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s 1.
AR 502 년 7 월 15 일.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라는 메시지를 받아, 그 근원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던 나의 여행은 8 일 만에 먼 여정을 되돌아가며 레미아의 입구에 이르고, 이어서 그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나의 집으로 도착한 끝에 종결되었다.
4 만 광년의 거리를 두는 행성으로 공간 이동을 거쳐 나아가는 동안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사건들을 겪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반가운 인연들이 많았고, 기분 나쁘게 한 인연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은 나름 보람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행했던 모든 여행 중에 가장 많은 일을 겪었던 여행으로 여기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며칠 간 책상에 앉아있다가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그 일들에 대한 기록을 문서로 남기는 동안, 나는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하였지만,
끝내 관심을 두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 결국 그 모든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같은 세니티아에 살고 있는 이였던 사리나, 크네흐트 자매, 그리고 라프라이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라프라이아에 대해서는 다시 천상 세계로 돌아갔고, '태양빛의 천사' 라는 직위를 다시 얻어, 천상 세계에서 다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요정의 나라에 살던 한 요정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타락한 자를 도운 일에 대한 문책이 있을 가능성을 염려했지만, 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행하는 이 역시 도와주었음으로 상쇄된 면이 있었고, 또 그 일이 자신의 의도에 의한 일이 아니었기에 전혀
문책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천상 세계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는 활동 중에 여유가 생기는 동안, 가끔 요정의 나라를 찾으며, 요정들이 순수한 마음을 지키며 살아갈 것을 당부하는 일을 행한다고 한다.
루시아, 파렐리아의 두 크네흐트 자매 역시 내가 여행을 마치던 15 일에 순례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위카들의 근거지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수 만 권의 책들을 소수 협력자들과 함께
정리하였다는 소식이 위카들 사이에 전해졌고, 그로 인해 아즈리아에 주기로 교대하는 사서를 두기로 위카 측에서 결정을 내리고, 도서 관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여러 인원이 나서 도와주기로 위카
측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사리나의 경우에는 기록을 저술하는 동안, 내가 잠시 소로에나를 방문하여 직접 근황을 알아내었는데, 내가 여행을 마치는 동안 그는 내가 요청한 대로, 레미아로 먼저 나아가 네파리아의 신변을 학교
측에 넘겼으며, 그 이후에 라프라이아, 그리고 요정의 여왕과 함께 악령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 나는 그의 집에 들른 다음에 그로부터 다음의 탐험을 위한 준비를 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내 예상으로는 내년 5 ~ 6 월 중에 다시 한 번 출발하게 될 듯 싶었다.
네파리아는 학교 측에 신변이 넘겨진 후, 학교의 교장 직속 비서로 일하다가, 지금은 내 직속 비서로 일하고 있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카페를 끓여주는 일을 행하고 있는데, 글을 쓰면서 카페를
자주 마셨던 탓에 자주 수고를 해 주었다. 현재는 푸른 참회복을 입고 오른 다리에 족쇄가 채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는 죄를 많이 뉘우치고 있어서 족쇄를 푸는 일은 고려 중이다.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 수 있는 사항이 없기는 하지만, 나름 다들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 여행을 마치면서 나는 메시지를 전한 이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고, 그 전송자에게 그가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꽃이었으나, 배우자인 밝은 빛을 잃어버린 슬픈 꽃이기도
하였다. 우주로 나아간 빛이 파멸의 운명 속에서 우주의 곳곳으로 흩어지는 동안 그 꽃은 자신의 배우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슬픔을 견디다가 서서히 시들어 가며,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보내야만 했고, 결국
그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그는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찾았다는 하나의 기쁨만을 되찾으며, 새하얀 재가 되어 사멸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삶, 그 종결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재 위에 놓여진 생명의 씨앗은 하늘에서 내린 물과, 구름이 걷힌 후, 드러나는 빛을 받으며 재를 거름 삼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도록
할 것이며, 더 나아가 그 생명에서 비롯된 수많은 씨앗을 주변으로 흩뿌리며 마침내 새로운 세계의 선조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며, 그 영혼은 언젠가 그 세계에서 다시 생명을 얻고, 아름다운 꽃이 되어,
그 아름다움과 향기를 세상의 작은 구역에 전하며 살아가려 할 것이다.
한 가지 깨달은 바도 있었다. 네파리아가 나를 배반한 일에 대해, 나는 그를 계속 믿은 일을 결국 불찰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크네흐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마법사로서 가져야 할 판단력이 아직
나는 부족함을 깨닫고, 그와 더불어 그 일이 내가 아직 마법사로서 수련이 덜 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시 정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많은 경험을 가졌다. 생애에 걸쳐 내가 가진 빛의 기운을 가장 많이 활용한 때도 이 무렵일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보물 같은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떤 의미로는
나의 인생 경력 중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이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기운이 다하거나 상처를 입어 쓰러졌을 때에는 정말 괴로웠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보물을 얻지 못했음은 거짓말이다. 에즈라로부터 받았던 반지와 어느 종족의 추장으로부터 받았던 날개가 달려 있으며 가운데에 붉은 구슬이 박힌 나무 훈장은 지금도 남아있으며, 훈장은 이제
여행을 마친 후부터 내 옷자락을 떠나, 내 책상 위에 작은 보물상자에 담겨진 채, 간직되고 있으며, 에즈라의 반지는 지금도 오른손 넷째 손가락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이 두 가지 물건이 내가 여행을
마쳤음을 증명하는 두 가지 물적 증거이다.
이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겨두기는 하겠지만, 세상 밖으로 내놓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록은 오로지 내가 영원히 기억해 두기 위한 것으로써, 언젠가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일 따름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그 기록을 꺼내 들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에 그 기록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요피아 클라렌트, AR 502 년 12 월 5 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