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Act. Indigo Wind : 4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감색을 띠는 하늘 위로 몇 줄기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고, 별들이 그 하늘 위에서 나와 여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죄인이 된 듯이 고개를 숙인 채, 나의 앞에 있는 여인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여인의 모습에 관한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여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결정을 내렸다. 그 때,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나에게 이제 모든 것을 이야기 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음을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서 나에게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말을 건네려 하였다.
  "태어난 이래로 80 여 년. 지금껏 삶을 이어가면서 저는 여러 죄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하늘과 땅의 분노를 사,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게 하였으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오직 어리석은 선택으로 공허함 속에서 파멸의 길을 걸어간 저 자신을 원망해야 할 일이지요."
  그리고서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를 알리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어떠한 죄를 지었는지에 대해 알리는 말을 나에게 건네려 하였다.
  "첫째가, 부모를 알지 못하고, 그 죽음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죄. 둘째가, 사악한 의도에 의한 일을 하나의 신념을 가지며 거부하지 않고, 눈앞의 이득을 위해 그 과업에 종사한 죄. 셋째가, 분노로 올바르지 못한 길을 나아가게 된 죄. 넷째가,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인류를 지배하려 한 죄. 다섯째가, 수복된 세계를 파멸시키고, 어둠의 세계를 되찾으려 한 죄. 마지막이, 저를 소중히 여긴 사람들과 저를 좋아하던 이들을 속였던 죄. 그 여섯 가지 죄가 제가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죄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죄' 에 대한 이야기를 여인이 하는 동안 나는 여인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후에도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기만 하려 하였다. 그 무렵, 여인으로부터 그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는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잔혹한 존재가 되기로 한 운명이 저에게 주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제가 만들어낸 것. 이제 그 동기와 결과를 에클린츠 경께 알려드리겠나이다."
  그 이후, 여인은 눈을 감고서 나에게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버려진 구역의 한 집에서 '윤아' 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과 한 평범한 남자로부터 태어난 자신. 어머니를 닮아 아름다운 이가 될 것이라 하여, 어느 노인으로부터 '샛별' 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그는 버려진 구역에서 가난하지만 슬프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시절이야말로 여인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했던 시절은 인공 도시의 잔혹한 힘에 의해 끝나게 되었다. 자신이 잠든 사이, 그는 인공 도시로 옮겨지게 되었고, 그 곳에서 갑주 차림을 한 군사들에 의해 인도되어 인공 도시의 정부가 관할하는 교육 기관에서 정부를 위한 인재가 되기 위한 훈련을 어렸을 때부터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인공 도시의 정부 관할 학교를 졸업 후, 한 유명한 고등 학원에 입학, 공학도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공학도로서의 길을 걷고 있을 무렵, 그는 어느 한 남자로부터 도움을 받은 일을 계기로, 그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1 년 즈음 지난 후에는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이후, 여인은 대학원으로 진학, 석사에 이어 박사 학위까지 수여를 받고서, 정부 관할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이어 연인 역시 정부 관할 연구소로 들어가 석사로서 자신과 함께 연구원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여인은 인공 도시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주도하게 된 연구 사업을 행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인류의 진화를 도모하기 위한 기반 기술의 연구였다. 여인은 연구 계획서를 읽으면서 그 연구는 인간이 더 이상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않도록 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뇌와 심장 세포만을 옮긴다고 해서, 모든 신체 부분이 기계로 대체된 존재가 인류로 남을 수 있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그러나 앞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생각하며, 정부 주도의 계획이 채택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며 연구를 행하기 시작하였다.
  연구 자체는 철저히 시행하였다. 성의 없이 연구가 진행된다면, 정부측에서 연구원들이 반항을 행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어 전원 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기계화한 인류의 모델이 완성되고, 인류의 뇌와 심장이 이식될 각종 비인간형 병기의 설계도 완료하였다. 그리고 여인 자신은 정부로부터 발령을 받아 남극의 세인트 그레고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섬으로 나아가, 기계 병기들의 제어를 관할하는 인공 지능 장치의 개발을 행하게 되었고, 그 개발 역시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모든 연구가 끝난 후에는 여인은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로서, 자신과 함께 연구를 행하던 이와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러한 생각을 가지며 결혼식을 위한 하얀 드레스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어리석음에 눈 먼 강제력은 결국 여인의 행복한 청사진을 무참히 찢고 밟아버리고 말았다.
  정부측에서는 인류의 기계화를 위한 연구 사업이 끝났을 때에는 모든 연구원들을 살해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인류의 기계화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연구원들이 진실을 유포하여 하나의 반 정부 세력을 만들어낼 것에 대한 우려에 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일을 막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정부는 연구원들에게 철가면을 씌우고 죄수복을 입힌 채, 감옥의 지하 구역에 가두었으며, 지상으로 끌고 나와, 반 정부 테러를 기도하였다는 혐의를 부여하고 공개 처형을 행하였으며, 그 모습은 세인트 그레고리아에 있던 여인의 전산 시설에 있던 화면을 통해 생생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의 연인까지 잔인하게 처형당하는 광경은 그에게 있어서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그 이전에 여인은 버려진 구역에 이를 일이 있었다. 그 곳에서 여인은 윤아라는 여인이 자신과 닮았다는 말을 하는 한 노인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를 통해 부모의 진실에 관해 알아차리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부군에 의해 처참히 살해당하였으며, 여인은 딸을 빼앗기고 홀로 버려진 채, 반 즈음 미친 상태에서 딸을 찾아다니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노인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여인은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이를 견디려 하였다. 앞으로 있을 희망을 그 충격으로 인해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에 의해 진행된 무참한 일은 결국 그 인내까지 버리게 만들었다. 크나큰 슬픔 속에서 무너져 갔으며, 삶의 의욕 자체를 상실하고 있었다. 밝았던 그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를 어둡고 운명의 비참함 속에 좌절하는 또 다른 자신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 정부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그 복수심에 내맡긴 채, 또 다른 삶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우선, 자신을 찾아온 정부측 인사를 보고, 그들 역시 자신을 살해할 것으로 여기고 정부측 인사들을 살해한 후에 또 찾아온 인사들 중 한 명을 남긴 채, 전원 살해하고, 그를 세뇌시켜, 샛별이 사고로 인해 정부 측 인사들과 함께 살해당했음을 알리도록 하였다. 세뇌된 인사는 그 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토대로 베니아(Venia) 라는 이름을 가진 영체를 창조, 그 영체가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장치를 조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 장치가 정부에 소속된 병기들뿐만이 아닌, 모든 기계화한 인류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세인트 그레고리아로 막대한 자원을 끌어들여 '로포칼(Rofocal)' 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인공지능 장치의 지배에서 항거하는 이들을 멸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모든 힘을 파쇄할 72 개의 병기들을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든 일을 마치고서 여인은 자기 자신의 몸을 검은 천과 은색 갑주로 감추고, 얼굴 모습 역시 보라색 투구로 감추어 자기 자신 역시 기계 병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을 '루시페르(Lucifer)' 라 지칭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어서 72 전사라 지칭하기 시작한 기계 병기들을 앞세우며, 기존의 정부 세력을 철저히 파괴하고 정부 관련 인사들을 분쇄당했다라고 칭할 정도로 처참히 살해하였다. 마지막으로 세미라미스 왕국의 세력을 파쇄하고, 자신의 수하, '아스타로트(Astaroth)' 를 두령으로 한 새로운 세미라미스 왕국이 건립되도록 하면서 복수의 끝을 내었다.
  그 이후, 루시페르는 모든 기계를 인형처럼 다루는 '로포칼' 의 지배자인 '제왕 루시페르' 라 칭해지면서 모든 기계들을 다스리는 군주이자, 기계화한 인류의 절대자로서 군림하게 되었다.
  그러나 복수를 마친 후, 그는 허무함 속에서 삶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과거 언젠가 자신을 찾아온 한 정령을 통해 들은 새로운 세계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서, 자신이 본래 어떠한 삶을 살아가려 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하나의 결심을 행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 태어난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실상 멸망하고 악마와 같은 존재가 되어간 인류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기로 한 결심이었다.
  그러한 결심을 행하며, 복수를 마친지 50 년이 지난 때에 72 전사를 이끌고 세계의 각지를 침공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천사의 가호를 받은 세 명의 전사들에 의해 72 전사들은 한 명씩 파멸하였으며, 그들이 거느리던 군단 역시 한 무리씩 파멸하여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루시페르는 그 패배를 바라는 듯이 무모한 침공을 계속 감행하였으며, 고립된 상황 속에서 정령들에 의해 파괴되는 전사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루시페르 자신 역시 '레하라 앗 다렘' 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사와 대결을 펼치다가, 그의 대검에 가슴을 찔린 채로 라르니온 북부의 숲에 추락, 정령들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이후, 14 명을 제외한 전사들은 철저히 파괴되어 사라졌으며, 기존 전력의 대다수가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루시페르는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특별한 힘을 가진 자가 아닌 한, 그를 죽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의식을 되찾은 그는 갑주를 감춘 채, 여인의 모습을 보이면서 라르니온을 떠돌다가 어떤 마녀로부터 성령의 가호를 받았다는 지팡이를 건네 받고, 그 지팡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지팡이를 가질 수 있는 자를 찾아다니기 위한 배회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악마들' 의 운명에 온전한 죽음을 내릴 수 있는 자를 찾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결국그는 아데시아 산에서 지팡이에 반응하는 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나타라 에클린츠'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였다.
  오랫동안 이어진 방황 속에서 지쳐 가던 그를 나타라가 받아준 이후, 나타라의 권유를 받으며 그는 그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살게 되었고, 그러면서 '루시에나 요에크리다' 라는 이름을 가지며 살게 되면서 잠시 방랑을 그만두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하였으나, 그와 함께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는 점차 나타라의 정에 이끌리기 시작했으며,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살아가도 괜찮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그의 집에 살아가는 평범한 여인이 되려 하였고, 그런 모습에 나타라 역시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으면서, 그를 자신의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나타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렇게 살아가기 시작한지 1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아세라이아에 이르렀을 무렵, 그는 어떤 수도사로부터 나타라에 대해 그가 어렸을 적, 깊은 병에 시달린 적이 있었으며, 한 수녀로부터 치유의 빛을 전해 받은 후, 건강 상태가 아주 좋아지고,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는 그것을 통해 나타라가 어쩌면 '성령' 이라 칭해지는 혼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 그 지팡이를 가질 것을 권유하였다. 그리고, 나타라는 그 지팡이를 가질 수 있었고, 그렇게 그 지팡이가 나타라의 것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운명의 날이 왔을 무렵, 루시에나는 나타라의 집을 떠나 다시금 루시페르로서, 남은 전사들을 일으키고 군단과 함께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각 군단이 나타라가 나아갈 경로를 가로막도록 하여 나타라에 의해 전사와 군단이 하나씩 파멸하도록 하였다. 그 후, 루시페르로부터 받은 소명을 끝까지 이어가게 된 로포칼이 나타라에 의해 파멸함으로써 악마들의 운명은 드디어 끝을 맺게 되었다.
  지금껏 나타라를 속이는 모습을 보였음에는, 그를 도발하여 로포칼의 앞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타라에게 있어서 한없이 사악한 존재로 여기어지도록 하여 먼 옛날에 '사탄' 이라 칭한 자를 무릎 꿇게 하고 처단할 지경에 이르렀던 '성령' 을 품고, 그 힘을 각성하게 될 나타라가 자신의 죄로 가득하였던 모든 삶에 끝을 내도록 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였다.
  여인은 더 이상의 삶을 바라지 않고 있었다. 세상을 향해 잔혹한 죄업을 보이고, 모든 것을 버렸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였던 모든 이들을 속인 그에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이제 없다고 여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서 여인은 다시 눈을 뜨고, 슬프게 미소를 띠며 자신에게 죽음을 내려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리고서 나에게 악마를 영원히 사멸시키고, 새로운 세계의 위협에 끝을 내야할 나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그 일에 관한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나는 지팡이를 가만히 들고 있는 채, 그러한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끝내달라는 부탁을 하였음에도 가만히 있는 나에게 여인은 물었다.
  "어째서, 저를 죽이려 하지 않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당신께 많은 죄를 저질렀을 텐데. 그리고 저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더 이상 세상에 머무를 수 없을 텐데......."
  그러는 동안 나는 여인이 샛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로서, 연인을 비롯한 여러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때를 상상하다가, 그가 자신에게 물음을 건네었을 때에는 루시에나와 함께 있었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여인에게 물었다.
  "샛별 씨....... 겨우 그 정도로 생각하시던 분이셨어요?"
  "에클린츠 경,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가요. 저는 모든 각오를 하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에요."
  "수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는 분이 정말 알아야 할 사실은 모르시고 계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다시 한 번 내가 여인에게 물음을 건네자 여인은 달리 대답을 못하는 지, 침묵을 지키기만 할 뿐, 나에게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내가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은 당신의 생각이며, 그런 생각을 저에게 말씀 드리신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죄인이라 생각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은 정말로 당신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에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요, 에클린츠 경? 저는 그 말씀의 진의를 이해할 수 없네요."
  "당신이 당신 자신을 죄인이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전한다고, 제가 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생각을 당신에 대하여,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에 여인이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에클린츠 경께서는 저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신가요?"
  그러자 결국, 나는 그에 대해 품고 있었으나,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제가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르야나라는 사람을 구원하기 위함이 아니었나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이 곳까지 이르렀어요. 르야나를 구원하기 위해 길을 나서기만 했다면, 제가 일부러 세인트 그레고리아까지 나아가려 하지 않았겠지요. 루시페르는 레하라 씨 등께 맡기고 저는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어요. 그런 선택을 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제가 레하라 씨 등보다도 실력이 안 되는 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나선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르야나가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 당신은......."
  이에 내가 곧바로 그에게 격분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외쳤다.
  "이제 그만해, 루시에나! 그만 하라고! 잘못 운운하며 죽겠다는 말은 그만 하란 말이야!!!"
  "에클린츠 경......."
  "네가 잘못했다는 사실은 나도 알아, 그렇지만 루시에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인연 중 하나야! 처음에는 헤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야! 이제는 너와 이대로 헤어질 수 없어!"
  "그렇지만 그러한 생각이 저의 죄를 덮어주지 않아요."
  "언제나 있을 말이지. 하지만 이거 알아?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멋대로 행동해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것도 죄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여인, 루시에나를 끌어안으며 말하였다.
  "죽으면 안 돼, 루시에나. 나는 지금까지 너만을 생각하며, 여기까지 이르렀어.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르야나와 함께 금지된 섬을 떠났을 거야. 하지만, 너를 되돌릴 수 있을 것만을 생각하면서 모든 도움도 뿌리치고, 나 혼자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데...... 왜 그러한 나의 앞에서 죽으려 하는 거야? 안 돼!"
  그 이후, 나는 더욱 격해진 목소리로 외쳤다.
  "나를 속였다고? 나에게 증오할만한 일을 했다고?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모두 잊어버릴 수 있어! 없던 일처럼 생각할 수 있단 말이야, 보고 싶었던 사람이 내 앞에 있는데, 나의 눈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러한 일을 못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외쳤다.
  "북극의 신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에도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았어. 다만, 너를 구원해야 하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을 따름이야. 그러한 나에게 그 때의 잘못은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흔적일 뿐이야! 그런 잘못에 연연하지 말아! 잘못에 연연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지 말란 말이야!!!"
  그러는 동안 나의 눈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것에 관해 신경을 쓸 수도, 그 물기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여인은 나의 눈에 흘러내린 물기를 자신의 손으로 닦고서 환하게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하였다.
  "저를 항상 생각하시는 마음만큼은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하기에, 나타라 씨께서 슬퍼하시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결심을 굳힌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어요. 하늘이 바라보는 앞에서 저는 지금까지 죄업만을 생각한 사람임을 몸소 증명을 하고 말았으니까요. 이대로 삶을 이어갔다가는, 저는 지금까지의 죄업에 관한 심판을 사후에 겪어야만 해요. 아무리 착한 일을 많이 하더라도, 죄업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하늘은 죄로 인해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잊고 있는 듯해 보이면서도 하늘은 죽은 이에게 반드시 죄업의 결과를 보여주지요. 그리고 그 응당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자에게 그것을 치를 것을 요구하지요."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나타라 씨, 나타라 씨께서는 제가 지옥에서 고통을 받기를 원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렇게까지 루시에나가 말을 건네자, 나는 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 길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음은 언제나 같았으나, 뭐라 대답을 해야할 지는 분명히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슬픔을 혼자만 끌어안으려 할 것이냐는 말도, 자기 혼자만의 슬픔만 생각하고 다른 이의 슬픔은 전혀 생각하지 않느냐는 말도 이제는 무의미할 것만 같았다. 단지, 그런 선택이 옳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슬픔 속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의 하얀 지팡이를 루시에나가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팡이의 끝에서는 파란 빛이 생겨나려 하고 있었다. 지팡이 끝에서 생겨나는 파란 빛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미 여러 번 보아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외쳤다.
  "루시에나, 정말로......!?"
  그러자 루시에나는 모든 것을 각오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였다.
  "하늘도 제가 무슨 이유로 이런 길을 택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한 저에게 기도를 해 주세요. 저를 어머니가 계실 곳으로 보내 달라고, 오랫동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의 곁에 제가 있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루시에나." 나는 가만히 그의 이름만을 불렀다. 그러는 동안 루시에나는 두 손이 나의 지팡이를 잡도록 한 채, 두 눈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고, 눈을 감은 채, 평온하게 미소를 지으려 하였다. 나에게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주머니에서 생명의 빛이라 칭해지던 수정들 중 하나를 왼손으로 꺼내어 지팡이의 다른 쪽 끝에 박았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칼날이 빛을 발하며 생겨나기 시작, 루시에나의 가슴을 관통하였다. 그와 함께 루시에나의 두 눈이 열리고, 그의 가슴에서부터 붉고 뜨거운 액체가 튀어나와 하얀 옷의 가슴 부분을 붉게 물들였다. 그 온기가 느껴지는 동안 루시에나는 평온히 미소를 짓는 채, 나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의 지팡이를 빼앗아 칼날로 자신의 몸을 더욱 깊숙이 찌르면서 말을 이어갔다.
  "미안했어요, 나타라 씨....... 지금까지의 거짓된 모습과 지금 보인 이 모습까지......."
  "결국 이게 무슨 짓이야, 루시에나......"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지팡이를 손에서 놓은 채, 그저 멍하니 죽음을 선택한 루시에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루시에나는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는지, 말이 끊어지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장담할 수 있어요....... 당신을 향했던 마음만큼은....... 언제나 진실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음을, 어째서 모르겠니."
  이에 나는 슬퍼하면서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잠시 멈추었던 액체의 흐름이 다시 눈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시에나의 양 어깨에서부터 날개가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루시에나의 두 눈이 서서히 감겨져 갔다. 그 무렵, 루시에나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동안 함께 있으셨기에, 저를 잊지 못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를 잃었다고, 그저 슬퍼하지만 말아 주세요. 남은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항상 밝게 살아가 주세요."
  그 후, 숨이 끊어지는 듯한 신음 소리와 함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제가 없어도....... 행복을....... 잃지 말아주세요....... 제가 없었을 때처럼......."
  그 이후, 루시에나로부터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아르나이 초원을 향해 천천히 추락할 뿐, 다른 현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의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나의 몸에서부터 하얀 빛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빛으로 모였고, 그 빛은 이어서 천천히 밤하늘 위로 오르더니, 하늘의 높은 곳에 이른 별들 사이에 이르면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면에서부터 푸른 빛이 폭풍과 함께 격렬히 방출되기 시작하였다. 그 빛은 마치 초신성이 폭발할 때처럼 주변 일대로 격렬히 확산되었다가, 폭풍이 사라짐과 함께 사멸, 그 이후 격동하던 아르나이의 밤을 맞이하고 있던 초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다시 어둠 속에 잠기었다.

  그렇게 다시 하늘이 정적 속으로 돌아갈 무렵, 나는 그가 떨어진 지면 아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루시에나의 마지막에 관해 슬픈 생각을 잠시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하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아데시아에 있는 나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날개 짓을 하였다. 그리고 말 없이 나의 집으로 날아가려 하면서 아르나이 상공을 조용히 떠났다.


Final Act. Indigo Wind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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