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ezzo I. Skyblue Beach : 4


  그 후, 아발라는 상티아의 집에 있는 방에 잠시 동안 더 머무르면서 해안의 모습을 바라보거나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자신이 목욕을 하기 위해 나설 테니, 내가 돌아오면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남기고서 조용히 방을 나서서 거실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다가 밖에 내놓은 도구 정리를 마쳤는지, 집의 거실에 위치한 식탁의 의자에 앉은 채, 해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상티아의 모습을 보았다. 그 후, 나는 그 상티아의 근처로 다가가려 하였다. 상티아에게 목욕을 할 수 있을만한 곳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기 위한 일이었다.
  "잠깐, 상티아.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나는 상티아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해안을 향한 채, 앉아있던 상티아가 나를 향해 돌아앉더니 나에게 무엇에 관해 묻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목욕을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서, 집 근처에 그러할만한 곳이 있는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아직 잘 몰랐느냐고 묻고서,
  "루데스 섬에는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몇 곳만이 정해져 있어. 그 중 하나는 마을 회관 근처에 위치한 공공 목욕 시설이고, 그런 목욕 시설은 루데스 섬에 몇 곳이 있을 따름이야. 사실 물의 정령들은 바다에서 목욕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그 규모는 작고, 이용하는 이도 몇 되지 않지."
  라는 말을 한 후에 목욕을 하고 싶어도 회관에 가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고 말하고서, 미안하지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 정도라고 말하였다. 이에 섬에도 맑은 물이 나오는 샘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섬의 환경에 대한 예상외의 이야기를 듣고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알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음을 알린 다음에 곧바로 방으로 나아갔다.
  그 후, 나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아발라가 나에게 목욕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못했다고 답한 다음에 회관에 가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였다. 이에 아발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안 됐네." 라는 말을 건넨 후에 나에게 그에 대해 화내지는 말아 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 일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지 않고 있던 나는 화를 내지 않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고서 잠시 쉬고 있다가 떠나도록 하자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서 아발라는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쉬려 하였고, 나는 해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물결치는 파도의 모습을 보면서 꿈에서 잠시 보았던 루시에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루시에나가 바다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을 텐데, 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 때, 그 혼잣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아발라가 나에게 루시에나를 구출하고 나면 꼭 함께 가도록 하라고 격려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면서 그 때에는 상티아도 더욱 좋아해 줄 수 있으리라는 말도 건네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될 때가 되자, 나는 방 정리를 잠깐 하고서, 지팡이를 오른손에 쥐고 아발라와 함께 방의 밖으로 나선 후에 여전히 거실의 식탁에 위치한 의자에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상티아에게 그의 집을 떠나겠음을 밝히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상티아가 나의 모습을 보면서,
  "어? 벌써 떠나는 거야?" 라고 묻자, 아발라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식사도 했고,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는 가야 한다고 말하고서 여유가 있었으면 해질녘까지는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상티아 역시 환하게 미소를 띠며 아쉽다고 말한 다음에 언제라도 찾아올 생각이 생기면, 다시 찾아오라고 말하였다. 이에 나는 식탁 너머로 보이는 해안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다시 상티아에게 시선을 향하며,
  "응, 바다가 아름다우니, 다시 들를 가치는 있을 거야. 쉬고 싶은 생각이 생기면, 꼭 들르도록 할게."
  라고 화답하였다. 그 이후, 상티아는 나와 아발라가 떠난 이후에는 자신도 집을 나서게 되기 때문에 날이 저물 때까지 집은 비워지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날 하루만큼은 누군가가 집에 머무르고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아발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 다음에 아발라에게 떠난 이후에는 그대로 남쪽으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아발라는 전부 남쪽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말한 후에 자신은 리렌이 머무르는 회관에 거주하면서 내가 남쪽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회관에 있으면서 어떻게 루데스 남쪽으로 날아가는 나를 관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아발라는 곧바로 자신의 오른편 옆으로 자신의 오른손으로 하늘색으로 빛나며 자신의 손 크기 만한 모습을 보이며 빛나는 정령을 소환해 상티아에게 보이면서 그에게 어떻게 나의 모습을 관찰하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정령을 통해 나타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령이 그 아이의 모습과 그 아이가 위치한 곳을 잘 보여주고 있지. 자주 활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타라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을 행하고 있지. 물론, 중요한 일을 할 때에만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 이외에도 정령을 통해 직접 하기 힘든 일을 비롯한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지."
  그렇게 언급을 마치고서 아발라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불러온 정령이 다시 사라지도록 한 후, 오른손을 내리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상티아는 어떻게 나타라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정령을 이용하고 있었구나, 라고 마치 잘 아는 현상을 보는 듯이 말하였다. 그러자 내가 상티아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정령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상티아는 그렇다고 답을 한 후에 왼팔을 앞으로 향하고서, 손바닥 위로 푸른색을 띠며 빛나는 작은 구체의 형상을 가진 정령을 잠시 불러오는 모습을 보였다가, 정령이 사라지도록 한 후에 팔을 내리면서 말하였다.
  "나도 사실은 정령을 불러올 수 있지. 자주 활용할 생각은 없지만. 물론, 이전에도 몇 번 활용해 본 적이 있었고, 그래서 정령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그 후, 상티아는 어떻게 아발라가 나타라의 모습을 지켜보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고 말하고서 아발라에게 정령을 통해서만 그를 관찰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아발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지 않다고 답을 하고서 나타라에게 혹시나 무언가 문제가 생기거나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큰 일을 행할 경우에는 도와주러 갈 것이며, 실제로 루데스 동부 바다에 나타난 함대를 상대할 때에도 자신도 나서서 도움을 주었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티아는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그렇구나."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의문은 다 풀린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제 마음 놓고 작별 인사를 해도 좋으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상티아에게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 후, 나는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하면서 집을 나섰고, 뒤를 이어 아발라 역시 작별 인사 한 마디를 건넨 다음에 곧바로 집을 나섰다. 그 때, 상티아가 집 밖으로 나가면서 나에게 자신도 곧 집을 나서게 되니, 집이 비게 된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 이후, 그는 납치된 사람을 구하는 일을 꼭 성공시키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는 것으로써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와 아발라는 상티아와 헤어지고서 동쪽으로 걸어가 마을에 다시 이르렀다.

  그렇게 마을에 이르고서 나는 다시 리렌이 머무르고 있는 회관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때, 아발라가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목욕할 곳을 찾으려고?"
  "응, 계속 목욕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대로 행동을 못 했으니, 이제 해야지."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회관으로 돌아갔다. 그 때, 회관에 홀로 머무르고 있던 리렌이 나의 모습을 보더니 나와 아발라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오랜만이로군요. 그 동안 어디에 가 계셨는지요."
  말을 마치면서 리렌이 건네는 물음에 나는 서쪽 해안에 위치한 상티아의 집으로 갔었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상티아라는 소녀를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랬군요." 라는 말을 건네었고, 그 모습을 보며 그가 드러내는 면모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이 아발라가 리렌에게 상티아에 관해 물었다.
  "혹시 상티아라는 여자아이를 알고 계신가요?"
  그 물음에 리렌은 "예." 라고 답한 다음에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자신으로부터 물의 소정령을 다루는 능력을 배운 이라고 그에 대해 언급을 한 이후에 수업을 마친 후에는 서쪽 해안에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태껏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는데, 어디서 그 아이를 만났느냐고 물었다.
  "서쪽 해안으로 나아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그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하는 아발라. 그러자 리렌은 "그렇군요." 라고 답을 하고서 자신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나는 대략적으로만 아는 사람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였다. 이에 리렌은 역시나,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에게 말하였다.
  "역시 그렇군요. 그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지 않으며,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도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었네요."
  그 후, 그는 잠시 서쪽 창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곧바로 목욕 시설을 찾기 위해 왔다고 답하고서 목욕 시설 중 하나가 회관에 있다는데, 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환하게 웃으면서 "알았어요." 라고 말한 다음에 회관의 동쪽 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니 그 곳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물은 항상 맑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니 물에 대해서는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렇게 리렌으로부터 안내를 받은 후, 나와 아발라는 입구로부터 우측에 위치한 동쪽 구역의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나아가고서 그 구역에 여러 개의 길쭉한 나무 상자들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공간의 좌우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고, 입구 너머의 벽 한 가운데에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닫혀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입구 너머의 문을 열고 그 너머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네모난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며 10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정사각형 욕조가 공간의 한 가운데에 놓여져 있었으며, 그 욕조는 상당히 맑은 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이후, 나는 다시 문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자들 중 왼쪽에 위치한 상자를 향해 돌아서서 그 문을 연 이후에 하얀 천 한 장만 옷걸이에 걸려 있는 상자 내부로 옷을 하나씩 벗어서 넣어놓았다. 그리고 하얀 천으로 가슴과 허리 그리고 무릎 위까지 가린 후에 곧바로 욕조가 위치한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다가 입구에 이르렀을 때, 뒤를 향해 돌아서서 아발라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가, 아발라가 옷을 입은 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들어간 아발라는 목욕을 할 생각이 없는 듯해 보인다고 생각하고서 그에게 물었다.
  "아발라, 아발라는 목욕을 할 생각이 없어?"
  "응, 나는 한 동안 회관에 머무를 생각이니까. 목욕은 나중에 해도 돼."
  그 물음에 아발라는 그렇게 답하고서 회관에서 기다리고 있겠음을 말로써 알린 후에 곧바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공간을 나섰다. 그 이후, 나는 홀로 욕조가 위치한 곳으로 나아간 다음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막대기를 본 이후에 몸에 두른 천을 풀어 헤치고서 막대기의 한 가운데게 걸어놓은 다음에 욕조를 향해 나아갔다.
  그 후, 나는 오른발부터 천천히 욕조의 물 안에 몸을 담갔다. 물은 상당히 차가웠다. 하지만 날이 그리 춥지도 않은 이상, 나름 만족스러웠다. 물 속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소금물로 적셔진 머리를 물 속에 담가서 소금 기운이 사라지도록 한 이후에 어깨와 팔, 가슴을 물로 적시는 일을 반복하였다. 그 이후에는 맑게 물결치는 물 속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가만히 누워 있으려 하였다. 그렇게 물 속에 떠 있는 채, 누워 있으면서 나는 편안함을 느끼며 말하였다.
  "이렇게 목욕을 하는 일은 정말 간만의 일이야. 그래서인지 기분이 많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하지만 잠들려 하지는 않았다. 샘이나 물가 혹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가끔 잠이 올 때도 있었는데, 이번 만큼은 가야할 곳이 있기에, 정신을 바짝차리고 잠들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물이 품은 차가운 기운이 몸의 곳곳에 퍼지면서 나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었기에 잠이 오려 해도, 올 수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나의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창가를 통해 바람에 실려 하얀 기운이 머리카락처럼 나의 두 눈앞, 그 위쪽으로 날아오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이상한 징조라고 생각하면서 놀란 나는 눈을 크게 뜨면서 눈앞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상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려 하였다. 혹시나 내가 무슨 일을 해서 문제가 일어나면 곤란하다고 생각하였기에.
  그 후, 머리카락과 같은 형상을 보였던 기운은 하나의 구름과 같은 형상으로 변하면서 나의 눈앞, 그 위쪽에 머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가만히 구름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일은 행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구름은 한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를 내려다보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그 형상을 향해 누구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형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대답을 할 의향이 없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렇게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그 형상을 향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형상은 점차 변화하여 여자의 얼굴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젊은 여성은 아닌, 중년 여성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형상. 그 형상은 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얼핏 듣기에 알 수 없어 보이는 말들을 전하려 하였다.
  "소원은 그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비원은 간절히 나아가리....... 닿지 않는 꿈 속에서 마음은 부딪쳐 간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마음 속에.......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이여....... 속박의 하얀 실이 끊어질 날이 오리니, 남빛 하늘의 폭풍이 내리는 날이리라."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말들이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말하고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다면 나가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 형상은 한 동안 나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를 슬퍼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에게,
  "징표를 찾는 자여....... 그 모든 징표가 그대의 손에 이르러 하나의 힘이 되는 때, 그대는 모든 것을 깨닫게 되리니,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리라."
  라는 말을 남긴 후에 이전에 자신이 들어왔던 창가를 통해 머리카락과 비슷한 형상의 하얀 바람으로 변하면서 사라져 갔다. 나는 그 말을 의미를 알 수 없으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로 여기었다. 그리고 끝내 그 말을 한 의도를 알려주지 않은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기로 마음을 먹고, 두 번 다시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물이 채워진 욕조에 가만히 누워 있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충분히 욕조 안에 들어가 있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을 때, 잠시 물로 나의 몸을 씻어낸 다음, 욕조에서 나와 입구 근처의 금속제 기둥에 걸어놓았던 천으로 몸을 닦고서 그 천을 허리에 두른 후에 욕조가 위치한 공간을 나섰다. 그리고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 근처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상자를 열고, 천을 풀어내어 옷걸이에 걸어놓은 다음,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치마부터 입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팡이까지 오른손으로 잡고서 상자의 문을 닫은 나는 문을 지나 회관으로 돌아갔다.
  회관으로 돌아간 후, 나는 회관의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리렌과 그 오른편 곁에 서 있는 아발라의 모습을 보고서 그들의 곁으로 나아갔다. 그 때, 아발라가 목욕은 다 마친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아발라에게 이제 곧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밝으면서 차분한 목소리를 내어 물었다.
  "떠나실 때에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실 것인가요?"
  "일단은 곧바로 남쪽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그 물음에 나는 우선 그렇게 답하였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우회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였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직진하여 가장 빠르게 목표로 나아가야 효과적으로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신조를 드러내는 말을 건네려 하자, 리렌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달리 들를 곳은 없는 모양인가 봐요?"
  "예." 일단 나는 그 물음에 간단하게 답을 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정말 들를 곳이 없겠느냐고. 그리고서 다시 한 번 물었다. 한 번 나아간 후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루데스 섬의 어떠한 곳으로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있느냐고.
  그 이후,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서쪽 해안에서 들렀던 상티아의 집을 떠올리고 그 집에 홀로 살고 있던 상티아의 모습을 연이어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상티아는 이미 집에 없을 테니, 상관없으리라고 생각하고서 곧바로 리렌의 물음에 "예." 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리렌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결단을 내릴 때, 미련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는 당연히 중요하다고 말하고서 그 의지를 잃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라고 말한 후에 나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말을 건네었다.
  "지금 이후로 또 다른 시련 속에 놓이시는 당신께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그 후, 나는 알았다고 바로 답을 한 다음에 아발라와 함께 회관을 나서서, 마을의 남쪽 거리에 이르렀다. 그리고 남쪽 하늘 높은 곳을 지나 서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하얗게 빛나는 수레바퀴의 빛을 받으면서 남쪽 방향으로 그 거리를 계속 걸었다. 그러는 동안 아발라는 오른편에 있으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라메샤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에 사는 이들의 조용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수차례 보았다.
  그렇게 남쪽 거리를 지나 마을의 남쪽 입구에 이른 후, 그 입구를 바로 지나쳤다. 그러다가 마침내 새하얀 모습을 보이는 모래사장 위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때, 나의 오른편 옆에 서 있던 아발라가 나에게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꼭 잘 돌아와야 해, 나타라."
  "걱정하지 마, 이전에는 거대 함대와도 맞섰는 걸."
  그 말에 나는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하고서 안심하고 돌아가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 후, 아발라가 안심을 했는지,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조용히 아발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였다. 마을의 남쪽 입구에 이르렀다가, 곧 그 입구를 통해 라메샤 남쪽 거리로 돌아가면서 모습을 감추자, 나는 다시 바다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서 왼손을 앞을 향한 채, 허리 높이까지 올리면서 정령을 다시 불러오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나의 손 위로 하늘색을 띠는 정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남쪽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초록색을 띠는 바다의 가까운 곳을 잠시 본 이후에 나의 왼쪽 어깨의 바로 왼편에 머무르고 있던 정령의 모습을 잠시 보고서,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며 말하였다.
  "좋아, 이제 떠나는 거다!"
  그 후, 나는 두 쌍의 날개를 펼치고서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른 하늘의 하얗게 빛나는 수레가 머무르는 곳 근처에 이른 다음에 곧바로 남쪽 방향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Intermezzo I. Skyblue Beach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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