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mezzo III. Silver Dream : 1


  의식을 위해 아미엔에게 지팡이를 내주고, 그를 따라 제단의 근처에 이르렀다. 그 이후, 아미엔이 제단에 지팡이를 올려놓고, 제단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제단의 오른편에서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을 행하게 되었다. 그 이후, 아미엔은 한 동안 제단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가, 두 손을 허리 높이로 든 채, 좌우를 향하도록 하고서 제단 너머의 창 위쪽의 '장미' 를 바라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기원의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세상 모든 성인과 현인 그리고 순선한 이들의 영원한 빛이신 하느님이시여, 이 기원이 당신의 처소인 하늘의 성소에 닿아, 성소를 지키는 모든 이들에 이르도록 하소서! 순수한 꿈과 선량한 의지 그리고 정의로운 마음의 수호자이신 대천사이시여, 이 기원이 빛의 수호자에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찬란한 우주와 하늘의 빛을 지키는 자이신 천사이시여, 부디 저의 기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옵소서! 이 기도가 진정으로 당신에게 닿을 수 있기를 기원하나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시 한 번 낭랑한 목소리를 내어 기원의 말을 읊으려 하였다.

  빛을 수호하시는 천사이시여, 당신의 유지를 이어 어둠의 의지를 멸하여, 하늘의 의지에 반역한 자와 그를 따르는 일흔 둘 짐승들에 의해 하늘과 대지에 드리워지는 어둠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과업을 행하게 된 자가 지금 성전에 있나니, 당신의 유지를 저와 전사들이 기억하고 있음을 알고 계시다면, 이 기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찬란한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그 이후, 그는 다시 눈을 뜨고서 이전과 같은 목소리로 마지막 기원의 말을 읊기 시작하였다.

  빛을 수호하시는 천사이시여, 부디 그 때를 기억해 주시옵소서, 세상을 유린하고 선인의 마음을 빼앗으려 한 일흔 둘 짐승의 광기어린 눈동자들을! 그들을 다루는 악마의 잔혹한 의지를! 그리고 한 순수한 소녀의 마음을 속이고, 그 마음을 달콤한 말에 숨겨진 칼날로 후벼 파낸 그의 위선된 가면을! 부디 그의 모습을 기억하시어, 세상에 악마와 짐승들에 의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그리고서 아미엔은 한 동안 기원의 말을 할 때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원의 말을 전하는 동안 그 목소리가 제소의 곳곳에서 울려 퍼져 계속 들려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느새 내 곁에 이른 아발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저 기원의 말을 전하면 천사가 다가와서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이에 아발라는 그 일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모양이며, 그 기원을 전하는 일 역시 자신의 의지를 하늘로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다는 언급을 전한 다음에 아미엔은 그러한 능력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원을 전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의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한 가지 현상이 제단 근처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제단의 장미 부근에서 새하얀 빛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 빛에서부터 한 사람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명한 샛노란 빛을 발하는 한 쌍의 커다란 날개가 눈에 띄는 이. 그는 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에 달린 노랗게 빛나는 별이 달린 장식을 새하얀 얼굴 위에 달고 있었다. 팔목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로 이루어진 눈처럼 새하얀 옷차림을 한 푸른색의 긴 머리카락과 밝은 노란빛을 띠며 머리 위에 머무르고 있는 커다란 고리를 가진 그는 푸른 눈동자를 뜨면서 빛이 위치한 장미에서부터 내려와 제단의 바로 건너편에 신발을 신지 않은 새하얀 고운 발을 모은 채, 사뿐히 착지하였다.
  하얀 빛에 감싸인 채, 날개를 펼치고 있다가, 착지하면서 날개를 접은 그는 나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지만 여전히 어린 면모를 보이는 소녀의 모습을 보이는 채, 두 손을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자마자 나는 아발라와 함께 아미엔의 오른편 곁에 이르면서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가 그림을 통해서만 보았던 '천사' 라는 존재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그에 관하여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저 앞에 있는 이가 천사인가.'
  그 이후, 천사는 두 손을 공손히 내리고, 고개를 앞으로 향하는 아미엔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건네려 하였다.
  "오랜만이로군요, 엘바란 경, 빛을 수호하는 전사님."
  그 후, 아무리 보아도 마법적 재능에 능한 사람처럼 보이는 아미엔을 '전사' 라 칭하는 천사의 모습에 나는 경악하면서 마음 속으로 그가 어떻게 전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말을 하면서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미엔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천사의 모습을 바로 보려 하면서 답례를 행하였다.
  "저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심에 그저 감사를 표할 따름입니다."
  정중한 답례를 하면서 오랜만에 본다는 말을 건네는 아미엔의 목소리를 들은 후,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오랜만에 본다고 말하는 모습에 대해, 그들이 이전에도 서로 만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러면서 한 가지 추측을 곧바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추측에 관해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천사 분이 지금껏 이름만 들었던, 라리벨인가.'
  그 때, 내가 라리벨일 것이라 추측한 천사는 환하게 웃으면서 너무 정중하게 예를 표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서,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이후, 노랗게 빛나는 날개를 가진 천사는 자신의 날개를 조금씩 흔들면서 아미엔에게 물었다.
  "엘바란 경께서는 무슨 기원을 하늘에 전하셨는지요. 무언가 깊이 원하시는 것이 있는 듯한 목소리를 통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중대한 기원이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단 그 기원이 무엇인지부터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아미엔은 밝은 모습을 보이면서 그 물음에 답을 하였다.
  "지금 제단에 놓인 지팡이에 관한 기원이에요, 라리벨 님. 일전에 루시페르가 7 개의 비보를 가져가 그 힘으로 남은 자신의 군단에 힘을 주려 한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세계의 위험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나타나기도 했었지요. 그 원인이었던 7 개의 비보가 이제 이 지팡이에 다시 모이게 되었어요."
  물음에 답을 하면서 지금까지 지팡이가 겪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는 아미엔. 그로부터 나는 내 앞에 있는 천사가 역시 이전까지 거론되었던 '라리벨' 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라리벨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랬었군요." 라는 말을 건네고서, 잠시 머리 위에 있는 고리를 회전시키는 모습을 보이다가, 고리의 회전을 멈춘 다음에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지팡이를 내려놓으면서 말하였다.
  "확실히, 제가 정화하였던 7 개의 비보가 가진 모든 기운이 느껴지고 있네요. 저도 7 개의 비보가 다시 루시페르의 손에 들어간 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으면서 직접 그 일에 개입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는데,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나서 참 다행이네요. 그 일을 행한 분이 누구시지요?"
  말을 마치면서 라리벨은 아미엔의 모습을 보면서 7 개의 비보를 전부 모으는 일에 성공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미엔은 바로 옆에 와 있던 나를 지목하고서, "이 분이세요." 라고 답하고서 지금껏 7 개의 비보를 모으는 일을 자발적으로 행하였던 사람임을 밝혔다. 이에 라리벨은 밝은 목소리로 그가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아미엔은 알았다고 답을 하고서 왼편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나는 천사 라리벨과 직접 대면을 하게 되었다.
  아미엔에게서 느껴졌던 정숙한 면모와는 다르게 청초하면서 무구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을 보이는 라리벨. 그 모습을 보면서 천사이기는 해도, 본래는 나와 비슷하게 세상 물정 모르고, 간혹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고 '감히'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천사인 관계로 처음에는 당혹해 하면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하였으나, 그의 모습이 부담을 주는 모습은 아닌지라,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라리벨이 나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엘바란 경께 이야기를 들었어요. 참 대단한 분이시로군요. 그런데 혹시, 지금껏 비보를 모으는 일을 행하신 사연으로 혹시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는지요. 그렇게 중대하고 어려운 일을 지금껏 해 오셨다면, 그에 걸맞는 사명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당신께 여쭈어보는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천사에게는 사소한 한 가지의 일 때문이었다고 답하고서 루시에나라는 소녀가 악마에게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극의 금지된 섬에 있는 신전으로 돌입하다가, 돌입을 저지당한 후, 7 개의 비보를 가지고 있어야 돌입의 저지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려 하였다고 그 일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라리벨이 당혹해 하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저런! 그런 일을 겪으셨었군요."
  그리고서 라리벨은 루시에나라 칭해진 소녀의 모습은 수십 여 년 전에도 발견되었으며, 엘바란(아미엔)과 앗 다렘(레하라)도 그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소녀는 엘바란의 제자 역할을 행하기도 하였으나, 곧 그에 의해 신전을 파괴하고, 세니티스를 악마의 영역으로 삼으려 한 계획이 탄로나, 짐승들을 보내 세니티스를 공격하려 하였고, 이를 엘바란과 앗 다렘이 저지하면서부터 악마의 정벌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서 이에 리렌이 가세하면서 악마의 정벌은 본격화하였으며, 그로 인해 악마 루시페르의 세력은 7 개의 비보까지 빼앗기면서 큰 치명타를 받았다고,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7 개의 비보를 그를 위해 사용하실 정도라면, 그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셨을 듯 싶군요. 이제, 그에 대한 진실을 엘바란 경 등을 통해 아시게 되셨을 텐데, 그래도 그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고 계신가요?"
  설명을 마치고서 라리벨은 나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 물음에 나는 다른 생각 없이 그렇다고 답한 다음에 일전에 레하라, 아미엔이 그의 모습과 닮은 이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그 때의 일일 따름이며, 당시의 그는 나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를 함부로 저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다만,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 짐작이나마 하게 되면서, 그 애정과 진실에 대한 생각이 겹치는 동안, 그에 대한 시각이 많이 심란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금의 심정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하였다.
  그 후, 나는 라리벨에게 그 정도의 일로 자신을 나쁘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라리벨은 그 부탁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한 이후에 그 정도로 악인으로 규정되는 일은 없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 물음에 천사에게 나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알리는 것으로써 내가 답을 하자, 라리벨은 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언급을 행하는 일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에클린츠 경, 이제부터 당신께서 저에게 선택받은 전사로서 활약을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전까지는 엘바란 경과 앗 다렘 경 등이 수고를 해 주셨지만, 지금껏 에클린츠 경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클린츠 경 혼자서도 충분히 활약이 가능하리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또,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 걸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판단을 내리게 되었지요. 이제 제가 그러한 당신을 위해 7 개의 힘이 하나가 되어 루시페르라는 악마가 만들어 놓은 악마의 장막을 당신께서 돌파하실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그리고서 라리벨은 이전에 아미엔이 보였던 바처럼 두 팔이 양 옆을 향하도록 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 이후, 지팡이를 7 개의 색들 중 하나를 띠는 작은 빛들이 둘러싸더니, 빛들이 지팡이를 제단에서 띄워 올렸다. 그 이후, 빛들은 지팡이를 끝 부분이 천장을 향하도록 세우며 지팡이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팡이의 끝이 라리벨의 눈높이와 비슷한 지점에 이르자, 빛이 사라지면서 라리벨은 다시 눈을 떴다.
  그 후, 라리벨은 자신의 바로 앞에 떠 있는 지팡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오른손의 손끝이 지팡이에 닿도록 손을 올렸다. 그 이후, 라리벨의 손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라리벨이 주문을 외기 시작하자, 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버려진 여인의 품으로 돌아온 7 개의 혼이여, 이제 조각난 형체가 부여한 숙명을 넘어 다시 본래의 모습을 보여다오, 그가 저주받은 세상에서 비참히 살아가며 바라왔던 하나의 이상, 그 밝았던 이상을 짓밟았던 이들을 심판하기 위해 나선 전사를 위하여, 그 이상의 형상을 보이며, 다시 한 번 성스러운 빛을 발해다오!"

  그와 함께 지팡이에서부터 하나씩 하늘색을 띠는 밝은 빛의 형상을 이루는 비보들이 하나씩 지팡이에서부터 분리되어, 지팡이의 바로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지팡이를 둘러싸는 대열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그 후, 라리벨은 지팡이의 중심에서부터 하얀색을 띠는 밝은 빛이 생겨나도록 한 이후에 지팡이를 다시 제단 위로 되돌아가도록 하고서 정신을 집중하려는 듯이 눈을 감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7 개의 비보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 때, 라리벨이 다시 한 번 주문을 외기 시작하였다.
  "순결, 절제, 희생, 성실, 자애, 친절 그리고 겸손....... 7 개의 선한 마음이여, 이제 타락한 자를 멸하기 위하여 하나가 될 지어니, '정의' 의 마음이 성스러운 가호를 받은 자와 함께 하도록 하여라."
  그 이후, 밝은 빛을 라리벨이 손바닥 위에 있도록 오른손을 움직인 후에 그 손을 위로 높이 올리자, 빛은 제소의 장미를 향해 높이 오르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비보들이 하늘색을 띠며 빛나는 칼날의 형상을 보이며 빛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빛이 제소의 장미 바로 앞에서 멈추자, 하늘색 칼날들은 일제히 빛을 둘러싸더니, 곧바로 일제히 빛을 향해 달려들어 빛을 관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원이 파동처럼 퍼지더니, 이어서 제소의 장미 바로 앞으로 새하얀 빛이 퍼져 빛의 구를 이루며 장미의 모습을 가리려 하였다.
  그러더니, 빛이 사라지면서 하얀 빛과 일곱 개의 칼날이 위치하고 있던 곳에는 새하얗게 빛나며 태양처럼 새하얀 빛을 일곱 색의 빛으로 나누어 방출하는 커다란 빛이 천천히 제소의 장미에서부터 라리벨의 다시 허리 높이로 올린 오른손을 향해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빛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 그 빛이 라리벨의 손바닥 위에 이르자 라리벨은 빛을 지팡이의 바로 위에 이르도록 하면서 빛에 관한 설명을 차분한 목소리로 하기 시작하였다.
  "이 빛이 7 개의 비보가 가진 힘이 모여 이루어진 비보로서, '정의' 를 상징하는 8 번째 비보이지요. 일곱 천상의 힘이 하나가 되면서 비보가 가지는 본연의 힘을 발휘하면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어떤 어둠이 다가와도 능히 막아낼 수 있지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비보가 가지는 본연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내가 그에 대해 묻자, 그 물음에 곧바로 답으로써 그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사악한 마음을 혼에 품지 않아야 해요. 그 마음을 품고 있으면 이 비보는 그 사람이 가진 기운과의 반발 작용을 일으켜 그 육체를 심하게 해쳐, 죽음에 이르도록 하며, 그 혼을 불태워 세상에 남지 못하도록 하지요. 선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자가 사악한 힘을 가지면 마음을 빼앗기고, 끝내 죽음에 이르는 것과 같이."
  그리고 잠시 말을 않고 있다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연의 힘을 다루기 위한 조건으로 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 다음으로, 비보를 가진 자의 마음이 어둠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해요. 조금이라도 어둠에 마음이 기울어지는 자가 있다면, 그는 비보가 가지는 본연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그로 인해 비보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않게 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련에 굴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가혹한 일이 다가와 몸과 마음에 고통이 다가와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강한 마음을 가진다면, 비보가 깨어나 본연의 힘으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어 당신께서 사악의 근원을 멸할 수 있도록 해 줄 거예요."
  그 이후, 라리벨이 두 손을 내림과 동시에 빛은 지팡이로 스며들었다. 내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동안 라리벨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제 이 지팡이와 8 번째 비보가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 힘이 당장에는 이 지팡이와 당신께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에클린츠 경께서 어둠의 근원과 맞서시게 될 때에 본연의 힘이 나타날 때가 오겠지요. 에클린츠 경께서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항시 가지고 계신 만큼, 비보와 그것이 가진 힘이 당신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그리고서 라리벨은 비보가 스며들면서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는 지팡이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나에게 이제 지팡이를 잡아도 된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내가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다시 라리벨의 모습을 바라보자마자 라리벨은 나에게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드시 어둠을 멸하고 세계가 그로 인해 우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써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내가 뒤로 물러나자, 아미엔이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서 물었다.
  "라리벨 님의 사명을 이어갈 자가 나타라 씨, 한 분이라면 이제 저와 레하라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요."
  그 물음에 라리벨은 온화한 목소리를 내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앞으로 주어지게 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도만 행하면 된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레하라와 아미엔 그리고 지금은 자리에 없는 리렌에 대해 그들은 너무도 많은 일을 하였으며, 남은 이들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졌을 이들과 맞서면서 많은 고난을 겪었음을 자신은 알고 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한 번 나서시기까지 하셨으니, 이제는 휴식의 때를 가지셔도 괜찮겠지요. 앞으로의 일은 에클린츠 경께서 잘 해내실 수 있을 테니,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일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에 아미엔이 정말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묻자, 라리벨은 분명 그러하리라고 답을 하고서, 아미엔이 금지된 땅에서 재앙의 기운이 몰려오고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시작된 업이 이제 끝을 맺게 되어 자신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한 이후에 항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줄 것을 아미엔과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 라리벨의 모습을 지켜보려 하는 레하라에게 당부한 후에 제소의 장미 바로 앞에 생긴 새하얀 빛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 빛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이어서 빛 역시 서서히 작아지면서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그렇게 빛의 수호자라 칭해진 라리벨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라리벨이 사라진 후, 나는 하얗게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으면서 지팡이의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아미엔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를 향해 돌아서려 하자, 곧바로 그를 향해 돌아서고서 그가 나에게 건네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려 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나타라 씨께 주어졌어요. 하지만 해야할 일은 기존의 나타라 씨께서 하시겠다고 언급하신 일, 그 이상으로 커지지는 않겠지요. 세인트 그레고리아는 루시페르의 근거지이고, 잡혀간 사람들을 구출하고, 그 일을 행한 원흉을 제거하는 일은 나타라 씨께서도 결심하신 바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말을 마치면서 아미엔은 나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그렇지요." 라고 조용히 답을 한 이후에 이제 일은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자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을 하고서, 먼저 신전을 나서려 하였고, 이에 아발라가 나를 따라 신전을 나서려 하였다. 그 이후, 아미엔과 레하라가 뒤를 따르면서 아미엔의 집에 하루 정도 머무르려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동안 나는 제소의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그 모습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좋다고 답하고서, 하루 정도 지난 후에는 곧바로 아발라와 함께 르야나의 집과 내가 아는 곳을 거쳐 세인트 그레고리아로 갈 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다시 길을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신전을 온전히 나선 나는 다시 날개를 펼치고 빛을 발하는 지팡이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채로 아미엔의 인도를 받아 레미아라는 마을을 찾기 위한 길을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신전으로 가는 길 서쪽 근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보며 아미엔이 레미아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그 곳임을 알리자, 아미엔 그리고 아발라와 함께 그 마을의 중앙 구역으로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중앙 구역에 이른 후, 나는 서쪽에 위치한 중앙 구역의 바로 동북쪽에 위치한 하얗게 눈으로 덮인 2 층 집인 아미엔의 집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 2 층 집을 마을 측에서 마련을 해 얻게 되었다는 집. 그 집에 이르자마자 아미엔은 1 층에 위치한 욕실로 내가 먼저 들어가도록 하고서, 아발라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할 테니, 욕실에서 나올 때가 되면 알려달라고 당부하였다.
  그 이후, 나는 지팡이를 문 바로 왼편의 공간 구석에 내려놓고서 간만에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지금껏 있었던 일로 인한 피로를 달래려 하였다. 하지만 기분은 개운치 않았다. 암암리에 밝혀진 루시페르의 정체와 그의 야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껏 루시에나가 나에게 보였던 것이 과연 진심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루시에나를 여전히 믿고 있었다. 루시에나는 적어도, 내 곁에 있을 때만큼은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고, 행복을 꿈꾸며 나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소녀였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러면서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호스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무엇이 그의 진심일까. 숲의 모습을 동경하고, 숲의 생물들을 사랑하며, 온화한 성녀와 같은 모습을 보인 그일까, 아니면 죄인들이 다시 세계를 되찾기를 소망하며, 잔혹한 기계 군단을 호령하였던 그일까. 무엇이 진정한 그의 모습일까. 두 모습 전부 거짓일까, 아니면 전부 참일까."
  그러다가 루시페르에 대해, 그에게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의 세력이 라리벨의 부탁을 받은 아미엔, 레하라, 리렌에 의해 훼멸되었음에 나에 의해 자신의 거의 모든 수하가 파멸되고, 비보들마저 전부 빼앗겼다는 악재가 겹치어 사실상 단기간 내의 재기는 불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르야나를 납치하면서 나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찾아와도 좋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세력이 몰락하여 그 구제가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에 놓인 이가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는 면모였다.
  그 면모를 떠올리면서 나는 그가 정말, 진심으로 구 인류의 세계를 회복하기 위해 싸움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가 무언가 자신의 일을 위해 나를 끌어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제소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루시에나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당신께서 과업을 행하실 차례가 되어, 빛의 장벽을 넘어 성인의 이름을 가진 섬에 당도하시겠지요."
  그러다가, 나는 루시에나의 그 말이 지금 나를 끌어들이려 하는 루시페르의 의도와 무언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루시페르가 나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이상, 그렇게 장담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보를 자신이 직접 빼앗기 위한 계략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본래는 자신의 전사들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렇다고 마냥 생각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루시페르와 직접 마주쳐, 그로부터 진실을 알아내야 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루시페르는 자신에게 입을 열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모든 진실을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씻는 일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에 다시 본래 입던 옷을 걸치고, 지팡이를 다시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씻는 일을 마쳤으니 이제 들어와도 좋다는 말을 건넨 다음에 그 구역을 나섰다. 그 이후, 나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발라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아미엔이 문 근처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다가, 레하라에게 아미엔의 방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 바로 왼편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아미엔이 2 층의 자신이 표시한 방에 있으니 그 곳에 머무르고 있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거실의 한 곳에 위치한 2 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통해 2 층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아미엔이 별 모양 장식으로 표시한 하얀 문 앞에 이르러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 왼편의 책상에 놓여진 등불을 자그마한 불꽃을 이용해 밝힌 다음에 문 오른편에 위치한 하얀 책상의 하얀 천으로 덮인 면 위에 뛰어들듯이 침대 위에 이르고서 지팡이를 침대 왼편의 작은 서랍자 위에 놓은 다음에 뒷머리가 두 팔 위에 오도록 하며 바로 누웠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해야할 일은 떠올랐지만, 다른 모습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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