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이 밝고,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무렵, 어느덧 바깥에서는 아이들이 모여 분주히 대화를 주고받거나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아직 잠에서 덜 깬 나의 마음을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놓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일어난 이후에 침대로 시선을 향할 무렵, 마리아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나 다른 어딘가로 간 모양이었다.
  그렇게 마리아가 자리에서 떠났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방을 나설 무렵, 이사벨을 비롯한 아이들 몇 명이 나에게 다가왔고, 이어서 '엔리코(Henrico)' 라는 이름을 가지는 남자아이가 나의 바로 앞에 이르더니 이제 일어났느냐고 물었다. 그리고서 밖에 아이들이 모여 있음을 알리고 어서 밖으로 나가보라고 권하는 말을 건네었다. 이후, 나는 이들을 따라 여관의 바로 앞에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이들의 인솔자 역할을 맡는 벨치아와 도로시아가 밖에 나와 이들의 앞에 이르고 있었다.
  "유네아 님께서도 나와 계셨네요, 늦게 잠드셨다기에 일어나지 못하실 줄 알았는데."
  그리고 샤리에나에 관해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와 함께 자신과 동행하는 소녀들인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와 함께 도시의 다른 구역으로 갔음을 알렸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 틈새에서 여학생의 제복을 입은 마리아가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무렵, 마리아는 얼굴 색도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밝아지고 머리 모양도 잘 정리된 단발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등, 이전에 비해 완연히 달라진 예쁘장한 모습을 분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전날의 비슷한 시각에 만났던 그 여자아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유네아 언니, 어때요? 예뻐요, 제가?"
  두 팔을 옆으로 벌리고,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한 채,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가 이전의 불안감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한 추측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전에 비해 많이 예뻐졌네, 마리아가."
  확실히 그러한 면모가 있었기에 그가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 모습을 보니, 정말 학교의 예쁜 여학생 같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전에 나와 헤어졌던 '마리아 에르세레즈' 라는 이름을 가지는 여인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어 처음에는 그를 여관 안에서 다시 찾으려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여관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도로시아의 나를 말리는 말을 들으면서 다시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나를 멈추어 세우고, 이어 자신을 향해 돌아서도록 하는 도로시아. 그러면서 나에게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행방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분께서는 제가 깨어났을 때에 이미 여관에 없었어요. 저를 비롯한 일행이 깨어나기 전에 이미 여관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가신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어느 방향으로 가셨는지는 아세요?"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설령 알았다 할지라도 지금 즈음이면 이 제 4 행성을 떠나 성계의 다른 구역으로 가셨거나, 아니면 다른 성계로 가셨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설명 이후 나와 잠시 대화를 하면서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떠났지만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을 하는 도로시아. 그러면서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기에 그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나에게 부탁하는 말을 건네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전에 그가 약속한 바가 있었으며, 그 약속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나에게로 어떻게든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나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벨치아 그리고 도로시아의 인도를 받으며 모인 사람들과 함께 도시의 서부 교외에 위치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이파리와 꽃들이 피어나 있는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유네아 님, 앞으로 있을 여행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시고 계세요?"
  그 때, 나의 오른편 곁으로 크세비아가 다가오더니 여행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나는 멀리 보이는 숲길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화답을 하였다.
  "정말 이 곳에는 없는 것이 없는 모양이야, 이런 색의 이파리들이 자라는 숲까지 있다니."
  이어서 먼 앞에 보이는 분홍빛 나뭇잎들을 보면서 그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서,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림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림 속 세상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지, 상상하는 대로 구현하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크세비아에게 형형색색 이상한 색을 띠는 대지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도 이전에 본 적이 있다는 언급을 하고서 그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그린 이들은 '하느님 나라에는 없는 것이 없다' 라는 말을 한 바 있어. 천상 세계를 직접 갈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래서 그 나라의 구현은 오직 구현하는 이의 상상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천상 세계는 지상 세계와 무척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그리는 이들은 천상 세계의 모습을 여러 색을 띠는 대지와 하늘의 모습을 통해 구현하였어. 이전에 내가 언급한 그 말은 그에 대한 설명을 위해 그림을 그린 이들이 하였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실제로는 상상하는 사람과 구현하는 사람의 세계에는 없는 것이 없다고 칭해야 옳겠지만, 천상 세계의 그림을 그렸으니 그렇게 칭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서, 그런 세계 구현은 그림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런 세상이 구현된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묘해짐을 느끼기도 했다고 내가 그 광경을 본 것에 대한 나 자신의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무렵, 악기를 손에 들고 있던 노인이 나의 우측 곁으로 다가오더니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이전의 설명에 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아가씨, 설명은 참 잘했는데, 왠지 요정 아가씨가 알아듣기에는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기는 하겠지만요." 이에 나는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는 생각을 자세히 드러내기 위해 길게 설명해야만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길게 이어진 설명을 간추리기 쉽지 않은 형편으로 인해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 때, 크세비아가 그렇게 말을 건네는 노인에게 자신은 내가 한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나의 말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 그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바로 드러내었다.
  "보이는 바와 달리 저도 그렇게 어린 아이는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렇구만, 허허." 그러자 노인은 한 번 크게 웃으면서 크세비아가 전하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음을 그렇게 알리려 하고 있었다. 그 무렵, 나의 바로 앞에서는 도로시아 그리고 벨치아가 아이들에게 숲길에 살고 있는 식물들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이에 아이들이 질문을 하거나 알겠다고 답을 하는 목소리가 때마다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로시아 양께서는 아니스 양께서 이 곳에 오셨음을 알고 계실까, 이전에 한 번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랬었지요." 이에 크세비아는 크게 놀랄 것 없다는 듯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고서 도로시아가 배 안에 머무르고 있을 적에 배 안으로 아니스가 들어온 적이 있음을 알렸고, 그에 이어 아니스는 도로시아가 벨치아와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음을 나에게 알리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후, 그는 아니스가 도로시아에 대해 아이들을 인도하고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보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아이들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그에게 물음을 건넨 적이 있음을 밝힌 적도 있음을 알렸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안전한 곳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마음은 변치 않은 모양이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니스가 도로시아를 만났을 때 드러낸 면모에 관해 그렇게 말을 한 이후에 다른 말은 없었느냐고 물었고, 이에 크세비아가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서로의 안위를 묻는 말이 더 있기는 했지만 그 이외의 특별한 발언은 없었던 것 같다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도로시아, 크세비아 등과 함께 아이들을 따라 여러 명소들을 전전하면서 낮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공연장에서 무용 공연을 관람하였다. 그러면서 가녀린 면모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한 어린 소녀가 하얗게 옷차림을 갖춘 채, 격렬히 무용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꽤 감탄하고 있었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령들조차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요정다운 아름다움을 그가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전에 벨치아가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에 이어 들려오는 벨치아가 그를 곁에 두고 싶어했던 심정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뒷풀이 성격으로 밤의 꽃 구경까지 하고 나서 하루의 마지막 6 시간, 그 시작에 해당되는 13 시가 되자마자 모두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하루의 일정은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13 시 - 여관 인근 구역
  한편으로는 즐거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 없이 바빴던 하루가 끝날 때가 되자, 나는 비로소 혼자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루가 이전에 비해 길게 느껴질 것만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밤이 되고 나니 그 시간이 여태껏 내가 보냈던 시간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남은 날은 하루 정도. 그 하루가 끝난 이후에는 학생들 그리고 마리아와 헤어지면서 가야할 곳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야할 곳인 다른 공간과 이어지고 있는 '문' 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리아와 헤어진 이후에는 '문' 을 찾기 위해 나서보기로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그에 이어 경우에 따라 루시아 등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정리를 한 이후, 잠시 동안이나마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하는데, 그 때 갑자기 나의 먼 앞에서부터 나를 향해 루시아가 지팡이를 바로 든 채, 그 지팡이의 끝 부분이 파랗게 빛을 발하도록 하는 채, 다가오는 모습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지막 6 시간 째를 맞이하면서 자신의 동생, 파렐리아와 함께 할 일이 있다면서 배 안으로 들어갔던 루시아. 그리고 그 이전에 파렐리아가 먼저 배에서 나와 여관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배에 남아있더니, 이제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 모양이었다.
  "어라? 유네아 양, 이번에도 하늘 구경을 위해 밖에 나오신 거예요?"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의 바로 앞에 이르더니 허리를 굽힌 채, 나와 눈높이를 어느 정도 맞추려 하면서 이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던 밝고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며 마리아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서, 평상시 같으면 마리아를 항상 데리고 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하지 않아서 궁금했다고 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물음을 건넨 이유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마리아는 몇 시간 전에 잠들었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많이 피곤한 모양이에요."
  그 물음에 나는 우선 마리아의 사정에 관해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다들 잠들고 있을 시간이지만, 언제 제 4 행성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곳을 떠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하늘의 모습이나마 감상하기 위해 밖에 나왔다고 내가 밖으로 나온 이유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 이어,
  "본래는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쉽게 지칠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이번에는 낯선 제복이 부담이 되었는지, 길을 걷는 것만으로 바로 피로가 쌓이는 모습을 보였어요."
  라고 마리아의 상태에 관한 설명을 하고서 이전에 벨치아가 마리아를 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을 갖고 있음을 대화를 하는 도중에 드러냈으며, 그의 보호자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나에게 그에 대해 묻고 싶었다는 말을 하였다고 그가 이전에 한 일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하지만 길을 가는 도중에 나는 그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고, 그래서 그에게 그런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바로 물었다.
  "정말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예." 그러자 곧바로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루시아는 곧바로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유네아 양께서는 마리아와 함께 저와 다른 길을 가셔서 그러해요."
  그리고서 벨치아는 마리아가 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의 입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서 자신도 벨치아의 이야기에 관계없이 그의 취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에 이어 교육 수준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리라는 생각은 갖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그 세상에서 단순한 노동만을 거듭하는 삶이 아닌, 무언가를 이루고 추구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식이라는 수단이 요구되며, 그 지식의 기초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알기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이어서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비 아닐까요, 암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학교라지만 마리아 일가와 같은 극단적인 집안에서는 학교 수업을 받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힘들 텐데."
  그 주장을 듣고서 나는 곧바로 루시아에게 가난한 집에 속한 마리아가 학교 수업을 받기 힘든 이유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괜찮을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그가 이전에 그에 대해 자신이 벨치아에게 물은 바 있음을 알리고서, 그에 이어 벨치아가 자신에게 자신이 학교 측에 문의를 해 보겠음을 밝히면서 최악의 경우도 나올 수는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마리아가 학교에서 교육비 부담 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말을 이어서 하였음을 나에게 알리려 하였다.
  그 이후, 그는 마리아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벨치아가 내린 결정에 대해 마리아가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의해 전개되어 갈 것 같다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전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한참 마리아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루시아는 전망에 관한 발언을 드러낸 이후부터 별빛으로 이루어진 형상들을 가만히 관찰하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 그런 루시아에게 내가 다른 화제를 가지고 대화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 루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돌아서서 함께 공원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에 이어 공원으로 가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알렸다.

14 시 - 도시 중앙로
  중앙 구역을 향한 길.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한 그 구역을 향한 길은 유난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서, 길 가장자리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가로등이 하나씩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여러 색을 띠는 꽃들을 피우고 있는 작은 화초들이 심어진 커다란 화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앙의 길 역시 푸른 바탕에 무늬가 그려진 듯이 검은색, 유리색을 띠는 돌들이 박힌 모습을 보이는 돌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한 변 크기가 내 손바닥 크기의 3 배에 이르는 정사각형 돌들이 배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평범하지 않은 길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길 위를 걷는 동안 신발과 길을 이루는 돌이 서로 부딪치는 묘한 소리가 울리는 동안 길 위를 걸으면서 나는 지팡이를 쥔 채, 뒷짐을 쥐고 있으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루시아를 우측 곁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나는 그로부터 하나의 물음을 건네 받게 되었다.
  "이 곳으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혼자 이 곳으로 오고 싶네요, 여러 사람과 함께 이 곳을 여행하자니, 부담도 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하는 때도 있고."
  그 물음에 나는 긍정적인 답을 하였다. 물론 다시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오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래도 혹시나 다시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화답을 한 것. 그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내가 화답을 하자마자 루시아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현재 머무르는 곳이 어떠한 곳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가고 싶은 사람은 갈 수 있도록 수단을 마련해 보겠음을 나에게 알리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한 동안 말없이 길을 걷고 있을 무렵, 나는 문득 하나의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루시아와 파렐리아는 현재, 아무 갈등 없이 지내고 있다지만, 나이 차이가 사실상 크지 않다시피 한 두 자매에게 언젠가 서로 다투던 시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혹시 그러한 일이 있었을까, 에 관한 의문을 이어서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그 의문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이전에 파렐리아 양과 싸운 적, 있으세요?"
  "근래에는 없어요." 그러자 그는 하늘로 시선을 향하는 채, 차분하면서 밝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한 이후에 파렐리아가 반항을 많이 할 것 같은 성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고 그에 대해 알리려 하다가, 잠시 말없이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기더니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이 하늘로 계속 시선을 향한 채로 동생과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파렐리아와 한 번 다투었던 적은 있었네요, 무척 어렸을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혹시 그 일에 대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일단 설명해 주도록 하겠음을 알리고,

   나는 루시아로부터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루시아로부터 그가 어렸을 적, 당시에는 사소하지 않았던 물건에 관해 다투려 했던 적이 있음을 밝혔다.


  "그로 인해 제가 파렐리아에게 싸움을 걸면서 자매 간의 싸움이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그 때에는 그 장미가 없어진 것이 정말 파렐리아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파렐리아 역시 그런 저의 생각을 받아줄 리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격렬히 충돌하는 가운데, 서로가 싸움으로 인해 뒤엉키는 사태까지 나타나게 되었지요."
  "그래서 다툼이 이어지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그 다툼은 어떻게 마무리 되었어요?"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았을 적에 학교에서 오신 분께서 저와 파렐리아를 말리셨고, 이어서 제가 보석 장미를 잃어버린 일에 대해 그 분께 말씀드리자 그 분께서는 그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동생을 마구 때려서는 안 되며, 그런다고 보석 장미가 그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지요. 그와 더불어 보석 장미는 나중에 다시 마련할 수 있으니, 그것이 없어졌다고 해서 동생을 원망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지금은 참 온화하신 분이신데, 그 때는 또 그러하셨네요."
  "처음으로 맞이한 가장 소중했던 보물이 없어진 마음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었지요. 더욱이 그 때에는 분노를 참는 요령조차 없기도 했고."
  이에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는 루시아. 그리고 시간이 계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푸른 보석으로 이루어진 장미를 훔쳐간 자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져 가, 어느 순간에는 그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게 되었다고 자신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때의 일은 파렐리아 양도 기억하고 있지요?"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파렐리아가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루시아는 "기억하고 있어요." 라고 화답을 하면서 이제는 그 사건이 일어난지도 오래된 만큼, 파렐리아도 그 과거에 대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다행이네요, 이제는 파렐리아 양도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이전까지 드러내고 있던 걱정의 감정을 지우고,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루시아 역시 "그러게요." 라고 화답을 하였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파렐리아와 루시아 간의 갈등이 일어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자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아의 옛 일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지는 이제는 옛 이야기임을 알리는 루시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갈등의 여지가 이제는 없어졌음을 확인하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루시아의 보석 장미를 훔쳐간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러면서 루시아에게 그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겠느냐고 바로 물었다. 이에 그는 그 자가 누구였는지 알고 있었는지, "정말 아시고 싶으세요?" 라고 물은 다음에 원한다면, 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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