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3. La Tormenta Violeta : 6


여기는...... 어디인가?

  비행 도중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이전에 들려왔던 소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떻게 들어도 노년기를 맞이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노년의 목소리는 마치 그 동안 다른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듯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기는...... 지옥이 아니로군.
  그래...... 내 나라를 지키지 못한 죄로 그 동안 지옥에 갇혀 있었던 것 같은데...... 지옥의 폭발에 휘말렸다가 깨어나니, 다시 이승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어떻게 된 일인가, 그 폭발에 휘말려 이승으로 돌아오게 된 것인지......

  지옥에 갔다가 이승으로 돌아왔다는 목소리를 통해 그 목소리가 벨리알의 동력원 내부에 갇혀있던 영혼들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말했던 지옥이란 아마도 벨리알의 동력원 내부였을 것이다. 동력원 및 몸체 전체가 폭발하면서 그가 갇혀있던 '지옥' 이 폭발하면서 그 영혼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해 말해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그 영혼이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으로 비행을 하면서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줄 것도 없고, 알 것도 없다네. 다만, 내 나라를 지키려고 이것저것 해 봤지만, 다 실패하고 지옥으로 떨어진 줄만 알았던 그런 노인네라고만 알았으면 좋겠구먼.

  자신을 나라를 구하려다 구하지 못하고 그 죄로 지옥에 떨어진 노인이라 소개했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후, 자신의 나라가 어떤 나라이고,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 나라는...... 여기서 먼 서쪽의...... 세 강이 모이는 곳에 있었지. 먼 옛날, 조상들은 험난한 황무지에서 험난한 기후와 질병이란 고난 속에서 간신히 그 땅을 찾아 나라를 세웠어. 그 땅을 나라 사람들은 '미카바노파라 (Mikavano Para)', 우리 말로 '세 강이 모이는 땅' 이라 칭했다네.

  "미카바노파라...... 산토 루이스 일대를 말함이겠지?"
  아네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 이 나라를 세운 이들의 고향은 그 땅이 아니었어. 이 곳에서 머나먼 곳에 있는 별에 있는 땅이었고, 그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세우고 살아갔었다네. 하지만 사람들의 과오로 인해 나라는 멸망하고 노인들과 아이들만이 이 행성의 황무지로 버려진 것이었어. 나머지는 모두 죽었지. 나라의 왕과 사람들은 그래서 옛 고향을 되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지.

  차라리 그 꿈을 바라지 않았더라면....... 그 악마 놈들이 우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때는 바로 그 때였어. 그 놈들이 어떻게 우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네. 다만, 우리가 처음 원정을 떠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벨리알이란 악마는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우리를 자신을 위한 제물로 간택했었다고 하더군. 그리하여 우리는 끝없이 벨리알이란 악마가 거느리는 기계 군단과의 괴로운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네.
  그 놈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어. 브리미예 (Vrimiye) 여왕의 말기, 그리고 그 아들이자 조항의 부왕인 바야즈트 (Bayajutu) 시대에 이르러 고향 땅을 되찾기 위한 원정은 중단되었고, 그 이후로 기계 군단의 습격은 더 없으리라 믿었건만...... 그 망할 놈들의 욕심은 끝내, 이 나라의 땅에 이르렀어. 그 놈들은 이 나라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혀를 내미는 마수의 입과도 같았지.
  그 악마들의 마수가 뻗친 시대에 저주받을 니미츠 (Nimicu) 가 실로 어리석은 결단을 내렸지. 하늘을 검은 구름으로 가리면 기계 놈들이 힘을 쓰지 못하리라 믿은 거야, 그 놈들이 태양열을 에너지원 삼고 있으리라 믿은 탓이지. 하지만 그 놈들의 에너지원은 그 따위가 아니었고, 결국 묘족들은 탐욕스러운 악마의 기계 군단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말았어, 결국 조항도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지만 그마저 실패하고 기계 군단에게 잡힌 것이고.

  나는 조항의 동생, 콘스탄치노의 휘하에 있던 부흥군의 일원이었지. 부흥군이라 했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결사대나 다를 바 없었어. 결사대의 목표는 그저 동쪽 멀리 나아가 해안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지. 만약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이 초원을 지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동포들의 살과 피를 잡아먹고도 모자라 모든 묘족의 살과 피를 갈구했던 그들은 결국 우리를 뒤쫓았고, 결국 아테다르마에서 잡히고 만 게야.
  사람들은 콘스탄치노를 '신황제' 라 칭하고 있더군. 그리고 그 휘하의 용사들의 무용을 극찬하고 있었던 것 같더구나. 나를 비롯한 무리가 어떤 신세인지도 모르고...... 다른 것은 없어. 우리의 육신을 차지하지 못한 벨리알이 우리의 영혼이나마 거두어가려 했었고, 그 뜻에 의해 그 몸 속으로 끌려가 지금까지 물질화되어 고통받고 있었던 게야.
  하지만, 그런 그들을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없네. 그들이 우리의 실상을 알 방법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애초에 우리가 잘못된 선택의 끝에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은 결과가 이것이었으니. 아마 콘스탄치노도 자네를 비롯한 이들을 원망하지는 않고 있을 걸세.

  어찌되었든 나는 이승으로 돌아왔어. 아마 지금 즈음이면 콘스탄치노를 비롯해 지옥으로 떨어진 이들 모두가 돌아왔을 게야. 아마도 벨리알의 심장이 묘족 전사에 의해 궤뚫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 그리되었으니, 그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 행여 그 사람을 만났다면, 이렇게 전해주게 : 한 때, 저항군의 일원이었던 일개 노인이 지옥에서 해방된 것에 대해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고, 그리고 콘스탄치노를 비롯한 모두가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라르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 것 같아?"
  이후,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전에 히데오, 므노르 그리고 스그르라는 세 사람의 이름을 들었다고 말하고서, 그들 중 한 명이지 않았을까, 라고 말했다.
  "일반인이었다면 황제의 이름을 잘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 이름을 잘 아는 데다가, 마치 이전부터 잘 알던 사람처럼 언급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측근들이었을 세 노인들 중 한 명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던 거야."
  "야누아, 마야 등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그러할 것이라는 답을 하였다.



  그렇게 비행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나는 어느 초원에 누워있는 묘인 한 사람을 발견했다. 모습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어도, 그는 내가 이전에 보았던 하므자가 확실해 보였다. 두 손과 발은 손목, 발목 채로 잘려 있었고, 그 자리를 금속 부품이 대신하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기계 장치에 손, 발이 잘린 채로 묶여 있었던 것 같다. 벨리알의 몸 속으로 끌려가면서 하므자는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손발이 잘리고 기계 장치가 그 자리에 이식된 이후에 결박되는 도중에 냈던 소리였던 것 같다.
  벨리알의 폭발과 함께 발생한 열기는 폭발에 의해 생겨난 모든 파편들마저 삼켜버리고 소멸시킬 정도로 강렬했을 텐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 형체나마 온전히 남아있었다는 것은 아마도 하므자는 강한 내구성을 가진 장치에 결박되어 있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 하므자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풀밭 위에 착지한 다음에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아네샤가 그런 나를 따라 나섰다. 아직, 마야 등은 그를 발견하지 않은 것 같았다.

  "....... 당신들, 누구요?"
  나를 발견한 하므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괴로움과 아픔을 견디다 못해, 신음 소리가 뒤섞인 목소리로 겨우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참한 신세였겠지만, 그 동안 있어왔던 일들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이 참 다행이기는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입니다만." 그 물음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로 지나가던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어찌하다가 그런 꼴이 되었느냐고 하므자 앞에 앉아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바로 그로부터 이런 대답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는 이런 신세라 스스로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하오. 그러하니...... 저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옮겨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그 자들에게 죽소! 사람 목숨 하나 구한다고 생각하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구려......"
  "그 자들이라는 게 대체 누구......."
  "그것보다, 어찌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 것 아닌가요?" 이후, 아네샤에 이어 내가 하므자를 바라보면서 물었고, 그러자 자신을 바라보며 앉은 나를 바라보더니, 주변 일대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나에게 이렇게 애원 섞인 목소리로 부탁을 하고 있었다.
  "...... 그 자들로부터 저를 지켜주신다고 약속하시면,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겠소."
  "그럼요, 약속하고 말고요." 그러자 나는 하므자로부터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바로 약속해 준다고 답했다. 그러자 하므자는 나를 보더니, 진심으로 그렇게 약속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아네샤가 나를 대신해 진심이라고 답을 하자,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면서 뭔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처음부터 이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소. 저도 한 때에는 제 고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런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오."

  제가 어렸을 때, 아테다르마 협곡 일대에 전염병이 돌았소. 수많은 묘인들이 목숨을 잃었지. 그 때, 저는 그 전염병이 창궐한 와중에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 묘인들 중 하나였소. 너무 어렸을 때에 전염병에 걸려 거의 죽을 뻔했고, 그 여파로 저는 계속 병약한 체질로 살아야만 했다오.
  그런 사정도 모르는 채, 제 또래의 아이들은 저를 약하고 둔한 아이로 칭하며, 저를 멸시했었소. 심지어 저보다도 어린 묘인들도 저를 멸시하며 무시하고, 심지어 장성하고 나서도 사람들은 제가 제대로 된 일거리 하나 주지도 않았다오, 저 같은 약한 것들은 이 세상에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오.
  아무리 그래도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거리 하나 주지 않고, 심지어 사람 취급하지도 않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이오, 저는 제가 원해서 그런 지경이 된 것은 아니란 말이오!

  "그러니까, 고향 마을에 창궐했던 전염병과 그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받은 나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나약해지지 않았을 것이고, 또, 나약함으로 인해 고향 마을 사람들에게 핍박받고 무시당하고 버려지는 일까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이후, 아네샤가 하므자를 보면서 그렇게 물었고, 그 물음에 하므자는 "그렇습니다." 라고 답했다.

  너무도 원통하고 억울했지만 세상에 제 편은 없었지요. 그리하여 저는 당시 마을 아이들이 남겼던 '억울하면 강해져 봐라' 라는 말을 상기하며, 그 말대로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며, 마을을 떠났지요. 그 이후로 도시의 경비대에 자원해 군 생활을 하기도 했고, 또, 군 생활 도중에 만났던 지인들과 합심해 그들과 용병단을 결성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곳의 묘인들에게 하나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 있었음을 알았지요. 바로, 그것은 기계 군단과 대결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서 승리하고, 영광을 쟁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부흥군을 자처한 이들이 아테다르마에 숨은 기계 군단을 정벌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었지요. 그리하여 제가 이끄는 용병단은 기계 군단의 거처를 향했습니다. 이전까지 부흥군을 자처했던 묘인 용사들이 기계 군단의 거처로 뛰어들었지만 그들 중에서 살아서 돌아온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는군요. 그래서 저는 바랐습니다. 제가 승리하고 돌아올 수 있다면, 묘인 사회에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 아니, 살아남기라도 하면 그렇게 되리라 장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하며 다가간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지요. 그들 무리는 너무도 강했고, 결국 저는 그들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두 손과 두 발이 결박당한 채, 요새의 한 구석에 갇혀있던 어느 날, 어떤 기계의 목소리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전부터 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조건 없이 저를 풀어주고 살려 보낼 것이며, 내가 원했던 것, 강한 힘을 나에게 줄 것이라 말했었지요.
  그 대신으로 기계의 목소리는 한 가지 요구 조건을 걸었습니다. '바치겠다' 라는 한 마디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바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그토록 증오했던 것들이 내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제물로 바쳐질 것이라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 조건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살고 싶었으니까요. 고통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강함을 증명하지 못한 채로 죽는다면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할 것 같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바치겠습니다. 그러하니, 저를 살려 주십시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 그리하여 기계 군단의 종임을 스스로 선언하셨군요."
  이에 내가 바로 그에게 물었고, 이에 하므자는 처음에는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강해지고 나면 언젠가 돌아와 그 힘으로 기계 군단을 때려 눕히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이후, 저는 기계 군단의 에너지를 품은 무구까지 손에 넣고 귀환했었지요. 그렇게 살아남은 이는 저 하나였습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죽었더군요. 용병단을 결성하기로 결심했던 군 생활 시절의 전우들은 모두 기계 군단에 의해 살해당하고 저만 살아서 귀환한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기계 군단과의 싸움에서 살아 돌아온 자로서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사람들은 이제 제가 하는 말에는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순간이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았어요. 저 같은 영웅과 함께 기계 군단과의 싸움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저를 따르기로 한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용병단을 꾸리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저처럼 묘족의 구원에 관심이 많았던 고양이 요정족 두 아이들이 다가왔지요. 하지만 저는 묘인들의 싸움에서 그들이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고, 대부분의 묘인들 역시 그러하였지요.

  "아무래도 야누아, 마르차 두 분인 것 같아."
  "그 때의 사건 때문에 야누아 씨, 마르차 씨 모두 하므자에게 벼르고 있었을 텐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고양이 요정족 소녀 둘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고, 아네샤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아닌 것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죽을 뻔했던 야누아, 마르차는 그 이후부터 하므자의 만행에 지속적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이전에 내가 지켜보았던 하므자가 패배한 이후에 야누아, 마르차가 보였던 모습은 마치 그를 저주하는 악귀와도 같았을 정도였다.

  저는 그들을 죽이기를 원치 않았지만 묘인들이 그를 죽이라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그를 죽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것이 내분으로 이어졌지요.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용병단 내의 각종 이권을 두고 구성원들이 이미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여기에 고양이 요정족의 아이들을 내세운 것이었지요.

  "죽이지 않으려 했다고?"
  "하므자 씨, 그 이야기를, 지금 당장 야누아, 마르차, 두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주장하실 수 있나요?"
  나도 그렇고, 아네샤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야누아, 마르차는 그 때, 하므자의 명령에 의해 감옥에 갇히고 죽을 뻔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두고 함부로 거짓말을 하는 이가 있을까. 당장에 나부터 그 모양인데, 저런 말을 들었을 때에 당사자였던 야누아, 마르차의 심경은 더 말할 것 없을 것이다.
  "계속해 봐요." 그럼에도 그로부터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에게 더 이야기를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도망쳤고, 저는 그 모든 것을 없던 일로 만들어 사람들을 무마시켰습니다. 아마 제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무사하지 못했겠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그들을 신경쓰지 못했으면서."
  "내 말이...... 진짜 욕이 나오려고 할 참이야. 저런 이야기 계속 들어줘야 해?"


  아무튼, 저는 용병들을 이끌고 다시 기계 군단의 근거지로 나아갔지만, 결국 그들의 힘을 이번에도 이기지 못했고, 저는 다시 포로로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지요. 그 목소리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자신의 곁으로 올 것만 같았다고. 기계 군단은 저의 몸에 무슨 장치를 이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언제나 저를 감시하고, 또 다시 자신의 뜻을 거역하면 지옥 끝까지 쫓아서라도 죽이겠다고.
  그리고서, 그들은 저를 다시 풀어주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냐고. 이후, 저는 그들의 뜻을 들어주어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 때에도 다시 용병단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믿고 온 사람들을...... 그들의 말대로 함정으로 끌어들여 제물로 바쳤습니다.
  처음에는...... 아니, 자책감이....... 아니아니, 이런 일을 할 때마다 늘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자괴감으로 늘 괴로웠습니다. 이런 일을 누구라고 하고 싶겠습니까?

  "그러니까, 딱 한 번만 하고, 그 다음에는 이러지 않으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던 것이로군요?"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그런 그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지만 하므자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어떠하였든, 그것은 상관 없었다. 정말로 그가 그런 생각으로 그런 행각을 벌였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런 생각은 '한 번만', '딱 한 번만' 이런 생각을 거듭하며, 사람들을 기계들의 잔혹한 칼날 앞에 내밀어 기계들의 연료로 만드는 것을 반복해 온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봤다는 사람은 없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얼마나 큰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두려울 수 있고, 그래서 한 번만 하자는 생각은 그 때만큼은 진심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겪고 나면, 그것은 낯선 것이 아니다. 그 낯설지 않게 된 것을 떨쳐내는 것은 한 번만 하자는 생각 정도로는 떨쳐내기 쉽지 않다. 여기에 하므자는 기계 군단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종족의 배반에 대한 대가를 받고, 이를 통해 실제로 영화를 누릴 수 있었으니, 더욱 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 유혹에서 벗어난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인류의 역사 때부터 지금까지. 그 수를 세려면 아마 셀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하므자는 악행을 벌일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왔고, 심지어는 묘인이 아닌 사람들도 죽여갔다. 간단하게 용서받을 일이 결코 아니었다.

  이런 일을 누구라고 하고 싶겠냐는 말입니다! 저도 늘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늘 그들에게 시달리고 감시당하며 살아왔단 말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괴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왔단 말입니다! 원망하려면 기계 군단을 원망해야지, 왜 저를 원망하고 탓합니까!?

  하므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도 괴로웠음을 호소하는 목소리. 하지만 이미 나와 아네샤에게도 그 목소리는 변명을 말하는 것으로 들릴 따름, 악의 유혹을 떨쳐내지도 못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을 하므자 자신은 상상도 못할 괴로움 속으로 밀어넣고서는 잘도 그런 말이 나온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야누아 등이 그 소리를 듣고 올 것이라 생각 안 해요?"
  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내가 바로 되물었고, 이 무렵부터 슬슬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하므자는 그저 자신의 물음에 대답해 달라고 계속 호소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더 질문할게요. 당신께서 들고 계시던 그 검 말이에요."
  "무슨 검!? 나는 검 같은 것은 들고 있지 않았다! 제발 나를 살려 줘!!!"
  그 때, 아네샤가 하므자에게 검에 대해 물으려 했다. 검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므자는 그 물음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살려달라고 계속 호소할 뿐이었다. 그 목소리는 점차 커져가고 있었고, 더욱 다급해져 가고 있었다.
  "검에 대해 대답만 하세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든 해 드릴게요!"
  이에 아네샤가 바로 검에 대해 대답만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만 할 따름이었다. 이전에 야누아 앞에서 검의 재질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하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에 야누아 앞에서 이런저런 물질들을 자랑스럽게 언급하시지 않았던가요."
  "그건...... 그건!!!!" 이후, 내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다시 묻자, 하므자는 다급하게 뭔가 대답하려 하고 있었다. 그 때,

  "....... 그저 허세에 불과할 뿐이었겠지. 이런 재질로 만든 검이 너의 잡검 따위에게 당할 것 같냐, 라고 시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거야."
  라고 그의 말에 나를 대신해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앳되면서도 특유의 차갑게 쏘아붙이는 듯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마야의 목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려보니, 그 방향으로 하므자를 향해 앞서 다가오는 마야의 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파랗게 빛나는 자신의 대검이 쥐어져 있었다.
  "너...... 너는.......!" 그 때, 마야의 모습을 보더니, 하므자가 다급히 물었다.
  "너는 누구냐고 묻고 싶겠지?" 그러자 마야가 그를 보더니, 마치 그의 행동이 어떠한지 알 것 같다는 듯이 그렇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하므자는 그 물음에 그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그를 보더니, 마야가 조용히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 너는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아. 어떻게 아느냐고? 너한테 죽을 뻔한 사람에게 지겹도록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게다가 그 때 그들이 죽었으면 나 역시 의지할 데 없는 고아가 되었을 테고."
  이후, 마야가 그렇게 말을 건넬 무렵에 율리아가 그의 왼편 곁에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야누아, 마야도 따라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고 여기고 아네샤에게 이제 가자고 청했고, 그 이후에 아네샤를 이끌고 하므자가 쓰러진 먼 발치에서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했다. 그 때, 하므자가 뭐라 외치려 했지만 곧, 마야가 그를 보더니, 그런 그에게 곧바로 차갑게 쏘아 붙였다.
  "저기 저 분들께서 너를 구원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렇지?"
  "재미있는 것 가르쳐 줄까?" 그리고 이어서 율리아가 그에게 물음을 건네는 것처럼 하므자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그는 조용히 입꼬리를 자신의 왼쪽 방향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하므자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그 '고양이' 군단 말이지? 그 기계 군단의 기계들 말야. 저 언니들이 가장 많이 죽였어."
  ".......!!!" 먼 발치에서 보였던 하므자의 경악하는 표정은 지금도 기억에 남고 있다. 그 당시의 하므자는 진심으로 충격에 사로잡힌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말인 즉, 그 동안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기계 병기들의 대열 사이를 파고들어가며 그들을 궤멸시켰던 이들의 모습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이들에게 목숨을 구걸하려 하다니, 라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정말로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나 봐? 설마, 그 동안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기계 병기들의 대열에서 난동을 부리고 요새를 함락시킨 이들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거야?"
  이후, "옥좌에서 그간의 상황을 어떻게든 지켜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라는 말을 경멸스러운 표정과 함께 건네는 율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서 율리아는 잠시 후에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서 그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 동안 뭐라고 말했어? 그 언니들 앞에서 열심히 뭐라 지껄이고 있었는데, 한 번 이야기 해 주지 않을래?"
  ".......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므자에게서 나지막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마야는 물론, 바로 앞에서 질문을 건네었던 율리아 역시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이후, 율리아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그를 내려다 보면서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다 듣고 있었어."
  그리고서 '두 언니들'-나와 아네샤- 앞에서 변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얼마나 다급한 목소리를 크게 내던지, 멀리서 다가오면서도 다 들렸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그에게 그 동안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하고서 이어서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용병단의 단장이 되어 묘인들의 소망이었던 기계 병기 군단 타도를 달성함으로 부와 명예를 달성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기계 군단에게 잡혀서 그들에게 동족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살아 돌아왔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살아 돌아온 이후에 영웅 대접을 받으면서 용병단을 다시 조직한 이후, 야누아, 마르차가 그들에게 가담했을 때, 묘인이 아니라고 잡아서 가두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부하들이 죽이라고 충동질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죽이려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 기계 군단의 앞잡이가 되었지만 그들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편이 된 것일 뿐으로, 자신도 편안하지 않았다. 늘 기계 군단의 감시에 시달려야 했으며, 언제 그들에 의해 버림을 받고 죽을지 몰라 불안에 시달려 왔다.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불안했었나 보네. 그래서 그들이 주는 보물을 늘 껴안고 사셨나 봐? 동족들의 몸을 찢어발기고 그 영혼을 기계에 겁탈당하도록 한 대가로 받은 검을 만지작거리면서?"
  "그 보물은 내가 좋아서 받은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 보물들은 자네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들이야!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들이었어!!! 그런 보물 따위 나는 필요하지 않아!"
  "그렇다면 전부 가져가게 해 줘. 남은 것들이 있다면 말야." 그러자 마야가 율리아의 왼쪽 곁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그래, 가져가라. 얼마든지 가져 가!!!" 하지만 그의 표정이 보였다. 가져갈까봐 두려워하는 그 표정. 마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래서 그의 옷가지를 뒤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과연 너 다웠어, 가져가지 말라고 얼굴에 쓰여있는 모습을 이렇게 보여주고 있었잖아."
  그 이후로는 율리아가 목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실히 이전보다는 높아져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 결국 너는 종족을 배신한 매국노이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고 그 추종자가 된 이이고, 동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배신자이고, 묘인들과 외계의 사람들의 살과 피를 찢어발긴 살인마, 학살자이고!!! 그들을 기계들의 원자재로 만들어버린 돌아이새끼라는 거야!!!"
  "나는 내가 원해서 그런 짓을-"
  "입 닥쳐, 이 새끼야!!!" 그 때, 율리아가 바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뭐?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얻어맞고, 내동댕이 쳐지고, 기계 악마에게 버림 받아서는 손, 발 다 잘린 신세가 되어 놓고나서도 그런 변명이 나와!? 지금 야누아, 마르차, 두 언니들 앞에서 잘못했다고 울면서 빌어도 모자랄 판에!!! 나와 마야 언니 앞에서 변명이나 해!? 왜, 우리들은 뭐, 아무것도 몰라서, 네가 하는 변명이고 뭐고 다 받아줄 것 같았어!?"
  그 이후, 마르차가 율리아의 바로 옆으로 다가올 즈음에 더욱 과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뭐!? 나는 죽이려 하지 않았다!? 기가 차서 정말...... 내가 그 하찮게 지껄이는 거, 못 듣는 줄 알았어!? 이 부모 팔아 먹을 새끼가아아아!!!"
  그 때, 야누아가 마야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 때, 마르차가 그를 보더니, 다 듣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고서, 이어서 더 말할 필요 없고, 당장 그를 죽여 버리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에게 그 역시 기가 찰 일 아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더 말할 것 없어, 이 녀석,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그냥 죽일 필요도 없어! 산 채로 찢어 버려!!!"
  하지만 야누아는 팔짱을 낀 채, 하므자의 모습을 한 동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달리 말을 건네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표정에서 야누아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네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스스로의 의지로 타락의 길을 걷지는 않은 것 같았어, 이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었고. 어렸을 때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면서 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누구나 착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었어. 너 같은 나쁜 사람들, 포악한 사람들은 나는 전혀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기도 했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에도 변화가 왔어. 그 계기 중 하나가 바로 하므자, 너였지. 굳이 네가 아니더라도 나이를 먹고,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하면서 사람들이 왜 나쁜 길로 빠지는지 알게 되더라."
  그리고서 그는 한 가지 숨겨둔 것이 하나 있었다고 말하고서 자신의 치마 왼쪽에 달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내 오른손에 들려 하면서 하므자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검은 검 역시 네가 원해서 받지 않았다고, 너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겠지?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잘 들어. 그 검에 대한 이야기야."
  이후, 야누아가 오른손에 올린 하얀 빛 방울이 밝은 빛으로 변해 가면서 주변 일대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 동안의 바람 소리 이후,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하므자의 목소리였다.

멋진 검이다. 하하하...... 너무도 멋진 검이야. 하하하......
이것이...... 인류 역사가 만든 지혜와 기계의 기술력이 결집된 예술품이란 말인가.

이런 멋진 기술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니, 역시 기계의 편이 되길 잘 했어. 이런 예술품을 만들 수 있는 멋진 기술력을 가진 존재를 우리 조상들, 콘스탄치노 황제와 히데오, 므노르, 스그르라는 3 명의 지사들은 왜 혐오해 왔는지 몰라. 비록 공포 속에서 굴복하듯이 그들의 편이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충성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초에 그들에게 진심으로 복종하고 그들의 뜻대로 행동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래....... 앞으로도 더욱 그들에게 충성해야지. 그들을 위해서라면 묘인 몇 백, 몇 천, 몇 만...... 아니, 모~든 묘인들이라도 전부 바칠 수 있고, 그렇게 할 거야. 그러면 그들의 살과 피를 기계들이 가공해서 그들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무기를 제작해 나에게 계속 제공해 주겠지. 크흐흐흐흐...... 이렇게 나는 더욱 강력한 전사로 거듭나는 거야...... 흐하하하하.......

맞다, 이 검의 이름을 정해야 하겠군. 뭐라고 정하지...... 그래, 이게 좋겠군. 나는 기계 군단이라는 신의 사명을 받드는 신명의 왕, 그리고 신명의 왕은 이 멋진 대검으로 심판을 하지. 그러니까, 이 검의 이름은 레페 드 쥐즈망 뒤 르와 뒤 드테로노므 (Lepe-dwi-jwijuma-dwi-rwa-dwi-duteronomu, L'épée de jugement du roi du Deutéronome), '신명왕의 심판검' 이 될 거야.

그래, 신명왕의 심판검,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묘인들의 정수가 담긴 나라는 새로운 묘족의 왕에게 어울리는 제왕의 검이라 할 수 있지. 앞으로 이 검은 나의 손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의 전승 속에서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 나를 더욱 빛나게 해 줄 거야.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 전에 마야 씨께서 벨리알의 몸체에 투척했던 그 대검이었겠지? 참 거창한 이름이야, 그렇지 않아?"
  "어떤 의미에서는 어울리기는 해, 그의 어리석은 허세에 어울린다는 말이야. 대단한 물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 내가 건네는 말에 아네샤가 바로 화답했다. 그의 허세를 상징하는 물건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아네샤는 이제 하므자에게는 죽는 것 이외에는 남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때? 재미있었지?" 그리고서 야누아는 오른손 위에 올린 빛이 사라지자마자 그 손을 내렸다가 치마 왼쪽에 매어놓은 광검의 자루를 다시 손에 들면서 물음을 건네었다. 야누아는 물론, 바로 옆에 서 있던 마르차, 그리고 자신의 오른편에 서 있던 마야 그리고 율리아 모두 크게 놀라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그러할 줄 알았다' 라고 빛 방울이 기억하고 있던 목소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이전부터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지라 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거야. 그 때 기계 군단이 마련해 준 옥좌가 있던 방에서 죽었어야 했던 것을 벨리알이 네 손과 발을 잘라가면서 살려두고 있었기에 이 지경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거야. 그것은 알고 있겠지?"
  이후, 그는 광검의 자루를 손에 들고 있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렸을 때, 강간을 당한 것도 아냐,
어쩔 수 없이 몸을 판 것도 아냐,
죄인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것도 아냐,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근사한 꿈이나 이상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아무것도 못하는 현실에 절망한 것도 아니었잖아.

  "하다 못해, 그런 사연이라도 있었다면 생각이 조금은 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네가 한 짓은 그저 남들보다 더욱 잘 나기를 바라면서 어설픈 용병단을 조직해서는 큰 일을 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험한 꼴을 몇 번 당하고, 기계 군단에 잡혀서는 제 목숨 하나 살겠다고 그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긴 것밖에 없었어."
  그리고서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한 번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이후에도 너는 그 악마들에게 동료들, 동족, 심지어는 인연 하나 없던 사람들까지 기계들에게 넘겨, 그들이 산 채로 살이 베이는 고통과 피를 흘리는 공포 속에서 죽어가게 만들었지. 그러는 동안에 너는 그 대가로 건네는 보물과 영예에 빠져 영화를 누리며 살려고 했을 거야, 그렇지 않아?"
  이후, 그의 목소리는 더욱 격해지기 시작했다. 분노가 점차 더해지고 있음이 목소리를 통해서도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괴감과 자책감으로 늘 괴로웠다고 했었지? 그 피 흘리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을 거야.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내 앞에서는 기계 군단을 미래의 영도자라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더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을 텐데. 그 때에는 전투기, 인간형 로봇, 함선도 될 수 있다고 했지? 고양이의 뇌 세포가 들어갔기 때문이겠지. 동족들을 팔아넘기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게 죽어가게 한 것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할 말인가, 그게?"
  "아니야.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었어! 그렇게 떠들지 않으면 그는 분명 나를 죽이려-"
  "그 지경이 되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그러자 야누아에게서 격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더불어 그의 표정이 잠깐이나마 경멸을 넘어 혐오의 감정을 품은 험악한 표정으로 변해 갔다. 그 순간, 그에게서 "빌어먹을 종자 같으니." 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너는 그 때, 벨리알 탓을 했었지? 벨리알이 아니었으면 이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래, 그것은 네 말이 맞기는 해. 먀미아 묘족들이 힘들게 세웠던 제국이 처참하게 멸망한 것도, 그들의 후예가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 것도 결국 벨리알과 기계들의 발호가 원흉이었던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제국이 처참한 멸망에는 아기토노 니미츠의 어리석은 전략이 한 몫 제대로 거든 것도 사실이야. 그 니미츠가 기계들의 특성을 오해하고 검은 폭풍을 방어책이랍시고 일으켜서 벌어진 참사였어. 그런 참사가 없었다면 제국의 운명이 그렇게 허망하지만은 않았을 거야."
  그 무렵, 잠깐 차분해졌던 야누아의 목소리가 그 이후로는 걷잡을 수 없이 과격해졌다.
  "그리고, 아테다르마 묘족의 그 지경이 된 것도 벨리알 탓이겠지만, 결국 그런 비극의 원점에서는 하므자, 네가 있지 않았어!? 물론 배경에는 벨리알이 있었다고 해도, 그 모든 일의 결정은 하므자, 너 자신에게 있었어! 다른 누구도 아니라!!!"
  그리고 그는 분노의 심정을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왜? 어디, 그 때, 나와 마르차를 죽이려 했던 것도 벨리알 탓이라고 해 보지? 벨리알이 명령해서 나와 그 애를 죽이라고 했을 것 아냐!?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려고 안달이 나는 꼴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것이지, 안 그래!?"
  "나는 너희들을 죽이려 하지 않-"
  "시끄러!!!! 이 토막 쳐 죽일 새끼야아아아!!!!!!!" 그러자 야누아로부터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나 분노가 컸는지, 그 목소리가 멀리서도 격렬히 진동할 지경이었다.
  "방금 전에 마야하고 율리아 앞에서 헛소리 지껄이면서 그 따위 거짓말이나 하더니, 이제 자신이 죽일 뻔한 내 앞에서까지 그런 말이 나와!? 내가 뭐, 못 들을 것 같았어!? 지금까지 나와 마르차, 그리고 마야와 율리아가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한 것이 몇 번인 줄 알아!?"
  이후, 야누아가 들고 있던 광검에서 파란 빛이 뿜어져 나와 칼날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때가 되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 이전에도, 아니 어렸을 때부터 너를 죽이겠다고 늘 다짐하고 다짐했었어. 내 상상이 닿는 한 가장 잔인하게 죽여버리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해 왔다고. 그럼에도 여러 괴물들, 변이체들 그리고 기계들을 베어왔지만 너 같은 사람, 그것도 동족인 사람을 베는 것은 차마 할 짓거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이제는 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강대 세력에 빌붙어 생명이라고는 우습게 보면서 막상 자기 자신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도 없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면서 내 동생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심지어 자신의 무리를 가장 많이 파괴한 이들에게 목숨 구걸이나 할 줄 아는데, 이런 것에게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 너는 팔, 다리부터 시작해 뼈를 전부 부수고, 내장까지 전부 터뜨려 버릴 거야! 그 잘난 네놈의 피가 이 바닥을 흘러내리게 만들 것이라고!!!!"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목숨 구걸을 하고 싶었다면 진작에 했어야지, 이제 네게는 기회가 없어. 애초에 그 요새의 옥좌에서 너는 이미 죽었어야 했었단 말야, 그 벨리알이 어떻게든 살려두었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거지, 그렇지 않아? 이제 네게 남은 것은 그 때 네가 죽여버린 생명들의 비명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너 자신이 직접 깨닫는 것밖에 없어."
  이후, 야누아는 왼손의 손끝마다 하나씩 파란 빛으로 칼날을 생성하기 시작했으며, 그런 그를 마르차가 조용히 따르면서 자신의 무기, 한 쌍의 소검들을 들기 시작했다. 그 때, 하므자가 "잠깐!" 이라고 외친 이후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라고 외쳤다. 그 시점에서 그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았다. 아마도 유언이라고 그들에게 뭔가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 외침에 마르차는 물론, 야누아도 잠시 멈추고 그를 지켜보려 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옥좌에서 했던 말이 있을 것이다!"
  "이제 인류의 시대는 가고 묘족의 시대가 온다, 그런 말인가?" 그 때, 야누아의 오른편 곁에 있던 마르차가 조용히 묻는 목소리를 냈지만, 하므자는 그런 그의 물음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그 때, 내가 기계 군단의 힘에 취해 미쳐 있었다고 생각했겠지!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다! 너희들이 생각한 대로, 나는 그 힘과 권세 그리고 부에 취해 있었고, 그것들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0000 년 남짓의 세월에 걸쳐 우행을 반복한 인류의 어리석은 역사를 그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인류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새로운 세상은 인류 그리고 너희 같은 인류의 모조품이 아닌 묘족 그리고 묘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치 않고 있다!
  내가 그 때 말했듯이, 인류는 '의존하는 약자들' 이다! 개개의 인간들은 허약했다! 너무도 약해 빠졌지! 자그마한 짐승 하나 스스로의 힘으로 이기지도 못하는 나약하고 하찮은 것들! 털이라고는 없어서 추위도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것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들은 그 나약함으로 인해 다른 종족에게 늘 쫓기기만 하고, 서로 의지하지 않고는 힘을 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줬지. 타고난 능력 하나 없이 멸종돼 마땅했던 것들이 요행으로 문명이란 것을 휘어잡아서는 다른 종족들을 제압하고 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자신들의 영역에서 쫓아내고 멸족시켜갔지.
  그들의 문명은 근본부터 잘못되었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잘못되었어. 수많은 생물들을 멸족시키고, 행성계의 자연을 끝없이 더럽히고 타락시켜 갔다. 그리고 기어이 자기 자신들끼리 서로 죽이는 무참한 짓을 일삼았지, 창과 검, 총포와 같은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무기로! 그 와중에 생물들이 본연의 삶을 온전히 추구할 수 있는 곳은 없어져 갔지.
  그런 어리석고 나약한 자들이 세상의 주역이 되었으니, 그 문명의 역사도 어리석고 부질 없는 짓거리의 반복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문명에 지나치게 의지하며, 동물로의 본성을 잃고, 아이를 낳는 것마저 두려워하기 시작했지!
  인간이 변하면 된다고? 어림 없는 소리! 그들은 나약했기에 그런 식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에게 약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였기에 그들을 배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물이 가지는 본연의 모습을 악마의 것으로 칭하고 배척하면서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문명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단 말이다!

  허나, 우리 묘류는 어떤 자들인가? 그들 인류가 '의존하는 약자들' 이라면, 우리 묘류는 '독립하는 강자들' 이다! 무엇이든 혼자서 해내는 그런 종족이란 말이다! 인간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동안 우리 고양이들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곁을 떠나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고, 그것을 당연히 여기지. 어려서부터 험난한 세상 살이를 견디는 능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종족이란 말이다.
  또한, 먹고, 자는 것부터 몸을 씻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사냥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자기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그런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그리고 인류가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주저 없이 아이들을 낳고 낳아왔다! 개체의 수만으로도 우리 묘류가 인류를 압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그 지경이 되면서까지, 지금 당장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마르차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여기에 율리아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마야 역시 표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언니들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려 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마르차는 하므자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옆에 있던 야누아에게 그를 바로 죽이지 말고, 마냐하타 마을 교외에 있는 처형대로 끌고 가자고 청했다. 공개 처형을 시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누아는 그런 요청을 거절했다.
  "처형을 시키면 다른 누군가의 손에 저 더러운 자의 피가 묻게 돼. 그런 일은 나는 원치 않아. 그리고, 이 자는 나와 너의 원수이기도 하잖아. 그 원수 갚는 일을 남에게 맡기는 것은 나는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해. 저 더러운 자에 관한 것은 우리가 모두 끌어안고 사라지게 해야 해."
  이후, 그는 "그리고 이후에 할 일이 있어." 라고 말하고서, 검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왼손에 푸른 기운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푸른 기운에 감싸인 왼손을 앞으로 내밀자, 하므자의 몸뚱이가 야누아가 서 있는 그 바로 앞으로 떠올라오고 있었다.

  자연은 강자들, '독립하는 강자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치를 부여하였다. 납득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말해두지. 강자가 세상을 지배해야 모든 종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강자는 타 종족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지. 약자들은 다른 종족을 본연의 모습대로 놓아두지를 못해! 인간은 약자였고, 그래서 다른 종족에게 불관용적인 문명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던 말이다! 그 따위 하찮은 종족이 아닌 우리 묘류가 세상을 지배했다면 문명이 그렇게 타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멸종했고, 인류의 문명은 흔적만 남았다. 찬란한 문명은 왜곡된 모습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독립하는 강자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장악하는 문명으로! 인류가 지향했던 하찮은 것들은 모두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묘류의 강인함과 본능의 힘이 찬란한 문명을 새롭게 이끌어 갈 것이다!

  야누아가 광검의 빛을 더욱 격렬히 빛나게 하고 있는 동안에도 하므자의 연설 아닌 연설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마르차, 마야 그리고 율리아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야누아 그리고 하므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이미 질릴대로 질려 있었다. 묘족을 묘류라 칭하면서 찬양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묘류' 라 칭한 동족들을 기계 군단에게 팔아넘기고 무참히 죽게 만든 행위와 모순된다는 것에 대해 더 말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았다

  "독립하는 강자들...... 참 매력적인 어구야.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는 말 같기는 해. 그래, 그 말이 옳다면, 우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계 군단의 기술력과 문명에 의존하기 위해 독립하는 강자들이 될 수 있었던 동족들을 문명의 도구로 전락시켜버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의존하는 약자들' 을 비판하면서 자기 자신이 그런 '의존하는 약자' 였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매들 중에서 가장 뒤쪽에 있던 마야만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을 따름이었다.

  인간이 추구해 온 가치로 무엇이 있던가? 윤리? 믿음? 소망? 사랑? 야망?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묘족은 그런 것 없이도 얼마든지 자신들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런 하찮은 것들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고양이들은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런 것을 배우고 생각할 시간에 우리 묘족은 발톱을 세우고 이빨로 사냥하는 방법을 배워 왔다! 미래의 문명은 그런 자들을 위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모순적인 발언을 죽음 직전에 이르면서도 이어가고 있던 하므자에게도 자신을 죽이려 벼르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 앞에서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이미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눈앞으로 다가오는 공포스러운 환각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환각인지는 당장에는 알 수 없었다.

웃고 있나?
웃고 있는 것이냐!?
웃고 있냐는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실컷 웃어 보거라!!!!!
이 하찮은 길고양이의 자식년들아아아아아아아아!!!!!
보잘것 없는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 쓴 더러운 피조물들아아아아아!!!!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인류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단 말이다아아아아!!!! 하하하하하하하!!!!!
몇 번이고 말했을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의존하는 약자들을 원치 않아! 세상은 독립하는 강자들을 원해!!!

  그리고 잠시 후, 분노의 감정으로 눈이 빛나기 시작하고 온 몸이 푸른 기운에 감싸인 야누아가 오른손에 든 검을 내밀기 시작했다. 마력의 기운이 광검의 칼날에 실리며 칼날을 이루는 푸른 빛을 더욱 격렬히 빛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아아아아!!!! 우~이히히히히!!!
그렇다! 멍청한 인간들이 아닌 고양이들이 세상을 지배해야 해!!! 애~해해해해해해!!!!!!
그것이야말로 진리! 운명! 세상 모든 인간 같은 것들은 인간으로 있으면 안 돼애! 모두 고양이가아-!!!!

  야누아가 광검의 칼날을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왼쪽에서 아래로 거세게 휘두르며 십자 모양의 상처를 하므자의 배에 내고, 이어서 그 가운데를 찌르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다가온 마르차가 자신이 가진 한 쌍의 소검으로 그의 등을 거칠게 베어냈다. 그와 함께 단말마의 비명이 들판 위의 상공까지 거세게 울려 퍼졌다. 칼날들이 살결을 찢어냈지만 마력에 의한 고열이 일어나는 칼날에 의해 베인 탓인지 베인 흔적에서 피가 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깊은 원한 서린 세 칼날들이 묘인의 몸에서 멀어지자마자 바로 칼에 베인 자국들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하므자는 절명했지만 시신은 여전히 마력에 의해 공중에 떠 있었다. 그 때, 야누아, 마르차를 대신해 마야가 그 시체에 다가갔고, 이어서 자신의 검을 두 손으로 들고, 기운을 잃은 그의 목을 파란 기운을 뿜어내는 검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강한 힘이 실린 칼날은 시신의 목을 바로 절단하였고, 지면에 타락한 묘인의 목이 떨어졌다. 이후, 마야는 푸른 기운에 의해 피가 증발했음을 확인하고 난 이후에 검을 다시 등에 매고서, 그 타락한 묘인의 목을 오른손으로 주웠다.
  그리고 이어서 붉은 기운에 감싸인 모습을 보이며, 율리아가 다가와서는 야누아에 의해 이미 찢겨진 배를 통파의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로 가르고서 그 안의 장기들을 파헤쳤다. 피가 율리아에게 계속 튀면서 그의 몸을 감싸는 붉은 기운에 의해 증발되어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다시 시신에 다가간 야누아가 검을 왼쪽 허리에 매달고 두 손의 손끝에 생성된 파란 빛의 칼날들로 흉부를 뜯어내고, 흉골, 늑골을 깨부순 후에 허파를 비롯한 흉부의 장기들을 찢어내더니, 마지막으로 심장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거칠게 뜯어냈다. 야누아의 몸 역시 푸른 기운에 감싸여 있었기에 시신에게서 튄 피는 그의 몸을 감싸는 기운에 의해 증발되어 붉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야누아가 그렇게 시신에서 심장을 떼낸 이후, 율리아가 마지막으로 그의 몸체를 왼발로 강하게 가격했고, 그로 인해 날아간 몸체는 그의 뼛조각과 장기들이 내버려진 그 바로 뒤쪽에 떨어졌다. 그 시점에서 몸체를 공중에 뜨게 했던 마력의 기운은 연기처럼 그 몸체를 떠났다.
  "더 못 들어 주겠네. 남은 이야기는 지옥에서나 해." 우선 마르차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고,
    "마지막까지 열성적이기는 했네. 그 점만큼은 존경할만 했어."
  이후, 처참히 망가진 시신을 바라보며, 하므자의 심장을 들고 있던 야누아가 말을 건네었다. 이후, 그는 오른손에 든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자신이 손에 품은 마력의 기운에 의해 증발되는 붉은 연기가 심장에서 일어나는 동안 잠시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어 말을 건네었다.
  "....... 부디, 저승의 재판관들이 너의 연설에 감복할 수 있기를 바랄게. 묘족의 신과 묘족의 조상들이 너를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무지개 나라에 있는 그들이 너를 볼 일은 없을 거야."

  그의 시신이 바닥에 떨어진 이후에도 뭔가가 터져 나오는 끔찍한 소리가 한 동안 울려 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산 채로 살과 피가 찢기는 고통을 안기며 어리석은 권세와 문명의 힘에 의지해 살아왔던 '의존하는 약자' 하므자는 죽었다. 그에 의해 죽음의 지경에 몰렸던, 그리고 자신들을 부양했던 이들을 잃을 뻔한 4 자매의 복수도 마무리 되었다.



  "야누 언니, 이제 다 끝났잖아. 심장을 들고 뭐하려는 거야?"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이후, 마르차의 물음에 야누아가 아직 할 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그는 심장을 든 채, 하므자의 부서진 뼈와 살 조각들이 널부러진 곳을 등지고, 해안 쪽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표정이 이전에 비해 더욱 엄숙해져 있었던 것이 마치 무언가 의식을 치르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세 동생들과 상당히 거리를 둔 어느 지점에 이르더니, 심장을 두 손으로 들고서, 두 팔을 높이 들면서 손끝마다 칼날들을 생성했다.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우리들의 구원자 므라사크피코 님께서는
암흑의 땅에 갇힌 우리들을 구원하시어
세 강이 만나는 땅, 미카바노파라에 우리를 인도하셨다.
노을빛 신의 시대를 이끄셨던 위대한 하얀 신과
찬란한 은빛 시대를 이끄셨던 은빛 여제의 뜻을 이어 받으시며
새로운 므카도노먀코를 세우시고,
사방에 먀코를 지키는 네 도시를 세우시니,
여덟 황제께서 대를 이어 백년 영광의 길을 열어가셨노라.
아아, 구원자시여, 열조의 황제들이시여,
길 잃은 우리를 희망의 빛으로 인도하소서.
다시 한 번 영광의 시대를 열게 하소서.

  이후, 야누아는 자신의 손끝에 생성했던 그 칼날로 심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두 황제 폐하와 세 지사 분들,
그리고 고양이 나라를 위해 마지막까지 싸워주신 분들께 고하나이다!
이제 여러분의 후손들을 배신하고 그 원수와 한 무리 된 배반자의 피를 바치려하니,
이로써 여러분들과 남은 자들의 한이 풀리기를 바라는 바이나이다!
신이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산 묘인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그리고 잠시 후, 심장이 터지면서 그 피가 주변 일대가 흩뿌려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은 야누아가 손에 품은 마력의 기운에 의해 증발되어 으깨어지고 불타기 시작한 심장과 함께 연기로 화해 사라져 갔다. 보라색 연기가 계속해서 야누아가 높이 올린 두 손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후, 연기가 그의 손에서 사라지자, 야누아는 천천히 두 손을 내렸다. 그 이후, 바람만 고요히 부는 정적 속에서 야누아가 조용히 혼잣말을 이어갔다.

후손들이 알지 못하는 동안 악마들에 의해
붙잡혀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지.
허나, 이제 악마는 사라지고,
반역자는 처단되었습니다.
비록 참혹한 역사의 궤적과,
그로 인한 여한은 남겠습니다만,
악마와 반역자의 저주는 두 번 다시 묘인들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그러하니...... 이제 한과 슬픔을 거두시고,
묘족의 신 그리고 신이 내린
무지개빛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주세요.
저희 산 자들도 계속 배우고 노력하여,
다시는 하므자와 같은 비참한 악인이 나오지 않기를 약속할 테니,
아테다르마의 산 자들, 그리고 아테다르마를 떠나간 자들과, 먀미아를 떠나갔을 모든 묘인들의 후손들에게 전해 주세요.
더 이상 그들은 없다고, 그들의 저주는 사라졌다고.
그리고, 더 이상 그 때와 같은 저주받은 삶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이후, 홀로 서 있던 야누아를 향해 클라리스, 미라 그리고 마르차가 다가오려 할 즈음, 그 광경을 그 근방의 상공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 그리고 나를 따라 오던 아네샤에게서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였다.

모두 끝난 것 같군요.
기계의 연료가 되었던 영혼들은 이제 모두 해방되어
가야할 곳으로 모두 떠나갔소이다.

방금 전의 저 소녀는 그 루나미아의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군요.
원수의 혈육이었던 사람에 의해 또 다른 원수로부터 구원을 받는다니.
우리들의 운명도 참 기구하군요.
하지만, 루나미아 그리고 리아냐를 비롯한 이들 모두,
우리 조상들의 어리석음에 의해 나타난 자들.
그들을 비롯한 묘정족들을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소.
우리를 구원해 준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했고, 또 감사드리오.
다음 생에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이다.

이제 저를 비롯한 지사들과 두 황제 폐하들 모두
조만간 사라져 가게 될 것이니,
제국의 사명 그리고 역사는 이로서 끝났소이다.
그러하니, 사람들이 더 이상은 제국의 이상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가 주기를 바라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서로 골이 깊어져 버린,
묘인들 그리고 묘정들이 언젠가 서로의 조상이 하나임을 깨닫고,
서로 함께 할 수는 없어도, 서로를 미워하지는 않는 나날이 다시 오기를 바라오.

  그 이후, 남성의 목소리는 두 번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어떤 묘인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늙은 남성의 목소리는 어린 황제를 따르던 지사들 혹은 그들의 동료였던 묘인의 것이었음이 확실해 보였다.
  "이제, 정말로 끝난 것이 맞지?"
  "...... 응." 아네샤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아테다르마에 아직 살아남은 묘인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더 이상 그들이 기계 군단과 배반자로 인해 고통받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이어 말하기도 했다.
  "하므자와 같은 배신자가 또 나타나지 않기라도 하는 한."
  "그렇지." 이후, 아네샤의 말에 내가 다시 화답했다.



  한편, 한 곳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있던 야누아의 앞으로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후, 미라가 앞장서서 야누아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에게 조용히 미소를 띠면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왜 그렇게 침울해 있어? 이제 다 끝났잖아. 그 배신자도, 벨리알인지 뭔지도 완전히 없어져 버렸고, 그들에게 붙잡혀 있던 넋들도 다 하늘 나라로 떠나갔어. 더 뭔가 일을 우리가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이후, 클라리스가 야누아의 모습을 보면서 이어 말했다.
  "그래, 아쉬운 것들이 더 남아있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거기까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들은 묘족의 신이란 분께서 어떻게든 해 주시겠지. 너도 네 어머니하고 라니아 아줌마께 들어서 알고 있지 않아, 그 분이라면 그 동안, 그래, 그 오랜 세월 동안 사악한 자에게 잡혀 있던 묘인의 영혼들을 보살펴 주실 거야."
  이후, 미라는 야누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사가 사실과 달랐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잖아. 비록 그들 자신이 기계 군단을 행성계에서 완전히 쫓아내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뜻을 이어받은 네가 행성계와 묘족을 괴롭히고 멸망키셨던 그 기계 군단을 궤멸시키고, 그 수장을 처치했으니까. 그리고 그 영혼들은 하늘로 올라갔고, 묘인들에게 있어서 신령적 존재가 될 날도 오겠지. 그러면 정말 묘족의 믿음대로 그들은 묘족의 수호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거야."
  "......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을 우리가 해냈다는 거야?"
  그 때, 야누아가 그를 보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미라는 "그런 거지!" 라고 답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방향에서는 마야가 마르차와 함께 앞서 길을 떠나고 있었다. 마야는 저주받은 묘인의 목을 오른손에 든 채, 앞장서 가고 있었으며, 마르차가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나서고 있었다.
  "그 목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르차가 묻자, 마야가 답했다. 일단은 마냐하타의 장로에게 바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장로는 목을 해골만 남겼다고 어떻게든 물건으로 만들려 할 텐데, 장로가 해골을 어떻게 도구로 활용할지는 아직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이어 말했다. 그 때, 그 근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모린이 아샤란에게 전리품으로 마야가 가져간 저주받은 묘인의 목을 장로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했다.
  "장로 아줌마께서는 괴물의 해골을 전리품으로 챙겨오시고는 하셨어. 술을 워낙 좋아하신 분이신지라 술잔으로 쓰시고는 했는데...... 이번만큼은 확실히 다를 것 같아."
  그 이후, 내장하고 뼈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율리아가 야누아에게 물으려 했다. 그 때, 미라가 그런 율리아를 보더니, 야누아를 대신해 그것들은 맹수들, 들개들이나 독수리 등이 알아서 뜯어먹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하므자 본인이 무슨 저주스러운 힘을 갖거나 하지는 않았을 테니, 딱히 문제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그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아테다르마의 묘족촌에는 들르실 것이지요?"
  이후, 율리아가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를 바라보며 묻자, 미라가 율리아에게 그것은 묘족의 일이므로 묘족인 야누아 자매가 알아서 할 일이라 답했다. 그리고서 남은 묘인들이 무사히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서 율리아에게 물었다.
  "율리아, 야누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니?"
  "예." 그러자 율리아가 답했다. 그리고서 아테다르마에 있던 그 요새가 부숴지고 난 이후에는 반드시 그 마을에 들르겠다고 말한 바 있음을 밝혔다. 그 이후, 클라리스가 율리아에게 이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음을 밝히고서 그에게,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라고 묻자, 율리아는 그 때에는 하므자에게 다들 선동되어서 그러할 것이라 답하고서, 이어서 이후에는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 야누아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클라리스에게 오히려 그 때의 일에 대해 율리아의 설득에 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답했다.
  "야누아, 어느새 목소리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전에는 누구 하나 죽여버릴 심정을 담으려고 목소리에까지 독기를 뿜어내더니."
  "....... 이제는 다 끝났고, 감정 정리도 됐으니까." 의아함 반, 궁금함 반의 심정을 담아 클라리스가 묻자, 야누아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클라리스에게 이어 말했다.
  "....... 그래, 그런 더러운 존재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 좋기는 해. 앞으로 할 일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런 것에 계속 매달리면 안 될 거야."
  그러자 클라리스가 바로 화답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클라리스는 야누아에게 언젠가는 그 때의 일을 차분하게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야누아와 율리아 그리고 클라리스와 미라, 아샤란과 모린, 바르차, 그리고 마르차와 마야는 마냐하타가 있다는 동쪽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첸타케 초지대에서 마냐하타까지는 상당히 먼 길을 걸어야 하는 만큼, 꽤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계속 발걸음을 옮겨 가고 있었다.

  그들 바로 위쪽에서 그들을 따라 비행을 이어갔다. 비행 속도는 약간 늦추고 있었으니, 최대한 그들과 속도를 맞춰가기 위함이었다. 눈앞으로는 별들이 가득히 떠 있는 감빛 하늘이, 아래로는 풀밭이 드넓게 펼쳐진 풍경이 계속 보이고 있었다. 간혹 숲이 풀밭 주변에 자리잡은 모습도 보였다. 그 풀밭 주변 일대에는 아테다르마 계곡에서 이어졌을 큰 강 줄기 하나가 초원을 굽이지며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밤이라서 그러한지 강 줄기 일대는 고요했다.
  "아르나이에서도 잘 보이던 풍경이잖아." 그 때, 나를 왼쪽 뒤편에서 따르던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그렇지." 라고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했다. 다만, 먀미아 성계는 세니티아처럼 초목에 묻힌 건물의 잔해 등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니티아의 아르나이나 라르니온 등의 초원에서는 초목에 묻힌 건물의 잔해들이 곳곳에 보이던데, 여기는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아."
  "원래 인류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그렇겠지?"
  그리고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그런 거지." 라 바로 답했다. 이후, 아샤란 그리고 모린 등에게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고, 맹수의 위협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기로 했었다. 마냐하타 부근에서 그들이 보내는 일상 하에서 맹수들의 습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참 비행을 이어가던 그 때, 별빛이 가득했고, 은하수가 한 곳에 보이는 하늘의 어느 한 부분에 한 무리의 빛들이 내가 날아가고 있던 바로 좌측 부근에서 동쪽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혜성 무리가 날아가는 모습 같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아, 그렇지?"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아네샤를 나의 바로 왼쪽 옆으로 불러와서 물었고, 이 물음에 아네샤는 그 말대로라고 답했다. 그 이후, 그는 밤하늘 위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며 금방 사라지지 않았던 그 혜성 무리를 바라보며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 때의 그 영혼들이 동쪽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그러자 내가 바로 답했다.

  그 별빛 무리는 야누아, 클라리스, 아샤란 등의 일행에게도 보이고 있었다. 우선 율리아가 야누아에게 별빛을 보라고 외쳤고, 이에 야누아, 클라리스, 미라가 별빛을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마르차, 마야 역시 작은 혜성의 무리가 동쪽, 마냐하타가 위치한 동쪽 해안 일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쪽으로 가고 있네, 그들의 고향은 서쪽, 산토 루이스 방면에 있을 텐데."
  그 광경을 보며, 마르차가 말했다. 그러자 마야가 더 이상 별들에 흥미가 없었는지, 시선을 앞쪽으로 두면서 그런 마르차의 물음에 이렇게 답을 하고 있었다 :
  "마냐하타 그리고 동쪽의 해안선. 그 곳은 그들이 나아가고자 했던 곳이야."

  원래 그들의 의식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미카바노파라라 칭했던 산토 루이스 일대를 향했겠지. 뭐니 해도, 그 일대가 그들의 고향이었고, 또, 아테다르마에는 그들의 가족, 친족 혹은 동포의 후예들이 아직 남아있었을 테고, 그러하니,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두고 왔을 이들을 만나고픈 소망이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영혼은 오랫동안 기계 장치의 플라즈마 반응로 내에서 강제로 물질화된 이후에 플라즈마로 변질되었다가 다시 증기 형태의 물질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어. 이런 물질적 변화 속에서 영혼들은 서로 뒤섞이고 변질되어 그 본래의 형질마저 잃었겠지. 지금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별빛들 중 대부분은 원래 영혼의 모습을 거의 대부분 잃었을 거야. 저들에게서 이미 희생당한 묘인들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
  그럼에도 '동쪽으로 가야만 한다' 라는 사념만은 어떻게든 그들에게 남아서 그들을 동쪽으로 이끌고 있을 거야. 아마 마냐하타에 이른 이후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동쪽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겠지.

  "......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산토 루이스, 아테다르마를 향하게 될 거야."
  "행성은 둥그니까?" 이후, 마르차가 물음을 건네자, 마야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했다.
  "동쪽으로만 나아가다 보면, 결국 행성의 한 부분에 있는 모든 곳을 지나가게 될 거야."
  조용히 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는 이들을 따르면서 동쪽 방향으로의 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날갯짓을 하면서 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동쪽으로 이끄는 혜성 무리처럼 긴 꼬리를 그리며 나아가는 여러 빛 줄기들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거지?"
  "영혼을 다룰 수 있는 힘이라든가, 능력이 있어야 할 텐데,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거나 하지는 않잖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답했다. 그 이후, 아네샤는 나보다 앞서 나아가면서 별 무리들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나는 그러한 아네샤를 조용히 따르면서 그의 행동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어느덧, 굽이진 강의 폭이 넓어져 가고, 마침내 하늘의 먼 저편 너머로 수평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샤란과 모린 그리고 바르차의 고향인 마냐하타가 해안에 근접하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곧 마냐하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 이후, 마냐하타일 것으로 보이는 돌 벽돌로 만들어진 담장에 둘러싸인 수많은 집들이 거리를 이루는 제법 큰 구역에 이르렀다. 그 무렵, 앞서 그 구역에 접근한 빛 무리는 하지만 그 구역을 지나쳐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 쪽으로 나아갔다.
  "여기가 마냐하타일 텐데. 그렇지 않아?"
  "그러할 거야."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네샤는 마냐하타로 보이는 마을 혹은 도시에 이르렀음에도 그 구역을 지나치고 바다로 떠나가는 빛 무리, 영혼들을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영혼들을 상공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아네샤의 좌측 곁에 이르렀을 때, 아네샤가 그 영혼들에 시선을 두면서 이렇게 물었다.
  "저들도 언젠가는 방랑을 끝낼 날이 오겠지?'
  "...... 그렇겠지."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그에 이어,
  "랑슬로, 아니 뵈브 상글랑트에 의해 희생된 이들처럼." 라고 말을 이었다. 뵈브 상글랑트의 잔학한 생각에 의해 조종당한 랑슬로에 의해 희생된 영혼들 역시 그 때처럼 빛이 되어 날아가고 있었음을 상기하는 말을 건네고서, 그들 역시 한 동안 떠돌겠지만 결국 또 다른 삶을 찾아가면서 방황을 마칠 것임을 밝혔다.



  "아네샤, 우리가 저 안으로 먼저 들어갈까?"
  이후, 아네샤에게 내가 제안을 했고, 아네샤는 "그래, 먼저 들어가서 이후에 올 이들을 기다리자." 라고 답한 다음에 먼저 날갯짓을 하면서 마냐하타의 서쪽 문 위의 상공을 통해 마냐하타의 서쪽 경계를 지나치고서 거리에 자리잡은 집들 중 하나, 거리의 한 가운데에 있는 광장의 북서쪽 인근에 있는 건물의 옥상 위에 이르러 하였고, 나는 그런 아네샤를 따라 나아가다가 아네샤가 거리의 광장 북서쪽 인근의 3 층 짜리 네모난 건물의 지붕 위에 걸터 앉아 있으려 하자, 그런 그의 우측 곁에 이르러서 지붕 위에 조심스럽게 착지했다.
  "너는 착지할 때에 한 번씩, 너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라."
  내가 두 발을 모아 착지할 즈음에 아네샤가 그런 나의 왼편에 앉아서 내 모습을 올려다 보는 채로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에 나는 그의 곁에 선 채로 고개를 돌려, "그래?" 라고 그를 내려다 보면서 물음을 건네었다. 그리고 앞쪽으로 모인 내 발을 바라보다가 아직 어둠이 내린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진 집들을 바라보면서 그에게 말했다.
  "높은 데에 조심스럽게 있으려 하니까."
  이후, 아네샤는 별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도 한 번씩은 동화 속의 요정 같은 사뿐사뿐히 걷고 착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한 번씩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한 번씩 나에 대해 원래는 그런 모습이 어울리는 본성을 가진 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정말 그러할까?" 그러자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되묻는 듯이 답했다. 딱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심으로는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대답에서도 그런 감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이후, 활짝 웃는 아네샤를 보면서 내가 물었다.
  "아네샤, 이런 사뿐사뿐히 걷는 것이 어울리는 이는 우리 마을에도 있지 않았어?"
  "루아린 말이지?" 이후, 나는 여행의 목적과 관련이 있었던 루아린을 언급했다. 그리고서 그는 "또 누가 있더라......" 라고 말하다가, 곧바로 "리마라 (Limara) 도 있었지!" 라고 말했다. 이후, 나는 놀라면서 "리마라가?" 라고 물었고, 이에 아네샤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랬었어." 라고 화답했다. 이후에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고, 그 이후로는 그런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었다고 그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었다.

  "저기 봐! 그 분들께서 오시고 계셔." 이후, 아네샤는 서쪽 경계 쪽을 가리키며, 그 쪽을 보라고 말했다. 이후, 내가 그 방향을 향해 돌아설 무렵, 그런 나의 눈앞으로 꽤 오랫 동안 동쪽 방향을 향해 걸어 나아가던 이들이 하나둘씩 마냐하타의 담장 사이에 자리잡은 문을 통해 거리 안쪽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우선 들어온 이들은 야누아, 마야이고, 그 뒤로 마르차, 율리아가 따라서 들어오고 있었다. 묘족 4 자매가 들어온 이후, 이어서 아샤란과 모린이 바르차를 이끌고 거리의 서쪽 방향에서부터 중앙 광장 쪽으로 가고 있었다. 클라리스, 미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
  "클라리스 씨 등은 아직 오시지 않은 건가?"
  "조금 있으면 오시겠지. 근처에서 뭔가 다른 일을 하시고 계신 것 같아."
  클라리스, 미라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 무렵, 아샤란과 모린이 중앙 광장 앞에 서서 자신과 마주보고 있던 야누아 4 자매에게 뭔가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광장 앞의 회관으로 바르차를 이끌고 가겠다는 것. 그 이후에 자신들은 자신들의 처소로 가겠다고 했고, 그 이후에 세 사람은 먼저 중앙 광장 북쪽 인근에 있는 2 층 짜리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그 이후, 야누아는 동생들에게 자신들의 거처로 가자고 청하고서 곧바로 동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처음에는 회관 근처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근거지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동쪽의 해안가 쪽에 인접한 길의 북쪽 인근에 있었다.
  야누아 4 자매까지 그들의 처소로 떠나간 이후에도 클라리스, 미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남쪽 방향에서 그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한 동안 마을 거리를 둘러싸는 성벽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성벽 부근을 둘러보고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목책이지 않았어?"
  "그랬었지." 마을의 중앙 광장 앞에 클라리스가 이르자마자 그의 앞으로 다가온 미라가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전에 바르차가 목책을 둘러보면서 목책이 보기에 흉하고 험악해 보인다고 말했고, 이후에 목책을 성벽으로 대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었음을 밝혔다. 그 이후에 그는 마을 회관으로 가서 마을 관계자들에게 마을을 둘러싸는 벽을 석벽으로 바꾸겠음을 천명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전에 왔을 때에는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네?"
  "그렇지." 이후, 미라가 물음을 건네자 클라리스가 그렇다는 의사를 드러내었다. 그 이후, 미라는 옛 문명의 도시들처럼 울타리를 없애거나 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지만, 클라리스가 그런 미라의 물음에 "그건 안 돼!" 라고 바로 답했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야생 동물이나 괴수들이 습격해 올지 알 수 없으므로 일단 방벽 설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큰 괴수를 막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야수들의 대거 습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석벽의 존재 이유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뭐라도 해 볼까?"
  "춤 추는 것?" 이후, 남쪽의 문 부근에 이르면서 클라리스가 문을 등지며 미라에게 물었고, 미라는 이후에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다가, 곧 피곤해서는 그 날은 곤란하다고 말한 다음에 야누아의 거처로 가자고 청했다. 이후, 미라는 클라리스에게 어디인지 알고는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항구 구역 125 번 집 아니냐고 묻자, 미라가 바로 "그래!" 라고 답했다. 그 이후, 그들은 남쪽 성문을 통해 거리로 들어선 이후에 곧바로 야누아의 거처를 찾아 나섰다. 125 번 건물이라 되어있는 곳이라 하였는데, 중앙 대로의 동쪽 길에서 선착장과 맞닿은 부분, 그 북쪽 인근의 건물로서 2 층에 이르는 벽돌 집이었다.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그들의 여정은 일단 마무리 되었다.



  "이제 우리도 자자, 너무 피곤해."
  이후, 날갯짓을 하면서 건물 바로 앞의 돌바닥 위에 내려왔다가 두 발을 모으면서 착지하면서 아네샤가 말했다. 그 이후, 아네샤는 하품을 하면서 피곤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에 했던 말이 방금 전에 서술한 그것.
  나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정리되었음을 알게 되자마자 그 동안 억제되었을 피로가 순식간에 몰아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딘가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도 야누아의 거처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 때,
  "두 분들, 어서 이리로 와요!" 그 때, 회관 쪽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짧은 감색 머리카락을 가진 고양이 소녀로 어깨 끈이 달린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얇은 하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아네샤를 보더니, 곧바로 그가 이전에 들은 말을 전하려 한다면서 한 마디 말을 건네려 하였다.
  "바르차 님께서 커다란 날개를 가진 분들이 보이면 곧바로 모셔오라 하셨어요! 두 분들 모두 피곤해 하실 것이라 하셨지요. 어서 저를 따라와요!"
  그리하여 나는 그 어린 고양이 요정이 말한 바대로 광장의 북쪽 인근에 있는 회관에 이르게 되었다. 3 층 짜리 건물로 이 곳이 바르차의 거처라 하였다. 아샤란, 모린의 거처까지는 아니고, 그들의 거처는 다른 곳에 있지만 그들 역시 아주 피곤할 것 같아서 회관의 방을 쓰도록 했다고 한다.



<- 3-5. Go to the Back 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