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10a.
  그 이후, 일행을 이루는 4 인과 모든 위험한 상황이 끝났음을 알아차리고 있던 엘리는 회랑의 너머, 포칼로르가 위치하던 곳에 이르러 그 중앙에 새하얀 두 쌍의 날개를 펼친 채, 힘없이 주저앉은 네파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 동안 그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드러내며 넋을 잃은 목소리로 넋두리에 가까운 말을 이어갔다.
  "그것들은 분명, 나의 것이었는데...... 그래, 그렇게 나에게서 떠나가, 다른 이의 것이 되었던 건가, 그 자가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 하지만...... 그래도...... 그 힘은, 나의 것이었을 터인데...... 하지만...... 이제 때는 늦었어, 더 이상 그것들은 내것이 아니야...... 여기 있는 이 모든 것도 이제는 내 것이...... 아니겠지......."
  그리고 절망에 찬 목소리를 내며 넋두리를 이어갔다.
  "그래....... 나에게는 이제 그 마력이 없어....... 그러면 나를 보호하던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겠지...... 그리고, 나도 결국, 내가 파멸시켰던 모든 이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거야....... 그러면, 내가 죽은 이후에는...... 그들은 나를 짐승처럼 노리고...... 뜯어먹으려 하겠지...... 자신들을...... 파멸시킨 대가로서...... 하지만, 두려워...... 나는...... 나는......."
  그 때, 에이프릴이 그런 그에게 다가간 이후에 총구가 그의 머리를 향하도록 하며 그를 내려다보려 하고서, 총을 장전시키기까지 하였다. 곧 그의 머리를 쏘아 죽이겠다는 의도에 의한 일인 듯해 보였다. 그러는 동안 엘리는 그런 에이프릴을 따라 네파리아의 곁으로 나아갔으며, 그러면서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기도 하였다.
  그 때, 그의 총을 장전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의 머리를 총구로 에이프릴이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며 네파리아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는 에이프릴을 올려다보기 시작하였다.
  "살려 줘...... 이젠 끝났잖아...... 그러니까......."
  그 후, 네파리아는 기운 없는 목소리를 내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어째서지?" 라고 물었고, 자신은 이미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바 있음을 밝힌 후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신에게 구할 것이며, 자신에게 구하지는 말라는 말도 건네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네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네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이에 그가 다시 애원의 감정을 드러내며 부탁하자, 에이프릴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가 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리려 하였다.
  "첫째로, 너는 요정으로서, 그 법도를 어겼어. 그리고 순수함을 지켜야 한다는 요정으로서, 타락의 극을 보이기까지 했지. 그런 이들을 살려두면, 요정의 나라에 있어서 좋지 못한 선례가 되어, 너와 같은 타락한 이가 다시 나타나게 되는 계기가 될 거야. 그러하다 보면, 결국 요정은 악인으로 지목되어 멸망하고 말겠지. 이것은 곧, 한 세계의 멸망이라는 결과와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하나의 종족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기본 단위이니까. 이런 세계 자체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는 행위는 사형과 같은 최악의 형벌로 다스려져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원리 원칙에 부합되는 일이겠지."
  그리고서 그는 분노의 감정을 계속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둘째로, 너는 수많은 이들을 타락시키고, 또 파멸시켰으며, 너를 믿던 수많은 이들을 속였어. 그런 마당에 너를 살리면, 정의가 바로잡히지 못하게 되고, 또 너에 의해 상처를 입은 모든 이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돼. 셋째로, 너는 악마의 주술을 활용하고 있으면서, 모든 것을 초월한 자라 행세하며, 세상과 신을 능멸하려 하였어. 나는 흑마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단심문관이나 마녀사냥꾼은 아니야. 하지만, 그런 능멸 행위를 위해 주술을 사용한다면, 너를 나는 '사악한 마녀' 로서 처단할 수밖에 없겠지, 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의 누구라도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야."
  그리고 이제 알겠느냐고 말하고서 총의 방아쇠에 검지손가락을 걸고, 당길 준비를 하였고, 그러는 동안, 엘리는 앞발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네파리아는 슬퍼하면서 뭐라 말하려 하였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하고서, 다급히 그런 그의 곁에 이르려 하였다. 그리고 주저앉은 네파리아의 바로 뒤에 이른 다음에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에 오른손으로 카리나를 소환, 카리나가 방호막을 만들어 네파리아를 감싸도록 하였다. 그 이후, 무언가 나타난 듯한 소리를 들었는지 엘리가 두 앞발을 눈에서 뗀 이후, 방호막을 보고서, 울음소리를 내며 무언가 일이 일어났음을 알리고 있었지만, 이번의 에이프릴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당겨지는 방아쇠. 그와 함께 총탄이 발사되었으나, 카리나의 방호막에 의해 막혀, 네파리아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카리나를 이용해 총탄을 막아낸 나를 바라보는 에이프릴. 그리고 그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힘을 잃은 순간, 네파리아 폰 페네아는 죽었기 때문이지. 그 대신 공포와 절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이 남은 한 요정이 남았을 따름이지."
  그리고 그가 끝까지 자신의 사악함을 잃지 않았더라면, 그가 방아쇠를 당기도록 내버려두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시점에서 그가 복수를 위해 방아쇠를 당길 자격은 없어졌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러자 에이프릴이 그런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요피아 경.......!"
  "더 이상 나서지 마." 이에 나는 그렇게 그의 물음을 자르고, 그에게 그 시점에서 총을 쏘았다면, 에이프릴에게 쓸데없는 죄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그에게 건넨 이후에 이어 다른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하시던 라프라이아 님께서도 저 앞의 아이가 죽는 것을 원하시지는 않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껏 같이 여행을 하면서 추억을 남겼던 나 역시 저 앞의 아이가 이런 식으로 죽어, 그 영혼이 비참한 세계로 떠나가,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
  그 이후, 나는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그를 태어나게 한 자에 대한 추측의 말을 그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캐서린 역시, 지금의 일로 인해 에이프릴이 죄를 받게 되는 것을 원하고 계시지는 않을 거야, 비록 저 앞의 아이로 인해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하나 안게 되었다지만."
  그러자 그는 한 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가 총을 다시 오른쪽 허리에 매어 놓았다. 그리고, 엘리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울음소리를 낼 무렵, 다시 고개를 든 후, 차분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기는 하네요. 아까 전에는 캐서린 씨께서 당한 일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그를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기억은 이제 잊으라고 말하고서, 두 번이나 그를 파멸시키고, 더 나아가 그가 모든 힘을 잃게 한 것만으로 충분히 그의 원수를 갚은 것임을 밝힌 다음에 그에게 네파리아도 캐서린을 죽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납득이 된다. 힘을 다 잃고 무력해져 절망에 빠졌으면, 사실상 이전의 인격은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잖아."
  이에 쟈오링도 왼손을 허리에 올린 채, 뒤에 서 있으면서 그런 말을 나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중추의 컴퓨터 시설을 파괴했으니, 이제 도시의 동력원을 공격하기 위해 나서야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에이프릴이 엘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를 향해 돌아선 다음에 그를 안고서 "듣고 있었어?" 라고 말한 다음에 "걱정했었어, 지금까지?" 라고 다시 묻기도 하였다. 이에 엘리가 밝게 울음소리를 내자 환하게 미소를 띠며 이제 위험할 일은 없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고서 지금껏 잘 참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사리나에게 다가가 그에게 부탁을 하였다.
  "사리나 양, 혹시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이 아이를 세니티아로 데려가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사리나는 이제 네파리아는 사실상 모든 것을 잃고 무력해졌기에 요정의 나라로 데려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화답한 다음에 어디로 데려가면 될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내가 답하였다.
  "레미아(Lemia) 에 위치한 라미스(Ramis) 학교에 데려다 놓으세요. 그리고 제가 올 때까지 당분간 그 곳에서 일을 하도록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해 주시고요. 처음 1 ~ 2 주 간에는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모를 수도 있으니 다리에 족쇄를 채우라고 부탁하세요."
  "예, 알겠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 그를 맡기도록 하지요."
  이에 사리나는 알겠다고 화답한 다음에 두 손으로 주저앉은 네파리아를 안았다. 그 때, 내가 한 가지 부탁이 더 남았다고 말한 다음에 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라피엔 미르카란(Lapien Mirkaran) 이라고 칭해주시고, 마을에 사시는 분들께, 그 이름이 그러하다고 알려드리기도 해 주세요. L, A, P, I, E, N 그리고 M, I, R, K, A, R, A, N. 그래야 요정의 나라에 발각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아시겠지요?"
  "예." 이에 사리나는 다시 한 번 알겠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회랑 위쪽의 상공을 바라보며 이제 떠나도록 하자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무언가 불안할만한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지, 엘리가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는 울음소리를 잇달아 내기 시작하였고, 이에 에이프릴이 그런 엘리를 안은 채, 물었다.
  "엘리, 왜 그래? 무언가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는 거야?"
  그 때, 갑자기 공간 전체가 무너지려는 듯이 격렬한 진동을 일으키자, 주변 상황을 바라보다가 엘리에게 그런 조짐을 느끼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내었다. 그 이후, 그는 계속 주변을 둘러보고 회랑의 위쪽으로도 시선을 향하다가, 나를 향해 돌아선 다음에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현상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마력의 공급이 끊기면서, 도시의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바로 탈출해야만 무사할 수 있으니 서둘러 이 곳을 빠져나가도록 하지요."
  그리고 엘리에게 온화한 목소리를 내고서 이제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서 그를 놓은 다음에 날개를 펼치는 그를 보면서 최대한 빨리 날아가야 한다고 충고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의사를 엘리가 에이프릴에게 드러내었다.
  그 이후, 일행은 나, 그리고 의식을 잃은 네파리아, 아니 라피엔을 안은 사리나가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어 에이프릴과 쟈오링이 뒤를 따르는 대열을 이루며 격렬히 진동하는 회랑을 따라 지하 구역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엘리는 처음에는 에이프릴의 곁에 이르고 있다가, 그 이후에는 자신이 주인보다 앞서, 나의 곁에 이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비행을 행하며 회랑을 탈출하기 위한 시도를 행할 무렵, 갑자기 엘리가 뒤쪽을 바라보며 무서운 것을 본 듯이 다급히 울기 시작하자,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와 함께 놀랄만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뒤에서 이전에 라피엔의 몸에서 빠져나온 망령들이 나를 노리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었다. -사리나에게 안긴 라피엔을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나는 다급히 픽시아를 소환, 곡선을 그리는 푸른 빛 줄기를 방출하면서 그 망령들 중 가까이 온 이를 격추시켜가며 탈출을 계속 시도하였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회랑에서 폭발에 의한 폭염이 생성되고, 또 그 불길이 격해져 회랑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망령들은 계속 추격해 오며, 나를 노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나는 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면서 계속 위로 오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눈앞으로 자그마하게 나마 하늘과 이어진 출입구를 발견, 그 모습을 보고, 출입구가 멀지 않았음을 알리며 더욱 속도를 내려 하였다. 그 무렵, 회랑의 내벽이 무너지고, 그 아래쪽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망령들 역시 불길에 휩싸여 갔다. 그리고 그들은 절망스러운 고통에 휩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길 속에서 일시에 사라져 갔다.
  그 이후, 나는 앞서던 엘리와 함께 탈출구를 통해 다시 지상으로 나오고, 그에 이어 라피엔을 안은 사리나가 뒤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에이프릴, 그리고 쟈오링이 무사히 탈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와 회랑이 위치하던 곳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내가 지나온 회랑이 도시의 북부에 위치한 거대한 탑과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탑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으며, 다른 도시 구역 역시 불길에 휩싸이고, 거리의 곳곳에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으며, 시가지 곳곳에 폭탄이 폭발하는 듯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내가 남쪽 먼 곳으로 시선을 향하여 그 모습을 보려 하였다. 내가 도시 지하로 진입할 때 활용하였던 제어 탑은 이미 불길에 휩싸인 채, 무너지고 있었고, 다리들 역시 끊어져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도시가 불길에 휩싸여 있는 동안, 십자가의 형상을 이루는 도시의 외벽과 시가지 모두 격하게 진동하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도시는 언제 폭발하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 때, 에이프릴이 어서 도시를 떠나자고 말한 이후에 엘리가 도시의 좌측 -서쪽- 을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내고, 그 곳으로 시선을 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에이프릴은 먼 곳에 작은 섬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음을 알리고서 그 곳을 임시 거처로 삼자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쟈오링이 그런 그를 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 고양이가 알려주었구나. 예전에도 그랬지만, 참 여러모로 똑똑한 고양이야, 저 아이는."
  "그렇지요." 이에 에이프릴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고서 엘리와 함께 자신이 앞장서며 도시의 시가지 좌측 상공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참 비행을 행해야 하니, 그 도중에 도시가 파괴되는 광경 속에 있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언급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잠시 왼편으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그 먼 앞에 정말 작은 섬 하나가 공중에 떠 있음을 확인하고서 사리나에게 그 곳으로 가자는 말을 전하였다. 그 이후, 일행은 에이프릴이 앞장서고, 그 뒤로 나와 사리나가 따르며 후열에 쟈오링이 위치하고 있는 대열을 이루면서 네파리아의 망상에 의해 세워진 '왕국의 도시', 그 상공에 이르고서 도시를 벗어나려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비행을 행하는 동안 나의 주변으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또 폭발에 의해 생겨난 불덩어리가 솟아오르며 위협을 가하였지만, 그 때마다 기민하게 피하면서 불에 의한 피해를 입는 일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도시의 외벽도 폭발에 의해 부서지고 있었으며 동부의 외벽은 아예 붕괴하여 도시의 시설들을 무너뜨리기도 하였다.
  한참 정신 없이 비행을 행할 무렵, 나는 어느새 도시에서 벗어나 그 너머의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어느 정도 도시와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에 잠시 공중에 멈추어서 도시의 마지막 모습이나마 보려 하였다. 이미 서쪽 외벽도 붕괴되었고, 북쪽의 거대한 탑도 중간 부분이 꺾여 무너진 이후였다. 그렇게 도시는 계속 폭발과 불기둥 분출을 거듭한 끝에 수차례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이어서 중심에서부터 격한 폭풍과 함께 폭염이 발생, 도시의 형체 전체를 휩쓸어 버리면서 파괴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 이후, 격한 화염과 폭풍을 이번에는 도시의 중심에서부터 생성된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뒤덮어 폭발과 함께 튀어나간 도시의 건축물과 방벽의 잔해까지 완전히 삼켜버렸고, 그 빛과 함께 도시의 모든 것이 완전히 소멸, 하늘에 떠 있던 도시는 입구의 회랑을 제외한 모든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끝났구나.' 이에 내가 그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한 이후, 다시 돌아서서 이미 에이프릴 등이 섬을 향해 나아가며 나와 멀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자마자 다급히 그들을 쫓아 나아가려 하였다.
  그렇게, 네파리아가 자신의 망상과 야욕을 위해 건설하였던 왕국은 네파리아의 힘이 사라지면서 유지를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소멸하였다. 아마 지금 이후로는 그 도시를 기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굳이 기억해 달라고 강요는 하지 않겠다.

Inter 10b.
  그 이후, 일행은 섬의 한 곳에 모여 앉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사이에 앉아 있으면서 쉬고 있었다. 지금껏 휴식을 거의 하지 못해 피곤했는지 엘리를 두 손으로 안은 에이프릴의 곁에 머무르고 있던 쟈오링은 기절한 듯이 잠들었고, 사리나 역시 나의 곁에 웅크리며 잠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 나란히 앉아있던 나와 에이프릴 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런 일을 무사히 끝내고 돌아오면, 무공 훈장 같은 거, 받지 않아?"
  "예, 그렇죠." 이에 에이프릴은 그렇다고 답하고서 아메리고스에서는 MOG(Medal Of Glory) 라는 훈장이 있어서 무공이 뛰어난 전사들에게 그 훈장이 지급된다는 말을 하였다. 전투 중에 유별난 공적을 세운 영웅적 전사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전 네파리아의 왕국 공략전 때 한 번 훈장을 받은 바 있어요, 그 모든 것을 제가 다 처치하여 아메리고스의 안위 보장이 이루어졌다 하여."
  그리고 그 훈장을 이제 한 번 더 받게 생겼다고 말한 다음에 나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
  "이제 나이 15 세인데, 벌써 무공 훈장을 2 개나 받는 것, 이상한 일이라 생각되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첫 번째 훈장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처소에 잘 간직되어 있음을 밝히고서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두 번째 훈장을 받으면 그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그가 바로 화답하였다.
  "만약 받게 된다면, 캐서린 씨께 훈장과 함께 나오는 반지라도 선물로 드릴 거예요."
  "그래?" 이에 내가 그렇게 묻자, 그는 답으로써 캐서린에게 원수를 갚았음을 알리면서, 자신을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일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좋은 일이야, 그런 것은."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꼭 훈장을 받고, 캐서린에게도 선물을 전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에이프릴은 전에 없던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알았어요." 라고 화답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라피엔을 잘 맡아줄 것을 부탁하는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내가 바로 답하였다.
  "걱정 마, 다시는 나쁜 짓 저지르지 못하게 잘 교육시켜 놓을 테니까."
  "알았어요." 이에 에이프릴이 바로 그렇게 말하였다. 그 이후, 그는 엘리를 자신의 왼편 근처로 날아오르도록 한 이후에 왼팔의 새끼손가락을 내밀고서 약속하자고 말하였고, 이에 나는 "어린애냐." 라고 말하면서도 그런 그에게 오른팔의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이후, 나와 에이프릴은 서로 손가락을 거는 것으로써 약속의 의식을 하고, 이어서 두 사람이 각자의 손이 돌아가도록 하자, 에이프릴이 그런 나에게 말하였다.
  "이렇게 의식까지 행하셨으니, 이제 약속은 지키시며 사셔야 해요, 아셨지요?"
  "그래, 마음 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지."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 때, 엘리가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온 후에 환하게 울음소리를 몇 번 내자,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집에 가게 되니, 기쁜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엘리는 밝게 목소리를 다시 내었다. 그러자 그는 엘리를 두 손으로 안고서, 미소를 짓는 엘리에게 말하였다.
  "좋아, 집에 가는 거야. 그 이후에 함께 놀러가기도 하자, 알겠지?"
  그러는 동안 엘리는 그런 에이프릴의 왼쪽 볼을 부비고 있었고, 이에 에이프릴은 그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런 그의 행동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 이후, 쟈오링이 다리를 오른편으로 굽힌 채, 깨어나서 엘리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에이프릴의 모습을 본 이후, 그에게 본래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면, 자신도 데려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에이프릴이 그 이유를 묻자, 잠을 덜 깬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네가 집에 가면, 정부 측에서 MOG 인지 뭔지 하는 훈장을 줄 것 아니야, 그 훈장, 이번에는 나도 같이 받자."
  "그렇게 하시려고, 집에 직접 가시지 않고.......!?" 이에 당황하며 에이프릴이 그렇게 묻자, 그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서 그렇게 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말을 하였다.
  "이렇게 훈장이라도 받아야 보람이 있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일반 요원의 봉급 몇 개월 치 보수만 주고, 끝이거든. 비밀 요원이기에 어쩔 수 없긴 해도, 무언가 보람될만한 것은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어."
  이에 에이프릴은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한 번 만이라고 말한 다음에 그 이후부터는 이상한 마음먹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띠며 "농담이야." 라고 말하고서, 훈장을 받겠답시고, 집에 가지 못하게 되는 일을 겪는 것은 싫다고 화답한 다음에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
  "뭐니 해도, 결국 집이 최고 아니겠어~!"
  "그렇지요." 이에 에이프릴은 당황하면서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말하였다.

  그러다가 사리나 역시 깨어날 무렵, 갑자기 일행의 앞쪽, 그 먼 곳에서 초록색을 띠며 그 너머로 요정의 나라에 위치하고 있는 숲과 '생명의 빛'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수정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이는 문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며 문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휴식을 마치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 이후, 우선 사리나가 다시 라피엔을 안은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후, 그에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물었다.
  "먼저 돌아가려 하는 거예요?"
  "예, 저 문은 요정의 나라와 이 곳을 이어주는 문의 역할을 행하는 것이라서 제가 먼저 가 봐야 해요."
  이에 밝은 목소리를 내며 답하는 사리나. 그리고 그는 밝은 목소리를 내며 헤어짐에 대해 아쉬워하는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말하였다.
  "어차피, 저와 요피아 양께서는 같은 세니티아 출신이기에, 자주 만날 기회를 가지실 수 있잖아요."
  "그건 그래요." 그러자 나는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렇게 화답한 다음에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데시아 산 동부의 '소로에나(Soroena)' 라는 도시에 살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찾아오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기회가 되면 오기라도 해 보겠음을 약속하였다.
  "약속하셨으니까, 꼭 오셔야 해요."
  그러자 사리나는 그런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라피엔을 두 손으로 안은 채, 섬의 절벽가로 걸어간 다음에 날개 짓을 하며 섬의 저편, 상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 그 이후 문의 근처에 이른 다음에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 마디 말을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부탁받은 대로, 레미아로 먼저 가서 이 아이를 학교에서 잘 맡아 놓도록 할게요."
  그리고 그는 정말 마지막으로 나에게 "요피아 양, 지금까지 수고하셨어요." 라고 작별 인사를 한 이후에 다시 문을 향해 돌아선 이후, 그 문 너머로 날아가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문 역시 사라져 나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이후, 이번에는 일행의 바로 왼편의 한 곳에 하늘색을 띠는 문이 열리며, 그 너머로 계곡과 숲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에이프릴이 자신이 안고 있던 엘리를 두 손으로 높이 들며 말하였다.
  "이제 집에 갈 때가 되었다~."
  그리고 엘리를 자신의 우측 곁에 이르고 있도록 한 다음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일어선 쟈오링의 우측 곁에 엘리와 함께 이르고서, 그 문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이후, 에이프릴과 쟈오링은 절벽가에 이른 다음에 그 곳까지 따라나선 나를 향해 돌아섰고, 이어서 에이프릴이 작별의 시간이 왔음을 알렸다.
  "이제는 제가 떠날 차례이네요, 요피아 경. 이 분과도 같이 가야 하지만, 어차피 제가 가는 길을 나아가도, 쟈오링 경께서는 자신의 세계로 갈 수 있으니, 괜찮겠지요."
  그리고서 적어도 함께 길을 나아갈 동안에는 잘 데리고 있겠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자 나는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왼편에 선 쟈오링의 모습을 보며 말하였다.
  "집에 간 이후에는 잘 지내야 해, 알았어?"
  "염려 말라고." 이에 쟈오링은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즈란은 꼭 잘 지키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그는 그런 점에서도 염려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 이후, 그는 아쉬움의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래도 헤어지니 아쉽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
  "괜찮아, 서로 각자의 세계에서 잘 지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이에 나는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러자 쟈오링은 "그러하겠지?" 라고 말하고서 미소를 띠며 "지금껏 고마웠어, 요우피아." 라는 말을 건넨 이후에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며 오른손을 위로 내밀었다. 이에 내가 왼손을 위로 내밀어 두 사람의 손바닥이 서로 부딪치게 하였다. 그 이후, 두 사람 모두 손을 내리자, 쟈오링이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사나이들은 헤어질 때,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 하더라고."
  그러자 내가 당황하면서 물었다.
  "우리는 사나이가 아니잖아." 이에 쟈오링은 "그러한가?" 라는 말을 웃으면서 건네었다. 그 이후, 그는 이제 이별하게 되었음을 알리고, 나에게 아직 나의 여행은 끝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이에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쟈오링은 밝은 표정을 짓고서 그런 나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었다.
  "여행 잘 해, 그리고 원하는 것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도록 하고. 못 찾아낸다고 해도, 미련 갖지 말고, 바로 집에 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뭐니 해도, 집이 가장 좋은 곳이니까. 알겠어?"
  그리고 자신이 먼저 문을 향해 나아가려 하면서 손을 흔들며 "잘 있어." 라고 작별 인사말을 하며 나의 곁을 떠나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쟈오링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써 그의 인사에 대한 답례를 하였다. 그 이후, 내가 다시 손을 내릴 무렵, 에이프릴은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나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마지막 말을 건네려 하였다.
  "진작에 지금껏 여러 대화를 나누어 아쉬움은 적지만, 그래도 헤어져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것 같으니, 미련이 남기도 하고 그러하네요. 흐음...... 다시 말씀드리지만, 쟈오링 경은 제가 잘 지켜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할게요. 그렇게 하시지 않으시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거처를 향하는 문을 여실 수 있기도 해서 잘 돌아가시겠지만."
  그 때, 쟈오링이 오른팔을 높이 들고, 문이 닫힐지도 모르니 어서 오라고 당부하자, 그런 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고서 "예~!" 라고 화답한 다음에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제 가야 하겠네요, 저렇게 쟈오링 경께서 오라 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서 나에게 '비행 기록 장치' 에 관한 일을 비롯한 자신의 여러 일을 도와주고, 또 자신이 맡은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 이후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말하였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덕을 보게 되어 고마웠어요, 요피아 클라렌트 경."
  그러는 동안 그 뿐만이 아닌, 엘리도 우측 곁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보인 행동을 통한 단편적인 추측일지는 모르지만, 꽤 영리한 축에 속하는 고양이임에는 틀림없는 듯해 보였다.
  그렇게 인사를 한 이후, 그는 엘리와 함께 쟈오링을 향해 급히 나아간 다음에 그와 마주치고, 곧바로 그와 함께 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이 지나간 문은 그런 나의 바로 앞에서 점차 작아지더니 결국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문이 사라진 후, 나는 절벽 너머의 상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말하였다.
  "그래, 모두 집으로 잘 가겠지. 그렇게 집으로 간 이후에는 평온한 일상 생활을 되찾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