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3. La Tormenta Violeta : 3


  "그런데, 그 물에 대체 무슨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에, 묘족들이 입고 있던 옷 뿐만이 아니라 털까지 그 물에 녹아내렸던 거예요?"
  "저도 그것에 대해서는 이전에 한 번 살펴본 적이 있어요." 이후, 아네샤가 야누아의 곁으로 다가가서 건네는 물음에 그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답했다. 그리고 분명 터널에 있던 병기들이 분사했던 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모종의 성분이 섞인 용액이었을 것임이 틀림 없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분명 고대 시절에 사용된 세제라든가, 그런 물질의 성분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고체였다면 바닥에 남아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는 동안 일행은 반원형의 문을 넘어 반원형의 통로에 도달해 있었다. 기계 장치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리는 내벽 아래로 통로가 생성되어 있었다. 통로는 여전히 넓었고,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통로의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고, 곧 일행은 터널을 거쳐 또 다른 통로에 도달할 수 있었다.



  터널의 끝을 지나치자마자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공간을 천장에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여러 열로 배치된 하얀 등들이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 빛을 발하며 비추고 있었다. 등이 비추는 공간 내부는 어두운 색-아마도 암회색 혹은 회청색이었을 것이다-을 띠는 금속성 내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곳곳에 공간 곳곳에 금속판들을 이어붙여 만들었을 기둥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두운 색을 띠는 공간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삭막했다, 무정함이 느껴지고 있을 정도. 그런 공간의 입구 건너편 벽에는 창문들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 너머의 공간 역시 보라색 기운을 띠는 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금속판들을 이어 붙여 만들었을 벽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벽의 높이는 사람의 키 정도. 이런 벽들이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으며, 벽으로 둘러싸인 통로는 터널들과 이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공간과 이어진 터널의 개수는 대략 9 개 이상은 되어 보였다.
  "여기 바닥에서는 교전이 펼쳐진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용액의 성분이 증발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기고, 여기서 주로 조사를 했었어요. 그 병기들이 살포한 용액이 이 터널의 물과 성분 상으로 일치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야누아는 그 성분이 옛 문명의 사람들이 사용했던 세제의 일종일 것이라 했으며, 물은 이미 증발되거나 바닥 아래로 흘려 보냈겠지만 세제 성분은 바닥에 남아있을 것인 만큼, 바닥에 남은 가루를 유심히 살펴보려 했다고 말했다.
  확실히 바닥의 여러 곳에 하얀 가루들이 묻어 있었다. 그 가루들이 묘족 사람들의 옷과 털을 녹여버리는 데에 일조했던 그 물질이었던 것 같다. 그 성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야누아에게 묻자, 야누아는 그것에 대해 아직 확실히 아는 것은 없으며, 그래서 우선 라니아에게 요새 내부에서 벌어졌을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서 물에 용해된 성분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답했다.
  "라니아 아줌마께서는 고대 문물의 지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시는 바가 있으셔서 답을 해 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때, 앞장서 가던 미라가 한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음을 밝히고서 '가축 세정제' 라는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축을 세정하기 위해 고대 문명 시대에는 특정 성분들이 포함된 세정제를 활용했다고 하며, 세정제의 성분 중에 부식, 침식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어서 채색이 된 물품이 근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어 밝혔다.
  "기사님이 웬 일로 그런 정보에 대해 잘 아는 모습을 보이네."
  "나도 먀미아 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거야." 이후, 미라는 아샤란이 건네는 물음에 대한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지금도 아르데이스나 먀미아의 가축을 키우는 곳에서는 세정제를 활용하며, 세정제로는 대개 엘베 족이 개발한 마법 시약이 활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을 밝혔다.
  "저 끝에 터널이 위치하고 있잖아. 거기에 병기들이 숨어 있겠지?"
  "통로로 가는 방법도 있고, 창문을 통해 가는 방법도 있어." 그러자 마야가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관찰자, 관리자들이 공간의 바닥을 움직여 공간 내에 있는 개체들을 터널 안쪽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바닥 아래에는 수송용 벨트가 있어서 그 벨트를 통해 공간의 바닥에 머무르는 개체들이 터널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야.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어?"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면서 마야가 앞서 나아가던 미라에게 물었으나, 미라는 바로 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짐작되는 바가 있었음은 확실해 보였고, 그것에 대해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마야가 다시 한 번 미라에게 물었다.
  "이러한 벨트를 이용하는 시설이 무엇인지 미라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알고 있어." 그러자 미라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해진 목소리로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더욱 대답하기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야는 알겠다고 그에게 말을 건네고서 나와 아네샤 그리고 아샤란을 불렀다. 그 무렵, 바닥 곳곳에 빛 방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간 내부의 빛 방울들은 파란색 빛을 발하고 있었으나, 일부, 특히 터널 쪽의 빛 방울들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야가 자기 근처에 있던 파란 빛 방울들 중 하나를 왼손으로 건드렸고, 그와 함께 빛 방울이 터지고서 빛을 흩뿌리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빛 방울이 품고 있었을 소리들이 공간 일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참새를 잡은 적이 있어. 어렸을 때, 집으로 참새들이 많이 들어왔었지. 그들 중 한 마리를 어떻게든 잡아서는 구멍이 뚫린 상자 안에 그 새를 넣어 두었는데....... 한 시간 즈음 지났을 때, 새는 이미 죽어 있었어. 분명 그 새는 상상했겠지, 저 거대한 괴물에 잡히고 나서, 어떤 무서운 일들이 기다릴까? 라고. 그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아, 그 새는 분명 공포에 질려 죽은 거야.
- 간츠, 320 회에서.

  처음에는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뭐라 말하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지만 애초에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말하고 있었으며, 수많은 말들이 뒤섞여 있었기에 웅성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묵직한 철문이 닫혀가는 소리 이후에 철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시점에서 문이 닫히며 공간 안으로 들어선 묘족 사람들을 갇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야?
문이 닫히고 있어! 우린 갇혔어!!!

  그 이후로도 웅성이는 목소리들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는 목소리, 그리고 너무 무섭다는 목소리, 나가겠다는 목소리, 내보내 달라는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려 퍼지고, 뒤섞이며 웅성이는 소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갇힌 이들이 누구였을지. 묘족이었을까, 아니면 도박에 의해 빚을 졌을 과거에 한창 잘 나갔던 여러 세상의 사람들이었을까. 목소리만 들어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이든 이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었다. 만약 그들이 묘족 부흥군으로 들어왔다면 기세 등등하게 들어갔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도박장으로 꾸며졌을 요새 내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들어갔을 것이며, 도박으로 인해 빚을 졌을 이들은 공포에 질린 채, 요새 안으로 끌려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빛 방울, 파란색을 띠는 또 다른 빛 방울에서는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전쟁 포로가 된 것 같군요. 하지만 우리를 함부로 죽이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에 그렇게 하려 했다면 여기로 오자마자 그들은 우리를 전부 죽였을 겁니다,
맞아, 그 말 대로야.
아마 그들은 우리를 그들의 방식대로 '정화' 하려 했을 겁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이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래, 원래 직업이 뭐였지?
아르데이스의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쪽 세계에서는 나름 명문 대학교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그러다가 묘족 부흥군의 소식을 듣고 자원했죠.

  대학교 (Araskola) 라는 곳에 다녔다는 묘족 청년의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기계 군단이 사람들을 당장에 죽이지 않는 것에 대해 종래에 알려진 바와 다르게 기계 군단이 무자비하게 묘족 사람들을 바로 학살하지 않고 그들이 인간의 유산을 통해 나름의 방법을 통해 알아낸 방식대로 그들을 포로로 잡아들이고 수용소로 보내려 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죽이지 않을 것이라...... 참으로 순진한 아니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 너무 긍정적인 기대라고 해야 할까요."
  그 목소리를 듣고 그 생각에 대해 말을 건네자마자 미라가 그것에 대해 언급을 했다.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야누아가 그런 미라에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고서 이어서 나와 아네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건네려 하였다.
  "이미 세정 용액에 의해 모든 것을 다 잃고 알몸이 되어버린 채, 기계 군단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 갇힌 신세였어요. 그 기계 병기들이 차후 자신들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 속을 맴돌고 있었다고 해도,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겠지요. 다만-"
  "그들이 자신을 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 그것은 이미 전망이나 추측이 아니었어, 그저 자신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던 거야."
  이어서 마야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야누아의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우리를 이후에 포로 수용소에 보낸다는 말인가 봐, 그렇지?
강제 수용소라고?
안 돼, 집에 가고 싶단 말야.
이제 집에 다시 갈 수 없는 거야?

  세 번째 빛 방울이 들려주는 소리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 사이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우리는 포로 수용소로 보내질 거예요. 하지만...... 아직 묘족은 완전히 패배하지 않았어요. 아테다르마의 묘족 전사들이 저희들을 분명 구해주러 올 겁니다.
정말일까? 이번 원정에서 하므자가 별의별 사람들을 묘족 전사랍시고 데리고 와서 이 꼴이 났잖아. 묘족 전사고 뭐고 묘족 사람들 중에 이제 남은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어떻게?
그 묘족 애들 있잖아, 알바레스에서 왔다는 인간처럼 생긴 묘족 여자애들, 그네들이겠지.
무슨 애들?
거 있어, 부흥군에 가담했던 여자애들, 어린 것들이 용병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어. 그러다가 묘족 부흥에 관심이 생겨서 왔다가 하므자가 묘족이 아니라고 해서 쫓아냈나 봐. 그 이후로 부흥군에서는 코 빼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이라면 와 줄지도 모르지.

  목소리가 언급한 이는 다름 아닌 하므자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했다는 야누아 그리고 마르차였다.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들임은 확실해 보였다.

  야누아, 마르차가 하므자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한 사건 이후, 하므자를 추종했던 이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표현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도 하므자는 계속해서 자신을 따르는 '용사들' 을 모집했지만 야누아, 마르차를 비롯해 아테다르마의 묘인들 중 대다수가 그런 그들에 대해 하므자를 따른 어리석은 사람들 정도로 여길 따름이었다.
  마냐하타의 무녀들과 주술사들도 먀미아에 기생하기 시작한 기계 군단의 존재를 눈여겨보고 있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거점의 존재를 쉽게 찾아낼 수 없었다. 당시의 기계 군단은 규모 자체가 작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침략을 위한 활동 자체가 없어 그들이 어디에 숨어서 암약하고 있는지, 그 위치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이 한 번이라도 먀미아 일대에 침략 행위를 벌였다면 병기들의 움직임을 통해 거점의 위치가 어떻게든 발각이 됐겠지만 그런 활동 자체가 없어서 거점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동생들과 함께 아테다르마의 묘인 대다수를 하므자가 '선동' 해서 (아직까지는 그 의도를 알 수 없었으니, 이렇게 표기한다) 데리고 아테다르마 요새로 데리고 가는 광경을 목도했으며, 자신이 죽임을 당할 뻔한 그 사건 이후로도 하므자는 몇 차례 씩이나 묘인들을 선동해 '부흥군' 을 결성해 아테다르마 계곡의 요새로 떠나갔지만 하므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그 곳에서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원정을 떠나간 이들 중 누구도-심지어 하므자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하므자의 작태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여기었다고 한다.
  그 전후 시점을 기준으로 기계 군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거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바르차 (Varcha, Varca) 라는 마냐하타의 무녀가 기계 군단의 거점이 아테다르마의 요새로서 드러날 정도로 커진 기계 병기 군단의 침략 행위가 있을 것이라 예언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예언을 바탕으로 모린, 아샤란 등이 요새 공략에 나설 것을 결심하자, 그것에 호응해 야누아, 마르차 역시 자신들의 동생들과 함께 요새 공략에 나서게 된 것으로 이후에 그가 직접 클라리스, 미라에게 요새 공략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가능한 많은 이들이 나서야 요새 공략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은 것이지?"
  이후, 미라의 물음에 야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과 동생들만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라 여기었음을 밝히고서, 먀미아 성계 내에 자리잡은 기계 병기들과 요새의 존재는 먀미아 성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것임을 마냐하타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믿고, 그들과 함께 나서기로 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여자애들? 두 명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두 여자애들이 온다고 뭐 달라질 것 있겠어?
그러니까......
그 애들 이름 알고 있나?
어, 야느아 (야누아) 하고 마르차였다던가. 어린 애들이었다더군. 잠깐 본 적이 있어, 키는 애들치고는 크기는 했는데, 얼굴 모습에서 앳된 기운이 역력해서 애들이 맞구나 싶었지.
그건 그렇고, 배가 고프네, 뭐라도 먹고 싶구먼.

  "묘족 부흥군 이외에 너와 만난 이들이 또 있었나 봐."
  "응, 원정에 나서기 전에 아테다르마의 묘족 마을들을 지나친 적이 있었고, 거기서 몇몇 묘인들을 만나보기도 했었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사람은 어쩌면, 그 때 내가 마주했던 그 사람들 중 한 명일지도 몰라."
  그리고 네 번째 빛 방울이 마야의 손에 닿은 순간,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급격히 흐르고 있었는지, 마치 급류 그리고 폭포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수면이 높아지고 있어! 멈추지 않아!
빨려 들어간다아아아! 빨려 들어가고 있어!!!
너무 걱정 마세요! 별 일 없을 거예요! 제가 저 너머로 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거기서 뭐가 있는지 신호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왜 신호를 주지 않는 거야?
무슨 일이야! 대답 좀 해 봐!!!!

  그 이후로 기계 장치가 가동될 때 특유의 금속성 소리와 격류의 소리 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곳에서 발견한 파란 빛 방울은 4 개로 남은 빛 방울 4 개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이것에 대해 마야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그렇게 변한 것이었으리라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르데이스의 대학교에 다녔다는 그 남자 말야."
  야누아와 함께 앞장서 가던 마야의 오른편 곁으로 미라가 날갯짓을 하면서 다가가서는 마야에게 말을 걸려 하였다. 우선 그는 빛 방울에서 들려온 묘족의 음성들, 특히 대학생이었다는 묘족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려 하였다.
  "그 사람은...... 아니, 묘인들 대다수는 자신들은 죽지 않을 것이라 믿었겠지?"
  이에 마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조용히 목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 남자는 이렇게 믿었을 거야, 적어도 자신만큼은, 아니 자신과 같은 대학생들 정도면 자신을 특별히 우대해 줄 것이라고. 예로부터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지식인이라는 인식이 있었어. 그들에게 상식이 있다면...... 당연히 지식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 믿었겠지, 그렇게 믿어야 했을 것이고."
  그리고서 마야는 터널 근처의 붉은 빛 방울들 앞 몇 걸음 지점에서 멈추어 서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하였겠지. 그 남자와 다름 없었겠지, 자신이라면 살 수 있을 것이라 그렇게 믿었을 거야. 그들은 원래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용사도, 전사도, 용병도 아니었어. 그런 이들이 하므자의 선동에 넘어가 부흥군의 용사 노릇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이후, 그는 마야의 그들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즉시 답했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나쁜 것은 그런 그들을 선동해 어둠의 길로 내몰게 만든 하므자. 그래서 용서받지 못할 이는 그 사람밖에 없어."

  이후, 마야는 다른 빛 방울들의 소리는 들어볼 가치도 없을 것이라 말하고서 자신의 근처에 있었을 벽으로 뛰어 벽의 테두리를 밟고 서서 창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창문 너머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서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문과 바닥의 통로는 사실 같은 곳으로 이어지고 있어.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모두 짐작하고 있을 거야. 그 중에서 일꾼들의 영역은 위쪽이야. 아래쪽은......."
  이후, 마야는 자신이 창문을 뚫어 놓을 테니, 그 너머로 가면 될 것이라 말했다. 이후, 그는 그 너머에는 병기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이후에는 병기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서 마야는 공간의 창문 근처로 다가가더니, 야누아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모두 자신의 곁으로 와 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나와 아네샤를 비롯한 일행이 마야의 곁으로 오자마자 그는 검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으로 거대한 창을 소환한 이후에 왼팔을 앞으로 뻗어 그 창이 창문을 향해 날아가도록 했다. 창문으로 나아간 창은 이후, 창의 유리를 깨 부수고, 그 너머로 나아갔다.
  "행동 개시!" 이후, 마야는 새하얀 날개를 펼치고, 유리가 완전히 깨어진 창문 너머로 뛰어 들어가듯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그 뒤를 야누아, 미라가 따라 나섰다. 나와 아네샤는 그들의 뒤를 따라 나섰고, 이후에 아샤란이 마지막으로 창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렇게 보면 마야, 야누아가 창가 너머로 들어간 이후로 아샤란이 진입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이 있었던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야의 진입부터 아샤란의 진입까지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다. 거의 동시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창가 너머로 나아가자마자 야누아와 마야가 나란히 앞장 서고, 그 위로 미라가 나아가고 있었다. 나와 아네샤는 이들의 바로 뒤에 있었으며, 아샤란은 야누아, 마야와 나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마야가 창으로 창문을 뚫자마자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공간 너머에서 병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보았던 어깨 부분에 원통 모양의 발사 장치가 장착된 가느다란 갑주형 병기들로 팔과 다리가 칼날 비스무리한 형태를 띠고, 등의 장치로 비행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개체들이었다.

  공간의 모습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하면 대략 이러하다 : 이전에 마주했던 공간의 크기만한 혹은 그 이상의 크기를 보여준 그 공간은 상층부와 하층부로 크게 구분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상층부에는 건너편의 공간까지 이어지는 길다란 통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으며, 하층부는 물이 흘러가고 있었을 통로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아마 이전 공간에서 이어지는 수로였을 것이다. 천장 위로 막대기 모양의 장치에 무언가를 거는데에 쓰일 법한 걸이가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매달려 있었다.
  '이거...... 고대의 도축 공장에서 보였던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도축 공장의 모습을 묘사한 책에서 보여준 그림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경보음과 함께 병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마자 앞장서 비행하던 야누아와 마야가 바로 앞에 있는 병기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갑주형 병기들 중에서 머리 부분에 뿔처럼 칼날이 장착된 병기들이 흉부에서 보랏빛 광선들을 분출하고 야누아, 마야가 이들을 피해가며, 그들을 향해 돌진하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나와 아네샤에게도 병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아네샤 쪽으로 접근한 병기들은 나와 야네샤가 위치한 일대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는 야누아, 마야를 공격하던 이들처럼 각자의 흉부에서 보라색 광선들을 분출했고, 비행을 멈추고 에너지 충전을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광선 발사를 눈치채고, 나를 노리려 하는 병기들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해 가면서 분출되는 광선을 피해낸 이후에 광선이 분출된 부분을 목표로 정해 번개 줄기들을 집중시켰고, 아네샤 역시 자신을 추격해 오는 병기들의 움직임을 따돌리고 역으로 추적해 가면서 병기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두부, 어깨 부분 그리고 흉부에 바람 기운의 줄기로 하늘색 곡선을 그리며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흉부가 폭파된 병기들은 그 이후에도 파괴, 격추되지 않고 팔을 칼날 형태로 변형시키고서 그 팔로 나를 베어내려 하였다. 나의 바로 앞으로 동시에 나를 덮치려 하는 그들의 공격을 그들의 아래로 미끄러지듯 날아가면서 피해낸 이후에 그들의 뒤로 나아가면서 지팡이에서 번개 기운으로 칼날을 생성, 그 칼날로 이들의 등을 한 번씩 찌르고서 그들의 뒤로 물러난 다음에 찔린 부분에 번개 줄기들을 몇 줄기씩 발사해 이들의 등 부분을 폭파시키려 하였다. 등 부분에 폭발을 일으킨 병기들은 불길에 휩싸이면서 추락해 가고 있었다.
  아네샤와 맞선 병기들도 신체 각 부분이 폭파되면서 추락해 갔으며, 이외에 미라, 아샤란에게도 병기들이 다가와 미라가 검격으로 나와 아네샤 등이 상대하는 인간형 병기들을 베어내 폭파시키고, 아샤란이 낙뢰로 인간형 병기들과 함께 나타난 비행기, 구체 형태의 비행체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한편, 야누아는 자신 그리고 마야를 향해 광선을 발사한 두부에 칼날이 장착된 병기를 바라보며, 그 병기를 향해 번개를 품은 검은 창의 날을 발사했다. 그 창의 날은 빠른 속도로 병기의 광선을 분출한 흉부에 꽂힌 이후에 폭발했다. 그 흉부의 폭발이 보이자마자 야누아는 곧바로 병기를 향해 돌진,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광검의 칼날로 흉부를 찔렀다.
  그리고 잠시 후, 병기에게서 물러난 야누아는 곧바로 자신의 뒤쪽을 향해 오른 다리를 높이 들어올리며 옆차기를 했다. 그와 함께 그의 오른 다리가 파란 빛에 감싸이는 광경이 보였다. 곧게 뻗은 발에 닿은 것은 그의 뒤쪽으로 돌아간 병기의 흉부였다. 흉부가 그의 발을 감싸며 송곳과 같은 형상을 이루는 마력의 기운에 찔리며 몸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후, 야누아는 그 정지된 병기의 목과 흉부를 한 번씩 베어내며 폭파시키고, 이어서 다시 앞쪽으로 돌아서서 자신이 제압한 병기들의 뒤를 따라 온 병기를 광검으로 베어내고, 그 뒤의 병기를 창의 날로 궤뚫는 모습을 보였다.
  마야는 두 손으로 검을 잡은 채, 자신을 향해 뛰어올라 칼날로 변한 두 팔로 자신을 베려 하는 병기의 모습을 보고, 그 병기가 두 팔을 높이 뻗으며, 흉부에 빈 틈이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그 흉부를 향해 격렬히 검을 휘둘러 그 날이 흉부를 강하게 타격하도록 했다.
  칼날은 흉부에 박혔으나, 마야는 늘 있었던 일처럼 능숙히 검의 자루를 거꾸로 잡고 힘을 주었다. 두 팔이 희미한 푸른 불꽃에 감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함께 그는 두 팔을 격렬히 자신의 아래 쪽으로 휘둘렀고, 그와 함께 병기는 칼날에 박힌 채, 마야의 바로 아래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마야를 향해서도 병기들이 다수 몰려오고 있었으나, 이에 마야는 앞서 오는 개체의 머리를 창의 날로 궤뚫고, 뒤따라 온 개체의 몸체를 회전하는 거대한 구체로 짓뭉개 버린 이후에 남은 이들은 두 손으로 칼자루를 잡은 채로 몸을 들어올리고 자신의 몸을 칼자루를 중심축 삼아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두 다리가 마력에 의한 불꽃에 감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격렬히 회전하는 마야의 두 다리에 맞으며 병기들은 마력의 폭발에 의한 충격을 받으며 마야의 뒤쪽으로 밀려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일부는 뒤따라 오는 병기들, 비행체들에 부딪쳐, 병기에 충격을 가하고 비행체들을 폭파시키기에 이르고 있었다.
  이후, 마야는 칼자루를 짚고 칼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더니, 칼을 두 손으로 다시 잡으면서 전례 없는 기합 소리와 함께-기합 소리에서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두 팔에 더욱 강한 마력을 가하면서 검을 높이 들어올린 이후에 지면을 향해 내려치듯, 검을 휘두르니, 검에 박혀 있던 병기는 결국 높이 들어 올려졌다가 칼날이 빠지면서 갈라진 부분에서부터 폭발을 일으키며 폭파되었다.
  그렇게 병기를 폭파시킨 이후, 마야는 자신을 향해 두 병기들이 돌진해 오는 모습을 보았고, 칼날에 마력을 집중시킨 이후에 강하게 가로 방향으로 휘두르니, 칼날에 실린 마력이 초승달 형태의 파동을 이루며 병기들을 관통해 이들 모두 폭파되도록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야누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온 병기의 목을 광검으로 찌르면서 자신의 왼편 옆으로 다가온 병기를 주시하고서 칼날을 병기의 목에서 빼낸 다음에 자신을 향한 검격을 그의 머리 위를 공중제비를 도는 듯이 뛰어 넘어갔다. 그러더니, 그의 목덜미를 왼손의 손톱에서 생성된 빛의 칼날로 뜯어내고서 그의 뒤통수를 왼손으로, 등을 오른손으로 붙잡으며 목덜미에 노출된 전선을 거칠게 물어 뜯고 있었다.
  목덜미가 물어뜯긴 병기는 그대로 기동 정지 상태가 되었으며, 이후, 야누아는 그 병기의 목덜미를 왼손으로 붙잡고 있다가 공간 저편에서 병기들 그리고 소형 함선이 다가오자 병기를 붙잡는 손을 놓더니, 이어서 병기를 오른 다리로 있는 힘을 다하는 듯이 걷어차서 함선 쪽으로 던져보내고 있었다. 병기는 함선의 몸체 오른편을 향해 나아가 그 표면에 부딪쳐서 폭발했다.

  마치 거대한 비행기와 같은 모습을 보이던 소형 함선은 일행이 위치한 공간 내부에 이르자마자 가운데 부분의 표면에 나란히 배열된 장치들에서 붉은 광선들을 하나씩 발사하기 시작했으며, 그와 함께 양 날개 부분의 발사 장치들에서 10 여 발씩 미사일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미사일들은 발사되자마자 연기와 함께 곡선 상의 궤적을 그려가며 근방에 있었던 야누아 등의 일행을 추적해 가기 시작했다. 미사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자마자 야누아는 광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하나씩 베어 갔으며, 그 근처에 있던 미라 역시 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몇 발의 미사일들을 하나씩 베어내며, 자신을 향한 공격을 차단하려 하였다. 그렇게 베여 갈라진 미사일들은 잠시 그 상태로 떠 있다가 폭발했다.
  이후, 마야가 미라와 함께 광선을 분출하는 함선으로 접근, 우선 미라가 자신의 하늘색 빛으로 칼날들을 생성해 그 칼날들이 빛으로 긴 꼬리를 그리며 광선 발사 장치를 향해 날아가도록 하였고, 그러면서 자신과 마야를 향해 날아오는 인간형 병기들을 검으로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보였던 두 팔이 칼날처럼 변형될 수 있는 병기들도 있었지만 갑주 형태의 방패와 도끼창, 총포를 든 병기들도 있었다. 우선 두 팔이 칼날처럼 변형되는 병기들이 앞서 오고, 그 뒤로 방패와 총포, 도끼창을 든 병기들이 따라서 몰려 왔다.
  그렇게 인간형 병기들이 몰려오자 미라와 마야 모두 함선의 몸체를 향한 공격을 중단하고 함선에서부터 몰려온 병기들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라가 빛의 칼날들로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는 병기들을 타격하고, 이어서 마야가 거대한 창들을 하나씩 소환해 돌격해 오는 기계 병기 무리 앞으로 날려 보내 폭파시킨 이후에 그 대폭발 속에서 혼란에 빠진 병기들을 향해 돌진해 갔다. 대검에서 초승달 형태로 방출되는 기운으로 이들을 베어나가고, 이어서 마주하는 병기들을 대검으로 내리치고 베어내며 이들을 부수려 하였다.
  야누아 역시 병기들을 공격하는 것에 가담했다. 함선 주변을 떠도는 비행정들을 번개 창들로 하나씩 격침시키고서 마야, 미라가 상대하는 본대 우측 근처로 나아가며, 자신과 맞서는 병기들을 상대해 나아갔다. 왼손의 손톱에서 빛의 칼날을 생성해 그 칼날로 방패를 뜯어내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광검으로 몸체의 장갑을 베어냈다. 흉부나 안면의 장갑을 왼손의 손톱에서 생성된 칼날로 뜯어내기도 하였다. 흉부가 뜯기고 동력원이 뽑힌 병기들은 그 자리에서 폭파되었으며, 야누아는 병기의 동력원을 그 몸체에서 뜯어낼 때마다 뜯어낸 동력원을 함선의 함체에 던져서 폭파시켰다.
  수십 여 병기들로 구성된 병기들의 본대는 마야와 미라에 의해 거의 파괴되었으며, 별동대처럼 나서려 했던 10 여 병기들 역시 야누아에 의해 전부 파괴되어 있었다. 이후, 미라가 함선의 광선 발사 장치들을 하늘색 빛을 발하는 칼날들을 발사하는 것으로 파괴하려 하였으며, 마야 그리고 야누아는 함선의 좌익, 우익에 있는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부수기 위해 번개 창, 회전하는 거대한 구체를 소환하는 행동을 취했다.
  이후, 이들의 뒤에 있던 아샤란 역시 이들의 공세에 가담, 마야, 미라 그리고 야누아가 병기들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틈을 노려, 좌측 부근으로 우회한 이후에 함선의 뒷 부분을 낙뢰로 타격하기 시작해, 광선을 발사하는 장치들을 비롯한 함선의 주요 장치들을 보라색 낙뢰로 폭파시켜 갔다. 그리고 그 부근에서 몰려오는 몇몇 인간형 병기들을 창으로 찌르고 베면서 격추시켜 갔다.

  한편, 나는 아네샤와 함께 그 함선의 좌측 너머로 나아가려 하였다. 분명 그 뒤로 함선이라든가, 비행형 병기들이 뒤따라 나설 것임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미라, 마야 등에 의해 공격받는 함선의 뒤로 같은 형태의 함선이 또 한 척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여러 대형 전투정들이 호위선으로서 그 곁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아네샤에게 다급히 외쳤다.
  "이대로 있다가는 미라 씨 등이 위험해질 수 있어! 서둘러!"
  "알았어!" 이후, 아네샤는 알았다고 응답하고서 나보다 앞장서 나아가며, 함선의 함수 부분에 있는 포신을 공격해 폭파시키려 하였다. 포신에서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포구 안쪽이 붉게 빛나고 있었지만 아네샤가 바람의 기운으로 구체, 돌개 바람들을 포신 안쪽으로 발사해 폭발하도록 하였고, 잇달아 발생한 충격으로 포신이 곧바로 폭파되면서 포격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 이후로 미라, 마야 그리고 야누아 등이 마주한 것처럼 미사일들이 발사되었으나, 이번에는 내가 번개 줄기들로 미사일들을 격추시켜 갔고, 이어서 양 날개의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동시에 공격 목표로 정한 후에 지팡이에서 번개 줄기들을 다수 발사해 이들이 함선의 양 날개를 향해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도록 하니, 이후, 머지 않아 함선의 양 날개에 장착된 미사일 발사 장치들이 폭발하는 광경이 보이게 됐다.
  미사일 발사 장치들이 폭파되고, 광선 발사 장치들 역시 나와 아네샤가 발사한 번개 줄기, 바람의 기운 줄기들에 의해 폭파되는 그 때, 양 옆에 있는 전투정들이 미사일들을 직선 상으로 발사하기 시작하니, 이들을 피해 가면서 전투정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왼쪽, 아네샤는 오른쪽 전투정을 맡았고, 이윽고 내가 지팡이에서 방출한 번개 줄기들에 의해 포신이 부서지고 더 나아가 선교가 부서지면서 전투정 전체가 폭파되니, 오른쪽의 전투정 역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파괴되었다.
  이어서 다수의 수십 여 기의 전투 비행기들이 몰려오자 아네샤가 이들을 곡선을 그리는 하늘색 바람 줄기로 이들을 한 무리씩 공격 목표로 정한 후에 왼손과 오른손에서 한 무리씩 바람의 기운 줄기들을 발사해 이들에 닿도록 하니, 이들 역시 아네샤가 목표를 정하고서 발사한 여러 바람 줄기들에 의해 날개, 동체 등이 궤뚫려 폭발해 갔다. 잇달아 발생하는 폭음과 함께 폭발에 의해 발생한 불꽃이 어두운 공간 내에 붉은 별처럼 빛을 발했다.

  그 무렵, 뒤쪽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앞서 온 함선이 폭발한 모양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에 있던 야누아, 마야 그리고 미라와 아샤란이 날개를 펼친 채로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원래는 마야, 미라가 앞서 나아가고, 야누아가 그 뒤를 따랐으나, 어느새 야누아가 앞장서고 미라, 마야가 그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 후일 들은 바로 야누아가 4 자매 중에서 제일 행동이 빠르다고 했다. 도약 능력도 가장 좋아서 작정하고 뛰면 가장 빠르게 멀리까지 간다고.
  "갑자기 앞질러 나아가시기에 무슨 일인가 했어요."
  이후, 야누아가 나에게 다가가서는 무슨 일인가해서 다급히 다가갔음을 밝혔다. 그리고 주변 일대를 둘러보더니, 그 둘이서 모두 격멸시킨 것이었냐고 말했다. 그 감탄의 의사가 역력한 목소리를 내고서 야누아는 자신의 동생 그리고 미라, 아샤란과 함께 다시 앞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야누아가 앞장서고, 마야가 그 뒤를 따라 나서는 것을 미라, 아샤란이 따라갔고, 나와 아네샤는 이들 사이에서 비행하면서 야누아, 마야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려 했다.

  그 이후로도 함체에서 붉은 광선들을 주변 일대에 발사하는 소형 함선들이 하나씩 다수의 전투 비행기들, 기수에서 광선 혹은 광탄들을 발사하는 비행기 무리와 함께 몰려 오는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야누아와 마야가 자신의 마법으로 번개 창, 번개 줄기 혹은 거대한 창,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을 불러와서 함선을 타격하고 전투 비행기들을 마력탄들을 발사하거나 검격으로 베어 가면서 폭파시키는 것으로 제거해 나아갔으며, 그 중 일부는 미라가 자신의 하늘색 빛을 발하는 칼날들로 격추시키기도 했다.
  아샤란은 이들의 뒤에서 그들을 도와주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갑자기 커다란 인간형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아샤란이 낙뢰로 그 흉부, 어깨 부분을 타격해 폭파시키는 등의 활약을 해 주었다. (그 병기의 목을 치는 것은 마야의 역할이었으며, 흉부를 파헤치고 동력원을 뜯어내기까지 했다. 동력원은 근처의 병기들 혹은 함선을 향해 투척했으며, 동력원의 폭발은 병기들 혹은 함선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들 함선들 중 일부는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으며, 그런 함선들이 날아올 때마다 내가 함선들을 지팡이를 통해 소환하는 낙뢰, 번개 줄기들로 격침시키고, 아네샤가 자신의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 줄기들로 전투기들, 인간형 병기들을 폭파시키는 것으로 대응해 나아갔다.
  공간의 입구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동안 이런 일이 몇 차례나 반복되었고, 이는 그 너머의 어두운 공간으로 나아갈 때까지 계속 되었다. - 도중에 거포를 장착한 인간형 병기나 함선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었고, 그 전에 보라색, 붉은색 빛 줄기가 어둠 속에서 발사되어 일행에게 크게 위협을 준 적이 있기도 했다. 그런 그들 역시 마야, 아샤란의 마력 창과 돌 그리고 보랏빛 낙뢰에 의해 포신이 파괴되고 이어서 몸체가 부서지는 결말을 맞이했다.

  그간 일행이 머무르던 공간의 입구 반대편을 거쳐 그 너머의 어두운 공간으로 나아가면서 병기들이 출몰이 뜸해질 무렵, 아샤란이 야누아에게 물었다. 동생들, 마르차와 율리아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가 궁금하지 않느냐고.
  "그 애들이라면 딱히 걱정이 되지 않아. 클라리스하고 모린도 같이 있고, 무엇보다 마르차가 보통 강한 애가 아닌데 딱히 걱정할 이유가...... 걱정이 된다면, 오히려 클라리스와 모린 쪽일지도."
  라고 말하고서 소정령 간 통신을 개시하였다, 해당 통신을 통해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와의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차가 걱정이 되어서라기보다는 클라리스, 모린 쪽이 더 궁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야누 언니, 무슨 일이야? 지하 상황이 많이 안 좋아?"
  "아니, 그 쪽은 이미 어지간한 것들은 다 정리됐어. 지금 내부 깊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그 때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어 보여."
  간만에 마르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르차가 지하 상황이 혹시 좋지 않느냐고 걱정스럽게 묻자, 야누아가 바로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내부에 있는 병기들은 거의 정리됐다고 답한 다음에 그 쪽의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해 곧바로 물었다.
  "이 쪽은 요새 뒤쪽의 탑들을 폭파시키고 있어. 그러는 동안 함선들도 오고, 병기들도 다수 몰려오고 난리였는데, 이 쪽도 거의 정리됐어. 클라리스하고 모린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야."
  "그렇구나." 이에 야누아는 밝게 표정을 지으며 답하고서 클라리스 그리고 모린의 목소리를 들려달라 부탁을 하니, 마르차는 알겠다고 답하고서 클라리스를 바로 불렀다. 그 이후, 마르차를 대신해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야누아의 소정령에게서 울려 퍼졌다.
  "야누아, 그래 이 쪽은 문제 없어. 그 쪽도 그렇지?"
  "응, 별 문제 없이 지하 통로 깊은 곳으로 가고 있어."
  그 무렵, 일행은 내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하얀 등이 불빛을 낼 따름인 어두운 통로를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바닥 위로는 벨트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을 바닥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천장에는 더 이상 갈고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샤란은 천장에 매달린 묘족을 비롯한 사람들이 이후, 바닥에 놓였을 것이며, 바닥에 누운 채로 통로의 끝에 있는 장치까지 운반되었을 것이라 통로에서 있었을 일들, 그리고 통로의 역할에 대한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야누아와 마야가 여전히 앞서 가고 있었으며, 미라와 아샤란이 그런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마르차가 네 덕분에 여러가지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더라. 너에 대해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애도 참...... 율리아와 함께 못 볼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말야. 그나마 마르차는 재빠르게 이것저것 치고 다니는 정도였는데, 율리아는...... 기계 몸체를 한 부분씩 뜯어서 병기들하고 함선들에 집어던지더라고."
  "마르차도 다른 자매들이 하는 꼴을 보면 그 정도일 애는 결코 아닌데."
  그 때,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마르차 역시 기계들의 몸을 뜯어내고 부수는 행각을 펼치지 않을 사람이 결코 아니라 말했다. 다른 자매인 야누아, 마야, 율리아가 기계 병기의 목 부분을 물어뜯거나 하는 등, 기계 병기들을 무자비하게 뜯어내는 모습을 보이는데, 마르차라고 얌전할 리 없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기계 병기들의 팔을 뜯어내서 그것을 곤봉처럼 휘두른 적이 있기는 했었다는 말이 클라리스로부터 나왔고, 이것에 대해 마르차 본인 역시 뭐라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마르차 언니, 나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안 해?"
  "율리, 너는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야." 그 무렵, 율리아가 마르차에게 자신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마르차는 율리아에게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모린이 율리아 역시 나름 많은 공을 세웠다고 말하고서 그것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누아 등에게 율리아에 대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클라리스, 마르차 등에 의해 저지된 것 같았다.
  "모린 언니의 활약도 대단했었는데."
  "그랬었지. 얼마나 많은 바위들을 던졌는가 몰라. 뒤쪽의 탑들 중에 그 돌에 맞아 부서진 것들이 몇 있을 정도였어. 함선이나 병기들은 말할 것도 없을 거야."
  이후, 율리아가 모린에 대해 대단한 활약상을 보였다고 말하자, 마르차가 바로 맞장구를 치는 듯이 답하면서 모린이 소환했던 바위 덩어리에 의해 부서진 것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말하니, 모린이 이를 두고 당황하는 듯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쪽도 소강 상태라 나름 여유가 있어서 그러한지...... 조금은 밝아진 분위기야."
  "그런 거지, 특히, 마르차하고 율리아하고 모린 모두 원래는 쾌활한 애들이라 어지간히 긴장된 상황이 아니면 바로 저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고는 하더라."
  그런 그들의 대화에 대해 클라리스가 언급을 하는 것에 야누아가 바로 화답했으며, 이어서 미라 역시 그들이 떄로는 대책 없어 보이기는 해도, 자신이 할 일은 제대로 잘 하는 이들이라고 말하고서 모린도 평상시에는 장난기만 많은 아이처럼 보이지만 늘 장난만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지하에서 빛 방울 같은 것들, 발견한 적이 있어? 묘족 전사들의 기억 같은 것들은 그 쪽에서 많이 발견될 텐데."
  이후, 마르차가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는 많이 발견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 그리고 마르차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었음을 밝히고서, 아무래도 어렸을 적, 자신들이 죽을 뻔했던 용병단 혹은 마을에서 마주했던 묘족이었을 것 같다고 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착잡해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마르차는 내부 통로에서 묘족들이 어떻게 됐을 것인지에 대한 정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나왔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마야가 야누아를 대신해서 답했다.
  "...... 많은 것들이 나왔어. 그리고 구역 내에 남은 것들을 통해서도 그 정황이 충분히 파악될 수 있어."
  그러면서 그는 지하 공간 내부로 끌려온 묘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털이 모두 벗겨진 묘족들이 물길을 따라 통로 안으로 들어서서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길을 따라 끌려온 묘족들 혹은 사람들은 물 속에서 끌어올려진 이후에 고대 문명 시대에 가축이 도축되는 과정과 같이 죽임을 당해 마치 고기처럼 지하 깊은 공간으로 운반되었을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다만, 그 자세한 과정에 대해서까지는 명확한 파악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혈은 하지 않았겠지. 그들의 몸이 필요한 곳까지 그들의 육신은 온전히 보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을 거야."

  기계 장치와 금속제 내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통로의 상공 한 곳으로 거대한 발판이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었다. 좌우측 내벽에서 나오는 장치들로서 각 발판의 위에는 10 개씩 미사일 혹은 광탄 발사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들 장치에서는 추적의 특성을 가지며 곡선을 그리는 광선들, 미사일들 그리고 광탄들이 발사되고 있었으며, 아샤란이 이들을 피해 다니면서 낙뢰를 잇달아 방출해 발판 위의 공격 장치들을 타격해 파괴시키고 있었다. 발판이 얇았던 탓인지 공격 장치들이 모두 부서진 이후에는 내부 동력원이 드러나고 있었으니, 이를 아샤란, 미라 등이 타격해서 폭파시키는 것으로 발판 전체가 폭발을 일으킨 이후에 큰 폭발을 일으키며 부서지거나 그 몸체가 벽에서 떨어져 바닥 아래로 추락하도록 하고 있었다.
  또한, 인간형 병기들이 틈나는 대로 급습해 오기도 했다. 일행보다 2, 3 배 정도 갑주 비슷한 형태를 갖춘 인간형 병기들은 총포, 어깨의 미사일 발사 장치 등을 장착하고서 일행을 위협해 오고 있었다. 총포를 통해서는 거대한 광탄을 한 발씩 발사하거나 여러 발의 광탄들을 3 방향으로 연속 발사했으며, 어깨의 발사대에서는 여러 발의 미사일들을 발사해 일행을 추격해 가도록 했다. 이들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내가 상대해 나아가, 우선 무기를 번개 줄기들로 쏘아 맞혀 떨어뜨리거나 폭파시키고서 흉부를 지팡이의 끝에서 생성된 번개 칼날로 찔러서 부수려 했다. 그렇게 흉부의 장갑이 뜯겨진 개체 안쪽의 동력원을 번개 줄기들로 집중 타격하면 인간형 병기 공격은 끝나는 것으로 그 후, 인간형 병기들은 하나씩 폭파되거나 추락해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쪽은 아무래도 지상이 도박장으로 쓰였다보니, 도박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왔어."
  그 무렵, 마르차가 지상에서 발견한 빛 방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의별 이야기들이 들려왔고, 도박장에 들어온 사람들의 출신도 다양했음을 그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하고서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생, 평범한 일꾼들도 있었겠지. 그런 이들도 도박의 유혹, 그 대상이 될 수는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이들 중 대다수는 어느 정도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었어.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 학계에서 크나큰 성과를 거둔 학자들이나 의사들에 예능인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승려들도 있었다니까."
  "승려라고? 그렇다면...... 수도원의 승려들도 도박장에 들어갔다가 모든 것을 잃고 도박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는 거야?"
  "승려라고 다를 것은 없어." 이후, 야누아가 놀라면서 건네는 물음에 마야가 마르차 등을 대신해서 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다가오는 한 쌍의 총포를 든 채 다가오는 인간형 병기의 목을 대검으로 내리치고 그 대검으로 목이 잘린 동체를 반으로 가르는 듯이 내리치고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신앙심이 악의 유혹을 떨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어. 하지만 그 힘의 바탕이 되지는 못해. 신앙심이나 식견, 자존심 등은 전사에게 있어서 무기와 같은 것. 무기만 갖춘다고 반드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싸움에서 이기는 힘의 근본은 결국 이기고 살아남겠다는 마음가짐. 마음의 힘이 약하거나 애초에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는 상태에서 신앙심 같은 것만 가지고 사악한 유혹과 맞서는 것은 싸워서 승리하겠다는 마음가짐 없이 강한 무기만 들고 전장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리고서 그는 뒤따라 오는 병기의 흉부를 대검으로 찌른 다음에 병기의 몸체를 칼날에 꽂은 채로 검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치는 동작을 취하며 그 병기의 몸체를 반으로 가르더니, 그 이후로 거대한 병기의 앞으로 다가가 대검으로 그 흉부에 상처를 내고 왼손에서 푸른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한 손톱을 생성해 그 손톱으로 병기의 흉부 갑판을 뜯어내고 있었다.
  "싸우는 의지 없이 무기만 들고 나가는 싸움은 결국 귀한 무기만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져."
  마야는 자신이 제압한 거대 병기의 흉부로 왼손을 뻗어서는 손톱으로 그 내부 기관들을 내장을 파헤치듯, 찢어내더니, 마침내 그 안쪽에 동력원을 발견하고서는 그것을 골격의 일부 채로 뽑아버렸다.
  "수도사들 뿐만이 아니야. 그 곳에서 사회적 지위, 재산을 누렸던 수많은 이들은 유혹에 이기지 못해, 자신의 모든 것들을 내버리고 말았겠지."
  이후, 마야는 손톱이 생성된 왼손으로 동력원이 달린 골격의 일부를 병기의 머리에 박고서는 동력원을 창으로 찌른 다음에 병기에게서 멀어졌다. 이후, 병기의 머리가 폭발하고, 흉부 역시 이어서 폭발하면서 결국 병기는 지면 아래로 추락한 이후에 재차 폭발했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이들을 그들의 곁에 있던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상에서 그들을 배제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세상의 모든 지위를 잃고 말았을 거야, 수도사들 역시 파계의 운명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이후, 그는 그렇게 된 이상 그들의 옛 신분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고 말하고서 그들에게 남은 학술서, 경전 등을 내세우는 등으로 그들의 옛 직업을 자랑하는 이들이야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일 뿐, 그들 주변 밖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의미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마르차 언니,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도박장이 휴업한다는 날에 도박장 안으로 끌려갔다고 했지?"
  "맞아. 그렇게 끌려간 이들은 이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렸다고 했었잖아."
  그리고서 마야는 마르차에게 자신의 생각으로 그들 역시 묘족의 포로들처럼 지하 시설로 끌려가서 포로가 된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 말하고서 이전에 보았던 그 기둥들이 사람들을 지하로 끌어내는 통로 역할을 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후, 그는 도박장에서 모든 것을 잃고 나서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 그 곳을 떠나가지 못한 이들도 있었음을 밝히고서 도박장이라 칭해진 요새는 그런 이들의 영혼을 속박해서 그들의 육신이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을 빨아들였을 것이라 말했다.
  "도박장을 벗아나지 못하는 한, 그들의 영혼은 요새의 것.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든, 다른 이유에 의해 죽게 되든 간에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면 그 영혼은 요새가 거두어 들이게 된다는 거야. 그리고 그 영혼은 '공장의 재료' 처럼 운반되는 사람들처럼 이 통로의 깊은 곳을 향했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향하는 곳은......" 이후, 모린이 마야에게 묻자, 마야는 곧 알려주겠다고 말하고서 마르차에게 그 동안 수거했던 빛 방울들이 품은 소리들을 들려달라 부탁했다.

내가 이 따위 곳에만 가지 않았어도...... 한 때는 내가 이래봬도 사장님, 회장님 소리를 듣고 다녔었는데 말야. 내가 대체 왜 이런 짓을......
도시에 큰 저택을 짓고, 시골에 별장 몇 채 짓고, 별장마다 대농장을 거느렸었는데....... 이제 다 부질 없어.......
한 때는 그래도 학계나 언론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었어. 식견이 대단하다는 찬사가 늘 이어졌었는데...... 왜 그런 유혹에 빠졌는가 모르겠어, 이제는.
예능으로 유명인도 되고, 재산도 많이 쌓았는데....... 이제는 통장에 남은 돈도 얼마 없는 것 같아.
내가 말야...... 한 때에는 미사일을 타고 날아갔어. 그 거대한 탄도 미사일 말야! 그 때 얼마나 죽을 고생을 많이 했는 줄 알아!?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행복한 거야!
너네들! 여자 끼고 놀아본 적이 있기는 하냐? 나는 한 때 늘 그러며 살았었어. 나 같은 부자라면 도박 정도야 사소한 취미의 일환일 거라 생각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에 빠져 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지.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 나와 함께 지내던 애들도 이젠 나를 모른 척하며 지낼 거야. 틀림 없어.
알렐루야아아아아!!!!

  이것은 그 당시에 들려온 목소리의 일부로 목소리들의 대부분은 한결 같이 과거의 잘 나갔던 자신들에 대한 회상과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도박장 주변을 배회하는 신세가 된 자신의 현재를 한탄하고 도박에 빠진 자신의 모습에 대한 후회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자신의 현실을 망각한 채, 과거의 영광에 취해버린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속에 있는 슬픔을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는 모습으로 달래려 하는 것처럼 보여 그 목소리에서 오히려 처연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야기 들어봤나? 얼마 전에 내 술 친구였던 녀석이 도박장 안으로 끌려갔어!
그 친구 빚이 많았다고 하지 않았나?
과거 전 재산의 10 배 가량이나 되는 빚을 지고 있었다더라. 그런데 그런 빚을 진 사람들이 이 주변에는 다들 흔하지 않아?
내 친구도 전 재산의 3 배 정도 빚을 졌다고 했었지. 얼마 전부터 그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던데, 아무래도.......
그런데 도박장 안으로 끌려간 녀석들, 어떻게 되는지 알아?
모르겠어. 그런데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빚을 갚지 못한 녀석들은 도박장 안의 비밀 시설 내부에 있는 수술실로 끌려간다고 하더라.
수술실이라고? 도박장 안에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나도 못 봤어! 휴업 중에만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데, 관리자들이 그 때에 사람들을 잡아간다고 했었어. 거기서 장기 적출이라든가, 별의별 짓을 한다더라.
아무튼 조심해, 언제 어떻게 끌려갈지 모르니까. 도박장이 휴업할 때에는 다들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고, 알았어?

  도박장이 휴업할 때에 사람들이 도박장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에게서 도박장 내부의 비밀 수술실이 있으며, 수술실 내부에서 장기가 적출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장기들을 적출당하며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그런 이야기. 그와 더불어 수술실로 끌려가는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며, 인체 표본이 되어 팔려가는 것에 대한 소문도 빛 방울이 품은 목소리들 중에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부 사람들이 도박장이 휴업할 때에 정신 차리고 있으라는 조언을 하기는 했겠지만 그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나와 아네샤는 물론, 야누아, 미라, 아샤란 등은 물론, 통신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던 마르차, 율리아, 클라리스 등도 큰 믿음을 갖지는 않았다.
  이후, 마야는 지하 통로의 깊은 곳으로 들어서서 '그 시설' 앞에 이르면 다시 연락하게 될 것임을 마르차 등에게 알리고서 연락을 끊었다.



  그러는 동안 소형 함선들을 비롯해 중형 함선-야누아에 의하면 바시카 (Basika) 급 함선-들도 한 척씩 다가오고 있었다. 중형 함선들은 일행과 가까워질 때마다 함교 부근의 함포들에서 광선들을 발사하거나 미사일 발사대에서 소형 혹은 중형 미사일들을 발사해 일행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당시에 앞서는 이들은 야누아, 마야였으나, 처음 나타난 함선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자 나와 아네샤가 앞장서서 일행을 향해 날아오는 중형 미사일을 공격 목표로 정해 이들을 집중 타격해 파괴하고 이어서 함포들과 미사일 발사대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타격해 가려 하였다. 이들은 바람 줄기, 번개 줄기에 의해 계속 타격을 받고 폭파되어 갔으며, 그러는 동안 그 주변에 모여 있던 전투 비행기들, 인간형 병기들이 나와 아네샤를 향해 몰려들자 미라가 소정령에서 발사되는 빛 줄기들로 이들을 격추시키고, 아샤란 그리고 야누아 역시 자신의 소정령에서 발사되는 번개 줄기 및 번개 탄환들로 이들을 쏘아 맞히려 했다.
  함선이 한 번 나타날 때마다 여러 전투 비행기들,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야만 했다. 인간형 병기들은 주로 야누아, 아샤란 등이 상대했으나, 나 혹은 아네샤가 마주하는 개체들도 있었으며, 고속으로 나아가는 광탄들을 발사하는 인간형 병기들이 여러모로 골칫거리였었다.
  함선들은 처음에는 내가 맡았으나, 이후에는 야누아, 아샤란이 그리고 마야와 미라가 교대로 맡아서 격침시켜 갔다. 중형 함선은 그렇게 다섯 차례에 걸쳐 한 척씩 모습을 드러냈었고, 그 사이로 여러 소형 함선 무리들이 나타나 일행을 위협하려 하기도 했었다. 그 함선 무리들을 지나치며, 나를 비롯한 일행은 요새의 지하 깊숙한 내부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지상 거점에 이르렀다. 여러 통로 사이로 다수의 포대들이 한 줄씩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나란히 배치된 곳으로 그 포대들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광선을 발사할 수 있는 포대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가 마지막 거점인 것 같아." 그 모습을 보며, 아네샤가 말했다. 그 포대들이 배치된 모습을 보면서 시설의 중심부에 해당되는 곳으로 가기 직전의 마지막 거점일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 그런 그의 생각에 나는 "역시 그러하겠지." 라고 답했다. 당시의 나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며 그 말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던 것.
  각 포대들에서 붉은 번개 줄기들이 하나씩 고속으로 발사되고, 그 공격을 피해 움직이는 사이, 그 번개 줄기들을 뚫으며, 미라가 이들을 향해 하늘색 빛을 발하는 칼날들을 포대들을 향해 잇달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 왼손에서 발사되는 칼날에 박힌 포대들은 처음에는 버티는 듯했으나, 결국 하나씩 폭파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상공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인간형 병기 3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릎에서 미사일들을 하나씩 발사하고, 손에 든 가늘고 길다란 포에서는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광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광탄의 발사 간격은 길었으나, 한 번 발사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탓에 그 포탄이 발사될 즈음에는 긴장하고 있어야만 했다.
  같이 모습을 드러낸 기수에서 광선, 광탄들을 발사하는 전투 비행기들은 나와 아네샤가 격추시키려 하였으며, 인간형 병기들은 아샤란이 번개 줄기로 쏘아 맞히다가 보라색 번개에 휘감긴 창으로 이들을 직접 찔러 격추시키는 것으로 상대해 갔다. 마지막 남은 인간형 병기는 아네샤가 직접 총포를 소정령의 바람 기운으로 이루어진 탄들로 쏘아 맞혀 그 손에서 놓치게 만들고, 이어서 왼손과 오른손에 모인 기운으로 구체를 만들어서 흉부에 그 구체를 박아 넣으니, 구체가 폭발하면서 지하 깊숙한 곳으로 추락하다가 폭발했다.
  그것이 병기들의 마지막 거점이었다. 원래는 다른 시설들이 비치되어 있었던 모양이지만 더 이상 '재료' 들이 모이지 않으면서 아예 군사 거점으로 재활용하려 한 모양이라고 그 모습을 둘러보던 야누아가 말했다.



  숱한 접전 끝에 일행은 드디어 요새 지하층의 가장 깊숙한 곳 혹은 중심부에 도달하게 되었다. 재료들을 운반하기 위한 통로들이 그 한 곳에 모여 있었으며, 각 통로의 끝에는 구덩이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야누아, 저것을 봐. 저기에 거대한 원통 같은 것이 보이지?"
  "응, 보여." 미라가 가리킨 저 너머에는 거대한 원기둥 같은 것이 있었다. 과거 문명이 만들었다는 거대한 금속제 아궁이와 닮은 모습으로 야누아에게 시설에 대해 설명을 하는 미라에 의하면 그것은 토카막 (Tokamak) 이 아니며, 토카막은 그 아래 더 깊은 곳에 있다고 했다. 야누아에 의하면 이런 토카막이 지하에 몇 기 더 있고, 원기둥은 지하의 토카막들에 재료를 공급하는 곳일 것이라 했으며, 이어서 야누아는 주된 전력 공급원은 지하에 있는 거대 토카막으로 그 플라즈마 반응로들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 발전이 요새의 핵심 동력일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마야가 마르차와의 연락을 끊으면서 언급했던 '그 시설' 이란 바로 통로의 끝에 위치한 구덩이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아궁이를 의미했을 것이다. 그 앞에 이르면서 마야는 등에 대검을 꽂은 채로 앞장서 나아가던 야누아, 미라 그리고 아샤란의 뒤쪽-나와 아네샤가 그 근처에 있었다-에 있으면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 통로 끝에 있는 구덩이로 재료가 된 사람들, 묘족이나 기타 다른 행성계의 사람들이 들어가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저 시설 안에서......"
  "그 이상은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후, 아샤란이 건네는 말에 미라가 바로 답했다. 그렇게 희생된 이들은 시설 내부에서 그들만의 '적절한 처리 방법' 을 통해 플라즈마 발전을 비롯한 요새 내부의 동력과 관련된 무언가가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뭔가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 줄 거야?"
  "그것에 대해서는...... 이것에 대해서는 클라리스에게 이야기를 해 달라 부탁해 볼게."
  아샤란의 요청에도 야누아, 미라 모두 떨떠름해 하고 있었다. 직접 이야기를 해 주기 난감하기는 했었던 모양. 그러면서 미라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클라리스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고, 이에 클라리스가 바로 응답을 했다.
  "미라, 그래, 무슨 일이야?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것은 아니야." 다급하게 묻는 클라리스에게 미라가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중심부의 연료들이 들어가는 아궁이 근처에 와 있음을 알리자, 클라리스 역시 자신 그리고 같이 있는 이들이 요새 뒤쪽의 탑들을 전부 함락시켰으며-율리아에 의하면 그 도중에 1 개 함대 급으로 함선들이 박살났다고 했으며, 모린과 클라리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건물 중심의 유리를 깨고 그 안쪽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으며, 마르차, 율리아는 이미 안쪽으로 들어갔음을 알렸다.
  "마르차에 의하면 그 지하 공간이 여기 내부와 이어져 있다고 해요. 아마 곧 합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소형 반응로 같은 것이 하나 있어요! 이것도 토카막의 일종인가 봐요!"
  그 무렵, 율리아가 뭔가 발견한 듯한 목소리가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새의 방벽이기도 한 뒤쪽 건물의 거대한 창문 안쪽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으로 뒤이어 마르차의 정말이냐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모린 등마저 안쪽으로 다가가려 하자, 클라리스 역시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 봐야 하겠음을 알렸다.

  "사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클라리스. 너라면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 다들 믿고 있어."
  이후, 야누아가 원통 모양의 시설을 바라보며, 클라리스에게 부탁을 하려 하였고, 이에 클라리스는 무슨 부탁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는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달라 요청을 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야누아를 대신해 마야가 그가 부탁하려 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통로로 운반된 이들, 그러니까 묘족을 비롯한 각지에서 끌려와 '재료' 가 된 이들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려달라는 거야. 언니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 내부 구조에 대해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하겠지......." 마야의 설명에 클라리스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한 화답을 하였고, 이후에 바로 연락을 끊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그간 보이지 않았던 클라리스가 날개를 뒤로 젖히며 일행의 지하에 있던 이들의 바로 앞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일행의 앞으로 다가가고서 클라리스는 날개를 다시 바로 펼치고서 그 탑의 동력원이 있는 곳과 아궁이 그리고 토카막이 있는 곳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바로 내려올 수 있었음을 우선 밝혔다. 그리고 아궁이와 주변 일대의 장치들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아궁이 근처의 구덩이 쪽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 너희들이 상상한 바 그대로일 거야. 아마도...... 그 전에 요새 내부의 병기들과 시설들이 묘족 포로들의 모든 털을 녹여 없애버린 것은 아마도 인류가 육가공을 하면서 가축의 털을 깎아내는 것을 재현하기 위한 일이었을 뿐이겠지. 그렇게 털을 없애버리면서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사람' 이라는 '인격체' 가 아닌 자신들의 에너지를 위한 '재료' 일 뿐임을 명백히하려고 했을 뿐일 거야."
  그리고서 그는 통로 끝의 구덩이는 아궁이로 칭해진 시설과 연결되며, 시설 내부에는 '재료' 들을 '가공'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기동되고 있었을 것임을 밝혔다. 이후, 클라리스는 야누아, 아샤란 등에게 하나의 충격적인 발언을 건네었다.
  "그 재료가 된 사람들이 즉살된 채 끌려갔다고 추측하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산 채로 머리를 결박해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가 바닥에 눕혀놓고 결박해서 그대로 아궁이 근처까지 끌고 갔을 것이라 라니아 아줌마께서 말씀하셨어."
  그리고서 놀람을 금치 못하는 야누아, 미라, 아샤란 등에게 아궁이 쪽으로 시선을 향하고서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설 내부의 깊은 곳까지 끌려오는 동안 사람들이 지니고 있을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겠지. 특히 정수리 부분이 찔릴 때의 고통으로 그들이 느꼈을 공포심은 더욱 커졌을 거야. 그래서 내부에서는 재료가 된 이들이 아궁이와 연결된 구덩이가 있는 곳까지 끌려온 이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대. 기계 병기들이 사람들을 즉살시키지 않고 산 채로 끌고가려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해. 아무튼, 기계 병기들은 우선 잔학하게 속박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키우고서 아궁이 안의 시설들로 그들을 몰아 넣었어."

  라니아로부터 들었다는 클라리스가 알려주는 이야기는 뭇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기 충분했다. 그에 의하면 '아궁이' 라 칭해진 시설 내부에서는 기계 장치들이 하나씩 사람을 끌어내서는 산 채로(!!!) 칼날로 살점을 베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했으며, 피부의 지방은 기름으로 만들어 기계 시설들의 연료가 되고, 뇌는 신경 세포가 뽑혀서 기계 장치에 의해 분석되고, 그 분석된 자료를 통해 일부 병기군에 장착되는 신경 집적 회로가 개발되며, 이후, 내장과 뇌는 혈액이 짜여진 이후에는 근육을 비롯한 살점과 함께 탄화되어 코크스의 형태로 금속 자원과 함께 병기의 외장 재료가 된다고 한다. 또, 뼈는 강력한 불에 의해 태워져 탄화된 이후에 가공되어 보석이 되며, 보석은 광학 병기의 구성 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남은 것은 혈액이었다. 혈액은 중요한 자원이라 따로 분류되어 아궁이 안쪽까지 흘러가며, 내부 깊은 곳의 시설에서 증류되어 물 성분은 수증기로 만들고 남은 성분들은 가공해서 보석으로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붉은 보석들 역시 광학 병기용으로 활용된다고 했다). - 혈액의 모든 성분을 플라즈마화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혈액의 일부 성분은 태양의 1.4 배 이상되는 크기의 별들이 내는 힘에 의해서만 플라즈마화할 수 있다고 했으며, 혈액의 성분 중 하나로 철이 있으며, 철은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는 기존의 물을 통해 생성하는 수증기와 더불어 기체 형태로 실체화된 영혼들이 열에 의해 플라즈마화된 이후에 토카막 안에 갇히니, 이 플라즈마의 고속 회전을 통해 전기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 요새를 비롯한 일부 기계 병기들의 플라즈마 반응로 내에서의 전기 발전이라는 것이었다. 영혼과 더불어 희생된 사람들의 비명과 단말마 역시 음파의 형태로 실체화되어 기계 병기들의 파동 에너지 원으로 활용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이렇게 희생자들을 즉살시키지 않고 산 채로 살점을 찢어발기는 것으로 시작해 기계 병기들이 잔인하게 다루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기계 병기들은 공포에 질린 희생자의 고통 어린 비명과 단말마에 의해 생긴 파동 하나까지 모두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삼으려 하였고, 그들의 기술력으로는 또 그렇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 하지만 일련의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참혹해서 너희들 자신도 차마 이야기를 하거나 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래, 네 말대로야, 클라리스. 나도 짐승 사냥을 하면서 늘 피를 내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었어."
  클라리스의 물음에 야누아가 답했다. 야누아의 표정에서는 질린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마야는 그래도 평온해 보였지만 자세히 그 모습을 지켜보니, 클라리스가 설명을 했을 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사뭇 어두워졌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미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끔찍하다고 느끼거나 하지 않아?"
  이후, 야누아는 미라에게 다가가고서 그에게 그렇게 물으니, 미라가 답했다. 자신도, 그리고 클라리스도 그렇게 느끼기는 마찬가지라고. 그러면서도 클라리스는 야누아, 아샤란 그리고 바르차 등이 요새 내부에서 기계 병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실상을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는 만큼, 그 역할을 자처했을 것이라 이어 말했다.
  "물론, 이전에 섬에 갔을 때에 그와 같은 짓거리로 동력원에 연료를 공급했던 녀석이 있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적응한 덕이 있기도 할 거야. 그렇다고 해도 나도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그것을 자세히 말해 줄 자신을 잃고 말았듯이, 그도 분명 두려움을 느끼기는 했을 거야."
  그 무렵, 야누아가 클라리스에게 자신이 마야와 함께 위로 올라가겠음을 밝히고서 이제 동생들과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그는 마야를 데리고 하얀 날개로 날갯짓을 하며, 위로 올라가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본 내가 아네샤를 불러서 그들과 함께 가자고 했다, 야누아, 마야가 마르차, 율리아와 함께 건물 상층부의 동력원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었던 것. 그리하여 최대한 빠른 속도로 상승해 가는 야누아, 마야를 따라 나서다가 그들을 앞질러 가고, 이어서 수많은 파이프들을 통해 원통과 연결된 자그마한 토카막 같은 장치가 자리잡고 있는 시설 내부에 이르렀고, 그 곳에서 창문을 깨고 들어온 마르차와 율리아의 모습을 실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공간의 바깥 쪽은 마치 성당의 '장미' 를 연상케 하는 유리창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반응로 앞의 장치가 광선을 창문 쪽으로 조사하고 있었다. 원래는 빛을 받은 창문의 유리(?)가 그것을 거대한 광선으로 변이시켜서 전방 일대로 방출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야누아, 마야 등과 함께 장치 앞에 이르렀을 때, 이미 그 유리는 깨졌고, 광선 조사 장치까지 마르차 등이 박살내 놓은 상태였다. 모린에 의하면 율리아가 치열하게 장치를 가격해서 기어이 깨부수어 버렸다고 했다.
  "그 애가 싸울 때에는 정말 치열하게 싸우는 것 같아요. 원래 그런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하지만 모린은 율리아의 과격한 싸움 방식에 대해 더 말을 잇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세 언니들이 있는 곳에서 율리아에 대해 대놓고 말하기 힘든 모종의 사연 같은 것이 그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장치란 장치는 다 깨지고 부서진 그 너머에 작은 플라즈마 반응로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으로 다가가면서 야누아가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에게 광검의 끝이 반응로를 향하도록 하면서 그 반응로를 부수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마르차가 두 손을 허리에 올린 모습을 보이며, "그런 거지." 라고 답했다. 그러자 야누아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알겠다고 화답하고서 마야를 부른 다음에 마르차, 율리아가 다 해내고 남은 몫은 자신들이 하자고 청하는데, 그 때, 마르차가 마야를 불러서 뒤쪽에 있는 율리아의 곁으로 물러나 있으라고 말한 다음에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은 언니들이 맡아서 할 테니까."
  이후, 야누아는 마르차와 함께 창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야누아의 파란 번개에 휩싸인 검은 창과 마르차의 불꽃에 휩싸인 하얀 칼날들이 잇달아 반응로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 마르차의 칼날들은 야누아의 창에 비해 가느다란 대신에 빠른 속도로 나아가 반응로의 장갑 표면을 관통하고 있었다.
  "저 망할 요새를 함락시키려면 방법이라면 많았을 거야, 아르데이스 (Ardeis) 나 조하르 (Zohar) 성계의 용사들에게서 도움을 받거나, 그러하지 못하다면 그들의 과학, 마법 기술이라도 전수 받을 수 있었잖아! 그리고 조하르에는 그런 사람 있지 않아, 조하르의 어둠을 뿌리 뽑았다는 용사 말야."
  "그 아르셀 베르티 (Arsel Berti) 를 말하는 거지?"
  "맞아, 이제 생각났네. 마야가 늘 언급했었잖아, 그래서 그처럼 되고 싶다고 해서 야누 언니가 그와 같은 머리 모양을 꾸며주기도 했다면서. 아무튼, 조하르나 아르데이스에는 그런 용사들도 있어서 그들과 함께 하면 충분히 잘 끝낼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마르차는 분기를 참지 못했는지, 이전에는 없던 붉은색을 띠는 바람 칼날들을 날려보내는 공격을 행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 빌어먹을 하므자 놈은 되도 않는 묘족 지상주의를 내세워서는 이 먀미아가 묘족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묘족 용사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묘족들을 틈만 나면 꼬셔서 자기 용병으로 만들어서 불귀의 객들로 만들어 버리더니, 기어이는 아테다르마의 묘족 군락에서 사람들을 긁어모아 이런 사지로 끌어내 버렸어! 그리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선동되어서는 용사랍시고 수송선에 탑승해서 요새로 갔지만 그들 역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러더니, 그는 한탄 어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떻게 됐을지는 야누 언니나 마야 정도면 충분히 파악할 거라 믿어. 하여간, 그 바스타체 (Bastace) 라는 망령든 여자가 내세웠던 묘족 지상주의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는 이미 밝혀졌어, 알바레스의 묘족들이 그것을 내세워서 사람들을 탄압하다가 그들의 고향에서 동족들이 연합군을 몰고 알바레스를 침공하고, 행성계 내 사람들이 그들과 동조하자마자 바스타치니예 (Bastaciniye), 예전에는 바스타체노먀코 (Bastacenomyako) 라 칭해졌던 수도까지 허망하게 함락됐고, 결국 분노한 사람들에 의해 묘족 사람들은 어린애들, 노인네들을 제외하면 죄다 수용소로 끌려가 개죽음을 당했잖아. 그렇지 않아?"
  이후, 그는 마지막으로 몇 마디 말을 더 건네었다.
  "마야가 전에 해 준 이야기가 있었어, 그리고 파르보 병을 비롯한 온갖 질병과 재난에 시달리던 묘족들이 간신히 먀미아 제국을 세웠지만 말이 제국이지, 도시라고는 5 개 밖에 없었고, 영토는 산토 루이스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가, 인구 수조차 알바레스 전성기 시절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는 거였지. 그런 제국마저 처참히 망하고 아테다르마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게 지금 여기 묘족의 실상인데, 그 하므자가 그런 사람들의 터전마저 그런 되도 않는 사상을 내세워서 전쟁이랍시고 일으켜서는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말았어. 지금 군락에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고, 언제 기계 병기들에게 습격당할지 몰라 평상시에도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잖아!"
  그렇게 마르차가 울분을 터뜨리는 때와 같이 반응로는 불꽃을 터뜨리며 폭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큰 불덩이 하나를 터뜨리며 완전히 폭파되었다. 그 자리에는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불길과 연기 속에서 보호막에 감싸인 채로 미라와 아샤란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르차였구나. 부서지기 직전에 한 번 연락이라도 하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미라가 마르차에게 반응로가 폭파되기 직전에 자신을 부르지 그랬냐고 묻자, 마르차는 멋쩍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답했다. 이에 미라는 "괜찮아." 라고 화답하더니, 이어서 마르차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그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래서, 하므자가 실은 기계 병기들과 한통속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지?"
  "나 뿐만이 아니야, 언니하고 마야, 율리아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클라리스와 미라, 아샤란과 모린 그리고 묘족 요정 4 자매가 간만에 한 곳에 모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파괴된 탑들이 보라색 빛이 아닌 검붉은 연기를 분출하는 광경 속에서 기계 병기 군단을 (그리고 하므자라는 묘족 인간을) 잡겠다고 모인 8 명이 다시 한 곳에 모인 것이었다.
  "그 건물의 정문 쪽은 완전히 붕괴됐을 텐데, 그렇다면 지하 중심부로 가려면 역시 지하 통로 쪽으로 가야 하겠지?"
  "......." 도박장으로 쓰였을 요새 지상부 본관의 정문 쪽을 바라보며 아샤란이 물었으나, 클라리스 그리고 야누아 모두 확답을 하지는 못했다. 그 때, 모린이 자신이 정문 쪽을 폭발하는 바위를 소환해서 부수어 보겠다고 선언을 했다. 요새 본관의 모든 부분을 폭파시킬 수는 없겠지만 바닥까지 무너뜨려 지하로의 길을 뚫어버리겠다는 것. 물론, 건물 부분은 어디까지나 겉 모습일 뿐, 그 안쪽은 금속제 장갑으로 이루어져 있을 테니, 어지간히 크고 단단한 바위로 충격을 주고 폭파시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모린의 바위는 그간 바위 자체의 충격과 폭발하는 특성으로 여러 병기들과 함선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린 전적이 있었으니, 그가 온 마력을 쏟아 큰 바위를 만들어 대폭발을 일으키면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이기는 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나와 함께 있자." 아샤란이 모린을 돕겠다고 나섰으며, 또, 마르차가 율리아를 데리고 그들을 지켜보겠다고 나섰다. 모린 그리고 아샤란이 그들이 생각한 바대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그것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만약에 자신들이 지켜보다가 도움도 주기로 했고, 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들이 지하로의 길을 나서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미라는 야누아, 마야를 이끌고 지하의 우측 통로로 나아가기로 했다. 마야가 소환하는 크나큰 창이나 마력 덩어리가 모린의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야누아는 그 정도로는 택도 없다고 말해서 마야를 데리고 지하 통로를 뚫기로 한 것이었다. 그 쪽 통로에도 병기들이 많이 숨어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그래서 그 쪽을 돌파하기로 한 것. 이번에는 나서는 이들이 많지 않아 클라리스가 미라와 함께 우측 통로를 돌파하기로 하고서, 나와 아네샤에게 부탁을 했다. 아샤란과 모린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모린과 아샤란이 건물을 폭파시키는 방법은 이러하였다 : 모린이 평소에 소환하는 바위 정도로는 당연히 건물이나 기반을 부수기에는 부족했을 것이고, 그래서 아샤란이 마력을 모린에게 끌어주어 더 큰 바위를 소환하기로 한 것. 그와 더불어 소정령 간 통신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했다. 바르차, 마냐하타의 무녀라 칭해진 이. 그가 직접 와 달라고 청한 것이었다. 그의 마력이라도 끌어오겠다고 한 것. 자신과 모린의 마력 정도로 충분해 보였지만 만약의 경우가 있는 만큼, 그에게 와 달라 부탁을 한 것 같았다.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 등의 역할은 그렇게 모린이 바위로 건물을 부수는 동안 계속 몰려올 기계 병기들을 몰아내는 일이었다. 지하의 좌측 통로 쪽에서 잔존 병기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들의 습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으니, 마르차와 율리아가 그들을 맡게 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들의 싸움을 거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아샤란이 지팡이를 두 손으로 들고 그 지팡이를 높이 올려 그 끝에서 보랏빛 마력을 모린에게 전해 주고, 그 마력의 흐름이 모린의 두 손을 향하고 있었다. 모린의 마력에 그 마력이 더해져 더욱 크고 강력한 바위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모린은 아직 바위를 소환하지는 않았다. 어느 시점에 이르고 나서야 바위를 소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같았다.
  "바깥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주로 들려왔었나요?"
  대기하고 있는 동안 요새를 등지는 방향에 서서 그 너머의 하늘을 지켜보고 있던 마르차에게 아네샤가 다가가서 질문을 했다. 그 물음에 마르차는 곧바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마야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있다고 말하고서, 그 이야기들은 마야를 통해 들었을 것이라 말한 이후에 자신이 아직 해 주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것은 일단 나와 아네샤에게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야누 언니나 마야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일단 시간이 없어서 미처 해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치에는 녹음되어 있으니, 일단 들려드릴게요."

이 수송기, 군단의 요새를 향한다고 했을 텐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수송기라기보다는 컨테이너 같아 보였어. 화물처럼 우리를 어딘가로 운반하고 있는 것 같아.
이거, 너무 심하게 흔들거려! 이러다 멀미 나겠어!

  처음에는 의심과 불안의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을 뿐, 다른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정황 상, 화물 운반에 쓰이는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었을 비행기에 마치 짐을 가득 실리듯, 사람들이 비좁게 서 있을 정도로 가득 실려 이동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비행기 자체도 심하게 흔들거려 사람들이 그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므자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앞장서서 요새로 가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 요새로 가고 있는 것 맞아?
그러고 보니, 우리들을 부흥군에 끌어들일 때하고, 출정식을 할 때를 제외하면 하므자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부흥군을 이끄셨던 히데오 (Hideo) 경, 므노르 (Munoru), 스그르 (Suguru) 경께서는 병사들과 같은 함상 생활을 하시고, 병사들과 늘 동고동락하셨다는데...... 그네들은 우리를 돼지우리 같은 배에 싣고 뭐하는 거야, 도대체!?
원래 사령관이 병사들 앞에서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야! 히데오, 므노르, 스그르 같은 분들이야 특별하신 분들이라 그렇고. 그리고 이 비행선은 하므자 등이 기계 병기 집단에서 급히 가져왔을 거야, 임시로 쓰는 물건으로서 말야. 귀환할 때에는 보다 좋은 물건을 타고 돌아오겠지, 뭐.
그런데 여태껏 히데오의 계승자를 자처하던 그 하므자, 그리고 그 추종자 무리를 따라간 사람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사람들이 몇 안 됐잖아. 이번에는 사람들을 대거 끌어왔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부흥군으로 나섰는데, 설마 그들 모두를 불귀의 객들로 만들어 버리겠어?

  "정말로 불귀의 객들이 되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요. 그들 모두 돌아오지 못하게 될 줄은 그들 모두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마르차가 다시 답했다. 그 무렵, 마르차가 바라보고 있던 상공에서 한 사람이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요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끝이 금색을 띠며 빛나는 하얀 지팡이를 든,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로 머리에는 양 옆에 한 쌍씩 금색, 은색 그리고 초록색을 띠는 이파리 모양의 커다란 장식을 달고 있는 앳된 모습의 소녀였다. 그는 마르차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를 보면서 알렸다.
  "아샤란 그리고 모린, 두 분의 곁으로 가려고 왔어요. 야누아 씨의 동생 되시는 분이시지요?"
  "예, 맞아요." 그러자 마르차가 그를 보면서 답했고, 그 후에 그를 보더니, 바로 그 쪽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다급히 모린 그리고 아샤란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이후, 마르차의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율리아가 근방에 있던 나를 보더니, 이윽고 나에게 잠시 다가와서는 마르차를 대신해 아네샤 그리고 나에게 그가 누구인지를 알렸다. 그의 이름은 이전에도 몇 번 들려왔던, '마냐하타의 무녀' 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바르차 (Varcha, Varca) 로, 모린 그리고 아샤란과 나름 친분이 있는 그런 인물인 듯해 보였다. 그간 소정령 간 통신을 통해서 목소리만 들려주었던 이가 아샤란의 연락을 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바로 앞에 이른 것이었다.
  "아샤란 언니, 그만해요! 언니께서 더 나서실 필요는 이제 없어요!"
  이후, 바르차는 아샤란에게 마력은 이제 그만 끌어내라 청했고, 이에 아샤란이 모린에게 마력을 가하는 것을 그만두었으며, 그로 인해 모린의 두 손에 마력이 어느 정도 모였는지, 하얀 빛을 발하기 시작한 상태에서 모린을 향한 마력 축적이 멈추었다.
  "제가 한 번에 가능한 마력을 끌어와서 모린 언니께 드릴게요. 그 마력을 바탕으로 언니께서 거대한 폭발성 바위를 소환하시면 그것을 통해 요새의 본관에 큰 구멍을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서 요새의 정문 부근 상공에 머무르고 있던 모린의 뒤쪽으로 아샤란을 대신해 자신이 이르렀으며, 아샤란은 모린에게 마력을 대주는 대신에 마르차, 율리아 등과 함께 있으면서 병기들이 상공에서 몰려오는지 그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 이후, 바르차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았고, 그 이후, 눈을 감으며 정신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였고, 그와 함께 그의 온 몸이 금색 빛에 감싸이기 시작했다. 그 빛에서 빛의 흐름이 흘러나와 모린에게 닿아 그의 몸 역시 금색 빛에 감싸이고 있었다. 모린을 감싸는 빛이 얼마나 큰 지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출 정도.
  "굉장해......!" 그 광경을 보며 율리아가 말했다. 아샤란 정도를 기대했다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면서 그로 인해 적잖게 놀랐던 모양. 그 정도의 마력이라면 모린이 그 힘을 바탕으로 요새의 본관 크기.... 그 크기는 아니더라도-그 정도면 요새 본관만한 돌이 나오겠다고 율리아가 직접 말했다- 요새에 큰 피해를 가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돌이 소환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워낙 흥미진진한 상황이다보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계속 관찰해 보려 하고 있었다.

  그 무렵, 요새 부근의 상공에서 적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계 병기들로 그들은 요새의 전방 쪽이 아니라 후방 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이전까지 줄곧 보아왔던 양팔을 칼날처럼 변형시킬 수 있는, 두 다리가 칼날처럼 생긴 인간형 병기들과 전투 비행기에 두 팔이 달린 형태의 병기들에 소형 함선들까지 오고 있었다.
  "Bekleta tori. (예상한 대로야)" 그 광경을 보며, 마르차가 말했다.
  "요새의 지하에 있다가 나온 것들이겠지?" 이후, 그 병기들을 보면서 율리아가 마르차에게 병기들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마르차는 분명 그러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병기들에 대해 지하에서는 야누아, 마야 그리고 미라 등이 병기들과 맞서 싸워가고 있을 텐데, 그 병기들 중 일부가 어떤 이유든 지상 밖으로 전송됐을 것이라 언급했다.
  "틀림없이 지하에서 덤벼오는 이들의 기세에 하나둘씩 동료들이 파괴되어 가는 광경을 보고 두려워져서 도망쳐 나왔을 거야."
  "그 비.정.한 전사들의 기계 회로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나 봐? 그래서 언니들 같은 강적을 보며 저것들과 맞서면 죽겠다 싶어서 도망쳐 나왔겠지?"
  기계들에 대해 언급하는 율리아의 발언 전체에서 비꼬는 느낌이 가득했다지만 특히 '비정한' 이라 말하는 목소리에서 그런 느낌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건네는 물음에 마르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네들이 상공 위로 올라오면 지하에서의 개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탈출해 왔을 텐데.......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꼼수였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겠지. 지하든, 상공이든,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거야!"
  이후, 율리아가 앞서 나아가려 하면서 양손에 쥐고 있던 통파에서 붉은 빛으로 칼날이 생성되도록 하면서 말했다.
  "그런 녀석들도 그들에 비해 무력했을 묘인들을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 앞에서는 마치 자신이 최강의 용사라도 된 줄 알았겠지. 사람을 갖고 놀다가 부수고 으깨버리는 장난감 같은 취급이나 할 줄 아는 것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해!"
  그리고 하므자 역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그 시점에서 하므자가 묘인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아버린 장본인인지 알 길이 없기는 했으나, 이미 야누아를 비롯한 4 자매는 그러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마르차 역시 자신의 두 소검들을 꺼내면서 소검이 마력의 기운으로 빛을 발하도록 하고서 병기들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후, 병기들이 공격 준비를 한다고 아샤란이 알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율리아가 먼저 병기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고, 이어서 마르차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들은 인간형 병기들과 맞서기 시작했고, 그들의 포격에 의해 발사되는 붉은 광선들을 피해 가면서 병기에게 접근해 갔다. 병기 앞으로 가장 먼저 접근한 이는 마르차로 검으로 두 팔을 자르고 흉부를 찌르는 것으로 병기들을 제압해 가고 있었다. 급한 경우에는 흉부와 목을 바로 찔러서 무력화시키려 하기도 했다.
  율리아는 우측에 보이는 병기들에 다가가서 전투기의 날개를 찢어서 추락시키거나 공중에서 폭발하도록 하고, 또 인간형 병기들에게 다가가 목과 흉부를 찌르며 그들을 하나씩 제압하려 하였다. 낭심 부분을 발로 차거나 다리를 칼날로 베어서 끊어버리는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병기의 어깨에서 확산되어 발사되는 광탄들을 피해 병기의 바로 앞으로 접근해 온 그는 곧바로 어깨의 공격 장치들을 폭파시킨 다음에 그 병기의 뒤로 다가가 목덜미의 장갑을 뜯어내더니, 이어서 전선을 자신의 큰 언니처럼 물어뜯으려 하였다.
  그렇게 마르차, 율리아가 병기들을 제압해 가는 동안 아샤란은 뒤쪽에 있는 전투정들 그리고 함선을 공격 목표로 삼고 보랏빛 낙뢰를 소환, 번개 줄기들이 목표로 정한 이들에게 내리도록 하였다. 번개 줄기들이 폭발하면서 전투정, 함선들이 그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었다. 함선에서는 표면에서 광선들이 발사되고, 또 표면의 미사일 발사대들에서 미사일들이 다수 발사되고 있었으며, 또, 전투정들에서도 미사일들이 아샤란 등을 추적해 가고 있었다. 이에 아샤란이 그들의 움직임을 피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사일들을 지팡이에서 발사되는 가느다란 번개 줄기들로 격추시켜 갔고, 이어서 전투정과 함선에 더욱 거센 낙뢰 타격을 가하려 하였다.

  하나의 무리가 궤멸될 즈음, 또 하나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거대한 인간형 병기 둘까지 같이 나타나고 있었으니, 그들 중 하나는 한 손에 하나씩 검을 들고 있었으며, 또 하나는 양 어깨에 포를 한 문씩 장착한 모습을 보였다. 전투정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내 키의 5 배 즈음은 되어 보였다- 인간형 병기들 중 검을 든 이는 앞장서서 전투정의 포화 사이를 뚫고 마르차, 율리아 등에게 다가가고 있었으며, 또 하나는 뒤쪽에서 양 어깨에 장착된 포와 무릎, 흉부에 장착된 미사일 발사대, 기관포로 포탄, 미사일들을 발사하며, 마르차 등의 3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려 했다.
  처음에 인간형 병기에게 다가간 이는 율리아였으나, 그는 그 병기의 검격을 피해가면서 그를 지나치고 그와 함께 있던 전투정들을 빛을 품은 화살, 창으로 쏘아 맞혀가며 이들을 폭파시켜가고 있었으며, 아샤란 역시 여기에 가세해 전투정과 뒤쪽의 병기에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한 손에 하나씩 검을 든 병기와 맞서려 한 이는 마르차로 검격을 피해 가며, 그의 팔, 어깨 등을 베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공격에 나와 아네샤 역시 나서기로 했다. 그 병기 무리가 3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는 사이, 우측의 전투정 무리를 돌파하고 후방에 있던 어깨에 포를 장착한 병기를 노리기로 한 것. 그러면서 그들에게 다가가 전투정들을 번개 줄기, 바람 줄기들을 발사해 격파하고서 그 병기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병기의 일직선 상과도 같은 모습을 한 안경 내부가 격렬히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개방된 흉부에서 기관포가 나와 아네샤 쪽으로 발사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양 어깨의 포탄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려 하였다. 기관포에서 포탄 발사가 멈춘 이후에 날아간 그 포탄들은 그 탄속이 아주 빨라 포 주변에 있기만 해도 피해를 입을 수 있었으며, 이런 포격을 계속 마주하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 있었기에 일단 포신들을 우선 타격 대상으로 삼고 포신을 내가 발사하는 번개 줄기들, 그리고 소정령의 번개 작살들로 집중 타격해 폭파시키려 했다. 아네샤는 기관포가 장착된 흉부, 미사일 발사대가 장착된 무릎 부분을 자신이 방출하는 바람 줄기들, 그리고 소정령의 바람 칼날들로 타격을 가해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결국 그 병기는 머리가 파괴되고 이어서 어깨 부분의 포신들이 떨어져 나갔으며, 그에 이어 흉부, 무릎 부분이 폭발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마르차의 검격에 머리가 찔린 또 다른 거대한 인간형 병기 역시 공격이 멈춘 사이에 흉부, 어깨 등의 부분들이 칼에 잇달아 찔리면서 결국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왼손에 들었던 검을 투척, 흉부에 박힌 검을 왼발로 깊숙히 찔러 넣었다가 왼손으로 다시 빼내면서 그는 폭발하기 시작하는 병기의 곁에서 멀어지려 했으며, 그 이후, 그 병기는 흉부, 머리 등에 불길을 일으키며 요새의 서쪽 부분을 향해 추락해 갔다. 그 이후 요새의 서쪽 표면에서 폭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니, 그렇게 추락한 병기가 지면에 격돌하며 폭발했을 것이다.

  그 이후, 또 다시 인간형 병기들과 전투 비행기 무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무렵, 요새를 바라보며 바위를 소환하던 모린의 거대 마법진이 이전보다 더욱 커지더니, 마법진에서 이전에 소환되기 시작한 돌과 더불어 또 다른 돌들이 소환되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돌은 가열된 듯, 노랗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되었고, 마치 자그마한 산을 연상케하는 그 거대한 바위는 이윽고, 요새로 낙하할 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BLOQUE LE!!!!! (막아라!!!!!)" 그 때, 다급하게 외치는 기계 병기의 목소리와 함께 병기들은 일행을 향한 공격을 중단하고 모린이 소환한 자그마한 산과도 같은 거대한 바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바위에 포화를 집중시켜 그 바위를 폭파시킬 생각이었던 모양. 하지만 그 거대한 바위는 직경만 해도 어지간한 건물 이상으로 거대했고, 인간형 병기들, 전투 비행기들이 화력을 집중해 봐야 그런 바위를 폭파시키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였을 것이다. 그들의 포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바위는 요새 본관의 정문 쪽으로 추락해 가기 시작했다.
  금색을 띠며 빛나는 마치 산과도 같은 바위는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자마자 가속이 붙어 더욱 빠르게 요새의 건물 쪽으로 낙하해가고 있었으며, 일부 병기들이 그런 바위를 저지하기 위해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달려들기도 하였으나, 가속되어 가는 바위 주변의 열기에 의해 불이 붙고 이어서 그 불길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만 보일 따름이었다.
  결국, 거대한 바위는 소환된 이후, 낙하하기 시작한지 20 여 초만에 건물에 격돌하였으며, 그 이후, 폭음 그리고 폭풍과 함께 연기를 주변 일대를 향해 격렬히 분출해 가기 시작했다. 바위 주변에 머무르며, 바위를 저지하려 하던 병기들 중 일부가 그 폭풍에 휩쓸려서 날아가고, 그들 중 일부의 팔과 다리들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 요새 부근에 있던 나의 눈앞에 보이기도 했다. 숱한 병기들의 몸체가 산산조각나고 그 파편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 구름처럼 피어오른 연기가 걷히기도 전에 돌의 내부가 노랗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그 빛이 바위 표면에서부터 퍼져 나오기 시작, 그 이후에 열기와 함께 빛이 퍼지려 하자 날갯짓을 하며 그 뒤로 재빨리 물러나려 하였다. 그 때, 내 부근에 있던 마르차에게서 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위가 폭발할 거예요! 모두 바위 주변에서 물러나세요!!! 폭발 반경이 아주 클 거예요, 어중간하게 근처에 머뭇거리고 있으면 폭발에 휩쓸릴 수 있어요!!!"
  이후, 마르차의 "어서 먼 곳까지 물러나세요!!!" 라는 외침이 이어졌고, 그 외침에 나는 요새의 뒤쪽 방향으로 더 나아갔다. 그 무렵, 나는 바위에서 약간 거리를 두는 지점에 있었는데, 폭발 반경이 아주 커서 어중간하게 거리를 두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클라리스의 외침에 더욱 물러나기로 한 것. 아네샤는 나와 멀어져서 우측에 있던 율리아와 함께 나아가고 있었으며, 아샤란은 바위 소환을 마친 아샤란 그리고 바르차와 함께 요새 정문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계속 날아가고 있었다. 바르차 그리고 모린은 마력 소모만 급격하게 했을 뿐, 체력 소모는 없었던지라 비행 자체는 무난하게 해내고 있었다. 아샤란의 인도를 받아가며, 요새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점까지 나아갔다.
  나와 아샤란 일행, 마르차와 율리아 그리고 아네샤가 각자 흩어져 폭발하기 직전의 거대한 바위에서 물러나는 그 순간,

  '폭발이다!' 바위 내부에서부터 잇달아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불꽃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폭발의 반경이 얼마나 컸는지, 바위가 박힌 요새 본관의 중심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건물들, 정원 시설들이 파괴되고 충격에 의해 붕괴되는 광경이 보일 지경이었다. 폭발은 계속 일어났다. 열기와 폭풍이 주황빛 불꽃을 일으키며 터져 나오며, 충격파와 함께 요새 본관과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파괴시켜 가더니, 마침내 바위의 중심에서 한 차례의 큰 폭발이 일어나 폭풍과 열기가 요새 지상부 표면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가는 듯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열기와 불꽃이 폭풍과 함께 퍼져 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의 중심에서 이번에는 빛이 퍼져 나오기 시작, 폭발에 의해 발생한 불꽃을 뒤덮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퍼져 갔다. 그 직경이 요새의 뒤쪽, 방벽으로 쓰였을 건물에 거의 닿을 지경이었으니, 굉장히 큰 폭발이 일어났음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빛이 퍼져 나간 이후, 반구형으로 요새를 뒤덮은 노란 기운을 띠는 강한 열기를 품은 빛 내부에서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나 굉음과 함께 그 충격이 요새 지상부의 지표면 전체를 덮쳤다. 마치 지표면을 뜯어낼 것만 같은 거대한 충격이 발생하고 있었다.
  폭음과 함께 빛이 더욱 퍼져 요새의 뒤쪽 건물 바로 앞까지 닿았으며, 굉음은 주변의 먼 곳에까지 퍼져 나아갔다. 그 근처에 이르렀다면 크나큰 소리와 더불어 대기가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이후로 한 동안 노란 기운을 띠는 하얀 빛과 함께 퍼져 나아간 열기는 요새 주변에 남아 있었으며, 마치 요새의 지표면을 뒤덮을 것만 같은 거대한 빛 기둥이 요새에서부터 생성된 듯한 광경이 그 주변 상공에서 보이고 있었다. 그 빛이 얼마나 밝았던지 어두웠던 요새 주변 일대가 잠시 동안이나마 밝은 등불이 밝혀진 것처럼 아주 환해질 정도에 이르렀으니, 폭발에 의해 퍼져 나아간 에너지가 얼마나 컸는지를 이를 통해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열기가 사라진 요새의 표면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하나 생성된 모습이 보였을 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요새의 표면에 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었으며, 초목과 물은 거의 대부분 소멸했다. 다만, 나무들 중 일부가 부서지다 만 그을린 벽의 흔적, 돌 조각들과 함께 얼마나 격렬한 열기가 그 일대를 덮쳤는지를 제대로 알리고 있었다.
  "라르나 씨, 아네샤 씨! 이리로 와 봐요!"
  그 때, 나를 부르는 마르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레이터가 생성된 요새의 한 가운데에 접근한 마르차의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한 가운데 지점에서 무언가 발견한 것이 있었던 모양으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마르차 그리고 그를 따라 나아간 율리아를 향해 다가가 보았다.

  마르차, 율리아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구멍이었다. 어찌나 크게 뚫렸는지, 마치 하나의 공동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무렵에 모린이 소환했던 바위가 요새의 지하 부분 천장을 뚫을 정도에 이르렀던 것. 그것도 요새의 한 가운데 부분이 뚫린 만큼, 중심부로 곧바로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모린, 바르차의 마력 소모가 심했고, 그런 두 사람을 지킬 필요가 있었던 만큼, 아샤란이 두 사람을 이끌고 잠시 안전한 곳에 있겠음을 알렸다. 그리하여 나와 아네샤가 마르차, 율리아와 함께 요새의 지상 부분 파괴와 함께 드러난 거대한 구멍 혹은 공동을 통해 요새의 지하 부분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지하 부분에는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야누아와 마야가 머무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 대해 마르차가 말하기를, 그 때 즈음이면 지하의 중심부 근처에 이르렀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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