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phid 4th - 3. La Tormenta Violeta : 7


  마을 회관은 2 층 짜리 건물로 2 층은 거주용 공간으로 쓰이는 방이었다. 나와 아네샤가 잠들 곳은 바로 그 2 층의 방들 중 하나로, 잠들기 전에 나는 고양이 요정 소녀에게 목욕할 곳을 찾았다. 아무래도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겪은 이후로 개운하게 잠들기 위해서는 목욕을 해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회관의 고양이 소녀로부터 2 층에 있는 욕실을 쓸 수 있도록 허락받았고, 그 이후에 욕실로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목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들어서려 하였다. 욕조는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되었기에 나는 아네샤까지 욕조에 들어가도록 했고, 그리하여 내 옷, 그의 옷을 물의 세수 대야 안에 담가 둔 이후에 욕조에 물이 다 채워졌을 때가 되자 그와 함께 욕조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은 차가웠지만 크게 신경쓰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전부터 이런 차가운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때의 물은 이전까지 목욕하면서 이용했던 물의 차가움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평소대로라면 아네샤와 함께 목욕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물장난을 치거나 하기도 하지만, 그 무렵에는 나도 그렇고 아네샤까지 모두 피곤했기에 물장난을 치거나 할 수 없었다. 그냥 기운이 없었고, 욕조 안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누워있기만 하고 있었다.
  "이대로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아." 아네샤가 말했다.
  "그러면 욕조에서 죽은 줄 알아." 이에 내가 바로 그렇게 화답했고, 이어서 그에게 잠은 나가서 자자고 했다. 이후, 아네샤가 나에게 옷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대충 천 한 장이나 두르고 있자고 하고서, 잠들 때에도 그렇게 하자고 청했다. 옷이 당장에 바로 마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또, 이번에는 옷을 잠에서 깨자마자 입고 싶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목욕을 마친 후, 대충 천 한 장만 걸친 채로 옷가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 때, 목욕을 허락했던 고양이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옷은 일행이 정한 방에 잠옷이 있으니, 그 중 원하는 대로 하나를 입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옷을 아무것이나 입어도 좋다고 했지만, 정말 좋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네샤 역시 거절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애초에 아네샤는 잠들 때에 옷을 다 벗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등불을 켜서 안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로 옷걸이를 찾으려 했고, 방문을 바라보는 방향의 왼편 가장자리에 있던 옷걸이를 발견하자마자 옷걸이에 옷을 걸쳤고, 이어서 아네샤의 옷 역시 이어서 근처의 옷걸이에 걸쳤다. 그 이후, 천 한 장만 걸치고 있으면서 방 한 가운데에 있는 요에 누워서 이불을 덮으며 잠들었고, 아네샤는 그 천을 벗어 던지고서 내 옆에 잠들었다. 잡담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들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는 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깨어났을 무렵에는 이미 날이 밝아오려 하고 있었다. 햇빛이 창가 너머로 비추어지면서 방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창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의 한 가운데에는 요와 이불이 있었고, 방문의 우측 변두리에는 옷장과 책상 그리고 작은 책장이 놓인 작은 장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책장은 3 개의 칸으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작았으나, 책장의 칸마다 책들로 채워져 있었으며, 그래서 책장을 다 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책장을 마련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방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방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요와 이불을 내 방식대로 대충 정리하고 나서 천 대신에 그간 대충 말라있던 옷을 입고서 방을 나섰다. 아네샤는 내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지만 옷을 입으면서 나름 신경을 쓰고 있었던지라 조금 늦었다.
  옷을 입으면서 내 것과 더불어 아네샤의 것까지 천을 회수하고서 그 천을 들고 1 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이전에 만났던 그 고양이 소녀가 천들을 가져가고서 2 층으로 올라가면서 앞장서고 있던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간 잘 주무셨어요?"
  "다른 것들이 생각나지 못할 정도로 잠들었어요." 그러자 내가 그렇게 답했다. 이에 소녀는 활짝 웃으면서 "잘 됐네요." 라고 답하고서, 계단을 오르면서 나에게 방 정리는 자신이 어느 정도 해 두도록 하겠다고 말하고서 원래는 방 정리는 거주자가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를 비롯한 두 사람은 손님인 만큼, 대우를 하기 위해 방 정리를 해 주도록 한다고 말하고서 나에게 물었다.
  "이 회관에는 얼마나 머무르실 것인가요?"
  "오늘 하루만. 그 이후에는 야누아 씨의 집에 있으려고요."
  그러자 내가 답했다. 이에 고양이 소녀는 "그렇군요." 라고 말하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그 이후, 방으로 들어가면서 고양이 소녀가 클라리스, 미라도 그 집에 있으려 할 텐데, 한 동안 집이 복작복작할 것 같다고 혼잣말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회관에서의 잠자리를 정리하고 회관 밖으로 나가려 할 즈음, 아네샤가 회관에 있던 하얀 옷차림-허리 쪽에 형형색색을 띠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을 한 검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에게 다가가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아샤란, 모린 씨께서는 어디에 계시나요?"
  "지금 즈음이면 모두 밖에 나갔을 거예요." 그러자 소녀가 답했다. 그리고서 지금 즈음이면 마을 성곽 주변에서 달리기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 이어 말했다. 그 이후, 그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회관으로 돌아갈 텐데, 그 때에는 바로 욕실에서 세수하고 옷 갈아입으려 할 테니, 곤란하고, 그 이후에는 광장 쪽에 있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들에게 용무가 있으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광장 쪽으로 가 보도록 해 줄 것을 나에게 권했다.
  이후, 나는 아네샤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소녀가 회관에 잠시 머무르면서 그 내부를 둘러보기라도 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 요청에 따라 회관에 잠시 머무르기로 하였다.

  마을 회관은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광장의 북쪽 근방에 위치한 마을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곳으로 마을의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이들이 상주하면서 일을 보는 곳이라 했다. 입구의 왼편에는 민원 및 업무 요청을 받는 창구 및 사무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반대편에는 대기하는 사람들 및 업무 중 휴식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탁상들이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었다. 입구 오른편의 공간에서 북쪽 방향에는 대기, 휴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자들이 꽂힌 큰 책장이 자리잡고 있었고, 동쪽, 남쪽 방향에는 창문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동쪽 내벽의 한 가운데 즈음에 커피 기계 그리고 차 주머니와 차 주전자가 놓여 있어서 이를 통해 커피나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어 보였다.
  일행이 2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이용했던 문은 정문의 반대편, 두 공간의 사이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원래는 관계자들의 거주 공간이었던 것 같다. 방들이 많았지만 관계자들의 수보다 많아 빈 방도 많았던 모양인데, 그래서 그 어린 소녀가 나와 아네샤를 위한 방을 바로 마련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흰 옷의 소녀에 의하면 마냐하타에서는 신의 대리인이라 칭해지는 무녀가 지도자 역할을 하며, 지금 대의 무녀는 바르차라 하였다. 신임 무녀로 선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 배울 점이 많다하여 지금은 마냐하타 중앙 구역의 대표였던 '바이라 에스미레 (Vayra Esmire)' 가 그 권한을 대행하는 중이라 했다. 다만, 흰 옷의 소녀에 의하면 바르차는 나이가 어리기는 해도 무녀로서의 기본적인 능력은 이미 잘 갖추어져 있고, 대대로 마을의 실질적인 통치는 마을의 대표였던 사람이 선출되어 맡는 것이 보통이라 선대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관계로 보고 경험할 것이 많다하여 아샤란, 모린 등과 함께 자주 출타를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바르차라면 이전에 아테다르마 계곡에서의 전투에서 아샤란, 모린 씨와 함께 오셨던 그 분이시잖아?"
  "맞아." 그 이야기에 아네샤가 바르차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맞다고 답했다. 이에 흰 옷의 소녀는 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그가 바르차에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직접 모린, 아샤란 등과 함께 그 현장을 지켜봐야 하겠다며 직접 나섰음을 밝혔다.
  "바르차 님께서는 지금 모린, 아샤란의 집에 머무르시고 계세요. 그 두 사람을 잘 따르는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흰 옷의 소녀는 바르차는 아샤란, 모린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가 그 시간 즈음에는 회관 북쪽 근방에 있는 사당으로 갔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바르차에 대해 두 사람을 잘 따르는 듯해 보인다고 그에 대해 이어 말하기도 했다.

  이후, 나는 흰 옷의 소녀와 함께 회관의 창구 내외 곳곳을 둘러보며 마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사실, 고향 루샤트의 마을 회관에서 이미 들을만큼 들었던지라 딱히 새롭지 않기는 했지만 마을 회관 내부의 모습을 간만에 다시 보면서 새삼스럽게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조용히 미소를 짓기도 했다.
  "루샤트에 인쇄기가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
  그 때, 창구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방 안에 자리잡은 활판 인쇄기를 보면서 아네샤가 창구 안쪽에 있는 타자 장치들을 보고 있던 나를 불러서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창구 안쪽의 방에 자리잡은 활판 인쇄기와 그 근처에 쌓인 종이들을 보면서 답했다.
  "응, 너무 커서 인쇄기가 들어갈 별도의 건물을 만들어야 했지만."
  그러자 흰 옷의 소녀가 나의 왼편에 서 있던 아네샤의 왼편 근처로 다가가서는 그 전까지는 그렇다면 어떻게 문서들을 인쇄했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아네샤가 관계자들이 산길 근처에 있는 인쇄소까지 내려가 의뢰를 해야 했었음을 밝혔다. 그러자 흰 옷의 소녀는 "그렇군요." 라고 답하고서 활짝 웃으면서 참 잘 된 일이라고 말하자, 아네샤 역시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에게 "다행이네요." 라고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흰 옷의 소녀와 함께 건물 내부를 둘러보는 일을 마치고서 나는 아네샤를 이끌고 회관 밖으로 나간 이후에 마을 광장에 이르렀다. 운동을 마친 후에 회관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광장으로 나갈 아샤란 그리고 모린 등을 기다리기 위한 일이었다. 두 사람과 만나서 마을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야누아, 클라리스 일행을 만나려 한 것이었다.
  "그 하얀 옷 입으신 분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마을의 광장에 이르렀을 무렵, 아네샤가 나에게 그 소녀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을 잊었음을 밝혔다. 나도 그 때, 아차 싶었지만-적어도 이름이라도 알아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 회관의 관계자이기도 하고, 또 아샤란, 모린과 친분이 있어 보여서 다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해변으로 가자~" 이후, 아네샤는 나를 불러 해변으로 같이 갈 것을 청했고, 그러한 그의 요청에 따라 선착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선착장은 이미 고요해져 있었다. 아침이 되기 직전, 새벽부터 어선들이 고기 잡이를 위해 바다로 간 이후인 만큼, 고요한 모습을 보이는 것. 선착장에서는 고요하게 물결치는 바다와 선명한 하늘색을 되찾아가는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이루는 그 배경 앞으로 고기를 말리는 풍경, 떠나지 않은 배들이 정박된 풍경만이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루데스에 있었을 때, 생각나지?"
  "응,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배도 없고, 사냥꾼들도 전부 떠나서 그야말로 조용했잖아."
  방파제의 끄트머리에 있으면서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가 나의 오른편 곁으로 다가가서 답했다. 이후, 내가 그들이 돌아왔을 때가 오후 늦을 즈음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아네샤는 그 말대로였다고 답하고서 루데스의 그 어촌이 마냥 조용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꽤 치열한 삶이 이어지는 곳이었음을 그제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아네샤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루데스 지역에 유난한 일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음을 밝히고서 그 무렵에 터르마타 (Termata) 라는 그 마을에 있었던 이였음을 나에게 말했다. 나도 그 모습하고 이름은 기억하고 있어서 "그랬었지." 라고 답했었다.
  "샤리카 (Syarika) 였었지?"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그로부터 어촌의 일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동생 루파나 (Lufana) 가 사냥꾼이고, 어부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샤리카가 바다의 무녀라 칭해졌었다고 했었지?"
  "응, 바닷 속에 잠긴 옛 인류의 도시에서 아직 물 속에 남아있을 옛 인간들의 영혼이나 사념들을 승천시키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라고 했었어."
  그 때, 선착장의 오른편 먼 곳에서 클라리스와 미라가 선착장에 남은 어부 소녀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 보려 하였다.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하였는데, 두 사람이 나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아르데이스에서 온 행색의 마법사가 여기에 잠시 있었다는 거예요?"
  "여기에서 봤다는 말도 있고, 포화탄에서 봤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쪽도 근거가 될 만한 사항은 별로 없었어요."
  클라리스 그리고 어부 소녀에게서 들려온 대화의 일부였다. 아르데이스의 전설적인 어떤 대마법사를 먀미아 성계의 동부 해안 곳곳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대화하는 도중에 우연히 언급되었다가 그것에 흥미를 느낀 클라리스가 관련된 질문을 이어갔던 모양이다.
  "그 마법사는 어떤 모습이었던가요?"
  "수도사들의 그 법의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얼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서 얼굴 모습 자체는 알아볼 수 없었어요. 다만, 두건을 뾰족한 귀가 뚫고 나온 모습이 보여서 그가 엘베 족 혹은 엘베 족과 연관된 종족의 일원이었을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정도예요."
  그에 의하면 그 대마법사는 늘 초라한 행색으로 지팡이를 겨우 짚으며 다니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거주지에는 결코 가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무언가 거대한 악을 몸에 품고 있으며, 그 악의 힘을 견디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클라리스 등이 묘족의 원수인 기계 군단을 토벌하러 갔던 그 날 저녁, 그 마법사와 신원이 비슷해 보이는 어떤 수도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가 한 자리에서 멈춰서는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르데이스를 향하는 공간 전이를 위한 마법진과 모양새가 유사했다고 한다.
  "그를 저지하는 사람이 있거나 하지 않았대?"
  "없었어. 아무래도 어떤 목적으로 마법진을 그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일 거야."
  미라가 이후, 물음을 건네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그 이후, 그는 선착장의 기둥 한 곳에 날갯짓을 하며 올라갔다가 그 윗면에 앉으려 했다. 그리고 미라가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잠시의 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미라는 그런 클라리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이후, 클라리스는 조용히 눈을 떴다.

  "무언가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지 않아?"
  "그 아르데이스의 대마법사?" 클라리스의 물음에 미라가 바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 대마법사는 에를랑 (Erlang) 혹은 에를랑고 (Erlango) 라는 이름을 가졌던 병기의 정수를 자신의 몸 속에 봉인했던 엘베 족의 대마법사임을 밝히고서 그로 인해 엘베 족의 근거지까지 침입한 에를랑과 그 무리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은 바 있음을 밝혔다.
  그 무렵, 클라리스는 어부 소녀가 떠난 이후에 선착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고, 미라가 그런 그의 우측에 같이 서 있었다. 그러면서 그간 들은 아르데이스의 엘베 족 대마법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에는 엘베 족의 마법과 기술도 충분치 않아 기계 군단을 이겨내기에는 많이 부족했대. 드벨파 족의 도움도 많이 받아야만 했고, 에를랑과의 대결은 여러 부상자들이 속출할 정도의 결전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야."
  "그 대마법사가 아르데이스의 1 세대 엘베 족이었지?"
  "그렇지."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엘베 족의 조상이었던 '추방자' 라 칭해진 지하 안전 구역에서 추방된 인류의 후예로 '생명의 나무' 로부터 마력을 받았을 때는 아주 어릴 때였다고 했다. 그와 같이 마력을 이어받은 세 소년 그리고 소녀들 중에 그 대마법사는 물론, 이후에 케레브 족의 수장이 되는 줄리안 (Julian), 쥘리앙 혹은 율리아노스 (Julianos) 라 칭해지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그 유별난 마력으로 인해 이후에 장성하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대마법사라 칭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아?"
  "스티븐 (Steven, Stiyvn) 이후의 이름은 스테판(Stefan) 이라고 들었어. 이명으로는 스테파노스 (Stephanos), 에티엔 (Etienne) 이 있는 것으로 알아."
  그리고서 그는 스티븐, 줄리언 등의 1 세대 엘베 족은 원래 인간이었고, 그들을 비롯한 1 세대 엘베 족은 마법과는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가 갑작스레 마력을 이어 받은 인간이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처음부터 인류가 대단한 마력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고, 1 세대의 마법은 현 세대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아마도 스테판이 대마법사라고 해도, 그 수준은 지금 엘베 족의 보통 수준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야. 물론 1 세대 엘베 족들 사이에서는 가장 뛰어난 마법사였겠지."

  그 정도가 엘베 족 마법사들 중에서는 대단한 수준이었던 만큼, 잔혹한 기계 군단과의 전투는 고전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겠지. 기계 악마를 온전히 파괴할 수도 없었고, 그들이 어떻게 다시 깨어날지도 알 수 없었던 만큼, 스테판은 결국 한 가지 결단을 내리게 돼. 그리고 그의 희생으로 에를랑이 파괴되면서 엘베 족의 고향은 평화를 되찾았다. 라고 알려져 있어.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는 거지?"
  이후, 미라의 물음에 클라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를랑의 몸체에서 검은 구슬이 나왔다고 했어, 그의 동력 그리고 의식을 담당하고 있는 구체였을 것으로 여기어지고 있지. E 형 병기라 칭해지는 에를랑의 몸 속에서만 발견되었으며, 다른 병기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는 모양이야. 그 구체를 발견하자마자 스테판은 엄청난 힘이 그 구슬에서 나오고 있음을 직감했대, 그리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에를랑의 몸체 그리고 그를 따르는 병기들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는 거야.
  내가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스테판의 희생과 그로 인해 주변 일대의 병기들을 사멸시킨 폭발은 스테판이 그 구슬을 자신의 흉부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으켰다고 해. 구슬이 가진 막대한 에너지를 자신의 마력으로 치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그 폭발 속에서 대마법사 스테판은 사라졌고, 그래서 스테판은 폭발 속에서 사망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기계 군단을 몰아내는 숭고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알려지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 알게 된 거야?"
  "리 셀린 (Li Selin) 이라는 엘베 족 분께서 자신이 어머니가 함께 델바 족 마을에서 일하던 늙은 엘베 족 분께 들은 이야기래. 그 늙은이도 1 세대 엘베 족이었고, 그 현장에 있어서 스테판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리 셀린 씨께서 말씀하셨어. 그 무렵에는 리 셀린 씨께서는 나이가 어렸고,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셨다가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들으셨다던가 그렇더라."
  이후, 클라리스는 리 셀린이 사람들을 피하며 살아가는 그 엘베 혹은 케레브 족 마법사로 추정되는 이는 예의 그 대마법사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에 의하면 스테판이 받아들인 검은 구체는 악의 힘을 품고 있는 것으로서 스테판은 기계 군단을 몰아내기 위한 힘으로서 구체를 몸 속에 받아들였지만 그와 더불어 그 구체가 품은 악의 기운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그래서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이후에도 사람들을 피해 떠돌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클라리스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 있지?"
  "그렇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후,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이후, 그는 오랫동안 아르데이스의 엘베 족을 피해 살아갔다는 그가 아르데이스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족을 피해 살아온 악의 기운을 품은 사람이 동족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 악의 기운에 의해 지배를 받아가고 있는 증거일 수도 있어."
  "그러할까?" 이에 미라가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클라리스가 다소 심각해진 표정을 지으며 그러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 떠돌이 마법사가 악의 기운을 몸에 품은 마법사와 동일 인물이면 그러할 것이며, 이는 그간의 행보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의 정신이 체내에 파고들어간 악의 기운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 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할 뿐이기는 하지만...... 아르데이스로 가능한 빨리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어떻게든 그 마법사의 행적을 쫓을 필요가 있을 거야."
  그리고서 클라리스는 마법사는 이미 마법진을 완성했고, 그 마법진을 통해 아르데이스로 갔겠지만 그 이후로 아르데이스에서 마법사가 무슨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그리고서 그는 그래서 아직 시간은 있겠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가만히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미라가 클라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묻자, 그가 바로 답했다. 그 때 이후로 당분간, 아마도 2 일 정도는 편안히 있을 생각이라고 말하고서 그 동안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고서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그 마법사가 수상한 행적을 보인다면 일러도 5 일, 늦으면 7 일 후 즈음일 거야. 2 일 후에 출발해도 어떻게든 그보다 먼저 사건이 일어날만한 곳을 찾아 그가 벌이려 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후, 미라는 어딘가로 갑자기 뛰어가려 하였고, 이에 내가 날갯짓을 하면서 비행을 개시, 상공에서 미라의 행적을 쫓으려 했다. 서쪽 방향으로 뛰어가던 미라는 잠시 후, 선착장 부근의 거리에서 어떤 어부 소녀를 만났다. 그리고서 그에게 마법진 비스무리한 것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물으려 했다. 사람들을 불러서 마법진의 위치를 수소문하려고 했었던 모양. 그러는 동안 클라리스는 조용히 기둥 위에 앉은 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나도 미라의 수소문에 대해 딱히 기대를 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날 무렵, 미라가 인근의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그 곳에서 마주한 어떤 드벨파 족 남성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에 바로 귀를 기울이려 했다.
  그 드벨파 족 남성에 의하면 자신은 수도사 행색을 한 어떤 남자와 동행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아테다르마 협곡에서 마주한 이로서 산토 루이스 북쪽으로 간다고 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그 남자에게 산토 루이스 북쪽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인데, 대체 그 곳으로 왜 가려 하는지에 대해 물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미라는 그 남자에게 수도사 행색의 남자에게서 무언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고, 그 때 그로부터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상쩍은 느낌이 들기는 했어, 사악한 기운일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쓰거나 하지는 않았지. 그것이 나에게 악영향을 끼치거나 하지는 않은 듯해 보이기도 했고."
  이후, 미라는 알겠다고 하고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소정령을 소환하고서 소정령 간 통신을 개시하였다. 그 대상은 클라리스였다. 그 곳은 선착장의 북쪽 끄트머리 쪽이었으며, 그래서 선착장 중앙 쪽의 바다와 마주하는 곳에 있던 클라리스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어라? 미라, 무슨 일이야? 소정령 간 통신까지 하고."
  "클라리스, 지금 선착장 북쪽 부근의 거리에 있어. 지금 바로 빨리 와!!!"
  그리고서 다시 한 번 다급히 클라리스에게 "빨리 움직여어어어!!!!" 라고 외치면서 소정령 간 통신을 유지한 채, 다급해진 표정을 짓고 남쪽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벨파 족 남성은 크게 당황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이에 미라가 이렇게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사악한 기운 감지, 처리를 할 수 있는 애가 곧 올 거예요. 그 애가 와서 이거저거 해 줄 때까지는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클라리스는 다급히 기둥에서 내려와서는 곧바로 선착장 북쪽 인근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미라가 외치는 목소리에 바로 다급해진 모양. 그러다가 그가 선착장 북쪽 가장자리 쪽에 이르고, 드벨파 족 남성을 데리고 서 있던 미라와 가까워질 무렵, 미라가 클라리스의 모습을 보더니, 바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 쪽이야, 빨리 와!!!!"
  그 이후, 클라리스는 그야말로 전력으로 뛰어서 미라 그리고 드벨파 족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미라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남성을 향해 다가가서는 그를 향해 왼손을 내밀고 초록색 빛을 생성했다. 그리고 손에서 생성한 빛이 그의 몸 주변 일대를 돌아보도록 하다가 그 빛이 사라지자 "이상은 없어." 라고 결과를 알렸다.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일을 일으켜서......."
  "거 참, 이상한 애들이군. 사람을 만난 게 뭔 죄라고 갑자기 붙잡아서는...... 이래서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나!?"
  워낙 갑작스레 잡혀서 이상한 일을 당한지라 드벨파 족 남자는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를 보며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 목소리에서 깊은 분기가 느껴져서 해당 상황에서 남자가 얼마나 깊이 짜증이 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클라리스가 다가가서 우선 미라가 그런 일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다.
  "저기 있는 애는 아저씨께서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만히 놓아두면 안 되겠다고 느끼고 아저씨의 발걸음을 멈추고, 아저씨 곁으로 제가 오도록 했을 거예요. 혹시라도 그와의 마주하면서 사악한 기운에 접촉되었을 가능성을 염려한 것이었어요. 그 사악한 기운이 마을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되잖아요? 방금 전의 그 빛은 사악한 기운을 감지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사악한 기운이 감지되면 어둡게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어요. 아저씨께는 사악한 기운이 없었기에 빛이 원래 모습 그대로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 기운이 감지됐으면 어떡하려고 했나?"
  "제가 이전에 사악한 기운을 정화하는 술법을 이전에 배운 적이 있었어요. 아저씨의 몸에 사악한 기운이 들어왔다고 해도, 친구로부터 들은 바라면, 제 술법 정도로도 충분히 몸에서 지울 수 있었을 거예요. 그 이후에 아저씨를 보내드리려 했을 거예요."
  이후, 클라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가는 길을 멈추고 이런 일을 벌여서 대단히 죄송해요."
  이후, 남자는 잠시 그런 그를 보다가, 역시 죄송하다고 말하려 하는 듯한 미라 역시 보고 난 이후에 조용히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클라리스를 향해 다시 돌아서고서는 "그리 되었구먼." 이라고 말하더니, 자신도 아테다르마에서 만났던 그 남자에 대해 뭔가 수상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고 말하고서 클라리스의 곁으로 다가가려는 미라 그리고 클라리스를 보며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미리 알려주고 일을 하지 그랬나!? 너무 놀라지 않았나!?"
  이후, 그 남자는 "취지는 알겠다만, 다음부터는 사람 당황하게 하지는 말게." 라 말하고, 이후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클라리스, 미라를 보더니, 이전보다 조금 더 밝아진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고마우이. 만약에 혹시라도 내가 모르고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다가 그것 때문에 마을에 뭔가 재난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하기도 하구먼. 하여간, 다음부터는 나도 조심하겠네. 덕분에 홀가분하게 계속 여행할 수 있겠구먼. 헤헤헤."
  그리고서 남자는 그들을 등지고서 마을 쪽으로 가면서 "수고들 해라." 라고 인삿말을 건네고서 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 때, 바다를 등지는 방향에서부터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클라리스가 바다를 등지는 길목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와 함께 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키 큰 묘족 소녀가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깨 끈이 달린 민소매 감색 셔츠 위에 입은 하얀 반 소매 셔츠와 다리를 전부 드러낼 정도로 짧은 감색 치마 차림을 한 감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 그 모습을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야누아였다.
  "야누아, 벌써 일어난 거야?" 이후, 클라리스가 묻자, 야누아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일어나서 잠시 돌아다니고 있다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기에 한 번 다가가 보았음을 밝히고서 클라리스 등이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고 말하더니, 클라리스에게 바로 이렇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벌였던 것이었어?"
  "그게....... 타락한 마법사와 접촉을 했었어, 사악한 기계 병기의 심장을 몸에 이식한 사람과 가까이 있었대. 그래서......."
  이에 미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서 답했다. 그리고서 기계의 에너지를 몸에 이식한 마법사와 만나면서 그가 외부로 노출하고 있었을 사악한 기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하고서 행여라도 사악한 기운이 마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여서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었는지 여부를 우선 살펴보려고 그렇게 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이렇게 더 말했다.
  "물론 마을 관계자들에게 우선 알리는 것이 원칙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됐어."
  "그랬었던가......." 그러자 야누아가 깊이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서 그 남자 역시 그런 의도를 이해한 듯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야누아는 클라리스에게 다가가면서 조용히 미소를 띠는 채로 그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일단 오늘은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지?"
  "오늘은 해변에 머무르고 있을 거야. 동생들하고 같이 그 곳에 놀러가려고 해."
  야누아가 답했다. 그리고 먼저 해변가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말하면서 해변가가 보이는 오른편-남쪽-의 길목으로 가려 하였다. 그 때, 그 모습을 보며, 클라리스가 야누아에게 동생들에게 해변에 간다고 알리지 않으려 하느냐고 묻자, 야누아가 바로 답했다.
  "그 애들이라면 바로 알 거야. 내가 이런 곳에서 아침마다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그 때도 그랬잖아, 해변가에 먼저 갔더니만, 마르차가 어떻게 그를 찾아갔더라고."
  이후, 미라가 클라리스를 보면서 이전에 마르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에 클라리스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랬었지." 라고 답했다. 그 이후, 클라리스가 먼저 야누아가 나아간 남쪽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이어서 미라가 그의 오른편 곁에서 그와 동행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해변가를 거니는 야누아를 근처에서 지켜보려 하였던 모양.
  "이전에 언제였던가...... 내가 그 애들을 이끌고 베라티사 동부 해안에 간 적이 있었어."
  "네가 베라티사에서 예나 박사를 만나겠다고 갔던 그 때?" 그러자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바로 그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 물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식부터 인품까지 여러모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그런 그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를 찾아가려 했었던 것임을 밝혔다.
  "그래서, 그 분을 만났어?" 미라의 물음에 클라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야누아를 비롯한 4 자매는 베라티사의 해변가에 놀러 갔었고, 그래서 홀로 베라티사의 학당에 기거하고 있는 그를 만나러 갔었음을 알렸다. 그로부터 여러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더니,
  "아차,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데......." 라고 말하고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예나 교수와의 만남을 마치고, 야누아 자매가 갔었다는 동부 해안의 도시 '에스테라세 (Esterase)' 로 갔을 때는 여행 3 일차 새벽으로 에스테라스에 이르자마자 그는 곧바로 그 동쪽 해변가로 가려 했었다고 한다. 그 곳에 분명 야누아가 있을 것이라 여기었기 때문으로, 그의 예상대로 과연 그 곳에 야누아가 홀로 해변가에 머무르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잔잔하게 물결치던 그 해변가에서 야누아는 해변의 모래사장을 따라 조용히 남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가 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걷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늘 그러하였듯, 그냥 바닷가에 있고 싶었기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 클라리스는 야누아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 그가 해변가에 홀로 머무르고 있을 그 때, 그를 어떤 사람이 찾아갔었다. 다름 아닌 마르차로 다른 말 없이, 바로 야누아를 향해 뛰어갔었다. 이후, 마르차는 야누아와 함께 있으면서 또 해변가에 가 있었냐고 묻더니, 오랜만에 해변가를 따라 같이 뛰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클라리스는 미라에게 야누아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해 보였으나, 싫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뛰면서 마르차가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야누아는 그럼에도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고 했다.

  "예전에 둘이 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자주 뛰어다녔다고 했었지?"
  "응." 미라의 물음에 클라리스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렇게 하기를 권하기도 했었다고 말하고서 남아도는 기력을 바깥에서 놀러다니는 데에 쓰라고 권유한 것이었다고 말한 이후에 자신이 언급한 이들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학교도 다니고, 다른 교육이나 수련도 받고는 했었지만, 그럼에도 기력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아, 그 애들은."
  "그렇다면 다른 애들은 뭐하고 있었어? 마야나 율리아 말야." 미라의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들은 새벽녘에는 모두 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 즈음에 깨어났으며, 어렸을 즈음에는 그들 모두 일어나자마자 배고프다고 라니아 그리고 야누아 등에게 칭얼거리고는 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줄어들다가 어느 사건 이후로는 그런 경향이 확실히 사라진 것 같다고 그들에 대해 이어 이야기를 하기도.
  "그 사건...... 야누아, 마르차가 죽을 뻔한 그 사건을 말함이겠지?"
  이후, 미라가 건네는 물음에 클라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할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이후, 해변에 당도하였을 무렵, 미라가 물었고, 그 물음에 클라리스는 할아버지가 그리울 때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를 다시 볼 수 있으려면 이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을 때에 그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키스티아 (Kistia) 의 무리 (*) 같은 이들을 말함이겠지?"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서 그들은 세페르 (Sefer) 라는 한 때, 저승의 영역이었던 행성계 출신으로 영혼의 세계를 자주 오간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서, 그들이 어쩌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서, 크게 기대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을만해 보였다고 자신이 언급한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라르나는 키스티아의 무리에 대해 아는 바 있어?"
  "나도 처음 듣는 바야." 계속 나와 동행하고 있던 아네샤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워낙 이것저것 들어서 아는 것이 많았던지라 이전에도 아네샤 등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으려 했었고, 그 때마다 내가 그런 그들의 물음에 답을 해 주고는 했었기에, 이번에도 처음 듣는 이름들에 대해 아네샤가 나에게 물으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들은 그 무렵에 나도 처음 들었고, 그래서 클라리스, 미라로부터 언급된 그 이름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이름들에 대해 알 기회는 있겠지. 우리가 세페르 성계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 우리 자신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
  그러다가 곧, 나는 아네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물었다, 이전에 마을에 살고 있던 드벨파 족 아주머니 '카롤리너 (Karoline)' 에 대한 것으로 그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네샤로부터 바로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해. 누군가를 다시 보고 싶다는 그런 말이 들려올 때마다."
  "좋은 아주머니 분이셨잖아, 그렇지?"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네샤는 그렇다고 답하고서 처음에는 못 생긴 아줌마 같다고 기피하였지만, 다들 인품에 반했었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놀리는 듯이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했다.
  "너는 끝까지 못 생기고 무섭게 생긴 아줌마라며, 아줌마께서 나타나실 때마다 도망다녔잖아, 그렇지 않아?"
  "내가 언제?" 그러자 내가 바로 그러할 리 없다고 답했지만, 그 때 아네샤가 빙긋 웃으면서 나에게 "얼굴에 다 보여, 그랬었다고." 라고 말하자,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반박 같은 것을 하거나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내가 그러하였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험상 궂게 생긴 아줌마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고, 그래서 다가가기 싫긴 했었어."
  그리고서 우유 농장에서 일할 무렵에 같이 일하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 가까워진 이후에는 인쇄소나 학교 등에서 그와 마주하면서 그를 좋게 대해주려 했었다. 우유 농장에서 서로 가까워질 무렵에는 그가 어떻게 세니티아 행성계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여러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아네샤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써 들려주기도 했었다.
  "그런 이야기는 나도 너 주변의 애들로부터 들은 것 같아."
  그러자 아네샤가 자신도 그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풍족한 삶이 가득했던 아르데이스의 지하 영역을 떠나, 세니티아로 온 것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쉽지 않았을 삶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냥 이 곳의 탁 트인 공기를 느끼고 싶으셨던 거야."   이후, 카롤리너 아줌마는 어렸던 나와 아네샤, 세미아 등과 어울리면서 우유 농장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다. 우유 농장에서 무려 30 년간 일하고, 은퇴한 이후에도 바람의 정령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다가, 20 년 후에 루샤트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50 년을 루샤트에서 생활하면서 카롤리너 아줌마는 한 순간도 큰 불행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이를 두고 아르데이스에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루샤트에서의 삶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을 것인지에 대한 말들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었어, 그렇지?" 이후, 내가 물음을 건네자, 아네샤는 조용히 그렇다고 답했다. 풍족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루샤트에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였는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단 하나임을 밝혔다.
  "아줌마께서 이 곳에서는 행복한 삶을 누리려 하셨다는 거야."

  해안가에 머무르는 야누아의 모습을 몇 걸음 뒤에서 클라리스는 해변가의 바위에 앉으면서, 그리고 미라는 바위 위에 서 있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미라는 바위 위에 선 채로 잠시 고개를 기웃거리며 주변 일대를 둘러보려 했다. 야누아를 누군가 찾아오려 하지 않는지 보기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즈음이면 마르차도 일어났겠지?"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가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서 그라면 이미 일어났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때 즈음이라면 야누아를 찾으려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무렵, 클라리스와 미라 쪽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다가가려 한 이는 마르차가 아니었다. 긴 감색 머리카락의 끝 부분을 묶은 이로 하얀 셔츠와 짧은 반바지 차림을 하고 있는 이로 그는 그들이 야누아를 찾으러 가겠다고 예상한 마르차가 아닌 마야였다. 그가 야누아 쪽이 아닌 클라리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 때처럼 스타킹과 가터 벨트를 신지는 않고 있었다. 그것까지 갖추어 입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마야는 잠시 나와 아네샤가 서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그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던 것이, 마야는 다른 말 없이, 잠시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만 했을 뿐, 그 이후로 곧바로 클라리스가 바위에 앉은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마야잖아. 벌써 일어난 거야?" 이후, 마야를 발견하고서 클라리스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지만 마야는 별 다른 대답 없이 클라리스, 미라를 지나치려 하는 듯하다가 그들의 우측에 서 있으려 하였다. 야누아에게는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응? 언니한테 가려 하지 않는 거야?" 그 모습을 보고, 클라리스가 다시 물었지만 마야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있으려 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 하고 있는 듯해 보였으나, 미라는 곧 마야가 무엇을 위해 가만히 야누아를 지켜보려 하기만 할 뿐인지를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이후, 마야는 다른 말 없이, 미라의 왼쪽 다리를 오른손으로 건드렸고, 이에 미라가 "왜 그래?" 라고 묻자, 바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나와 아네샤가 머무르는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미라는 그의 행동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곧,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이후, 미라는 나와 아네샤를 발견하고서 나에게 바라보지만 말고 어서 오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우리를 이미 보고 있었던 거네, 그냥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서 이 쪽을 바라보는 줄 알았는데."
  이후, 아네샤는 나에게 처음에는 마야가 그냥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어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자신과 나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하고서 나에게 그러할 것 같은 줄 이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혹시? 싶었지만 나 역시 뭐......." 그 물음에 내가 답했다. 어렴풋이 짐작되기는 했지만, 설마하는 생각으로 나 역시 마야의 행동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었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미라의 부름에 응해 아네샤를 이끌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테다르마에서 도움을 크게 주실 줄은 몰랐어요. 오실 것에 대해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이후, 클라리스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나에게 이전의 일에 대해 언급을 하자, 나는 그저 멋쩍게 웃으며 고맙다고 화답할 뿐이었다. 그 이후, 클라리스는 나에게 여기에는 얼마나 오래 머무를 생각이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나는 클라리스가 떠날 것 같은 정황이 생기면 그가 갈 곳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저희가 할 일이 있는데...... 도와주시려 하시는 것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이후, 미라가 묻자, 내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아네샤가 잠시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는 동안 클라리스, 미라 등의 곁에 있다가 그들로부터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인류의 마지막 유산' 이라 칭해지는 '황금의 원반' 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황금의 원반 (Avradiska) 이요?" 그러자 나는 바로 의아함의 감정을 드러내며 답했다. 아닌 것이 아니라,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금색 원반이라든지, 황금 원반이라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번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언급하는 황금 원반에 대해 더욱 알 수 없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원반이라면 귀금속을 주조해 만들었기에 가치 있는 물건이겠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물건인 것일까' 라고 생각해 버린 것.
  "아무래도 제가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고, 클라리스가 말했다. 그리고서 자신이 언급했던 '황금의 원반' 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겠음을 밝혔다.
  "황금의 원반, 디스쿠스 아우레우스 (Discus Aureus, Diskus Aureus) 이라고도 하고, 또 황금의 기록판 (Avraßîkipan), 카르타 아우레아 (Carta Aurea, Karta Aurea) 로도 알려진 물품이지요. 옛 인류가 여러 행성계를 장악하기 전, 하나의 행성계에 머무르던 시대에 우주 공간을 비행할 수 있는 개체에 실어 우주 공간으로 보낸 물품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후, 클라리스가 전한 '황금 원반' 혹은 '황금 기록판' 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구 인류가 구 세니티아 행성계가 아닌 다른 행성계에 있던 시절, 인류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결집한 위아토르 (Viator, Wiator/Uyator) 라 명명한 우주 비행선들을 우주 공간으로 보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구 세니티아 바깥의 여러 행성들의 모습과 행성들의 특성을 관찰해 인류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임무를 부여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들이 행성계와 멀어지면서 그들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영원한 우주 미아가 되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사명은 그들이 몸에 품게 되었던 어떤 물건에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황금 원반이라 칭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기록판은 이후에 카르타 아우레아 위아토리스 (Carta Aurea Viatoris, Karta Aurea Wiatoris) 라 칭해지게 되지요."
  이야기를 하면서 클라리스가 그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추가로 언급하였다.

  이후, 위아토르는 인류의 손에 닿지 않게 되었다. 인류는 자신들의 기술력과 지식으로 어떻게든 그 행적을 추적하려 했었지만, 구 세니티아가 멸망하면서 그것에 대한 모든 흔적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이 우주로 보낸 황금의 원반에 대한 기억은 또 다른 인류의 세계인 루마 (Luma) 세계와 구 아르데이스 (Ardeis) 등에 전파되었고, 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 존재에 대한 기억은 남을 수 있었고, 그 기억을 토대로 황금의 원반을 찾으려 한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 지식을 토대로 루마, 아르데이스, 베라티사의 옛 인류는 인류 문명의 유산이라 할 만한 황금의 원반을 찾아나섰지만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넓은 우주 공간 속에서 황금 원반이 실려 있다는 비행체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구 인류라면 그 궤적을 추적하고 있어서 원반의 행방을 그것을 토대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그 기록마저 사라진 현 시대에서는 그런 것 자체가 가능할 리 없었다.
  그 이후, 이들 세계 모두 멸망하고, 새로운 종족들이 들어선 이후에도 황금의 원반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은하계 중심으로 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추측에 불과할 뿐으로 마땅한 근거가 없어 그 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하르 성계의 천문대에 그 흔적을 추적하시던 분이 계셨다고 들었어요. 그 분께서는 천문대를 떠나신 이후에도 계속 그 원반의 추적을 이어가셨다고 하던데, 어느 순간에 그 기록이 끊겼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분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신다고 해요?"
  "베라티사에서 학업을 이어가시고 계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모든 일을 그만두시고 잠적하셔서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네요."
  이후, 클라리스는 조하르 성계의 천문대에 있던 어떤 마법사가 그 행적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고, 이후에 베라티사의 마법 학당에 간 이후에도 그 일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그를 찾아갈 수 있다면,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 역시 어느 순간에 그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해 버렸음을 밝혔다.
  "아마 별 의미 없는 짓거리라 생각하셔서 그만두셨을 거야. 뭔가 추적될만한 것이 있기야 했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황금의 원반일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그러자 미라가 클라리스에게 그러할만 하지 않았겠냐고 그 마법사가 해 왔던 일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베라티사로 여행하면서 클라리스가 예나 셀레니아 교수를 만나고 난 이후에 황금 원반의 도면을 얻어온 적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내가 도면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미라는 그 도면은 집에 있어서 곤란하다고 말하고서,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도면의 사본은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전해준 적이 있기는 했어요. 라니아, 야누아, 아샤란 등에게 전해주었지요. 누구든 원반을 찾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그 모습이 어떠할지를 그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미라가 야누아를 언급할 즈음, 마야가 잠시 미라의 모습을 올려다 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전의 경우처럼 마야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에게 뭐라 말을 건네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러는 그 때, 마야가 조용히 일어서더니, 클라리스, 미라 쪽을 향해 다가가서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 장의 종이로 그 종이를 펼치자마자 커다란 원 안에 각종 기기묘묘한 도형들이 그려진 도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도면의 모습을 드러내며, 마야가 클라리스 등에게 조용히 물었다.
  "혹시, 이것을 원해?" 마야가 조용히 클라리스에게 종이를 건네려 하면서 물었고, 이에 클라리스가 마야에게 종이를 건네 받더니, 그에게 곧바로 물었다.
  "마야, 혹시 이것을 어디에서 얻었어?" 그러자 마야는 조용히 언니의 것을 인쇄소에서 복사해서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갖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었구나." 그러자 클라리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서 곧바로 마야에게 도면에 그려진 도형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혹시 아느냐고 물었지만 마야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야누아, 마르차 심지어 라니아도 잘 모른다고 알렸다.
  "마르차 언니가 말했어. 그 도형들이 무슨 뜻을 가지는지는 클라리스, 미라도 잘 모를 것 같다고."
  "그래?" 그러자 미라가 비웃음의 표정을 띠며 말했다. 그리고서 자기가 해석을 못 했다고 나도 해석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고서는 마야에게 마르차에게 돌아가면 보란듯이 그림의 의미를 잘 설명해 보겠음을 밝혔다.
  "마야, 이것이 원반에 새겨진 문양이니?"
  "아니, 원반은 황금 원통 안에 들어있대. 그 원통의 아래쪽 겉면에 새겨진 것이라 했어."
  그리고서 그는 자신이 복사했다는 도면을 나를 비롯한 그 곳에 모인 이들에게 보여주려 하였다. 그 때, 어떻게 보았는지, 아네샤가 나의 왼편 곁으로 다가가서 도면을 나와 같이 보려 하였다. 자신들의 임무와 관련된 것인 만큼, 꼭 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었을 것이다.

  도면은 4 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좌측 상단, 좌측 하단, 우측 상단, 우측 하단에 각각 다른 성격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중에서 좌측 상단의 그림은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무엇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기는 했다. 위에는 정면도, 아래에는 측면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으며, 이들 모두 찻집 등에 하나씩 비치되어 있는 축음기의 음악판 재생 부분을 내려다 본 모습과 닮았던 것. 이전에 루데스 시내의 찻집에 갔을 때, 그 모습을 내려다 본 적이 있었고, 그래서 그런 추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고향인 루샤트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축음기를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내려다 보거나 한 적은 없었다.   "아네샤, 이것을 봐, 축음기의 그 부분 같지 않아?"
  "맞네, 그 장치의 모습과 약간 닮았어." 아네샤 역시 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역시 내가 축음기를 보았던 그 찻집에 있었을 때, 나와 같은 곳에 있었고, 그러면서 그 축음기의 모습을 나처럼 보았을 것이다, 그 이전에도 몇 번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 모습을 본 기억을 토대로 나의 추측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황금의 원반 혹은 기록판은 여타 음악판처럼 축음기에 놓고 재생하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지?"
  이후, 아네샤가 건네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렇다고 덧붙여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 조건을 덧붙였다. 그렇게 좌측 상단의 그림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알아차리.... 아니, 짐작할 수 있었다. 우측 상단 역시 모종의 파동 같은 것이 반복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서 황금의 원반과 관련된 어느 파동의 모습을 그래프 (Grafi) 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나머지였다. 의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표식들의 집합이었다.
  좌측 하단에 있는 그림은 하나의 접점을 중심으로 선들이 모이는/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며-그들 중 가장 긴 것은 우측 하단에 이르고 있었다- 우측 하단에는 네모난 그림들 그리고 한 쌍의 원이 새겨져 있었다. 몇 번을 보아도 그 의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만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런 문양들을 구 인류가 그냥 새긴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그렇지?"
  "그냥 새긴 것일 수도 있지. 딱히 별 의미도 없이." 그러자 아네샤가 바로 반박했다. 그리고서 곧바로 나에게 황금의 원반을 만든 사람은 뭐니해도 정교한 문양을 새길 수 있는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런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장난기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그런 사람이 뭔가 의미 없는 문양을 새겼겠지. 원반을 발견하게 될 후세 사람들 혹은 다른 세계 사람들더러 한 번 그 의미를 해석해 보라는 의미이겠지. 그러면서 별 의미도 없는 문양들의 의미를 해석하느라고 애먹고 있을 것을 상상하며 키득거리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서 아네샤는 클라리스, 미라에게 그런 자신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때, 나는 미라에게서 의외의 반응을 보게 되었다.

  "저는 별 생각 없다고 생각하셨겠지요. 아니에요. 분명 무언가 의미를 갖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문양을 새긴 사람이 원반을 만든 사람과 동일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문양을 새긴 사람에게는 그 문양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위해 원반을 만들었는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알릴 의무가 있었을 거예요. 비록 우리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방식에 적용되어있고, 그것을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영영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문양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멋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분명 원반 그리고 원반이 담겨져 있는 원통을 발견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겠지요. 사람들이 가져가서 문양을 보고, 그 문양을 통해 이 원통의 목적을 알아보라 했을 것 같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문양들을 보고 과연 그 원통에 새겨진 문양의 진의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문양도 있고. 아네샤 씨의 그냥 발견한 사람들을 약 올리려고 일부러 새겨 놓은 문양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문양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클라리스는 문양의 의미에 상관 없이 인류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 나선다면, 그리고 원반을 찾을 수 있다면 반드시 찾아두라고 부탁을 하고서 원반을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 나름의 의의가 있을 것임을 밝혔다.
  "원반을 찾아서 어떻게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예나 셀레니아 교수님께 가져다 주실 것을 부탁드릴게요. 그 분이라면 어떻게든 해석을 해내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서 도면을 자신에게 주면서 자신도 그 원반을 갖고 싶었다고 말하고서 원반이 품고 있을 암호문을 해석하는 것으로 자신의 고대 문명의 암호 해석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렸다.
  "그 분께서 내리시는 해석이 이제 와서는 의미를 알 수 없을 원반이 품고 있을 여러 비밀들의 일부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그 분께서 정말 그 황금의 원반이 가진 수수께끼를 전부 풀어내실 수 있을까?"
  "못할 거야, 아마도." 미라의 물음에 마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서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의지할 사람이 현재는 그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 전부 알 수 없기는 하겠지만, 인류의 후예 혹은 인류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내려 하는 일행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나름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었다. 인류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는 '황금의 원반' 의 존재를 인지하고, 언젠가 인류의 궤적을 찾을 수 있는 그 날에 그 원반을 찾아내고, 원반의 내용을 통해 인류가 품은 비밀을 알아낼 필요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황금의 원반' 을 찾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이후, 마야는 다급히 일어나서 클라리스에게 다가가 그의 오른 어깨를 왼손으로 두드렸다. 이에 클라리스가 놀라면서 마야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이에 마야는 자신의 앞쪽, 해변가를 오른손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그 쪽을 바라보라는 의사를 그에게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자 클라리스는 무슨 일인가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전방, 해변가 쪽을 바라보려 하였고, 나 역시 클라리스와 함께 해변가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그 곳에는 의외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해변가에서 고요히 서 있던 야누아가 마치 어린 소녀와도 같은 걸음걸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발랄하게 뛰어다니기도 하였고, 마치 무용수처럼 춤을 추기도 했다. 그 광경을 보며, 클라리스는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런 그가 뭐라하려고 할 때, 마야가 그런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조용히 입가에 자신의 오른 손가락을 올리면서 소리를 냈다.

"Sh----."

  "저 애, 어렸을 때에는 저랬었어. 꽤 발랄하고 활발한 아이였었다고."
  이후, 클라리스는 겨우 진정하고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에 당황하던 미라에게 야누아의 옛 모습에 대한 자신의 회상을 밝혔다-마야가 조용히 할 것을 계속 당부하였기에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해변가를 달리는 것을 참 좋아하던 소녀였다고. 그러면서 그는 새벽 즈음만 되면 동생인 마르차와 함께 해변가나 시가지 일대를 뛰어다니며 놀고는 했었다고 말하고서 딱히 목적이 없기는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아 보였다고 야누아 그리고 마르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벽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새벽이 아니면 다른 어느 때에든 나가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 집 안을 뛰어다니며 난리를 쳤거든."
  그리고서 나이가 들고, 큰 언니가 되면서 그런 습성이 없어진 것 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마르차는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것에서 야누아라면 이제 변할 때도 됐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야누아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면 안 돼, 알았지?"
  "물론." 이후, 클라리스가 건네는 부탁에 미라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그는 마야를 바라보면서 그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야누아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 말하고서 제보를 해 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마야는 조용히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의 말에 정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클라리스는 자신은 이제 날도 충분히 밝았고, 그래서 아침의 마을 거리를 구경하러 가 봐야 하겠음을 밝히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미라를 이끌고 마을 쪽으로 가려 하였다. 그러면서 마야에게 이렇게 물었다.
  "마야, 너도 가지 않을래?"
  하지만 마야는 딱히 갈 생각을 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고, 그래서 클라리스는 미라를 이끌고 시내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큰 언니가 보이는 의외의 모습을 한 동안 계속 지켜보로 싶은 생각을 지금 마야가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일단은 우리가 먼저 가자. 마야라면 그 이후에 알아서 잘 따라올 거야."
  "알았어, 가자." 그러자 미라가 화답했고, 이후, 그들은 다시 마을의 중앙 광장이 보이는 북쪽 방향으로 걸어 나아가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 역시 아네샤를 데리고 상공을 따라 그들의 궤적을 따라 나섰다. 그들이 가는 마을 내의 여러 구역을 함께 지켜보기 위함이 그 이유였다.
  "하여간 말리지를 못하겠다니까. 그 애가 저러할 줄은 몰랐는데, 너는 여전히 저러할 줄 알고 있었던 거야?"
  마을의 중심지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미라는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 광경에 대해 한 마디 혼잣말을 하더니, 이어서 클라리스에게 알고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클라리스는 그런 그의 물음에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달리 말을 잇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고?" 이에 놀라면서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가 그랬다고 답했다. 그리고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이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나이를 먹고, 동생들을 홀로 부양할 처지가 되니까,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원래 그럴 수 있는 애는 아니었어. 어릴 때, 마르차와 함께 온 동네를 뛰어다녔었잖아. 그게 그 애의 천성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그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야누아나 마르차의 성격이 지금과는 달랐겠네, 그렇지 않아?"
  "......." 하지만 클라리스는 그것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아도, 어릴 때에 큰 일을 겪지 않았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그의 왼편 곁으로 다가가면서 미라가 물었다.
  "한 평생, 아와레 같은 아름다운 곳에서 보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래도 그것은 결국 야누아가 선택한 것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스럽기는 하지. 묘족들 중에는 부모에게 강제로 쫓겨난 아이들도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쫓겨난 묘족 아이들 중에 계곡 등지에서 헤매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라니아 아줌마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
  미라가 건네는 말에 클라리스가 화답했다. 그리고서 자의든, 타의든 묘족들 중에 어린 나이에 독립한 이들이 적지 않음을 알렸다.
  "고양이 요정족들에게도 흔한 일이야?" 그리고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양이 요정족들 사이에서는 흔치는 않은 일임을 밝혔다. 처음부터 인간에서 유래된 종족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려 했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따르려 했음이 그 이유라고.

  클라리스는 야누아 등이 독립을 위해 아와레를 떠난 일에 대해서는 자의 반, 타의 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날 생각을 했기에 자의가 있었던 것이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 큰 이유가 되었음에 타의가 있었던 것이라 하면서.
  "그럼에도 야누아는 마야, 율리아는 온화한 아이들로 키우고 싶기는 했던 것 같아. 자신이 어떻게든 그 아이들을 싸움에서 거리가 먼 착한 아이들이 되도록 하려고 했었대."
  "하지만 잘 안 됐지?" 이후, 미라가 묻자, 클라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지." 라고 바로 답했다. 다만, 마야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고 말하고서, 어렸을 때부터 장난기가 심했고, 뭔가 무기 같은 것을 만들어서 휘두르며 놀았던 이라 그 애 정도는 전사로 키워도 되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가 하나 있었어. 그것이......."
  "예의 하므자에게 야누아, 마르차가 죽을 뻔한 그 사건 아니야?"
  이에 미라가 물음을 건네자, 클라리스는 "맞아." 라고 화답했다. 그들은 그 시점에서 이미 나름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었기에 하므자 무리의 동란 도중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일단 그들은 운이 좋아 탈출한 것은 분명했고, 언니들이 마련해 놓았던 거처에 둘이 남겨져 있던 마야, 율리아는 고아 신세가 될 뻔했으니, 그것이 그들의 사고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 막내인 율리아가 겪은 심적 충격이 상당히 컸지. 언니들이 없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야. 험난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려면......."
  "강해져야 하겠다고 생각했겠네, 그렇지?" 이후, 미라가 다시 묻자, 클라리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클라리스는 야누아에 대해 율리아는 정말 동화 속의 공주님 같은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고서, 그 사건으로 인해 율리아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그에게 아직도 미안함의 마음을 품고 있음을 자신에게 말한 적이 있음을 밝혔다.
  "마야나 율리아에게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는 않았지?"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 그 애들도 그 사건 때문에 큰 언니가 자신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줄 알게 된 것 같아."
  그리고서 그는 율리아에 대해 원래 활발하고 다소 과격한 아이였다고 말하고서, 전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자신에게 너무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자신을 괴롭게 했지만,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하고서, 무엇보다도 언니들이 무사히 돌아와서 언니들 앞에서 자신의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자신에게 이어 말했었음을 밝혔다.
  "그래, 본인이 좋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기는 하네."

  그러는 동안 그들은 해안길을 따라 나아가며, 다시 선착장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무렵, 선착장 부근은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아이들이 거리 일대를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완연한 아침의 때가 된 것이었다.
  "지금 즈음이면 율리아 등도 밖으로 나왔겠네."
  "그렇겠지." 미라가 물음을 건네자, 클라리스가 바로 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마르차가 마을의 광장에 있는 해변가를 향하는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을 대충 묶은 채, 마야와 비슷하게 하얀 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미라는 얼른 나오려고 대충 옷을 입고 나온 것 같다고 칭했다.
  "잘 잤냐?" 마르차에게 다가가자마자 미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어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고, 이에 마르차는 "그래, 잘 잤다!" 라고 답했다. 짜증내는 듯한 어투였지만 표정에서는 미소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후, 미라는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바로 앞의 마르차에게 보이려 하였다.
  "오늘은 춤 연습 같은 것은....... 아차, 어제 일 때문에 피곤했겠지."
  "춤 연습을 하려면 일단 너부터 끌어들여야지." 마르차가 뭔가 물음을 건네려다가 아차 싶은 생각에 말을 그칠 무렵, 미라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 하는 미라에게 마르차가 야누아 그리고 마야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그들이라면 남쪽 해안가에 있을 거야. 그것은 그렇고, 율리아는 어디에 있어?"
  "방금 전까지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그리고서 클라리스든, 마야든 접근해 오면 덮치려 하고 있을 것이라 말하고서, 아침 시간 대이다 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고, 그 틈에 숨어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그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자기 곁으로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려고?"
  "재미 없어지면 알아서 나오겠지." 그러자 마르차가 답했다. 그리고서 그는 자신은 율리아가 제 발로 나오기를 바라면서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밝혔다. "그래?" 이에 미라가 묻는 듯이 말하고서 이어서 그에게 조용히 미소를 띠며 "여전하네." 라고 이어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은 거리 일대를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곳을 찾아보려고 함을 알렸고, 그 말을 듣자마자 마르차는 골목이나 건물 뒤쪽은 조심해야 할 것임을 알렸다.
  "알았어." 이에 미라는 알았다고 답했다. 원래는 마르차도 데려가려 했던 것 같지만, 그에게는 생각이 없어 보였고, 그래서 미라는 결국 그를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자신을 따라갈 것이라 하면서.

  "마르차가 옷을 그렇게 대충 입고 나가는 것도 오래된 일인가 봐."
  "그랬지." 광장을 지나치고 북쪽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미라의 물음에 우측에서 동행하던 클라리스가 답했다. 그리고서 어렸을 때에는 더 했으며, 해변가에 갈 때에는 상의를 입지 않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상의는 간단하게라도 입고 다니게 되었지."
  "그 계기라는 것은 뭐였어?" 이후, 미라가 묻자, 그 답으로써 클라리스가 밝힌 것은 이러하였다 :
  "마르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슴 쪽에 뭔가 나오기 시작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었지. 그러다가 야누아에게 가슴을 노출하고 다닌다고 크게 혼나고서야 가슴이 커지고 있음을 깨달았대. 그 이후로 어디를 가든, 상의는 반드시 입고 다니게 됐다고 해."
  "그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거야?" 이에 미라는 키득거리면서 클라리스에게 말했고, 이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슴이 커지기 시작했다니, 대단하다고 말하고서는 이어서 그에게 야누아도 어렸을 때부터 가슴이 커지기 시작하지 않았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클라리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이들은 광장 북쪽 인근 시가지의 중심 구역인 십자로에 이르렀고, 그 곳에서 동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대장간이 있었고, 또, 건너편에 찻집, 서점이 있었으며, 대장간 바로 옆에는 빵집이 있었다. 다른 가게들은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대장간, 빵집은 개방되어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일하는 곳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대장간에 접근하자마자 클라리스는 바로 대장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며, 미라가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아네샤를 이끌고 대장간 쪽으로 접근했으며, 그 이후에 날개를 접고 착지해서는 아네샤와 함께 클라리스의 곁에 이르려 하였다.
  "어서 와요. 아와레에서 오신 두 분이시지요? 또 뵙게 됐네요."
  대장간에는 하얀 천으로 머리를 감싼, 검은색의 소매 짧은 상의와 검은색을 띠는 긴 치마, 그리고 하얀 앞치마 차림을 한 주황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클라리스, 미라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그 대장간은 마냐하타 동북부 115 번 구역에 위치한 집으로 여성은 어릴 때부터 대를 이어 금속 등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여성은 두 사람 그리고 아와레의 리에타와는 구면이었는지, 세 사람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리에타가 저한테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요, 요번에 클라리스 씨를 위한 검을 새로 만들어 주었다고."
  "예, 이전에 쓰던 검이 칼날을 잃게 되어서 그렇게 됐어요."
  그 말에 클라리스가 바로 화답했다. 그러자 대장간 주인인 듯한 여성은 어떻게 칼날이 없어졌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클라리스라면 검을 소중히 다루는 사람인 만큼, 칼의 날이 없어졌다면 분명 그러할만한 큰 일을 겪었을 것이라 말하고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아와레 남쪽 먼 곳의 섬에 있던 악마를 격퇴하는 도중에 그렇게 됐어요."
  "정확히는 악마의 심장에 일격을 가하는데, 폭발이 일어나면서 칼날이 없어진 것이었지요."
  클라리스가 화답한 이후에 미라가 이어서 어떤 일이었는지를 보다 자세히 알려 주었다. 이에 여성은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두 사람에게 그래서 악마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라가 클라리스를 대신해 이렇게 답했다.
  "악마는 파괴되어 영원히 사라졌어요, 그가 또아리를 틀고 있던 악마 자신이 폭파시켜 없애 버렸고. 그렇게 됐으니, 이제 악마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고 살아도 될 거예요."
  "다행이네요." 그러자 여성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더니, 그에게 원래 있던 검의 날에는 '루시언 한드레이크' 라는 노인에게서 받은 칼날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칼날들은 옛 문명 시대에 있었던 전설적인 왕이 남긴 검들과 창의 날이었다고 알고 있음을 밝히고서 전설적인 왕의 보구들치고 너무 초라한 모습이라 실망하지 않았었냐고 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딱히 실망스럽지는 않았어요." 그러자 클라리스가 답했다. 그리고서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설의 검이라든가, 보검, 성검. 이런 것들은 영속적이고 위력적인 무기처럼 묘사되지만, 그 실체는 그 시절의 평범한 도검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녹슬고 초라해진 모습이 되어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 거예요. 그들이 성검, 보검, 마검 등의 전설적인 검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무구들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의 명성에서 유래가 된 것일 테니까요.  전설적인 자에 대한 기억이 후세의 사람들에 의해 전승되면서 그들이 남긴 유산들 역시 전설의 존재로 알려지고, 전설적인 존재인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진 것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지요.

  "...... 하지만 그 실물은 그 시절의 여타 평범한 도검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지요?"
  "예." 이후, 여성이 묻자, 클라리스는 바로 그렇다고 답하고서 용사의 무구로서 만들어졌다면 보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졌겠지만 한계는 분명했을 것이라 말하고서 그런 무구들이 전설적이 된 것은 무구의 성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무구가 어떻게 다루어졌느냐가 달렸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렇군요." 그러자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그리고서 이왕 온 김에 차 한 잔이라도 하고 갈 것을 청했다. 그리고서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나와 아네샤 등에게도 환하게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보이며, 같이 차 한 잔 마시고 갈 것을 부탁하기도.
  "그래요, 한 잔씩 마시고 가요." 이후, 클라리스가 나를 비롯한 이들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그렇게 일렀고, 그리하여 나와 아네샤는 클라리스, 미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가게 내부에 있는 탁상에 클라리스, 미라를 비롯한 일행이 모여 앉아있는 동안 여성은 아궁이 반대편에 있는 주방으로 갔다. 주방 근처의 탁상에는 찻잔 6 개가 놓인 쟁반과 꽃차 (Kocteh) 가 담긴 유리병이 놓여 있었으며, 여성은 유리병에서 꽃차 조각을 조금씩 젓가락으로 떼어 찻잔 안에 하나씩 넣고서 유리병을 다시 닫아 원래 위치에 올려 놓았다. 그 이후, 여성은 주방으로 가서 쇠 주전자를 불로 가열했다. 그렇게 잠시 주전자의 물을 가열하고 나서 여성은 주전자의 손잡이를 들어 주전자를 주방 앞의 탁상으로 가져와서 찻잔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 찻잔들을 채웠다.
  찻잔을 채운 뜨거운 물이 꽃차의 색깔을 이어받아 금빛으로 변해가고, 그와 더불어 뜨거운 물기에 의해 꽃차의 일부분이었던 꽃들이 생기를 얻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성은 쟁반을 들고 클라리스 그리고 미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을 클라리스, 미라 모두 차분히 바라보며 찻잔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런 광경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아네샤 역시 그 모습을 건물 바깥에서 구경하면서 딱히 신기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라? 왜 잔이 6 개지요?" 주인이 잔을 하나씩 탁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할 무렵, 클라리스가 당황하면서 대장간 주인 여성에게 묻자, 그 물음에 여성은 가게 바깥 쪽을 바라보더니, 그 물음에 이렇게 화답을 했다.
  "지금 가게로 오시는 두 분이 계셔서 그래요."
  "그래요?" 그러자 클라리스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채로 물으면서 가게 바깥 쪽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했으며, 나 역시 그 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가게 주인 여성이 말한 바대로, 마야가 야누아와 함께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마야는 손에 예의 종이를 들고 있었으며, 야누아가 그 옆에서 종이를 같이 보려 하고 있었다.
  "정말이네." 그 광경을 보고 클라리스가 그렇게 말을 건넬 무렵, 가게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야누아가 앞서 들어오고, 마야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야누아는 앞서 가게로 들어오면서 클라리스 등이 아닌 가게 주인을 먼저 보려 하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루세르나 (Lucerna, Luserna) 언니, 언니에게 지난 번에 부탁한 것이 있었는데, 이제 찾아오게 됐네요."
  가게 주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야누아는 가게 주인에게 부탁한 것이 있음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자 루세르나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 주인 여성 (그래서 이후로는 루세르나라 칭함) 은 야누아 그리고 마야에게 다가가 그들을 맞이하려 하였다.
  "아테다르마에 간다고 했었지? 그 때 돌아오지 못하면 어찌하나 했는데."
  "제가 돌아오지 못할 리 없잖아요." 그러자 야누아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서 부탁한 것은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루세르나는 환하게 웃으며 이미 완성해 놓았다고 답하고서 재빨리 아궁이 근처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개인 작업실로 쓰는 공간인 듯해 보였다.
  그러더니, 루체나는 야누아에게 다가가고서 그에게 뭔가를 건네었다. 은색을 띠는 칼자루 두 개로 야누아 그리고 마야가 쓰게 될 예비 광검이었다고 한다. 그 칼자루 두 개를 야누아가 두 손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받을 무렵, 루세르나는 야누아 등에게 알렸다.
  "자리가 있으니까, 앉으렴. 차도 끓여 놓았어."

  "지금 갖고 있는 무구도 아직 잘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만약의 경우가 필요하겠지?"
  "그럼요." 야누아, 마야가 클라리스의 왼편 옆 자리에 앉아서 꽃차를 마시기 시작할 무렵, 루체나가 야누아, 마야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고, 그 물음에 야누아가 바로 답했다. 이후, 루세르나는 마르차, 율리아를 위한 것은 아직 만들고 있음을 밝히고서 하루 정도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이어 알렸다.
  "마르차하고 율리아는 지금 뭐하고 있니?"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마르차는 광장에 있는 것을 봤는데, 율리아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루세르나의 물음에 야누아가 답했다. 어딘가에 숨어있기는 할 텐데,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루세르나는 조용히 웃으면서 율리아에 대해 여전히 장난기가 넘치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에 대해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애도 이제는 어린애가 아닌데......."
  "그런 아이다운 모습이 그다운 모습이니까요." 그러자 야누아가 조용히 말을 건네었다. 이에 루세르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하겠지." 라고 말했다.
  "언제까지나 양갈래 머리를 땋은 활발한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이제는 키도 부쩍 커진 것은 물론이고, 가슴도 많이 커졌더라고. 그래서 때로는 그 때의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기도 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율리아는 '지금의 모습도 마음에 들잖아.' 라고는 해요."
  그러자 야누아가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율리아의 어느 시절 모습이든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야, 지금 갖고 있는 것은 뭐니?" 이후, 루세르나는 마야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그에게 무엇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종이에 그려진 문양들은 루세르나에게도 범상치 않게 보였던 모양이다.
  "황금의 원반에 새겨져 있다는 문양을 모사한 그림들이라고 들었어요."
  그러자 마야가 조용히 화답했다. 그러자 루세르나는 그 문양의 의미를 알아내려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어서 아직까지 그 문양의 의미를 온전히 해석한 사람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고서 정말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얼핏 봐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그냥 재미삼아 보는 거예요." 마야가 답했다. 자신도 문양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 듯했다. 그러면서 고문명 시대의 사람들 중에서도 그 문양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 같다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이후, 루세르나는 일행에게 자신은 추가 작업을 하겠음을 밝히면서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고 차 마시는 시간을 즐겨줄 것을 부탁했다.



  꽃차를 마셔본 경험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처음으로 꽃차를 마셨을 때가 대장간에 친구들-리마라 등-과 함께 놀러갔다가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꽃차를 대접받았을 때로 그 때는 아주 어렸던 만큼, 꽤 오래 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장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쉬는 시간마다 따스한 차를 마신다고 한다. 불이 익숙한 환경인 만큼, 물을 끓이기 쉬워서 끓인 물을 마시다가 그냥 물을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은은한 향을 즐기리를 사람들이 원하게 되면서 대장간에 차가 보급된 것이 그 유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니티아 일대의 전통인 줄 알았는데, 알바레스 그리고 먀미아에서도 그런 풍습이 전해지고 있었던 모양. -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아르데이스에도 이런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처음 대장간에 놀러가서 주인 아줌마를 만나고, 그로부터 차를 대접받았을 때, 아줌마가 말했다, 뜨거운 채로 마실 것인지, 아니면 식은 것을 마실 것인지를 물었던 것. 그 때, 나는 뜨거운 채로 마시겠다고 했다. 사실 다른 애들도 대답은 같았다. 나를 따라서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고, 나도 그렇고, 다들 차가 얼마나 뜨거운지, 어떤 맛을 내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빨리 맛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처음 꽃차의 물색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모두 신기함과 감탄 속에서 투명한 차 주전자를 바라보곤 했다. 유리 속에 비치는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간 말린 조각 속의 이파리들이 생기를 되찾고 꽃을 피우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모습에 반해 차의 맛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고, 그래서 꽃차를 몇 잔씩 마시곤 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꽃차를 즐겼지만, 정작 꽃차를 자주 마시거나 한 적은 없었다. 이후에도 가끔씩 대장간이나 인쇄소 등을 찾았지만 어렸을 때의 대장간 주인 아줌마가 떠난 이후에는 그와 같은 꽃차를 들여오는 이가 없었고-새로 온 대장간 주인, 인쇄소 사람들이 찬 물에도 우릴 수 있는 차를 들여왔다-, 여행지에서도 꽃차를 자주 보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간혹 루데스 등의 여행지에서 꽃차를 마실 때가 있기는 했고, 독특한 맛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물의 온기와 물 기운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꽃차를 마실 때마다 늘 감탄스럽게 바라보고는 했다. 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차의 맛보다는 차주전자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하고는 했다.
  "라르나 씨께서는 차주전자에 피어난 꽃이 신비롭게 보이는가 봐요."
  그 모습을 보고 야누아가 조용히 웃으면서 말을 걸었고, 이에 나를 대신해 아네샤가 나에 대해 늘 그러하였다고 답했다. 그리고 차는 그냥 물 마시는 듯이 마신다고 말했는데, 그 때, 나는 약간의 장난기 혹은 악의적인 대답에 대해 어떻게 반박하거나 하지 못했었다.
  야누아, 클라리스는 꽃차를 상당히 진지하게 즐기는 듯했다. 꽃의 향기 등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했으며, 나는 그런 두 사람의 곁에서 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고는 했다. 하지만 정작 꽃차를 가장 많이 마신 이는 이들이 아닌 마야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기묘하지 않아? 그 고문명인, 인류가 이런 기묘한 마법진 같은 문양을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는 것이."
  "그 고문명 시대가 지금처럼 마법과 가까운 문명은 아니었을 텐데, 그렇지?"
  한참 동안 차를 마시고 난 이후, 문득 생각난 바가 생겼고, 그러면서 내가 건네는 말에 아네샤가 그런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했고,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이후, 아네샤는 클라리스에게 그 문양들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고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고문명 시대의 사람들이 원시 시대의 문양들을 따라하려 한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외계 문명인들은 글자를 모를 테니, 그림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물건을 만들었는지를 알리려 하였을 것이라 여기었던 것이지요."
  미라도 비슷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곧, 이들 모두 각각의 문양에 모종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해석을 위해 라니아를 찾아서 요청해 보기도 하고, 루시언 노인에게도 관련된 문의를 해 보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는 아무래도 어려웠을 거야. 애초에 그런 구조의 문양에 대해 잘 아실 분도 아니었는데."
  "고문명 시대의 기억을 많이 갖고 계신 분이라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
  이후, 미라가 그에게 루시언 노인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음을 밝히자, 클라리스가 그것에 대한 변을 하였다. 그리고서 마야가 말한 바대로 그 원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고문명 시대에도 극소수였을 것이라 말하고서 동족들 중 대부분조차 알지 못할 문양들을 새기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음을 말했다.
  "자기들도 읽지 못하는 혹은 자기들만 알 수 있는 이상한 표식들을 새겨놓으면서 외계 사람들, 미래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하고 앉았다, 라고 말했었지요."
  그 모습을 보고 야누아가 당시의 클라리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서 그런 사람들에 대해 '모종의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다'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었으나, 그것은 클라리스에 의해 반박당했다. 그 무렵, 클라리스가 야누아가 "내가 언제 그랬어!" 라고 그를 다그치는 듯이 말했었는데, 이에 야누아가 조용히 미소를 띠며 "미안, 장난이었어." 라고 화답했었다.
  "저도 원반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그런 보물을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클라리스 등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반을 찾는다고 그것이 인류의 행적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후, 야누아는 원반에 대해 딱히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건네고서 그러면서도 인류의 기억을 품은 유산인 만큼, 인류에 대해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누군가는 그 보물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을 밝혔다.
  "기계 군단이 입수하거나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 무렵, 미라가 그런 야누아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 물음에 야누아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지 않도록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음반에 수록된 것이 기계 군단의 전력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인류가 남긴, 인류의 메시지가 담긴 물품을 기계 군단은 분명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임이 그 이유로 그로 인해 인류의 유산이 소실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우리가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야지."
  그러자 미라가 그런 야누아에게 말했다.

  이후, 미라는 화제를 돌려, 마야에게 마르차에게 가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어서 그 때라면 마르차도 몸이 근질근질할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야누아가 마야를 대신해 그가 심심하다면 가능한 빨리 가 봐야 하겠다고 말하고서,
  "율리아 못지 않게 심심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애이니까, 어쩔 수 없지."
  라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서 꽃차를 마시는 클라리스 그리고 야누아를 보면서 미라가 두 사람에게 꽃차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누아가 답하기를, 꽃차를 먼저 알린 사람은 마야이고, 이어서 자신과 클라리스도 꽃차를 좋아하게 됐음을 밝혔다.
  "이 곳은 아니지만 어떤 대장간에서 그가 대장간 주인이 꽃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반한 모양이야."
  그리고서 야누아는 마야가 어떤 대장간을 방문했다가 그 곳에서 꽃차와 꽃차를 마시는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하고서 따스한 물 속에서 꽃 부스러기 조각 같은 것이 꽃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이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이어서 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야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고, 그러면서 마야가 이미 찻잔을 비웠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꽃조차도 없었는데, 꽃은 마야가 먹어치운 듯해 보였다.

  꽃을 먹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저런 것을 먹으려고 해?' 이런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독을 품은 것도 있어서 아무것이나 함부로 먹으려 했다가는 위험하다. 하지만 꽃을 먹으려 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묘족, 고양이 요정족에게는 드물지 않은 일이라 했다. 과거에 묘족 사람들은 꽃을 먹기도 했지만 꽃밭을 훼손시키고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이후에는 먹을 수 있는 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으로 꽃을 먹는 것을 대신하게 됐다고 한다.
  마야를 비롯한 신디 자매는 처음에는 꽃차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간혹 길가에 피어난 장미꽃 등을 씻어서 먹고는 했다는 이야기는 있다. 그러다가 마야가 꽃차를 알게 되면서 그것이 자매 등에게도 전파되었고, 그 이후에 꽃을 먹는 습관이 꽃차를 마시는 습관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꽃차를 마시는 습관의 근원이었던 마야는 꽃을 먹기까지 하고 있었다.

  "얘는 늘 꽃을 먹는단 말야."
  "그렇다고 해도 딱히 나쁜 것은 아니잖아." 이후, 꽃을 먹고 있던 마야를 보며, 미라가 핀잔을 주는 듯이 말을 건네자, 야누아가 그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묘족들 사이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이어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는 해." 그러자 미라 역시 환하게 웃으면서 그런 그의 말에 화답했다.



  "여기를 나가고 나면 이제 어디로 가실 생각이에요?"
  그 후, 루세르나가 작업실 밖으로 나와 탁상 앞에 이르고서 곧바로 클라리스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그는 잠시 더 거리를 돌아다녀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 이후, 클라리스는 한 가지 요청 사항이 있음을 밝혔고, 이에 루세르나가 그에게 무슨 요청이냐고 묻자, 그는 곧, 그 요청으로서 한 가지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이 부근에 고양이 요정족 여자애가 숨어다니려 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고양이 요정족 여자애라......." 그 물음에 루세르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클라리스는 야누아, 마야 등이 찾으려 했다는 율리아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를 물으려 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그의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루세르나는 딱히 의미 있는 대답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답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하려 했었다. 그러는 그 때였다.

(*) 키스티아 바가리 (Kistia Vagari), 아니타 니에라스 (Anita Nieras), 아이라 넬라 (Aira Nella). 키스티아가 연장자로 최연소자는 아이라. 이들 모두 세페르 성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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