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의 '눈' 에서 보라색 빛 줄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빛 줄기 자체는 굵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출력이 얼마나 컸는지, 이전의 모함 '프로비당스 익스' 의 주포에서 빛 줄기가 방출될 때처럼 주변이 잠시 어두워질 정도였다. 이런 빛 줄기는 출력이 크지만 줄기가 가늘 수록 그 파괴력이 더욱 크다고 알려져 있다.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많은 출력을 낼 수 없었는지, 모함 프로비당스 익스의 주포처럼 빛 줄기 분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었고, 빛 줄기 방출은 금방 끝이 났으며, 두 팔 안쪽의 빛 줄기 방출도 '눈' 의 빛 줄기 방출이 끝날 무렵에 끝이 났다.
이 무렵, 미라가 앞장서서 검을 들고 '눈' 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으며, 클라리스가 두 팔 안쪽의 장치들에 타격을 가하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함체 위쪽에 이른 고양이 자매들은 서로 헤어져, 큰 칼을 든 이는 함체의 오른팔 근처에서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고, 키가 큰 광검을 든 이는 함체의 왼팔 부근에 이르러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소형 병기들을 번개에 감싸인 창들을 발사해 가며 격추시키고 있었다.
클라리스가 두 팔 안쪽의 포대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 이후, 나 역시 '눈' 의 근처에서 물러나, 광선 발사 장치들을 공격 목표로 삼으면서 지팡이에서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을 방출, 방출된 번개 줄기들이 장치들에 타격을 가하도록 했다. 클라리스와 내가 함께 타격을 가하면서 장치들은 하나둘씩 금세 폭파되고 있었지만, 폭파된 자리에는 또 다른 장치가 생겨나 광탄들을 흩뿌리고 있었으니, 이들 역시 파괴해야 그 자리에 위험 요인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 공격 장치들을 파괴하고 나서야 나는 다시 '눈' 의 근처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아네샤 그리고 미라는 눈에 타격을 가하면서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병기들을 소정령이 발사하는 바람 칼날 혹은 빛 줄기들 그리고 바람의 기운, 검격으로 격추시키고 있었다.
이후로는 나와 아네샤 그리고 클라리스와 미라가 '눈' 의 좌측, 우측 상공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수단으로 '눈' 에 집중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함체의 표면은 보호막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서 함체의 다른 부분에 닿는 발사체들은 함체의 보호막을 깜박거리게만 할 뿐, 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4 명이 필사적으로 집중 타격을 가하고 있었기에 '눈' 에 한 번에 가해지는 피해는 매우 컸을 것이고, 피해를 입는 눈의 모양새는 급격히 변화해 갔다. 하지만 그런 '눈' 에서 불꽃이 터져 나올 때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을 사용해 볼 것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아직 그러할 때는 아니라 여기었다. 아네샤 그리고 미라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완강하게 버티는 듯해 보였지만, 곧 눈의 표면은 찢겨지고 그 상처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길이 치솟으면서 폭발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꽃이 잇달아 터지면서 '눈' 이 있는 그 자리에서 비명 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차례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눈' 이 있는 그 일대가 폭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일대에서 물러나야 해요!" 그 무렵,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나와 아네샤 모두 클라리스가 위치하고 있던 뒤쪽으로 물러났고, 그렇게 물러나자마자 폭발이 발생해 첫 번째 핵과 그 주변의 모든 부분을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그 때는 나와 아네샤가 '눈' 의 근처에서 물러난지 몇 초 지난 이후였던 것 같다. 아마 클라리스가 조금이라도 늦게 알리거나 내가 클라리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폭발에 휩쓸렸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아네샤는 이미 함선의 왼팔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폭발의 위험을 미리 면할 수 있었다.
'눈', 즉 함선의 첫 번째 핵이 대규모 폭발 그리고 충격파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그 첫 번째 핵이 위치한 부분 전체가 폭발에 휩쓸려 파괴되면서 함체에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겨났다. 보호막으로 추정되는 함체를 감싸는 새하얀 빛이 잠시 번쩍이더니,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함체에 투사체 등이 부딪쳐 충격을 가해도 함체에 보호막에 의한 빛이 생기지 않게 되었다. 아네샤가 말한 바대로, 그 '눈' 이 보호막을 일으키는 에너지의 근원이었던 것이었다.
이후로 A 에서 가운데의 한 획이 사라진 듯한 모습-그 모습이 마치 U 와 닮았다-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함선은 더 이상 보호막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함교를 향하는 길이 뚫려 마치 비행기의 기수와도 같은 모습인 함교가 나를 비롯한 일행의 눈 앞에 제대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함교의 좌우측 표면에 자리잡은 해치가 열리며, 포대들이 다수 나타나 함선의 두 팔, 그 깊은 안쪽의 표면을 오가기 시작했고, 이들에게서 광탄들이 발사되어 함체와 함교에 타격을 가하려 하는 일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 한편,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고양이 자매들 중 하나는 이미 함선의 왼팔 부분, 그 표면에 이르러 함교를 향하기 시작했고, 다른 하나는 오른팔의 표면에 칼날을 박고 매달렸다가 공중제비를 돌면서 칼날을 빼내, 다시 오른팔의 표면 위에 이르고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인간형 병기들을 격파하면서 함교 쪽으로 돌진해 가고 있었다.
"저 분들과의 연락은 아직 되지 않겠지요?"
"지금 당장에는 기대할 수 없을 거예요." 그 무렵에 아네샤가 클라리스에게 묻자, 클라리스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답했다. 이후, 나는 함교 쪽으로 돌진해 가는 그들을 쫓아 속도를 내어 두 팔 사이의 끝에 보이는 함교 쪽으로 돌진해 가기 시작했고, 아네샤가 그런 나를 따라 나섰다. 클라리스와 미라는 두 팔 쪽으로 한 사람씩 나아가면서 그런 나와 아네샤를 따라 나서려 했다.
첫 번째 관문의 함락 이후에 다급히 생성된 상자 모양의 개체들을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을 난사해 폭파시켜가며 길을 열어냈다. 그리고 두 척씩 모습을 드러내며 앞길을 가로막으며 함체의 포신들에서 광선과 광탄들을 발사해 가는 소형 함선들 그리고 그들의 대열 사이로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 3 방향으로 광선들을 발사하는 전투정들을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 그리고 지팡이의 마력을 통해 방출되는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과 낙뢰로 격파해 가면서 길을 뚫어가려 하였다.
이들의 대열이 끝난 이후에는 소형 전투기들이 2 개, 3 개 대형을 이루며 일행의 앞길을 마주하는 방향으로 돌진해 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들은 나를 비롯한 일행이 위치한 그 근방에 위치할 때마다 자신들이 발견한 적대자들 중 하나를 향해 돌진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마다 나는 방향이 꺾을 때에 곧바로 그들의 움직임을 피해 그들을 소정령으로 격파해 갔으며, 아네샤도 그런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한편, 클라리스, 미라는 함선의 '오른팔' 그리고 '왼팔' 위에서 붉은색, 보라색 빛 줄기를 발사하는 함포들을 추적의 특성을 가지는 칼날들을 소환해 가며, 파괴하면서 함포들의 대열을 돌파해 가고 있었다. 그러는 그들에게도 소형 전투기들이 대거 몰려왔고, 그래서 이들은 각자의 소정령에서 구체들 그리고 광선들이 발사되도록 하고, 이들을 통해 소형 전투기들을 격추시키려 했다. 소형 전투기들은 돌진하는 특성만 갖고 있을 뿐, 포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공세는 클라리스, 미라에게는 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와 아네샤 역시 두 팔 사이의 함포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팔의 안쪽 한쪽에서부터 다른쪽 방향으로 빛 줄기를 발사해 그 빛 줄기들에 나와 아네샤가 휩쓸리도록 하고 있었으나, 빛 줄기가 발사될 때마다 나도 그렇고, 아네샤 역시 어떻게든 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의 선들을 피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반격으로 팔 안쪽의 함포들을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 혹은 바람의 기운 줄기에 타격을 가해 이들 역시 하나둘씩 파괴해 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당히 큰 규모의 공세를 헤쳐 나아가고 나서야 함교 앞에 이를 수 있었다. 함교 앞에 이르자마자 함교의 중심에 자리잡은 '눈' 이 모습을 드러냈고, 보라색 빛을 발하는 눈에서부터 3 방향으로 한 대열씩 보라색 덩어리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마치 결정 덩어리와 같은 보라색 빛을 발하는 덩어리들은 부채꼴 상의 대형을 이루면서 3 방향으로 방출되어가다가 함선의 내벽에 부딪쳐 파괴되고 있었다. 더 이상 함선은 보호막에 의해 보호되고 있지 않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함선의 내벽에는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후, 함교의 '눈' 이 여러 방향으로 핏빛, 보라색을 띠는 빛 줄기들을 난사하고서 그 이후로 두 방향으로 엷은 보라색을 띠는 빛 줄기들을 발사해 함선의 내벽에 닿도록 하기 시작했다. 함선에 내벽에 닿으 빛 줄기들은 반사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들은 이후에도 함선의 내벽에 반사되는 모습을 거듭 보여주며, 하나의 그물 모양 무늬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물의 눈 사이에 있으면서 함교의 '눈' 을 지팡이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를 방출해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나의 우측에 있던 아네샤 역시 곡선을 그리는 바람 줄기들을 두 손에서부터 발사해 가며 '눈' 을 타격해 피해를 입히려 하고 있었다.
여기에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고양이 요정 자매들까지 공세에 가담해 각자의 수단으로 '눈' 을 타격하려 하였다. 나와 아네샤가 발사하는 번개, 바람 줄기들에 이어 마법으로 생성된 검들에 고양이 요정들이 소환한 번개 창들과 대형 창까지 눈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계속 피해를 입으면서도 함교는 '눈' 에서부터 자신의 3 가지 방식 공격을 반복해 사용해 가며, 자신에게 타격을 가하려 하는 이들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함교의 양 옆에 자리잡은 해치들을 개방해 계속해서 인간형 병기들을 몇 개체씩 불러왔다. 그리하여 두 고양이 요정 자매들은 함교의 왼편, 오른편에 날개를 펼치고 떠 있으면서 갑주형 병기들을 각자의 무기로 상대하고서 이들을 각각의 무기로 베어 목을 자르거나 흉부, 복부 등을 찌르는 방식으로 제압한 이후에 폭파시키고 있었다.
타격이 거듭되면서 '눈' 의 표면이 찢겨지며, 보라색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니, 이제 곧 '눈' 부분의 파괴가 멀지 않았다는 직감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함선 역시 '눈' 의 이상을 직감한 이후, 더욱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하니, 함교 주변의 장치들에서 미사일들을 발사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이들을 끌어내기로 하고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일행을 덮치려 할 즈음에 일부러 그들에게 접근했다가 재빨리 함체의 우측 상공 높은 곳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다행히도 이들은 나의 의도대로 나에게 이끌려 나를 따라 날아가며 나를 추격해 가기 시작했다.
나는 함선의 뒤쪽, 보랏빛을 띠며 보라색 기운을 띠는 빛 줄기들을 방출하는 요새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기왕 함교 쪽에서 벗어났으니, 미사일들을 격추시킨 이후에는 함미의 배기구들을 향해 나아가, 배기구들을 폭파시킬 참이었다. 지팡이에서 곡선을 그리는 번개 기운들을 계속 방출해 가며, 나를 집요하게 추격해 가던 미사일들을 격추시켜 갔다. 미사일들은 20 여 발씩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며, 그래서 몇 번씩 이들을 번개 줄기들로 쏘아 맞혀가며 이들을 제거해 가면서 함선의 함미에 장착된 배기구들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미사일들을 격추시킨 후, 함미에 장착된 배기구들, 좌측과 우측의 부 배기구들과 가운데의 주 배기구가 위치한 쪽으로 날아가는 그 순간, 배기구들에서 불기둥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함선이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불그스름한 색을 띠는 불기둥이 함미의 배기구들에서 솟구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기구들의 불기둥이 꺼질 무렵에 그 앞으로 다가가서 배기구들을 목표로 정하고, 지팡이에서 번개 줄기들을 계속해서 발사해 가며, 이들을 타격하려 하였다. 그 이후로 배기구들에서 불기둥이 다시 솟아났고, 그 때마다 배기구 근처로 몸을 피했다가 불기둥이 꺼질 즈음에 다시 배기구 앞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곳곳에서 소형 전투기들, 포신의 모습을 한 전투정들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 그런 나를 포격으로 빛 줄기를 발사하고, 또 화망을 생성하기도 하면서 저지하려 하였지만 이들의 위협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그들의 공세에 그들을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 그리고 지팡이의 번개 줄기들로 쏘아 맞혀 그들을 격추시키면서 배기구의 타격을 이어가려 하였다. 처음에는 전투정들이 몰려왔지만 그 이후로 대형 포신과 비슷한 외형의 중형 전투정들이 모습을 드러내 광탄들을 발사해 가며, 나를 위협하기도 했고, 그래서 광탄들을 피해 가며, 이들을 번개 줄기들로 공격해 파괴하려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배기구들을 향한 타격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왼편의 배기구부터 하나씩 폭음과 함께 화염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오른편의 배기구에서도 역시 왼편의 배기구와 비슷하게 불기둥이 터져 나오면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들이 폭발하는 동안 주 배기구에서는 또 다시 불기둥이 치솟기 시작했지만 부 배기구들은 더 이상 불꽃을 분출하지 못하고 있어서 폭발하는 배기구들 근처에 머무를 수는 있었다. 이후, 부 배기구들은 먼저 폭발하기 시작한 왼편의 것부터 불꽃을 크게 터뜨리기 시작, 이어서 오른쪽의 것까지 폭발해 큰 폭음을 일으키고, 다시 한 번 크게 화염을 터뜨리면서 충격파를 일으키니, 그 충격파는 함미의 몸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비행체들의 나를 향한 포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나 역시 이러한 그들의 공세에 대응해 비행체들을 격추시켜 가면서 남은 주 배기구에 타격을 지속적으로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 배기구에서도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가운데의 주 배기구 역시 잇따라 울려 퍼지는 굉음과도 같은 폭음과 함께 불꽃과 불 기둥들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형 전투정들이 계속 나에게 다가오며 나의 공격을 저지하려 하였으나, 배기구들의 폭발을 목도하고 나서는 포기하고 돌아서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후, 배기구들은 계속해서 폭발을 일으키더니, 한 차례씩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열기와 폭풍 그리고 충격파를 일으키면서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의 공기까지 떨리게 만들었다.
이 무렵, 나는 큰 폭발이 있을 것임을 직감하자마자 다급히 폭발을 일으키는 배기구들의 근처에서 벗어나 이들과 멀리 떨어진 상공에 머무르면서 배기구들이 폭발해 화염과 빛을 퍼뜨리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의 공격을 저지하려 하였던 병기들 중 일부는 폭발에 휩쓸렸으며, 아마도 폭발에 휩싸인 이들은 그 이후로 그 형상들이 소멸했을 것이다.
배기구의 폭발이 끝난 이후, 배기구들이 있던 자리에는 불길에 휩싸인 파괴된 흔적만 남았다. 뜯겨져 나간 외장 부분 바깥으로 검은 연기와 붉은 불길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주 배기구가 폭파되고 그 여파로 뜯겨진 함미의 장갑 안쪽으로 통로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법한 통로, 그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함선의 동력원 안으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라르나, 그 쪽 상황은 어때? 지금 무사하지?"
주 배기구까지 폭발해 함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무렵, 아네샤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나에게 상황을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당연히 무사하지!" 라고 답하고서 배기구들이 전부 파괴됐음을 알리고서 곧 함교 쪽으로 가겠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함미의 배기구 너머로 통로가 보이고 있어! 아무래도 함선의 중추 동력원이 있는 방으로 이어진 통로 같아."
라고 그 전에 보았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렸다. 이후, 아네샤가 바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서 함미 일대가 불길에 휩싸여 있어서 들어갈 수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그렇게 통신을 마치고서 나는 곧바로 불길에 휩싸인 함미 일대를 지나치고서 다시 함교 쪽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함체에서 그 표면 위를 날아가던 나를 향해 미사일들과 광선들이 발사되었고, 미사일들이 나를 추적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미사일들은 소정령의 번개 줄기들로 모두 제거했다.
한편, 함교 쪽에서는 아네샤와 클라리스, 미라가 계속해서 함교의 '눈' 을 타격해 어느새 '눈' 이 폭발 직전의 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그 무렵, 고양이 요정 자매들은 자신들이 소환하는 창들로 광탄들을 발사하는 인간형 병기들과 포대형 전투 비행기들을 격추시키다가 간간히 '눈' 을 창으로 찌르는 공격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함미의 배기구들을 모두 폭파시킨 이후, 기함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함교의 '눈' 만이 공격을 이어가고 있을 뿐으로 포격은 가면 갈 수록 더욱 격렬해져 가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동력원의 모든 에너지를 '눈' 에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반사하는 빛 줄기들의 발사를 멈추었을 때, '눈' 에서 보라색 빛을 발하는 입자와 같은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보라색 빛을 발하는 빛 기둥이 '눈' 에서부터 분출해 나아가 함선이 자리잡은 전방 일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빛 기둥이 처음 분출될 즈음에 잠시 하늘이 깜깜해질 정도였다. 이전에도 그와 같은 포격이 첫 번째 '눈' 에서 분출된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빛 기둥이 분출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때에는 첫 번째 '핵' 에 내장된 에너지원만을 사용했었어요. 그게 이 함선의 일반적인 포격이었을 거예요. 이번에는 주 에너지 원을 이용하는 주 포격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원래는 에너지를 첫 번째 '핵' 으로 전송해 해당 '핵' 에서 포격을 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첫 번째 '핵' 이 사라진 만큼, 직접 함교의 중핵이 포격을 가하고 있을 것이고, 원래 함선에서 첫 번째 핵의 파괴를 상정하고 이런 체계를 구성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 포격은 그야말로 비상 상태에서 행하는 것이겠지요?"
"그러하겠지요." 이후,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아샤란이 나와 아네샤에게 해당 포격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고, 이어서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답을 했다. 그들은 아직 기계 병기 군단에 남은 병기들을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 한 동안 연락이 없다가 이렇게 연락을 한 것으로 보아, 그들을 거의 제압해 연락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상황이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연락을 이어가는 동안 빛 기둥의 분출이 끝났다가, 잠시 후에 또 다시 빛 기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욱 격렬한 기세로. 빛 기둥의 크기는 이전에 비해 약간 줄어들기는 했으나, 빛의 밝기는 이전의 그것에 비해 훨씬 밝고 격렬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음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은 더 발사할 것 같아요. 남은 에너지를 그 쪽에 다 쏟아부으려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일종의 발악인가." 이후, 일행에게 클라리스가 기함의 이후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미라가 그런 클라리스에게 발악일 수도 있겠다고 물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나 역시 함선의 다른 모든 공격 장치들이 폭파되고, 함미까지 파괴된 이상, 기함은 클라리스가 전망한 바대로 빛 기둥을 연속 분출하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그 의도는 최후의 발악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빛 기둥이 분출되며 주변 일대를 격렬히 밝게 할 정도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연속으로 분출되면서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빛 기둥 분출 속에서 나와 아네샤 모두 빛 기둥이 분출되는 그 좌측의 비교적 안전한 지대에 머무르려 하면서 함교의 '핵' 에서 빛 기둥이 분출되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순양함 급 함선들 중 하나가 일행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함체 하단의 함포에서 광선을 발사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 광선이 함체에 닿기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그 함선은 기함은 이미 끝장난 상태라는 판단을 내렸는지 함체를 향할 수 있는 광선 타격을 지속하고 있었다.
"기계 군단의 병기는 유사시에는 군단의 총 기함을 타격하거나 할 수 있어?"
"아래 쪽 요새에 자리잡고 있을 사령부 인공지능이 명령을 내린다면 가능하기는 할 거야, 그 기함이 이미 끝났고, 더 이상 기함에 기대할 수 없어서 그것을 포기해서, 그런 명령을 내렸다면, 군단에 속한 병기들이 기함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
그 무렵,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서 클라리스는 기함에 대해 이미 함교 이외에는 전력을 들이는 부분이 없고, 함교의 포격이 사실상 최후의 저항인 만큼, 포격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할 때에 아예 끝을 내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미라에게 말하기도 했다.
"저 정도 크기의 함선이라면 내부에 분명 반응로가 있어, 그 반응로에서 에너지를 다시 생성해 공격해 오게 할 수는 없어."
그러는 동안 나는 함선의 함체보다 높은 곳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함미 쪽도 바라보고 있었다. 함미 쪽에 불이 사그라지면 함미에 뚫린 구멍 쪽으로 파고들어, 클라리스가 언급한 반응로가 자리잡고 있을 '심장' 이 위치한 방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이다. 내가 아네샤의 곁으로 돌아왔을 즈음에는 함미 부분은 배기구들의 폭발로 격렬히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내가 다시 그 쪽을 바라볼 즈음에는 그 불길은 이미 상당히 사그라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불꽃이 남아있기도 했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기도 했지만, 냉기의 힘을 끌어들이고, 보호막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어 보이기는 했다. 다소 무모하기는 했지만 나는 여기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 함선이 빛 줄기 분출, 그리고 이후의 에너지가 부족한 틈을 타, 함미 안쪽으로 파고들어 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네샤를 내 옆으로 불렀다.
"저 배기구가 부서진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그 안쪽에 통로가 있었어, 기함의 동력원인 플라즈마 반응로와 이어지고 있을 거야."
"방금 전에 네가 부수었던 배기구들 말이지? 그 너머에 통로 같은 것이 보였나 봐, 그 때의 그 모함에서처럼?"
"그렇지."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 통로가 동력원과 이어지고 있다면 바로 진격해 들어가고, 그렇지 않다면 재빨리 빠져나가서 클라리스, 미라와 함께 함교를 집중 타격하자고 청했다. 이후에 함미의 통로를 조금 나아가다가 빛나는 무언가가 보이면 그것은 동력원에서 발하는 빛일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알았어, 한 번 해 볼게. 만약에 그 내부 구조가 네가 말한 바대로라면, 함선을 바로 끝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빛 기둥의 분출은 그 이후에도 한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번개 줄기까지 함께 분출되지는 않고 있었지만 빔의 크기 자체도 컸고, 격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빛의 분출은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조금씩 빛이 사그라지는 것으로 그치기 시작했다. 빛의 분출이 그치면서 함교와 함교에 자리잡은 '눈' 의 모습 역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빛 기둥을 분출하면서 함교는 그 동안 끌어모은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는지 더 이상 무언가를 분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조용했다. 간간히 함체에서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이들의 위협 자체는 이제 와서 큰 의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함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시점으로 나와 아네샤를 비롯해 근방에 자리잡고 있던 클라리스 등의 4 명 역시 내가 위치한 그 좌우 일대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누가 신호를 내리지 않았지만 내가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을 지팡이에서 분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집중 타격이 개시되었다. 그 이후, 파란 번개에 감싸인 검은 창들과 더불어 파랗게 빛나는 검은 창이 하나씩 함교를 향해 날아갔고, 이어서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의 기운 줄기들, 하얗게, 하늘색으로 빛을 발하는 칼날들이 빛으로 긴 꼬리를 그리면서 함교에 모여 들었다. 이들이 모이는 함교에서는 수많은 빛들이 모인 격렬한 빛이 주변 일대로 퍼져가고 있었다. 함체에 격돌한 번개와 빛 줄기들 등에 의해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었다.
이 무렵, 함교 주변에 모여있던 병기들은 함교가 맹렬히 타격을 받고 있는 광경에 일제히 기함 주변에서 물러나 요새 내부로 후퇴해 가고 있었다. 일부 개체들은 저항하고 있었지만 그 개체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몇 번에 걸쳐 빛들이 번쩍이고 진동이 거듭된 그 때, 함교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교 전체가 함교 내부에서 분출된 폭염이 폭발, 그 폭풍이 함교 전체를 휩쓸었다. 충격파가 퍼져가고, 격렬한 진동이 하늘을 잠깐이나마 뒤흔들었다.
폭염이 터지고, 폭풍이 사라지면서 분출되었던 불꽃도 사그라져, 함교 일대가 부서진 잔해들만 남자, 나는 곧바로 함선의 좌측 방향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나아가며, 함미 쪽에 이르고서 배기구의 잔해 쪽을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잔해의 불길이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하자마자 그런 나를 따라오던 아네샤에게 알렸다.
"이제 안쪽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아!"
이후, 내가 앞장서서 함미의 배기구가 부서진 그 흔적 너머의 통로를 따라 비행해 들어가려 하였고, 그런 나를 아네샤가 좌측 근방에서 따라가려 하였다. 검은 내벽으로 둘러싸인 통로 너머로 주황색 빛을 발하는 무언가가 바로 보이기 시작했으니, 동력원으로 활용되는 플라즈마 반응로에서 방출되는 빛이었음이 확실해 보였다.
"방금 전에 보았는데, 부서진 함교의 잔해 쪽에서도 동력원으로 진입할 수 있어 보였어, 주황색 빛을 발하는 것이 동력원이겠지?"
"그렇다면, 함교 쪽에서도 안으로 파고드는 이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함미 내부의 통로로 들어서 검은 내벽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가로질러 한참 비행해 가고 있을 즈음, 아네샤가 나에게 함교가 파괴되고 생겨난 구멍 안쪽에 동력원이 있는 곳으로 진입할 수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고양이 요정 자매나 클라리스 등 역시 동력원이 자리잡은 곳으로 들어설 수 있겠다고 말했고, 이러한 나의 말에 아네샤는 분명히 그러할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드러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날개를 뒤로 접고서 가능한 속도를 내며 통로를 통과해 갔다. 통로 내부에는 어떤 개체들도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 병기들이라고 해도 배기구 앞의 통로에 머무르려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니, 이에 대해 아네샤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
"병기들이라 해도 배기구 앞에 서 있기는 싫었나 봐."
함교와 배기구 사이의 거리가 길지 않았고, 또 내가 가능한 빠르게 속도를 내어 비행해 들어갔던 만큼, 금방 방 안에 이를 수 있었다. 방의 내부는 원형을 띠는 공간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며, 천장과 바닥의 곳곳에 주황색 불빛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공간의 한 가운데에 깔대기 모양의 기둥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한 가운데에 인간의 신장, 그 3 배 즈음에 이를 법한 거대한 유리 구체 하나가 위치해 있었다. 그 유리 구체 안쪽에는 그 직경이 인간 신장의 2 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주황색 빛을 발하는 구체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함선의 동력원인 플라즈마 반응로였던 모양.
동력원에 해당되는 구체 모양의 반응로는 함선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일행이 바로 앞에 이른 이후에도 조용히 맥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공격 태세에 들어서지 않은 듯해 보이며, 그런 개체의 모습을 보고 난 이후, 나는 곧바로 반응로가 자리잡은 깔대기 모양 기둥을 지나쳐, 일행이 들어선 뒤쪽 문 너머에 있는 앞쪽 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문 너머의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 등이 비추는 통로 좌우로 수많은 수송선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들을 보자마자 그 너머로 더 나아가니, 좌우 통로에 수많은 전투정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들 너머에는 아마도 소형 전투정들과 전투기들이 비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이들을 바로 파괴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곧 그것보다는 동력원인 반응로의 파괴에 전념하자고 생각했다. 반응로가 파괴되면 어차피 그것들은 전부 끝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동력원이 있는 방으로 돌아갔을 무렵, 반응로가 불안정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네샤에 의하면 반응로의 빛이 방금 전에 달라졌다고 하며, 아무래도 반응로 내부의 인공지능이 깨어나기 시작해 공격 행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는 모양.
잠시 불안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던 반응로는 곧 나 그리고 나의 오른쪽 곁에 있던 아네샤가 머무르던 그 일대를 향해 주황색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들 혹은 불덩어리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난사된 구체들은 천천히 일행이 위치한 일대로 날아가고 있었지만 크기가 컸고, 많은 수의 개체들이 날아가고 있었기에 피할 틈이 좁았다. 조심스럽게 움직여 가며 구체들을 피해가면서 나는 반응로를 품은 구체를 공격 목표로 삼고서 지팡이에 바람의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아네샤 역시 구체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면서 두 손에 바람의 기운을 모으고 있었으며, 이윽고 아네샤가 오른손에 모인 바람의 기운으로 구체를 향해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기운을 흘려 보내는 폭풍이 불어나가도록 하면서 본격적인 구체를 향한 공격이 개시되었다.
아네샤가 자신이 가진 마법의 기운으로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때를 같이 하여, 나 역시 그 동안 끌어모은 바람의 기운을 지팡이의 끝으로 집중시키면서 지팡이의 끝이 구체를 향하도록 한 이후에 번개의 기운으로 전환된 바람의 기운이 반응로가 자리잡은 구체를 향해 나아가도록 했다. 이후, 그 구체의 바로 위에 모인 번개의 기운이 수많은 낙뢰를 방출해 구체를 강타하니, 구체가 위치한 곳에서 충격파와 함께 격렬한 푸른 빛이 주변 일대에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색, 파란색 빛과 충격파를 일으키면서 반응로가 자리잡은 구체가 타격을 받는 동안 일행이 들어선 반대 방향 쪽에서 고양이 자매 그리고 클라리스와 미라가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와 있었으니, 이들 역시 방 안으로 진입하려 했음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왔음을 잠깐 고개를 돌려 볼 수 있었을 뿐, 아직 한창 반응로가 위치한 장치와의 공방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거나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와 아네샤가 가하는 공격 정도로 반응로와 반응로를 지탱하는 장치가 파괴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분간은 우리가 힘을 써 줘야 할 것 같아. 두 분께서 이전에 모함을 격침시킬 때와 이번에 저 반응로에 타격을 가할 때에 소진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 때,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를 향하는 목소리로 아와레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던 야누아의 목소리였다. 고양이 자매들 중 하나가 야누아였으니, 다른 이는 4 자매 중에서 셋째인 마야였을 것이다.
"그래야 하겠지. 두 분께서 너무 수고하시고 계신 것 같아, 이번 일의 당사자는 우리들인데. 클라리스 그리고 마야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자 미라가 그런 야누아의 목소리에 화답했다. 그리고서 미라가 클라리스 그리고 마야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그 물음에 화답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는 클라리스 뿐이었다. 그는 미라의 물음에 그렇게 해야 마땅할 것이라 화답했다. 하지만 마야는 실제로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목소리로 대답하거나 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이 일으키는 마법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반응로를 감싸는 유리 표면이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에 이어 날카로운 폭음과 함께 깨어지고, 이어서 동력원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 동안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가 나, 아네샤가 위치한 그 앞으로 나아갔다.
뒤쪽에 있으면서 그들 역시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었는지, 클라리스는 자신의 주변에 초록색 빛을 발하는 구체 여럿을 데리고 있었으며, 미라는 왼손에 마력을 끌어모았을 하늘색 빛을 품고 있으면서 자신의 좌우에 여성들의 형상을 한 하늘색 빛 그리고 하늘색 불꽃을 발하는 형체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이후, 그들은 보호 장치가 깨어져 적대자들에게 노출된 반응로를 향해 각자가 끌어모은 마력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우선 클라리스가 자신이 데리고 있었던 구체들에게 명령을 내리니, 구체들이 초록색 빛을 발하는 거대한 창, 검의 형태로 변해 반응로를 궤뚫었고, 미라는 왼손에 끌어모은 마력으로 빛 기둥을 발사하니, 그와 동시에 분신에 해당되는 여성들의 형상이 하늘색 빛을 발하는 불꽃의 형상으로 변해 미라가 분출하는 빛 기둥과 함께 반응로에 격돌했다. 이들이 반응로에 모이면서 반응로가 위치한 일대에 잇따라 충격음과 함께 폭발음이 발생하고, 반응로 표면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한 그들의 집중 타격 한 번에 반응로의 표면 곳곳에 폭발이 발생, 주황빛 불꽃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공간 전체가 폭발하는 불꽃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말 없이 클라리스와 미라 그리고 야누아와 마야가 일제히 배기구 쪽으로 뛰쳐 나아가기 시작하고, 나와 아네샤 역시 다급히 날개를 뒤로 젖히면서 최대한 속도를 내어 다른 배기구 쪽의 통로를 따라 함선의 바깥으로 탈출해 나아가려 하였다.
- 그러는 동안 함선의 위험을 감지했을 몇몇 소형 전투정들이 나와 아네샤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소정령이 발사하는 번개 줄기에 의해 금방 격추되어 폭발했다.
폭발은 처음에는 반응로가 자리잡은 일대에서만 일어났지만 곧 함선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와 아네샤가 다급히 함미의 배기구 쪽으로 탈출해 나아갔을 때, 배기구 쪽에서 폭발하는 불꽃이 급격히 터져 나왔다. 그 때, 아네샤의 뒤를 따라 나선 나의 바로 뒤로 폭발하는 불꽃이 분출하고 있었으니, 탈출에 성공했다고 비행 속도를 늦추었다가는 꼼짝 없이 폭발에 휘말렸을 것이다. 그 때, 나는 탈출한 이후에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하고 빠져 나오기에 급급했었는데, 만약에 탈출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싶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라르나, 괜찮아?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이는데."
이후, 내가 배기구 쪽을 향해 돌아서서 폭발하는 기함 '감바쉬' 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때, 아네샤가 다급히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깊이 한 숨을 내쉬며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을 나의 다소 어두워진 표정을 보면서 걱정이 들었는지, 오른쪽 곁에 이르면서 나를 바라보며 그 걱정의 심정을 담아 물음을 건네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 물음에 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띠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폭발이 바로 내 뒤에 닿았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대로,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었다가는 큰일날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크게 놀라서 그랬음을 밝혔다.
한편, 기함의 오른쪽 배기구에서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 마야가 밖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가장 늦게 빠져나간 마야의 바로 뒤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폭발하는 불꽃이 분출했지만 그는 나처럼 간신히 빠져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
그리고 잠시 후, 그 동안 폭발을 거듭하던 기함 감바쉬는 결국 동력원이 자리잡고 있던 함교 쪽에서부터 큰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 이어서 함체 표면을 뚫고 큰 폭풍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함체 전체가 폭발에 휩싸였다. 그렇게 폭발에 휩싸인 함선은 '두 팔' 에 해당되는 부분들이 왼팔 부분부터 하나씩 불길에 휩싸인 채, 분리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중에서 막대한 폭음, 충격파와 함께 폭풍과 빛에 휩싸이며 사라져 갔다.
- 분리된 '두 팔' 역시 요새와 멀어지는 방향으로 추락해 나아가다가 계곡의 벽에 하나씩 부딪쳐 충격음, 폭음과 함께 폭발해 그 형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함에 해당되는 함선이 그렇게 사라지면서 요새 주변에는 더 이상 기계 병기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으니, 그 일대는 잠시 동안 고요해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나와 아네샤 모두 요새 부근에서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무렵, 바깥의 남은 함선들과 상대하고 있었을 이들, 아샤란과 모린 그리고 마르차와 율리아가 클라리스와 미라 등을 맞이했다. 아샤란에 의하면 방금 전까지 마냐하타에서 바르차 (Varcha, Varca) 가 데리고 온 전투단과 함께 함대에 속한 함선들 그리고 기계 병기들을 격파해 가고 있었으며, 병기들이 대부분 정리되고, 남은 병기들의 기능이 정지된 이래로 바르차와 그의 전투단이 돌아가면서 다시 클라리스 등의 곁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 동안 서로 대화를 이어가더니, 조금 시간이 지난 후, 클라리스가 모린과 함께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와 함께 먼저 요새의 입구 쪽으로 나아가고, 미라가 아샤란을 대동하면서 야누아 그리고 마야와 함께 일행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 그 무렵, 들린 대화에 의하면 이들은 요새의 1 층까지 함께 있다가 갈라지기로 했으며, 일부는 포격 장치로 쓰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탑들을 파괴하고, 일부는 지하 통로로 들어서기로 한 이후에 지하 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원래 클라리스는 미라와 함께 야누아 등을 따라 지하 쪽으로 가기로 했지만 아샤란이 아무래도 '공주' 인 클라리스를 지하로 보낼 수 없고, 다소 철이 없는 마르차, 율리아를 이끌 이들이 필요한데, 클라리스가 그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해서 모린 등과 함께 가게 된 것이었다. 모린이 지하로 가지 않은 것은 그의 바위 공격 능력이 동굴 내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러면 일행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이 그 이유라고.
그러는 동안 야누아는 평상 시의 모습 그대로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마야 역시 자신의 평상복을 갖추어 입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마야는 소매 없는 하얀 셔츠와 푸른색을 띠며 허벅지를 거의 드러내는 스커트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그와 함께 허벅지와 종아리를 전부 감싸는 감색 양말 그리고 하얀 신을 신고 있었다. 스커트와 양말 사이로 감색을 띠는 띠가 그의 앞쪽, 뒤쪽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으니, 허벅지 높이에 이르는 양말을 고정시키기 위한 끈이었던 모양. 야누아 만큼, 길다란 감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으며, 등 높이의 한 지점에 하늘색을 띠는 큰 리본으로 길고 풍성하게 자라났을 머리를 묶어 내리고 있었다.
머리카락 길이와 색깔도 그렇고, 입은 옷차림의 배색도 약간 비슷한 느낌이기는 했지만, 동생이었던 만큼, 야누아보다는 앳된 느낌이 강한 소녀였다. 일행과 대충 비슷한 나이 대로 추정되는 고양이 요정 소녀는 대충 온화한 인상이었던 야누아와 달리, 그 인상이 다소 차가워 보였으며, 말 수도 거의 없을 정도로 적었다. 표정도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의사 표현이나 감정의 표현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으며, 감정에 따르는 미묘한 표정의 변화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알 수 없었다.
그런 마야를 대동하며 야누아가 미라 그리고 아샤란과 함께 일행의 곁에 이르렀다. 이후, 야누아는 나에게 그 동안 기계 군단의 주력 함선들을 격파하는 데에 힘을 써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서 이제 요새로 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요새의 입구 쪽으로는 클라리스와 모린이 마르차, 율리아와 함께 갔어요. 저희들은 다른 쪽으로 진입할 거예요."
그러더니, 그는 자신이 데리고 온 이를 소개하는 것을 잊었다며, 그 이름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서 마야에 대해 평소에 말 수가 적고, 표정 변화가 무척 적기는 하지만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는 아이라고 소개를 해 주었다. 그와 더불어 태생적으로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감정 표현이 적고, 말 수가 적은 것은 그 부작용이었던 모양- 그 마력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그 마력을 물리력으로 전환해 가며, 무거운 무기를 다루는 데에도 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야누아는 마야에 대해 이외의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아샤란에 의하면 비상하게 머리가 좋은 소녀라 하였으며, 모린에 의하면 표정 변화가 거의 없을 뿐, 감정 표현은 의외로 다채로운 편이고, 여러 의미로 엉뚱한 생각을 잘 하는 소녀라 하였다.
이후, 미라와 모린 그리고 야누아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자신들이 진입할 요새의 구역으로 찾으려 하였다. 앞장서 나아가던 야누아가 향하는 곳은 요새 건물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검보라색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어느 바위의 정면이었다.
TF 형 함대 사령부 요새, 대륙 파괴용 병기 : "몬테 카를로 (Monte-Carlo)" 혹은 "몽트 샤를 (Monte-Charles)"
- Monte-Carlo, La Fortezza del Quartier Generale della Flotta delle Macchine et l'Arma di Distruttiva Continentale di Tipo-TF.
- Monte-Charles, La Forteresse du Quartier General de la Flotte des Machines et l'Arme de Destructrice Continentale de Type-TF. (*2)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 요새의 정식 명칭으로 마녀가 나와 아네샤에게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알려준 것이었다. 마녀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알려준 바에 의하면 화려한 외관을 보여주는 거대한 건축물은 사실상 보여주기 용에 불과할 뿐으로 그 실상은 건물의 지하, 바위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건물의 기반인 바위의 좌우측에는 하나씩 통로의 출입구가 있었으며, 마치 눈과 같은 형상으로 깎여 있었다. 어둠에 잠긴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건물의 기반인 어두운 색을 띠고 있는 바위는-아무래도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암흑 물질로 바위를 물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산의 표면에 사람의 얼굴 같은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앞서 보았던 두 출입구, 마치 눈의 형상을 이루고 있던 그 두 출입구가 실제로도 두 눈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아래로 코를 형상화한 모습이 보여서 하나의 얼굴 모습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입은 보이지 않았으나, 산 아래에 분홍빛에 가까운 밝은 보라색 빛을 발하는 액체가 채워진 웅덩이가 있어서 그 모습을 보며, 그것이 입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야라는 분께서 알바레스 묘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실 것이라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저렇게 말 수가 없으셔서 어떻게......"
"해 달라면 해 주시겠지."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아네샤가 그 동안 아무 말 없이 조용하기만 할 뿐인 마야가 자신에게는 외지인일 뿐인 나와 아네샤에게 어떻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던 것. 이에 나는 그래도 요청이 있다면 해 주기는 할 것이라고 화답을 하면서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이 곳이 그 하므자라는 묘족 전사가 여러 묘인들을 이끌고 갔다는 그 요새이겠지? 그러다가 하므자만 살아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하므자도 사라지고."
"그랬지, 이를 두고 야누아 씨나 마르차 씨께서는 하므자가 묘인들을 속였을 것이라 말씀하셨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이후, 아네샤는 나에게 야누아, 마르차 등이 하므자가 묘족 사람들을 속인 사기꾼일 것이라 장담하듯이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며, 자신도 지극히 공감한다고 답을 했다. 어린 묘인들을 별 것 아닌 이유로 죽이려 한 이가 어디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겠느냐고 생각한 것. 게다가 그 인성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 악당 짓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사람일 것임은 틀림 없어 보였다.
이후, 나는 야누아, 미라 등과 함께 요새의 입구 부근의 상공에 이르렀다. 검보라색 안개 너머로 보이는 밝은 보랏빛을 띠는 건물 사이로 일행이 가진 날개가 발하는 하늘색, 하얀색의 빛이 크나 큰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다가가 보니, 더욱 화려해 보였던 요새의 건축물, 그 상공에 이르면서 야누아가 마야를 자신의 우측에 대동하면서 말했다.
"미라, 요새 건물이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지어진 것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을 거야."
그 때, 미라가 요새의 표면에 포대들이 비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야누아는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화답하고서, 표면적인 용도가 있고, 그러한 용도로 활용되는 부분이 따로 존재하는 만큼, 굳이 그렇게 사용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두 분들께서도 따라오시면서 같이 봐요. 아마 두 분께서도 그 내부를 보시면 뭔가 아시는 바가 있을 거예요."
이후, 야누아는 자신을 따라오고 있던 나와 아네샤에게 이렇게 당부를 하고서 마야와 함께 먼저 요새 건축물의 출입문 쪽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아마 클라리스, 모린 등은 이미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요새는 앞에 자리잡은 거대한 궁전의 뒤로 8 개의 탑을 서로 이어붙인 듯한 방벽이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궁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창가마다 보라색 혹은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색 빛을 발하며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창가마다 보라색 혹은 보라색 계열의 빛을 발하고 있다보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보랏빛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궁전' 은 3 개 부분으로 이루어진 듯해 보였으며, 서익, 동익 부분의 외곽에 하나씩, 그리고 각 부분의 안쪽에 하나씩 탑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외곽의 탑은 보라색 빛을 발하는 거대한 등대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들이나 외부로 나가는 이들을 관찰,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을 것이다. 중앙 부분의 가장 높은 곳에는 거대한 십자가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창가의 여느 불빛보다도 더욱 선명한 보라색 (등대의 빛도 같은 색이었다) 빛을 발하고 있어서 유난히 눈에 띄고 있었다.
'궁전' 의 출입문은 서익과 동익 그리고 중앙부에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으며, 중앙에는 거대한 대문이 있어서 이 역시 십자가와 같은 선명한 보라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야누아는 그 대문에 대해 평소에는 열어두고 있었다는 듯하나, 전시 상황이다보니, 굳게 걸어 잠그어 두고 있겠지만 기계 군단이 그 대문에 다른 장치를 걸어둔 것은 아니라서 쉽게 파괴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외곽 쪽 방벽으로 쓰였을 법한 거대한 건물, 8 개의 탑을 이어붙인 거대한 건축물의 중앙에는 대성당에서 볼 법한 장미 모양의 장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방벽을 구성하는 8 개의 역시 꼭대기 부분이 성당에서 볼 법한 첨탑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면서 성당을 의식한 면모가 있을 것임을 바로 추측했으며, 아네샤 역시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원래 성당으로 쓰이는 건물은 아니겠지요? 저 뒤쪽의 건물들."
"당연하지요." 아네샤가 야누아 그리고 미라에게 뒤쪽의 방벽처럼 보이는 건물에 대해 물음을 건넸다. 이에 미라, 야누아 모두 그러할 리 없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이후, 야누아가 뒤쪽의 건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 문명 시대에 알바레스 성계에 있었다는 대형 호텔 (=ostel) 을 모사한 건물이래요. 물론 실제로 호텔처럼 사용되는 건물은 아닐 거예요, 외관만 모사했을 뿐, 내부는 호텔의 구조와 전혀 다르고, 심지어 층의 구조도 없는 모양이에요."
"내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몇 번 오가면서 관찰해 보았어요. 그리고 탑의 창가 부근을 동생들과 함께 돌아다녀 본 적도 있지요. 그러면서 호텔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객실이라든가, 각종 시설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았지요. 그 대신에 탑의 최상층부에 에너지원 같은 것이 비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각 탑마다 그런 에너지원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야누아가 앞장서서 날갯짓을 하며, '궁전' 과 같아 보인 '본관' 의 정문 바로 앞에 이르렀으며, 미라, 아샤란 그리고 나와 아네샤 역시 그를 따라 야누아가 본관이라 칭한 건축물 (이후로는 본관이라 칭한다) 의 정문 바로 앞에 착지한 이후, 나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본관의 정문을 따라 절벽 끝까지 길게 길이 나 있었으며, 그 길의 여러 부분에 십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 있었다. 길이 위치한 일대에는 초목들이 자라나 있는 정원이 들어서 있었으며, 그 모습에서 요새 주변의 경관과 사뭇 대비되는 일면이 있었다. 정원의 한 곳, 서쪽 가장자리 쪽에는 호수도 있었으며, 물도 맑아 보였다. 하지만 바닥에 자리잡은 보라색 등이 빛을 발하는 그 주변에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떻게 보아도 수상해 보였던 데다가, 이런 인공 정원의 물은 어떤 경우에라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마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풀마다 자그마한 보라색, 하얀색 등불들이 마치 밤하늘에 모인 별들을 모사한 듯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이는 정원을 잠시 둘러보고서 다시 야누아가 지켜보고 있던 정문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러는 동안 야누아와 아샤란이 정문을 뚫을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후, 야누아가 푸른 번개에 휘감긴 검은 창, 하얀 창들을 정문 쪽으로 발사하고, 아샤란 역시 보라색 빛을 발하는 낙뢰들을 방출해 정문 쪽으로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미라는 나와 아샤란 근처에 있으면서 야누아와 아샤란이 정문을 돌파해 가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미라 씨께서는 이번에 참여하시지는 않네요."
"예, 두 사람이 나서는 정도로 충분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미라가 답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폭음과 함께 보라색 불꽃이 정문 쪽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폭발의 여파로 문이 뚫리고, 그 어두운 너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야누아가 미라, 아샤란 등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저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그리하여 나는 야누아 등을 따라 문이 뚫리며 드러난 통로 안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뛰어서 갈 수도 있었고, 실제로 미라와 야누아는 날개를 접고 뛰어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아샤란 역시 착지해서 발걸음을 옮겨 가고 있었지만 나와 아네샤는 날갯짓을 이어가며, 문을 지나쳐 갔다. 날아서 그들을 빠르게 따라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문 너머의 현관. 검은색을 띠는 듯한 어두운 내부 공간을 벽면과 천장은 보라색과 하얀색을 띠는 등불들이 밝히고 있었으며, 그 너머로 문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문은 열려 있어서 바로 그 너머로 진입할 수 있어 보였지만 그 열린 문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미라, 아샤란 그리고 야누아, 마야 모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문 앞에는 이미 클라리스, 모린 그리고 마르차와 율리아가 좌우 근처에 서 있었다. 마르차는 두 팔을 높이 들고 손을 뒷머리로 옮긴 채, 문의 우측에 서 있었으며, 율리아는 문의 바로 앞에 서 있으면서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문 너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야누아 언니, 이것 좀 봐!" 이후, 야누아, 아샤란이 율리아에게 접근해 오자마자 율리아가 야누아의 모습을 보더니, 그를 향해 뛰어오면서 문 너머를 봐 줄 것을 부탁했고, 그 목소리에 야누아, 마야 모두, 다급히 문 쪽으로 뛰어가는 율리아를 따라 문의 바로 앞으로 접근해 가려 하니, 나 역시 그들을 따라 나아가면서 그들이 바라보려 하는 것을 나 역시 보려 하였다. 그들이 보게 될 것이 무엇인지 역시 나 역시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들 신디 자매와 아샤란, 모린이 문 앞에 모일 무렵, 나는 그 문을 지나쳐 문의 너머에 이르렀다. 다만, 병기들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일단 문 근처에서 착지한 다음에 벽에 기댄 채, 그 공간의 모습을 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문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알고 있던 대로네." 그 무렵, 야누아의 목소리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들려왔고, 이어서 마르차가 그런 야누아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도박장을 차려놓고 여러 세상, 우주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고, 라니아 아줌마께서도 말씀하셨잖아."
"도박장......"
"맞네, 도박장이야." 그 광경을 나를 따라와 나의 우측 곁에 이르렀던 아네샤 역시 야누아, 마르차가 말한 바가 맞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드넓은 공간 내부에는 여러 커다란 탁상들이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그 타원형-타원형에 가까울 뿐, 측면은 직선이었다- 탁상은 비어 있기는 했지만 그 모양새를 보면서 그 탁상이 어떻게 쓰였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책상들, 카지노(Casino, Kazino) 라는 곳에서 쓰였던 것들이잖아. 위에 놀이판을 그려놓고, 도박 놀이를 사람들이 즐기게 하는 그런 것들이지 않았어?"
"맞아, 잘 아네."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가만히 눈앞에 펼쳐진 탁상들이 배열된 광경을 보고 나서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그만두면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대로 탁상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그들이 공격해 오겠지?"
"당연하지." 그 물음에 바로 당연하다고 답하고서 가운데로 다가가는 것은 이후에 클라리스, 미라, 야누아 등이 들어오고 나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므자를 비롯한 묘족 부흥군을 기계 군단이 여기로 끌어오진 않았겠지?"
"그랬을 거야. 그들은 도박하겠다고 이곳으로 왔을 이들은 아니었을 테니까."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알바레스 성계에 있던 섬의 랑슬로 (Lancelot) 그리고 뵈브 상글랑트 (Veuve Sanglante) 처럼 외부 세계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죽이기 위해 마련한 곳이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렇게 희생된 이들의 영혼들 역시 요새 기계 장치의 동력원에 흡수되어 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이후, 문 너머로 야누아와 율리아가 먼저 들어오고, 그 뒤로 마야와 마르차 그리고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아샤란과 모린이 들어오고 있었다. 율리아는 문 너머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탁상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려 하였다. 이에 마르차와 야누아가 안 된다고 말렸으나, 그런 그들에게 율리아가 외쳤다.
"어차피 언니들도 각오한 일이잖아! 이왕 맞이할 녀석들이면 지금 당장 마주하는 게 나아!"
그렇게 율리아가 앞장서서 뛰쳐 나아가니, 야누아, 마야 그리고 클라리스, 미라 등 역시 그를 따라 공간의 한 가운데로 나아가고 있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비행 상태를 유지하면서 율리아가 위치한 그 상공 일대에 머무르며, 주변 일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디 숨어 있냐, 이 기계 덩어리들아! 나와라!!! 듣고 있으면 나와라, 이 고철 덩어리들아!!! 내 말 안 들리냐! 당장 튀어 나오라고, 이 겁쟁이 쇳덩이들아아아아!!!!!!"
탁상들 한 가운데로 뛰어 간 이후, 율리아는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기계 병기들을 도발하는 듯해 보였는데, 어차피 맞설 녀석들을 전부 끌어올 셈이었고, 그렇게 끌어온 개체들과 싸워 모두 격멸시킬 자신도 있었던 것 같았다.
"왜 안 보이냐, 이 겁쟁이 쇳덩이들아! 우리가 총포와 칼을 들고 쳐 들어오니까, 겁이 나기라도 하냐?!"
그렇게 연거푸 율리아가 도발의 외침을 이어가고 있었다. 몇 번 하다 보면 목청이 쉴 것 같아 보였는데도 목소리가 쉴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율리아가 아무리 외쳐도 대답이 없었을 기계 병기들에게,
"만약에 아무것도 모르는 힘 없는 사람들이 들어왔다면 득달같이 날아와서 쳐 죽였겠지, 그렇지 않냐아아아!?"
라는 외침에 이어,
"공포의 대군? 힘 없는 사람들 앞에서나 공포의 대군이고, 힘 있는 자들 앞에서는 고철 쓰레기 집단이냐!? 무기는 뭐하러 갖고 다니냐?! 우리 마을 정육점 아줌마가 너희들보다는 나아! 고기 썰기도 못해 먹을 고철들아, 싸움 못 해 먹는 방구석 잉여 쓰레기들아아아아!!!!!"
라고 외치자, 마르차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말리며 "율리아, 됐으니까 그만 해!" 라고 말하면서 결국 도발을 멈추었다. 그 때, 클라리스가 마르차를 향해 다가가면서 아무래도 당분간 병기들이 이 공간으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자, 마르차가 그런 그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아니, 왜? 여기도 그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곳 아니었어?"
그러자 클라리스는 그와 같은 곳은 부서져도 얼마든지 다시 재구축 가능하다고 기계 군단이 진작에 간주하고 있었을 것이라 화답하고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수장' 혹은 요새의 '심장' 에 해당되는 동력원을 지키는 것으로 남은 병기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동력원 근처에 모여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대부분의 병력들은 요새 바깥에서 나와 아네샤 그리고 신디 자매, 클라리스, 미라 등과의 싸움, 그리고 아샤란, 모린 등이 포함된 마냐하타 경비대에 의해 대부분 궤멸되고, 남은 이들은 아주 적은 만큼, 그 남은 이들을 핵심 요소의 방비에 투입했으리라는 것이다.
"중추가 남아있다면 다른 부분이 파괴되어도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는 거야."
이어, 미라가 말했다. 그리고 "참 속 편한 사고 방식이지." 라고 말하더니, 이어 야누아가,
"그런 편한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목표 아니겠어?"
라고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르차, 그리고 마르차를 안겨 있는 율리아-아무래도 율리아의 폭주 행동을 저지하려 한 것 같다-를 가만히 지켜보더니, 자신의 바로 앞으로 내가 다가오자마자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우선, "오셨군요." 라고 말하고서, 이어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두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율리아가 다소 지나친 행동을 저질렀고, 마르차가 그래서 저지를 하고 있지만...... 마르차도 직감을 하고 있을 거예요. 저나 마르차와 같은 언니들도 정도는 달라도, 근본적인 사고는 자신과 딱히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저도 율리아가 폭언을 해서 그렇지, 결과적으로는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여태껏 자신보다 약한 자들 앞에서나 위세를 드러냈었거든요. 그러다가 우리 몇 명이 이렇게 들어왔을 때에는 어땠던가요?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요새 본부를 다 지키지도 못하고 숨어들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방금 전에 과격한 언행으로 기계 군단을 도발했던 율리아의 언동에 대해 처음에 야누아 등이 율리아를 공주처럼 키우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문득 떠올리면서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 했었다. 그러자 야누아가 조용히 한 숨을 쉬며 나지막히 답했다.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저희들도 어렸을 때에는 저 율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겠어요?"
그러면서 율리아의 그 언동에 대해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숨어든 병기들이 화를 낼 만한 언동을 해서 끌어내는 것, 그리고 그들을 겁쟁이라 조롱해대는 것, 자체가 이전에 보인 그 언동의 목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병기들이 몰려오지 않음이 확인된 이후, 야누아가 마야를 이끌고 마르차, 율리아의 곁으로 다가갔고, 이어서 야누아가 마야와 함께 공간의 한 가운데에 있던 탁자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율리아가 탁자 위에 앉으려 했으나, 마르차가 저지했고, 그 때에 야누아 등이 위치한 그 건너편에 클라리스와 미라가 다가갔다. 아샤란, 모린은 비행을 이어가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기계 병기들의 습격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아무튼, 야누 언니, 이게 그 도박 놀이를 위한 놀이판이라는 거지?"
"응." 자신의 바로 우측 곁으로 다가온 마르차가 진지하게 내는 목소리에 야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리고 무슨 놀이인지는 애초에 잘 모르기도 하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고 말하고서 탁자의 한 부분에 걸터 앉아 주변의 다른 일대에 있는 탁상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도박 놀이를 하러 간다는 사람들에 대해 아테다르마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 너도 곁에 있어서 한 번 들어봤을 거야. 대개 알려진 바로는 소위 말하는 '대박' 이라는 요행을 원하는 이들이 이런 도박 놀이에 뛰어든다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 대해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들이라 칭하며, 조롱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 그렇지?"
"나도 들은 적 있어.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라고 몇 번씩이나 다짐했었고."
야누아의 말에 마르차가 왼손을 허리에 올린 채, 그렇다는 의미의 답을 하고서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실제로 도박에 빠졌다가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그런 '대박' 이 굳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이미 벌 만큼, 벌어서 재산을 쌓아둘만큼 쌓아둔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런 짓을 해서 자기 신세를 망친다는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어."
이런 말에 야누아는 딱히 답을 하지 않았다. 모른다기보다는 이미 마르차가 모르겠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기는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답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무렵, 마야가 두 사람을 앞질러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클라리스, 미라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는 그 왼편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간 어떤 말도 않고 있었던 마야는 그 무렵에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대개 호기심으로 그 악마의 전당으로 와. 그 곳에서 자신의 일생에서는 다시는 없을지 모르는 크나큰 행운으로 승리를 쟁취하면서 승부욕과 자신감이 고양된 사람들이 그 느낌을 잊지 못하면 그로 인해 악마의 유희에 빠져들게 되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영혼이 악마의 유희에 의해 타락하게 돼. 승부욕은 집착으로, 자신감은 미련이 되어, 사람을 악마의 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거야."
나도 언젠가 들은 말이 있다. 도박을 처음 해 본 사람이 행운으로 엄청난 승리를 누릴 때가 있다고. 그리고 가진 돈이 많을 수록 더 많은 돈을 걸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통해 쟁취하는 돈을 통해 다른 일은 필요 없고, 유희를 통해 막대한 재물의 축적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덧없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그러면서 덧없는 믿음에 매달려 도박에 빠져들면서 돈을 잃어가고, 또 재산을 잃어가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마야가 그 때 했던 이야기 역시 비슷한 의미를 전하려 하는 듯했다.
그 후, 이전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마야로부터 이런 말이 나왔다.
"악마의 유희에 영혼이 물들어가는 존재들은 자신이 얼마나 가련한 존재인지를 몰라. 자신은 언제나 용감하고 당당하다고 믿지, 자기 주변의 존재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 말하고, 판단을 하든, 그것은 그 자신에게는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불쌍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어도 악마의 의지에 속박당한지 오래이겠지. 설령 그 의지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그 영혼의 상흔은 없어지지 않을 거야."
앳된 인상에 걸맞는 다소 여린, 그리고 앳된 느낌을 주는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혼잣말처럼 했던 그 말을 전하는 목소리는 묘하게 싸늘했다. 등에 대검을 매고 있었을 마야는 그 이후,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나에게 이렇게 물으려 했다.
"당신이 라르나겠지. 당신은 그런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에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선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음이 그 이유였고, 마야 역시 그런 나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듣지 않고, 자신이 언급한 존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런 존재를 동정할 이유는 없어, 그런 이들에게는 악마에게 이끌릴만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악마에게 속박을 당한 것일 테니까. 하지만 그 유희의 주도자들은 악마들이야. 그것을 잊으면 안 돼, 애초에 악마가 없었으면 그들이 사악한 유희에 의해 파멸하지도, 영혼이 어둠에 속박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서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악마들은 가련한 영혼들을 유혹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그들의 영혼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였어, 그들이 자신의 영지에 속박당하도록. 그리고, 살아서는 그들의 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어서는 그들의 도구로 이용당하도록.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긴 영혼들은 모두 이 바닥 아래에 있어, 오래 전에 그들이 파멸시킨 묘족 제국의 영혼들과 함께."
이후, 마야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영혼들을 구원하려면 이 건물 아래의 길을 따라 가야만 해, 이 건물은 요새의 겉치레일 뿐, 요새의 진면모는 그 아래에 있기 때문이야."
그러더니, 야누아에게 다가가서 그런 곳에서 멍하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이후에 하므자에 의해 사지로 끌려간 영혼들의 길을 따라 나아가, 그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요새의 중추로 가야 한다고 청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야누아는 마야의 이런 요청에 잠시 기다려 달라고 답하고서 그 이유를 말했다.
"이 곳이 도박장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너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그것에 관한 빛 방울들이 이 주변에 있었잖아, 어떤 놀이를 즐기다가 사람들이 파멸했는지, 그리고 파멸한 이들이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에 대해 거기서 들은 이야기를 여기 계신 분들께 들려드릴 필요가 있어."
야누아에 의하면 이 보랏빛 요새의 존재를 기계 병기들은 먀미아, 알바레스 주변 일대에서 벗어난, 이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 행성계들과 평행 세계들에게도 알렸다고 하며, 그와 더불어 요새 위 도박장의 존재를 여러 행성계에 알리고, 호기심에 이끌린 사람들이 도박장의 정문 바로 앞에 이르도록 수송선까지 제공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놀이를 즐기고, '대박' 을 찾기 위해 들어온 이들 중 대다수는 외부 성계 및 평행 세계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보랏빛 궁전' 에서 로봇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박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했다.
"이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빛 방울들을 통해 알게 된 거예요."
나를 비롯한 일행이 요새로 들어오기 전, 야누아는 자신의 동생 마야와 함께 요새 부근에 미리 들어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요새의 지하 부분 내부의 통로와 요새 건물 주변에 널린 빛 방울들 을발견했고, 그 빛 방울들을 수집하면서 빛 방울들이 들려준 목소리를 마야의 팔찌에 녹음해 두었다고 한다. 다만, 그 팔찌의 음성들은 딱 한 번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그간 다른 이들에게는 들려주려 하지 않았다고.
"원래는 마르차, 율리아에게 들려주려 했다가...... 클라리스, 미라하고 다른 분들도 오신다고 하기에 여기 계신 분들 다 모이면 그 때 들려드리려고 했어요."
그리고서 야누아는 클라리스, 미라를 불러서 그들에게 "그러니까, 너희들도 잘 듣고 있으라고." 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은근 장난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야누아가 두 사람과 서로 아주 친한 사이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 안까지 들어오거나 하지는 못 했지?"
이후, 미라가 야누아에게 묻자, 야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치마 왼쪽의 틈새로 드러난 다리를 오른 다리 위로 올리고서 보랏빛 등불들로 환하게 밝혀진 방 내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한 다음에 마야를 불렀다.
"마야, 왼팔의 팔찌를 작동시켜 봐. 여기 계신 분들께 녹음했던 것을 들려줘야지."
그러자 마야는 다른 말 없이 야누아의 곁으로 다가와서 왼팔을 내밀어 팔찌의 붉게 빛을 발하는 보석을 드러냈다. 그 보석을 가만히 바라보니, 테두리 부분이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그 보석 내부가 붉은 빛을 발하면서 붉게 보였던 것. 그 붉은 빛이 아무래도 요새 주변과 지하 통로에 머무르고 있던 빛 방울의 사념들이 낸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원념에 가까운 사념들의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 보석 내부가 붉은 빛을 발한 원인이 된 듯해 보였다.
이후, 마야가 팔찌의 보석 부분을 건드리자 보석이 파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다가 푸른 빛과 함께 붉은 빛을 함께 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팔찌에서부터 하나씩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하게 목소리가 울려 퍼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람의 목소리 같은 것이 조금씩 분명히 들려왔다.
내 목소리가 들렸던 건가? 그렇군. 참 다행이야, 이제는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뭐, 나 같은 노숙자, 부랑자한테 들을 이야기가 뭐 있다고 그러는가? 내 과거에 대해서? 그래, 자네는 이 도박장에 들어와서 인생 망친다는 것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는 있나? 그냥 헛짓거리만 하던 인생의 낙오자들이 대박을 쫓아간 그 말로인 줄만 알고 있겠지. 하지만 여기 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나도 그 놈들과 딱히 다르지도 않았고.
"그 목소리는 야누아, 마야 씨가 아닌 다른 이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지요." 이에 야누아가 답했다. 그리고서 그는 아마 도박장에 들러서 그를 만났을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었을 말로써, 그 때의 그 목소리를 빛 방울을 통해 자신과 마야가 듣고 기록한 것이라고 마야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의 목소리도 그렇고, 그 목소리 모두 묘족의 것이었다고 했다.
나는 아르데이스의 드벨파 족 영역 출신이야, 하지만 부모님들께서는 아테다르마 출신이지. 아테다르마에서 돈 벌어온다고 드벨파 족 도시로 이주해서 정착하신 분들이셨어. 그 곳에서도 부모님들께선 가난하게 사셨고, 나 역시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어. 그러다가 가난에 언제까지 목 매달고 살 수 없다고 해서 이런 일 저런 일에 뛰어들어 돈 벌이에 전념했지. 그러다가 기회가 오기는 오더라고. 어느새 나는 큰 사업을 하게 됐고, 드벨파 인들에게 멸시를 받는 묘족으로서 드벨파 족 도시에서 큰 사업에 성공한 재력가가 되었었지.
"아르데이스의 드벨파 족은 예로부터 묘족들을 심하게 멸시했었어요.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는데......"
"알바레스에서 바스타체라는 아르데이스 출신 고양이가 일으킨 소위 '묘류 제국' 이 드벨파 족을 비롯한 여러 종족들을 여러 해 동안 잔혹하게 다스리며 수없이 많은 이들을 죽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바스타체가 죽고, 그 후손들의 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동족들을 잔혹하게 죽였다고 해서 드벨파 족 사람들은 묘족 사람들을 편하게 대우해주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묘족들은 드벨파 족 사람들의 멸시와 차별을 극복하며 크게 대성한 사업가가 되었었지요. 보통의 입지전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던 거예요."
이후, 야누아가 건네는 말에 대해 미라가 아네샤를 대신해서 물으니, 그런 입지전적인 사람이 왜 도박에 뛰어들어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파멸시켰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마야가 그런 미라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전에 말했던 대로야.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크나큰 승리를 얻고, 그로 인해 자신감과 승부욕이 고양되어서 그런 거야. 그 고양된 감정을 잊지 못해 돈과 재산을 잃어가면서 사악한 유희에 빠져들었고, 그로 인해 그 곳에서 모든 것이 끝나버린 거야."
그리고 야누아가 그런 마야의 목소리에 이어 말을 건네었다.
"그래서 이 주변에 널린 사념들 중 대부분은 도박을 하기 전부터 가난했거나 형편이 어려웠던 이들은 거의 없었어.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성공했고, 재산을 많이 끌어모은 사람들이었지. 그러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더 나아가 자신의 영혼까지 악마에게 내주고 말았을 그런 이들이었던 것이지."
처음에는 무려 180 만 G 를 놀이에서 이겨서 얻었어. 그리고 그 돈으로 교외의 한 초지대에 150 만 G 를 들여 대저택을 지었었지. 이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어. 그 이후에도 나는 내게 엄청난 행운의 가호가 따르고 있다는 믿음을 가졌고, 그와 더불어 특별 대우까지 받았어. 그런 대접을 해 주는데에 가지 않을 수도 없었는데, 행운의 가호를 받는다는 믿음까지 가졌으니, 계속해서 큰 판에서 지냈던 거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성으로 아르데이스 출신이라는 것 정도만 짐작할 수 있었을 뿐으로 종족이 무엇인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180 만 G 라는 엄청난 돈을 얻고난 이후로는 본업이나 다른 일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져 없어졌다고 했다. 본업과 자식 양육은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계속 보랏빛 전이문을 통해 도박장을 오갔다고 했다. 젊었을 때에는 극장의 무용수였다가 결혼한 이후, 남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사업은 늘 잘 됐고, 어느새 나름 크나큰 공장, 식당을 거느린 사업가임을 당당히 내세우던 시절도 있었던 사람이 어느덧 사업은 놓아두고 도박에 빠져 돈과 재산을 도박장에 바치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놀이에서 이기고 돈을 얻은 행운이 요행에 의한 일이었음을 깨달았어야 했어. 그 이후로 재산을 전부 잃을 때까지 반 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아. 대대로 가업처럼 이어왔고,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후, 나는 도박장 근처의 계곡에 이주했고, 사업에 관한 것들을 모두 처분해야 했어, 그것도 헐값으로 말야. 몇몇 사람들이 돈을 가져다 주기는 했지만 그 돈을 들고 나는 다시 도박장으로 갔지. 나는 이미 도박장에 예속된 노예와 같은 신세였어.
돈을 금화로 바꾸라는 사람의 말대로야, 거기서는 돈을 금화로 지급하거든. 여러 평행 세계에서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다양하게 몰려들지, 대부분은 직장인들이나 사업가들인데, 학교의 강사, 교수들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에 심지어는 성직자들까지 찾아왔었지, 어떤 수도원장은 도박으로 수도원과 앞뜰의 주류 증류소를 전부 처분해야 했다더군. 이렇게 재산을 날려먹은 놈들이 내 주변에 수두룩 해. 그리고 그들 중에는 예전에 자기는 무슨 일을 했다느니, 어디서 뭘 하며 지냈다니, 이런 이야기를 지껄이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 왜냐고? 그래봐야 지금은 다들 노숙자 신세거든, 이전에 무슨 일을 했든 지금은 도박장에 돈을 다 쳐박은 길바닥 부랑자 신세다, 이 말이야!
이후, 그로부터 결코 심상치 않을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부랑자들은 죽어서도 쉬지를 못해. 도박장이 쉬는 날이면, 사람들이 늘 공포에 떨고는 했어. 노숙자들의 거처로 기계 병기들이 몰려와서 노숙자들을 잡아서 도박장 안으로 끌고 가는 날이었거든. 그렇게 끌려간 노숙자들 중에 돌아온 이들은 아무도 없었어. 도박장 지하에 시체의 살과 뼈를 분리하는 기계가 있다느니, 도박장은 자체 발전을 하는데, 사람의 살과 피로 발전을 한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떠돌았어.
"섬에서 보았다는 뵈브 상글랑트라는 병기에 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어?"
"비슷하네, 확실히."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네샤가 바로 자신이 직감한 바에 대해 언급을 했고,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뵈브 상글랑트의 심장, 동력원이었던 플라즈마 반응로에 공급되는 플라즈마는 사람들의 피와 영혼에서 생성된 것이라 했다. 이전에 들려온 노숙자의 목소리가 말한 바는 요새 지하의 동력원과 관련이 있는 듯하며, 노숙자는 약간 다르게 이야기를 했지만 정황 상, 뵈브 상글랑트의 그 동력원과 같은 방식으로 플라즈마 반응로에 플라즈마가 공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도박장 지하에 관해서는 지금도 이야기가 많아. 하지만 휴업일에 그 도박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분명 거기서 우리가 모를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거든.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말겠지. 끌려간 노숙자들은 도박으로 인한 빚을 갚지 못해서 그래. 얼마 전에는 서로 친하게 지내던 형씨가 끌려갔어. 금화 1 억 닢 분의 도박 빚을 졌다더군. 나 역시 지금은 무사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말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네. 도박장이면서 도살장이라니."
그 때, 마르차가 마야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마야는 그 질문에 목소리를 내어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의 의미를 드러내는 듯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야누아, 클라리스, 미라 등을 향해 돌아서서는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병기들이 나타날 때가 멀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것들의 실체가 밝혀지겠지."
"이 놀이 탁상들을 말하는 거야?" 그러자 마르차가 마야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마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때를 같이 해, 탁상에 걸터 앉아있던 야누아 역시 바닥에 올라서고서 공간의 중앙에 이른 다음에 그간 허리에 매달아 두고 있던 칼자루를 들어 칼자루에서 파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을 생성했다. 곧 병기들이 몰려올 것임을 직감한 듯한 행동으로 그 모습을 보자마자 클라리스, 미라 역시 전투 태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공주님, 기사님! 그리고 야누아! 2 층 복도에서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어!"
"역시나!" 그 때, 모린이 다급히 이들을 향해 다가가면서 이들에게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밝혔고, 이에 마르차의 대답을 시작으로 그 곳에 있던 이들 모두 본격적으로 전투 태세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각자 소지하고 있는 무기를 손에 들었으며, 클라리스와 미라는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무렵, 나는 공간의 주변 일대를 둘러보면서 2 층 복도의 그늘 사이로 수많은 눈들이 마치 덤불 속에 숨은 짐승들처럼 중앙의 공간을 바라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눈들이 바라보는 그늘 속에서 한 무리의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다름 아닌 이전에도 본 적이 있는 양 어깨의 관절 부분에 원형의 장치가 장착된 갑주 형태의 병기들로 이들은 발 모양이 칼날처럼 되어 있어서 비행 전용 병기임을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양 어깨에서 광탄들, 그리고 빛 줄기들을 확산시키는 공격을 행하였으며, 이러한 광탄, 빛 줄기들의 궤적이 모이면서 그물 모양의 화망을 형성하기도 했다.
"율리아가 한창 도발하던 것에 이제서야 반응한 건가?"
"그러할 리가. 병기들을 다스리는 존재가 한참 동안 이 내부를 관찰하고 있다가 습격을 감행해야 할 때가 됐다고 여길 즈음에 습격을 감행했겠지."
이후, 마르차가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답했다. 이후, 클라리스가 밝힌 바에 의하면 병기들에 의한 습격을 행하는 시점에 대한 판단이 불명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계의 지능이 판단의 기반이라면 나름대로의 명확한 기준이 있었겠지만, 그런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멋대로' 방식 판단으로 기계 병기를 지배하는 이는 사람이거나 혹은 사람에 가까운 사고 능력을 가진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러한 클라리스의 말에 야누아, 마르차는 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 율리아도 달리 표정을 짓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처럼 무언가 짐작되는 바가 있는 듯해 보였다.
"클라리스 씨의 말씀 이후로 야누아 씨를 비롯한 자매 분들 모두가 확신하시는 것 같아."
"그 하므자가 병기들의 배후에 있다는 것?" 이후, 내가 아네샤에게 묻는 듯이 말을 건네자, 아네샤가 바로 그러하다고 답했다.
좌우측에서 8 기씩 몰려온 이들은 2 층의 복도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등의 장치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비행을 개시, 공간을 오가면서 어깨 부분의 장치에서 광탄들을 발사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 중에서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개체 둘과 맞서게 됐다. 이들의 광탄을 두 차례 피해내고서 소정령을 통해 반격을 개시, 어깨 부분의 공격 장치를 공격 목표 삼아 지팡이에서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이들에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앞서 온 개체의 양 어깨에 장착된 장치들이 폭파되자 뒤따라 온 개체가 나를 향해 돌진을 개시 두 팔을 칼날처럼 변형시키고, 이어서 그 두 팔에 빛을 생성해 검처럼 휘둘러 나를 베려 하자 나 역시 지팡이의 끝에서 번개로 칼날을 생성해서 맞섰다. 결국 그 개체는 칼날에 흉부가 베이고, 이어서 내가 베인 부분의 한 가운데 즈음에 칼날을 찔러 넣으면서 폭발을 일으키며 그 병기는 추락해 지면으로 떨어졌으며, 이전에 공격 장치들이 파괴되어 물러섰던 그 병기 역시 칼날을 이루던 번개를 해방시킨 번개 줄기에 머리, 흉부가 타격을 받아 폭파된 이후에 추락했다.
한편, 나의 우측 곁에 있던 아네샤는 우측에서 몰려온 병기들과 맞서고 있었다. 이들의 광탄들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올 때마다 다급한 듯이 피하기를 반복하면서 상공의 우측 일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4 개의 병기들을 끌어내, 이들을 바람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곡선들로 이들의 어깨 부분에 위치한 발사 장치, 흉부, 두부 등을 맞히는 것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클라리스가 병기들을 베어내고, 미라가 자신의 소정령에서 긴 꼬리를 그리는 구체들로 이들을 쏘아 맞히며 병기들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있었다.
상공에서의 습격이 마무리되자마자 곧바로 지면 쪽으로 내려갔다. 지면 쪽에서도 좌우측의 복도를 통해 병기들이 몰려왔고, 야누아를 비롯한 고양이 요정 자매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병기들을 하나씩 베어내며 처치해 가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갑주 형태를 가진 평범한 병기들이 총포, 도검 등을 들고 돌격해 오고 있었으며, 좌측에서는 마르차, 마야가 그리고 우측에서는 야누아, 율리아가 병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지면의 좌측에서는 마르차가 병기들 사이를 뛰어오르며 검격으로 이들의 목을 비롯한 관절을 베어 쓰러뜨리는 광경과 마야가 거대한 창, 구체 등을 마법으로 방출해 병기를 쓰러뜨리고, 그 주변의 병기들을 대검으로 내리치거나 베어 파괴해 가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으며, 우측에서는 야누아가 광검으로 몰려오는 병기들을 베어내고 발로 가격해 쓰러뜨리는 광경과 율리아가 빛의 칼날이 생성된 통파로 병기들을 하나씩 격파해 쓰러뜨리는 광경이 보였다. 큰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마야가 다소 행동이 느렸을 뿐, 이들 모두 재빠르게 움직이며 지면에서 몰려오는 병기들을 휩쓰는 듯이 쓰러뜨리고 있었다. 조금 지켜보고 있으니, 병기들 대다수가 쓰러져 있을 정도였다.
지상의 병기들은 야누아 등의 4 자매가 전적으로 전담을 하고 있었고, 아샤란과 모린이 낙뢰, 낙석으로 이들을 지원했다. 이러한 전투 와중에 지상에서 한 번씩 잔인하다면 잔인하다고 여길만한 광경이 나오기도 했었다 :
그 중 하나는 한참 병기들을 상대하고 있던 야누아의 등 뒤로 주먹 부분에 칼날이 생성된 병기 하나가 그를 습격하려 할 때로, 야누아는 그 공격을 바로 알아차리고-오른쪽 귀가 움직여 뒤쪽의 행동을 감지했음을 알렸다-, 바로 그를 향해 돌아선 후에 그 공격을 피해내고서 자신을 공격한 오른팔을 광검으로 베어낸 이후에 그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왼손에 생성된 손톱-광검과 같은 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으로 목덜미의 장갑 부분을 뜯어내더니, 전선을 입으로 물어뜯는 것이었다.
마치 흡혈귀가 목덜미를 무는 듯한 행동을 보인 야누아는 이후, 목덜미가 물려 전선이 끊어진 병기의 그 목덜미 부분을 왼손으로 움켜 잡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온 병기 셋을 향해 그 병기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 병기들이 놀라 주춤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그들을 향해 자신이 붙잡았던 병기(의 시체?) 를 던진 다음에 세 방향으로 파란 번개에 휘감긴 창을 하나씩 날렸다. 이들은 병기들을 하나씩 관통했으며, 가운데의 창은 병기와 더불어 병기에 부딪친 자신이 붙잡은 개체까지 궤뚫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한 가지 광경은 마야가 거대 병기를 상대할 때였다. 병기들 사이로 거대한 인간 병기가 천천히 걸어오기도 했었으니, 마야가 이를 목표로 삼은 듯해 보였다. 거대 병기가 휘두르는 철퇴 공격을 피해 가면서 다리 등의 관절을 검으로 내리치고 베어내는 공격을 거듭해 오른쪽 무릎 관절을 파괴하면서 그로 인해 거대 병기는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마야는 곧바로 그 병기의 목을 내리쳐 목을 왼손으로 잡았다.
이후, 목을 힘껏 자신을 습격하려고 온 병기에게 던져 쓰러뜨리더니, 거대 병기의 등으로 다시 뛰어 올라가서는 그 장갑을 거대한 구체로 충격을 가해 깨뜨리고서 그 안쪽의 장치들을 마치 사냥감의 내장을 파헤쳐 버리는 듯이 파헤쳐서 기계 조각들과 끊어진 전선들을 곳곳에 흩뿌렸다. 이후, 그는 왼손에 검은 구체 하나를 집어넣은 후에 병기의 병기의 몸체에서 뛰어내렸고, 이윽고 마야가 병기의 몸체에 넣었을 구체가 폭발하면서 그 몸체의 몸통이 폭발하고 팔과 다리가 분리되는 것으로 병기는 사실상 완전히 파괴되었다.
병기들이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 내에 거의 제압되는 모습을 보일 무렵에 놀이판으로 쓰였을 탁자들 역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행이 머무르던 일대에 자리잡은 탁자들이 위치한 부분이 솟아오르더니, 한 가운데에 눈과도 같은 구체가 장착된 기둥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표면 위로 반구체를 중심으로 마치 회로와 같은 선들이 여럿 그어진 모습을 보이는 기둥들이 드러나면서 그와 함께 각 기둥들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자리잡은 탁자들의 모습을 감추고 그 대신에 그간 숨겨왔던 공격 장치들을 보이고, 그와 더불어 각 기둥의 하단 한 곳에 문이 열리면서 비행기, 전차형 병기들이 파괴되어 사라진 병기들을 대신해 공간에 자리잡은 이들을 공격해 가기 위해 사출되니, '도박장' 으로 통용되던 공간의 모습이 급변하게 되었다.
나와 아네샤, 아샤란이 기둥에서 사출되어 공중, 지면을 돌아다니는 병기들을 쏘아 맞히고 파괴하는 동안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를 비롯한 4 자매, 모린까지 기둥들의 파괴에 나섰다. 기둥의 한 가운데 즈음에 자리잡아 붉은 빛을 발하는 반구체를 보며, 그 모습을 보는 누구든 그것이 동력원이면서 그와 더불어 약점일 것으로 여기었고, 그래서 기둥을 공격하는 이들 모두 구체를 집중적으로 타격해 가려 하였다.
공중으로 사출된 병기들 중에는 인간형 병기들도 있었으며, 이들은 총포, 창검을 내세워 돌격해 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내구력은 여타 병기들에 비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번개 줄기, 바람의 기운 줄기 등에 의해 금방 격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병기들은 동력원이 파괴된 기둥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박장이 '휴업' 일 때의 내부 공간은 이런 모습이었으려나."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도박장을 개방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음은 분명해."
아네샤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서 나는 아샤란에게 이 중에는 도박장의 지하로 통하는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아샤란은 잘은 몰라도, 공간의 정 중앙 즈음에 위치한 기둥의 문이 지하와 연결되어있을 것임이 확실해 보인다고 화답했다.
"아샤란 씨, 제 목소리 듣고 계신가요?"
그 때, 아샤란에게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샤란은 곧바로 "그래." 라고 응답했고, 이어서 요새의 현관에 들어섰음을 밝힌 이후에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찾고 있음을 밝히니, 목소리로부터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
"요새 지하와 연결된 통로는 요새 내부의 장치에 의해 봉인되어 있을 거예요. 요새의 지상 부분은 8 개의 탑에 위치한 동력원과 동력원을 둘러싸는 전력 제어 장치에 의해 전력을 공급 받지요. 그 동력원들이 전부 파괴되면 지상 부분의 모든 전기 장치들의 작동이 멈추고, 그렇게 되면 내부 장치의 봉인이 강제로 해제되어 지하로의 진입이 가능할 거예요."
"알겠어. 정 중앙의 기둥이 지하로의 통로와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나 보네."
그러자 목소리는 탁자의 본 모습인 기둥은 지하 통로와는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하고서 8 개의 탑을 공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샤란은 알겠다고 답하고서 클라리스 그리고 마르차, 율리아 등에게 말했다.
"이 기둥들을 전부 폭파시키고 나면 우리는 공중에 머무르면서 8 개의 탑들을 공략해서 꼭대기에 위치한 동력원들을 파괴할 거야. 저 요새 지상 부분의 동력원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일이지. 그러면 지하로의 길이 열린다고 했어."
"요새 내부 장치가 지하 통로의 문을 봉인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나름 그럴 듯한 이유가 있기는 한데, 그래도 웬지 모든 적들을 물리치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 같아서 웃음이 나오네요."
아샤란이 전하는 말에 클라리스가 웃음을 지어면서 그가 전하는 바에 대해 말했다.
클라리스, 야누아 등의 일행이 맹공을 가하면서 기둥들의 중심에 자리잡은 반구체들이 하나씩 폭염을 터뜨리고 표면을 구성하는 유리가 깨지는 모습을 보이며 파괴되어 갔다. 기둥들의 형체는 반구체들이 폭파된 이후에도 남아있었지만 반구체가 파괴될 즈음에는 큰 폭발이 일어났으며, 그 폭발로 인해 반구체가 파괴된 이후에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서 그 반구체 내부에 동력원이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공중과 지상에서는 계속해서 기둥에서 사출된 병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기둥 위에 탁상들을 대신해 자리잡은 장치에서는 유도성 미사일들, 광선들 그리고 굵은 빛 줄기들이 방출되어 공중에 자리잡은 일행을 위협하려 하고 있었던 만큼, 공중의 병기들 뿐만이 아니라 기둥 꼭대기의 장치들 역시 공격 목표로 정해 타격을 가했다. 이에 모린이 바위를 소환해 꼭대기 부분을 바위에 의한 충격으로 한 번씩 공격해 부수려 하였으며, 야누아, 마야 역시 한 번씩 날개를 펼치고 일행의 곁으로 다가와 번개에 감싸인 창들 그리고 거대한 창과 구체로 거들어 주기도 했다.
공간 내부의 일행이 위치한 중앙 구역에는 중앙을 제외한 4 개의 대열에는 4 개씩, 탁상들 = 기둥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가운데의 대열에는 5 개 자리잡고 있었으니, 해당 구역에 있는 탁상들 = 기둥들의 수는 모두 21 개. 그 21 개의 기둥들에 자리잡은 중앙의 반구체들, 그리고 꼭대기의 장치들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 기둥의 주요 부분들이 파괴되고, 모든 기둥들의 기동이 정지된 이후, 일행은 아샤란이 말한 대로, 모두 밖으로 나오기로 하고, 클라리스와 미라부터 밖으로 나가기 시작, 그 모습을 본 나와 아네샤가 클라리스, 미라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이후, 아샤란과 모린 그리고 야누아 4 자매가 마지막으로 요새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야누아 4 자매들 중 마지막으로 야누아가 동생들이 모두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갈 무렵, 요새 내부에서부터 어떤 음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Consultum urgens : Destruit ornatus interiora omnia.
(Konsultũ urgẽs : Destruit ornatus interiora omnia)
(긴급 조치 : 모든 내부 시설을 파괴합니다)
그 이후에 건물 내부에서 무언가가 붕괴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누아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그런 야누아가 다가오는 것을 마르차가 맞이하며 "괜찮아?" 라고 묻자, 야누아는 문제는 없었다고 화답하고서 내부에서 자폭 신호가 내려왔던 것 같다고 말하고서 기둥들을 무너뜨려 지하로의 통로를 막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지하로의 통로가 막혔다 싶으면 나와 아샤란이 어떻게든 뚫어낼 테니까."
그러자 모린이 야누아에게 딱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서 정 어렵다면 야누아가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겠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모린은 아샤란, 야누아에게 자신 등은 클라리스와 함께 사전에 말한 바대로 탑들을 공략할 테니, 동행하게 된 이들과 함께 지하 통로로 진입해서 지하 공간에 다다라줄 것을 부탁했다.
"알았어. 그렇다면 모두 지하에서 만나기로 해."
이런 부탁에 야누아가 모린에게 화답했고, 이어서 클라리스 역시 잘 부탁한다고 말하자, 야누아가 그런 클라리스에게 바로 화답했다.
"그 쪽이야 말로. 물론, 내가 아는 클라리스라면 잘 해낼 것이라 믿어."
현관 내부에서 기둥들이 무너지면서 요새 건물 밖으로 나온 나와 아네샤가 야누아, 마야, 미라 그리고 아샤란과 함께 들어선 마치 오른쪽 눈과도 같은 굴의 입구 너머로 보이는 통로의 내부는 길고 곧게 이어지고 있었으며, 천장과 내벽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 등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으면서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갱도와도 같은 통로의 끝에는 반원형의 금속제 대문이 위치하고 있었다. 원래는 닫혀 있었겠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와 아네샤 그리고 야누아, 미라 등이 통로에 들어섰을 무렵에는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치 내부로 들어오는 침입자들을 맞이하기라도 하는 듯이.
"문을 열어 놓았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앞장서 비행을 이어가던 미라가 뒤따라 오던 아샤란, 야누아에게 말했고, 이에 미라의 좌측 곁에서 그를 따라오던 마야가 그 광경을 보며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뚫릴 문. 닫아두느니, 차라리 활짝 열어젖히고 그들을 맞이하겠다. 그런 의미일 거야."
그리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서 자신이 먼저 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기계 터널을 향해 들어서기 시작했고, 야누아, 미라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 무렵, 아샤란은 나와 아네샤에게 이렇게 청했다.
"저희들은 높은 곳에 머무르며, 이들을 지원하도록 하지요.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테니까요."
아샤란은 야누아, 마야 그리고 미라 정도면 사실 내부의 병력은 거의 충분할 것이라 말하고서 그들이 싸우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아샤란은 야누아, 마야는 이전에 통로 부근에서 기계 병기들과 맞선 전적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들이 앞장서면 기계 병기들을 처치하느라 다른 이들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길고 곧게 이어진 통로. 그 통로는 본래 중형, 대형 병기들도 오가는 활주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만큼,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었고, 천장의 높이도 높았다. 벽면 곳곳에는 인원 수송 용으로 사용되었을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었다.
"저 컨테이너들이 보여?" 그 때, 왼편 가장자리에 널부러진 컨테이너들에 다가가며 마야가 일행에게 물었고, 이후, 마야는 그 컨테이너들이 무엇인지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말을 그들에게 건네려 하였다.
"아테다르마에서 소위 '부흥군' 으로 온 묘족 사람들은 컨테이너에 실린 채, 이 활주로 위에 이르렀어. 하므자와 그 종자들은 그 컨테이너를 수송선이라 칭했지. '수송선' 에 실려 온 사람들은 묘족 부흥의 기치를 걸고 활주로를 따라 그 깊은 곳으로 가려 했었어."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았겠지?"
이후, 미라가 마야에게 묻자, 마야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마야를 대신해 야누아가 미라 등에게 '돌아오지 않은 이들' 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전투복, 갑주를 입고, 총포와 도검을 가지고 들어온 부흥군의 병사들을 맞이한 것은...... 이전에도 보았을 그 어깨에 포신을 장착한 인간형 기동 병기들이었지. 그들이 천장 여~기하고 여~기 일대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포신으로 그들을 겨누었어."
야누아가 천장 곳곳을 왼팔을 뻗어 가리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 무렵, 마야가 팔찌를 작동시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소리와 날카로운 비명 소리, 그리고 어딘가로 뛰어가는 발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명 소리 중에는 무언가를 말하는 소리도 있었던 것 같지만,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야누아는 천장에 머무르고 있었던 병기들이 포신에서 이들을 향해 고속으로 물줄기를 발사했음을 밝혔으며, 그 물줄기는 묘족이 이용했을 여러 물질을 용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들이 입고, 가졌던 모든 것들이 무참히 용해되어 사라졌음을 이어 밝혔다.
"심지어, 그 물 줄기는 묘족의 털까지 전부 녹여버렸어. 그래서 묘족들은 털까지 다 빠진 상태로 다급히 통로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거야."
"왜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걸까? 모든 무장이 해체된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아?"
"묘족 사람들이 들어서자마자 기계 병기들은 문을 굳게 닫아서 잠갔고, 그와 더불어 통로를 지키고 있었을 묘족의 기동 병기들이 문을 지키고 서 있었지. 그러면서 남은 기동 병기들이 포신에서 물을 뿌려 묘족의 모든 것들을 녹여 없애버리니, 묘족 사람들은 살기 위해 안쪽으로 도망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후,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가 팔짱을 낀 채, 터널 안쪽을 바라보면서 답했다. 그 후, 야누아, 마야가 앞장서서 통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미라와 아샤란이 그런 그들을 따라 나섰다. 나와 아네샤 역시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터널의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