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저는 그가 본래는 인간으로서, 현재는 금속 세포 이식 등을 통한 개조를 통해 병기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그러한 외형의 한계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혹은 인격체로서의 삶을 그가 되찾도록 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지요. 그것이 일부나마 그의 본연을 되찾도록 하기 위한 길이니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하나의 '진실' 을 알게 된 이후의 그를 대하는 태도 변화에 관한 언급을 하는 마리안. 그러자 마리아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저 갑옷은 본래 인간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이에 다른 말없이 온화히 답을 하는 마리안. 그러면서 자신이 생명의 빛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수정을 가슴에 박은 의도 역시 그를 대하는 자세의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수정은 곧 그의 몸 속에서 '심장' 에 해당되는 장치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변화시켜 나아갈 것임을 알린 이후에 그에 이어지는 발언을 드러내었다.
  "수정이 품은 빛의 힘은 생명의 변이를 일으킨 근원을 제거하고, 생명이 가져야 할 본연의 모습을 생명체가 되찾도록 하는 능력을 품고 있어요. 그 능력을 통해 수정은 기계로 변환된 그의 모든 것을 인간의 몸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 갈 것이며, 그와 더불어 그의 외모 역시 인간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아갈 거예요."
  그리고서 자신은 2 개의 수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중 하나는 갑주가 버려진 곳 바로 위의 벽에 고정되어 있던 금속 생명체의 가슴에 박았음을 밝히고서, 그가 갑주처럼 본시 인간이라면 금속으로서의 성질을 버릴 때에 영원히 이어질 속박에서 해방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 하에 그런 행동을 취하였다고 이전에 자신이 행한 일에 관한 언급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마리안에게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정말, 그런 행동이 저것으로 하여금 본래 모습을 되찾도록 할 수 있을까요."
  "장담은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부의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 물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는 마리안. 그리고 고개를 든 채, 왼쪽 눈썹을 왼손으로 잠시 문지르면서 본래는 자신이 내세운 바 있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두 왕국의 사정과 상당히 깊이 관여하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마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나에게 잠시 배의 갑판 위로 올라오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우산을 올려놓은 책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밖으로 나가려 하면서 평상시처럼 우산을 오른손에 들려 하기 위한 일인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리안의 모습을 잠시 본 이후, 내 곁에 앉은 마리아로 다시 시선을 향하는 나. 그 무렵, 마리아는 우산을 오른손으로 잡고, 그것이 바닥을 향하도록 하면서 선실의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마리안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라도 있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도록 하는 채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진 것이 생겼어요."
  "응?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신 저 분께 대해?"
  이에 내가 눈을 크게 뜨면서 마리안-마리아-에 대해 마리아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에 대해 하나씩 알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왠지 마리안에 대해 마리아가 알고 싶어하는 것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는 짐작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부탁을 하자마자 그 화답으로써 하나의 의문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마리아 언니께서는 12 년 전에 일어난 일을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을 통해 알아내려 하셨다는데......."
  "그러셨지, 그 분께서는 지금까지의 사건 전개를 그런 생각을 하시면서 지켜보셨을 거야."
  이후, 내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자 마리아가 마리안의 이야기에 대해, 12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지금 일어난 사건과 똑같다면, 지금 일어난 사건이 곧 12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왠지 심상치 않은 이야기였다. 물론 '평행세계' 라는 개념을 가지는 한 세상의 12 년 전과 또 다른 세상의 현재가 비슷하게 보였을 따름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각 세상들이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러한 추측 역시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두 세상은 본래 같은 세상이며, 마리안은 공간 이동이 아닌 시간 이동을 통해 마리아가 살고 있는 곳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라는 추측이.
  그러는 동안 마리안은 마리아의 평범하게 넘어갈 수만은 없어 보이는 그 물음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는데,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크세비아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오는 것에 대해 마리안 역시 놀랐는지 뒤로 두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치 크세비아를 잘 아는 사람 대하는 듯이 대하면서 물었다.
  "도로시아 님과 함께 계신 줄 알았는데, 여기로는 무슨 일이야!?"
  마치 화가 났음을 은연히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 그는 마치 자신이 바라지 않은 일을 크세비아가 한 듯이 그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그의 앞에서 "죄송해요." 라고, 크세비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화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마리안이-마리아가- 밖으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려 하였다.
  이후, 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마리안.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크세비아가 실제로는 마리안과도 잘 아는 사이였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마리아를 조용히 안아 침대의 바닥 위로 올려놓고서 그의 오른손을 나의 왼손으로 잡은 채, 그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서 크세비아와 함께 밖으로 나갔을 마리안을 따라 나서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알린 대로, 마리안은 배의 갑판 위로 올라와, 어느새 제 4 행성의 선착장에 이르러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광경이 보이는 갑판의 뱃머리 부분, 그 오른쪽 내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여관에서 배에 남은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벨치아와 파렐리아 그리고 그들이 이끌던 아이들이 배에서 내린 루시아와 도로시아 그리고 아이들과 다시 만나는 광경을 나와 마리아가 지켜보는 동안 마리안이 나와 마리안으로 시선을 향하는 채,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줄 것을 요구하였다.
  "실례지만, 하나의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무슨 부탁이기에?" 이에 내가 그에게 무슨 부탁이기에 들어달라 하는 지에 대해 묻자, 마리안이 마리아에게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미소를 짓는 표정을 지으면서 마리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였다.
  "이 곳에 저와 마리아만이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잠깐이면 된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마리안. 이에 나는 마리아가 싫지 않아 한다면 꼭 그 부탁을 들어주겠음을 알리면서 잠시 마리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해, 그의 표정 상태를 보려 하였다.
  긴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이 몸을 떠는 마리아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확연히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애써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감정의 표출을 어찌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그렇게 혼잣말을 할 뿐, 그에게 달리 말을 건네지는 않고 있었다. 암만 마리안이 마리아에게 악감정이 없다손 치더라도, 나나 도로시아 그리고 벨치아만큼 익숙한 상대가 아닌데에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보니,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해 그런 감정을 품게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아가 마리안과 가까워지지 않으면 마리안이 그에게 전해야 할 것을 전하지 못할 수밖에 없기에 그를 설득해서 마리안과 함께 있도록 하면서 그와 더불어 마리안이 마리아를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우선 마리아에게 그를 설득하려 하는데, 그 때, 그가 나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려 하면서 그런 나에게 말하였다.
  "긴장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저 분께서 저를 함부로 해치지 않으려 하셨잖아요, 지금까지. 아직 낯설기는 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려움 속에서도 마리안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음을 알리는 그의 모습에 대해 한편으로는 내가 부담을 질 수 있음을 이해해 준 것 같다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마음가는 대로 그가 행동을 하지 못할 일이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괜찮겠니?" 그러자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화답하고서 그에 이어 나에게 어서 다른 곳에 있어 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는 마리아. 그가 그렇게 나서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그 말에 곧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의 손을 놓고, 잠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선 이후에 곧바로 무릎을 꿇어 그와의 눈높이를 맞추려 하면서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침착해야 해, 알았지?"
  그러다가 문득 나에게 소정령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불러와 마리아의 오른손에 올려주면서 그에게 빛을 발하는 그것을 '내가 평상시에 사용하던 연락 수단' 으로서 '레반테아' 라는 이름으로 칭하고 있었다고, 소개를 한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을 통해 연락할 것을 당부한 이후에 그렇게 레반테아를 마리아에게 쥐어주는 방식으로 맡긴 이후에 레반테아에게 비밀 지시를 내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가 부탁하는 바가 있다면 그 무엇이든 들어달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제서야 나는 안심을 하고, 마리안의 곁으로 나아간 다음에 그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여 마리아를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하고, 이어서 마리안이 마리아를 잘 대해줄 것을 약속하는 말을 건네고, 그것이 진심임을 확인하고서야 배를 떠나, 제 4 행성이라 칭해지는 형체의 선착장을 향한 비행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11 시 - 제 4 행성 내 선착장
  형체의 배가 머무르기 위해 마련된 선착장, 그 곳에 이른 직후, 여관에 이르면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는 벨치아와 다시 만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이사벨 그리고 엘레나를 비롯한 배에 남았던 아이들도 배를 떠났던 아이들과 다시 만나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으며, 배에서 나와 있던 아이들 중 일부가 배에 머무르고 있던 아이들의 안위를 묻는 광경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여관에 마련된 아이들이 머무르게 된 4 개의 방을 하나씩 둘러보고 이어서 지도자를 위한 5 번째 방에 이르면서 나는 어느새 동행한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도로시아가 침대 근처에 놓여진 의자에 앉도록 하고, 나는 의자 뒤의 우측에 서 있으면서 벨치아와의 대면을 시작하였다.
  "배에 다가온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주셔서 고마워요. 자칫하면 제가 뜻하지 않은 이유로 아이들을 죽인 사람으로 취급당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전에 파렐리아로부터 들은 정보가 있음을 알린 이후에 제 6 행성이라 칭해지는 '금지된 구역' 에서 대량의 무기와 전투기들이 생산되어 제 4 행성을 비롯한 여러 평화로운 구역에 이를 예정이 있었다는 것이 바로 그 정보로서, 그 위협이 배에 대한 특별한 위협이 아닌, 성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향한 광범위한 위협이었음을 파렐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 이후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는 벨치아.
  "여러분께서 그 자리에 없으셨다면 저와 학생들이 죽음에 이르렀음은 물론이요, 이 세상 역시 어찌되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으니, 여러분들의 노력이 그래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가 문득 마리아가 없음을 상기하게 되었는지 그의 없음을 확인하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는 벨치아. 이에 도로시아가 나를 대신해 마리아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알리는 말을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건네려 하였다.
  "그는 현재 마리아 에르세레즈(Maria Erserez) 님과 함께 잠시 배에 머무르고 있어요. 에르세레즈 님께서는 잠시 그 곳에 머무르시다가 마리아를 데리고 오시겠다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두 크네흐트 님께 알린 바 있기도 해요."
  마리아-마리안-을 '마리아 에르세레즈' 라 칭하는 도로시아.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마리안이 도로시아에게 본명을 밝힌 바 있는지에 대해 그에게 물음을 건네자, 그는 자신이 알려달라고 당부를 거듭한 끝에 알게 되었다고 이름을 알게 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그 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밝힌 바 없음을 이어서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셨군요, 저에게는 제가 데리고 있던 아이와 자신을 제가 구별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별명인 '마리안' 이라 불러달라고 부탁하셨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하나의 추측을 하기 시작하였다,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이름 중, 성에 해당되는 에르세레즈는 어렸을 적에 그와 함께 하던 이로서, 학교의 선생이었던 이의 이름에서 유래가 된 것은 아닌가, 라는 추측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면서 도로시아에게 그에 관해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자신과 함께 하던 이들 중 누구도 에르세레즈라는 성을 가진 적이 없음을 자신에게 알린 바 있다고 물음에 대한 답을 하였다.
  "지어낸 성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러자 벨치아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 대해 가볍게 언급을 하고서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는 말을 건네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에 나가자고 말한 이후에 잠시나마 꽃구경이라도 나, 그리고 도로시아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이제 밤 시간이 되었으므로 지금 즈음이면 방으로 들어가 모두 잠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아이들과의 여행은 일정이 늦어져 어쩔 수 없지만, 다음 날을 기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서,
  "내일은 이전에 비해 보다 바빠질 것 같아요."
  라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12 시 - 제 4 행성 내 도시 '세룰레이아(Ceruleia)' 동부 화원
  제 4 행성의 남부 중심 도시는 '세를레이아'. '하늘색' 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이름을 가지는 도시로서, '천공 구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이라 칭해지는 성계의 명소 중 하나이다. 그 동부 구역에는 하나의 호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호수 위로 새하얀 돌로 이루어져 있는 수많은 다리들이 교차되고 있으면서 그물망처럼 이어져, 호수 위에 새하얀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으면서 새하얀 미로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다리. 그 다리의 중앙 부분은 무수히 많은 초목과 화초에 의해 초록빛으로 물들고, 그 바탕에 무지개빛을 발하는 보석들이 박힌 모습을 보였다.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구역으로서 구역을 이루는 길목 자체가 수많은 초목과 화초로 덮여 있는 형태를 이루는 화원으로서 세룰레이아의 동부 호수에 위치한 가장 거대한 화원이 바로 그 곳.
  화원의 곳곳에는 무수히 많은 꽃들이 피어나 있었으며, 일정한 간격을 이루면서 정사각형을 이루며, 가로등 대신에 나뭇가지 위에 하얗게 빛을 발하는 구형 등이 자리잡고 있는 가로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피어난 꽃들 역시 항시 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 그리고 그 별들이 그려내는 무늬에게 지지 않으려 하는 듯이 이파리가 무지개 빛을 띠며 환하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이들은 가로수의 등과 같이 어둠을 비출 수 있을 정도로 밝지는 않았으나,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며 화원을 꾸미고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 6 시간의 시작 시간 대인 12 시가 되었을 무렵, 나는 화원의 이파리들이 무지개 빛을 발하며, 그 형태가 아잘렌(Azalen)(1)과 무척 닮은 커다란 꽃들이 초록빛 초목들을 꾸미고 있는 그 사이의 하얀 길목을 따라 걷고 있었으며, 그 뒤로 벨치아가 나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는 나의 왼편 어깨에 올라앉아 있으면서 내가 바라보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한 채, 화원의 모습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외지에 와서 잠이 잘 오지 않는 탓인지 자정에 해당되는 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잠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앉은 모습을 보면서 어깨가 쉼 없이 흔들리고 있음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크세비아는 괜찮다고 화답을 하더니, 자신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목소리를 내어 자신이 한 화답에 이어지는 발언을 드러내더니, 그에 이어 나와 벨치아에게 제 4 행성의 화원 구경은 혹시 처음 하느냐고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래요, 지금껏 학교의 일이 바쁘기도 하고, 저 자신도 생활 상 어려움이 많아 이런 곳으로는 함부로 들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서, '지상 세계의 낙원' 이라 칭해지는 곳이라지만 그 곳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곳으로서, 크나큰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처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행조차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그 곳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에 다소 우울해진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원하는 때마다 그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싶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의 옛 친구가 무대에 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하고 들르게 되었지요, 두 번 다시 그 기회를 놓치고 쉽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지요."
  그러자 그 이야기에 대해 물음을 건네는 크세비아, 생활비의 전체를 들여서라도 그 공연에 참가한 것이었냐는 그 물음에 벨치아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나와 크세비아에게 한 달 생활비의 반을 기꺼이 들였음을 언급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두 눈을 크게 뜨면서 크세비아가 그런 그에게 놀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그렇다면, 생활비가 모자라는 때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걱정 마세요." 이에 나의 우측 곁에 이르면서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보이는 채로 벨치아가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점심 식사 정도는 학교에서 제공해 주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15 일 동안 하루에 식사 한 번만 한다고 해서 굶어 죽을 일이 있겠느냐고 자신의 앞일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음을 드러내려 하였다.
  15 일 분의 생활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큰 돈을 들였기에 그 정도의 금액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그의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벨치아에게 물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답으로써 그가 자신이 매 달마다 마련하는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교인 탓에 그 생활비는 많이 벌지 못해요. 30 만 페즈 정도? 여기에 세금을 비롯해 각종 요금을 지불하고 나면 24 만 페즈 정도가 남지요. 이것을 30 일 간 사용해야 한다면 하루 생활비는 8 천 페즈 정도가 된다고 봐도 되겠지요."
  "그렇다면 한 소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12 만 페즈나 들였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121000 페즈이지요. 22 명 분의 공연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한 동안 대화가 이어진 이후, 크세비아가 경악의 심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면서 어린이나 노인도 같은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느냐고 물음을 건네자, 그 답으로써 제 4 행성의 '품격이 높은' 회관에서 행하는 공연 등의 관람을 위해서는 5000 이나 10000 심지어 10 만 페즈를 들일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설이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로 제 4 행성 내에 위치한 예술 회관에서 시행되는 전시회 및 공연 관람료는 5000 페즈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그가 갈 곳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5 천 페즈라면 하루 생활비의 반을 넘잖아요!"
  "그렇지요." 이에 벨치아가 전례 없이 쓴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지으며 화답을 한 이후에 일부 시민들에게는 하루 생활비에 해당되는 돈이기도 하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제 4 행성의 예술 회관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 곳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왜 일반 시민들의 하루 생활비 혹은 그 이상에 해당될 수 있을만한 관람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보통 사람들의 하루 생활비에 해당될만한 양의 금액을 최소 관람료로 지정하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예술 회관의 방문을 생활비 문제 등의 이유로 꺼릴 것이고, 이는 자연히 예술 회관이 일반 시민들을 배제하는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는 현상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제 4 행성의 예술 회관들이 자신들이 속한 곳을 '품격이 높은 회관' 으로 자처하면서 '품격이 낮은 일반 시민들' 이 그 곳을 방문하는 일을 원치 않는지의 여부는 상관이 없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성계의 제 4 행성에서 시행되는 공식 문화 행사는 오직 '인가된 문화 및 예술 회관' 에서만 시행되며, 그 관람료는 5000 페즈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법 조항이 성계 내에 존재하고 있다. 곧 소위 '고급 예술' 이라 지칭되는 문화의 영위는 일반 시민의 하루 생활비 혹은 하루 봉급에 해당될만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부담을 원치 않는 시민들은 자연히 회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문화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그들이 채우지 못하는 시민들의 문화 생활이라는 빈 공간을 떠돌이 악사나 광대들의 공연이 채워줄 것이다. 이것이 성계 정부가 원하는 시민들의 문화 생활 영위 방식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고급 예술이라 지칭되는 것들은 그 품격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여유를 가지는 '부유한 자' 들이나 '고귀한 직종의 종사자 및 그 가족' 들에게만 허락되고, 대중들은 그들에게 어울릴만한 거리의 예술 등만을 허락하도록 하면서 문화 생활 영위의 차원에서의 '신분의 구분' 을 행하고, '신분' 에 걸맞는 문화 생활을 성계 내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영위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분의 구분' 은 문화 예술 분야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경제나 교육에서도 그 사례는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분야에서도 차별은 어떻게든 나타나고 있으리라. 그 성계의 문명 수준을 생각해 보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이 성계가 가지는 하나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너무하네요, 행사 참가자의 친구들이 관람하러 오겠다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아이들에게까지 요구하다니."
  벨치아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크세비아가 나의 어깨에서 날아오른 다음에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린 채, 분노의 감정을 가볍게나마 드러내면서 그 현상에 대한 언급을 하였고, 이에 벨치아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회관 측이 어찌 그 사정을 알겠느냐고 화답한 이후에,
  "그렇다지만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그런 금전 부담이 없도록 했으면 좋을 텐데....... 역시 곤란하겠지요?"
  라는 말을 나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 이후, 벨치아는 한 동안 무거운 이야기만 계속 이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 다음에는 무언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화제 전환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다음에 이전보다 다소 밝아진 목소리를 내면서 물었다.
  "도로시아 씨께서 마리아의 외모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아시지요?"
  "예, 당연히 알지요, 변화된 모습이라면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 걸요."
  마리아의 외모에 관해 벨치아가 언급을 하고, 그 모습을 옆에서 항시 보고 있던 나는 당연히 그러하다고 바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벨치아는 그 모습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느냐고 나에게 곧바로 물었지만 이에 대해 평상시보다 많이 예뻐졌다는 것만 생각하고, 특별히 느낀 바가 없던 나는 달리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평소보다 약간 예쁘게 변한 것 같다' 라는 말은 벨치아에게 있어서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왜 말이 없으시지요? 딱히 뭐라 느끼시지 않으신 거예요, 설마?"
  그 때, 벨치아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못하는 나에게 그렇게 묻자, 그제서야 그 답으로써 특별히 뭐라 느낀 바가 없어서 그러할 따름이라고 화답을 하고서, 미소를 지으며 마리아에 관한 언급을 하였다.
  "이전에 비해 많이 예뻐진 것은 확실해요. 이전에는 더벅머리를 하고 있어서 남자아이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그 머리 모양이 정리되고 나니 여자아이다워지기도 해서 보기가 무척 좋았어요."
  "그러셨군요, 진작 그렇게 말씀해 주시지."
  이에 벨치아는 밝게 목소리를 내어 대답을 해 준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벨치아가 조용히 뒷짐을 진 채, 나와 나란히 길을 걸으면서 화단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그가 우측의 화단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화단 위로 날아오는 하얀 새들을 맞이하면서 화단에 피어난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을 띠는 꽃들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잠시 앞을 향하면서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 그 무렵, 나의 눈앞으로 펼쳐진 하늘은 어느새 빛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형상을 무수히 많은 새하얗게 빛나는 별들이 감빛 바탕 위에 그려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형상들 사이로 여러 별들이 끊임없이 곡선 궤적을 그리며 날면서 그 궤적을 따라 수많은 새하얀 빛들이 하늘을 꾸미는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가로수 사이에 위치한 불빛에 의해 꾸며지면서 별빛 아래의 낙원과 같은 형상을 그려내고 있는 화원, 그 화원 위로 조용히 길을 걷는 벨치아의 모습을 간간히 바라보면서 아이들을 보살필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는 하였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전념한다지만 그런 그에게도 다른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뜻이 있어 제 4 행성에 이르렀기에 보일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다 보니, 지금 이후로 이러한 그의 모습을 사람들이 볼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후로 그가 일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찾을 여유를 그가 언제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탓이다.
  "지금 이후로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실 수 없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벨치아에게 물음을 건네자, 그래도 괜찮다고 바로 화답을 하는 벨치아.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우울한 감정을 다소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밝음을 유지하려 하는 목소리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의 저에게는 제가 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고 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변화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일에 쫓기며 살면서 이런 여유를 즐기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런 시간을 즐기는 일은 저에게 우연히 다가온 행운일 뿐이에요, 그 행운을 쫓으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나에게 '마리아 에르세레즈' 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인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으나, 마리아-마리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그저 생각 외로 마음씨가 좋은 사람 같다는 답을 할 따름이었다. 그러자 "그렇군요." 라는 말을 건네는 벨치아.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마리아 에르세레즈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려 하였다.
  "저도 그 분께 대해서는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바가 없는 것은 유네아 씨와 비슷해요. 다만, 그 분께서 이 세상을 바라보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분께 대한 이상한 생각이 하나 들기는 했어요. 분명 그 분께서는 외지인이시고 이 곳은 처음 들르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대해 전혀 낯설게 생각하지 않고 계셨고, 어떤 때에는 마치 '예언자' 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실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특히, 어린 마리아와 이사벨 등에 대해서는 그 미래까지 궤뚫어 보고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에 대한 언급을 하는 벨치아. 그러면서 그에 대한 하나의 생각을 나에게 드러내려 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분께서는 아직 제가 모르는 먼 미래의 이 세상에서부터 현재의 이 세상을 방문하여 어린 마리아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무언가 뜻을 전해주기 위해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