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비행을 마친 후에 루데스의 군도 중 남쪽에 위치한 섬의 해안에 이르자마자 그 해안의 모래밭에 착지하고서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근처에 위치한 야자수에 이른 다음에 그 야자수 근처에 위치한 종이를 야자수 바로 앞으로 옮기고서 지팡이를 쥐고 있는 채로 그 종이 위에, 야자수 기둥에 머리를 대며 앉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채, 바로 옆으로 돌면서 누웠다. 그러는 동안 나는 찬란히 내리는 태양의 빛과 그 빛 주변의 하늘을 조용히 나아가는 구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직 하늘과 바다에 남은 함선들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아발라가 물의 정령들에게 함선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도움을 청한 이상, 그들이 나서서 바다에 떨어진 하늘의 함선들과 멈추어 버린 바다의 함선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대로 잠이 들려 하였다. 물의 정령과 아발라가 행하고 있을 남은 함선의 처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어디론가 가서 목욕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잠이 들고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를 향해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앳된 듯하면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 내가 잊을 수 없는 그러한 목소리였다. 루시에나,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곁에 있던 그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잠 기운을 바로 몰아내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하지만 눈앞에는 루시에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의 바로 앞에 들려온 목소리라면, 루시에나의 모습이 나의 눈앞에 있어야 할 텐데, 실제 루시에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거나, 다른 곳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한 추측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는 일부터 행하였다.
  어두운 보랏빛 구름이 드리워진 보라색 하늘과 자수정으로 이루어진 듯이 보라색을 띠는 대지와 산의 모습이 보였다. 보랏빛 구름은 불안정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으며, 가끔 내가 서 있는 곳 먼 저편에서 하얀 번개가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포악한 모습을 보이는 하늘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대지. 그 모습을 잠시 본 이후에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라르니온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금지된 땅'. 보랏빛 지옥이라고도 칭해지는 끔찍한 대지였다. 죄를 지어 밝은 세상에 태어날 수 없게 된 이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라 알려진 지역. 말로만 들어온 그 지역의 중심에 내가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서 나는 루시에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물론, 루시에나가 남극의 금지된 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혹시 무언가 일이 생겨, 그가 금지된 땅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였다. 그러면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어림 잡아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북쪽 방향으로 갈 곳을 정하고 그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나는 하늘색 빛에 감싸여 있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금지된 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사람의 모습.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혹시 그 사람이라면 나에게 내가 찾고자 하는 사람을 찾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사람의 곁에 이른 순간, 나는 나에게 뒤를 보이는 그를 통해 나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얀색을 띠는 케이프를 하늘색 상의 위에 걸쳐 입고 있으며,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 그 여성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잘 아는 이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루시에나?"
  그 때, 루시에나라는 이름이 그의 이름인지 그가 나를 향해 돌아서려 하였다. 다소곳이 서 있는 여인의 모습. 하늘색 빛에 감싸여 있다고 하지만, 그 모습은 분명 루시에나였다. 그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언제나처럼 정감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뵙게 되네요, 나타라 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무슨 이유로 집을 나섰는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루시에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말할 수 없다는 언급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무엇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느냐고 묻고서, 남극의 금지된 섬으로 데려간 악마들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 물음에도 루시에나는 어두운 표정을 짓기만 할 뿐, 다른 답은 하지 않았다.
  "그런 녀석들이라면 내가 처단할 수 있어! 내가 있잖아, 그런데 무엇이 또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슬퍼하면서 그에게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루시에나는 비로소 눈을 뜨고서 나에게 내가 두 개의 비보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서, 내가 그 비보를 가지고 있는 동안, 자신은 나에게 진실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으며, 만약 하게 될 경우, 자신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악마들에 의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 후에 그러할 경우에는 내가 자신을 구출하려 하여도, 이미 늦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언급까지 듣고 난 이후, 나는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는 일을 단념하였다. 그 때, 루시에나가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를 내면서 비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그는 비보는 모두 7 개가 있으며, 각자가 7 개의 미덕을 상징하고 있다는 말을 건네고서, 악마들에 의해 7 개의 대죄를 상징하는 비보가 되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악마들이 그 비보들을 가짐으로써 재앙의 힘을 다시 얻어 태고 시대의 병기들과 함께 세계를 위협하려 한다는 말을 한 후에 그에 이어서 악마들이 얻은 재앙의 힘은 7 개의 비보에게 있으며, 그 비보들이 악마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되면, 그 힘은 사라지게 되고, 악마의 근거지는 온전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해 악마는 패배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발라로부터 7 개의 검은 비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그 비보로 악마가 무슨 일을 할 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나는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면서, 악마들이 내가 몇 개 빼앗기도 한 비보를 사악한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시는 일은 그렇게 악마가 패배하고, 나타라 님께서 저를 구출하신 이후에 하셔도 좋은 만큼, 그 때까지 만은 참아 주시고, 앞으로 주어진 일에 모든 힘을 기울여 주세요. 악마들에 의해 붙잡히어 그들의 근거지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서 부탁을 드리는 바에요."
  내가 함께 있어 싶어하는 이의 부탁이었다. 결국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을 하고, 모든 일을 끝낸 후에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꼭 알려달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루시에나에게 악마들이 괴롭히거나 하는 일은 있냐고 물었을 때, 갑자기 루시에나가 서 있는 곳 뒤쪽에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유성이 떨어지더니 폭발하면서 빛을 주변 일대로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빛은 나와 루시에나를 휩쓸었다. 그 때,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나타라, 나타라,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발라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다시 눈을 뜨고 내 앞에 나타난 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나와 비슷하게 소매가 없으며 가슴 부분이 약간 패여 있는 하늘색 상의와 무릎 높이까지 내려가는 하늘색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로서, 푸른색의 크고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다리 한 가운데까지 늘어뜨린 이였다. 나와 비슷하게 머리에 은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왼쪽 위 바로 위쪽에 위치한 부분에는 하늘색 날개가 달려 있는 고리를 쓰고 있는 이였다. 그러한 모습을 가진 이는 다급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푸른 두 눈을 뜨고 있는 채, 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려 하였다.
  "어? 아발라? 어떻게 나를.......?"
  나의 앞에 있는 이는 아발라였다. 나를 따라 루데스 동쪽의 바다에 머무르고 있는 함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던 그 아이. 그는 나의 곁에 앉아 있으면서 나를 부르려 하였다. 그러자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마주보며 앉으려 하였다. 그리고서 그에게 "무사했구나." 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건넨 다음에 함대의 중추가 되는 함선을 없앤 이후에 섬에 이르면서 지쳐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아발라는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그래서 한낮인데도 잠들었었구나."
  라고 말하고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후, 나는 아발라에게 잠들고 있는 동안에 꿈 속의 세계에 있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내가 꿈 속에서 보았던 광경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보라색 절망의 세계와 그 절망의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루시에나의 모습. 그리고 7 개의 비보를 가지고 악마가 하려 한 일들과 그가 나에게 한 부탁까지. 그러자 아발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그러한 일이 있었네. 의외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잖아, 꿈 속에서."
  그 이후, 그는 잠깐 섬에 머물렀다가 루데스의 중앙에 위치한 섬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그 이유로서, 공중과 해양에 위치한 함대가 기능을 정지하였음을 알려야 하며, 그와 더불어 루데스 남쪽의 지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해야 한다는 사항들을 언급하였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목욕을 하는 일은 다음에 남쪽으로 나아가기 전에 행하기로 마음을 먹고서, 모처럼 찾아온 해안인데, 잠시 해안을 거닐면서 그 모습을 감상해 보자는 말을 건넨 다음에 아발라의 왼손을 나의 오른손으로 잡으면서 해안의 바다 근처로 뛰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해안의 바다 근처에 이르자마자 그의 손을 놓고 그와 나란히 해안의 왼쪽 방향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서 잠시 내가 위치한 곳을 향해 밀려오는 하얀 물보라의 모습을 보다가, 나의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아발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후에 그에게 물었다.
  "실제로 바다의 모습을 보니까, 참 아름다워, 그렇지 않아?"
  "응, 확실히. 그림으로 보았을 때와는 분명히 달라."
  그 물음에 아발라가 환한 미소를 띠며 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바닷물은 먼 곳은 푸른색을, 그리고 가까운 곳은 청록색을 띠며 태양빛 아래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물결이 이루는 잔잔한 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변을 거닐다가, 아발라가 무언가 발견한 것이 있는지, 잠시 나의 곁을 떠나 앞길로 뛰어가더니, 모래밭 위에서 무언가를 주운 후에 다시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아발라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물건. 그것은 다름 아닌 은색을 띠는 작은 물고기 다섯 마리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해안에 그런 물고기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놀랐다가, 아발라가 나의 곁으로 돌아오자마자 그가 작은 물고기들을 주워 온 일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다.
  "어떻게 해안에서 이렇게 작은 물고기들을 주울 수 있는 거야?"
  이에 아발라는 해안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밀려오는 일이 생기는 듯 하다고 답한 다음에 해안으로 밀려온 이후, 꽤 시간이 지났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아발라가 나의 오른쪽 옆에서 걷기 시작할 무렵에 아발라의 두 손에 있는 작은 물고기들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아직 생기가 남아 있는 듯,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눈동자들을 바라보면서 아발라에게 물었다.
  "이 물고기들은 바닷물 속에 넣어 놓으면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아발라는 눈을 크게 뜨면서 "정말일까?" 라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눈동자의 모습을 보면서 살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바다에 풀어놓으면 어떻게든 되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발라는 발걸음을 멈추고서 물고기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밝은 표정을 짓더니 그와 함께 발걸음을 멈춘 나에게 물었다.
  "그러면, 풀어놓을까?"
  "하는 편이 나을 거야, 분명히."
  그 물음에 내가 그렇게 답을 하자 아발라는 해안을 향해 돌아선 후에 자신의 바로 앞에 위치한 바닷물에 자신이 주워 온 물고기들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물고기들은 마치 물 밖으로 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이 활기차게 바닷물의 깊은 곳으로 헤엄쳐 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은색을 띠던 물고기들은 갑자기 어두운 색을 띠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변신을 하는 듯이.
  "신기하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색을 띠던 물고기들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생각을 말로써 드러내었다. 그 때, 아발라가 기운을 잃어 가는 물고기들이었는데, 물에 들어가자마자 활기찬 모습을 보여서 놀랬다는 말을 건넨 후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소라껍질 같은 것은 없을 것인지에 대해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자 나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주변에는 없는 것 같네."
  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아발라는 아쉽다고 말하고서 찾을 수 있었으면 그것을 가지고 무언가 재미난 일을 해 보는 것인데, 라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한 동안 나와 아발라는 해안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발라가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루데스의 중앙에 위치한 섬에 가 보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나 역시 가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아발라가 말한 대로, 그 섬으로 가도록 하자고 그에게 말을 건네고서 바로 북쪽을 향해 돌아선 후에 날개를 펼치고서 하늘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발라 역시 날개를 펼치고서 나의 곁에 이르렀다.
  그 이후, 나와 아발라는 나란히 하늘을 날아 오르면서 루데스의 중앙에 위치한 섬을 찾으려 하였다. 그 섬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둥글게 모여있는 일곱 개의 섬들 중에서 가장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루데스의 모든 섬들 중 가장 큰 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섬을 찾아내고서 나는 그 큰 섬을 가리키면서 아발라에게 그 섬에 대해 물었다.
  "우리가 가야할 섬이 저 섬 맞지?"
  "응, 바로 저 섬이야. 저 섬에서 내가 루데스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었어."
  그 물음에 아발라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자신이 먼저 그 섬을 향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예상도 하지 못한 때에 먼저 날아 내려갔으며, 그 속도도 상당히 빨랐기에 그렇게 날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당황하면서 그러한 그에게 외쳤다.
  "이봐, 먼저 내려가면 어떻게 해, 기다려!"
  그리고 나 역시 그를 따라 섬을 향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날아 내려가는 속도를 빠르게 하였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도 같이.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실상 날개를 이용하지 않고 떨어지는 듯이 지상을 향해 내려가려 하였고, 그러면서 먼저 날아 내려간 아발라를 따라잡고, 그를 앞질렀다.
  그리하여 마침내 루데스 중앙의 섬 한 가운데에 위치한 도시의 거리 남쪽에 이른 나. 그리고서 뒤를 이어 착지한 아발라와 함께 그의 목적지인 도시 중앙의 회관에 이르려 하였다. 그 회관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의 관리인으로서, 요청을 위해 아발라가 만났던 이를 만나기 위한 일이었다.
  회관 안으로 들어선 후, 아발라는 도시 회관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이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청록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이로서, 두 귀는 푸른색 용의 날개와 같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고, 소매 없는 하얀 상의와 푸른색을 띠며 발까지 내려가는 긴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이였다. 다소 날카로운 모양새를 가지고 있으며, 푸른 눈동자를 품은 눈을 가진 다소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는 여성. 그 여성의 근처로 다가가자마자 아발라는 그에게 예를 표한 후에 그의 모습을 바로 보려 하면서 그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아드라멜렉 함대의 중추가 파괴되었고, 그로 인해 함대에 속한 모든 함선들의 움직임이 멈추었어요."
  그러자 그 여성은 온화하게 미소를 짓고서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행하였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저희들은 실상 움직이지 않는 구조물이 된 함선들을 철거하는 일만 행하면 되겠군요. 남은 숫자가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천천히 처리하면 되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너무 심려치 않으셨으면 해요. 그 쪽에서는 활동 중인 최고의 기함을 파괴하는 일을 직접 행하셨을 테니, 저희들이 할 일은 당신들이 해 온 일보다는 어렵지 않은 일이 되겠지요."
  그 이후, 여성은 아발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이번 일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분이 혼자서 맡으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분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이에 아발라는 자신의 곁에 있다고 답하고서, 그를 데려오겠음을 알렸다. 그리고 나의 곁으로 다가간 후에 도시의 관리인에게 인사를 할 것을 부탁하였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도시의 관리인인 여성이 나를 만나기를 원하고 있음을 그가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알아차리고 있던 나는 알았다고 답한 다음에 곧바로 도시의 관리인인 여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앞에 이르자마자 그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서 그의 모습을 바로 보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그에게 알렸다.
  "대륙 서부의 아데시아 산에 살고 있는 나타라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하시군요. 그 쪽도 처음 뵙겠어요. 저는 라메샤(Lamesha) 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도시의 현 관리인인 '리렌 벨레(Lyren Bele)' 라고 해요. 저희가 해야할 일을 그 쪽에서 전부 맡아 해 주셨다니, 저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네요. 그것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행하셨다니, 진실로 대단한 분이시네요."
  리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의 관리인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말을 건네자, 리렌은 곧바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답례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화답하고서, 자신은 그저 지나가는 길에 나타난 함선들이 위협이 될 수 있어 그들을 격퇴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일을 행하였을 따름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그러한가요?" 라고 묻고서,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타라 씨께서는 여행을 하시는 도중에 우연히 그 함대와 마주치게 된 것이었을 텐데, 혹시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나는 곧바로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리렌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알려 주었다.
  "사람을 구하려 하고 있어요. 저와 함께 살고 있던 사람인데, 어느 날 저의 집을 떠났다가 악마들에 의해 잡혀 남극 부근에 위치한 금지된 섬에 가두어졌대요. 그래서 그를 구하기 위해 금지된 섬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저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한 아르나이 상공과 이 루데스 근방의 바다에서 악마들을 멸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내가 여행의 목적에 대해 알리자, 리렌은 금지된 섬이라면, 악마들의 새로운 근거지 중 하나임을 언급하면서 혼자서 그 근거지로 돌입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 되리라는 언급을 한 다음에 아는 사람들 중에 창공을 비행할 수 있는 이들로 하여금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때, 아발라가 리렌에게 그러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리렌에게 알리려 하였다.
  "나타라는 지금까지는 누구의 도움을 받는 일은 원하려 하지 않고 있어서, 도움을 주시는 일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그러자 리렌은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발라에게 물었다.
  "그 말, 사실인가요?" 이에 아발라는 "예." 라고 바로 답하였다. 그 때, 내가 아발라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를 내어 간단하게 말을 해서 리렌이 간단하게 납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아발라는 역시 귓속말과 비슷하게 작은 목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렇게 말해야 도시의 관리인께서 도움을 주려 하지 않으시게 되어. 어설프게 길게 말하면 여기서 소요되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야. 실제로 너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무언가 일을 하지 않기를 원하는 성격이잖아. 그러한 너를 위해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 때, 리렌이 두 눈을 감고서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아발라에게 말하였다.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러하니, 선택의 여지는 없겠네요. 그렇다면, 저는 일을 행하시는 두 분께서 불우한 사고를 겪지 않으실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기원하기를 바라도록 하겠어요."
  그리고서 두 눈을 뜬 이후에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여러분들 모두가 방금 전의 일로 인해 많이 힘드셨을 텐데, 이 곳에서 충분히 쉬다가 떠나도록 해요. 나타라라는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다음에 여러분들께서 겪으실 일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고, 휴식의 기회도 적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한만큼, 여러분들께서 이 도시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신 후에 떠나셨으면 고맙겠네요."
  그러자 나는 도시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던 만큼, 꼭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리렌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었다. 검은 색을 띠는 작은 상자. 그 상자를 나에게 주면서 리렌은 나에게 주머니 안에 넣어 놓으라고 말한 후에 그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건에 대해 짧게 한 마디 말을 하였다.
  "꼭 가지고 있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가 되면, 그 때 꺼내어 사용하세요. 분명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때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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