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불길에 휩싸이면서 형체는 한참 동안 떠도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나는 그러한 그것을 추격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폭발을 일으키는 채, 떠돌다가 그 형체는 갑자기 나를 향해 돌아서고서 파손된 두 눈에서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렇게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으로 하나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도록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렌세무리....... 오누........"
  그 이후, 그것은 나의 앞으로 나아가려 하다가, 공중의 저편에서 한 차례 폭음과 함께 하얀 빛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소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다가, 그 형체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의 의미를 읊으면서 라피엔 그리고 라프라이아의 곁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구름의 영역, 그가 말한 바는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서 안전해졌다고 판단을 내리고 방호막을 없앴을 라피엔, 라프라이아의 곁에 이른 다음에 이제 끝났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하늘의 모습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다시금 태양의 빛이 환하게 내리는 풍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라프라이아가 온화한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이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네요."
  "그러하겠네요. '문' 이 나타날 때까지는 평지에서 휴식을 취하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이에 내가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초원으로 내려가서 잠시 쉬자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먼저 먼 앞에 보이는 초원을 향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풀밭의 한 곳에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곳으로 이르기 위한 비행을 곧바로 행하였다.

Inter 7.
  처음 다른 공간으로의 진입을 행하였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에도 나는 리아넬과 함께 나무 한 그루가 위치한 곳에 착지하여 그 나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했었다. 그래서 그 나무 한 그루가 자리잡은 광경은 나에게 있어서 결코 낯설지 않은 그런 풍경은 아니었다.
  "예전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다시 들르는 곳에 이른 기분이네."
  그 곳에 이른 다음에 나무 왼편의 그늘에 이른 후에 나무에 기대면서 두 무릎을 세우며 앉아, 두 다리를 두 손으로 안으려 하였다. 그리고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깊게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러다가 우측에 리아넬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곳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고개를 돌렸을 때 나의 눈앞으로는 평온하게 자리잡고 있는 풀들의 모습만 보일 뿐, 그 외에 무엇도 나의 눈앞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는지."
  그 이후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바람에 살랑이던 그 풀밭과 달리 태양빛 아래에서 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 풀들로 시선을 향한 후, 나는 그 곳이 이전에 들렀던 그 풀밭과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다른 곳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서 리아넬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이 곳의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려나."
  그러면서 가만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보고 있을 때, 라프라이아가 라피엔을 이끌고 나의 왼편 곁으로 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 라피엔은 나의 바로 왼편 곁에 웅크리며 앉았고, 라프라이아는 그 옆에서 나무에 기댄 채, 왼쪽 다리를 들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는 모습을 보이면서 앉으려 하였다. 그 이후, 나에게 표정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고 라피엔이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그에게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그와 이와 같은 곳에서 같이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래."
  라고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라피엔은 미소를 띠면서 그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물음에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서 상당히 의외의 시점에서 마주치게 될 것 같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건너편 산에서부터 하얀 새들의 무리가 V 자 형의 대열을 이루며 날아가는 모습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풀밭으로 시선을 향한 후, 나의 근처에 보라색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나 있는 광경을 보면서 말하였다.
  "아름다운 곳이야, 한 번 정도는 들를 수 있을만한 그런 곳이지."
  그리고 천국이 있다면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을 라피엔에게 건네었고, 이에 라피엔도 천국의 여러 모습들 중 하나일 것임은 틀림없다고 나의 뜻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라피엔의 왼편에 앉은 라프라이아에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응, 이런 곳은 천상 세계의 한 가지 모습이야.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갔던 이들을 위한 곳이기도 하고."
  그 이후, 그는 밝은 목소리를 내어 라피엔에게 혹시 떠오르지 않느냐고 묻고서, 라피엔이 무엇이냐고 그에게 되묻자, 자신이 언급한 바에 대한 물음을 온화함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건네었다.
  "이전에도 언젠가 이와 같은 곳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을 거야, 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면서 꽃이 피어나지 않는 봄의 풀밭을 돌아다니는 동안 라피엔이 나에게 말을 타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 때, 내가 위험해 보인다고 말리기도 했었고."
  "헤헤." 그 말을 들으면서 밝게 웃음소리를 내는 라피엔. 그 이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라피엔에게 정말 말을 타고 싶어한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라피엔은 부끄러운 과거이지만, 그런 적이 있었다고 말한 다음에 자신은 한 때, 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 때, 환하게 웃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라프라이아.
  "동물들도 누군가가 강제로 태워달라고 말하면 못하게 하지, 자신을 타인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들도 하고 있을 테니까. 그러하니, '좋은 마음' 을 가지고 '길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 거야."
  "그렇지요, 그 때에는 제가 그것을 몰라서 그만........"
  그 이야기를 듣고 라피엔은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이 과오를 저질렀음을 고백하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라프라이아는 "이제 잘못을 깨달았다면 괜찮아." 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라피엔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앉아서 그를 두 손으로 안은 후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서 나무에서 벗어나는 발걸음을 옮긴 다음에 산을 향해 걸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라프라이아는 라피엔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라피엔이 그 이야기 도중에 몇 번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잘 들을 수 없었다.
  "후일 집에 갈 수 있게 되면, 요정의 여왕을 만나 고맙다고 말씀드려야 하겠네, 저런 요정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그러는 동안 나는 지금껏 나와 함께 하고, 또 나를 수차례 도와주기도 했던 라피엔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를 태어나게 한 요정의 여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다는 생각을 그런 식으로 밝혔다.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가 바로 며칠 간 푹 쉬려 하였다가, 한 번 아데시아(Adesia) 에 있는 요정의 숲으로 갈 일을 떠올리며 귀찮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언제 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라프라이아가 웅크린 채, 잠든 라피엔을 안고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라피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아 계속 잠들도록 한 이후에 나에게 잠시 일어나 동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내가 바로 응하여 그와 같이 초원을 거닐며 잠시 대화를 이어갔다.
  "라피엔의 이야기를 들으니, 요피아 님과 동행하시던 분이 계셨던 것 같은데......."
  "예, 사정에 의해 지금은 헤어져 있어요. 그러면서 소정령에 의한 통신으로 가끔씩 교류하고 있지요. 하지만, 자주 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시 만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세요?"
  "예, 결국 가게 되는 길은 하나로 모이게 되어 있어서, 서로 헤어져도 결국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그를 만나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심하고 있다고 보셔도 좋아요."
  그리고 직접 통신을 해 교류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 하였으나, 라프라이아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을 하여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한 동안 서로 간의 대화가 오갈 즈음, 문득 에이프릴이 나의 곁으로 오지 않았음에 대해 무슨 일이 생겼나,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고, 라프라이아도 나에게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에이프릴 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아세요?"
  "저도 잘 몰라요, 저도 이 곳으로 뒤돌아보는 일 없이 내려왔으니.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생각해 본다면, 살아서 어딘가에 계실 거예요, 이 평원 부근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을 나의 곁으로 오게 할 가능성도 있고. 평원의 원주민들을 설득시켜 자신의 곁에 이르도록 할 수도 있겠지요."
  이에 내가 그렇게 추측을 드러내면서 기다리다 보면 올 것이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런데, '악마도 자기 이름을 부르면 온다' 라는 말이 있었듯이, 그 말이 마치기 무섭게, 오른편에서 한 무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쥐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 그 목소리 사이에서 에이프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여, 에이프릴이 그 곳에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돌아선 후, 먼 앞에서부터 거대한 갈색을 띠는 수북한 털과 토끼와 비슷하게 길다란 귀를 가진 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로서, 대체로 소매 없는 상의와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그 중 일부는 뼈 혹은 손톱을 가공해 만들었을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이들의 우두머리, 즉 족장으로서 에이프릴의 좌측에서 동행하고 있던 이는 주황색 망토를 두르고 이중 목걸이를 걸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엘리는 족장과 에이프릴 사이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날고 있었으며,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키의 반 즈음 되는 크기를 가진 그들이 오자마자 나는 에이프릴을 큰 목소리로 불러 그가 나의 곁에 이르도록 하였고, 그 이후, 에이프릴은 엘리와 함께 나에게 다가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한 후에 우두머리인 이를 향해 돌아서고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라프라이아, 그리고 라피엔을 소개하는 그런 말인 듯 싶었다.
  그 이후, 족장은 나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목소리의 의미는 당장에 알 수 없었으나, 목소리의 어조를 통해 그것이 고마움을 표하는 말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때, 에이프릴이 그 말의 의미를 내가 알 수 있는 말로 통역을 해 주었다.
  "지금까지 하늘 위에서 때마다 사악한 문이 열리고, 그와 함께 하늘이 붉게 물들어 부족 전체가 공포에 떨었었는데, 그 근원을 없애고, 하늘에 평화를 내려주어서 고맙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수하를 시켜, 평화를 지킨 용사로서 훈장을 내리겠다는 말도 건네셨고."
  그리고 곧 훈장이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후, 족장은 우측에 위치한 이에게 손가락을 들면서 무언가 지시 같은 것을 내리더니, 그가 치마 주머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족장에게 건네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족장은 나에게 오른손으로 쥔 나무 상자를 보이며 무언가 말을 하였다.
  '받아가라는 의미인가?' 이에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두 손으로 그 상자를 받들듯이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상자를 들고 왼손으로 그 안에 있던 것을 꺼내려 하자, 그런 나의 눈앞으로 끈에 달린 것으로서, 나무로 만들어진 원반 안에 붉은 유리 구슬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좌우에는 날개도 달려 있었다. 그것을 내가 받는 모습을 보이자 족장은 그런 나에게 밝은 목소리로 뭐라 말하자, 에이프릴이 그런 나에게 그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평화를 지켜주고, 자신들을 만났음을 증명하는 물건이래요, 급하게 만들었지만 잘 간직해 달라는 말도 있었지요."
  "고마워요, 아저씨." 그러는 동안 지금껏 멍하니 그의 말과 통역을 듣고 있던 나는 비로소 그에게 밝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하였고, 그러자 에이프릴이 그에게 그 뜻을 전해주었다. 그 이후, 족장은 부족의 인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평화를 알리는 듯이 밝아진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하였고, 그 이후에 이들은 밤에 축제를 열 테니 그 때까지 자신들의 거처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서 나를 비롯한 일행을 초원의 먼 저펀에 위치한 나무 군집으로 데리고 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에이프릴이 무언가 족장에게 부탁하였고, 이에 족장은 쾌히 승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부족에 속한 이들이 모여 산다는 숲의 건너편에 위치한 개울가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이 모인 구역에 이르러, 그 곳의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 이후, 안방의 침대에 라프라이아와 라피엔이 앉게 하고, 이 옆면에 에이프릴이 잠든 엘리를 두 손으로 안은 채, 왼쪽 무릎을 세우고, 오른쪽 다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며 앉은 동안 입구 우측 근처의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라피엔에게 문이 열릴 때에는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라피엔은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 때, 에이프릴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족장님께 제가 건의했어요, 하늘에서 다시 문이 열릴 때가 되면 족장님께 알려 모두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러면서 그 당시의 대화가 그것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일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서 가만히 서 있는 채 휴식을 취하였다. 그 이후, 옆으로 누워 자는 라프라이아의 곁에서 라피엔 역시 엎드린 채,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에이프릴은 침대에 앉은 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제법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해 보여, 함부로 그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부족의 사람들이 깨워 나를 비롯한 일행을 불러올 무렵,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고, 한창 모닥불을 피우며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문' 이 열렸던 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물었고, 에이프릴이 그에 대한 통역을 시도하여 물음에 대한 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 중 누구도 문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한창 즐기는 연회가 이어지고, 부족 인원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일행에게 춤을 권하자, 나는 열기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못하겠다고 나서고, 에이프릴은 '문' 을 관찰하기 위해 나서겠음을 밝히며 나가면서 라프라이아와 라피엔이 춤에 나서게 되었다. 두 무릎을 세운 채,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앉아 있으면서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다른 이들 키의 2 배에 이르는 모습을 보이는 라프라이아가 라피엔과 함께 작은 부족의 사람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재미있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연회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에이프릴이 보는 하늘의 상황을 함께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개울 건너편에 이른 에이프릴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왼쪽 어깨에 잠든 엘리를 올려놓은 채, 에이프릴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를 취하며 -뒷모습이 보였지만 자세는 아무리 봐도 그런 자세였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그러한 그에게 물었다.
  "에이프릴, 거기서 뭐 하는 거야, 하늘의 모습을 보겠다면서."
  그러나 에이프릴은 그런 나에게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의 부름에 겨우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 나를 향해 고개를 돌아서며 나를 바로 본 이후에 나에게 잠시 괴로운 생각을 하고 있어서 미처 하늘에서 문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무슨 생각이었기에?" 이에 나는 그렇게 물었으나, 에이프릴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한 이후에 그에 이어지는 물음을 건네었다.
  "앞으로, 요피아 경께서는 라프라이아 경과 라피엔을 어떻게 하실 거예요?"
  "라프라이아 씨는 떠나 보내야지, 나와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신 분이신데,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라피엔도 가급적이면 라프라이아 씨와 함께 떠나 보내고 싶은데, 라피엔이 원한다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을 의향도 있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뭔가 이상해?"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한 이후에 그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화답하면서 더 이상 이야기를 잇지 않으려 하였다. 그 때, 내가 에이프릴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으리라고 추측을 하면서도 그에 대해 깊이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등지고 돌아서며 하늘로 시선을 향하는 에이프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가 시선을 하늘의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 때,
  "예, 제가 7 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처럼 저를 보살펴주신 분의 혼을 찾고 있는 거예요."
  그에게서 그런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내가 '키워준 사람' 중 한 명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에이프릴은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 답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라는 말을 그에게 건네었다.
  그런 경우가 있다. 인간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인데, 태어나게 한 이가 여러 사정을 이유로 아이를 버리고 다른 이들이 키우게 하는 경우인 것. 대개는 '입양'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가족으로 들어와 그 가족의 일원이 된다. 나도 일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고, 근래에는 리아넬로부터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 경우, 특히나 양부모가 자신을 잘 보살피는 경우에는 부모를 잊으면서 살게 되겠지만, 에이프릴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모친일 존재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그가 떠돌기 시작한 시점은 7 세. 그 때부터 어머니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 나이라면 어머니의 존재를 자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강간을 통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그러면서 캐서린을 강간한 존재가 어쩌면 '마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에이프릴이 선천적으로 마력과 높은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라는 고찰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그가 나를 알고 있었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비행 기록 장치 관련 사고로 인해 살아남은 이들 중 한 명이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답을 찾게 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무언가를 가두고 있던 자물쇠가 풀려나며 그 무언가가 나에게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 슬라이드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상념의 집합에서 본 것을 하나씩 기억하려 하였다.
  '폭발하는 광경, 죽어 가는 사람들, 에이프릴...... 그처럼 여섯 개의 보랏빛 날개를 가진 소녀와 그 소녀가 들고 있던 비행 기록 장치...... 그리고, 손에 비행 기록 장치를 든 채, 사악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소녀의 목소리가 나에게서 떠올랐다가 사라져 갔다.
  "순수한 푸른 빛의 기사여........"
  그것은 나를 에이프릴이 칭하였던 바와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무 일 없이 지냈다고 생각했던 2 년 전의 어느 '하루' 에 내가 무언가 일을 겪었다가, 그로 인한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에 대해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
  '에이프릴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를 그렇게 칭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보라색 날개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것은 가끔 등장한다는 '타락한 요정' 의 상징이며, 요정이 작은 모습을 보이지 않음은 그 소녀가 여왕의 후보까지 올랐을 것임을 알린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요정의 여왕 후보까지 등극했다가 모종의 사유로 인해 타락했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에, 나는 캐서린을 강간한 이가 그 요정과 관련되어 있으며, 어쩌면 그가 부리던 '빛의 사역마' 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는 듯이 사실 추론이 나왔지만, 에이프릴에게는 하나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이프릴, 그리고 어느새 깨어난 엘리와 함께 하늘을 보면서 여러 별자리와 별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일도 해 주었는데, 별자리에 대한 전설을 들을 때마다 에이프릴이 무척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연회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보자면서 에이프릴의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잡은 채, 엘리와 함께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와 다시 연회를 관람하였고, 그 모든 일이 끝난 후, 밤이 깊어지면서 부족에 속한 이들이 하나둘씩 잠들기 시작하자, 나는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족장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그 이후, 족장은 나를 격려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어 작별 인사를 고하였고, 그 다음에 내가 시냇물을 건너 마을의 건너편에 이르면서 정말로 그 부족과 영원히 헤어져, 다시 초원의 중앙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그 무렵, 하늘 위에서 갑자기 원형으로 무지개 색 빛이 그려지기 시작하고, 그 고리가 불꽃을 일으키는 듯한 형상을 보이더니, 그 고리가 하나의 거대한 문이 열린 형상을 보이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그것이 '문' 임을 알리는 에이프릴. 그 이후, 라프라이아가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나에게,
  "이제 다른 공간계로 가실 수 있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자신은 이제 역할을 마쳤으니, 떠나겠음을 밝힌 다음에 그의 오른편 곁에 서 있는 라피엔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라피엔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라프라이아와 함께 남겠음을 밝히고서 그 이유를 언급하였다.
  "에이프릴 씨께서 요피아 언니를 잘 이끌어 주실 테니까요. 어차피, 저는 라프라이아 님을 만날 때까지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약속은 지키려 하고 있어요."
  그리고서 나에게 왼손을 내밀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내가 응하여 왼손의 손바닥을 내밀자, 오른손에 무지개 색을 내는 빛의 기운을 모이도록 한 이후에 그 빛의 기운이 나의 오른손에 놓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빛은 무지개색을 띠는 돌이 박힌 은색 반지가 되어 나의 왼손,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자, 라피엔이 미소를 띠며 그 반지를 가지게 된 나에게 그 반지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요정이 가질 수 있는 빛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반지에요. 언젠가 다가올 요피아 언니의 위기 때에 요피아 언니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정말일까?"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라피엔은 믿어달라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없을 테니 바로 작별 인사를 하겠음을 밝혔다.
  "저 문이 항상 유지될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이어 에이프릴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어서 가라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이에 알았다고 답하는 나. 그 때, 라프라이아가 나의 오른편에 이른 후, 라피엔을 안은 다음에 그런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지금껏 라피엔을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마워요."
  "고마웠어요, 요피아 언니." 이어서 라피엔이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 이후, 나는 그 인사를 한 이후에 라피엔을 안은 채, 그와 함께 나에게서 멀어지는 라프라이아와 라피엔의 모습을 보면서 해야할 일 중 큰 것을 하나 마쳤음에 대한 성취감을 잠시나마 느낀 다음에 그들과 반대편에 서 있던 에이프릴을 향해 돌아서고서 물었다.
  "에이프릴도 갈 길을 갈 거지?"
  "아니오, 저는 당분간 요피아 경과 함께 있으려 해요."
  그 물음에 에이프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하고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나도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러하다고 그 이유를 밝힌 다음에 바로 문을 넘어 다른 공간계로 가자고 말하고서 보랏빛 날개를 펼치려 하였다. 그리고 밝아진 목소리로 걱정을 하는 나에게 말하였다.
  "걱정 마세요, 어떤 수단으로든 간에 이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