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나니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바로 드는 발언이었다,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 놓고 '소유의 한계' 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으니. 그러면서 당시, 그의 심정이 어떠하였을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 심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 바로 나올 수 있었다.
  "화 많이 나셨겠네요, 남의 물건을 빼앗고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그것이 자신의 '부처에 대한 신앙' 을 증명하는 수단이라니 그러할 수밖에요. 그는 부처의 '널리 사람을 구제하라' 라는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불도에 어긋난 삶을 사는 사람들' 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려 하였고, 그러면서 불도에 어긋나는 행위인 '집착' 을 보이는 사람을 볼 때마다 집착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빼앗아 없애는 것으로써 그 사상의 실천을 행하려 했대요. 그러니까, 이전에도 이미 그는 그러한 행위를 수차례 행해왔다는 것이지요."
  이에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이전에 비해 어두워진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는 루시아. 그러면서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를 아르나이 소속의 경비대로 넘겼다. 죄목은 '무단 절도 행위'.
  "많이 화나셨을 텐데, 그를 때리거나 하시지는 않으셨어요?"
  "때리고 싶은 생각은 했어요. 생각 같아서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무자비하게 때려서, 어차피 가게 될 지옥 구경을 미리 시켜주고 싶었지요."
  그리고 그 말에 이어 자신을 비롯한 이전에 당한 이들을 대신하여 세니티아 성계를 수호하는 자들이 심판하고 이들의 울분을 풀어줄 것이기에 필요 이상의 보복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그를 붙잡아 바로 아르나이의 경비대로 넘겼던 것. 그 때, 그의 등 뒤로 파렐리아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에게 관 안에 가두어 놓은 채로 경비대로 그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그 목소리를 뜻하지 않게 들은 탓인지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루시아.
  "파렐리아! 놀랐잖아, 갑자기 나타나 목소리를 크게 내어서!"
  고개를 돌리면서 루시아는 파렐리아에게 시선을 향한 채, 높지만 화를 내지는 않는 듯이 목소리를 내면서 그를 부른 다음에 아직 잠들지 않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파렐리아는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그의 모습을 보았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그러면서 나에게 하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음을 밝히고서 내가 이야기를 통해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지가 두려워서 일부를 숨겼느냐고 물었다.
  "그러할 리가 있겠니, 여태껏 내가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숨기거나 한 적이 없음을 너도 알잖아."
  "거짓말." 그러자 파렐리아가 뒤에서 루시아의 어깨를 안으려 하면서 놀리는 듯이 목소리를 내는 채로 화답을 하다가, 나에게 당시 그는 이전에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자신이 어찌 못할 정도로 분개해 있었음을 밝히더니, 그에 이어 직접 때리지 않았음은 사실이지만 그를 모시고 가는 듯이 갈 수 없다하여 나무 관을 하나 마련해서는 그 관 안에 승려를 얼린 채, 집어넣고 경비대로 가져가서는 경비대 앞에서 관을 열고 얼렸던 노인을 다시 해동시키고서는 경비대에 소속된 전사들이 그를 데리고 갈 때까지 근처에서 계속 노인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그가 행한 일에 관해 나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언제 그런 일을 했다는 거니, 파렐리아!"
  "이제 언니도 솔직해져, 그 정도라면 유네아 양 정도라면 그 심정은 이해해 줄 거야, 언니는 천사도 아닌데, 그런 것을 숨길 필요가 있어?"
  이후, 루시아가 건네는 물음에 괜히 자신의 다른 면모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파렐리아. 이후, 루시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잠시 동생과 함께 있도록 하겠음을 밝히고서 나에게 마리아 그리고 크세비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감지하고 그 곳을 나가려 하였으며,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 혼자 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항시 온화하다고 알려진 루시아에게도 격정에 휩싸일 때도 있고, 과격한 편이라는 파렐리아에게도 이성적인 면모가 있다. 이것은 그들이 불완전함을 알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면모가 그들이 타인을 대할 때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임을 그 모습을 타인이 보면서 인지하고, 그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있지 않을까.

14 시 30 분 - 여관 내부
  그렇게 두 사람과 헤어지고서, 다시 여관으로 돌아올 무렵, 나는 마리아가 새근새근 잠들고 있는 머리맡에 크세비아가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두 손을 턱 아래에 놓은 채, 그의 모습으로 조용히 시선을 향하고 있었으며, 무언가 걱정되는 바가 있었는지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침대 곁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그를 향해 돌아서서 물었다.
  "크세비아 왜 그래, 무언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어?"
  "......." 하지만 크세비아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못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끼칠 영향이 걱정된 탓인지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자 나는 크세비아를 안심시킬 수 있도록 괜찮다고 말하며 그를 타이르려 하였다.
  "괜찮아, 무슨 말을 해도 되니까, 일단 말해 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러자 크세비아는 여전히 걱정되는지 나에게 어두운 목소리를 내며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그에 대해 크세비아를 원망하지 않을 테니, 바로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그는 비로소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는지 "말할게요." 라고 말을 할 것임을 알리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안감은 여전했는지, 그 말투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방금 전에 아니스 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이전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났다는데........"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아니스로부터의 연락. 그 연락을 듣자마자 나는 무언가 일이 있다 싶어 자세히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였다. 그 전까지 나는 때도 때인지라 잠 기운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지만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잠 기운이 달아난 상태였다. 이후, 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달라는 부탁에 바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이으려 하다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듣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다가,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으려 하는 아니스.
  "그 사람들이 '버려진 구역' 에 사는 '마리아' 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를 찾고 있었대요."
  "응?" 아니스가 언급한 수상한 외견을 갖춘 자들이 마리아를 찾고 있었다는 소식.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리고서 크세비아에게 그들의 외모는 어떠하며, 언제 아니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에 관해 물었다. 더불어 그들이 마리아 일가가 어느 마을에 있는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물으려 하였다.
  그 물음에 크세비아는 그 일당의 인원 수는 3 명으로서,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검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그들의 외견에 관해 화답을 한 이후에 12 시 즈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들의 행방에 관해 알렸다. 그리고 어느 마을에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가 살고 있는지는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들에 관한 언급을 하였다.
  "그렇다면 왜 그를 찾으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니스 양께서 이야기를 들으셨어?"
  이후, 나는 한층 더 다급해진 목소리를 내며 크세비아에게 그들이 마리아를 찾는 이유에 관한 설명을 하자, 다행히도 그들로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아니스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 그 어머니를 치유한 의사로부터 그 일가의 소재지에 관한 정보를 얻었으며, 그들에게 '15 일' 이라는 기한을 주었지만, 일가는 그 기간 중에 진료비를 대지 못할 것임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으며, 기한 자체는 일가를 안심시키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들은 바 있음을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바로 생각하였다, 기한이 15 일이기 때문에 그 기간 내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행이라 여기었는데, 실제 마리아의 일가로 의사가 사람을 보낸 일은 겨우 사흘 째에 접어들려 하는 그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와 더불어 나는 의사의 행동에 대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계약서를 통해 '15 일' 이라는 기한을 언급하면서 그 기간 내에 반드시 진료비를 대라고 말을 건네었지만, 그것은 나 그리고 마리아를 속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였고, 이러한 사실을 통해 나는 의사를 가만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을 바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마리아를 깨워 그를 일가로 데려가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크세비아에게 그가 할 일에 대해,
  "너는 다음날 아침이 되면 도로시아 양께 내가 마리아를 데리고 떠났다고 소식을 전해 줘, 그래야 내가 왜 떠났는지에 대해 그가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라는 말을 전하고서 곧바로 마리아의 몸을 흔들어 서둘러 일어나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 때, 마리아가 조용히 나를 향해 몸을 움직이더니 서서히 눈을 뜨면서 "어라? 유네아 언니." 라고 나를 불렀다. 이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마리아에게 어서 일어나야 한다고 바로 말을 건네었다.
  "마리아, 어서 일어나야 해, 급한 일이 생기고 말았어!"
  "급한 일이오? 무슨 급한 일이 일어났기에......."
  그러자 아직 잠에서 덜 깬 표정을 짓고 있던 마리아는 급한 일이 일어났다는 나의 말에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집에 머무르고 있는 어머니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려왔음을 밝히고서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어서 나가봐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머리가 헝클어진 채, 자리에 앉아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면 선생님께 집에 간다고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아요?"
  "그러할 시간이 없어, 급한 일이야!" 그리고 배를 직접 이용해 집으로 갈 수 없지만, 어떻게든 비행 수단을 마련해서 바로 집에 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 다음에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습을 보이는 그를 등에 업고서 바로 그가 잠들고 있던 방을 나서려 하였다. 물론 나는 잠을 조금도 자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후, 나는 마리아를 등에 업은 채, 여관을 급히 나서서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려 하였다. 그 때, 건너편에 있던 파렐리아가 마리아를 등에 업은 나를 보더니 아직 사정을 모르는지 나에게 밝게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어라? 유네아 양이시잖아요, 이번에는 마리아를 데리고 선착장 구경이라도 하시려 하는 거예요?"
  "그런 일이 아니에요." 이에 나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한 다음에 그 집안에 문제가 생겨 먼저 집에 가야만 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 일로 인해 벨치아 일행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고, 그에 이어 진상이 밝혀지면 그에 관해 소식을 알릴 테니, 일단 벨치아 일행에게 소식을 알리지 않고, 여행 일정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한 다음에 마리아를 선착장 바닥에 내려놓고, 그 바로 앞에 앉은 다음에 두 손으로 마리아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이후, 나는 두 손으로 마리아를 안은 채, 조용히 하늘색 빛을 발하는 날개를 펼치고서 '간다.'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도움닫기를 하다가 선착장 끝에 발이 닿았을 때에 곧바로 뛰어올라 날개를 펼친 채, 지상 구역을 향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워낙 다급한 일인지라 우선 고도를 빨리 낮추고서 상공 아래로 펼쳐진 지면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면서 마리아의 집이 위치하고 있을 마을을 찾으려 하였다.

15 시 - 상공
  밤이었지만 그래도 세상의 모습이 어두워지거나 하지는 않아-하늘의 모습만 변화하는 것 같았다- 바로 상공 아래의 모습을 내다보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바로 알 수 없었지만, 이전에 내가 머무르던 마을 인근에서 마리아를 발견한 기억을 토대로 그 마을에 마리아가 살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으며 그 마을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무렵, 놀람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언니! 유네아 언니!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응, 그렇게 됐어, 이전에 만난 크세비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요정으로부터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에 나는 크세비아를 언급하면서 그렇게 화답을 한 다음에 집에 빨리 가기 위해 날개를 펼쳤음을 알린 다음에 집이 어디인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고, 그러다가 내가 처음 이르렀던 집-푸른 지붕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이 위치하고 있는 마을에 이르자마자 뭔가 알아차렸는지, 푸른 지붕이 위치한 집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곳에 위치한 검은 지붕이 자리잡은 작은 집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 집이에요! 저 집에 제가 살고 있었어요, 검은 양철 지붕 집."
  "그래, 저 집이로구나." 이에 나는 알았다고 바로 화답을 한 다음에 그 집으로 바로 가겠음을 알리고서 곧바로 그 집을 향해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있으면서 수직 강하를 하는 듯이 날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마리아에게,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라고 외치면서 강하를 계속하다가, 마침내 지면 근처에 이르자마자 가속을 멈추고 머리가 다시 하늘을 향하도록 한 이후에 천천히 날개를 파닥거리며 집을 둘러싸는 돌담의 앞 부분에 위치한 대문을 향해 나아갔고, 마침내 그 대문의 바로 앞에 두 다리를 모은 채, 조심스럽게 착지하였다. 물론 급히 강하하기 위해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있었던지라 몸의 기운이 머리로 쏠렸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그로 인해 어지러움이 잠시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래서 마리아 역시 괜찮을지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그에 관해 물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리아는 괜찮은 듯해 보였다.

15 시 15 분 - 마리아의 집 인근
  마리아의 안전을 확인하고서 나는 그 오른손을 나의 왼손으로 잡은 채, 조용히 대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철로 만들어진 대문의 한쪽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며, 다른 한쪽 역시 심하게 굽어져 있어서 그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가면서 문을 부수려 하였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동안 마리아 역시 그런 추측을 하였는지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문 너머로 보이는 남루해 보이는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을 현관문이 떨어져 반 토막이 나고, 부서진 조각들이 바닥 곳곳에 흩어져 있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철문을 부수고 온 이들은 현관문 역시 그렇게 부수면서 집 안으로 억지로 들어가려 한 듯해 보였다.
  사람이 집 안으로 '과격하게' 들어간 흔적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일이 집에서 일어났는지를 바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의 어머니가 누워 있었을 안방으로 들어가 방의 바닥 곳곳에 흉하게 그려진 붉은 무늬와 함께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의 한 가운데에 어머니의 모습을 대신하여 종이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진 광경이 나타났다.
  그 광경을 보면서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다름 아닌 당시에는 '마리안' 이라고 칭하기도 했던 '마리아 에르세레즈' 라는 이름을 가지는 젊은 여인으로부터 그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기억. 그 중에서도 그가 언급했던 하나의 대목이 침상 위의 종이를 보면서 바로 떠오르고 있었다.

  당시,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데려갈 수 없다하시면서 자신이 가겠음을 알리셨고, 그러면서 저를 대신해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과 함께 제가 모를 어딘가로 갔대요.
  어머니께서는 병원의 의사가 사주해서 왔다는 제 2 행성의 한 병원에 속한 조직원들에게 넘겨졌고, 그 근거지에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에 저는 놀라면서 정말이냐고 물었고, 몇 번 물어도 그 분께서는 항시 그렇다고 화답을 하신 이후에 마리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인을 조직원이 사람의 의식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병기를 이용해 공격해 의식을 잃게 하고서는 회색 포대에 감싼 채로 작은 비행선에 실어 그 병원으로 보내는 광경이 이어서 발견되었대요.

  '그렇다면 이 쪽지에도.......'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쪽지에 적힌 내용이 어떠한지에 대해 대략 짐작을 하면서 그의 손을 놓은 다음에 혼자 침대를 향해 다가가 쪽지를 조심스럽게 오른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들어 올린 쪽지를 뒤집어서 오른손으로 든 채, 눈앞에 보이는 면에 쓰여진 글을 바로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쪽지에는 간단한 문구 몇 개만 적혀 있었다.

지불 이행 불가에 의해 '계약서' 에 의거, 여인을 데려감.

  그 무렵,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던 마리아와 그 근처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던 나의 등 뒤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의 목소리였다.
  "당시, 그 분께서는 진상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리아를 데려갈 수 없다하시면서 자신이 그들을 따라 가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이전에 마리아를 대신해 검은 정장을 입고 복면을 머리에 두르고 있던 이들과 함께 그 아이가 모를 어디론 가로 떠나갔지요, 그 시각은 대략 13 시 즈음. 지금이면 이미 일어난 지 오래이지요."
  자신이 여인에게서 들었다는 말을 거의 그대로 하는 목소리를 내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그를 향해 돌아서면서 오른팔을 내리고, 왼손을 그 중앙에 올린 채, 씁쓸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향해 돌아서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예,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이에 그는 그렇게 답례를 하더니 그에 이어 마리아의 어머니를 데려간 자들은 제 2 병원에 소속된 조직원들로서 병원 의사의 사주를 받은 이들임을 밝히고서 기한은 계약서로 정해져 있었지만, 기한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그들이 들이닥친 것을 보면 계약서의 기한은 나와 마리아를 기만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을 하였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미 추측을 한 바 있다.
  "정말이에요!? 어머니께서 나쁜 사람들에게 끌려간 게 정말인 거예요!?"
  그러자 비로소 마리아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차리고 경악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정말이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회고하였던 그 당시의 모습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한 여인을 조직원이 사람의 의식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병기를 이용해 공격해 의식을 잃게 하고서는 회색 포대에 감싼 채로 작은 비행선에 실어 그 병원으로 보내는 광경이 이어서 발견되었지요."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우선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언급하고서, 이어서 마리아가 그러면 어머니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물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는 것으로써 마리아의 어머니가 처할 운명에 관한 설명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 분께서는 이제 인격체로 취급 받지 못하시겠지, 그러니까 '살아있는 물품' 에 지나지 않게 되는 거야. 그리고 물품 취급을 받는 채, '돌아올 수 없는 수술실' 로 끌려가, 그 안으로 들어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수술 요원들만 밖으로 나오게 되겠지."
  그리고 수술실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 때, 내가 그런 그를 질책하려 하면서 물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가 나겠어요!"
  "하지만,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요."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 일에 관해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마리아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그를 조용히 안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마리아 역시 상황 파악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품에 안긴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마리아.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 역시 그의 모습을 보면서 12 년 전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이 투영되며, 서러움을 느꼈는지 조용히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한편, 나는 그들이 서로 안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광경을 보면서도 그 광경에 대해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하나의 생각이 나의 마음 속에서 떠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당시 시각은 15 시 18 분. 마리아의 어머니가 병원으로 끌려간 지, 2 시간 즈음 후이다. 그렇다면 아직 그는 제 2 행성에 이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제 2 행성에 이르렀다가 그가 이르게 될 병원 앞에 이르면 그를 저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생긴다고 말한 다음에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해 달라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 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자리에서 일어나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어린 마리아를 조용히 타이르며 말하였다.
  "제 2 행성으로 가자, 잘하면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후, 나는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이끄는 작은 비행선을 타고, 그 비행선이 이끄는 대로 제 2 행성이라 칭해지는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비행선은 상당히 빠르게 속도를 내어 하나의 형체를 향해 돌격해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에 이미 제 2 행성을 찾았는지, 한 도시의 상공 위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 때, 내가 조종석에 앉은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병원에 갈 수 있는지 아시고 계세요?"
  "그 모습이 대략 기억이 나서, 바로 그 곳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서 그는 새하얀 탑처럼 생긴 거대한 건축물의 상공에 이른 다음에 그 인근의 시가지에 비행기를 내리도록 하겠음을 알리고서 건축물 주변의 상공을 맴돌다가 그것을 지나치려 하는 듯이 빠르게 나아가면서 고도를 점차 낮추어가기 시작하였다.
  이후, 비행기는 그 건축물의 좌측 인근에 이르면서 착륙, 그러는 동안 지면과의 마찰이 격렬히 일어나면서 불꽃이 유리창 곳곳에 튀고, 어느 늙은 여성이 두 손으로 들고 있던 유모 수레가 비행기에 치어 날아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아이가 비행기에 치인 것은 아닌가 싶어 놀랐는데, 잠시 후, 그런 나의 눈앞으로 은색을 띠는 깡통들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예상 외의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그 할머니는 깡통 수송을 위해 유모 수레를 활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비행기가 멈출 때가 되자 마리아 에르세레즈, 마리아 그리고 나 모두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다급히 내려서 건축물을 향해 뛰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등에 업힌 마리아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늦었을까요." 라고 묻자, 그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화답을 한 다음에 병원 앞에서 수송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말을 건네었다, 수송 차량이 오면 그 때 행동을 개시하자는 말과 함께.
  "여기가 병원 맞지요?" 이어서 내가 그 건물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 답으로써 확실하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 곳에 대해 '제 2 행성의 중앙 병원' 이라고 소개를 간단히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15 시 45 분 - 제 2 행성 중앙 병원
  그렇게 병원에 이른 이후, 나는 병원의 입구 우측 근처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환자 수송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 하였다. 차량이 있다면 그 차량은 분명 마리아의 어머니를 태우고 있는 그 차량일 것임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 차량이 오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그런 나의 소망과 달리 환자 수송 차량은 쉽게 오려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의 우측 곁에 앉아있던 마리아가 걱정스러워 하면서 나에게,
  "혹시 늦은 것 아니에요?" 라고 묻자, 나는 아직 알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물은 다음에 계속 기다려 보자는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그 때, 그런 나의 눈앞으로 전혀 기대치 않았던 하나의 험악한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환자 수송 차량으로 추정되는 하나의 수레에 하얀 옷차림을 하고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쓴 키 큰 젊은 남성들이 입가를 하얀 마스크로 가린 채, 들것에 실린 미이라처럼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의 형체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남성 간호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그 들것을 수송 차량에 옮기고, 자신들도 그 안에 탑승하였으며, 이어서 수송 차량의 문이 닫히더니 그 차량이 뒤뜰로 추정되는 곳으로 나아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남성 간호사 한 명이 두 손으로 책자를 안고 있는 채, 내 근처를 지나치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다가가며 그에게 이전에 나타난 광경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실례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예, 무엇에 관해 알고 싶어요?" 그러자 남성 간호사는 두 손에 책자를 안고 있으면서 나를 향해 돌아선 다음에 무슨 일이냐고 바로 나에게 물었고, 이에 내가 그 답으로써 방금 전에 수송 차량에 실린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지, 곧바로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능한 한 자세히 답을 하려 하는 남성 간호사.
  "연고 없는 시신을 병원 뒤뜰에 매장하기 위해 수송하러 가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발언으로써 시신의 모습을 자신은 본 적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하나, 이전에 한 젊은 여인의 시신에서 장기를 빼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 시신으로 추정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렇다면 그 여인의 이름이 누구였는지, 알고 계세요?"
  이어서 내가 그렇게 그 여인의 이름이 누구였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오른손을 머리 뒤로 옮기더니 관련된 이야기는 동료로부터 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잠시만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나의 왼편을 향해 돌아서고서 연락을 위한 도구를 왼손에 들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더니, 그 도구의 활용을 멈추고, 그것을 주머니 안에 넣어놓은 다음에 다시 나를 향해 두 손으로 책자를 안은 채,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신으로서 수송되었다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하기 시작하였다.
  "들은 바로는, 그 여인은 지상 구역의 작은 병원에서부터 수송되었다는데, 그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네요. 병원 내에서는 01251 번으로 칭해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불명이었답니다. 선배 분의 말씀에 의하면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만들어진 시신이라 하는데, 그에 대해 저는 잘 몰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