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과 동행을 하게 된 이후, 문을 넘어 이른 곳은 이전에 들렀던 곳과 거의 상반되는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로 피로 물든, 아니 사실상 피로 이루어진 듯해 보이는 강물이 가로지르며, 그 주변 일대가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는 황량한 대지, 그 일부였다. 대지의 곳곳에는 옛 문명의 잔해로 추정되는 성벽과 신전, 그리고 각종 거대 병기들과 탑의 잔해들이 널려 있어서 과거에는 번영한 문명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임을 나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멸망한 문명의 흔적, 그 일부인 곳이려나."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그렇게 말할 무렵, 우측에서 엘리를 왼편 곁에 날게 하면서 나와 동행하던 에이프릴이 그런 나의 말에 대해 그러할 것이라고 언급하고서 과거에 번영하였다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파멸한 곳이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주문서는 잘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우측 치마 주머니에 주문서가 그대로 들은 모습을 확인한 이후에 "응." 이라고 화답한 다음에 "아직도 무사하네." 라고 미소를 띠며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 폐허에 이른 후, 나는 좌우에서 곡선을 그리며 나를 향해 몰려오는 것으로서, 네모난 배의 형상을 한 기계 병기들을 푸른 빛 줄기를 이용해 제거하고서 그 뒤를 따라 거대한 배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안에 사람의 형상을 한 기계 병기 5 대가 나란히 타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왼손의 반지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반지에서부터 하얀 빛이 나오자, 그것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와 함께 생겨나는 나의 키 만한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작살. 그 작살을 손에 쥐자마자 나는 그 배의 머리 부분을 향해 작살을 던졌고, 그 작살은 이윽고 배의 머리 부분에 파고들더니, 이윽고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충격으로 인해 머리 부분이 폭발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하는 배. 그 이후, 배에서 다급히 내려 각자 등에 매고 있던 길다란 총을 두 손으로 쥐는 병사들. 이에 에이프릴이 엘리를 뒤에 두고, 권총으로 이들의 머리를 하나씩 사격하여 머리들만 파괴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이 목표 없이 총격을 가하자, 이들을 피해내며 왼손에서부터 번개 줄기들을 쏘아보내 하나씩 가슴을 궤뚫도록 하여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에도 배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때마다 나는 반지에서 나오는 빛으로 작살을 만들어 던져, 배의 머리를 관통, 그로 인해 배가 폭발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뛰쳐나온 병사들을 에이프릴이 파괴하는 과정을 거쳐 병기들을 제압해 나아갔다.
  그러다가 잠시 후, 더 이상 그런 병기들이 나오지 않게 되자, 이번에는 두 긴 다리를 가지고 민첩하게 뛰어오르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써, 머리에 길다란 포신을 장착한 것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내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로 이들의 민첩한 움직임에 대처, 하나씩 격추해 나아갔다. 하지만 1 기를 격추할 때마다 3 줄기씩 빛 줄기를 들여야만 했고, 그 중 일부는 포신에서부터 발사되는 광선과 폭발 후, 보라색 구체를 방출시키는 폭탄으로 나를 위협하기도 하였다.
  그들을 공격해 제거하는 도중에 폭탄을 피하다가 광선에 맞닿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나의 왼손에 끼워진 반지가 빛을 발하더니 나의 앞으로 반구체 상의 하얗게 빛나는 방호막이 생겨나 광선을 막아낸 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놀라다가 나는 그 방호막이 라피엔이 발생시키던 것과 동일한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 반지가 라피엔이 가졌던 힘을 그대로 보이는 것이리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자신이 떠난 이후, 나에게 힘을 보탤 수 없게 되니까, 이런 식으로 나에게 자신의 힘을 전해주려 한 것이었나."
  그 이후,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앞서 가는 에이프릴, 그리고 엘리를 따라 다급히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 때, 엘리가 강을 바라보며 불길하다는 느낌을 전해주려 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이에 나와 에이프릴 모두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 핏빛을 띠는 강 위에서 해골들이 솟아오르더니, 나와 에이프릴을 향해 핏물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이에 다급히 피해내는 모습을 보이는 에이프릴. 그 때, 엘리가 날카롭게 울음소리를 내더니 눈에서부터 광선을 발사, 그 해골의 미간을 직격하도록 하였다. 그와 함께 미간이 녹아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해골 전체가 녹아내려 핏덩이로 변하면서 강물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병기들을 태운 배들과 네모난 전투 비행 병기들, 그리고 짤막한 창의 날처럼 생긴 병기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하자, 이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아가며 앞길을 열어갔다. 그러면서 폐허를 지나가다가, 에이프릴 그리고 엘리의 좌측 곁에 이르자, 엘리가 갑자기 울음소리를 내고, 그에 이어 피로 물든 해골들이 좌우에서부터 다가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이에 내가 곡선을 그리는 빛 줄기들로 타격을 가해 이들이 녹아내려 지면으로 떨어지도록 할 무렵, 에이프릴이 나에게 외쳤다.
  "지면에서부터 또 유해들이 나오고 있어요, 조심하세요!"
  "예!" 그러는 동안 지면에서부터 솟아올랐을 피로 물든 해골들이 녹슨 창을 들고 달려오고 있는 것을 겨우 발견해 빛 줄기로 격퇴하여 다시 지면으로 떨어지도록 하였다. 그 이후, 한 동안 지면과 강물에서부터 피로 물든 해골들이 창의 날처럼 생긴 기계 병기 및 소형 기계 배처럼 생겼으며 포신에서부터 포들을 연사하는 대형 병기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그 때마다 내가 병기들의 공격 및 파괴를, 에이프릴이 해골들의 제거를 맡았다.
  엘리를 보호해야 할 입장이기도 한 탓에 일단 병기들을 제거한 후에는 에이프릴을 도와주러 갈 생각을 갖고는 있었으나, 소형 기계 배가 포신들을 전부 제거하고, 이어서 뒤쪽에 위치한 구동 기관까지 파괴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결국 에이프릴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배를 격침시킨 후에 다급히 에이프릴을 향해 다가갔을 무렵, 다행스럽게도 에이프릴이 엘리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엘리는 무사했다.
  "엘리도 여러 번 저를 도와주었어요. 배에서부터 발사되는 함포들의 위협을 눈에서 광선을 발사하여 막아내거나, 날개의 깃털로 유도 미사일들을 끌어내느라. 쉽지 않은 일이었네요."
  그리고 일단 다행스럽게 상황이 종결되었으니, 이제 가자고 말한 다음에 자신이 먼저 엘리를 데리고 앞길을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해골들로 이루어진 탑과 구덩이에 묻힌 유해들, 그리고 피로 물든 강가에 잠긴 해골들의 모습을 보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강물, 그리고 대지에 죽은 후, 저주받은 이들의 유해가 가득하다는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에 이런 부류의 자들이 계속 나오는 건지."
  그 목소리를 내고서 에이프릴은 무분별한 군주의 폭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되고, 번영했던 문명이 폐허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다음에 살아남은 이가 있다면 증언을 듣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 나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요피아 경이나, 저나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군주의 무모한 정책으로 저런 희생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어쩌면, 저런 세상의 사람들이 유별나게 불행했을 수도 있겠지요. 저렇게 죽어서는 마법 군주의 저주로 인해 짐승 같은 삶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게." 이에 내가 그렇게 화답하고서 그 원흉을 보면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당장에 해야할 일은 아니니, 어서 폐허 구역을 떠나자는 말을 그에게 건네면서 비행 속도를 늘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면을 바라보는 도중에 두 사람이 피로 물든 작은 강줄기를 따라 걷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고, 이에 나는 어쩌면 그 사람들이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나 그 후예로서, 이전까지 있었던 일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서 그들을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중 한 사람의 모습은 분명히 봐서 기억하고 있었다. 평범한 체격에 긴 겉옷과 하얀 상의, 그리고 하얀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보라색 천을 모자처럼 머리에 두른 남자. 이전에 만났던 에즈라가 이끌던 상단에서 만났던 그 남자, 무하카트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떻게 그가 에즈라의 상단을 벗어나 이 곳에 이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그를 만난 이후에 그에 대해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옆에는 새의 모습을 인격화한 듯해 보이는 이가 걷고 있었으나, 이전에 만난 타룬과 달리 새의 깃털 위에 은색을 띠는 흉갑과 배갑을 걸치고, 그 아래에 짧은 스커트를 걸치고 있었으며 손에 초승달 모양의 날이 달려 있으며 자루가 긴 금색 창을 들고 있었고, 타룬보다 훨씬 용감해 보였다.
  '무하카트 아저씨부터 만나보도록 하자.'
  그 이후, 나는 왼편에 위치한 무하카트의 바로 뒤에 이른 다음에 그의 이름을 불러 그가 잠시 돌아서도록 하였다. 그 때, 무하카트가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나를 보면서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호오, 요피아로구나, 오랜만이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인연도 우연 같지는 않은 듯 하다."
  그리고 나에게 이전에 자신이 주었던 주문서는 잘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예." 라고 화답하고서 오른손으로 그것을 꺼내 보이며 잘 가지고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뒤따라 에이프릴 그리고 엘리가 내려온 이후, 그들과 함께 무하카트 그리고 새의 얼굴을 한 남자의 길에 동행하려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에즈라 아저씨와 함께 상단에 참가하셨었는데, 어떻게 이 곳에 이르신 거예요?"
  그러자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무하카트. 그리고서 그는 잠을 깨고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자신이 그 폐허에 와 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이전에도 한 번 와 봤던 곳이며, 그래서 그 곳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는 언급도 나에게 하였다. 이에 에이프릴이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폐허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도 아시는 거예요?"
  이에 무하카트는 옆에 있는 이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서 소개를 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나는 그를 통해 그 남자의 이름과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키타파르 엘셰(Kitafar Elsche)'. 폐허 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동부 지역 사막에 거주하는 이로서, 근래에 폐허 지대에 머무르며 폐허 지대가 멸망한 요인을 찾고 있는 이이기도 한 자. 동부 지역에 위치한 아바르(Avar) 족의 전사로서, 한 전사 집단을 이끄는 존재이기도 한 이라고 한다. 키타파르는 폐허 지대에서 흑마술로 영혼을 빼내고 자신의 형체는 유골만 남겨 삶을 유지하고 있는 마법사들과 과거의 파멸극에서 살아남은 노병들로부터 진술을 얻어내면서 폐허 지대의 생성 요인을 알아냈다고 한다.
  그런 남자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나는 키타파르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잠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다소 무거우면서도 낙천적인 목소리로,
  "언급한 대로, 제 이름이 키타파르 엘셰라 합니다. 잘 부탁하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어서 나와 에이프릴이 한 번씩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그에게 하였다. 그 이후, 에이프릴이 키타파르에게 폐허 지대의 생성 요인에 대해 알고 있다면, 설명을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자기 자신은 자신의 설명은 상념들을 늘어놓는 수준에 불과하기에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무하카트에게 자신을 대신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렇게 되었다면 할 수 없겠소이다, 엘셰 경. 제가 하지요."
  이에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처음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 곳에는 본래 번영한 문명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피로 물든 한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그러다가 겨우 다리를 발견해 다리를 건널 무렵, 낡은 창을 든 해골 10 여 개체가 대지에서 깨어나고, 그 모습을 본 키타파르가 이들을 형해 전진, 이들을 창으로 거의 일방적으로 베어내다시피 하면서 제압하여 다시 대지에 묻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따라가는 동안 키타파르가 나의 왼편에 위치하면서 말하였다.
  "저러다가 때가 되면 또 다시 깨어나겠지요. 저주받은 대지에 묻힌 자기 자신을 원망할 일입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그 팔렌츠 황제가 없었다면, 차라리 왕국은 평화로웠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에이프릴이 엘리를 안은 채, 나의 좌측 근처에 이르자마자 자신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하였다.


  "시대를 역행하는 짓을 그런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행해도 되는 것이었을까요."
  그러자 내가 당혹스러워하며 그에게 묻자, 키타파르는 "없었겠지요." 라고 화답한 이후에 그에 대한 언급을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행하였다.
  "기존의 귀족들은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습니다. 하지만 팔렌츠 1 세는 그저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모든 것을 행했지요."


  "신을 벌하겠다고 나선 것이겠지요?"
  이에 황당해하며 내가 그에게 물었고, 그러자 무하카트는 "그러하겠지." 라고 화답한 이후에 그 이후부터 요정의 힘을 받은 분노한 백성들의 반란이 황제가 없어지고 수도가 빈 틈을 타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자기 자신이 마법사들과 함께 재앙을 일으킨 주제에 어딜 감히 신을 원망하는지 몰라."
  이에 에이프릴은 팔짱을 낀 채, 분노하는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내가 겨우 그를 진정시킨 다음에 이야기를 계속 들으라 말하였다. 그리고 그에 이어 키타파르가 그런 그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검은 아우라의 기사단' 은 분노한 민중들과 함께 수도까지 진공하였으며, 그러는 동안 제국의 영지들을 자신들이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서 파멸시켜 역시 수많은 민중과 기사들이 파멸하여 대지에 누워버리는 운명이 그 암울해진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렇게 대지가 황폐해진 것이지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