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VII. White Midnight : 4


  그 이후, 잠시 이야기가 이어진 끝에 세 사람 모두가 르야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고, 이에 나 역시 그들을 따라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이르렀을 무렵에 집 근처의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르야나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잘 주무셨어요?" 라고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르야나의 어머니인 여인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편안히 잘 주무신 모양이네요, 아가씨."
  라는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르야나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고서,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고를 해 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물었다, 카티샨은 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어째서 카티샨을 구하기 위해 시간과 힘을 들이고 있느냐고.
  "소중한 사람을 잃음이 얼마나 슬픈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물음에 나는 곧바로 그렇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붙잡힌 사람들을 전부 구할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라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그 여인은 나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서, 나의 소중한 사람을 그로 인해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그 이후, 여인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아침 식사를 마련해 놓을 테니, 집 안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 말에 나는 알았다고 답하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 나는 거실로 나와 있는 아발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발라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밖에 나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잠들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집에 없어서 그들을 찾기 위해 잠시 나갔을 따름이라고 집을 나갔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아발라는 "그랬구나." 라는 말을 하고서 르야나가 흉한 꿈을 꾸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한 다음에 그가 그 꿈으로 인해 앞으로의 일이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니, 가급적이면 르야나를 먼 곳에 데려다 놓지 말라고 나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알고 있어, 꿈 이야기는 이전에 들은 바 있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서 내가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 밤중에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서, 식탁에 앉은 르야나에게 향하면서 이미 집 안으로 들어선 후에 주방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그릇을 씻는 그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 때, 르야나가 나를 향해 돌아앉더니 나에게 이번에는 찾아온 사람이 많은 만큼, 식사 준비에 소모되는 시간이 걸린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식사가 시작될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르야나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식사가 시작될 때까지 여유롭게 방에서 기다려도 될 것 같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아발라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아직 잠옷 차림을 하고 있는 루시에나와 아미엔이 침대와 침대 오른편에 놓여진 책상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레하라가 아미엔의 건너편에 서 있었다. 그 중 레하라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오셨군요." 라고 말하고서 식사는 언제 있느냐고 물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야 할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일에 열중을 하고 있는 듯한 아미엔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아미엔은 책상 위에 어디서 발견했는지 몰라도 작은 나무 상자들을 싾아두고 있으면서 그 오른편에 종이를 올려놓고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워낙 심히 열중하고 있었던 탓에 그에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 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에게 레하라가 그 광경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자신이 사용하려는 마법에 관한 힘이나 충격력에 대한 실험을 하고서, 그 결과를 적고 있어요.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서 직접 실험을 해 보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에요."
  그리고서 아미엔에 대해, 이전에도 여행 중에 특이한 것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마법이 자신에 의해 나타났을 경우, 그에 관해 적어놓아, 행여 잊었을 경우를 대비하고는 한다고 언급하고서, 읽고 쓰는 일에 인연이 참 많은 이라고 또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레하라는 아미엔은 평소에는 자신의 집이나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읽거나, 마법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을 주로 행하며,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는 날도 1 주에 2 일 정도는 가진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책에서 본 흥미로운 사항이 있으면, 그 사항을 실제로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그러면서 자신의 지인을 한 사람 정도 불러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발견한 사항 중 실제로 찾은 것은 얼마나 되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아발라가 레하라에게 묻자, 레하라는 많지는 않다고 답하고서, 발견할 경우에는 미리 준비해 놓은 책자에 그것에 대한 글을 적어놓거나 그것에 관한 마법을 연구하는 일을 행하며,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인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거나 논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그와 몇 번 멀리 여행을 갔을 때에는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놀러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는 줄 알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이후, 레하라는 그러한 여행을 계속 한 덕분에 그래도 집에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존재에 대하여 많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하고서, 처음에는 글 솜씨도 좋은 수준이 아니라 볼 것이 아닌데, 나중에는 글 솜씨가 나름 괜찮아져서 다행이라는 언급도 하였다.
  그 때 마침, 아미엔이 필기구를 내려놓고 "다 했다." 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한 다음에 레하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그에게 식사는 아직이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잠시만 더 기다려 보라고 답하는 레하라. 그 이후, 나는 아미엔의 모습을 보더니 레하라가 한 그에 대한 언급이 전부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분히 사실이라고 답하고서,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언급한만큼, 잘못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으리라고 말하는 아미엔. 그리고서 그는 책상 너머 창가로 시선을 향하면서 말하였다.
  "호기심이 많고,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면서 잊고 싶지 않았던 것도 많았고...... 그래서 호기심에 이끌려 본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항상 기록으로 그것에 대한 사항들을 남겨두고는 해요. 외우기 위함이 아니라, 먼 훗날이 되었을 때, 기록들을 보면서 그것을 본 일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일을 하지요. 외우는 것은 주문만으로 충분해요."
  그 후, 아미엔은 레하라에게 지금은 일 때문에 못한다지만, 다음에 찾아오면 얼음 과자라도 주면서 대접해 주겠다고 말하고서, 일이 끝나고 나면 자신에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레하라는 밝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알았어, 그렇게 할게." 라는 답을 한 다음에 자신이 찾아왔을 때에는 이전에 보여주기로 했던 것을 보여달라고 부탁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 때, 르야나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모두 식탁에 모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나와 아발라부터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아미엔과 레하라 그리고 루시에나가 나와 아발라를 따라 밖으로 나와, 나, 아발라 그리고 르야나의 건너편에 앉으려 하였다.
  르야나의 어머니가 준비한 것은 접시에 담겨진 하얀 수프와 다소 딱딱한 빵 조각, 그리고 하얀색을 띠는 작은 치즈 덩어리와 둥글고 다소 큰 고기 조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이 없었던 나는 만족하면서 수프부터 먹기 시작하였고, 다른 이들도 싫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각자 준비한 양이 아주 많지는 않은 탓에 식사는 짧은 시간 내에 끝났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서, 아발라는 우선 자신의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르야나에게 잘 먹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르야나는 "응." 이라고 답한 다음에 곧바로 그에게 언제나 잘 먹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 대용 식품이나 비상 식량으로 식사를 하거나, 굶는 일도 많았는데 간만에 집에서 식사를 하니, 기분은 참 좋다고 식사에 대한 말을 하였다.
  그러자 식탁 오른편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여인이 르야나의 모습을 보더니, 자신도 식사를 하면서 기뻐하는 르야나의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한 다음에 다시는 집 밖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르야나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눈을 뜨면서 공손하면서 다소 우울하기도 한 목소리를 내어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하였다.
  "하지만, 저는 곧 다시 나가야 할 텐데."
  "카티샨 때문이겠지? 그래, 알고 있어."
  그 말에 여인은 이해한다고 말하고서 침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더니, 우울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루시페르라는 악마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 아이를 납치해서 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악마란 본시, 선한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 태어났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구나."
  그러는 동안 르야나의 건너편에 앉은 루시에나는 깊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려 하였다. 그 때, 아발라가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루시에나는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서, 나중에 자신이 르야나와 어머니의 마음이 잠시나마 슬픔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음을 나에게 알렸다.
  그 말을 들으면서 루시에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에게 루시에나 역시 르야나의 집안에 대한 사정을 잘 모른다지만,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는 말을 하였다. 그 후, 식사가 끝나고 아발라와 레하라 그리고 아미엔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와 루시에나 그리고 르야나는 거실에 남았고, 그러면서 남은 식기들을 들어 주방으로 옮기는 일부터 행하였다.
  그 후, 루시에나와 르야나는 주방에서 그릇을 물로 씻는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르야나가 루시에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그에게 무척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평소에도 그릇 씻는 일을 자주 하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렇지는 않다고 온화한 목소리로 답하는 루시에나.
  그리고 그 말에 이어서 루시에나는 르야나에게 이상하게도 과거부터 그런 일을 한 번 정도는 해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한 이후에 그래서인지 자주 해 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시에나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던 나는 르야나에게 루시에나가 말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가는 르야나가 그를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임을 그가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정성스럽게 그릇을 씻고 찬장에 올려놓는 루시에나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일을 하고 있던 르야나가 이번에는 결혼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루시에나 씨는 이제 결혼하시기에 좋은 때가 되신 듯해 보이는데, 혹시 결혼하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직은 아니에요, 저는 아직 나이가 열 일곱 정도라서, 결혼하려면 많이 무리에요. 그리고, 결혼하기에 좋은 남자를 아직 찾지도 못해서, 지금은 곤란해요."
  그 물음에 루시에나는 당황하면서 르야나의 물음에 그렇게 답을 한 다음에 좋은 때에 결혼하는 일도 좋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결혼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그에게 말하고서, 결혼으로 모든 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다른 말 없이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르야나에게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결혼이란, 한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일 따름이에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성을 가진 또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행하는 삶과 하나의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삶의 시작이지요. 그러한 삶이 불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갈등이 없어야 하고, 그 갈등이 없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줄 수 있어야 하겠지요. 한 쪽이라도 상대를 위하지 않는다면 그 결혼 생활은 불행의 시초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바탕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잠시 후, 주방에서의 일이 끝나자 루시에나와 르야나는 식탁 근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그러는 동안 루시에나는 르야나에게 이전에 하던 이야기를 잇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적령기가 지난다 하더라도, 그러한 일을 못하면 결혼은 무리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결혼 이후에는 아이를 낳아, 하나의 가족을 꾸려야 하는데, 그 일은 아직 나이가 어리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결혼을 못하는 거예요."
  그 때, 식탁 근처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아가던 여인이 루시에나의 모습을 보더니 물었다.
  "아가씨 정도라면 확실히 좋은 남자 만나 살림을 꾸며도 되어도 괜찮을 거예요. 아직 어른은 아니더라도, 곧 어른이 될 나이이고, 아가씨의 모습을 보아 하건데, 그 정도면 충분히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도 있어 보이는데. 하지만 확실히 본인의 의지로 인해 안 되는 일이겠어요."
  그 후, 루시에나가 여인을 따라 집을 나아갈 무렵에 여인은 그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오래 전에 무언가 겪은 일로 인해 결혼 등의 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하고서, 자신의 생각으로는 사랑하던 사람이 죽거나 그를 배신한 일에 관한 것 같다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루시에나는 특별히 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그 표정은 확실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여인과 루시에나가 함께 집 밖으로 나아가는 광경을 보고서, 현관문 앞에 서 있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다. 그 때, 르야나 역시 내 오른편 곁에 서 있으면서 흔들의자에 앉은 자신의 어머니와 그 바로 앞에 선 루시에나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여인이 루시에나에게 물었다.
  "혹시 아가씨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요?"
  그 물음에 루시에나는 한 때 자신을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서, 결혼할 예정도 있었으나, 불가항력에 의해 헤어져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 이후부터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항상 생각해 오고 있었다는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셨군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불가항력이라 칭하시고 계신지요. 무언가 재앙을 겪으셨나요?"
  그 물음에 루시에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하다고 답하고서, 자신이 살던 나라의 군사들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 죽임을 당하였다고 그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였다. 이에 여인은 그 남자가 국가에 반역을 행하는 등의 무언가 잘못된 일을 행하였을 수도 있고, 끔찍한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말한 다음에 그런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그의 죽음이 심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루시에나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설령, 그러한 사람이었다 할지라도, 제 인생의 큰 일부였던 이였으니까요."
  그 후, 루시에나는 다른 말 없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서 다시 방으로 나온 다음에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두 손을 공손히 내린 채,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며, 방금 전의 일로 걱정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응." 이라고 답을 하고서 르야나의 어머니와 행한 대화로 인해 마음 속에 있던 아픈 무언가가 다시 생겨났을지도 몰라, 걱정했었다고 말하고서 지금은 괜찮냐고 물었다. 이에 루시에나는 이제는 괜찮다고 말하고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식탁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 하면서 레하라, 아미엔과도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고서, 그들이라면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래, 우울한 기억은 잊고, 기분 풀어. 그리고 그 아주머니께서는 본래는 좋은 분이실 테니까, 그 분에 대해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마, 알았지?"
  그 이후, 나는 르야나와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빛을 발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아미엔과 그 광경을 그 주변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발라 그리고 레하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 역시 그가 무엇을 만드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발라와 레하라의 곁에 이르러 아미엔이 만드는 것을 그들과 함께 보기 시작하였다.
  아미엔이 책상에 놓고 있는 것은 무지개 색을 띠며 빛나는 자그마한 수정이었다. 여섯모 기둥과 여섯모 뿔이 붙어있는 형상을 이루는 하얀 수정은 여러 색을 띠는 빛을 발하면서 책상의 면 근처에 떠 있었으며, 그 수정에서부터 발하는 빛들 중 일부는 수정 주변의 2 곳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하나씩 형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수정을 보자마자 내가 아미엔에게 그 수정에 대해 물었다.
  "아미엔 씨, 그 수정은 아미엔 씨께서 만드신 거예요?"
  "예. 원소 합성의 사례를 레하라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본 거예요. 레하라가 그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이런 일을 하게 되었네요."
  그 물음에 아미엔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을 하고서, 다른 일은 할 수 없고, 오로지 무지개 색 빛을 영원히 발할 수 있기만 할 수 있는 수정이라고 말한 다음에 하늘의 기운을 다소나마 품고 있기 때문에 사악한 인간이 가지려 했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고 수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수정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어올린 다음에 나를 향해 돌아앉으며, 수정을 나에게 건네면서 말하였다.
  "한 번 손으로 들어보세요. 따뜻하기만 할 뿐, 손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래요?" 그 말을 듣고서 내가 그렇게 물은 다음에 직접 아미엔이 건네는 수정을 두 손으로 들어 보았다. 정말 따뜻하였으며, 뜨겁거나 아픈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수정을 두 손으로 내가 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미엔은 환하게 미소를 띠며 물었다.
  "어때요? 정말 따뜻하지요?"
  "예, 정말이네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답을 하고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생명의 빛' 혹은 '천사의 수정' 을 연상케 한다고 그 수정에 대한 말을 하였다. 이에 아미엔은 자신이 만든 수정에 대해 아에넬리스가 지상에 보냈던 천사의 수정이나 그 수정이 요정의 숲에 정착한 생명의 빛과는 별개의 것이며, 모양새만 비슷할 따름이라고 언급을 한 다음에 천사의 수정이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한 추측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제 생각에는, 천사의 수정은 하얀 빛의 기운을 바탕으로 태양의 기운과 달의 기운 그리고 별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이 결집되면서 만들어졌을 듯 싶어요. 그러하기에,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여 어둠의 기운을 멸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요. 그 4 가지 천상의 기운을 결집한 일은 지금껏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하늘에서 천사들을 이끄는 자들 중 하나만이 그 일을 온전히 행하였으며, 그 일을 통해 천사의 수정을 만들었겠지요."
  그 이후, 아미엔은 천사의 수정과 유사한 것으로서, 요정의 숲에 있는 생명의 빛이 존재한다고 언급한 다음에 빛 덩어리가 아닌 하얀 수정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서 천사의 수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할 수 없지만, 요정의 숲에 있는 그 수정들을 가질 수 있다면 천사의 수정이 가질 수 있는 빛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서 그 수정은 천사의 수정과 마찬가지로 사악한 기운을 가진 자가 만지면 죽게 되지만, 나 정도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고 언급하였다.
  "정말 요정의 숲에 빛의 기운을 발산하는 수정들이 자리잡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레하라가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실제로 자신이 아데시아 산에 있는 요정의 숲에서 생명의 빛을 발견한 적이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지금에라도 수정들 중 하나는 반드시 구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였다.
  "그러하네요. 하지만 저는 생명의 빛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 당장에 구할 생각은 없어요."
  그 말에 생명의 빛을 구할 일이 없었던 내가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리고 레하라가 자신의 수정을 다시 본래 자리에 올려놓는 사이에 수많은 수정들이 책상 바닥에 생겨나 꽃과 비슷한 모양을 이루려 하였다. 이에 레하라가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며 말하였다.
  "와아! 어느새 많은 수정이 생겨났네."
  "정말, 이 정도면 여러 모양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어."
  그 광경을 보면서 아미엔과 레하라가 한 마디씩 말을 하였고, 이어서 레하라가 조형물을 하나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미엔은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은 조형물을 만들 줄 모른다고 답한 다음에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그 때, 르야나가 감탄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말하였다.
  "아름다워요, 어디에선가 본 하늘나라의 꽃 같기도 해서 너무 예쁘네요."
  이에 아미엔은 "그렇지요?" 라고 말하고서 밖에 있는 루시에나도 수정을 만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서 그를 불러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내가 알았다고 답하고서 식탁에 앉아있는 루시에나에게 잠시만 아미엔이 앉은 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고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의 오른손을 나의 왼손으로 잡으며 그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아미엔 씨께서 무언가 보여주시고 계신 것을 가지셨나 보네요."
  "예, 그래요. 한 번 보기라도 해 주세요."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루시에나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자, 나는 밝은 목소리를 내어 곧바로 답을 하고서 아발라에게 비키라고 말한 다음에 그가 내 말대로 자리를 비켜주자, 루시에나가 아미엔이 만든 수정 조각들로 이루어진 '꽃' 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이후, 루시에나가 수정들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내가 그 수정들에 대해 천사의 수정을 모사한 것으로서, 아미엔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한 번 만져보는 일도 해 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사악한 이는 만지면 다치겠지만, 루시에나 같은 이라면 괜찮으리라는 말도 하였다. 그러자 루시에나는 수정들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을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졌다가 들어올리기도 한 후에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에 다시 그 수정을 내려놓았다.
  "어때요? 따뜻하지요?" 그 때, 내가, 이전에 내가 수정을 만졌을 때, 아미엔이 물음을 건네었을 때와 비슷한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루시에나는 약하게나마 미소를 지으며 "정말, 그러하네요." 라고 밝은 목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 이후, 나는 레하라와 아미엔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은 내가 기대한 바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을 보기라도 한 듯이 굳은 표정을 짓거나, 루시에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이에 아발라가 두 사람에게 다소 화를 내는 목소리로 "왜 그래요?" 라고 묻자, 두 사람은 당황하면서 웃는 표정을 지으며 어른스러운 루시에나가 수정을 만졌을 때,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라서 그러하였다고 '변명을 하는 듯이' 말하였다.
  이에 루시에나는 "그러하시군요." 라고 말하고서, 밝게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사람에게는 누구나 뜻밖의 일로 인해 놀랄 때를 겪게 마련이지요."
  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재능에 감탄했다고 말하고서, 자신은 잠시 집 밖으로 나가 있으면서 눈으로 덮인 마을의 새하얀 모습을 감상이라도 해 보겠음을 알린 다음에 방을 나섰다. 이에 나는 "몸 조심 하세요." 라고 밝은 목소리를 내어 그에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당부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청인 듯이 레하라, 아미엔을 비웃는 듯한 한 여자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이 정도로 저를 시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아직은 멀었군요.'
  그 때, 아발라가 나에게 방금 전의 목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것 같다고 답하자, 아발라가 루시에나가 나가는 방향에서 들렸다고 말하고서 루시에나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물었다.
  "에이, 설마." 그 물음에 나는 밝게 미소를 띠며 화답하였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는 거론하는 일이 없도록 아발라에게 주의를 주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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