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ezzo II. Marine Journey : 2


  바다를 향해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라메샤의 서쪽 해안가에 서 있던 나는 조용히 일렁이는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잠깐의 꿈 속에서 루시에나가 나에게 해 주었던 말, 그 당시에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던 그 말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그 방법은 나타라 씨께서 스스로 찾아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 말은 카티샨의 온전한 구원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카티샨이 무슨 이유로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루시에나에게 듣고 싶었지만, 이미 루시에나는 내 곁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말은 루시에나가 언급한 바는 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실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물론 들었지만, 거짓됨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의지를 알고 있는 나의 마음에 그가 나에게 전한 말은 사실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은 그러한 생각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하다 보니, 나의 마음으로 걱정이라는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르야나에게는 당장에 이야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벌써부터 불길함을 그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남극으로 갈 때에 '가능성' 정도만 언급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해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행로에 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비보의 소재지는 큰 대륙의 중부에 위치한 알미차와 남쪽 지대인 카르나오, 그리고 카르나오의 북부에 위치한 라르니온 중부 지역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서, 나는 모두 루데스와 나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나마 가까운 편에 속하는 카르나오부터 먼저 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때, 나의 뒤쪽에서부터 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나의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이의 모습을 고개를 돌려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나의 뒤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던 아발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고서 그의 모습을 보며 인사말을 하였다.
  "아발라로구나, 지금까지 잠은 잘 잤어?"
  이에 아발라는 "응."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한 다음에 자신의 잠자리를 정리한 후에 나왔음을 알렸다. 그 이후, 그는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해서 어서 루시에나와 르야나의 동생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은 후에 나의 오른편 곁에 이르렀다가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의 표정을 통해 내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근심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그에 대해 나에게 물었다.
  "나타라,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어? 표정이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은 채, 아발라의 모습을 보면서 "아, 아니야!" 라고 외쳤다. 그리고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그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아발라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나를 향해 돌아선 후, 팔짱을 끼며 나에게 다그치는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런다고 숨겨지는 것이 사라지지 않아, 뭐라 말해도 좋으니까, 일단 말해 봐!"
  그러자 결국 나는 한 숨을 쉰 후에 알았다고 답하고서 루시에나가 꿈에서 나타나서 나에게 해 주었던 말에 관해 간략한 설명을 하였다. 그러자 아발라는 얼굴에 드러내고 있는 약간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서 나에게 "그랬구나."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저 꿈 속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상관없으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루시에나가 너에게 진심을 담아 사실을 이야기하려 한 듯해 보인다는 점이 신경이 쓰이네. 그 이야기는 분명 루시에나의 의지가 너의 마음에 닿아 너에게 뭔가를 알리려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 네가 잠들었을 때, 너의 영혼으로 루시에나의 의지가 나타나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였을 가능성이 커."
  그 이후, 아발라는 조용히 한 숨을 쉬고서 다시 나의 모습을 보더니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단은 루시에나가 알고 있는 바가 잘못되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물론 악마들 사이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사실도 접했겠지만, 개중에는 잘못된 이야기도 있겠지. 그리고 르야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도록 해, 잘못하면 르야나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큰 죄를 짓는다는 결과를 불러오게 되니까."
  이야기를 마치면서 아발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그 정도라면 들어줄 수 있어." 라는 한 마디 말로 화답한 후에 그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아발라는 나에게 언제 출발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놀라면서 아발라에게 물었다.
  "벌써 출발하려고 준비했었어? 아직 리렌 씨나 상티아, 르야나는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응." 그 물음에 아발라는 그렇게 답하고서 자신이 곧 출발하겠음을 알리기 위해 다른 이들을 깨우려 한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나 역시 준비를 마치고 다른 이들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한 이후에 억지로 사람을 깨우는 일은 좋지 않다는 말을 한 다음에 르야나가 깨어날 때까지는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였다. 그 다음에 나는 두 무릎을 세운 채, 해안에 앉고서 아발라에게 "잠시 해안에 앉아 있기라도 해." 라고 말하여 그가 해안에 앉아 있으면서 때를 기다리도록 하였다.
  그 이후, 아발라가 나의 왼편에 자리를 잡고 나와 비슷하게 두 무릎을 세우며 앉아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을 무렵,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의 모습을 보려 하다가, 시선을 뒤로 향하였을 무렵, 나를 향해 하늘색을 띠며 파란 어깨끈 두 개가 달린 얇은 원피스 모양의 잠옷 차림을 하고 푸른 슬리퍼를 신은 르야나가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서 있으려 하였다.
  "르야나, 무슨 일이야? 뭔가 무서운 꿈이라도 꾸었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침착하게 목소리를 내어 르야나에게 물었다. 그러자 르야나는 다급한 목소리를 내어 "응." 이라고 답을 한 다음에 뭔가 무섭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이었다고 말한 다음에 그 꿈을 꾸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와 아발라가 자리에 없음을 알아차리고, 그 꿈과 관련된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곧바로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급히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내가 환하게 웃으며,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나섰던 것인데, 미안하네."
  라는 말을 하고서 잠시 침착해지도록 하라고 말한 후에 르야나가 다급해진 모습을 감출 때가 되자 나는 그에게 차분하면서 밝은 목소리를 내어 그 꿈이 무엇을 보여주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르야나는 이전보다는 차분해진 목소리를 내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늘은 어두웠고, 차가운 얼음 바닥 위에 내가 서 있었어. 그리고 계단 너머에 카티샨이 얼음 기둥에 묶여 있었어.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카티샨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뭔가 거대한 손이 카티샨을 덮치면서 얼음 기둥이 깨어졌어. 그런데 묶여 있던 카티샨이 그를 덮친 손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아이를 납치했던 루시페르의 모습으로 변한 거야. 그 이후, 루시페르는 나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이에 내가 불길하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르야나에게 물었다.
  "카티샨이 루시페르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응. 그랬었어." 그 물음에 르야나는 확실함을 알리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아갔다.
  "그 이후, 나는 루시페르의 모습을 보면서 '카티샨, 나야!' 라고 외쳤었어. 카티샨이 루시페르가 된 줄 알고. 하지만 루시페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렸다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향하고서 모습을 감추었어. 그 이후, 갑자기 기계로 이루어진 거대 인형 둘이 나의 두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로 날아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딘가의 차가운 방에 있는 얼음 침대에 나를 눕히고 나의 왼팔에 주사를 놓았어.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지."
  그러는 동안 들려왔던 카티샨을 부르는 목소리는 꿈 속에 있으면서 보였던 그에 대한 애원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해 보여 안스러움을 전해주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다. 한편, 아발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오른편 곁에 머무르면서 그가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다. 그 역시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나의 눈앞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어. 그리고 얼굴에 손을 올리려 하는 순간, 얼굴에 유리가 닿았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루시페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설마하는 생각을 했었어.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몇몇 기계로 만들어진 병사들이 나를 '루시페르' 라고 칭했어.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났구나."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내가 그에게 온화한 목소리를 내면서 말하였다. 그리고 두 팔로 그를 안으면서 온화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그를 위로하는 말을 건네었다.
  "르야나, 꿈은 꿈일 뿐이야. 어떻게 카티샨이나 네가 루시페르가 될 수 있겠니? 말이 안 되지, 루시페르라는 존재가 그렇게 악마들이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이겠어? 그러할 리가 없잖아. 카티샨이 납치된 후부터 네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불안감이 만들어낸 이상한 현상일 뿐이고, 지금의 너나 너의 앞날과는 관계가 없을 테니까, 진정하고 이제는 잊어버려, 알겠지?"
  그러는 동안 나 역시 '카티샨이 루시페르가 되었다' 라는 말을 통해 루시에나가 나에게 건네었던 이야기 중 하나인 '루시페르가 카티샨을 계승자로 삼으려 한다' 라는 말을 떠올리며 루시에나가 꿈에서 나에게 전한 이야기와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며 불길함을 느꼈지만, 차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 그러한 일이 사실로 잘못 알려진 사항임을 바라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르야나가 나의 품에서 벗어난 후, 나는 르야나에게 나와 아발라는 이미 떠날 준비를 마쳤음을 알린 다음에 아직 리렌 등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해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려 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르야나에게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조금만 더 자고 있다가 해가 뜨고 리렌이 깨어나면 옷을 갈아입고 떠날 준비를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서 온화한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을 하였다.
  "르야나, 너도 갑자기 일어나서 피곤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이제 잠은 오지 않는 걸."
  그 말에 르야나는 이전의 위로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답하였다. 그리고서 리렌에게 떠나겠음을 통보하는 글을 왜 보내려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는 "그래도 괜찮겠어?" 라고 말한 다음에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하는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리렌인 이상, 나를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떠나겠음을 통보하는 글을 보내도 잘 받아줄 것이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주저하는 나에게,
  "나도 엄마, 아빠께 편지를 보내 동생을 구하기 위해 떠난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어. 하지만 엄마, 아빠께서 그러한 나를 이상하거나 나쁘게 여기지는 않으시고 계셨지. 내가 길을 나서는 목적을 엄마, 아빠께서 이해하시고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야. 다만, 몸조심하라는 말을 당부로 전해주시기는 하셨었어."
  라고 자신의 사례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리렌 정도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정말 괜찮겠지?" 라고 르야나에게 물은 다음에 같이 가자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아발라에게 잠시 해안에 머무르고 있어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넨 후, 그와 함께 리렌이 아직 잠들고 있을 곳으로 되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하늘의 색은 이전보다 더 밝아져 있어서 곧 새벽이 올 것임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회관으로 돌아간 후, 나는 그 왼편의 복도로 나아가 리렌 등이 아직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나아가려 하였는데, 그 때,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평상시의 옷차림을 한 리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리렌은 팔짱을 끼고 있는 채,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란 나를 비롯한 두 사람에게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다.
  "어머? 두 분, 아직 떠나시지 않으셨나 봐요."
  "리렌 씨께서 깨어나시길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요."
  그러자 리렌은 자신은 자신이 깨어날 즈음이면 나와 아발라가 이미 떠났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을 하고서 자신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준 일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서 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떠나줄 것을 당부하고서 자신은 정령을 통해 나타라, 아발라 등과 연락을 취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음을 알린 다음에 상티아가 깨어난 후에 그에 대해 알리는 말을 전하겠음을 밝혔다.
  "고마워요, 그런데 리렌 씨께서도 정령을 소환하실 수 있으셨어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고맙다고 말한 다음에 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는 두 팔을 내린 후, 오른팔을 허리 높이로 올리고서 파란색을 띠며 빛나는 정령을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연락에 대해서는 항상 안심하고 있어달라고 말하였다. 그 후, 그는 정령이 사라지도록 하고서, 길을 비켜준 후에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면 마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르야나에게 물었다.
  "르야나 씨께서는 나타라 씨와 함께 하시기로 하셨지요?"
  "예, 분명히 그렇게 말씀 드렸었어요, 상티아 씨를 비롯한 도시에 계셨던 분들께."
  그 물음에 르야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나에게 자신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고서, 상티아가 잠들고 있을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도시에 있었을 때의 옷으로 온전히 갈아입은 후, 다시 나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 때, 리렌이 그의 모습을 보더니,
  "그런데 앞으로 나타라 씨께서 가실 곳으로는 더운 곳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옷차림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라는 말을 하더니, 방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잠시 자신의 방으로 자신과 함께 들어와 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말하고서 리렌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그 후, 나는 가만히 서 있으면서 두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리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원한 옷을 그에게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리렌이 옷을 고르는 일이 의외로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한 다음에 문 왼편 근처의 벽에 기대어 서 있으면서 두 사람이 나올 때를 계속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리렌의 때가 되면 다시 옷을 전해주겠다는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두 사람이 다시 방으로 나왔다. 리렌의 뒤를 따르면서 두 손을 아래로 내린 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르야나. 그의 옷차림 등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소매가 없고 어깨 끈만 달린 원피스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 부분의 길이는 다리 부분이 전부 드러날 정도에 이르고 있었고, 맨발에는 은색 샌들이 신겨져 있었다. 옷감은 흰색을 띠고 있었는데, 약간 투명해서 몸이 희미하게나마 드러나고 있었다. 머리 모양도 이전과 분명히 달라져서 머리를 아래로 묶고 있던 모습에서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양끝, 그 작은 일부가 갈래머리로 묶여지고 초록색 리본으로 장식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부끄럽게 여기어졌는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드러내고 있던 르야나는 얼굴을 붉힌 채, 말 없이 리렌의 뒤에 서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서 나는 리렌에게 물었다.
  "그 아이가 원하지 않는 옷차림 아니었나요?"
  그러자 리렌은 활짝 웃으면서 답하였다.
  "르야나 씨와 같은 예쁜 아가씨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이라서 입혀 봤어요, 머리 모양도 새로 손질하고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인데, 지금까지는 잘 몰랐었네요."
  그리고서 그는 르야나에게 나타라의 곁에 있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르야나는 고개를 들고 나의 바로 앞에 이르러 나를 바로 보기 시작하였다. 나는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하였다. 이전과는 인상이 전혀 달라지기는 했어도 나름 좋아 보였는데, 머리 모양과 옷차림의 차이 때문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가 정말 그러한 옷차림을 하기를 원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르야나, 그 옷차림, 만족해?"
  "응, 만족해. 하지만 처음으로 이런 옷을 입으니까......."
  부끄럽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리렌이 건네었을 옷은 르야나에게는 부담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싫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만약 싫다고 생각했다면, 그 옷을 입으려 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나는 생각하였다. 그 무렵, 르야나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말하였다.
  "하지만, 나타라도, 아발라도 그런 옷차림을 하면서 잘 지낼 수 있는 걸. 처음이니까, 부담이 가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더운 곳으로 간다니까, 잘 입고 있을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러는 동안 르야나의 붉어졌던 얼굴도 서서히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 리렌이 나에게, 자신이 르야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전수해 주었다고 말하고서, 적어도 나나 아발라가 그를 안고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리렌은 나 그리고 나의 오른편 곁에 이른 르야나의 모습을 보며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시간을 오래 끌었네요. 이제 서둘러 가시도록 해 주세요. 그리고, 언젠가 앞으로 있을 시련을 이겨내시어 마침내 잡혀간 사람들의 앞에 이를 수 있도록 항상 강한 마음을 가져 주시길 바래요."
  "그에 대한 각오는 언제나 하고 있으니까, 너무 심려치 마세요."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서 그에게 작별 인사의 말을 건네고 그의 회관을 나서서, 서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아발라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려 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후, 아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르야나의 모습을 보다가 나를 따라 자신의 곁에 이르고 있던 르야나의 모습을 보더니 그가 누구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러자 나는 르야나라고 바로 답하고서, 리렌이 앞으로 갈 곳으로 더운 곳도 있을 수 있어, 그에 맞추어 옷을 갈아입게 되었음을 알렸다. 그러자 아발라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확실히, 앞으로 갈 곳 중 세 곳은 더운 곳이니까, 그러한 생각을 하셨겠지. 알미차는 원래부터 사막 지대라서 평상시에는 날씨가 굉장히 덥고,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곳인 카르나오도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기는 한데, 북부의 정글 지대라면 상시 더운 곳이니."
  그리고 리렌에 대해 좋은 생각을 했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잠시 르야나의 모습을 보더니 나에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에 싫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는 말을 나에게 했었음을 밝혔다. 이에 아발라는 "다행이네." 라고 말하고서 서쪽 바다를 향해 서 있으면서 "그러면 어서 출발하자."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르야나의 곁에 있으면서,
  "좋아. 그러면 르야나의 보호는 네가 맡도록 해."
  그러자 르야나는 놀라면서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그에게 화를 내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나는 싸워야 하고, 르야나는 날지 못하잖아."
  그 때, 르야나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서, 두 손이 자신의 양 옆 아래를 향하도록 한 후에 잠시 눈을 감는 모습을 보였다. 그 후, 그의 양 어깨에서 하얗고 투명한 새의 날개 형상의 날개가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르야나는 두 손을 다시 모으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리렌 씨께서 특별히 저를 위해 전수해 주신 거야, 날지 못하는 나를 위해. 덕분에 이제 나는 나타라 그리고 아발라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어."
  "굳이 그러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래도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 이후, 나는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바라보면서 밝은 목소리를 내어 이제 출발하자고 말하고서 나부터 날개를 펼치고 서쪽 바다의 상공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에 이어서 아발라 역시 날아오르기 시작하였고, 마지막으로 르야나가 날개짓을 하며 나와 아발라의 뒤를 따랐다. 르야나의 비행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날개에 의존하는 면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잘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날 수 있다고 해도, 아직은 위험하니까, 항시 아발라의 곁에 있도록 하라고 말하고서 아발라에게 항시 자신의 뒤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 르야나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에 아발라는 "좋아, 맡기라고." 라고 말하고서 르야나의 오른편 곁에 이른 다음에 나의 뒤를 따라 루데스 서쪽 바다의 상공을 나아가려 하였다.
  그 후, 나는 앞장서서 카르나오의 북부 지역에 이르기 위해 루데스의 남서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가끔 아발라와 르야나의 모습을 보기도 하였는데, 아발라의 가끔 르야나의 손을 잡으면서 비행을 도와주는 모습을 본 이후에 그에 대해 흐뭇해 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그렇게 서쪽 바다의 상공을 나아가는 동안 나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항해를 행하는 커다란 돛단배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 카르나오를 향하는 여객선인 듯해 보이는 그 배가 물결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나는 밝은 목소리로,
  "정글을 향해 배가 가고 있구나."
  라는 말을 하고서 정글에 있다는 비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라고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조용히 카르나오를 향해 날개짓을 하며 나아갈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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