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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
  다시 눈을 떴을 무렵, 나는 회색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아래로 이전에 보았던 그 화려했던 시가지가 자리잡고 있는 광경이 자리잡고 있으며, 나는 그 거리의 돌로 이루어진 길 왼편에 위치한 한 집의 벽에 기대어 앉아 잠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감색 창파오 차림의 중년 남성을 비롯한 길을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의 근처에 위치한 건물을 향해 돌아서서, 그 하얀 벽을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 모든 것이 실재함을 확인하였다,
  "사실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모든 광경이 꿈속의 광경이고, 실은 이 모습이 이 세계의 진짜 모습인 건가."
  이에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 이후, 나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리아넬을 찾으려 하였지만, 이상하게도 리아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서 나를 지켜보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좌측으로 돌아서는 순간, 나의 우측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그런 나를 부르려 하였다.
  "사오밍 님......." 이에 나는 나의 우측을 향해 돌아서고서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였다. 그리고 나는 나의 앞,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붉은색을 띠며 폭이 좁은 소매와 목을 덮는 목깃, 그리고 앞 부분이 약간 트인 치마 부분으로 이루어진 폭이 좁은 원피스 차림을 한 이로서, 초록색 머리카락의 목 아래쪽 부분을 묶어, 그 아래쪽의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기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의 앞에 공손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시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와 주셨네요."
  나의 모습을 보며 감격에 찬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여인. 그러면서 나는 그 여인이 이전에 만났던 그 예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간만에 다시 보게 된 일에 대해 반갑다고 생각하려 하였다. 그 이후, 그는 기뻐하는 표정을 짓다가, 지금까지 가졌던 서러움의 감정을 터뜨리는 듯이 두 눈에서 눈물을 짓기 시작하였다. 이에 그는 오른쪽 소매로 눈을 잠시 닦는 모습을 보이고서 나에게 말하였다.
  "죄송해요, 조금 슬픈 일이 생겨서 그랬나 봐요."
  그러는 동안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요정의 여왕이 나에게 하였던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그대로 해 보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공손히 서 있는 예량을 향해 다가가며 말하였다.
  "실례했소이다, 우주 탐사에서 돌아왔음에도, 당신께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니."
  사오밍이 우주 탐사를 했다는 사실을 통해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곧바로 그를 향해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사오밍이라도 된 것처럼 "다녀왔소." 라고 인사를 하였다. 그 이후, 나는 그와 동행을 시작, 그가 왼쪽, 내가 오른쪽에 위치하면서 나란히 걸으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나의 왼손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잡는 예량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잠시 물음을 건네었다.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되었을 터인데, 어찌 나를 계속 기다리기만 하였단 말이오?"
  "당신을 향하였던 그 마음을 허무하게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 물음에 예량은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사오밍을 계속 기다려 왔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그는 지금껏 많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언젠가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왔음을 밝히고서 밝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서러운 일도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모두...... 이제는 지난 일로 여길 수 있다고, 그렇게 믿어요. 그 길었던 시간을...... 모두, 추억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처음에는 온화했지만, 이상하게 그는 수십 년의 삶을 살아온 것처럼 우울해지는 목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리아넬로부터 들었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가 반 세기 동안 어떻게 서러워하며 살아갔는지를 그의 목소리를 통해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이제 서러운 일은 없을 테니 함께 밝게 살아가자고 말하였다.
  그 이후, 예량은 나와 함께 하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했었고, 그에 이어 새 집도 마련하고 싶다는 희망적인 말을 이어갔다. 이에 나는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 그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살아보자는 말을 그에게 거건네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길 주변의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예량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그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다.
  "세월이 지났건만, 거리의 광경은 여전한가 보오."
  "그렇지요,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정작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네요."
  그 말에 예량은 바로 밝아진 목소리로 화답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 역시 돌아왔으니, 억척스럽게라도 살아서 행복한 집을 꾸며갈 수 있도록 해 보자고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늙을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함께 살자고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의 늙었을 적, 이야기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마을 거리를 지나 중심가를 향하는 다리를 건너, 중심가를 향하는 길목에 이를 무렵, 예량이 나보다 앞서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그가 나를 한참 앞서며 걷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서 나를 향해 돌아서서 공손히 두 손을 내린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 때,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오, 이렇게 먼저 가시고. 무언가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그러자 예량은 전에 없던 미소를 짓지만, 슬픔이 어려 있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에게 갑자기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이제는 애써 사오밍 님으로 행세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응?" 이에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예량은 이제 약속한 대로, 자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겠음을 알리는 말을 건네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기 시작하였다.
  "아시고 계셨을지도 모르지만, 당신께 소원을 보낸 이는 바로 저였어요. 그 소원을 통해 우주의 어딘가에 있을 사오밍 님께서 받으시고, 저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망이었어요. 그러다가 저는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왔다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당신께 나타나는 사오밍 님의 흔적을 통해, 당신께서 사오밍 님이실 것이라고, 그렇게 저는 믿기 시작했었어요."
  그리고 죄스럽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건네려 하였다.
  "실은...... 지금까지도, 저는 당신께서 사오밍 님이 아니실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 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분과 닮은 모습을 몇 가지고 계신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당신께서 사오밍 님께서 당신의 모습으로 살아오시고 계셨으리라고, 그렇게 믿어왔던 거예요. 그러면서 사오밍 님께서 당신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저의 소원을 들어주어 이 곳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내가 멍하니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행복했어요. 사오밍 님께서 저의 소원을 영원히 들어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래서 당신을 지금까지 사오밍 님이라고 칭해왔던 거예요."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뉘우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었음을 이 곳에서 당신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 거예요, 저는 그저 저의 착각 속에서, 오직 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음을, 그리고 한 사람이 옛 사람의 영혼, 그 일부를 가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을."
  그 이후, 그는 더욱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리고 이제 후회하고 있는 거예요, 결국 당신은 당신이지, 그 사람이 아닌 것이고, 그 사람의 삶이 끝났다고, 당신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사람의 삶은 당신의 삶이 될 수 없는 것인데......."
  그리고서 그는 옛날 어느 사원의 승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하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기 시작하였다.
  "그 스님께서는 영혼의 윤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영혼은 한 번 죽은 이후에는 하늘로 흩어지고, 각각 다른 개체로 들어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옛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환생했다는 말은, 그 사람이 옛 사람의 환생이리라고 믿는 자신 혹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유래되는 것일 따름이라고. 당신께서 사오밍이 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그 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릴 수 있었지요. 그러면서 그 말씀을 믿지 못했음에 그 스님께 죄송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있었어요."
  "예량 씨......." 이에 나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때, 예량이 그런 나에게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으려 하였다.
  "그래도...... 저는, 당신이 왔음에 끝없이, 감사하고 있어요. 우주로 나아가시어, 결국 우주 공간에서 흩어졌을 사오밍 님의 흔적이 우주 곳곳에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언젠가 제가 보냈을 기원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그 기원을 받으시어 제 곁에 이르신 분은 당신 한 분이셨어요. 아무도 오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려 하였어요. 우주의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전해졌을 그 통신을 받고, 그 통신에 들어있는 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고, 있다고 해도 그 먼 우주의 길을 거쳐 저의 곁으로 오려 할 이는 어리석지 않은 이상 없으리라 생각하며 체념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나의 모습을 보고, 그는 정말 찾아온 이가 있음에 신께 감사 드리고 있다고 말하고서, 이제 편안히 하늘로 오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실은 나도 그 마음을 처음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누가 나에게 통신을 보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서 길을 나아갔을 뿐. 그러다가 온갖 여정을 거치면서 그 마음을 알게 되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받으면서 나 역시 내심 기뻐하기는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밝아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오밍 님께서 떠나신 후, 5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분을 기다려 왔어요. 결국 고향을 잃고 도시로 오면서, 때로는 그 분을 잊으려 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태어난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입양시키기도 했었지요. 고향의 정겨운 풍경이 사라진 후, 도시에 머무르며 저는 그 분께서 돌아올 날을 그렇게 기다려 왔고, 늙어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었을 때까지도 저는 항상 사오밍 님, 한 사람을 위해서만 살아가려 했었지요."
  그리고 사오밍을 떠나보낸 것에 대한 후회도 해 보았지만, 변함 없는 그 모습대로 돌아올 날을 항시 기다리며 자신은 항시 자신이 머무르던 곳에서 그가 올 날을 기다려 왔음을 밝히고서 이제 그의 흔적이나마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기뻐했었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이런 저를 한 번이나마 안아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에게 마지막 행복을 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여기며. 21 세부터 70 을 넘는 삶을 살아가고, 마지막 10 년은 독방에서 외롭게 지내며, 참된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그였다. 지금의 일이 그의 50 년 동안 이어진 삶 동안 쌓인 불행을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졌을 한의 일부나마 풀어줄 수 있었으리라.
  그 답을 듣고서 예량은 고맙다고 나에게 말을 전한 다음에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화려한 시가지의 모습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예량의 모습도 신기루가 흔들리는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것에 대해 어떤 상관도 하지 않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예량을 향해 두 팔을 내밀고 그를 안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침내 나의 곁에 이르면서 나에게 안기려 하였고, 이에 나는 그런 그를 말없이 안아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메아리 같은 소리로 하나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후, 눈앞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그런 나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나에게 안긴 예량의 얼굴 모습과 옷차림 모두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어느새, 그는 헝클어진 단발 머리카락과 하얀 셔츠, 그리고 검은 긴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변하였고, 이어서 어깨까지 내려가는 머리카락과 푸른색을 띠고 치맛단이 무릎까지 내려가며, 슬릿이 없는 단정한 치파오를 입은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전보다 더욱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그런 나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는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안긴 채,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으려 하였다.
  이어서 그의 모습은 엷어진 초록색 머리카락을 묶어 올리고, 푸른색을 띠며 왼편에 슬릿이 나 있는 치파오, 그리고 검은 구두와 검은색 투명한 스타킹으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눈이 날카롭고 입술이 붉은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같은 머리 모양을 한 채, 푸른 치파오 차림을 하고, 슬릿이 없는 치파오와 검은 구두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중년 여성의 모습으로, 분홍빛 창파오를 하얀 블라우스 위에 입었으며 분홍빛 버선을 신은 모습을 보이는 이로서 엷어진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초로의 여성으로,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하얀 셔츠와 검은색을 띠며 발까지 내려가는 검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낡은 신을 신은 늙은 여성으로, 하얗게 변하고 등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카락을 가지고, 긴 소매를 가지고 하얀색을 띠는 낡은 원피스 차림을 하고 맨발을 한 더욱 주름이 깊어진 늙은 여성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 이후, 마지막으로 늙은 여성의 기운이 약해진 목소리가 메아리와 함께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렇게 급격히 늙어 가는 예량의 모습을 눈을 크게 뜨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함부로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변화한 것은 예량만이 아니었다. 시가지의 모습도 흔들리며 변해가는 신기루처럼 점차 발달하는 도시의 모습으로 변화하다가, 마침내 그 도시가 쇠잔하는 듯한 형상이 나타나고, 이어서 예량이 깊은 주름이 생기며 늙어갈 무렵에는 이전에 내가 보았던 풀 하나 자라지 않던 그 황폐해진 광야와 건물들의 흔적만 남은 폐허의 모습으로 변해 가며, 그 폐허가 그 세계의 본래 모습임을 알렸다.

  그렇게 세계의 모습이 폐허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동안, 나는 갑작스럽게 늙어버려 이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예량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렇게 세계의 변화는 끝났지만, 그의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아, 예량의 늙은 얼굴은 미소를 짓는 채, 점차 두개골의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머리카락도 점차 사라져 갔으며, 옷자락도 점차 사그라 들며, 그가 사멸해 가고 있음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폐허로 나를 등지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 그의 육신은 백골만 남았다가, 그 백골마저 뒷 부분부터 옷이 찢겨져 바람에 날리기 시작하면서 가루가 되어가, 마침내 옷자락이 온전히 찢겨 바람에 흩날려 사라질 무렵, 가루가 되어 흩어진 백골의 일부가 놀라면서 내가 모아 펼친 두 손바닥 위에 쌓였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백골의 가루는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흩날려 바람에 희미한 하얀 무늬를 그렸다가, 하늘 저편으로 나아가면서 사라져 갔다.
  그 이후, 나는 예량의 젊었을 적 모습과 늙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가루가 되어버린 그의 일부로 시선을 둔 채, 멍하니 서 있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을 하다가, 결국 한 마디 혼잣말을 하였다.
  "꽃의 향기는 영원하나, 꽃은 영원하지 못하다. 빛이 그 향기에 이끌려 꽃에 이르는 순간, 꽃은 이미 시들고 바스러진 후, 바람에 흩날려 가고 있으리라."

  "거기서 뭐하는 거야!?" 그리고 계속 멍하니 서 있는 동안, 리아넬의 목소리가 뒤에서 그런 나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 이후, 내가 놀라며 고개를 들 동안, 리아넬이 나의 왼편 곁에 이르면서 물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사라졌다고, 너도 옛 연인이랍시고, 그 곳에 머무르다 그 사람을 따라 죽어버릴 거야?"
  그리고 격해진 목소리로 "정신 차리란 말야!" 라고 외쳤다. 그 때가 되어서야 나는 정신이 드는 기분을 느끼며 리아넬을 향해 돌아섰고, 그 이후, 리아넬은 실실 웃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사람이 죽은 광경이 기분 좋아 보일 리는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광경을 떠올리며 멍하니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우리는 집이 있잖아. 이제 다 끝났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자."
  "그래, 그래야 하겠지."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백골 가루로 시선을 향하더니, 나에게 그 여자가 남긴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고서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에 리아넬은 "그렇구나." 라고 말하고서 나의 바로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그리고 조금 먼 앞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적당한 곳을 찾아서 그 곳에 올려놓자. 땅에 묻어주어, 그것을 거름 삼아 새 생명이 태어나도록 해야지. 그것이 사오밍이라는 남자를 위해 살다 갔던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거야."
  그리고 가자는 말을 하며 자신이 앞장서서 걸어 폐허 근방의 광야, 그 일부에 이르렀다.

  그 이후, 나와 리아넬은 서로 마주보며 앉았고, 이어서 내가 남은 백골 가루를 두 손을 조심스럽게 기울이며 광야 위에 쌓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손을 털어 낼 무렵, 리아넬이 왼쪽 주머니에서 왼손으로 무언가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 내가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것은 내가 이전에 얻었던 하얗게 빛나는 구슬. 그 구슬을 보이면서 그가 말하였다.
  "네가 주워왔던 거야, 네가 기운을 잃으면서 손에서 놓쳤던 것을 다시 주웠지."
  그리고 그 구슬을 두 손으로 잡고, 조심스럽게 백골 가루가 쌓인 작은 언덕, 그 중앙에 올려놓으려 하였다. 그리고 구슬을 백골 가루 위에 올려놓은 후에 두 손을 천천히 그 구슬에서 떼어내면서 그 광경을 보며 말하였다.
  "이 구슬은 빛과 어둠의 기운이 모여 생겨난 물건일 거야. 무릇 지상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빛과 어둠, 모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천사나 요정이라면 빛만 있어도 되겠지만, 그래서야 영체가 될 뿐이지, 생명체다운 육신을 가진 개체가 나와주겠니? 영혼을 상징하는 빛과 육신을 상징하는 어둠, 모두가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생명이 태어나는 거야."
  그리고서 그는 백골가루는 거름이 될 것이고, 하늘에서 내리는 빛과 물이 생명이 태어나게 하는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이에 내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 땅에 어떻게 그런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리아넬이 나에게 "하늘을 봐." 라고 간단히 그 이유를 밝혔다.
  그 이후, 내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로 시선을 향하는 동안, 그 구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어서 그 구름은 곧 비가 내릴 것임을 알리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그 비가 세상 곳곳에 떨어진 빛과 어둠의 기운이 모인 구슬이 생명이 되도록 할 것이고, 그러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행성은 다시 초록빛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일을 끝낸 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것 봐." 라고 말하고서 정말 비가 오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후, 리아넬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오른편 곁에 머무르려 하자,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어." 라고 말하고서, 이전의 백골가루에서 멀어지는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나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험난하게 여행을 한 소감은 어때?"
  하지만 당시의 나는 당장에 그것을 말하기가 곤란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그것에 대한 정리가 도저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일 정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을 하였다. 그 이후, 리아넬이 나에게 다시 밝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집에 가면 무슨 일을 가장 하고 싶어?"
  "일단은 피곤하니까, 푹 자고 싶어. 하루 종일 자도 좋으니까. 그 다음에는...... 그 때 생각해야지, 지금은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 물음에 그렇게 답하고서 나는 그에게 이전에 말한 바 있지 않느냐고 묻고서, 게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리아넬은 한숨을 내쉬며,
  "그것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거냐, 너는!?"
  이라고 말한 다음에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서 "알았다, 알았어." 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대륙 동쪽 해안으로 가서, 어떻게든 게를 마련해 오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밝아진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게 말하였다.
  "그냥 한 말이라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에 대한 일이라면 해야함이 옳겠지."
  그리고 그 대신, 계란은 내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마련해 오라고 말하였다. "알았어." 이에 내가 그렇게 화답한 후, 계속 황야를 걸으며 행성을 벗어날 준비를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잠시 고개를 뒤로 돌려 구슬과 백골 가루가 놓여진 곳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그들에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이 행성을 새롭게 꾸밀 이들의 선조가 될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일에 대해 즐거워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그러면서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걷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서 리아넬이 물었다.
  "요피, 왜 그래? 무슨 웃기는 상상하니?"
  "아니, 특별한 의미 없는 행동이야." 그러자 그 물음에 내가 바로 답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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