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모두 떠나 보내자, 나는 처음 여행을 했을 때처럼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섬의 동쪽 가장자리로 나아가 그 곳에 두 다리의 무릎 아래쪽이 절벽 아래를 향하도록 하며 앉아 푸른 별들로 꾸며진 하늘로 시선을 향하며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하였다.
  쟈오링에게 끌려가, 그의 악당 토벌을 도와준 일, 크네흐트 자매, 그리고 카스야와 함께 도서관 정리를 행한 일, 에즈라, 캐서린을 만나고, 캐서린과의 인연이 있다는 에이프릴을 만난 일, 라프라이아, 라피엔과 함께 계곡과 숲을 거치는 여행을 행한 일, 사막의 신전에서 에이프릴, 키타파르와 대화를 나눈 일, 그리고 에이프릴, 사리나와 함께 네파리아라는 타락한 요정을 벌하려 한 일 등을 차례로 떠올리고서 이 모든 행적이 주마등처럼 하나씩 지나가다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말하였다.
  "그래, 힘든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그 모든 일이 결국 추억이 되는 것이지. 여행이란 무릇 그런 거야."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좋은 일도 겪고, 좋지 않은 일도 겪게 마련, 그리고 돌아온 후에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 일기장, 노트 혹은 그림책에 표현되는 기록 속에 남겨지는. 아마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즐기려 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려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 생각이 항상 옳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 근처의 풀밭 한 가운데에 샘을 발견, 그 샘에서 잠시 목욕을 한 후, 몸을 말리고서 다시 옷을 입은 다음에 샘 근처에 머무르며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섬의 북쪽, 나의 눈앞 저편의 한 곳에서 붉은 테두리를 가지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문 너머에는 내가 머무르는 곳과 비슷해 보이는 곳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곳이 내가 나아가려 하는 곳과 이어져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문이 나를 위해 열린 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이제 내 차례로구나." 라는 말을 하고서 이제 출발하자는 말을 하고서, 그 문을 향해 날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문을 거쳐 문 너머에 위치한 또 다른 공간과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