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ezzo I. Skyblue Beach : 2


  그렇게 상자를 받은 후, 나는 상자를 아발라에게 맡기고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쉴 수 있을만한 곳을 하나 정해서 그 곳에 머물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발라에게 물었고, 이에 그는 그러할 것이라고 답을 한 이후에 가급적이면 해변가에 위치한 곳으로 정해 놓도록 하겠다는 말을 건네고서 쉴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아 우선 서쪽 해변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거리 구역을 떠나 해변가에 이를 무렵, 거리 구역 근처의 바위에 앉은 소녀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상당히 키가 큰 이로서, 청록색을 띠는 머리카락이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고, 하얀 얼굴에 자리잡고 있는 깊은 푸른색을 띠는 큰 눈동자와 연분홍색 입술, 그리고 푸른색을 띠는 작은 용의 날개 비슷하게 생긴 귀가 눈에 띄는 이였다. 그는 오른쪽 부분에만 팔목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의 길이를 가진 넓은 소매가 달려 있으며 허리 아래로 약간 내려가는 엷은 푸른색 상의와 하얀 샌들을 신고 있었으며, 바지나 치마는 입지 않고 있었다. 몸에 걸친 옷이 원피스의 역할을 행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소녀는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이 서쪽 해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분명 무언가 중요한 일이 그에게 있는 듯해 보였다. 그의 모습을 잠깐 본 이후, 나는 그를 지나치면서 길을 나아가려 하였다. 그 때, 나의 오른편에서부터 나를 부르는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저기, 실례지만 잠깐 나를 볼 수 있어?"
  이에 나는 놀라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오른편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바위에 앉은 소녀가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뭔가 있는 듯이 지긋이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 후, 왼손을 허리 위에 올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쉴 수 있을만한 곳을 찾으려 하는 것 아니야?"
  "응." 이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하였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처럼 대한 그에게 혹시 나를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이라고 답한 후에 자신과 비슷한 나이 대의 사람일 것 같아서 잠깐이나마 친해져 보고자, 그렇게 말했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나에게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나는 그 답으로써 내가 어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바로 알려주고서, 곧바로 나의 곁에 위치하고 있는 아발라를 가리키면서 그의 온전한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러자 그는,
  "두 사람 모두, 나와는 다른 존재라서 그러한지, 자주 들어본 이름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 이름 모두 나름 괜찮아 보이네."
  라고 말한 다음에, 그 답례로써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 이름은 '상티아 가브린 라셀른(Santia Gabrin Laceln)' 이야. 이름은 '장티아' 라고 불러도 돼."
  이에 아발라는 "상티아라......" 라고 말한 후에 역시 뭔가 묘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고 말하고서, 그 이름이 지어진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티아는 그것에 관해서는 리렌이라는 이에게 들은 바 있었으며, 과거의 천사장과 같이 자애롭고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그가 말했음을 밝혔다. 그러자 아발라는 "그렇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였다. 그 이후, 상티아는 나와 아발라의 모습을 바로 보려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밝히는 일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서쪽 해안 부근에 집을 마련해 살고 있고, 낮이 되면 집밖으로 나와 거리나 해변에 머무르고 있다가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고는 하지. 혹시라도 서쪽 해안에 쉬고 싶은 곳을 찾고 싶다면, 나의 집으로 와. 그러면 쉴 곳 정도는 충분히 마련해 줄 수 있으니까. 집에는 대단한 것은 없지만 휴식을 하기에는 좋을 거야."
  그 이후, 상티아는 나를 보더니 그 집으로 가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발라가 상티아에게 자신과 나를 해칠 물건은 없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상티아는 쓸데없이 의심한다고 생각했는지,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에게 살고자 하는 집에 귀찮은 것을 함부로 마련하겠느냐고 말한 후에 다시 밝은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를 따라 나아가기로 결심, 그 이후, 나는 아발라와 함께 상티아가 인도하는 대로 서쪽으로 나아가며, 그의 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해안의 모래사장 바로 근처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집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 크지는 않으며, 한 사람이 지낼 수 있을만한 작은 집. 그 집의 모습을 보며, 내가 물었다.
  "저 집이 상티아가 살고 있는 집이야?"
  이에 상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바로 자신의 집으로 내가 그의 걷는 모습을 본 이후, 그 때까지의 걷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바로 자신의 집을 소개하기 위함이었을까. 그렇게 그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자 나와 아발라 역시 발걸음을 빠르게 하면서 그러한 그를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집 바로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집에 이르자마자 세 사람은 상티아가 문을 열자마자 집 안으로 들어갔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상티아는 입구 건너편의 바다가 보이는 창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식탁에 앉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나무로 이루어진 집 내부를 잠시 둘러보려 하였다. 내부는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고,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새로 지어진 집을 보는 듯해 보였다. 상티아가 자리잡은 곳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과 찬장 그리고 옷장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식탁 위에 놓여진 은색 조각상과 옷장의 문 좌우 부분에 하나씩 박힌 못에, 줄로 이어진 채, 걸려 있는 그림들이 이전까지 보아온 식탁이나 옷장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다.
  아직 방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거실만으로 보았을 때, 집은 즐길 수 있을만한 물건이 없지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서는 적당해 보였고, 더욱이 집 근처가 바닷가인만큼, 바다의 바람을 느끼며 바다가 물결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보여서, 그 정도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집에 위치한 오두막 역시 식탁과 옷장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와 몇 개의 책장만 자리잡고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과거에는 온갖 물건들을 갖추고 있어도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 집에 있으려 하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역시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모양이다. 나에게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그러한 생각은 아발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거실의 기물들을 둘러보고 있을 무렵, 상티아가 나와 아발라에게 식탁에 앉으라고 말한 후에 그 말을 따라, 내가 상티아의 건너편에 나란히 자리잡은 의자들 중 왼편에 있는 것에 앉고, 지팡이를 식탁에 올려놓은 후, 이어 아발라가 내가 앉은 의자의 바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의자에 앉자, 창가를 마주보고 있는 나와 아발라에게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면서 물었다.
  "어때, 괜찮은 곳이지?"
  "응, 보기보다는 괜찮은 곳이야. 이렇게 바닷가를 볼 수도 있으니까. 이 정도의 집이라면 계속 머무르고 있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해."
  그 물음에 나는 바로 답을 하고서 상티아에게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고 있음이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나에게 고맙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나와 아발라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나를 비롯한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루데스 근처의 바다에 머무르고 있던 악마의 함대를 두 바람의 정령이 정지시켰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던데, 나타라와 아발라의 모습을 계속 보니까, 그 소식을 들은 일이 떠올랐어. 혹시 그 일을 행한 사람이 나타라와 아발라가 아니야?"
  이에 아발라는 나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전에 있었던 일을 들어서 알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한 후에 곧바로 사실대로 이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작은 목소리로 알았다고 답을 한 다음에 곧바로 상티아에게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답으로써 하기 시작하였다.
  "응, 함대를 정지시킨 사람이 바로 나야. 그래서 도시의 관리인인 리렌이라는 분께 칭찬을 듣기도 했었지. 혼자서 그 많은 함대를 상대하고 결국 거대한 전함을 파괴하는 일까지 행하였다고 해서. 쉴 곳을 찾고자 함은 그 일을 행한 이후 잠시 동안이나마 쉬라고 리렌 씨께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야."
  이에 상티아는 다소 놀란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랬구나." 라고 말한 후에 할 수 있다고 해도, 혼자서 수많은 함선들을 상대하는 일은 무척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하루 종일 있어도 되니까 푹 쉬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곳이 있었던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바로 답을 하였다. 이에 어리둥절하기라도 한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상티아가 나에게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나는 함대의 힘을 제거한 것이 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을 한 이후에,
  "루데스 근방의 바다에 위치한 함대의 기능을 정지시킨 일도 사실은 한 가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길을 나서다가 그들이 마침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루데스의 위험을 없앨 겸, 그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여 나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어."
  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그랬구나." 라고 한 마디 말을 건넨 다음에 하루 종일 쉴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서 무엇을 위해 길을 나서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일이야."
  그 물음에 우선 나는 그렇게 답을 한 이후, 리렌에게 이야기를 한 대로,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상티아는 놀라면서 "세상에."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악마들이 무슨 이유로 집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던 여성을 붙잡으려 하였는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후에 악마들의 근원지로 나아가는 일은 꽤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붙잡힌 여성을 위해서라도 힘내줄 것을 나에게 부탁하였다.
  "힘내고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부탁에 나는 그렇게 화답하고서 이제 두 거점만 남았으니까, 최소 네 번의 전투만 더 거치면 그가 잡혀있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공격 함대는 전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만큼, 이전까지의 힘든 전투는 없으리라는 언급도 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악마들의 주 전력이라 칭할 수 있는 함대가 사라졌다면, 앞으로의 전투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수월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네었다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잡혀간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겠어?"
  그러자 나는 그것에 관해서는 갑자기 왜 묻냐고 그에게 되물었고, 이에 상티아는 내가 나서는 일에 자신이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에 악마들 중에는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이도 많이 있기에, 나를 돕기 위해 나서면서 구해야 할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묻는다고 자신이 물음을 건네는 이유를 밝혔다. 말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으나, 상티아가 나를 도와주려 한다는 말 자체는 나에게 있어서 뜻밖이었다.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려 하는 거야?"
  "응, 혼자서 악마의 근거지를 향해 나아가려면 많이 힘들 수도 있으니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놀라면서 내가 물음을 건네자 상티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였다. 그 심정은 이해가 되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아서 그 요청은 거절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그에게 전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을 보이며 "그래?" 라고 말한 후에 그 일에 대해 아쉽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아쉽네. 이번 일만큼은 한 번 나서보고 싶었는데."
  그리고서 그는 일단은 나서지 않도록 하다가,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되면 언제라도 찾아오거나 연락을 하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나서겠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잡혀간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알고 싶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에게 그것에 대해서는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나는 그에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자신과 비슷하게 푸른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이로서, 푸른색을 띠는 긴 머리카락이 자라나 있는 머리에 노란 구슬로 장식된 머리띠를 달고 있으며, 하늘색의 소매 없는 옷과 푸른색을 띠는 긴 치마 그리고 하얀색을 띠는 케이프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이로서, 몇 년 전부터 자신과 함께 살아왔으며, 과거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는 바가 없는데, 기억 자체를 전부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고.
  "그러한 모습을 가지고 있구나. 좋아, 그 정도는 확실히 기억해 놓도록 할게. 잘 기억해서, 혹시나 내가 너희들의 일에 나서게 되었을 때, 악마들 사이에 그가 있어도 그에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게."
  그 이야기를 듣고서 상티아는 나에게 온화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와 아발라에게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도 된다는 말을 건넨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쉬고 있도록 하라는 말을 나에게 건네었다. 이에 내가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상티아는 어디서 머무르고 있으려 하는데?"
  "나? 나는 거실에 머무르고 있으면 돼. 실상 나타라에게 방을 맡기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만, 나는 나타라 등이 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니까, 큰 걱정은 없어."
  그 물음에 상티아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가볍게 답하였다. 그 때, 아발라가 상티아에게 자신 등이 무언가라도 훔쳤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상티아는 반드시 찾아내서 혼내리라고 말한 후에 집에 물건이 도난을 당했음을 알 수 있는 수단이 있으니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였다. 이에 아발라는 알았다고 답을 한 이후에 물건을 훔쳐갈 일은 없을 것이고, 혹시 내가 무언가 함부로 가져가려 하면 자신이 반드시 저지하겠음을 밝히는 말도 하였다.
  이에 상티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안심해도 되겠네." 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나는 아발라에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하고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지팡이를 다시 오른손으로 쥔 후에 아발라를 이끌고 입구의 바로 앞에 위치한 나무로 만들어진 방의 문을 열고 그 너머에 위치한 침실 안으로 들어서려 하였다. 그러면서 레비아탄을 처단한 후, 그로 인해 소금물 비를 맞고서 목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고 언제나 생각했지만, 결국 그 일은 나중에 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침실 안으로 들어서고서 나는 침대에 앉은 아발라의 모습을 잠깐 본 이후에 방의 한 가운데 즈음에 서서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물건들의 모습을 둘러보려 하였다.
  입구의 왼편에는 약간 작은 서랍장이 놓여져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액자 하나가 받침대에 의지하면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왼편의 앞쪽, 그러니까 나의 정 좌측에는 큰 옷장이 놓여져 있었고, 그 반대편인 정 우측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이들은 책상 위에 놓여진 몇 권의 책들을 제외하면 전부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의 바로 앞에는 아발라가 앉아있는 침대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하얀 시트가 있어서 침대의 윗면을 덮고 있었다.
  잠시 방의 모습을 둘러보고 있던 나는 아발라의 침대에 잠시 누워 있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 좌측의 옷장으로 나아가 그 옷장의 문을 열어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보려 하였다.
  그 옷장 안에는 몇 벌의 옷이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것도 있었고, 당시 상티아가 입고 있던 옷과 같은 원피스도 있었으나, 한결 같이 아래쪽의 치마 부분은 아이들이 입어도 될 정도로 상당히 짧았다. 여기에 그들 중 일부는 소매가 상당히 길어서 아이들이 입기에도 난감해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나는 상티아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상티아에게는 옷을 아슬아슬하게 입는 경향이 있구나."
  그리고서 잘못하면 신체의 가려야 할 부분도 드러날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서 옷걸이군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네 개의 서랍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옷장 앞에 앉은 다음에 왼쪽 위의 것부터 하나씩 열어보려 하였다. 왼쪽 위의 서랍 안에는 하얀색을 띠는 천으로 만들어진 속옷들이 몇 개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서랍 안에는 하늘색, 푸른색, 하얀색을 띠는 잠옷들이 들어 있었는데, -얇은 천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보면서 잠옷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의 부분은 각자 달랐으나, 치마 부분이 짧았음은 같아 보였다. 그러한 속옷의 모습을 본 이후, 나는 두 서랍을 닫아 서랍 안의 물건들이 다시 모습을 감추도록 하면서,
  "속옷이니까, 그렇게 입어도 괜찮기는 하겠지."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전에 열었던 서랍의 바로 아래 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랍들을 동시에 열었다. 그 중 왼쪽의 서랍 안에는 푸른색과 하늘색 그리고 청록색을 띠는 -아마도 물의 기운을 품은 원소 결정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만들어진 각종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길쭉한 팔면체부터 지팡이, 구슬 그리고 창검까지 적지 않은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곧바로 왼쪽의 서랍을 닫고서, 그 옆의 서랍 안으로 시선을 기울였다.
  그 안에는 양끝에 나무로 만들어진 둥근 막대기가 붙어 있을 하나의 두루마리가 말려 있는 채, 들어 있었다. 양의 가죽을 가공해서 만들었을 종이로 이루어진 그 두루마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주문서인가." 라고 말하고서 무슨 주문서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두루마리를 왼손으로 들어올린 다음에 지팡이를 잠시 바닥 위에 올려놓고서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쥐고 그것을 펼쳐보려 하였다.
  두루마리가 펼쳐지면서 그 위에 쓰여진 글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색을 띠는 글자들. 분명 그들은 글자들이었으나, 글자들 자체는 내가 읽을 수 없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글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의미를 가지고 있을 듯해 보이는 기호들의 집합처럼 보였다. 그 글자들을 본 이후, 나는 그러한 글자들은 요즘에는 찾기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잠시 고대의 두루마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곧 그 두루마리가 오래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 그 추측이 잘못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서,
  '누군가가 글에 쓰여진 내용을 아무나 보지 못하도록 고대 언어를 사용한 것일까.'
  라는 말을 한 이후에 아발라에게 두루마리에 쓰여진 글자들에 관해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고서, 아발라에게 자신의 곁으로 잠깐 와 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아발라는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곧바로 나를 향해 가볍게 달려오면서 무슨 일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에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내가 보고 있는 두루마리를 잠시만 봐 달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의 말대로 그가 나의 곁에 이르고서 두루마리의 글자들을 보기 시작하더니, "그렇구나." 라고 말을 한 이후에 나에게 내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제 알겠다고 말하고서 나의 모습을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이 글자들을 잘 몰라서 나를 불렀나 보네."
  "응. 도저히 읽을 수 없거든. 그래서 고대 문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아발라라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불렀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화답을 하자, 아발라는 곧바로 두루마리에 쓰여진 글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그 모습을 잠시 보려 하였다. 하지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그는 그 글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내가 그에게 "잘 몰라?" 라고 묻자, 아발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이라고 답을 한 이후에 나에게 그 글자들은 자신도 잘 모른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서 내가 두루마리를 다시 감으려 할 때에 나에게 그 말에 이어지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고대 문명에 대해서는 몇 개 알고 있기는 하지만, 고대 시대의 글자들이 가지는 의미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알고 있지는 않아."
  그 이후, 아발라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두루마리가 어떻게 상티아의 집에 들어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나중에 상티아를 만나서 그에 관해 알려달라고 말하겠음을 밝혔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상티아도 잘 모를 것이라는 추측의 말을 한 다음에 다 말은 두루마리를 서랍의 원래 위치에 넣어놓고 서랍을 전부 닫은 다음에 바닥에 올려놓았던 지팡이를 다시 오른손으로 쥐면서 두루마리에 관해 말하였다.
  "그 두루마리에 무언가 중요한 글이 쓰여져 있을 듯해 보였는데."
  그러자 아발라는 무슨 글자가 쓰여져 있는지 잘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건네고서 자신이 어떻게든 두루마리의 문자들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 내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나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지팡이를 쥔 채, 다시 일어났다가 아발라 역시 일어나서 옷장의 내가 열어놓은 문에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옷장의 문을 닫고서 그 옷장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랍장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때, 아발라의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타라, 침대로 돌아가지 않는 거야?"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아발라에게 "응, 아직은." 이라고 답을 하고서 집 안에 있는 장을 조금 더 뒤져보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아발라는 나에게 알았다고 말한 다음에 그 말에 이어서 서랍 안을 지나치게 뒤져서는 안 되며, 가급적이면 빨리 일을 마치고 자신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하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돌려 아발라의 모습을 보려 하면서 물었다.
  "아발라,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러자 그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이에 나는 밝은 목소리를 내며 빨리 끝내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그리고 서랍장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한 다음에 옷장으로 다가가서 서랍장 앞에 앉은 다음에 지팡이를 서랍장 위에 올려놓고, 그 서랍장의 위쪽부터 열어보기 시작하였다.
  여섯 개의 상하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서랍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것.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소라껍데기로만 채워진 커다란 유리 상자 하나만 들어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그 상자의 모습을 본 이후, 나는 그 서랍에 의미를 찾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후에 곧바로 그 서랍을 닫고서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서랍을 열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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