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일행은 다시 배로 모였고, 아이들이 모였던 그 곳에 배에 잔류했던 모든 이들이 모였다. 그리고 배 안에서의 상황에 관해서는 루시아가, 그리고 배 밖에서의 상황에 관해서는 일린이 설명을 이어가면서 그 동안 있어왔던 모든 일들에 관한 정황 설명을 해 나아갔다.
  그 이후에도 배가 제 4 행성이라 칭해지는 곳에 이르는 동안 여러 일들이 지나갔고, 그러면서 내가 제 6 행성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형체에 이를 무렵에 일어났지만 내가 현장에 없었거나, 내가 현장의 인근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지나쳤던 일들에 관한 사실들이 그 시간 속에서 잇달아 밝혀져 갔다.

(1) 제 6 행성의 병기 생산 시설 내에는 비밀문서 수록을 위한 문서 보관고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보관고 내에 수록된 대량의 문서들 중에는 병기 제조 계획을 비롯하여 행성 내 무력 사용 계획에 관한 문서도 적지 않은 규모로 발견되고 있었다. 이 문서가 만들어진 시기는 현재로부터 2 년 전. 그 때부터 이미 병기 생산 시설 내의 병기 제작 및 대규모 전투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바로 알 수 있으며, 그와 더불어 예로부터 형식화된 문서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보관고에 수록되어 있음을 통해, 병기 생산 시설의 가동 및 병기 제조가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 바르코스 군단이 거느리고 있던 '수호자의 검' 에 비하지는 않으나, 병기들의 사고를 제어하고 조종하는 장치가 탑재된 일종의 '사령관' 급 병기가 있어서 모든 가동 중인 병기들은 그 '사령관' 의 의사에 따르며, '사령관' 이 파괴되면 제어를 받는 다른 이들은 사고 회로가 폭주하여 폭주 행동을 거듭한 끝에 폭발하여 사라진다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그 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사령관' 은 '수호자의 검', 그 일종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3) 대형 병기 아르켐은 본래 군단 내 사령관의 직접 지휘를 받으면서도 사령관이 파괴된 이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두뇌 장치가 탑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강력한 공격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군단을 괴멸시키기 위한 성격을 갖는 일종의 결전 병기였으나, 제 6 행성 표면으로의 습격이 갑작스럽게 진행되자,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제 6 행성 내에 숨은 군단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사령관을 대신해 아르켐을 사령관으로 정하면서 본래의 두뇌 장치를 대신해 사령관을 위한 두뇌 장치를 탑재시키고, 거점 방어를 위해 활용하였다. (4) 아르켐에 이식된 사령관 전용 제어 장치는 결정의 모습을 이루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핵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 핵의 중심에 병기의 제어를 위한 회로가 내장되어 있다. 제어 장치의 외형은 금속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꽃' 의 구성 성분인 금속 세포와 성질 상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장치는 사령관의 몸에 기생하고 있다가, 사령관이 위험에 처하면 성장하여 개화, 그것을 통해 하나의 꽃을 이루도록 하는 성질을 갖추고 있었으나, 아르켐이 파괴되는 시기가 일러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다. 즉, 아르켐과의 최후 대면이 길게 이어졌다면, 아르켐에서부터 꽃이 피어나는 현상을 목격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5) 무력 사용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지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병기 생산 시설 내에는 병기 제작을 위한 도구들을 제외하면 기계 병기들과 전산 장치 그리고 문서들만 있었다. 이것을 통해 사건은 생산 시설 내에 있는 인격체가 아닌 '꽃' 이라 칭해지는 장치 혹은 성계 외부에 있는 존재들의 지시에 따라 일어났다고 볼 수 있으나, '꽃' 이 사령관과 함께 있었음으로 말미암아 볼 때, 사건의 전개는 성계 외부의 존재들에 의해 일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6) 이들은 야스모르 성계의 제국 바르코스의 병기들을 생산하고 있었으나, 병기들은 생산 시설 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병기들이었다. 그러나 생산 시설 내의 병기들은 바르코스의 병기들과 외형에 있어서 위화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으며, 바르코스의 병기들은 그 병기들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 사실을 통해 추측하자면, 바르코스 제국의 모태는 야스모르가 아닌 제 6 행성을 근거지 중 하나로 정했을 것이며, 야스모르 성계의 바르코스 제국이 병기들의 생산을 행하기 위해 그 생산 시설을 이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모성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새로운 영토 확보라는 정복 활동을 위해 성계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이 중에는 마리아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그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에는 그렇게 놀라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탁자의 내 오른편에 앉은 아이들은 무력 사용 계획이나 외계 성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평온한 모습을 보이는 나에 대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때, 레니스(Reniz) 라는 이름을 가지는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년이 나에게 시선을 향하더니 그런 나에게 물었다.
  "누나, 누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지 않으세요? 주변의 애들 모두 놀라고 있던데."
  "그러할만한 이유가 있어." 그러자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마리아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들이 어떻게 그런 나의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일다(Jilda) 라는 곱슬머리를 가지는 얼굴이 검은 소년이 나에게 물었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이미 들은 바 있는 것 아니에요?"
  그 때, 루시아가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진정하라고 말한 이후에 발표가 이어져야 하는 만큼, 그로 인해 시간을 들이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고서, 그런 유형의 질문은 발표가 모두 끝난 이후에 해도 괜찮다고 그 발표를 하는 시기에 관한 설명을 이어서 하였다.
  그러는 동안 루시아와 도로시아로부터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주로 아이들의 모습과 배 안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모든 긴장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그 전부였으며, 이들 모두 그래도 배가 무사하고, 인원 전부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었다.

10 시 - 선내 선실
  모임의 끝마침이 있은 후, 휴식을 위해 샤리에나 그리고 도로시아가 사용하지 않는 하나의 침실에 들러 그 침실의 한 곳에 자리잡은 침대에 앉을 무렵, 방문이 한 번 열리면서 그 방문을 통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누구니?" 이에 학교의 학생들 중 하나가 들어오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웅크려 앉은 채, 고개를 들어 들어오려 하는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보려 하는 동안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 이의 모습이 천천히 나타났다. 벨치아가 새로 마련해 주었을 주황색 반소매 상의와 붉은 스커트를 입고 있는 채로 왼손으로 곰 인형을 안고 있는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그는 이전에 만난 바 있던 마리아였다.
  옷차림만 변한 것이 아니라 외모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 더벅머리를 한 소년처럼 보였던 마리아의 얼굴색이 이전에 비해 밝아져 있었으며, 머리카락 모양새도 사다리꼴에 가까운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잠시 알아보지 못할 뻔하기도 하였으나, 마리아를 알아본 이후로는 머리카락이 정리되면서 소녀다워진 얼굴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마리아로구나, 이전에 목욕했었니? 머리카락도 새로 정리되었는데."
  이후, 마리아가 나의 왼편 곁에 앉으려 하자, 그런 마리아에게 내가 목욕을 했는지의 여부에 관해 간단히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예, 도로시아 언니께서 목욕을 하실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목욕도 시켜주시고, 머리 모양도 다듬어 주셨어요. 머리에 리본도 꽂으시려 하셨다는데, 리본이 없어서 못하셨대요."
  "그렇구나." 그 이야기를 듣고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는 나. 그리고 그가 "어때요?" 라고 고개를 돌리며 묻자,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이전에 비해 예뻐졌어, 정말이야."
  "정말이야?" 물론 진심이었다. 이전에 비해 소녀다운 모습으로 변하면서 이전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느낌이 그의 모습에서 전해지고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려 하는데, 문득 이전에 그의 모습을 느꼈던 이상한 느낌이 다시 들어 그 감정을 어떻게든 표출하지 않으려 하였지만 나도 모르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지, 마리아가 다시 한 번 나에게 걱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유네아 언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아니야, 아무것도." 물론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서 환하게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바로 화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마리아가 그런 나의 심정을 알아차리지 않을까에 대해 불안하다고 생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리아는 그런 말에 대해 큰 반응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 무렵, 다시 한 번 방문이 열리면서 도로시아가 오른손 위에 크세비아를 앉힌 채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는 도로시아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며 밝은 표정을 지으며 놀고 있었다. 그런 크세비아를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어 근처의 책상 위에 걸터앉으면서 침대 위에 웅크려 앉은 나에게 시선을 향하며 그가 나에게 물었다.
  "지금껏 싸움을 이으시느라 많이 힘드셨지요?"
  "예, 솔직히, 그러하네요." 물론 휴식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급 피곤해졌던지라 그 물음에 대해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잠시나마 배 안에서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일린과 라이마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
  "그 분들은 제 4 행성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시고 계세요, 곧 제 4 행성에 이르러 그 곳의 경관 구경을 하는 일이 우선이라면서 목욕을 하시면서 피로를 조금이나마 회복하시겠대요."
  그 이후, 그는 곧 나를 만나기 위해 한 사람의 손님이 들어오게 될 예정임을 밝히고서 배에 이르면서부터 나를 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들어온 이후에 급히 만나기를 원하게 된 것 같다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고서 그로부터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 중 일부를 다시 들을 수 있었으며, 제 6 행성이라 칭해지는 곳에 관한 여러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고 그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그 소개를 들으며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전에 섬에서 한 번 만나고, 병기 생산 시설 인근의 건물 내부에서 갑주 형태의 병기를 구출하고 바로 그 건물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던 여인.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 병기를 보살펴주는 일을 행하고 있다는 그 여인이었다. 이후, 나는 도로시아에게 그가 데려오게 될 여인의 이름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그 분의 이름이 마리아 아니에요?"
  "예, 맞아요. 어떻게 그 이름을 아셨는지." 그 때, 도로시아가 놀라면서 그런 나에게 어떻게 이름을 알았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제서야 나는 도로시아에게 그 여인과 공중의 한 섬에서 만난 일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러자 도로시아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면서 "그래서......." 라는 화답을 하였다가, 그에 이어 나에게,
  "그렇다면 첫 만남은 아니겠네요." 라는 말을 건네면서 다시 책상에서 내려와, 방문을 향해 다가간 이후에 문을 열려 하면서 첫 만남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러 이야기가 오갈 것을 기대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그 너머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면서 너머에 위치한 이를 부르려 하였다.
  "마리아 님, 어서 들어오세요, 이 곳이 유네아 님의 휴식을 위한 거처예요."
  그리고 잠시 후, 열린 문 너머로 붉은 코트를 입은 젊은 여인이 오른손에 접은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 방 안으로 들어온 이후에 그 우산을 침대의 왼편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에 이어 방을 나섰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서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를 가지는 목제 관을 두 손으로 천천히 옮겨, 방의 한쪽 구석에 올려놓았다. 그러한 마리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가 왜 관을 들고 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가, 곧 그에 대해 나름 짐작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게 되었다.
  "유네아 언니, 저 언니께서 왜 관을 가지고 오시는 거예요?"
  "무언가 숨기려 하시는 것 같지만, 시신은 아닐 테니까 그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이에 나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면서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하면서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하다고 여길만한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관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관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이래보아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관 안에 집어넣을 사람은 분명히 아니라고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젊은 여인에 대해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그런 나의 말을 믿으려 하는지, 그 말을 들은 이후에서야 마리아는 겨우 마음을 놓았는지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눈앞으로 보이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이후, 이전에 나와 마리아에게 모습을 보이는 대로 목제 관을 한 구석에 올려놓고서 마리아는 밝으면서 차분히 미소를 짓는 채로 나의 곁으로 다가온 이후, 그는 나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온화히 목소리를 내어 세 번째 인사말을 건네었다.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유네아 님." 그리고 나의 옆에 앉은 마리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그 모습에 대해 낯설지 않다고 여기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이에 내가 놀라면서 그런 그에게 왜 그러느냐고 묻자, 마리아-마리안-가 다시 진정하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나타나서 그랬어요."
  어린 마리아에게 내가 했던 것처럼 상황을 대략 정리하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마리안. 이후, 그는 침대 근처의 책상을 향해 돌아서더니, 그 책상 근처에 놓인 등받이 없는 의자를 허리를 굽힌 채, 두 손으로 들어 침대 바로 앞으로 옮긴 이후에 그 의자에 다소곳이 앉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 이후, 나는 한 동안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관의 모습으로 잠시 시선을 향하였다가, 다시 마리안의 모습을 다시 보려 하면서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옆에 있는 아이가 관의 모습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어서 부탁드리는데, 혹시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는 동안 나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면서 그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름 추측해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물음에 대응을 하는 그의 표정을 통해 그가 어떠한 대답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리려 하는데, 마리안이 그가 건네는 물음에 대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내가 예상한 대로- 그 제안을 거절하는 대답이었다.
  "죄송하게 되었지만, 관 안에 들어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장에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어서......"
  그 때였다, 마리아가 그런 마리안에게 관 안에 시신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으면 왜 관의 내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냐고 바로 물었고, 그에 이어서 실은 관의 내부에 죽은 사람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 나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목소리를 조금 더 높여 말을 걸었다. 그런 그의 기세에 마리안은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요한 물품이라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바로 안에 들어있는 물건의 모습을 공개하도록 할게요, 오해로 인해 제가 문제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한 구석에 올려놓았던 관을 두 손으로 끌어 침대의 오른편 곁으로 옮겨 놓으려 하은 다음에 관의 바로 앞에 앉아서 건너편에 위치한 뚜껑의 손잡이를 팔을 길게 뻗어 잡으면서 관의 뚜껑을 열 준비를 하였다. 그러면서 나와 마리아에게 관을 열 것임을 알리는 마리안. 그러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며 나와 마리아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곧 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바로 보여드리려 할 거예요, 그 모습을 보시면서 혹시 지금까지 오해를 하시고 계셨다면, 그 오해를 푸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이후, 마리안이 관 뚜껑을 잡은 두 손을 끌어당기는 동작을 취하면서 관의 뚜껑이 서서히 열리며, 그 내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 그러다가 마침내 그 뚜껑이 완전히 열어 젖혀지면서 관의 내부가 드러나면서 나의 눈앞으로 은백색을 띠는 갑주와 세 쌍의 날개, 그리고 두 자루의 검상 물체가 들어 있는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이들 중 하나는 진짜 검이고, 다른 하나는 검의 모양새를 이루는 병기였다-.
  그 갑주의 모습은 다름 아닌 검과 이전에 마리안에 의해 인도되었던 그 갑주 모양의 병기로서, 세니티아에서 처음 마주친 이래로 한 번씩 만나던 그 병기의 모습으로서 마리안이 관을 열기 전부터 관 안에 들어있으리라 예상한 것으로서, 그 예상대로 갑주 모양의 병기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이유로 갑주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놀라는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있었다.
  두 팔을 내린 채, 조용히 누워 있는 은색 갑주. 아직 기동을 하지 않고 있는지, 투구 사이로 빛을 발하지 않고 있는 그 갑주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그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마리안에 의해 박혔을 가슴에 박힌 단 하나의 물건을 제외하고는. 다시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갑주의 가슴에는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수정 하나가 박혀, 주변 일대로 하얀 빛을 발산하고 있는 채, 그 주변 일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 수정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전에 잠깐이나마 보았던 하나의 모습을 바로 상기할 수 있었다. 마리안이 갑주를 부축이면서 왼손에 쥐고 있던 그 수정을 들고 있는 모습, 아데시아 산에 위치하고 있는 '요정의 나라' 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생명의 빛'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수정을 손에 쥐고 있던 그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달리 말을 하지 않으려 하였다, 마리안이 내가 그 수정의 모습을 본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갑주의 가슴에 수정이 박힌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마리안이 수정을 병기의 가슴에 박은 경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제가 이 기사 분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씀드렸지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전의 일을 상기하려는 듯한 물음을 건네는 마리안.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 라고 바로 답을 하자, 마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고서 의자에 앉아 갑주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채로 나에게 이전에 자신이 건네는 물음에 이어지는 것으로서, 그것이 자신이 이전에 언급했던 '조치' 였음을 알렸다.
  "기사 분의 갑주, 그 가슴에 결정을 박은 것이 제가 시도한 그 조치예요."
  "이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러자 놀람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관 안에 넣어둔 갑주형 병기의 가슴에 결정을 박은 일에 관한 소개를 하는 마리안의 모습을 보며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그러자 마리안이 온화하게 미소를 띠면서 그런 마리아에게 그 미소에 어울리는 어조로 목소리를 내어 화답하였다.
  "이 분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살리기 위한 일이란다."
  그리고서 마리안은 그 의미에 관해 곧 설명을 해 주겠다는 발언을 전한 이후에 그것을 위해서는 그 이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설명부터 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더니, 갑자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관 뚜껑을 다시 닫고, 관을 자신이 처음 놓아두었던 방의 오른편 구석으로 옮기면서 그것을 위해 우선 정리부터 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알리면서 그 행동을 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중요한 이야기는 방의 주변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거든요."
  그러다가 마침내 관을 두 손으로 들어서 오른편 한 구석으로 옮긴 이후에 다시 의자에 앉고, 잠시 가슴에 오른손을 올린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뜨고 고개를 바로 들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선 자신이 그 갑주를 만난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힌 다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마리아가-마리안이- 갑주를 발견한 일은 전적으로 우연에 의해 일어난 것이었으나, 그 갑주를 발견할 때 이른 곳에 들른 일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인가, 그는 오래 전에 멸망하였다고 알려진 '바르카디아 제국' 의 역사에 관한 탐구를 하다가, 제 6 행성의 병기 제조 시설에서 발견된 병기의 잔해들 중에 비교적 근래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발굴하고서, 병기가 만들어진 연대를 파악하다가, 그 병기가 12 년 전에 생산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기술은 바르카디아 멸망 이후로는 성계 내의 어떤 이들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제 6 행성을 방문한 이들 중에는 군사 목적으로 방문한 이가 지금껏 없었음을 토대로 하나의 가설을 마련하게 되었다.
  '바르카디아는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으며, 잔존한 후예들이 외부 성계들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라는 가설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사학계의 대다수 인사들은 자신의 발언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사학도가 아니었던지라 그의 말을 신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마리아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서 자신이 발견하였던 병기들이 활용되었던 시기에 관한 사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으나, 그 일은 잘 성사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꽃의 요정이라 칭해지는 한 자그마한 존재를 발견하였고, 그 존재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듣게 되었다.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 주겠다는 것으로서, 그 대가로서 요정은 하나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당부하였다. 바로 자신과 야스모르라는 이름을 가지는 성계로 동행해 달라는 것이 그 당부였다.

  "그렇게 야스모르에 이르렀다가 바르코스의 요새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 때, 내가 마리안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요." 라는 화답을 한 이후에 요정의 임무를 함께 하기 위해 요새에 이르게 되었음을 밝히고서 요새의 지하로 파고들어 그 미궁을 탐사하다가 가장 깊은 곳에 이르게 된 때가 있음을 알렸다.

  마리아는-마리안은- 그 깊은 곳에서 놀랄만한 광경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신전의 제단이 위치하고 있을 법한 팔각형을 이루는 거대한 방의 한 곳에 하얀 붕대에 감긴 채, 두 팔이 벽에 달린 못에 묶인 사슬에 결박되어 있으면서, 하나의 여체가 벽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본 이후, 마리아는 바르코스에 아직 인간의 형상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여체를 향해 다가가 얼굴에 감긴 붕대부터 천천히 풀어보며 그 실체를 파악하려 하였으나, 이윽고 그는 크나큰 실망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골격과 근육 조직을 모사하고 있는 철골이 뼈, 그리고 각종 모터 장치가 근육의 역할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인간의 모습을 모사한 기계였던 것이다.
  얼굴에는 파란색을 띠며 날카로워 보이는 보석 눈이 자리잡고 있는 은색 가면으로 가려져 있어서 처음에는 어떠한지 알 수 없었으나, 그 가면을 벗기면서 두개골에 조명 장치로 이루어진 두 눈이 박힌 모습을 보며, 역시 기계 인간의 얼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그 모습에 대해 많이 실망을 했지만, 한 동안 그 근처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기계 인간을 결박하고 있었을 사슬을 깨뜨려, 근방의 탁자 위에 눕혀놓고, 두개골과 외형의 모습을 붕대를 풀며, 찬찬히 둘러보면서 그는 그 기계 인간이 본래 인간이었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으리라고 바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그는 다른 기계 인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기계 인간이 벽에 매달린 곳, 그 우측 근처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바닥에 갑주의 형상을 이루는 무언가가 팔과 다리의 일부가 부러지고, 몸의 곳곳이 중력에 짓눌려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바로 앞에 앉아 그 모습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그 순간, 갑자기 그 부서진 몸이 미동하면서 투구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미 언어 구사 회로는 망가져 있었는지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는 여느 병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은백색 갑판을 통해 본래는 간부급의 역할을 행하는 병기였으나, 모종의 사유로 인해 처형을 당해 요새의 지하에 버려졌으리라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런 그는 요새가 속한 세력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치 있는 일과 관련이 있기에 되살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그를 안전한 곳에 옮기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근처에서 관을 하나 마련하여 그 관에 병기의 파편을 옮겨 담고, 관을 옮기며 요새를 떠났다.

  "투구 안의 모습은, 이전에 보셨던 그 기계 인간과 다를 바 없었겠지요?"
  "예, 그래서 한 때 기계 병사들이 투구를 쓰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추악해진 모습을 감추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내가 건네는 물음에, 자신이 바르코스의 기계 병기를 본 소감까지 언급하는 대답을 하는 마리아. 그리고서 그는 다시 차분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자신이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이후, 그는 안전한 곳에 이르러 관을 열고 내부에 수납된 병기의 기계 부품을 수리하기 시작, 겨우 수복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나, 일부 회로는 자신이 구현할 수 없어 결국 구현을 포기한 채, 외형만 일단 재구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서 그는 다시 깨어난 병기를 통해 그가 속한 제국에 관한 여러 사실을 전해 들으면서 그 제국의 이름이 '바르코스' 이며, 그가 바르코스에 속한 이로서 '1 급 처단자' 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이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리아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바르코스' 는 '바르카디아' 의 별칭 중 하나였으며, 그 이름의 사용은 곧 바르카디아의 후손들이 야스모르에 정착하여 야스모르를 '새로운 바르카디아' 로 만들려 하고 있음을 의미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12 년 전에 만들어진 병기들은 그 야스모르에 위치한 바르코스 제국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에 관한 자료들을 계속 수집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자신의 모성, 그 '평행세계' 로 추정되는 곳에서 12 년 전에 있었던 일과 같이 바르카디아의 병기들이 운용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고, 그 곳으로 나아가 그 곳에서의 일을 토대로 자신의 성계에 12 년 전에 일어난 일로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하려 하였고, 그러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그 갑주를 항시 대동하였다. 그러는 동안 대규모 병력과 대면하면서 위기 상황이 계속 속출하였고, 그 상황 속에서 갑주는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주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는 하였다.
  그 때마다 마리아는 갑주를 항시 수리해 주었고, 그 수리를 받은 갑주는 그 때마다 되살아나 다시 활동을 이어가고는 하였다. 그러나 그 때마다 갑주는 항시 마리아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표출하고는 하였다. '병기로서 최후를 맞은 자' 라고 자기 자신을 칭하는 일도 그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었다. 바르코스에 대한 충성심과 관련된 회로는 마리아가 복구하지 못해 제거되었지만 '병기로서의 의식' 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그 근원은 중앙처리 회로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그것만큼은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의식으로 인해 갑주는 이미 자기 자신의 생애는 처형당한 이래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항시 '장렬한 최후' 를 맞이할 곳을 찾으려 하는 의지를 가지고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저도 사실, 저의 목적을 위해 그를 이용해야만 하는 입장이었기에 그 병기에 대한 정이 없어도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은 필요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그런 그가 미덥지 못해도 파괴될 때마다 처음 복구한 모습 그대로 되살리고는 했지요. 그러다가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그런 저 자신의 입지가 변화되는 때가 나타나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한참 이어가던 마리안은 그렇게 갑주 모양의 병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었음을 알리고서 그 계기를 마련한 때가 언제인지에 관한 설명을 잇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이야기를 이으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