸른 눈동자를 뜨고 있는 고양이. 그 고양이는 날개짓을 하는 채, 나의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내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나에게 다가오려 하였다. 날개를 접는 모습이 착지를 하려는 듯 해서, 두 손바닥으로 고양이를 잡아주었다.
  그 이후, 나는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고양이를 안은 채, 어디로 가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고양이는 내가 진입했던 통로 건너편의 길을 향해 우는 것으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나도 그 곳을 통해 호수를 나가려 하였던지라, 밝은 목소리를 내어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다음에 고양이에게 "같이 갈까?" 라고 물었다. 이에 한 번 울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는 고양이.
  "좋아, 같이 가자." 그리고서 나는 미소를 띠면서 라피엔에게 다가갔다. 그 무렵, 바위에서 일어나려 하는 라피엔과 라프라이아가 고양이를 안은 나를 보았고, 이어서 라피엔이 환하게 미소를 띠면서 "고양이잖아요?" 라고 물은 다음에 어디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뚫린 천장을 통해 내려왔다고 밝히는 나. 그리고 이미 다른 주인을 가진 듯해 보인다고 말하고서 이상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언급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빨리 고양이와 함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휴식을 마치고 고양이를 안은 채, 라프라이아와 라피엔의 뒤에 있으면서 수로의 상공을 나아가려 하였다. 본래는 내가 앞장서고는 했지만, 고양이라는 보호해야 하는 동물을 안고 있는 이상, 위험에 함부로 처해서는 안 된다는 라프라이아의 판단에 의한 일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