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나는 쓰러진 채, 공중에 떠 있는 스즈렌의 모습을 리아넬과 함께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 때, 스즈렌이 상처를 입은 자신의 몸을 다시 일으키면서 나에게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는 검을 쥐고 있었지만, 검을 쥐고 있을 힘만 가졌는지, 그것을 휘두르려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왼손으로 피를 흘리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손을 검게 물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제 나를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사오밍?"
  "아니다, 지금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고 싶지 않아."
  아직 기운을 잃지 않은 듯한 목소리를 내며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 차분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나를 처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한 것에 대해 원통하다고 생각해?"
  "그렇다. 후훗...... 언젠가 다가올 너를 처단하고, 그 모든 수모를 갚기 위해...... 나는 이렇게, 나의 남은 것마저....... 바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악마에게 혼을 바쳐가면서까지 되살아나, 나를 기다리려 하였다는 건가, 스즈렌?"
  물음에 대한 답을 듣고서 놀란 나는 곧 그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렇다고 답을 하는 스즈렌. 그리고서 나에게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는 나의 구원자였다. 격전 속에서 목숨을 잃고, 땅 속에 영원히 묻혔던 나에게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원한을 갚고 싶고, 사랑했던 사람이 가한 상처를 그 사람을 죽이면서 치유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그 말에 나는 그렇다고 답했지, 그러면서 강한 힘을 얻어 너에게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아무 대가 없이, 나에게 힘을 주었고, 그 힘을 통해 나는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서 이제는 어떤 용서도, 설득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하고서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제 나는 냉정해졌어, 그 누가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너, 사오밍만이 아니야, 자팡인들을 학살한 중화인들과, 나의 나라 자팡을 파멸시킨 모든 이들, 그리고...... 빛을 추구한다면서 나를 해치려 할 모든 이들까지도...... 그들이 손을 내밀어도, 화해의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것에 검으로 답할 수 있어. 구차하게 빌어도, 그저 그 목을 베어낼 뿐."
  그러자 리아넬은 그런 스즈렌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다음에 사오밍이 직접 이 곳으로 온다면 용서를 빌어야 할 이이기는 하겠지만, 그라 할지라도, 스즈렌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떤 용서도 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그에게,
  "그리고, 이제 너는 네가 가진 힘의 특성으로 인해 멸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증오' 를 이어가려 할 것이지? 이제는 증오를 발산할 수 있는 수단도 없어질 텐데."
  그러자 스즈렌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제 곧 그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손에 쥐고 있는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러는 동안 리아넬은 그런 그의 행동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는지, 왼손을 허리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활을 잡은 채,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스즈렌은 한 번 미소를 짓더니 두 손으로 잡은 검을 거꾸로 잡으려 하였다.
  "설마!?" 이에 내가 놀라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스즈렌은 자신의 칼날이 자신의 배를 향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그 칼날이 그러한 그의 배를 관통하고, 그와 함께 검은 액체를 주변 일대로 흩뿌리도록 하였다. 이에 리아넬 역시 짐작되는 바가 있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검에 자신의 혼을 바쳐, 그 검을 통해 사람들을 파멸시키겠다는 건가, 스즈렌!?"
  그러자 두 손으로 검을 잡은 채, 스즈렌은 한 번 웃음소리를 내고서 입가에 검은 액체를 흘리며 미소를 짓는 채, 이전에 일어난 일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말하였다.
  "이제 나에게는...... 삶의 미련도...... 없다. 사오밍...... 너를 처단...... 못하는 이상,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면서 신음 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 이대로 죽으면 나는...... 차라리...... 검이 되어...... 빛을 바라보는 자들을...... 멸망시키겠다......."
  그러는 동안 그의 몸에서 빠져나오던 검은 기운은 어느새 그의 칼날과 칼자루 사이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멍하니 서 있는 채,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팔을 내리고, 누우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지막 말을 남기려 하였다.
  "...... 너만 아니었다면...... 대학 시절......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신음에 섞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 나는...... 나의...... 소중한 것...... 사랑이...... 사랑의 의미를...... 대학 시절...... 모든 것이...... 의지대로...... 하지만...... 영원히...... 미움을...... 빛은...... 어둠에...... ...... 실수...... 후회...... 그리고...... ...... 아키토......."
  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의 몸에서 발산되는 검은 기운과 그에게서 흩뿌려지는 검은 액체 모두가 검에 흡수되도록 하면서 지면으로 머리부터 낙하해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모습은 지면으로 낙하 후, 나의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카릴테...... 슈모라."
  그 이후, 이제는 정말로 스즈렌으로부터 어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그 무렵, 리아넬이 멍하니 그가 머무르던 곳만을 바라보던 나에게 물었다.
  "스즈렌이 받았다는 힘, 그것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응."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고대 세니티아에도 자리잡고 있었다는 하늘에 떠도는 망령들의 모임을 이끄는 죽음의 힘이야. 세계 파멸로 인해 죽은 모든 이들의 망령을 이끌기 위한 힘의 일부를 스즈렌이라는 이가 가지면서, 죽음에서 되살아나, 그는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는 놀라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한심하다는 말을 하면서 말하였다.
  "고대부터, 악마와 계약하여 강한 능력을 소유하면서 파멸의 운명까지 건네 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었음에도, 저런 어리석은 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니...... 그런 이야기를 분명 한 번 정도는 보았을 텐데,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니. 그래서 인간이란 겨우 그런 존재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오는 건가."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그런 이야기가 마녀들 중에 나오기도 하였음을 밝히고서 자신은 믿고 싶지 않지만, 스즈렌과 같은 한심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말을 하는 심적으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고 말한 이후에 화제를 바꾸어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의 그 목소리는 이전에 보았던 그 문구의 마지막이지?"
  "응." 이에 나는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지금까지 지나온 존재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모든 문구가 나오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큰 의미는 없는 행동일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런데, 스즈렌이 사라진 후, 다시 그가 머무르던 곳 근처의 건물, 그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존재들의 움직임이 멈추었음을 알아차리고 수상한 징조로 여기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리아넬에게 알렸다.
  "나도 봤어, 눈의 모습도 이상해진 듯 해서, 자세히 확인하고자 내려가려 하였는데, 같이 갈래?"
  이에 리아넬이 그런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나는 서둘러 내려가자고 화답한 다음에 먼저, 내가 바라보던 건물 주변 구역으로 내려가, 그 광경을 자세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 이후, 스즈렌이 위치하던 곳 근처의 건물, 그 바로 앞에 이를 무렵, 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추었으며, 그들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는 동안 리아넬이 그런 나의 왼편 곁에 내려온 다음에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나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나도." 이에 그 상황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내가 그렇게 화답하는데, 갑자기 주변 일대가 두 번 깜박이며, 푸른 하늘과 그 아래의 시가지를 이루던 곳의 폐허의 모습을 보이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 현상은 잠시 후에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3 번 깜빡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주변 일대가 다시 시가지의 모습을 보일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들며 하늘의 어딘가에서 무거우면서 사악한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 퍼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