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VII. White Midnight : 3


  "행복이 험난한 모험 끝에 찾을 수 있는 환상의 존재가 아닌, 세상의 어떤 곳에서라도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그것뿐이에요."
  이에 내가 정말 그것뿐이냐고 루시에나에게 묻자, 루시에나는 "예." 라고 답을 하면서,
  "하지만, 과거 시대에는 있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소망이었어요. 지금 이 시대에는 그 소망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자신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박한 행복조차 힘있는 자들이 멋대로 빼앗아 갔었던 과거 시대를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한, 적어도 그 소망을 외면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 채, 조용히 요동하는 밤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쉬운 일이니까,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 한 동안 루시에나는 가만히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가만히 루시에나의 옆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고, 그에 따라 루시에나의 옆모습이 보이는 특징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욱 선명한 색을 띠는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 머리에 씌워진 금색을 띠는 구슬이 박힌 원형 고리, 푸른색을 띠는 투명한 눈동자, 하얀 살결, 짙은 분홍색을 띠는 입술....... 그러한 특징을 가지는 얼굴 모습을 본 이후, 나의 시선은 그 아래를 향하기 시작하였다.
  밝은 하늘색을 띠는 상의와 그 상의를 덮고 있는 하얀색을 띠는 짧은 케이프, 그리고 하얀색을 띠는 허리띠와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다란 푸른 치마가 드러났다. 허리는 아발라만큼은 아니었지만 가늘었고, 가슴은 내가 여태껏 만난 이들과 다르게, 앞으로 오목하고 둥근 그릇의 모양새처럼 크게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옷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슴과 허리가 좌우로 하나씩 하나의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먼 옛날에 있었다는 여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여성의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지금은 사라졌을 하늘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듯이 애수에 잠겨 있었다. 루시에나는 처음에는 슬픔을 드러내다가, 그 이후에는 그리움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며, 하늘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두 손을 가슴 근처에 올리며 모은 채,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말은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러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두 팔을 내리고서 눈을 감은 채, 잠시 말 없이 서 있다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언가 말을 하였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 말이 무슨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처음의 목소리는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마지막에는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은 듯이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이후, 루시에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이에 그를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던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겨우 마음을 진정하여 그의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 얼굴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렇게 모습을 보는 동안, 루시에나는 나에게 한 가지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잠시 저의 모습을 바라보아 주실 수 있겠어요?"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고 답한 다음에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루시에나는 가만히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 후, 루시에나는 차분한 목소리를 내어 나에게 자신은 나에게 있어서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다.
  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질문에 나는 그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 몇 마디 말로 답을 하였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보살펴주는 고마운 존재일 거야.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네가 항상 나서서 나를 도와주고는 했잖아, 이전에 내가 기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직접 산을 내려가서 기름도 구해오고.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살펴주어야 할 존재라고도 생각해. 루시에나는 힘이 없고, 약하기 때문에 동물의 위협을 받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안 돼. 그러니까...... 그러한 일이 없도록, 내가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서 오해의 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잘 표현을 하지 못하기 따름이며, 악의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루시에나는 그저 환하게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에게 자신은 나의 그러한 진심 있는 모습이 무척 좋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말하였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좋아함에 이유를 말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요."
  그 후, 그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없어지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 물음에 나는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루시에나가 없어진다면, 그가 오기 전에는 없었던 하나의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답을 하였다. 원래부터 가족이 아니었고, 그가 떠나가면 집에는 처음에 내가 집에 있었을 때처럼 나 하나만 남기 때문에 더 이상 잘못될 일은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왜 그러한지는 몰라도, 루시에나가 떠나간 이후에는 루시에나가 집에 오기 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그렇게 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서 나는 그에게,
  "역시 말로는 설명이 어렵지만, 루시에나가 없어지면 그 이후부터는 한 동안,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이상하지 않아? 루시에나가 떠나간다고 해도, 나는 더 이상 손해볼 것이 없는데."
  라고 말한 다음에 루시에나에게 나쁜 일이 생겨도 비슷한 감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하고서, 이전에 그가 아파했을 때에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아발라에게 간청까지 하면서 약을 얻어왔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그것이 내가 그를 지키고자 하는 나만의 이유라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루시에나로부터 쉽게 돌아서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한 후에 그에게,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였다. 이에 루시에나에게 나의 집에 오기 직전에 떠돌고 있으면서 알게 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루시에나는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서 그는 나에 대해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잃고, 마음이 비어버린 채, 떠돌던 자신에게 있어서 내가 하나의 빛과도 같았다고 말한 후에 언제부터인가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다시 기쁨과 슬픔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시......." 라는 말을 한 이후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으려 하였다. 이에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하면서 다시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그제서야 말을 이었다.
  "다시금,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이에 내가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렇구나." 라고 말을 한 이후에, 특별히 감출 만한 말은 아니었다고 말하고서,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루시에나는 정말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말한 다음에 내가 "그럼!" 이라고 화답하자, 루시에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나타라 씨께서는 저에 대한 하나의 감정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말로는 표현하시지 못하시고, 나타라 씨 자신도 의식은 하시지 못하시고 계시겠지만, 그 특별한 감정이 있기에, 나타라 씨께서는 저를 그렇게 대하시고 계신 거예요."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이해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 말의 의미만큼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무슨 의도로, 무엇을 위해 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에게 그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루시에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 대신, 그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후에 자신을 한 번만 안아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내가 그를 향해 다가간 후에 두 팔을 벌리고 그를 끌어안기 시작하였다. 나의 가슴과 그의 부풀어오른 앞가슴이 서로 맞닿으면서 부드러우면서 무게 있는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느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물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 이후, 루시에나는 나에게 자신의 입가로 나의 입술을 가까이 옮겨줄 것을 부탁하였다. 필요 없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는 루시에나의 입가로 나의 입술이 다가가도록 머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루시에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몽마의 목소리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말하였다.
  "나타라 씨, 이것이 그 동안 저를 위해주었던 저의 큰 선물이에요."
  그 이후, 나의 입술과 그의 입술이 서로 맞닿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으면서 기쁨에 차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였다. 그 후, 루시에나는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지은 후, 두 팔로 나를 안고서, 나의 목 뒤로 자신의 얼굴을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그에게서 자그마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나도 오랜 방황 끝에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찾을 수 있었어. 이렇게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 그 밝은 모습을 보면,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러한 일을 지금까지 왜 하지 못했던 것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잠시 후에 또 다른 말이 그에게서 나왔다.
  '이제는, 복수를 위한 삶은 살지 않아. 이런 사랑스러운 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어. 그들이 우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밝은 나날을 언제라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역할이 비록 작을지는 몰라도, 그들에게는 정말 큰 일이 될 거야. 그 일을 마칠 때까지, 지켜보고 있어 줘, 나를 사랑하였던 한 사람으로서.'
  그 이후, 나와 루시에나가 서로 떨어졌을 무렵, 내가 그에게 물었다.
  "기억을....... 잃지 않았었구나."
  이에 그는 "듣고 계셨군요." 라고 간단히 말하고서, 아주 오래 전의 일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껏 숨기고 있었다는 말을 한 이후에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자신의 기억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주 오래 전에 저는 라르니온 중부 지역이라 칭해지는 곳의 도시에 살고 있었어요. 황폐해진 지역의 도시였지만, 투명한 장막에 감싸여 있었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후 속에서 과거의 문명을 이어가면서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그러한 곳이었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렸을 적에 들었던 아젤 폰 아데시아라는 이의 경험을 통해 그러한 도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황폐한 대지 위에 세워진 도시이지만, 유리로 만들어진 장막에 감싸여 있으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후로 인해 풍요로웠다는 지역. 하지만 신의 뜻을 어기는 삶을 이어간 탓에 천사 아에넬리스에 의한 징벌을 받아 파멸하였다는 그러한 세계였다. 그러한 세계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온화하게 미소를 띠면서 그에게, "그런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라고 한 마디 말을 한 이후에 사랑하는 사람이나 복수에 대한 말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지역에서 저는 학교에서 만나 알게 된 남자와 교제를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같이 활동하고, 같이 행동하고, 때로는 같이 가까운 곳으로나마 여행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었었지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그 마음은 점차 깊어져 갔었어요."
  그 물음에 우선 그는 자신이 이전에 사랑하였다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은 루시에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해 묻자, 그 답으로써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저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저를 마음 속 한 곳에 두기 시작하였고, 저를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 주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학업에 악영향을 주어, 이에 제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의 일면을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저 역시 그를 마음 속 한 곳에 두려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함께 가족을 마련하면서 가지게 될 미래에 대해 서로 생각하기도 하였고, 앞으로 저에게 태어날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였어요. 그러면서 참 예쁜 아이가 태어날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었지요. 그러면서 결혼식에 쓰일 드레스까지 마련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내가 물었다.
  "그런데, 왜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된 거야?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아무리 태고 시대의 문명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분명 이상한 일이라 여기어질 텐데."
  그 물음에 우선 루시에나는 "정부에 의한 일이었어요." 라고 답하고서,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암울해진 목소리로 풀어놓는 일을 행하려 하였다.
  "정부는 도시의 파멸 이후, 황폐해진 대지에서의 완벽한 적응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인류의 두뇌를 기계 병기에 이식하는 일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반대하는 자들을 철저히 탄압하기 시작하였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황폐한 대지의 버려진 구역으로 쫓겨났었어요. 그러는 와중에 저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 역시 정부의 목표가 되었어요. 그리고 정부의 기계화한 병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전에 없던 슬퍼하는 얼굴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결혼식 바로 전날의 일이었어요. 그렇게 체포되는 동안, 저는 정부의 군사들에게 호소를 해 보았지만, 이미 인간성을 잃은 병사들에게 그 호소는 닿지도 않았지요. 그리하여 그는 인간의 감정을 잃은 자들에 의해 사멸하였어요. 시신을 찾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형체 자체가 사멸하여 사라져, 유골조차 찾을 수 없었지요."
  그 이후, 루시에나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정부는 버려진 구역의 마을들을 파괴하기 시작하였어요. 자신들의 정책을 반대하는 자들을 숙청하기 위한다고 하면서...... 그리하여 버려진 구역의 거의 모든 마을이 파멸하고,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게 되었지요. 저는 그 가공하였던 폭압 속에서 살아남았던 사람 중 하나에요. 그렇게 살아남으면서 저는 참극의 원흉이었던 정부에 대한 원망과 복수의 다짐을 마음 속에 품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하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는 정부의 뜻에 따르게 된 모든 이들이 루시페르라 자신을 자칭하기 시작한 전산 장치의 프로그램에 의해 인형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일 등을 겪으면서 더 이상 그들을 원망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마치면서 루시에나는 다시금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였다. 이에 내가 "그랬구나." 라는 말을 하고서, 이제는 구 인류를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예,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과 아발라 씨의 이야기와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저를 변화시켜, 원념이 마음 속에서 사라지도록 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제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원하는 바 역시 그러한 저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는 동안 나는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 때, 루시에나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르야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이에 나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묻고서, 어차피 떠날 때는 다음날 밤이라고 말하고서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에 루시에나는 말 없이 가만히 집을 바라보며 서 있기만 하다가, 나에게 말하였다.
  "집에서 르야나 씨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만 확인하고 올게요."
  그 이후, 루시에나는 르야나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루시에나는 다시 집의 현관문을 열고 나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루시에나는 나에게 집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르야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으며, 아발라는 두 침대 사이의 바닥에 자고 있었고, 레하라와 아미엔은 식탁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는지 식탁에 엎드리고 있었다고 일행의 사정에 관해 알린 루시에나는 곧바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말하였다.
  "아발라 씨는 정말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대한 큰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에 반해 르야나 씨는 걱정의 마음이 남았는지, 여전히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잠들고 있었어요.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해 보이기도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이에 나는 "괜찮아." 라고 답하고서 미래를 예견하는 꿈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지 않겠느냐고 말하였다. 그 때, 루시에나가 나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것에 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곳에 사는 이들은 인간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 칭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저 한 번 궁금해서 여쭈어 보는 거예요."
  이에 나는 "아니." 라고 바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에게 그 이유를 밝혔다.
  "나와 같은 이는 결코 인간과 같을 수 없어.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살아간다고 해도, 정령은 인간이 될 수 없어. 나이 문제도 있겠지만, 나이나 수명이 인간과 비슷한 정령이 있다고 해도, 인간과 같지 못하겠지. 태생부터 동물적 특성이 남아있느냐라는 신체적 특성의 차이까지 여러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는 점 때문이야."
  그리고 그에게 부모에 대해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서, 신체적 특성의 인간과 다른 점은 그것으로 인해 생긴다는 언급까지 하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그 이후, 나는 조금만 더 바다의 모습을 감상하다가 돌아가자고 말하였다. 그리고 백야의 바다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다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에게 다음날이면 따뜻한 차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루시에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내가 집의 현관문을 열어서 두 사람이 모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커튼으로 창이 가려진 방으로 들어간 후, 나는 아발라가 방의 오른쪽 구석에 위치한 나무 상자에 넣어둔 나의 지팡이를 확인하고서, 아발라의 오른편 곁에 자리를 잡고서, 루시에나에게 침대를 쓰라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루시에나는 케이프를 벗는 일을 시작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알았어요." 라고 답한 후에 자신의 옷을 옷장에 걸어놓고 어깨 끈이 달려 있으며,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 있고, 치마 부분의 길이는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인 하얗고 반 즈음 투명한 잠옷 차림을 하고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렇게 루시에나가 자리를 잡는 동안, 나는 반투명한 옷을 입어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고 있던 살결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을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곧바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루시에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연인으로 맞이하였다니, 그 남자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황폐화한 도시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니, 아주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서 나는 루시에나가 나에게 남겼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세상에 대한 기원이었다. 행복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소망, 그 소망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혼잣말을 하고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렇게 르야나의 집의 방바닥에서 잠을 청하였다. 자기 전에 특별히 한 일이 없었으나, 그래도 잠은 나름 잘 왔다.

  그 이후, 날이 밝아질 무렵, 나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시에나는 잠이 오지 않았는지, 침실을 떠나 있었고, 르야나 역시 자리에 없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었다. 그러하리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들이 잠시 집을 떠나 어딘가에 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러다가 나는 식탁에 앉아서 잠들어 있던 두 사람 역시 자리에 없었으며, 그 자리들 중 하나에는 루시에나와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던 르야나가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 후, 나는 르야나의 곁으로 다가가 보았다.
  "르야나, 잠은 어땠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후, 그에게 그렇게 인사말을 건네자, 그는 많이 괴로웠다고 답하고서, 잠을 방해할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괴로운 꿈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는 말을 한 후에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루시페르가 갑자기 하늘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카티샨에게 그러하였던 것처럼, 풀밭에서 나를 납치했었어. 그리고 나는 루시페르에 의해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높은 곳으로 한 없이 올라가고 있었어. 그렇게 루시페르에 의해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나는 공포로 인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가,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어."
  "그랬구나."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그렇게 말을 건넨 후에 루시페르에게 납치될 일에 대한 두려움이 꿈을 통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러한 일은 없을 테니, 너무 지나치게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르야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나에게 어두운 목소리로 그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그가 다시 올지도 몰라."
  이에 나는 그저 괜찮을 거야,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아발라가 깨어나면 그를 보호하는 일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을 행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 때, 르야나가 나에게 다른 사람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내가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르야나는 나에게 그러할 것 같았다고 말하고서 무사해야 한다고 나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걱정 마." 라고 화답한 후에 집을 나서고서 해안으로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서 풀밭을 지나 그 너머에 있는 해안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과연 해안에서는 잠옷 차림을 한 루시에나와 레하라 그리고 아미엔이 서 있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을 향해 뛰어간 다음에 루시에나의 곁으로 다가가서 다들 잘 잤느냐고 묻고서, 갑자기 집을 떠나 있어서 걱정했다는 말을 하였다.
  "나타라 씨도 일어나셨네요."
  이에 루시에나는 나를 향해 돌아서고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그렇게 말한 후에 레하라와 아미엔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몰래 듣고 있다가, 그들이 자신을 발견해 자신을 불러 그들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게 되었다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 설명을 듣자마자 나는 레하라를 향해 돌아서고서 무슨 이야기를 아미엔과 함께 하고 있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의식에 사용할 비보가 위치할 순서를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해, 아미엔이 알려주기도 하였고, 아미엔이 지팡이로부터 비보를 분리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탓에 제가 가르쳐주기도 하였지요. 서로 모든 것을 제대로 알고 있지만은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러다가, 악마들이 침입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그에 대해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었어요."
  그 물음에 레하라는 차분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무언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저 기분 탓이려니, 생각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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