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펼친 채, 오른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리고 있으면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던 여인. 그 여인이 서 있는 돌로 이루어진 바닥과 그 너머에서부터 섬은 문명의 흔적에 대지의 기운이 파고들어 이제는 자연의 일부처럼 변해버린 한 거대한 유적의 일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가 서 있던 바닥은 돌로 만들어진 듯해 보이는 벽돌들을 이어 붙여 만들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그 틈새 사이로 수풀들이 자라나고 표면 위로 이끼가 초록색 무늬를 그려내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보이는 마치 옛 신들을 위한 신전의 유적과도 같은 돌기둥들의 표면을 따라 담쟁이덩굴이 자라나 초록빛 이파리가 펼쳐진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명의 흔적들 사이의 곳곳의 부서진 틈새 사이로 나무와 풀들이 자라나 있었으며 돌로 이루어진 바닥의 곳곳에 피어난 민들레가 꽃을 피워 자신이 머무르는 곳 일대를 노랗게 꾸미고 있었다.
  그 너머로는 상당히 큰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 호수의 주변으로 갈대를 비롯한 수많은 풀들이 무성히 자라난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여인은 그 호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호수가의 오른편에 위치한 억새풀 사이로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조용히 생각에 잠긴 것 같다는 느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호수가의 갈대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인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하늘의 곳곳에 머무르고 있는 바르코스의 병기들로 잠깐 시선을 향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늘에 위험한 병기들이 머무르고 있어서 언제 공격을 가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호수가의 갈대밭에 나와 한가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괜찮을 지에 대한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갈대밭을 거쳐 호수가의 둥그런 자갈돌들이 널린 곳에 이른 여인이 자갈돌들의 모임과 물의 경계, 그 부근에 이르면서 발걸음을 멈추자 나는 곧바로 그런 그의 뒤쪽 곁에 머무르려 하였다, 잠시 말을 걸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 동안에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때가 되면 그의 곁에 이르면서 이전에 그로부터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려 하면서. 그런데 그 때, 여인이 조용히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며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를 향해 곧바로 돌아서면서 말을 걸려 하였다.
  "벌써 제 곁에 와 계셨네요." 그리고 왜 뒤에 머무르고 있느냐고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묻고서 자신의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이에 나는 조용히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의 왼편 곁에 이르러 그처럼 호수와 자갈돌의 경계 부근에 머무르려 하였다.

  "어른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는 않으시는 분 같아요, 같은 요정이나 어린 아이들과는 무척 잘 어울리시던데."
  "그게 아니라, 대화의 분위기가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려 그랬어요."
  내가 여인의 왼편 곁에 머무르기 시작할 무렵, 뒤쪽에 조용히 서 있던 나의 행동에 대해 여인이 한 마디 추측의 말을 건네자 내가 환하게 웃으면서 그 행동에 대한 언급에 대해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나는 이전에 내가 했던 질문을 그가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내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무언가 떠오르신 것, 있어요?"
  "왠지 예전에 들었던 어떤 부족민과 문명인의 이야기, 그 마지막 부분을 연상케 하는 물음이네요."
  그 이야기는 실은 옛 세니티아에서 전승되어 오던 이야기의 일종으로서 외지에서 온 이들로서 외지의 문명, 그 영향을 받은 두 사람과 라르니온 일대에 거주하는 토착민 한 명 사이에 일어난 일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외지인 두 사람은 토착민의 기억력에 관한 논쟁을 거듭하다가 직접 토착민을 만나 그와의 대화를 하면서 증명해 보자고 말하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토착민을 만나 그에게 하나의 말을 건네었다. 계란으로 하나의 요리를 하려 한다는 언급을 하고서 삶는 방식과 깨뜨려 굽는 방식의 두 가지가 있음을 언급하고서 질문 하나 없이 그의 곁을 떠났다.
  그러다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속에서 그 토착민은 마치 자신에게 어떤 외지인이 다가와 계란 요리에 대한 언급을 한 일, 심지어 외지인을 만난 일에 대해서조차도 전혀 기억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그래서 이전에 말을 걸었던 외지인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이겼을 것에 대한 확신을 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서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기 위해 토착민을 다시 만나서 물었다.
  "어떻게 해 줄까?" 그러자 이전에 들은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토착민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런 그의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한다.
  "구워서 주세요."
  그 이야기는 세니티아 일대에서만 전해지는 이야기로서,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이야기의 일종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어떻게 된 일인지 세니티아의 그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에게 하나의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어떻게 알고 계셨지요, 그 이야기는 분명........"
  하지만 여인은 그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한 마디 언급만 할 뿐, 물음에 대한 화답을 제대로 하지는 않으려 하였다,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의미를 전해주기 위한 일이었을까.
  그 이후, 그는 난리가 일어나든 말든 간에 항시 고요한 모습을 보이는 호수의 수면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수많은 빛을 받아 수면 위로 마치 새하얀 요정의 빛들이 별가루처럼 모여있는 것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을 즈음에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나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네려 하였다.
  "때로는 치열한 시간 속에서도 그 열기를 식힐 수 있을만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자신 역시 내가 중대한 상황 속에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그 때에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바쁜 와중에 부른 탓에 나를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 그에 이어 1 시간 정도만 내가 자신과 함께 머물러 준다면 좋을 것이라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시간 동안에나마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고 부탁하고 싶은 것을 부탁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였다.
  "알았어요."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한 다음에 서로 간의 이름을 밝히는 일부터 먼저 하자는 말을 하고서 잠깐이나마 같이 있으면서도 이름 정도는 기억해야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이름부터 먼저 밝히겠음을 알리고서 그 이름이 무엇인지를 왼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리며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이름은 내가 만나고자 했던 소녀와 같은 마리아. 하지만 그 점에 대해 당장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 세상에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한둘은 아닐 것이리라는 추측을 그 시점에서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름을 밝히고서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은 자신은 한 때, '마리안(Marian)' 이라 칭해진 적도 있었음을 밝히고서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와 함께 부르고자 할 때에는 마리안이라 칭해도 좋으며, 행여 내가 관련된 기록을 남기고자 할 때, 마리안이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좋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마리아 혹은 마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여인은 내가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를 바로 알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일단은 그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며 그 감정을 정리하면서 그와의 대화를 이어가려 하였다.
  그렇게 여인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나 역시 내 이름을 바로 밝혔다. 그러자 마리아는 처음 듣는 이름 같지는 않은지 낯설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유네아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이름이네요."
  하지만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놀라지 않으려 하였다, 그 이름이 그렇게 드물지는 않은 이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상호 간의 이름을 밝히는 일을 마치고서,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인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 채 이전에 내가 했던 질문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은 다음에 다소 밝아진 목소리를 내어 그 답으로써 몇 마디의 말을 나에게 늘어놓으려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랬어요."
  그리고서 그는 이어질 모든 이야기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과 반드시 관련이 있기에 여기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혹시 마리안 양의 어머니께서도 마리아의 어머니되시는 분처럼 병에 걸리셨었나요?"
  그 이후, 나는 마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마리안' 이라는 칭호를 사용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이름을 같이 부르려니 혼동되지 않도록 할 필요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내가 물음을 건네자, 마리아는 곧바로 나에게 "그랬었지요." 라는 화답을 한 이후에 자신 역시 어렸을 적에는 불우했으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이후에는 어머니가 혼자 생계를 맡아야 했기에 집안의 어려움은 더욱 컸음을 나에게 알리는 이야기를 하였다.

  8 세가 되었을 무렵, 어머니마저 고열 속에서 몸져눕게 되어 하던 일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독감에 의해 그렇게 되었으며,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 고된 노동을 한 끝에 신체가 독감에 대한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되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였다. 다른 병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고, 그 이후로 사람들은 독감에 대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하였다.
  물론 진료비 자체가 막대했던 데다가 특수 행정 구역에 소속되었을 그에게 부과될 진료비였던지라 그 금액은 통상 진료비의 최소 2 배, 최대 20 배인지라 그 막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가난했던 그 일가에게 진료비를 마련할 수 있는 여유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되었다.
  그 진료비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마리아의 어머니는 치유될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모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그 행정 구역 내 사람들 모두가 가난했고, 생계 유지에도 빠듯했던 탓에 그의 병을 위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괜찮을 리는 없었고, 병세를 방치해 둘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마리아는 어떻게든 그의 병을 치유해 살아날 수 있도록 인근의 도시로 나아가, 그 곳의 병원에서 어머니를 치유해 달라고 하소연을 하였다. 그 때, 어린 마리아는 어린 아이의 하소연에 바로 응하여 자비를 베풀어 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는 그런 자신의 부탁에 응하여 그에게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정말 돈을 주지 않아도 치료를 해 주었나 봐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마리아에게 그렇게 물었으나, 마리아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의사는 그에게 하나의 문서를 주고 서명을 할 것을 강요하였다. 그 문서는 '각서' 임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하나의 일을 대가로 자신의 신체를 남에게 맡기는 것에 동의를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서명란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그 문서는 분명 자신의 신체가 어디론가 팔려가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어도 원망하지 않겠음을 약속함을 알리기 위한 글이었으나 당시의 어렸던 마리아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는 서명을 하면 되느냐는 그의 물음에 친절하게 웃으면서 서명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끝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고, 이에 마리아는 다른 말없이 그의 요청에 따라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자 의사는 문서를 받아들고서는 집에 가 보라는 말을 하면서 곧 차비를 갖추어 그의 일가를 방문하겠음을 알렸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마리아는 자신이 기대한 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가 마리아의 일가를 찾아가 진료를 행한 이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아직 안정을 찾고 있어야 할 어머니의 간병을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방직 공장에서의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이를 무렵, 그는 집에 어머니가 없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나간 사이에 어디로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가만히 기다리려 하였다.
  그 때, 집으로 한 젊은 여성이 찾아와서는 그에게 마리아가 집을 떠나있는 사이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집으로 한 무리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일 찾아와서는 마리아를 데려오라고 협박을 가했고, 그 때 마리아의 어머니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아를 데려갈 수 없다하여 자신이 가겠음을 알리며 마리아를 대신해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과 함께 자신이 모를 어딘가로 갔다는 것.

  "그 때, 그 여자 분께서는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리려 하셨어요.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한 일이었지요. 그 때, 저는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이후, 여인을 통해 마리아는 그의 어머니가 진료를 위해 들렀던 병원의 의사가 사주해서 온 제 2 행성의 한 병원에 속한 조직원들에게 넘겨졌으며, 그 근거지에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여인에게 놀라며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런 그의 반복되는 물음에 그 여인은 항시 그렇다는 화답을 하면서 마리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인이 조직원이 사람의 의식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병기를 이용해 공격해 의식을 잃게 하고서는 회색 포대에 감싼 채로 작은 비행선에 실어 그 병원으로 보냈다는 설명을 이어서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증명하려 하였다.
  그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던 마리아는 이후, 어머니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물음에 곧 여인은 그 병원의 '돌아올 수 없는 수술실' 에 끌려가게 될 것임을 밝히면서 그에 이어 수술실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그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에 마리아는 알고 있다고 외치고서 어서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서달라고 간청하며 그를 제 2 행성에 있다는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마리아는 제 2 행성에 겨우 도달하여 여인이 언급한 병원에 이르렀으나 그 무렵, 한 수레에서 병원의 남성 간호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입가를 마스크로 가린 채, 들것에 미이라처럼 하얀 붕대에 감싸인 여성을 병원 뒤뜰로 보내는 광경이 나타났다.

  "그 때, 그 여자 분께서 말씀하셨어요. 아직 요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 분께서는 불가항력 속에서 딸이나마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희생한 것이라고. 그리고 원인이 어찌하였든 간에 이제는 어머니 없이 혼자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 이후, 저는 제가 살던 곳을 떠나 며칠 간을 그 여자 분과 함께 세상을 떠돌며 살았어요. 정착할만한 곳을 찾기 위한 일이었지요."

  그러다가 그는 머지 않아 고아가 된 자신을 받아주겠다고 나선 어느 학교의 젊은 여교사에 의해 그의 집으로 들어와 양녀로서 살게 되었고, 그 선생의 보살핌 속에서 그는 안식을 누릴 수 있었지만 머지 않아 그는 다시 불행의 나날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다, 그 여교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성계의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학교 역시 강제 폐교를 당하게 된 것. 이후, 자신의 어머니와 같았던 그 여교사를 감옥에서 나와달라고 부탁하였고, 결국 그는 그 대가로서 여교사와 함께 도시의 실력자, 그 밑으로 들어갔다.
  여교사는 실력자의 측실로 들어가고, 마리아는 그 집의 식객으로서 집안의 허드렛일을 맡아가며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측실이 된 여인의 부탁을 받은 한 젊은 남자의 도움을 받아 그와 함께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지 3 년 만의 일, 그 이후로 그는 떠돌면서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이후에도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한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항시 마음 속에 품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죽음을 택하려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이유로서 마리아는 자신에게는 하나의 소망이 있었음을 밝히고서 아버지를 잃은 이후, 혹독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어머니의 모습과 그처럼 어려움에 처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항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지금껏 진심으로 차별 받는 지역에서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가 세상에 없었기에 저만이라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그 이후, 그는 여교사와 함께 있을 무렵에는 그가 소지하고 있던 시집을 자주 읽었으며, 고향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아름다운 문구에 반해 그 문구를 노래로 읊으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 속에 품기도 하였음을 이어서 밝히기도 하였다.
  그 두 가지 소망은 마리아에게 있어서 삶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하였기에 짧기만 했던 행복했던 나날들이 지나가고, 여교사였던 여인의 곁을 떠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 소망을 지키면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가혹한 시간이 지나간 이후에도 마리아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에서 한참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망을 가졌음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하면서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려 하였다, 삶을 이어가게 해 준 두 삶의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하면서 소망에 대한 기억을 지키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하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여러 여정을 거쳐야 할 때가 있기도 해요. 소중하다고 여기어지는 것들을 망실하는 순간을 맞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이 험악한 고통에 시달려야 할 때도 있어요. 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가난한 일가에서 태어나 꿈을 가진 이래로 그 꿈을 위해 노력하려 하는 동안에도 계속 어려운 순간은 찾아왔고, 그 속에서 심지어는 그 모든 고통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려 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에 이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말을 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품은 소망이 있고 그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만큼은 버려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세상이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게 할지라도. 그 소망을 지키는 일은 곧 세상의 시련에 의해 자신의 영혼이 굴복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또 수많은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이 품은 순수한 일면만큼은 지켜내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마리아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반드시 전해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어리면서도 가난 속에서 어른스러운 면모를 품고 있을 마리아라면 반드시 하나의 소망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리라는 추측을 하면서 행여 그 소녀가 세상의 험난한 일면 속에서 자신의 소망을 포기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일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기억하시고 계시지요, 제가 드렸던 말."
  이후,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 마리아. 그러는 동안 나의 우측 곁에 머무르던 레반테아가 그 모든 것을 녹음하고 있었는지, 그 말에 반응하면서 마리아가 이야기를 끝내면서 했던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였고, 그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마리아는 잠시 놀라며 당황하는 표정을 짓다가, 곧 다시 차분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그 정도라면 마리아 양에게 말을 전해주는 일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을 밝히고서 잠시만 더 자신의 곁에 머무르고 있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내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마리아는 그 답으로써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것임을 밝히고서 그에 이어 제 6 행성에 관한 정보임을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제 4 행성 등지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병기들의 근원인 그 곳에 관해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가 들려올 것을 기대하며 그 이야기에 곧바로 귀를 기울이려 하였다.
  "제 6 행성에는 수 개의 병기 제조를 위한 거대한 규모를 가지는 시설들이 있었어요. 그 시설들은 과거 이 행성 전역과 공중에 머무르는 소형 행성들 전체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던 대제국을 위한 곳으로서, 제국 전역 통일을 달성한 황제인 필립포 5 세(Philippo V) 가 행성 전역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가 되면 제 6 행성의 병기 제조 시설 가동을 중단하겠음을 약속하였지만 그 약속과 달리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병기 제조는 계속 이루어졌지요."

  현재는 제 3 행성이라 칭해지는 곳을 기반으로 건립된 제국, 그 제국이 왕국이었던 시절의 왕 페르난도 3 세(Fernando III) 는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제 6 행성의 잠재적 특성을 바로 알아보았고, 그 행성의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양의 자원을 노리며 그 행성을 점거하였다. 하지만 그 행동은 국제법에 위배되는 행동이었기에 결국 인접한 국가들의 저지를 받아 페르난도 3 세는 왕국이 그 행성을 지켜내기 위해 제 3 행성의 거의 전 구역을 빼앗기는 수모를 감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왕국은 그 행성의 막대한 자원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 결국 알시온 3 세(Alsion III) 대에 이르러서는 제 3 행성의 모든 구역을 수복하고, 그 2 대 후인 데미안 1 세(Demian I) 대에 이르면서 왕국을 괴롭힌 국가들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정복 사업을 개시하면서 제 6 행성의 운명은 본격적으로 변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 있은 제국의 건립과 3 대에 걸친 정복 사업, 그 이후에 즉위한 희대의 폭군이라 칭해지는 황제 '페르난도 5 세(Fernando V)' 대에 있은 여러 반란과 그 진압 속에서 병기들은 계속 생산되어 왔고, 그렇게 제 6 행성에서부터 생산된 병기들은 곧 제국의 힘이 되어 행성 전역에 있은 붉은 파멸의 나날들을 만들어 낸 주력이 되어갔고, 그 이후에도 이들은 제국의 절대적 힘의 상징으로서 공포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페르난도 8 세(Fernando VIII) 대에 이를 무렵, 행성 전역의 대 봉기가 이루어지고, 그 주역으로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여 차츰 제국의 전역을 제압해 나아가다가 제 6 행성이 점거되어 병기들의 생산은 본격적으로 중단되기에 이르렀고, 이후에 제국이 마침내 멸망하게 되자 제국의 상징 중 하나로 간주되었던 그 생산 시설은 완전히 철폐되었다.

  "본래 제 6 행성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 속에 있었지만 그 곳의 시설 및 인공 도시들은 인간이 안전히 작업할 수 있도록 항시 공기와 전력이 공급되어오고 있었지요. 하지만 시설의 철폐가 이루어지면서 공기 보급 시설이 파괴되고 전력 공급도 중단되면서 사실상 그 곳은 복구가 되지 않는 한, 가동할 수 없는 곳이 된지 오래 되었어요. 공기 문제는 특수 복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지만, 전력 공급은 어찌할 수 없어 더 이상 가동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본래 그 시설은 막대한 전력을 요구로 하는데, 그 저주받은 시설을 위해 전력을 대 줄 이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마리아는 지금에 이르면서 병기들의 생산이 허락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재개되었고, 그것에 대한 조사를 행하기 위해 파견된 요원들이 실종되는 사태에 대해 행성과 관련이 없는 외부 존재에 의한 일일 가능성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막대한 전력 공급의 근원이 행성 내에 있을 리 없으니 바로 행성 바깥의 무언가에 의해 전력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리라고 추측을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 6 행성의 시설 내로 침입을 감수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그 진상을 알아내려 하다가, 그는 병기들의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의 진상 이상으로 심각하게 여길만한 것들을 다수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마리아.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병기 생산 시설에서 제조된 모든 병기들이 '과거 제국에서 만들어지던 것들과 거의 같은 외형 및 특성을 가지고 있음' 을 알아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그 병기들은 외부 세계에 거주하는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이 확실하지만 실제 그 존재는 과거 멸망한 제국의 후예 중 우주 공간으로 도주한 이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성계에 정착하였고, 그 곳의 인사들이 제국이 잃은 행성을 되찾는 일환으로 행성을 점거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마리아.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숙인 채, 이전에 비해 훨씬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무한의 동력원으로서 은하 외곽의 한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 거대한 마력의 근원이 되는 한 쌍의 '꽃봉오리' 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우주 공간 속에서의 장기간 생존을 위해 신체 조직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지는 유체 금속을 그 꽃봉오리를 이루는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서 자신들을 금속 병기화하기도 하였지요."
  "그 꽃봉오리를 얻은 이후, 이들은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에너지 병기들의 생산까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꽃봉오리와 그들에게서 태어난 꽃봉오리들의 마력에 지배를 당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그들의 기억을 잃었으며, 오직 인간에 대한 증오와 파괴 본능만을 발휘하는 채로 수많은 이들을 파괴하기 시작, 결국에는 우주의 난폭자로서 그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천사라 칭해지는 이들에 의해 제압되었지만."
  그리고서 그는 이들이 제압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냐면 그렇지도 않았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에 이어 이들이 멸망하면서 남긴 유산은 이들이 멸망한지 1000 년이 지난 이후에도 우주의 곳곳을 떠돌고 있으며, 그 시간 동안 그 유산들은 여러 성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마리아. 그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리아는 제국의 이름을 언급하는 일 없이 제국이라 칭하고 있을 뿐, 그 국가의 칭호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때, 그런 그에게 내가 물음을 건네어 그 제국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하였다.
  "그 제국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한 동안 말이 없던 마리아에게 결국 그 이름이라 칭할만한 하나의 이름이 나왔다. 놀랍게도 그 이름은 나의 최종 목표와 관련이 있는 이름인 '바르코스(Varcos)' 였다.
  "바르코스 혹은 바르카디아(Varcadia), 그것이 그 제국의 이름이었지요. 정식 명칭은 바르코스이지만, 이 곳의 사람들 중에는 바르카디아라 칭한 이들도 있었다 해요, 왕가의 이름이 바르카스(Varcas) 이기 때문이지요."
  그 이름을 듣고서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 동안 마리아가 나에게 걱정의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그에 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그 이름을 아시고 계시나요?"
  "예, 알다마다요." 이에 나는 우선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이전에 어떤 요정이 자신의 나라가 바르코스에 의해 멸망했다고 말하면서 그 나라의 흔적이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그 이름을 알게 된 경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나라의 요정은 다른 성계에서 온 이이겠지요?"
  "물론이지요, 저도. 제가 살던 곳 역시 바르코스에 의해 침략을 받을 뻔했다가 겨우 격퇴했지요. 군단이 머무르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 바르코스에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 물음에 나는 나 역시 다른 성계에서 왔음을 알리면서 그렇게 화답을 하였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 여인은 조용히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러셨군요." 라고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나의 말에 대한 화답을 하였고, 그에 이어 그 행동에 관한 추측을 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아무래도 바르코스 제국의 자신의 근거지를 찾으려 하는 의지가 유네아 님께서 살고 계신 곳에도 닿은 듯 하네요. 그러다가 알 수 없는 요인에 의해 그 의지가 내부에서부터 저지되어 군단 전체가 퇴각하는 결과가 나타난 모양일 테고. 그러다가 그 의지가 여전히 강대하지 못한 이 곳을 다시 눈여겨보고는 이 곳을 자신의 근거지로 삼기 위해 제 6 행성을 점거하기 위한 시도를 행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리고서 그는 제 6 행성의 점거는 바르코스의 침략 의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시초에 지나지 아니하며, 이후에는 더 큰 규모의 침략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군단을 격퇴하는 일은 바르코스의 침략 의지가 간단히 통하지 않음을 보일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끝났음을 알린 다음에 나를 향해 돌아서고서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작별을 알리는 인사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제 떠나시도록 해 주세요, 가야할 곳이 있으시잖아요, 유네아 님께서는."
  "그건 그러하지요." 그러자 나는 곧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다시 출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마리아는 호수가에 머무르고 있는 채로 나에게 작별 인사말을 건네었고, 나 역시 그런 그에게 바로 답례를 하였다. 마리아의 작별 인사는 비교적 간단한 편으로서 좋은 여행을 해 줄 것을 부탁하는 말 한 마디였다.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에게 할 인사말로서는 짧다고 생각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에 인사말이 짧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