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에이프릴이 잠든 후, 나는 잠시 하늘 저편에 보이는 별들로 시선을 향하면서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고는 하였다. 그 순수한 영혼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 그들을 볼 때마다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실상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다가, 내 눈앞으로 한 사람이 신전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나는 누구일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어
신전의 밖으로 나아간 이후에 그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더욱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내 앞으로 이전에 내가 보았던 초록색 긴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이로서 꿈속에서 보았던, 폭이 좁고 긴 소매를 가진 원피스로서, 앞 부분이 트인 붉은 옷을 입고
있으며 붉은 구두로 두 발을 감싸고 있는 얼굴 색이 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여인. 그는 틀림없는 예량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놀라면서
나는 그 이름을 불렀다.
"예량......!" 그러자 여인은 그에 반응하는 듯이 잠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는 나에게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향해 돌아섰고, 이어서 나의 곁을
떠나려 하였다. 이에 내가 다급해 하면서 그런 그를 뒤쫓으려 하였으나, 그에게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는 신기루처럼 나의 눈앞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멍하니 찬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로 시선을 향하는 채, 조용히 "푸른...... 신기루였나?
(1)" 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다음에 다시
고개를 들고 하늘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짓던 예량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예량 씨, 죄송했어요, 지금껏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서......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이후에는 반드시 만나러 올게요. 당신께서 제가 만나고자 했던 사람인지 아닌 지를 상관하지 않고."
그렇게 약속의 말을 하고서, 나는 잠시 먼 앞의 사막으로 시선을 향한 채, 가만히 서 있으려 하다가, 신전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발걸음을 옮겨 신전으로 돌아간 다음에 제단의
내가 앉았던 자리에 다시 웅크리며 앉으려 하였다.
그 이후, 나도 이제 잠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고 정말로 잠들기 시작하였다. 그 잠은 한 동안 계속 이어졌으며, 에이프릴이 나를 깨우기 전까지는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환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척 피곤했기 때문이었을까.
"요피아 경, 이제 일어나셔야 해요, 어서!"
그러다가 그가 나를 부르면서 깨우고, 뒤를 이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다시 눈을 뜨고 나의 바로 앞에 앉은 에이프릴과 그 오른쪽 어깨에 앉은 엘리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 이후 나는
일어나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밖으로 나아가면서 기지개를 펼쳤다. 그러는 동안 주변을 살피면서 아직 날이 밝지 않았음을 알아차린 후에 신전의 중심에 머무르고 있던
에이프릴에게 물었다.
"응? 에이프릴, 무슨 일이야? 문이 공중에서 열린 모습을 보았니?"
"예, 방금 전에 확인했어요."
그 물음에 에이프릴이 그렇게 답하고서 밖에 나간 다음에 신전의 바로 위를 확인해 보라는 부탁의 말도 건네었다. 이에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 나는 신전을 벗어난 이후에 다시 모래밭으로 나아가,
신전의 바로 위, 그 높은 곳에 하얗게 빛나는 테두리를 가진 원형을 이루는 '문' 이 열린 모습을 확인하였다. 그러는 동안 잠이 덜 깨어 멍해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
무렵, 에이프릴이 어깨 위에 엘리가 앉도록 하고 있는 채, 문으로 시선을 향하는 나에게 물었다.
"어때요? 정말 문이 열렸지요?"
"응, 이제 저 문을 통해 다음 공간으로 가면 되겠네."
그 이후,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어서 나아갈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신전 근처의 기둥에 잠들어 있는 키타파르를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결국 그와는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지도 못하고 가네."
라고 말하는데, 나의 오른편 근처에서 무하카트가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이제 떠나는 건가, 요피아." 이에 나는 무하카트를 향해 돌아섰고, 그러면서 그렇다고 화답하였다. 그러자 무하카트는 전례가 없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래, 지금까지 나와 함께 있느라 수고 많았다. 앞으로 더욱 험난한 여행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너라면 그 모든 여정을 잘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라고 말한 다음에 에즈라로부터 받은 물건은 잘 간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예." 라고 답을 하고서 왼쪽 넷째 손가락에 낀 별 모양 무늬가 새겨진 돌로 장식된 반지를 주먹을 쥔 채,
그 반지의 장식이 앞을 향하도록 주먹을 쥐고 그것을 앞으로 내미는 모습을 보이며 말하였다.
"이 물건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래, 잘 가지고 있구나." 그러자 무하카트는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말하였고, 이어서 내가 다시 손을 내릴 무렵, 다시 나에게 자신도 키타파르와 함께 있어야 하기에 헤어져야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작별 인사를 위해 다가왔음을 밝혔다. 그리고 나와 그 왼편에 선 에이프릴의 모습을 한 번씩 둘러보며 밝아진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나도 네파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같은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말하는 것이다만, 그런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경우,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비극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그 점을
유념하며, 반드시 그 자의 폭거를 저지하도록 하여라, 닿지는 않을지는 모르지만, 나도 그런 너희들이 승리하기를 기원해 보마."
라는 말을 건네고서, 그에 이어서,
"자아, 이제 시간이 없으니, 어서 떠나거라, 문이 곧 닫히겠구나."
라고 어서 문으로 나아가라는 말을 남긴 다음에 곧바로 신전의 안으로 들어가며 나의 눈앞에서 그 모습을 감추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여전히 활짝 열린 '문' 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에이프릴이 그런 나에게 어서 문 너머로 나아가자는 말을 건네었다.
"요피아 경, 이제 출발하도록 해요. 무하카트 씨 말씀대로, 지금 이후로 언제 문이 닫힐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자." 이에 나는 다시 신전으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 강가로 발걸음을 옮긴 다음에 문으로 시선을 향하며 보라색을 띠는 3 쌍의 칼날
모양 날개를 펼치는 에이프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문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에이프릴에게 다가간 이후에 그의 바로 앞에 서서 물었다.
"정말, 저 문이 네파리아라는 이가 열어준 문이려나."
"그렇다고 믿어야 하겠지요, 일단은." 그러자 에이프릴이 그 물음에 차분하게 답을 해 주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