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에 의해 분출된 열기와 빛 속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인공 위성' 이라 칭해진 거대한 병기는 점차 그 고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그 고도가 높아질 수록 비행도 가속되어 어느새 병기는 요새가 위치하고 있던 그 일대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다.
거대 병기 U-R-L (위에르엘) 혹은 URL (위에렐, 이후로는 그렇게 칭한다) 의 고도가 상승함에 따라 나 역시 아네샤와 더불어 고도를 높여가며 위에렐의 동체 우측을 따라 나아가며, 그 병기를 추적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사거리가 닿는 한 소정령 혹은 나의 마법으로 번개 줄기들을 발사해 위에렐의 몸체에 타격을 가하려 했지만, 한참 추격하는 동안에는 사거리가 닿지 않아 마법에 의한 타격은 아직까지는 할 수 없었다.
한편, 야누아를 비롯한 4 자매 역시 위에렐의 정면 쪽에서 맹렬히 추격해 가고 있었다. 야누아가 앞장서 갔으며, 그 뒤를 율리아, 마르차 그리고 마야가 뒤쫓고 있었다. 마야는 자신이 원래 갖고 있던 푸른 칼날의 대검을 오른손에 들고, 하므자로부터 마르차가 빼앗아 자신에게 건네었던 검은 칼날의 대검을 등에 매고 있으면서 자신의 세 자매를 따라 비행을 이어갔다.
왼편에서는 클라리스와 미라가 아샤란, 모린, 바르차와 함께 위에렐을 뒤쫓고 있었다. 클라리스와 미라가 앞장서고 모린, 아샤란, 바르차가 이들의 뒤를 따르는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야가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검 한 자루를 갖고 있지 않던가요?"
그 무렵, 그 왼편에서 모린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 물음에 아샤란이 자신도 봤다고 답했다. 그리고 자루 부분이 금으로 도금된 화려한 대검처럼 보였다고 말하고서 어디에서 얻어온 물건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 없었음을 알린 다음에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그 검의 출처에 대해 짐작되는 바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물으려 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들이 요새 안쪽으로 들어갔었고, 거기서 얻어온 물건이겠지. 어쩌면 하므자로부터 얻어온 물건이 아닐까 싶어."
"하므자라고?" 이후, 클라리스가 자신의 추측을 밝히자마자 아샤란이 놀라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동족들을 기계 군단에게 팔아넘기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하므자는 그 '충성' 의 대가를 바랐을 것이고, 그래서 기계 군단이 그런 그가 더욱 자신들에게 깊이 충성할 수 있도록 그의 요청에 따라 '하사품' 을 건네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대검이었으리라는 것.
"기계 군단 측은 하므자에게 검을 건네면서 온갖 좋은 재료를 가공해 만든 검이라 소개했겠지만, 그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
"클라리스는 그렇다면, 실제로 그 대검이 귀한 금속 재료로 만들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해?"
"...... 아니." 이후,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는 바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하므자 역시 기계 군단에게 속고 있었을 것이라 확신하다고 말하고서 아마 함체나 병기의 장갑을 구성하는 장갑 소재 중에서 짜투리로 남은 것을 적당히 가공해 제작한 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 검에 대해 밝혔다. 다만,
"하지만 그 짜투리 장갑 소재라고 해도, 본래는 기계 군단에 속한 병기들의 함체, 장갑의 소재 아니었겠니? 일반적인 금속보다 훨씬 높은 강도를 갖고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병기의 몸체에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해."
라고 말하는 것으로 마야가 새로 가진 검이 병기의 장갑 혹은 그 내부에 상처를 입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하지만 마야가 그 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으며, 그 검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는 마야 본인의 생각에 따라 달린 일일 것이라 말했다.
"마야, 그 검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무렵, 마르차로부터 마야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마야는 그것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그를 대신해 야누아가 마르차에게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알아서 할 일이야.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돼."
대화를 듣는 동안 이미 나는 위에렐의 바로 앞에 이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소정령이 위에렐의 몸체에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아네샤 역시 자신의 소정령이 바람 칼날들을 발사하는 광경을 보고, 자신 역시 바람의 줄기들을 두 손에서부터 방출하기 시작, 하늘색 줄기들이 그 몸체의 상단에 타격을 가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에 따라 나 역시 지팡이와 왼손에서 번개 줄기들을 발사하기 시작, 파란 번개 줄기들이 그 몸체에 부속된 부품들을 타격하도록 했다.
"여러분, 지금 인공 위성 형태의 병기 앞에 거의 근접하시고 계신 것 같아요."
"예." 그러자 아네샤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서 그 병기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들었음을 밝혔다. 소정령 간 통신이 시작되어 마녀로부터 전언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 이후, 마녀는 "잘 하시고 계세요." 라고 말하더니, 그것에 이어, 그 병기에 대해 자신이 아는 바를 말해 주겠음을 밝혔다.
"이전에 이미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병기는 U 형 병기로서 '궤도 폭격용 광범위 초토화 위성'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 기계 군단에 속해있는 병기이지만 그 실체는 따로 있어요. 그것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요?"
"그 실체라 하신다면, 뭔가 또 다른 정체가 있는 건가요?" 그러자 아네샤가 마녀에게 위에렐의 또 다른 정체가 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마녀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나와 아네샤의 고향인 세니티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런 존재임을 이어서 밝히기도 했다.
마녀가 언급한 그 병기의 실체는 다름 아닌 세니티아의 라르니온 (Larnion) 대륙을 장악하고 있던 기계 군단의 핵심 72 개 병기들 중 하나인 '68 번째 악마' 로 그 본래 이름은 '벨리알 (Belial)' 이라 했다. 라르니온에서 기계 군단이 사라지면서 기계 군단에 속한 병기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사라졌지만 발레포르 (Valefor), 엘리고스 (Eligos), 플라브로스 (Flavros) 등의 일부는 성계 밖으로 도망쳐서 그 이후에도 살아남았다고 했는데, 그 개체들 중 일부였던 모양.
"본래 그 병기는 악마였단 말이지요? 그러다가 은하계의 기계 군단에 의해 발견되어 그 부류에 속하게 된 것이고."
"그렇지요."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마녀가 바로 답했다. 이후, 마녀는 그 악마는 오래 전에 라르니온의 군단을 떠나 기계 군단의 일원으로 합류했으며, 먀미아 묘족 제국을 기계 군단이 멸망시킬 때에도 기계 군단의 사령관으로서 있었던 존재라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었다.
"그런 연유로 저 벨리알이 이번에 기계 군단의 일원이 먀미아 성계에 들어왔을 때에도 그 근원격인 존재이자 기계 군단 요새의 중추로서 기계 군단에 속한 병기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을 거예요."
"하므자는 지금까지 기계 군단에 충성을 하기 위해 수없이 동족들을 기계들에게 제물로 바쳤고, 또, 도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영혼마저 저당잡힌 사람들을 요새 안으로 끌어들여 죽였잖아. 그리고 영혼 결정들을 어딘가로 가지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묘족을 비롯한 사람들을 죽이고 행한 일은 결과적으로 영혼을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 일이 되었다는 거네, 그렇지?"
영혼을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 행위. 하므자에게 그런 의도까지는 없었겠지만, 결국 그가 행한 일은 동족들을 비롯한 무고한 영혼들을 악마의 제물로 바치는 일이 되고 만 것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영혼들은 운 좋게도 아직 벨리알의 제물이 되기 직전의 영혼들이었을 것이다.
벨리알의 고도 상승은 둔화되었지만 벨리알의 가속된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으며, 그것은 아테다르마 협곡을 따라 강의 중류를 넘어 하류까지 나아갈 기세로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개체를 나와 아네샤가 앞장서 쫓아가며 파란 번개 줄기, 하늘색 바람 줄기로 부속된 개체들을 타격해 가며 추격하고 있었다. 공격이 감지되면서 벨리알 역시 반대편 끝의 공격 장치에서 곡선을 그리는 붉은 빛 줄기들이 자신을 쫓아온 나를 비롯한 이들을 추격해 가며, 반격을 하려 했다.
그 무렵, 벨리알의 주변 일대에 마법진들이 생성되더니, 마법진마다 함선들을 비롯한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요새가 함락되고 요새에 속한 병기들이 궤멸된 이후, 벨리알이 소속된 기계 군단에서 병기들을 보내 온 모양으로 아무래도 나, 아네샤가 아닌 다른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온 이들인 것 같아 보였다.
"아샤란, 모린, 바르차는 우측을 맡아요. 저와 미라는 이 쪽의 병기들을 맡겠어요!"
그 무렵,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후, 아샤란과 모린, 바르차가 우측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병기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야누아 4 자매가 나서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있었지만 그들은 병기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이들인 만큼, 가능한 그들은 병기 앞에 있도록 해야 한다는 클라리스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 병기는 아테다르마 묘족 학살의 근원 격인 존재로서 묘족의 원수 중 원수라 할 수 있는 존재라 병기를 파괴하는 역할은 역시 그들이 맡아야 할 테니."
이후, 미라가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야누아 4 자매는 주변의 병기들보다는 바로 앞에 있는 거대 병기의 공략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내가 그들을 도우러 갈게." 내가 아네샤에게 알렸다. 그리고서 그에게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아샤란, 모린, 바르차 정도로는 다소 벅찰 수도 있음을 밝히고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내가 벨리알의 좌우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는 병기들을 향해 나서는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는 동안에도 벨리알은 자신의 몸 뒤쪽, 그리고 양 옆의 공격 장치에서 미사일, 광선들을 발사하며 나 그리고 아네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고, 나는 이들을 피해가며 계속 병기의 부속 장치들에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벨리알이 위치한 상공 주변의 병기들은 그 개체 수가 적기는 했지만 그 중에는 전함, 모함도 있는 나름 규모 있는 전대들이었던지라 몇 사람 정도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무리일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여차하면 클라리스나 아샤란 등의 일행을 도와주기로 한 것.
클라리스, 미라는 좌측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인간형 병기 대열 중에서 가장 앞서 돌진해 오는 개체들을 먼저 상대하고 있었고, 아샤란, 모린은 우측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전투 비행기들, 전투정들을 번개 줄기를 지팡이에서 발사하거나 손에서 바위들을 소환해 투척해 가면서 전투정, 전투 비행기들을 격추시키며, 우측 병기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바르차는 이들의 뒤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 지팡이를 두 손으로 든 채, 지팡이 끝의 돌이 금색 빛을 발하도록 하고 있었다.
야누아 4 자매의 정면 쪽에도 전투정들 그리고 갑주형 병기들이 차례로 몰려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정면에서 치고 오려는 야누아 4 자매를 저지하려고 벨리알이든, 아니면 기계 군단 측이든 발악하고 있었을 것. 자신들의 키, 그 2 ~ 3 배에 이르는 거대 갑주형 병기들이 휘두르는 곤봉, 대검 공격을 피해 가며, 우선 야누아가 앞장서 돌격해 오는 병기의 목을 찌르고, 마르차가 그 어깨 관절을 베어내 절단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마야, 율리아는 앞장 선 병기가 야누아, 마르차에 신경을 쓰고 있는 그 사이에 그 뒤를 따르는 병기들과 맞서기 시작했다. 마야가 왼편의 병기로 다가가 파란 칼날의 대검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자신의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맴도는 검푸른 거대한 결정 덩어리로 그 몸과 흉부를 강타하고 있었으며, 율리아는 우측의 병기로 다가가 양 손의 통파로 목을 찌르고 있었다-그 때, 그가 내밀고 있던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이 잠시나마 길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4 자매 중 첫째, 둘째인 야누아, 마르차가 둘이서 앞장선 병기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그 만한 덩치를 가진 쇳덩어리를 가장 어린 율리아가 상대하고 있는지라 나도 뭐라 할 여건이 되지 않기는 했지만 참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마르차가 병기의 두 팔을 절단하고 야누아가 파랗게 빛나는 광검의 칼날로 목을 베어내고 흉부를 관통한 이후에 그 어깨를 밟고 병기를 뛰어넘어 율리아에게 접근해 가던 그 무렵, 의외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 몸의 장갑에 성한 부분이 없었고, 몸 곳곳에 바늘처럼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칼날들 중 일부는 붉은 빛을 발하며 폭발하면서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율리아는 온 몸의 관절마다 통파의 칼날로 상처를 내고 장갑을 뜯어내고 있었다. 야누아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병기 앞에 이르러서 율리아가 병기의 목을 칼날로 베어내 절단하자마자 그 흉갑 앞으로 접근해서 왼손의 손톱에 파란 빛으로 칼날을 생성하고서는 그 손톱으로 흉부의 장갑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그리고 왼손에 파란 기운을 격렬히 일으키더니, 흉부의 장갑, 그 일부를 뜯어내고 흉부의 동력원을 오른손에 쥔 광검의 칼날로 강하게 찔러서 폭발하게 만들고 있었다.
한편, 마야는 자신이 상대하던 병기의 타격을 계속 받아 만신창이가 된 병기의 뒷목으로 다가가 왼손의 손톱 끝에 생성한 칼날로 뒷목의 장갑 부분을 뜯어낸 후에 목 내부의 전선을 쥐어서 뜯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어뜯은 부분이 폭발하려 하자 그 병기의 곁에서 물러나려 하였다.
이후, 4 자매는 계속 몰려오는 병기들을 그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 혹은 둘이서 상대해 가며, 파괴해 가고 있었다. 마르차, 율리아는 둘이 함께 병기를 폭파시키고 있었으며, 야누아, 마야는 혼자서 병기들을 제거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병기들의 움직임은 내 근처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전투정들이 내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들은 내 앞으로 오자마자 선수에 장착된 포구에서 붉은 빛 줄기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 빛 줄기를 발사하는 선수의 장치가 주포 역할을 하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각 주포의 빛 줄기는 한 방향으로만 발사되었기에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바로 곡선을 그리는 번개 줄기들로 전투정들의 함수 장치를 비롯한 주요 공격 장치들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전투정들과 맞서는 동안 아네샤는 벨리알의 본체 상부로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벨리알이 타격을 받기 시작하자 병기들이 몰려와 벨리알에 대한 공세를 저지하고 있었고, 나와 아네샤 앞에도 그런 병기들이 나타나 벨리알에 대한 직접 타격을 막으려 했었지만, 여기서 내가 그 모든 병기들을 상대하겠다고 했었다. 내가 그들의 공세를 감당하는 동안 아네샤가 그 저지를 뚫고 벨리알의 본체 앞으로 직접 진입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후, 아네샤의 하늘색을 띠는 돌개 바람과 바람 칼날들 그리고 하늘색 빛을 발하는 바람 줄기들이 벨리알의 본체를 강타하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몸보다 더욱 큰 전투정들이 나를 공격 대상으로 정하고 선수에서 빛 줄기들을 발사하고 또, 선체의 포에서 붉은 광탄들을 잇달아 발사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유도 특성이 있는 고속탄이라 그것들을 피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것들을 피해내면서 번개 줄기들로 선체들을 타격하고, 또, 소정령에서 발사되는 번개 줄기들로 뒤따라 오는 인간형 병기들에도 타격을 가하려 했다.
포격을 통해 발사되는 붉은 광탄, 미사일들을 피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해낼 수는 있었고, 반격으로서 전투정들, 갑주형 병기들에 타격을 가하면서 이 병기들을 하나씩 격침, 격파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전투정의 포격에 갑주형 병기들이 각자의 왼손 손바닥에서 광탄들을 발사하고 흉부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빛 줄기를 분출하는 것까지 더해지고 있었지만 어찌어찌 피하고 때로는 그 붉은 기운을 막아내기도 하면서 병기들의 개체 수를 줄여가고 있었다.
나를 상대하느라 자신의 근처에 있는 아군 오사를 막기 위함이었는지 벨리알의 본체는 거의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 붉은 빛을 발하는 보호막 발생 장치로 몸체를 보호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네샤는 보호막 발생 장치가 있는 곳을 어떻게든 찾아내 파괴해서 보호막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전투정들이 발사하는 광탄, 미사일들을 가능한 피하고 막아내려 했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광탄들을 전부 다 막아낼 수는 없었고, 몇 차례 피격을 받기도 했었다. 상처를 몸에 몇 번 입었고, 흉부 근처에 깊은 상처까지 입은 것을 구급형 치유 마법으로 간신히 무마하면서 한꺼번에 몰려오는 검은 기계 병기들 그리고 붉은 기운 덩어리들과 맞서 나아가고 있었다.
전투정들이 하나둘씩 격파되면서 이제는 갑주형 병기들이 전투정들을 대신해 앞장서 돌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격파된 갑주형 병기들을 대신해 두 팔에 세모꼴 모양의 기관포를 한 정씩 장착한 갑주형 병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내 앞으로 오자마자 기관포의 포구에서 포탄들을 연속 발사해 광탄들을 내가 있는 그 일대로 발사하고 있었다. 이들의 광탄들을 처음에는 어떻게든 피해내려 했지만 한꺼번에 몰려오는 광탄들을 다 피해낼 수는 없었고, 소정령이 생성되는 파란 빛을 발하는 보호막으로 간신히 막아낸 이후에 소정령 그리고 지팡이에서 생성하는 번개 줄기들로 이들의 몸체를 타격해 파괴해 가고 있었다.
갑주형 병기, 전투정들의 대열을 하나씩 격파해 간 끝에 이들 대열은 결국 궤멸되었고, 그리하여 벨리알의 몸체 부근에서는 더 이상 병기들이 몰려오지 않게 되었다. 남은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좌우측 상공으로 흩어졌고, 그 이후, 곧바로 벨리알과 직접 상대하는 아네샤의 곁으로 다가갔다.
한편, 야누아를 비롯한 4 자매 역시 인간형 병기들, 전투 비행기들의 대열을 다 뚫고, 벨리알의 기수 부분 근처로 다가가려 하였다. 그들 앞에도 전투정들, 전투 비행기들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이들은 마야, 율리아가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야누아, 마르차는 기수의 입구 쪽으로 병기 내부로의 진입 시도를 하고 있으면서 기수를 지키는 병기들을 격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클라리스는 미라와 함께 남은 병기들을 폭파시키고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이들의 검격 그리고 이들이 마법으로 소환한 칼날들이 그 일대에 초록색, 하늘색 무늬들을 그려내며 붉은 빛을 발하는 기계 병기들을 하나씩 폭파시켜 붉은 불꽃을 터뜨려 가고 있었다. 여기에 마야가 대검을 들고 클라리스 등의 대열에 가담하고 있었다. 벨리알의 입구 쪽이 정리되면서 두 사람을 돕기로 했던 모양-율리아는 아샤란, 모린 등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아샤란 등이 있는 쪽에서는 모린이 거대한 돌로 전투정을 폭파시키고, 아샤란이 보라색 번개 줄기들로 갑주형 병기들, 전투 비행기들을 격추시키며 개체 수를 줄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율리아가 앞장서 나서면서 갑주형 병기들을 통파로 베어내고 붉은 빛을 발하는 칼날들, 화구들을 발사해서 이들에게 피해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율리아는 붉은 불덩어리 4 개가 자신을 맴돌게 하는 채로 이들 중 하나에게 다가가서는 그 병기의 흉갑 쪽으로 달려들어서는 통파의 칼날을 흉갑에 찔러 넣고, 흉갑에 가로 방향으로 금을 내더니, 두 손의 손톱에 붉은 빛으로 칼날을 생성해서는 양손의 손톱으로 흉갑의 일부분을 뜯어냈다. 그리고서는 통파를 다시 들고서 동력원을 칼로 찔러내고서 곧바로 뒤로 물러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이후에도 돌멩이, 번개가 잇달아 날아다니는 그 와중에도 율리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병기들을 격파하는 일에 홀로 앞장서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볼 때마다 바르차, 모린 등이 걱정을 할 정도였지만 그것을 두고 율리아에게 직접 뭐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상공에서 벨리알을 향한 공세를 저지하기 위한 병기들이 거의 격파되어 가면서 나와 아네샤는 병기의 몸체 위쪽에서, 야누아와 마르차는 본격적으로 벨리알의 기수, 그 입구 쪽으로 다가가 파란 불꽃을 발하는 기수의 입구 부분에 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기수의 출입문 부분 주변에도 여러 포신들 그리고 미사일 발사 장치들이 장착되어 있었으니, 마르차는 그 주변 부분들을 파괴하려 하였고, 야누아는 중앙 부분을 공략하려 하였다. 이후, 마르차와 야누아가 그간 숨겨둔 소정령을 하나씩 꺼내 소정령에서 붉은 빛에 감싸인 하얀 칼날들, 그리고 푸른 번개에 감싸인 검은 창들을 발사해가며 기수의 입구 부분에 있는 기계 부분들을 공격해 나아가려 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기수의 문 부분에 자리잡은 푸른 불꽃이 야누아, 마르차가 발사하는 창, 칼날들이 닿으면서 순식간에 꺼지고 그 너머의 기계 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반 형태의 금속 부분, 그 변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하나씩 미사일 발사 장치가 장착되었고, 한 가운데에는 기관포 발사 장치 5 대가 X 자형 대열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간의 난리 와중에도 위에렐 혹은 벨리알은 아테다르마 상공을 벗어나 그 동쪽 지역에 이르고 있었다. 모린에 의하면 첸타케 (Centake, Chentaque) 초원 부근으로서 남쪽으로는 타나시아 (Tanasia) 라는 곳과 인접하며, 동쪽으로는 포화탄과 인접한 곳이라 했다. 그 상공 높은 곳에서 벨리알은 결국 양 옆의 장치를 작동시키니, 그렇게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각 장치마다 한 쌍의 검푸른빛 네모난 날개를 펼쳤다.
각 날개의 가장자리, 그리고 날개의 가운데 부분에 일정한 간격으로 하나씩 포신이 장착되어 있었다. 날개가 펼쳐진 이후, 인공위성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벨리알은 날개를 눕히고서 가장자리의 포신에서 붉은 광선들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 광선들은 1, 2 회씩 대각선 방향으로 꺾이면서 나를 비롯한 추적자들을 쫓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벨리알의 주변에서는 소형, 중형 전투 비행기들이 계속 소환되어 나를 비롯한 이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 무렵, 아네샤는 보호막을 무력화시킨 그 이후에 벨리알 본체 윗면, 측면의 장치들을 하나씩 파괴하고 있었으며, 입구 쪽에서는 마르차가 입구 주변의 장치들을 거의 폭파시키고 야누아는 무모하게 뛰어드는 듯이 포구에서 미사일들을 광검으로 폭파시키면서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파란 번개에 감싸인 검은 창들로 장치들에 피해를 가하고 있었다.
이후, 아네샤는 마르차와 합세해서 입구 쪽에 몰려오는 새처럼 생긴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으며, 여기에 클라리스, 미라가 홀로 기관포, 미사일 발사 장치들을 공격해 들어가는 야누아를 도와주려 하고 있었다.
"클라리, 미라, 너희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잖아." 야누아가 클라리스, 미라가 자신의 곁에 이르렀음을 알아차리자마자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가 다들 누군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데, 야누아는 홀로 막대한 공세 앞에 있는 광경에 도와주기 위해 나선 것이었음을 밝혔다. 아샤란, 모린, 바르차는 벨리알의 뒤쪽으로 다가가 그 뒤쪽에 장착된 미사일 발사 장치들, 그리고 광선을 발사하는 장치들에 다가가 한 번씩 대각선 방향으로 꺾이는 광선들, 유도성 미사일들을 피해 가면서 돌멩이-모린-, 번개 줄기-아샤란-, 노란 빛 줄기-바르차-로 집중 타격을 가해 공격을 가하는 부분들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날개의 장치들을 하나씩 파괴해 광선 공격의 근원을 하나씩 없애가고 있었으며, 마야, 율리아가 나의 행동에 가세해 위성의 날개 부분을 조금씩 파괴해 가려 하고 있었다-율리아가 주로 나섰으며, 마야는 주변 일대에 몰려오는 인간형 병기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무렵, 벨리알의 몸체, 그 좌우에 장착된 둘이 하나인 날개들을 벌리기 시작해 X 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개의 그간 하늘을 향하고 있던 날개의 윗면을 앞으로 향하더니, 그 윗면의 한 가운데에 장착된 각 장치에서 붉은 광탄들을 3 ~ 5 발씩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 흩뿌려진 광탄들이 화망을 이루니, 그 광탄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겨우 피해가면서 발사 장치들을 하나씩 격파해 갔다. 그 무렵, 나는 날개에 연결된 장치들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했고, 이에 모린이 소환한 돌이 벨리알의 왼쪽 날개에 있는 접합 장치들을 강타하고 있었으며, 간혹 아샤란과 모린의 보랏빛 번개 줄기와 노란 빛 줄기, 하얗게 빛나는 작살들이 벨리알의 날개 접합 장치들에 대한 타격을 더했다.
이후, 내가 병기의 오른쪽 날개에 있는 접합 장치들을 지팡이, 내 왼손에서 발사되는 파랗게 빛나는 번개 줄기들 그리고 율리아가 발사하는 붉은 빛을 발하는 하얀 칼날들로 하나둘씩 폭파시키고, 반대편 날개의 접합 장치들은 모린이 소환하는 바위, 아샤란, 모린이 발사하는 노란 빛 줄기들, 하얀 작살들이 파괴했다. 그 접합 장치들이 붉은 화염을 터뜨리며 폭발을 거듭하면서 각 날개들에도 여파가 번져 날개 전체가 붉은 열기를 분출하는 불길에 휩싸이더니, 이윽고 날개들이 하나씩 차례로 폭파되고 있었다. 그 중 일부가 불타는 채로 계곡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야누아, 클라리스, 미라가 공격하던 입구 쪽의 장치 역시 미사일 발사 장치들이 하나씩 폭파되고 있었다. 미사일 발사 장치들이 유도성 미사일들에 폭탄들까지 흩뿌렸고, 또 기관포 발사 장치들이 광탄들을 잇달아 발사해 가며, 세 사람의 공격을 무력화하려 했지만 이들이 발사하는 파란 번개에 감싸인 창들, 칼날들에 의해 결국 모두 파괴되고 기관포들이 위치한 부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그 내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관이네." 그 광경을 보며 마르차가 말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여러 미사일 발사대와 기관포대를 장착한 장치의 중심부 안쪽에 동력원일 것임이 분명한 불꽃의 색깔을 띠는 개체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기계 장치 내부에 마치 심장과 심장에 연결된 혈관처럼 생긴 거대한 장치로 심장 같이 생긴 그 내부에 빛이 맥동하듯 깜박거리는 모습만 봐도 그것이 동력원임을 바로 알 수 있어 보였다. 마르차는 입구의 대문에 해당되는 장치 정도일 텐데, 그런 장치가 자체적인 동력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기가 막혀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아무튼 저 동력원을 깨부수면 그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거지?" 이후, 율리아가 야누아를 향해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는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아직 끝난 것은 아니기에 마음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했다.
"아직 상황 종료가 아니니까, 긴장하고 있어야 해, 이런 때에 마음 놓고 있다가 크게 당한 사례가 많으니까, 다들 조심하란 말이야."
여기에 야누아는 "내가 상황 종료라 말하기 전에는 상황 종료 아니야, 알았어!?" 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 때, 경고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엄중해서 이런 상황에서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엄하게 목소리를 내자, 마르차와 율리아 모두 뭐라 더 말을 건네지 못하고, 신나는 모습도 더 보이지 못했다.
"마르차나 율리아나 한 성질하는 애들이던데...... 그래도 야누아에게 다른 소리 못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큰 언니는 큰 언니인가봐 그렇지 않아?"
"야누가 마냥 얌전하기만 한 애는 아닌데, 뭐. 여기에 큰 언니 정도가 아니라 엄마 대신이기까지 했다잖아."
그 광경에 아샤란이 옆에 있던 모린에게 그것에 대해 말을 건네니, 모린이 조용히 미소를 띠며 답했다. 동력원에 해당되는 장치가 드러난 이후, 주변의 혈관처럼 생긴 장치에 열기가 동력원에 해당되는 중심으로 모여들고, 모여든 열기가 그 중심에서 격렬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앞에 있던 이들은 딱히 말을 하지는 않았어도 그것이 무슨 상황인 것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근처에서 물러났다가 바로 좌측, 우측으로 흩어져 갔다. 야누아는 벨리알의 몸체 왼편에 있던 마르차, 마야 그리고 율리아의 곁으로, 그리고 클라리스와 미라는 아샤란, 바르차, 모린의 곁으로 갔다. 나 역시 아네샤를 이끌고 벨리알의 몸체 위쪽 근방에 있으면서 전방 쪽을 피하려 했다.
"저 기계 몸체의 앞쪽에 있으면 크게 위험한 거지?" 그 무렵, 벨리알의 우측 몸체 근처로 가던 야누아에게 그 일대에 있던 율리아가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가 그렇다고 답하고서 기운이 축적되는 정도에서 전방 일대를 휩쓸어 버릴 정도의 빛 줄기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서 장치를 한 번에 파괴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피해 왔음을 알렸다.
그 무렵, 새처럼 생긴 전투 비행기들이 전방 일대에서 일행 쪽으로 날아들며 붉은 광탄들을 폭격하는 듯이 발사하고 있었다. 그러자 4 자매와 아샤란, 바르차 그리고 모린까지 각자의 수단을 통해 붉은 빛에 감싸인 전투 비행기들을 격추시켜 가고 있었다. 여러 색을 띠는 빛나는 개체들이 핏빛과도 같은 붉은 광탄을 발사하는 기계 병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전투 비행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을 뿐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몰려오는 속도가 빨랐고, 그들이 발사하는 광탄의 속도도 상당히 빨라 이들을 쏘아 맞히고 피하는 것만으로도 다급했다.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벨리알의 뒤쪽 너머에서 다가오던 전투 비행기들이 갑자기 자폭했고, 그 이후로 전투 비행기들의 출현이 멈추었다. 그리고 벨리알이 있는 그 일대가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이어서 벨리알의 기수 부분이 붉게 빛나더니, 이어서 붉은 빛 줄기가 전방 일대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 직경이 얼마나 큰지 벨리알의 몸체, 그 2, 3 배에 달할 지경이었다. 얼마나 격렬히 빛이 분출되었는지 여기에 소리는 말할 것 없고, 충격파로 주변 일대의 대기가 격렬히 진동을 일으킬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분출된 것은 빛 줄기 뿐만이 아니어서 그 줄기를 휘감으며 번개 줄기들이 방출되기에 이르고 있었으니, 그 주변 일대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빛 줄기의 분출은 큰 규모로 이루어졌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 줄기는 급격히 사그라져 주변 일대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당분간 저런 규모의 빛 줄기 분출은 없는 거지?"
그 무렵, 율리아가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렸고, 이에 야누아는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다른 유형의 공격이 있을 테니, 주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동력원이 위치한 부분의 왼편에 야누아 4 자매가, 그리고 오른편에 클라리스와 미라, 아샤란이 다가갔다. 하지만 이전에 클라리스, 미라, 야누아가 그랬던 것처럼 기계 부분의 바로 앞까지 근접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 무렵에 클라리스는 이전의 그 빛 분출로 사실상 끝이 난 것은 아니리라 예상했고, 여기에 상공에 있던 이들 중 대부분이 동의했던 바대로, 그 클라리스의 예상대로 동력원 쪽에서의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혈관 비스무리한 모습을 보여주던 부분이 빛을 발하더니, 각 부분에서 전방으로 하나씩 붉은 빛 줄기를 방출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이들은 굵기 자체는 이전의 그 빛 줄기와는 달랐으나, 이전의 빛 줄기와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각 빛 줄기 주변을 번개 줄기들이 휘감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빛 줄기 사이를 지나다닐 때에 그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였다.
혈관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장치의 여러 부분에 생성된 돌기와 같은 부분들이 생성된 이래로 각 부분들이 눈과 같은 내부 장치를 개방시키며 광선을 발사하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이에 왼편에서는 야누아 4 자매가 창과 칼날들을 발사하며 각 부분들을 공격해 제거하려 하였고, 우측에서는 클라리스, 미라, 아샤란이 빛의 칼날과 번개 줄기들로 우측 부분의 장치들을 제거하려 하였다. 이러는 사이 아네샤는 중심 부분의 동력원을 직접 타격하려 하였고, 나도 여기에 가세하였다. 동력원 자체는 내구력 자체는 높았던 것 같았으나, 주변의 장치들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무력화되지 않는 보호막 같은 것은 없었는지, 나와 아네샤가 발사하는 번개 줄기, 바람 줄기에 닿자마자 유효타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일행에 의해 공격을 받던 장치들은 금방 불꽃을 터뜨리며 폭파되었고, 수십의 장치들이 그래서 일행이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전부 무력화되었다. 폭파된 장치들이 불길과 연기를 뿜어내는 동안 중앙의 동력원 장치가 다시금 붉은 빛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에는 기운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지 이전에 전투 비행기들, 함선들이 발사하던 수준의 붉은 광탄들을 주변 일대에 흩뿌리는 정도의 공격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이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겨우 피해냈지만 아네샤는 보호막으로 막아내려 했던 모양이며, 상공에 있던 이들 중 대다수는 광탄을 각자 나름의 수단-보호막, 무기 등-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화망의 범위에 비해 광탄 자체의 위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동력원이 위치한 부분은 동력원 장치가 깜박이는 모습만을 반복해서 보여줄 뿐, 다른 행동을 취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야누아는 자신의 근처에 있던 동생들에게 "상황 종료야." 라고 사실상 그 부분은 끝이 났음을 알렸다. 그러자 마르차는 "정말 끝난 거지?" 라고 물었고, 이에 야누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마르차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바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누아 그리고 율리아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후의 일은 우리에게 맡겨! 율리! 뭐하고 있어, 어서 가자고!"
그리고서 마르차는 율리와 함께 동력원 장치 쪽으로 돌진해 나아가려 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마르차는 갑자기 마야가 생각났었는지, 야누아의 우측 곁에 머무르고 있던 마야에게 잠시 돌아서고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마야, 그 등에 매고 있는 검 말야."
"응?" 이후, 마야가 자신의 부름에 응하자마자 마르차는 마야에게 그가 등에 매고 있던 하므자의 검을 지목하면서 그 검을 쓸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마야는 그런 마르차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바로 답했다.
"그 검이 쓰일 때는 따로 있어. 일단 지금은 아니야."
"뭐, 마야에게 따로 생각은 있겠지. 가자, 율리!"
이에 마르차는 그가 멈추어 서는 것에 맞춰 비행을 멈추고 잠시 상공에 머무르던 율리아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동력원의 중심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이에 율리아가 앞장서서 동력원의 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아네샤, 너도 가는 거야?"
"응, 혹시 두 사람이 돌진해 가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가 보는 거야."
그 무렵, 아네샤가 그들을 따라 동력원 장치 쪽으로 날아가려 했고, 이에 내가 그를 따르면서 그 이유를 묻자, 그가 그렇게 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후, 나는 아네샤를 따라 동력원 장치 쪽으로 접근해 가려 하였다. 그 때까지는 이제 그 장치를 파괴하고 내부로의 진입할 일만 남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아네샤가 동력원 장치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무렵, 어둠에 물든 하늘의 어딘가에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뭐라고!?" 살려달라 외치는 앳된 목소리. 어떻게 들어도 어린 소년의 가녀린 목소리가 내는 다급하고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 외침에 동력원 중심에 도달하면서 통파에 붉은 칼날을 생성하려 하던 율리아 역시 잠시 멈추는 모습을 보였고, 이어서 마르차 역시 그의 왼편에 이르면서 비행을 잠시 멈추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전에 이어 마르차가 당황하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보며 물었지만, 그 누구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살려 주세요.....
그 때, 다시 한 번 살려달라 애원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때를 같이 해, 심장처럼 생긴 동력원 장치의 빛 역시 불안정한 맥동과 같이 빛을 깜박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계 장치가 다급해진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묘족 소년의 기억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는 그 때, 마르차, 율리아의 바로 앞으로 접근해 가는 나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는 묘족이에요. 아테다르마 협곡에서 기계 병기 군단에게 쫓기다가 그들에게 잡혀 여기로 왔어요.
"기계 군단에게 쫓기다가 잡혀......?"
"그래, 쫓기다가 잡히기는 했었지. 그리고 협곡에서 결전을 펼쳐서 거의 대부분이 장렬하게 전사했잖아."
이후, 마르차가 당황하면서 건네는 말에 율리아가 바로 화답했다. 그리고 기계 군단에게 포로로 잡힌 묘족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동력원 장치 쪽이었다-에 외쳤다.
그리고 저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동포들...... 저와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 모두 여기에 있어요. 그들 모두 여기에 잡혀서 누군가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러더니, 목소리는 다시금 다급히 외쳤다.
만약에 여기서 당신들이 이 기체를 파괴하려 하시면...... 저희들 모두는 여기서 죽고 말 거예요! 그러니, 제발...... 기체를 향한 공격을 중단하고 여기서 모두 물러나 주세요. 부탁드려요. 구원을 바라는 분들의 애원을 냉혹하게 거절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것을 누가 믿어!?" 그러자 율리아가 바로 외쳤다.
"너네들한테 포로가 어디 있어? 잡아들이면 고양이고 사람이고 죄다 산 채로 도축해서 살과 피, 뼈와 골수까지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들이 뭔 포로를 데리고 있다고!? 지금 들려주는 것도 산 채로 쳐 죽인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한 다타 (Data) 를 가공해 써 먹고 있는 거지!? 그 딴 짓거리 그만두고 본 모습이나 드러내! 헛짓거리 해 봐야 씨도 안 먹히니까, 당장 닥치라고!!!!"
하지만 율리아가 외치거나 말거나 소년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할 말을 전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부탁 드릴게요. 저희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지 말아 주세요. 만약에 여기서 물러난다면 이 분께서는 저희들이 자유의 몸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어요. 저는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은 아테다르마에서 기계들에게 잡힌 제국의 마지막 동포들이에요. 저는 그들의 대표로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치노 (Kõstãcino, Konstancino) 입니다.
"콘스탄치노? 그 황제는 수백년 전의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아직 어머니께서 한창 젊으실 적의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가 자신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치노임을 소개하는 말에 마르차, 율리아 모두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들이 태어난 시대보다도 한참 전의 인물이 계속 살아있다는 것이 말이 될 리 없다고 여기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국 그리고 콘스탄치노라는 이름에 놀란 이는 마르차, 율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뒤쪽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야누아, 마야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야누아, 마야의 표정은 터무니 없는 소리를 들은 듯이 행동하는 마르차, 율리아와는 다르게 아주 심각해져 있었다.
"콘스탄치노는 먀미아 성계에 있던 묘족 제국의 마지막 황제 이름이에요."
"그 산토 루이스라는 지역 일대에 있었다는 묘족 제국 말함이지요?" 그 무렵, 소정령 간 통신이 시작되면서 마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이에 내가 바로 응답했다. 그러자 마녀는 곧바로 그렇다고 화답하고서 이어서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국 부흥군에 의해 황제로 추대된 사람으로 아테다르마 협곡에서 있었던 마지막 전투 때에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기계 군단에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 한 명까지 싸움을 이어간 제국 부흥군의 수장인 히데오 (Hideo) 와 함께 한 사람이기도 하지요. 히데오가 자폭 돌격 이후에 전사하자 제국 총기함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여러 기계 병기들과 함께 장렬히 산화했었지요."
그리고서 마녀는 그 당시의 콘스탄치노는 인간으로치면 8 살 정도의 어린 소년이었지만 그럼에도 함선 조종법을 어느 정도 익혀두었고, 그래서 함선을 움직여 마지막 돌격을 하고 최후의 일격을 할 수 있었다고 그에 대해 이어 말했다.
"너무도 나이 어린 아이였지만 자신을 제국의 마지막 희망으로 삼은 형 못지 않게 영리하고 용감한 소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항간에서는 제국이 발전하는 시기에 황제였다면 뛰어난 정복 군주로서 알바레스 성계의 옛 묘족 제국 영역, 먀코 (Myako) 와 그 일대의 수복을 완료했을 것이라 평가를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서 먀미아의 묘족 제국이 멸망할 시기는 알바레스에 있던 묘족 제국이 멸망할 때로부터 90 여년 이후이고, 그 시점에서 야누아 자매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암만 묘족이 오래 살아도 100 년을 넘지 못한다-제국 황제들 중 가장 수명이 길었다는 브리미예 (Vrimiye) 여황제가 70 여년을 살았다고 했다-고 했는데, 수백년 전의 묘인이 아직도 살아서 소년의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고 있으니 마르차, 율리아의 입장에서는 실로 터무니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무래도 저 기계 병기는 아무래도 그 마지막 황제가 실은 삶을 바라는 평범한 소년이었을 뿐이고, 기계 병기에 갇혀 계속 고통받고 있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이후, 소정령 간 통신을 듣고 있던 아네샤가 마녀에게 말을 건네자, 마녀가 그런 아네샤의 말에 "그 말씀대로예요." 라고 화답을 했다. 그리고서 나와 그에게 지금 들려주고 있는 것은 일단 거짓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바로 앞에 있는 마르차, 율리아 그리고 야누아, 마야는 서로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시기에......." 그러자 마녀로부터 뜻 밖의 대답이 나왔다.
"야누아 씨, 마야 씨께서는 콘스탄치노와 세 지사들 그리고 그들을 따르던 부흥군의 영혼들 모두가 기계 병기 내부에 잡혀 있다고 믿고 계신 것 같아요."
"뭐라고요!?"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묻자, 마녀는 선대 황제였던 조항이 기계 병기들과 함께 자폭으로 기계 병기들이 점거했던 황궁과 함께 병기들을 소멸시켰다고 여기어졌지만 실제로는 자폭은 실패했고, 소년 황제와 황족들은 모두 기계 병기 내부로 잡혀 들어가 그 몸은 찢겨지고 영혼은 계속 고통받고 있지 않았느냐고 말하고서, 동생 황제와 그들을 따르던 이들의 영혼 역시 기계들에 의해 붙잡혀 같은 운명에 처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 야누아 씨, 마야 씨께서 마르차 씨 등께 말씀드리지는 않으시겠지요?"
"아마도 지금은 그러할 거예요."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마녀의 목소리가 답했다. 그리고 진실은 그 이후에 말할 것 같다고 이어 말했다. 그 이후로 소정령 간 통신은 일단 종료되었다.
"콘스탄치노고 뭐고, 수백년 전 묘인이 어린 시절 목소리를 그대로 낸다는 게 말이 돼!? 브리미예 여황제도 70 년인가, 80 년인가밖에 살지 못했다는데! 아니, 그것보다 지금까지 우리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잖아! 그런 녀석의 말 따위 들을 이유도 뭣도 없어!"
결국 마르차는 그 목소리는 기계 병기가 자신들을 속이기 위한 흉계에 의해 나온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율리아에게 "율리! 해치워 버리자!!!" 라고 외쳤다. 이후, 그들은 다시 동력원 장치가 위치한 그 반대 방향으로 잠시 나아갔다가 그 장치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자 바로 돌진을 개시, 몸이 재빠른 율리아가 먼저 동력원 장치로 다가가면서 붉은 빛 칼날들을 통파에서 하나씩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는 통파의 칼날로 동력원 장치를 강하게 찌른 다음에 빠져나갔다.
이후, 마르차는 율리아의 뒤를 따라 동력원 장치로 다가가 거꾸로 잡은 두 검으로 장치의 표면을 찌른 다음에 이어서 칼을 바르게 잡고, 칼로 장치를 잇달아 찌르기 시작했다. 수십 차례 칼날로 장치를 찌른 그는 이후, 장치가 폭발하기 시작하자 장치에서 물러났고, 그 이후로 율리아가 자신의 소정령 그리고 자신의 통파에서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생성해 구멍이 뚫린 동력원 장치의 안쪽으로 칼날들을 쏘아 보내니, 칼날들이 파괴된 동력원 장치 안쪽에 잇달아 박히면서 폭발을 거듭했다. 폭발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동력원 장치 전체에 폭발이 번지도록 하니, 그렇게 동력원이 자리잡은 기계 장치 전체가 폭발하기 시작하면서 마르차, 율리아 모두 야누아, 마야가 있는 쪽으로 물러났다.
"우리도 물러나 있자!" 그 때, 아네샤가 나에게 물러나야 함을 알렸고, 이에 나 역시 아네샤를 이끌고 벨리알의 몸체 그 앞쪽 부근으로 물러났다. 그러는 동안 문에 해당되는 기계 장치는 몸체 전체에 폭발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어서 동력원 장치가 있는 자리에서 열기가 터져 나오며 그 몸체 전체를 폭발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굉음이 폭염과 함께 터져 나오며 장치의 몸체를 휩쓸고 부서지게 만들었다. 굉음과 함께 터져나온 폭염이 사라지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사라진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원반형 장치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문 역할을 했던 기계 장치와는 다르게 붉은색을 띠는 반구체 모양 중심부를 변두리의 여덟 원기둥형 장치가 둘러싸고 있으며, 중심부와 주변 장치들을 잇는 통로가 하나씩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하나의 거점을 중심으로 8 개 구역으로 분할된 원형 구역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심부의 표면에는 붉게 빛나는 보석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것이 공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뭐야, 또 부속 장치가 나타난 거야!?"
"아니야,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 마르차의 외침에 야누아가 바로 반박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핵심 개체인 것 같다고 말하고서 바로 앞에 공격 장치가 있지 않느냐고 묻더니, 붉게 빛나는 보석처럼 보이는 공격 장치를 가리키며, 이전의 그 강력한 빛 분출에 대해 이전의 동력원 장치가 저 앞에 보이는 공격 장치에서 기운을 받아서 발사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저 안쪽에는 부속 장치들만 있을 거야." 그리고서 야누아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잡혀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 말하고서 사람이 머무를 공간은 그 기계 내부에 있을 리 없다고 이어 말했다. 아마 이전까지 들려온 목소리를 의식한 발언일 것이다.
"야누 언니, 이번에는 야누 언니가 앞장서는 거야?"
"응." 그 무렵, 야누아와 아샤란 그리고 모린이 앞장서려 하였고, 이에 마르차가 건네는 물음에 야누아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묘족의 진정한 원수와 벌이는 마지막 대결인 만큼, 자신이 앞장설 필요가 있음을 밝혔고, 이어서 아샤란과 모린 역시 먀미아 성계의 앞날이 걸린 일인 만큼, 성계를 대표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앞장서자마자 각자의 무장을 들고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앞 일에 대비하려 하고 있었다.
여기에 마야가 야누아 그리고 아샤란 사이에 끼어들었고, 그러면서 역시 이전까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허리에 차고 그것을 대신해 등에 매고 있던 검을 오른손에 들었다. 그 검은 칼날을 가진 검을 이용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판단했던 모양.
이전까지의 주역이었던 마르차, 율리아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그들의 뒤쪽 주변에 모여 있으면서 야누아, 아샤란 등이 병기의 중심부와 대치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각자의 무장을 손에 들고 있었으니, 이들 역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에 나는 아네샤와 함께 그 일행의 위쪽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를 조용히 지켜보려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이후, 벨리알의 중심부가 천천히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벨리알의 중심부가 점멸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에도 벨리알의 내부 기관이었을 기계 장치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렇게 한 동안 이어진 바람 소리만 울려 퍼지는 정적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이렇게 결정을 내리셨군요.
이전에 들렸던 그 소년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마치 바로 앞에 있는 이들에 대한 질책을 조용히 내뱉고 있었다.
당신들께서 이토록 잔인하실 줄이야.......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당신들은 믿었었는데.......
너무...... 유감스럽군요.
그러다가 유감스럽다는 말 이후에 목소리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음산하고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뒤섞이기 시작하더니, 점차 소년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그 여성의 목소리가 점차 두드러지며 소년의 목소리를 대체해 갔다.
당신들이 조금 더 순수했다면...... Si vous étiez plus naïf, ce serait beaucoup mieux pour moi. (당신들이 조금 더 순진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HAHAHAHAHAHA!!!!!!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이전에 율리아가 예상했던 바와는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율리아는 소년의 음성을 토대로 만들어 낸 다타 (데이터) 를 통해 합성한 음성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기계 장치의 인격 본인이 소년의 음성을 이용했던 것. 다만, 소년의 음성을 이용했다는 것 자체만 따지고 보면 율리아의 추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Bienvenu. (환영한다)
이후, 들려온 목소리. 환영한다는 뜻을 가진 인삿말이었다. 그렇게 하거나 말거나, 일행은 공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기계 장치를 조용히 노려보고 있을 따름이었고, 나는 그런 일행과 기계 병기의 대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Je ne savais pas que tu remarquerais mon plan tout de suite. Je l'ai aimé. (나의 계책을 바로 간파해낼 줄이야, 마음에 들었어)
Mais, vous n'êtes tous que des imitations après l'humain. (하지만 너희 모두는 인류 시대 이후에 태어난 모조품들일 뿐이지)
Les imitations des choses basses et mesquines. (미천하고 하찮은 존재들의 모조품 말야)
그리고서 목소리는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가려 하였다.
Dieu est avec moi, humilités (하찮은 것들, 신은 나와 함께 하신다)
신은 나와 함께 한다는 뜻의 말을 전하는 목소리. 이에 어느새 야누아, 아샤란 등의 옆으로 온 클라리스, 미라 사이에서 "Ce sera ta ruine. (그게 네 파멸을 부를 것이다)" 라고 자그마하게 답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미라의 것이었다.
Je... nous avons observé l'histoire et la civilisation de l'humanité pendant longtemps.
Ce court voyage et l'illusion d'une prospérité encore plus courte.
나...... 우리는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지켜봐 왔다,
그 짧았던 여정과 더더욱 짧았던 번영이라는 이름의 허상을.
Ils ont dû penser qu'ils avaient parcouru le chemin d'une grande civilisation
Et laissé d'innombrables héritages, mais,
Qu'est-ce qu'un homme? Un misérable petit tas de bagatelles!
Qu'est-ce qu'un chemin d'homme? Une misérable traînée d'évolutions... de dégénérescence.
그들은 위대한 문명의 여로를 걷고,
수없이 많은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실로 하찮은 것 투성이지.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 어리석고 형편없는 진화 아니 퇴화의 궤적일 뿐이지.
Oui, l'humanité a toujours dit que
Grâce à leur capacité d'écouter, de parler et de se souvenir,
Ils ont créé d'innombrables civilisations brillantes et créé d'innombrables héritages.
Mais est-ce si inhabituel de parler, d'écouter et de se souvenir?
Plutôt, piégée dans cette civilisation, l'humanité n'était-elle pas sur le chemin de la dégénérescence?
Ils perdent leur fourrure pour perdre les moyens de se protéger,
La détérioration des oreilles et de la queue pour faire la perte de communication,
Et l'affaiblissement de leurs instincts les a affaiblis eux-mêmes!
그래, 인류는 늘 말해 왔다.
듣고, 말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통해
수없이 찬란한 문명을 일구고 수없이 많은 유산을 창조해냈노라고.
하지만, 말하고, 듣고,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유난한 것인가?
오히려 그 문명 속에서 갇힌 채, 인류는 퇴화의 길을 걷고 있지 않았나?
털을 잃음으로 몸을 보호할 수단을 잃고,
귀와 꼬리의 퇴화로 소통의 수단을 잃었으며,
본능의 약화로 그들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Les singes n'ont pas évolué... ils ont dégénéré,
Aux imbéciles paniqués par une maladie insignifiante,
Aux faibles lâches qui craignent chaque goutte de sang!
Néanmoins, ils ont poursuivi la logique et la règle du pouvoir.
Sans se rendre compte que l'humanité est sévèrement non qualifiée
En tant que dirigeant du monde si une telle domination du pouvoir est vraie.
Des choses stupides... ils ne connaissaient jamais leur place.
원숭이는 진화한 것이 아니었다. 원숭이는 인류로...... 퇴화한 것이다.
하찮은 질병 하나에도 질겁을 하는 바보들로,
피 한 방울에도 공포에 떠는 나약한 겁쟁이들로 퇴화해 버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힘의 논리와 힘의 지배를 추구했지.
그런 힘의 지배가 진리라면 인류는 세계의 지배자로서,
심각한 자격 미달자임을 깨닫지 못한 채로.
어리석은 것들...... 자기 분수도 모르다니.
Je, nous avons essayé de guider une telle race humaine.
En leur faisant comprendre fermement qu'ils n'ont pas droit à la domination du pouvoir.
En montrant qu'ils ne sont rien d'autre qu'un vain sans nous, les fruits de la civilisation.
나는, 우리는 그런 인류를 계도하려 하였다.
자신들이 힘의 지배를 할 자격이 없음을 확고히 깨닫게 해 주었지,
우리 문명의 소산 없이는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Hameza...... J'aimais ses idées. Il croit que les chats-garous doivent être le véritable dirigeant du monde. Alors il a donc été attiré pour créer le monde qu'il souhaitait.
아므자 (하므자) 였던가...... 그 자의 사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묘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세상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지. 그래서, 그를 끌어들여 그의 뜻대로 그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게 하였다.
"아므자가 누구야?"
"하므자를 말함이야. 저 녀석들, H 를 발음하지 못해서 그래." 그 무렵, 율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마르차가 답했다. 이후, 클라리스가 야누아 등의 앞으로 다가가 기계 장치를 바라보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하지만, 그 세상을 추구한다면서 그대가 벌인 일은 하므자로 하여금 묘인들을 속여서 요새로 끌어들여 비참하게 죽도록 한 것이 아니었던가?"
"아니다. 나는 그들을 구원한 것이다." 이에 기계 장치가 말했다.
Quand je l'ai rencontré, j'ai vu le désespoir dans son esprit, désespoir pour le sort du même peuple qui ne peut échapper au lien de la défaite et de la destruction. Alors je lui ai fait une suggestion : "Je donnerai le pouvoir de nos machines à vos semblables.", "La race puissante, unie par la force du corps des machines et les forts instincts du chat, détruit l'héritage insignifiant de l'humanité, et ce sera le nouveau souverain parfait du monde et de l'univers."
Hameza a accepté ma suggestion. Il croyait pouvoir éliminer toutes les races, chats-fées, Elvés, Dvélphas, hommes-machines...... qui se sont les chats-garous au désespoir de l'univers par ma volonté.
Et il jura : Pour sa grande ambition.......
IL CONSACRERA TOUTES SES TRIBUS.
그 자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자의 마음 속에서 절망을 엿보았다, 패배와 멸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족의 운명에 대한 절망을. 그리하여 그 자에게 제안을 했지, 우리 기계의 힘을 너희 동족에게 주겠노라고. 기계 군단의 힘과 고양이의 강인한 본능이 하나된 강인한 종족은 인류의 하찮은 유산을 멸망시키고, 세상과 우주의 새로운, 완벽한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아므자는 그런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묘인들을 절망에 빠뜨린 모든 종족들, 고양이 요정족, 엘베, 드벨파, 기계 인간들...... 그 모든 것들을 나의 뜻을 통해 우주에서 쓸어 없애버릴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지.
그리고...... 그는 맹세했다, 대업을 위해.......
동족 전체를 바치겠노라고.
이번에도 클라리스가 무슨 뜻인지를 통역해서 알려주어 일행 전체가 기계 병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야누아처럼 기계 병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도 있었던 모양. 그렇게 기계 병기가 전하는 말이 끝날 무렵, 이번에는 기계 병기가 위치한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있었군요. 저희 나라의 모든 것을 앗아간 원흉이.
"묘인의 목소리 아니야?"
"맞아, 이전에도 들은 바 있어." 그 때, 아샤란이 놀라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했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 알면 모두 놀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모린이 야누아 등에게 그가 누구이기에 그러하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를 대신해 마야가 답했다.
"먀미아 묘족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사람."
"마지막 황제라면 조항 혹은 콘스탄치노를 말함이겠지?" 이에 모린이 마야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마야는 다른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 이후, 상공에서는 이전에도 들려왔던 묘족 소년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 중에 기계 군단의 요새에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군요.
저입니다. 묘족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조항입니다. 여러분의 노력 덕에 요새의 플라즈마 반응로와 주변 시설에 갇혀있던 수없이 많은 묘인들 그리고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시설에서 해방되어 저와 같이 해방된 이들과 함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저처럼 요새의 반응로에 갇혀있던 이들이 제 곁에 모여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와 마지막을 함께 할 예정이었던 황족들도 있지요. 황족이었던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서 조항은 말했다, 반응로에서 거듭 발생했던 물질화된 영혼의 핵융합 및 분열 속에서도 자신처럼 간신히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영혼들은 반응로의 고열 속에서 결국 본연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고 했다. 그 후, 조항은 자신의 일족들, 자신의 모친과 형제를 비롯한 일부 황족들의 목소리 역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하고서 그들 역시 그러한 운명을 겪고 말았던 것 같다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그들은 이제 세상에서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슬픈 일이지만,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두...... 제가 부덕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보다 노력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 제국 시절 뿐만이 아니라 아테다르마에 살아남은 묘인들의 후손들 중에도 요새에 잡혀 온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중에서 이성을 유지하던 이들이 말하더군요. 하므자라는 남자 때문이었다고. 그들 모두 한결 같이 그가 묘인들의 소망을 이용해 묘인들을 속였다고 말했습니다.
하므자가 누구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아마 아테다르마에서 살아남은 묘족 용사들의 후손들 중 한 명이겠지요. 그에 대해서는 아테다르마에서 생존했다는 묘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므자가 처음부터 타락한 심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에는 아테다르마의 여러 묘인들과 다를 것 없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의 집안은 특별히 가난하거나 곤궁한 처지가 아니었으며, 여타 사람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이 왜 그런 타락의 길로 빠졌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더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하므자는 묘인 부족들의 현실과 묘족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찬란했던 묘족 제국의 역사와 그 역사에 비하면 보잘것 없어진 묘족의 현실,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묘족의 운명에 절망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그런 처지에 몰아넣은 장본인은 묘족 제국을 멸망시킨 엘베, 드벨파 족 그리고 고양이 요정족이었으며, 특히 묘족 신성 기사단이 제국을 멸망시킨 가장 큰 원흉으로 증오했다고 합니다.
"묘족 신성 기사단이라면....... 어머니와 라니아 아줌마께서 예전에 속하셨던 그 기사단이잖아."
그 때, 묘족 신성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율리아가 바로 반응했다.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친구였던 라니아가 함께 있던 기사단 아니었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마르차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묘족 신성 기사단이 가담했던 전쟁에 의해 멸망한 제국이라면 소위 '묘류 제국' 이라 칭해지는 바스타체의 제국이었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묘류 제국이면 바스타체의 제국 말함이지? 바보짓만 하던 아줌마의 제국. 그런 제국을 동경했단 말야!?"
"그랬다는 모양이야." 이후, 바스타체를 언급하며, 율리아가 경악하는 듯이 묻자, 마르차는 바로 그랬던 것 같다고 답하고서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종족들을 착취하고 동족 간의 싸움을 통제하지 못해 결국 착취당한 종족들의 동족들이 고양이 나라 전체를 유린해 묘족의 본고장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그런 제국을 대체 왜 동경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짜증내는 듯이 율리아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냥, 묘족이 가장 강했던 시기의 제국에 대한 동경 때문이겠지. 다른 뜻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때, 마야가 그런 마르차 그리고 율리아에게 말했다.
하므자는 엘베, 드벨파, 고양이 요정족을 묘인들을 나락에 빠뜨린 원흉으로 여기고 증오했으며, 그들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묘족은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 믿었지요. 그리고 묘족은 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으로 이전 시대 문명의 주역이었던 인간이 가지지 못한 '사냥 본능과 뛰어난 신체 능력 그리고 다산의 욕구' 를 통해 인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종족이라는 믿음을 깊이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묘족의 원수로 여기어진 종족들을 극복할 힘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묘족의 기계 군단을 몰아내기 위한 부흥군에 가담하고 기계 군단에 의해 포로가 되었을 때, 기계 군단의 힘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계 군단의 막강한 힘과 수없이 많은 병긷르을 마주한 그는 그 힘이 묘족의 원수들 그리고 인간들을 정복할 가장 강력한 힘으로서 그 기계 병기들의 신체가 가진 강인한 힘이 묘족을, 고양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야누아 등의 묘족 4 자매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부터 하므자에 대해 분노를 느꼈으니까. 진짜 묘족 제국을 멸망시킨 원흉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각도 없이 기계 군단을 동경하며, 기계의 힘이 묘족을 더욱 강하게 만들리라는 믿음에 사로잡힌 것은 그가 어리석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 아테다르마 계곡에서 기계 군단과 장렬히 투쟁했던 부흥군의 후예인 아테다르마 묘족의 선조들의 비원을 이루려는 소망을 이용해 전쟁이란 이름의 사기를 쳐서 묘족들을 기계 군단에 팔아넘기고, 기계 군단이 산 채로 묘인들을 잔인하게 해체하고 피 한 방울, 단말마 한 마디부터 영혼까지 빨아먹는 광경을 목도했던 것이었으니.
더 나아가, 전투 비행기, 전투 함선들을 고양이로 칭하는 짓거리를 당당하게 묘족 앞에서 했으니, 야누아가 분노하지 않을래야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아네샤도 하므자에 대해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므자가 저질렀던 일은 묘족들을 기계에게 넘겨서 산 채로 기계들이 그들의 살과 뼈를 찢고 부숴서 피 한 방울, 단말마에 영혼까지 에너지원으로 삼도록 한 것일 뿐이었잖아요. 이것을 당신께서는 이해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율리아가 물었다. 그러자 조항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분, 콘스탄치노라는 이름을 몇 번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콘스탄치노는 저와 달리 알려진 역사대로 마지막 함선을 이끌고 장렬히 기계 군단과의 분투를 이어가다가 전사했었지요. 하지만 그 이후로 안타까운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뭔가 있긴 한 것 같아." 그러자 율리아가 다시 말했고, 이에 클라리스, 미라 모두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음을 밝혔다.
"그 안타까운 일이라는 게 뭐예요?" 이후, 율리아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후, 조항의 목소리가 그런 율리아의 물음에 화답하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새의 동력 기관이라는 지옥 너머에서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저는 저 자신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기계 군단과의 장렬한 싸움을 마치고 아테다르마에서 승천했어야 했던 제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이에 마르차, 율리아는 물론, 아샤란, 모린 그리고 바르차까지 놀라고 있었다. 방금 전에 들렸던 것은 바르차의 목소리였다. 묘족 황제 콘스탄치노는 아테다르마 일대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로서 기계 군단과의 싸움에서 승천한 후에 천국으로 가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조항의 진실이 그간 먀미아에서 전래된 설화와 전혀 달랐다는 것에서 설마 했었던 일이긴 했지만...... 이것까지 사실이라 믿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때, 야누아에게서 혼잣말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차, 율리아의 놀라는 반응 그리고 아샤란, 바르차 등의 믿겨지지 않는다는 반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반응으로 마야 역시 야누아의 그런 말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누아, 마야 두 분께서는 소년 황제를 자신이 붙잡고 있다는 벨리알의 말에 심각해져 있었는데...... 이것을 예상한 것일까."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벨리알의 동력 장치 앞에서 그가 전하는 목소리에 헛소리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던 마르차, 율리아와 달리 그들 근처에서 벨리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야누아, 마야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마야는 몰라도 야누아는 실은 마지막 소년 황제의 영혼까지 기계 병기에 붙잡혔다는 이야기까지 믿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조항의 영혼이 그런 신세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너도 그 소년 황제의 영혼 역시 그런 신세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했을 것 같았는데."
그 때, 아네샤가 그런 나를 보면서 물었지만 그 물음에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야누아, 마야의 심각해진 표정을 보면서 '설마 그 소년 황제까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그런 추측에 동의할 생각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콘스탄치노의 영혼이 잡히게 되었는지는......."
이후, 바르차가 물음을 건네었으나, 조항의 영혼은 그것에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답을 하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저는 콘스탄치노의 영혼이 어떻게 저 기계 병기에게 잡히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문 저편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 전쟁에서 얻은 영혼들만큼 좋은 동력원은 없다고 '악마' 가 말했던 것입니다. '악마' 는 최근 들어 하므자가 그 영혼들만큼 우수한 영혼 결정들을 제공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요. 하므자가 요새에서 자신들이 죽인 자들의 영혼들 중 일부를 가공해서 결정체로 만들어 '악마' 에게 바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므자는 어딘가에 주기적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변질시킨 플라즈마를 바치고 있었어요. 아마 이 안쪽에 무언가 또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영혼들을 모아 결정들을 모으고 있었어요.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전에 하므자가 영혼들을 변질시킨 플라즈마 그리고 영혼 결정이란 것들을 어딘가로 가져가고 있었다고 했지?"
"응." 그 무렵, 아네샤가 나에게 하므자가 결정들을 들고 어딘가로 가져가고 있었다는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바로 답했다. 그리고서 아네샤에게 요새 깊은 곳에 갇혀 있던 묘족 소년의 영혼이 알려준 것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전에 하므자에게 죽었다는 묘족 소년 영혼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거야. 그 소년이 알려준 이야기였어."
"하므자 그 녀석이 결정들을 어딘가에 갖다 바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게 그 '악마' 의 제물이었다는 거지?"
"......." 마르차가 야누아 등에게 다가가서 심각하게 목소리를 내며 묻자, 야누아는 목소리를 내는 대신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다는 답을 하고 있었다. 이후, 마르차는 마야에게 '악마' 는 기계 병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바로 그렇다는 답이 나왔다.
"조항의 영혼이 그것을 악마라 칭하고 있음은 사악한 목소리가 기계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 그 정도야. 하지만 실제로 그 병기는 이전에 미라 그리고 내가 알려준 바대로 악마로 칭해지고 있었지. 하므자는 '벨리알' 이라 칭해진 악마의 하수인이었던 거야."
이를 통해 그 시점에서 나는 다른 일행들 역시 눈앞에 있는 기계 병기의 정체가 '벨리알' 이란 이름의 악마였음을 이미 알아차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하므자는 기계 병기의 하수인이기 전에 악마의 하수인이었다는 거야!?"
"둘 다라고 할 수 있어. '악마' 라고 칭해지는 것은 세니티아 등에서는 '악마' 로 칭해지고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기계 병기 군단의 일부인 기계 병기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거야."
이후, 마르차가 경악하면서 건네는 물음에 미라가 답했다. 영혼 결정들의 실제 쓰임새가 검의 제조가 아닌 벨리알의 동력원에 쓰일 것이었던 만큼, 영혼 결정이 검의 재료라는 하므자의 말은 거짓임이 분명했겠지만 그것에 대해 새삼스레 이야기를 꺼내거나 하는 이는 없었다. 검을 가진 마야부터 시작해 모두 다 그러할 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들께서는 이미 그 병기의 실상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시기에 그것에 대해 더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그 병기의 정체는 '72 대 병기' 들 중에서 68 번째인 '악마 벨리알' 이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인 '악마' 는 바로 벨리알 자신이었던 것이지요.
벨리알은 우리 묘족 제국이 아테다르마에서 펼친 마지막 전쟁 때에 기계 병기 군단의 뒤에서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황제가 남긴 기함이 기계 병기들에 격돌해 자폭을 할 때에 그 현장에 남아있던 벨리알은 아테다르마에 흩어졌던 묘족들의 영혼을 죄다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고 하더군요.
벨리알은 묘족들의 숙원이었던 고토인 알바레스 성계의 먀코 그리고 그 주변 지역의 수복을 목표로 묘족 제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묘족들을 수없이 학살한 기계 병기들의 진정한 사령관으로 묘족 제국 멸망의 진정한 원흉이라 일컬어진 존재로서, 묘족 제국 뿐만이 아닌 제국의 후예인 묘인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세계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악한 악마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할 자신만의 이상을 위해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명과 영혼을 희생시키려 하는 추악한 존재입니다.
여러분. 부디 그 악마로부터 제 동생을 구원해 주십시오. 그리고 동생을 따라 나선 3 명의 지사들과 그들을 따라 묘족의 구원을 위해 투쟁했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영혼들...... 그 모두가 저 악마의 몸 속에 붙잡혀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나서 주신다면 저도...... 저를 따르는 영혼들과 함께 있는 힘을 다해 여러분들을 돕겠습니다.
그리고서 조항의 목소리가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라고 그 곳에 모인 이들을 향해 물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 말이 없어도 아테다르마 그리고 먀미아에서 기생 생물처럼 도사리고 있던 요새 그리고 그 요새의 주인이라 할 수 있었을 벨리알을 용납할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도와드리겠습니다." 야누아가 우선 답했다. 그 이후, 마르차 역시 "도와드리겠어요." 라고 답했고, 이어 마야가 "도와주겠어." 라고 답하고, 마지막으로 율리아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모린과 아샤란 등의 대답 이후에 클라리스가 벨리알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면서 조항의 영혼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말씀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을 비롯한 수많은 용사들이 이루지 못한 비원, 기계 군단의 고난으로부터 묘족을 해방시키는 일을 완수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저 악마가 사라진다고 한들, 악마의 속임수에 농락되어 수없이 많은 동족들을 잃은 묘족들의 구원이 다가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 이후로 더 이상 묘족들이 하므자와 같은 타락한 변절자들 그리고 저 벨리알과 같은 악마에 의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있었을 고통과 고난은 더 이상 오지 않겠지요.
그런 믿음과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바스타체라는 어리석은 자에 의해 생겨났을 묘족 그리고 다른 종족 간의 적대감 역시 해소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l semble que vous soyez tous prêts.
너희들 모두 준비는 다 된 것 같군.
Mais cela n'a pas d'importance. Parce que quoi que vous fassiez, rien ne sera changé.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Je peux reconstruire la flotte tout seul maintenant.
나는 지금이라도 내 힘으로 함대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Le fléau de vous petites choses n'est tout simplement rien pour moi.
너희 하찮은 것들의 발악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Mais, vous avez vu trop de choses.
그러나, 너희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았어.
C'est un péché impardonnable.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다.
Maintenant je vais purger le monde de ta présence, la présence des pécheurs.
이제 나는 너희 죄많은 것들의 세상을 지워버릴 것이니,
빔을 분출할 때마다 저 심장부는 자신의 소모된 내구력을 회복하려 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빔을 뚫고 심장부를 직격할 무언가가 필요해요.
혹시 버려야 할 무기가 있나요? 그 무기가 있다면 중심부를 향해 던져 주세요. 그러면....... 그 무기에 저희들을 힘을 실어 그 중심부를 돌파해 볼게요.
그대가 짓밟은 자들의 염원이, 그리고 그대의 간계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의 비원이.
물론,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었겠지만.
이로써, 그 동안 제국과 신민들..... 아니, 우리 모두를 괴롭혔던 악의 화신은 아테다르마를 찾아온 우리의 뜻을 이어받은 묘인들에 의해 멸망하고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다. - 라는 하나의 역사가 완성된 것입니다. 비록 우리 신민들의 후예도 아니었고, 우리와 같은 묘인도 아니었습니다만, 그 일을 해낸 이도 결국에는 옛 루마 인들이 남긴 땅에서 살아온 묘족의 후예. 그런 이들에게라도 마지막 비원이나마 이루어질 수 있어 천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