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네모의 형상을 이루는 탁자는 벨치아가 위치하고 있는 곳 근처의 부분을 제외한 한 변에 해당되는 부분에 10 개씩 의자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으며, 학생들이 그런 의자에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하지만 30 명의 의자를 20 여 명의 학생들과 5 명의 노인들이 모두 차지할 수는 없었고, 문 바로 앞에 위치한 의자들 중 좌측의 2 개가 비워져 있었다. 그 의자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새 마리아는 좌측의 세 의자들 중 가장 좌측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사벨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여기에 앉아 계시면 될 거예요."
  그 때, 벨치아가 두 의자의 근처로 다가간 다음에 나와 도로시아가 위치하면 될 곳을 알렸고, 이에 내가 먼저 비워진 의자 중에 오른쪽 의자에 앉고, 도로시아가 가운데의 의자에 앉도록 하여, 남은 두 의자 역시 채워지게 되었다. 그러자 벨치아가 손에 들고 있던 책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두 손으로 의자를 들어 올려 의자가 놓이지 않은 부분의 한 가운데에 그 의자를 올려놓은 이후에 책자를 다시 오른손으로 들었다.
  "여러분, 전부 다 모였지요?" 이후, 밝게 목소리를 내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는 벨치아.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예!!!" 라고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 중에 나의 치마 속을 들추어보려 한 아이들이 있어서 그들이 또 그런 일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신경을 쓰고 있었던 탓이었다. 다행히도 나의 옆 근처에는 노인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은 나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려 하지 않았고, 그런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은 나에게 있어서는 다행이었다.
  우선 건너편에 위치한 아이들의 모습부터 먼저 보려 하였다. 아이들은 머리 색깔과 앞머리 모양, 심지어는 피부색까지 달랐지만 이들 모두 서로의 다른 점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이 환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외모는 대체로 소년들의 유사점이 많은 편이었다, 머리카락 길이나 모양새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었던 소녀들과 달리 공통적으로 짤막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 대략 비슷한 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방향에 위치한 아이들의 모습을 둘러보다가 우측에 위치한 좌석 중 하나에 앉은 이사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그 부분에 앉아 있으면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면서도 항시 마리아에게 시선을 향한 채, 그를 계속 지켜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 마리아라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많은가 봐, 저 이사벨이라는 여자아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나는 조용히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 무렵, 소년들 중 몇이 나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이들은 나의 모습을 보면서 신경이 쓰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벨치아의 모습을 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아이들은 마리아와 나 그리고 도로시아의 모습을 차례로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와 도로시아의 모습을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마리아의 모습과 비교하며 묘한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모습을 보면서 하였으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아는 것이 없어, 일단 그들의 모습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모여있게 된 식당, 그 식당으로 쓰이는 공간의 입구, 그 건너편에는 창문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 창문을 통해 하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고, 그러한 탓에 선실 안에 있어도 하늘의 모습 정도는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서 갑갑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동안 나란히 앉아있던 몇몇 소년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있기만 해서는 심심해진 탓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소소한 일을 소재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벨치아 역시 그 심정을 바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그들에 대해 바로 질책을 가하는 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신 분들께서 서로 대면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조금이라도 서로 가까이 할 수 있다면 여행이 보다 즐거워질 수 있겠지요?"
  이에 "예!!!" 라고 일제히 화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소년과 소녀들. 그 이후, 벨치아는 우선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부터 가지겠음을 알렸고, 그러면서 나의 건너편에 보이는 탁자에 앉은 아이들부터 한 명씩 차례로 일어나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소개를 하도록 해 달라는 말을 건네었다.
  '역시 자기소개부터 시작인가.' 그 모습을 보며 차분히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나.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려 하는데, 내가 앉은 곳, 그 우측에 위치하고 잇는 이들인 나의 치마 속을 바라보려 했던 소년들과 눈이 마주치는 때가 오고 말았다, 그 때, 소년들은 이전에 잘못했다고 말한 이래로 나를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른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착하구나, 뻔뻔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그 후,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그러는 동안 후안나(Joann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는 자신이 어디에서 살고 어떻게 학교에서 지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집안 사정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비교적 간단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
  그렇게 소개를 마치고서 후안나는 나와 도로시아 그리고 마리아와 노인들의 모습을 향해 돌아서서 인사를 한 이후에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그 정성을 감안해 박수를 쳐 주었지만, 노인들은 무덤덤할 뿐, 다른 표정을 짓지 않으려 하였다-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벨치아는 다음 아이에게 소개를 하도록 하였고, 이어서 왼쪽에 보이는 아이에서부터 오른쪽에 보이는 아이의 순으로 한 명씩 소년, 소녀가 일어나 간단히 자기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일어선 아이들의 이름은 차례로 다나(Dahna), 엘린(Elrin), 실비아(Sylvia), 델로(Delo), 리티안(Ritian), 후엘로(Juelo) 로서, 처음 자신의 소개를 한 이들과 달리, 이들은 간단히 자신의 이름만 소개를 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는 하였다.
  그 이후, 시계 방향으로 도는 듯이 아이들이 한 명씩 일어났다가 앉으면서 소개 발표를 하였고, 소개할 내용이 많지 않았던 아이들은 대개 간단히 자신의 이름과 가족에 관한 설명을 하고서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벨치아는 그들의 행동이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사벨의 차례가 되었을 때가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하나의 중요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서로 인연이 없었던 한 명의 작은 여자아이입니다."
  예상한 대로, 그는 마리아의 존재를 언급하고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일어서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리아. 그 때, 이사벨이 그런 마리아의 모습을 가리키며 의젓하다는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어 그와 함께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 여자아이는 가난한 집안의 여자아이로서, 어머니께서 깊은 병으로 인해 누워 구제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지요. 저도 한 때 다리를 크게 다쳐 진료를 필요로 했지만, 병원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하였던 시절이 있었어요. 비록,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진료비를 갚고, 저 자신도 다리의 상태가 회복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마리아와 같은 여자아이를 보면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리고 그의 동반자로서 함께 길을 걷고 싶다고 자신의 의향을 밝히는 모습을 보이는 이사벨. 그러자 벨치아 역시 그런 이사벨의 모습에 대해 감탄했다는 말을 하면서 그 마음가짐 변치 않으며 어려움에 처한 마리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대열이 나의 근처에 이를 무렵, 죠반(Gioban)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년이 일어나 여행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 노인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함께 사는 할머니의 친구임을 밝히고, 자신으로 인해 여성 역시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음을 알렸고, 그에 이어 적어도 여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여행이 되도록 할 것임을 약속하는 발언을 하면서 자신의 소개를 마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소개가 끝난 후, 이번에는 나와 도로시아의 발표 차례가 오게 되었다. 우선 나의 차례가 먼저 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먼 서쪽 지방에서 온 '유네아 린'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에요. 우연한 계기로 곤경에 처한 마리아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약을 찾기 위해 나섰다가 도움을 받기 위해 이 곳으로까지 오게 되었네요. 여러분의 모습은 항시 바라보기만 했지만, 특징의 차이를 극복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음에 대해서는 훌륭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특징의 차이 하나만으로 다투고 전쟁까지 치르는 경우가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모두, 이 곳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이후에도 서로 다투지 않는 나날 이어갈 수 있도록 해요. 마리아가 이사벨이라는 여자아이와 인연을 맺은 일에 대해서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마리아에게 있어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후, 박수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나는 다급히 자리에서 앉았다, 행여 소년들이 나의 모습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에 대한 불안감에 의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이들의 모습은 없었다. 다만, 여자아이들 중 몇 명이 나의 모습을 동경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며 바라보는 것 같은 면은 있었다. 나도 인간으로 치면 14 ~ 15 세 정도인 소녀일 텐데, 그런 내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일까.
  이에 뭐라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 생각대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아, 환하게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린 양, 갑자기 해야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으세요?"
  "아니오, 잠시 정리해야 할 것이 있어서 그래요."
  그러자 그 물음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모두 굳세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서 굳세게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강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을 하면서 소개 발표를 마친 이후에 다급히 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이상하게 마무리를 한 것 같지만, 벨치아는 그에 대한 좋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면서 나의 발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건강한 삶은 강함과 아름다움 모두를 소유할 수 있게 하지요, 좋은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로시아가 일어나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는 간단한 소개를 한 이후에 그에 이어지는 것으로써 아니스 그리고 시아란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친구들과 함께 한 순간들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한 이후에 친구들 사이의 우정은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임을 알렸고, 그에 이어 소중하게 여기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반드시 지켜내는 삶을 살아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이어서 건네면서,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과 없음은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엄연한 차이점을 갖게 된답니다. 마음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의 있음과 없음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라고 말하고서, 소중한 것이 세상에 있다면 반드시 계속 간직하고 있어 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면서 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모두 잘 하셨어요." 그 이후, 벨치아는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한 이후에 사람이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름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 필요 정도는 있음을 밝힌 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성의 없어 보이는 발표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결국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리는 정도의 역할은 수행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것만으로 여러분은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감정을 담아내는 목소리 정도만으로도 상대가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기에 가능한 일일 거예요."
  이후, 벨치아는 서로 어울리기 위해서는 직접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후에 간단하게라도 학생들이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건네고, 이어서 벨치아가 직접 마리아와 이사벨 그리고 나 그리고 죠반과 늙은 여성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이사벨의 이야기를 들은 탓인지, 그리고 마리아에게 관심을 가졌을 법한 두 명의 소녀들이 마리아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자, 마리아의 곁에서 잠시 멀어지고서 소년, 소녀들이 서로 대화하는 데에 끼어들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 그 무렵, 그들의 틈새로 벨치아가 끼어들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자, 그런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예."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벨치아. 그리고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대해 알아야 그들의 이야기에 바로 귀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 무렵, 이번에는 그리셀다(Griseld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로서 감색을 띠는 머리카락의 일부를 양 갈래로 땋아 아래로 내린 푸른 눈동자를 품은 이가 나를 바라보더니 나에게 감탄의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건네었다.
  "유네아 님이라 하셨지요? 뭔가 요정의 나라 공주님처럼 생기셨어요!"
  '그런 말을 나에게 꼭 해 줘야 하겠니?' 지금껏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있었던지라 마음속으로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나, 아이들에게 나쁜 말을 할 수는 없어 "고마워, 얘야," 라고 좋게 화답을 해 줘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마리오(Mario) 와 알렌(Alen) 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들도 너무 아름답다고 말을 하였고, 그 때에도 좋은 말로써 답을 해 주었다.
  도로시아에게는 동화를 들려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요정과 함께 있었던 때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나에게는 유난히 나의 모습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발언들이 계속 나왔으며, 그러는 동안 도로시아 역시 그런 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오른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그런 나에 대한 물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유난히 유네아 님을 동경하는 아이들이 많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을 법 한데."
  "이야기 못해욧!" 그러자 나는 얼굴을 붉힌 채, 도로시아의 물음에 바로 외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로시아는 놀라는 모습 하지 보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고, 크세비아 역시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 앉아 있으면서 나에게 아이들이 동경할 만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으로서 부러워 할 만한 면을 많이 갖추고 계시니까요."
  "그 말대로, 내가 그런 사람이면 좋겠지만, 나는 천사가 아니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러자 나는 곧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다가 루엔(Luen)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년이 제법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비로소 대답할만한 질문이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친절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 새파란 하늘과 하얗게 빛을 발하는 태양 그리고 푸른 산과 그 아래로 펼쳐진 초록빛 풀밭과 같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늘어놓으려 하였다.
  "이어질 일로는 무엇이 있어요?"
  그 무렵, 크세비아가 노인들의 곁에 이른 벨치아에게 다가가더니 그에게 다음으로 이어질 행사에 관해 물었고, 그 답으로써 벨치아가 장기자랑이 있은 이후, 집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발표할 예정이 있음을 밝혔다. 그 때, 도로시아가 그런 벨치아에게,
  "자신의 소망과 꿈에 대한 발표는 아직 하지 않나 보네요."
  라고 묻자, 그가 그렇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에 대해서는 제 4 행성으로 간 이후, 떠나기 전날 밤에 하나씩 발표를 할 예정임을 밝히고, 아직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니라고 그 일에 대한 언급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벨치아는 각자 장기자랑 거리 하나씩 준비해 왔느냐고 물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준비해 왔을 리는 없고, 준비해 온 이들만 장기자랑을 한 번씩 보이게 되었다. 단체로 준비한 이는 준비해 온 이들 모두가 참가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거나 간단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면서 바라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는 하였다. 그리고 한 사람씩 마치고 나면 공간의 한구석에 위치한 건반악기로 연주를 행하고 있던 벨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악기의 바로 앞에 잠시 서 있으면서 마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하였는데, 대개 재능의 장점을 부각하는 말을 함으로써 장기를 보인 아이가 그로 인해 기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본래 앉았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그 광경을 즐기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새파란 제복을 입은 채로 기량을 펼치는 모습에 대해 여러 의미로 묘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르시아가 저런 장기자랑에는 능했지.'
  나는 장기자랑 같은 것은 잘 하지 못했다, 운동 능력이 되지 않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앞에 나서는 것이 참 싫었고, 그래서 억지로 끌려나왔을 때에는 울상을 짓기도 했었다. 그 대신, 에르시아는 그런 것을 잘 했고, 춤이든 노래이든 간에 무엇이든지 항상 잘해서, 무대에 내려갈 때마다 박수를 받고는 하였기에 내가 연극에 나서게 되었을 때에는 나를 대신한 적도 있다.
  '그 때의 에르시아가 있더라면, 좋은 볼 거리를 제공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할 즈음에, 나의 바로 옆에 앉은 노인이 나의 오른쪽 어깨를 건드렸고, 이에 내가 놀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가 벨치아의 모습을 봐 달라는 말을 하였고, 그 후, 나의 눈앞으로 악기 근처에 책자를 두 손으로 들고, 그 책을 내리고 있던 벨치아가 나에게 잠시 나와 주지 않겠느냐고 묻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불길하다!' 그 때,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일어나기를 거절하려 하였지만 이미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책상에 앉은 이들이 나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기에 차마 벨치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 부탁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할 수밖에 없는 건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의 바로 앞에 이르는 동안 조용한 한숨과 함께 한 마디 말이 나에게서 나왔다, 객원으로 들어온 나는 이런 행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에게 원치 않는 의외의 상황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기운이 없어지면서 나온 말이었다.
  게다가 임시로 개설된 '무대' 앞에 이르게 된 이상,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어떻게든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닥쳐온 일을 맞이한 상황 속에서 나의 상념 역시 당황하였는지 명확한 구상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문제까지 나에게 주어져 있었다.
  '무엇을 하지, 노래를 할까? 아니면 간단하게라도 춤을 출까?'
  해야할 일의 주제부터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는 어느덧 책상의 바로 앞에 이르렀고, 이후, '무대' 에 이른 나에 대한 벨치아의 소개가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두 다리를 모은 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이는 채, 가만히 서 있으면서 급하게나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책상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나는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얼굴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당장에 그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황은 오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올라서신 분께서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하니까요."
  그 무렵, 다시 악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건반에 손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던 벨치아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내가 연기를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 나는 무언가라도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오른팔을 높이 들고 오른 다리를 무릎 높이까지 책상 다리 자세를 취하는 듯이 올리며 준비를 취하는 자세를 취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손을 높이 든 채,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동작들을 이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의 나는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고려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움직였으며, 그러는 동안 벨치아가 연주하고 있었을 격렬한 곡조의 음악에 맞추면서 몸을 뒤로 굽히거나 무리하게 한 다리에 의지한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를 취하거나 몸을 굴렸다가 다시 일어나며 공중제비를 도는 등의 동작을 계속 취하고 있었다는 정도는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벨치아가 곡 연주를 끝낼 즈음이 되자 마무리를 지을 준비를 하였고, 결국 곡 연주가 끝나기가 무섭게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킨 이후에 등을 보인 채, 왼손을 허리에 올리고 고개를 왼편으로 돌린 채, 오른팔을 뻗으면서 두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모든 동작을 마쳤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이 이어진 시간의 연속. 그 연속된 시간이 끝날 무렵, 나의 귓가에서부터 박수 소리가 잇달아 들려오기 시작하였고, 그 소리에 놀라, 소리의 근원을 향해 돌아서면서 나는 아이들이 박수를 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내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제법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자리에서 일어난 벨치아는 동작이 형편없게 보였는지 박수를 치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도 나에 대해 달리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데, 벨치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모습은 볼 만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포기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포기하지 않았음에 대해서만큼은 좋게 평가를 해 주고 싶네요."
  처음으로 끝까지 하게 된 무대 위에서의 춤. 그에 대해 벨치아는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도로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벨치아가 다시 악기 바로 앞의 의자에 앉자마자 드레스의 양끝을 두 손으로 잡은 채, 공손히 인사를 하고서, 다시 일어서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조용히 서 있기만 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숨을 한 번 깊이 쉬고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고향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곳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노래, 그 노래가 벨치아도 잘 모르는 곡조를 따라 평상시보다 진중한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노래를 하는 도로시아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몇 장난기 어린 학생이 잡담을 시도하다가, 바로 저지당할 정도로 아이들은 노래하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려 하였다.
  "잘 모르는 노래인지라 연주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노래 같네요, 하늘에 이르렀을 아름다운 꿈과 소망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에도, 아이들의 공연은 계속 이어져 갔고, 그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나와 도로시아 그리고 책상 위에 앉아있던 크세비아는 다른 노인들과 함께 아이들의 공연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엔리코(Henrico) 가 공연을 할 무렵, 크세비아가 반 즈음 옆으로 누운 자세를 취하며, 도로시아에게 물었다.
  "좋은 행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쉿! 큰 소리로 말하면 못 써요." 그 때, 도로시아가 크세비아를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렇게 다그치고, 이에 크세비아는 바로 앉으려 하면서 당황한 채, "죄송해요!" 라고 자그마하게 소리를 내어 응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크세비아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학생들의 공연이 끝날 때가 되자 벨치아는 악기에 앉은 채로 학생들에게,
  "이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학생들 모두 흥겹게 노래를 불러 주세요, 함께 하시는 분들도 의향이 있으시다면 함께 부르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 그와 함께 학생들이 일제히 밝게 목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노인들 중 악기를 안은 노인을 비롯한 몇 노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도로시아도 그렇고, 무슨 노래인지 몰랐던 탓에 밝은 분위기를 내고 있을 그 노래를 제대로 따라 부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노인들의 합창을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면서 나는 노래를 가만히 감상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레반테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레반테아를 통해 자그마하게 샤리에나가 데리고 있던 어린 바람의 정령들 중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유네아 언니, 지금 계세요? 시에나(Siena) 예요, 샤린 언니께서 부르시니 어서 나와 보세요!"
  다급해 하는 듯한 시에나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화들짝 놀라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았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와 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에 의해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면서, 나는 조용히 "알았어." 라고 화답한 다음에 곧 올라갈 테니 샤리에나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전해줄 것을 당부하였고, 이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어라? 린 양, 갑자기 어디로 나가세요?"
  그 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벨치아가 나를 향해 돌아서서 묻자, 나는 다급히 그 방을 나서려 하면서 샤리에나에게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화답한 이후에 돌아올 때가 되면 샤리에나를 통해 알리겠음을 밝히고서 방문을 열고 통로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통로를 따라 뛰어 선실의 밖에 머무르고 있을 샤리에나를 만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샤리에나는 원래의 옷차림을 하고, 날개를 펼친 채로 갑판의 왼편에 가장자리를 등지며 앉아 있으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날개를 펼친 모습을 보이는 어린 바람의 정령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해 할 적에, 잠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어린 소녀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이들과의 대면은 잘 이루어졌지요?"

  이후, 샤리에나는 어린 소녀들을 곁에 두고 이들이 서로 앉아 노는 동안 웅크려 앉은 자세를 취하며 왼편 곁에 서 있던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냥 부르고 싶어서, 정령을 통해 불렀어요, 벨치아 선생님께서 놀란 일에 대해서는 죄송스러운 일이기는 한데."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저렇게 학교에서 희망과 서로 어울리는 삶 그리고 사랑의 중요성을 배우며 살아가고, 그러면서 무엇이 올바른지를 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아이들을 통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두워진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하지만, 이상하지요? 이 세상에서는 아이들이 가지는 올바름과 어른들이 가지는 올바름이 너무도 달라요. 그래서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면 기존의 올바름은 버리고, 새로운 올바름을 가져야 해요."
  "수정도 아니고, 교환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에 그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묻자, "그렇지요." 라는 화답을 하는 샤리에나. 그리고 기존의 가치관은 '유치하다', '모자라 보인다' 는 이유만으로 버려져야 하는 가치관이 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어린 바람의 정령들 중 하나-목소리가 이전의 시에나와 달랐다-가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 황당해 하는 모습을 보이며 물었다.
  "그러면 학교에서 그런 것을 꼭 배워야 해요?"
  "그런 것이라도 배워놓고 있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사고를 일으켜, 그로 인해 세상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니까 그래, 이제 알겠니, 에리타(Erita)?"   그 후, 에리타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자 아이의 물음에 샤리에나가 바로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뱃머리 부근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세 명의 어린 정령들에게 자신이 사람들을 모이게 한 이유를 밝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Amira) 모두 알고 있겠지만, 내가 여기 있는 이들을 부른 것은 전방 저편으로 비행체들이 날아오고 있는데, 그 비행체들에 무기가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그 모습을 관찰하기라도 하면서 그에 대한 준비 사항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어, 내가 원래 옷차림을 하게 된 것 역시 그러한 이유를 갖고 있어."
  그러면서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라는 이름을 가지는 정령들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할 무렵, 갑자기 파렐리아에게서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전방에서부터 포탄 한 발이 배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어요, 목표가 된 물체는 불명!"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