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만들어진 시신이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놀라는 표정을 짓는 채로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나. 물론 그 간호사는 자세한 사정을 알 리 없었고, 그러면서 선배 역시 각지의 병원에서 병명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본원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음을 알고 있을 따름이라고 밝힌 다음에 그래서 자세히 답을 할 수 없었다고 자신이 소극적으로 나의 물음에 답을 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유입 시기라면 그 선배 분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 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나의 우측 곁에 이르더니 간호사에게 시신의 유입 시기에 대해 물었고, 이에 간호사는 그 답으로써 시신의 유입 시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15 시 40 분 즈음에 유입되어 본원에 옮겨졌다가 가족을 찾을 수 없음을 최종 확인하고서 몇 분 즈음 전에 병원 측에서 뒤뜰의 공동 묘지에 매장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발언을 드러내었다.
  "그렇다지만 저도 그렇고, 선배 분도 그렇고, 자세히 알지 못하시기 때문에 잘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그리고 자신 역시 급히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가 보겠음을 밝히고서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건넨 이후에 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내 앞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작은 병원 측에서 넘겨진 01251 번이라 칭해진 붕대로 감아진 여인의 시신. 그 정보를 간호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나는 그 사항에 대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더욱이 그 시신이 하필이면 내가 병원에 이르기 한 시간 즈음 전에 유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설마' 하는 생각에 불안함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 때, 나의 곁에서 심각해진 표정을 지은 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시선을 향하며 물었다.
  "혹시 아니스라는 분과 다시 연락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 분께 무엇에 관해 알고 싶으세요?"
  "검은 옷을 입은 무리로부터 어디에서 이야기를 들었는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래요. 그래야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서 그래요."
  물론 내가 직접 아니스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크세비아나 도로시아에게 연락을 할 수는 있었고, 그들을 통해 아니스와 간접 연락을 취할 수는 있었기에 우선 소정령 레반테아을 통해 크세비아에게 연락을 취해 보기로 하였다, 지금 즈음이면 도로시아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유네아 님, 무슨 일이시지요?" 그 때, 크세비아가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아니스와 연락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다음에 할 수 있다면 바로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크세비아는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일인 만큼,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 보겠음을 밝힌 다음에 곧바로 잠시만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는 말을 레반테아를 통해 알리는 크세비아.
  이후, 나는 계단에 앉은 마리아의 우측 곁에 앉아서 크세비아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는 채, 마리아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마리아는 두 무릎을 세우며 앉은 채, 두 무릎 위로 두 팔을 포개고 있었다. 그 표정은 절망적인 예감을 느끼고 있음을 완연히 드러내는 듯이 어두웠다.
  "마리아, 왜 그래, 괜찮아?" 그 때, 내가 무심결에 그렇게 묻자, 마리아는 이대로 어머니가 죽는 것이 아니냐고 절망에 가득찬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되묻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한편으로는 당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위로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그의 두 어깨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아직 모르는 일이니 일단 기다려 보라고 말한 다음에 어머니는 살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를 격려하려 하였다. 그 때, 레반테아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하는 크세비아의 목소리.
  "방금 전에 겨우 연락을 해서 알아냈어요!"
  그리고 당시 그의 행방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 크세비아. 당시 아니스는 마리아가 살고 있던 마을에 당도해 있었으며, 그 곳에서 먹을 것을 찾다가 검은 옷을 입은 무리와 마주쳤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무언가 알아차린 듯이 그 설명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레반테아의 바로 앞에 이르고 있던 나에게 그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마을에 이르렀다면 마리아의 집으로 올 때까지 5 분도 걸리지 않아요. 아무래도 13 시 즈음에 그 무리는 마리아의 집에 당도했을 가능성이 커요."
  그리고 늦어도 13 시 20 분이면 그를 납치해 의사가 속한 병원으로 갔을 것이며, 병원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각은 10 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리를 한 이후에 시신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와 80 분 정도 시간적 간격이 있음을 밝혔다.
  "80 분이면 장기 적출을 하고, 시신에 주머니를 넣어 배를 채운 다음에 붕대에 감싸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고도 남는 시간이에요, 게다가 그들은 사람을 납치할 때, 의식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일을 행하니 더욱 빨랐겠지요."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병원 입구를 향해 돌아선 채, 멍하니 앞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계속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 무렵,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쉽게 말하기 힘들었는지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발걸음을 옮기어 자리에 앉아있던 마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마리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다가가서는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 때까지 마리아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슬픈 표정을 짓는 채,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6 시 - 제 2 행성 중앙 병원 인근 구역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어머니...... 돌아가신 거예요?"
  그러자 그의 그런 표정이 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대충 알아차렸는지,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 마리아.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러한 그를 달래려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근처의 의자에 앉아서 할 것임을 알렸다.
  "자세한 이야기는 근처의 의자에 앉아서 하도록 하자. 나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 가능성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역시 해 놓고 있어야 할 거야."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마리아의 손을 잡고 병원 입구 근방의 의자로 다가가는 모습을 뒤따르다가 먼저 의자 좌측 테두리 부분에 앉자, 그 곁에 앉으려 하였다. 하지만 마리아는 불안한 감정을 어찌 못하고 있었는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나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모습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다시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묻는 마리아.
  "언니, 알려주세요, 어머니, 어떻게 되었어요?"
  그러자 결국 말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는지 조용히 한숨을 내쉬다가 마음을 굳게 먹는 듯한 표정을 짓는 마리아.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마리아, 네 어머니께서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긴장한 채,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기어이 말을 이어 비보를 알렸다.
  "마리아, 네 어머니께서는 결국, 돌아가셨단다."
  그러자 마리아는 처음에는 놀란 채, "정말이에요!?" 라고 묻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자신 역시 원치 않았던 결과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는지 우울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되었단다." 라는 한 마디 답을 할 뿐, 8 세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크나큰 비극을 맞이하게 된 어린 소녀에게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크나큰 슬픔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울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저 세상의 종말이 자신의 눈앞에 다가오기라도 한 듯이 망연자실과 절망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시신을 수습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 이상."
  그제서야 마리아 역시 상황을 파악했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내가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지만, 그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바로 단언했다.
  "연고가 없는 시신이라 하더라도 거두어 갈 이가 있을 경우에는 그에게 시신을 건네고 그로 하여금 수습을 하도록 해 주지만, 그 시신을 거둘 이가 없을 경우에는 병원 측이 임의로 처리를 하지요. 대개 병원 뒤뜰에 위치하고 있는 연소처로 보내 화장을 하고, 남은 유골은 가루로 만들어 인근의 산악 지역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처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금 이후로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할 거예요."
  그리고서 그는 깊이 한숨을 내쉰 이후에 마치 자신의 모친이 그런 일을 당한 듯이 착잡함과 침울함의 감정이 뒤섞인 듯한 우울함의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며, 그 일이 불가능한 이유에 관해 설명을 이어 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는 멍하니 서 있는 마리아를 두 손으로 안아 들어 올리면서 나에게 집으로 가자는 말을 건네었다.
  "우선 마리아의 집으로 가도록 해요, 여기 있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테니까요."
  이후, 말이 끝나자마자 마리아를 안은 채, 나와 함께 자신이 탑승했던 비행기로 돌아갔다. 그렇게 비행기로 돌아가고서 그는 나의 곁에 마리아를 태우고서는 자신은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움직여, 지상 구역으로 급히 돌아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리아의 집이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시 나아가, 그 대문 앞에 이르게 되었다.
  "우선 마리아의 집으로 가도록 해요, 여기 있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테니까요."
  그 이후, 그는 마리아를 안은 채, 나와 함께 자신이 탑승했던 비행기로 돌아간 이후에 나의 곁에 마리아를 태우고서는 자신은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움직여, 지상 구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리아의 집이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시 나아가, 그 대문 앞에 이르게 되었다.

16 시 15 분 - 마리아의 집
  집으로 돌아오고, 겨우 안정을 찾을 무렵, 나는 마당의 나무판에 앉아 오른쪽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올린 채, 조용히 하늘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낡았는데, 거기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에 의해 문이 부서져 더욱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집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고아가 되어버린 마리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평온한 하늘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침이 되었을 때, 마리아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집 안 어딘가에서 여자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집 안에 있는 아이는 한 명이었으니, 마리아의 울음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집으로 뛰쳐 들어가 소리의 근원인 큰 방으로 들어가 그 방 안의 상황을 다급히 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의 어머니가 머무르고 있었을 방의 화장대 부근에 마리아가 웅크린 채, 계속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집에 오면서 마음이 풀어지다가 어머니의 죽음에 의한 슬픔이 터져 나온 결과였으리라.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일단 그의 바로 앞에 앉은 다음에 그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셨을 뿐이야, 그 분께서는 마리아를 혼자 보살피시면서 착하게 살아오셨잖니, 그 정성을 신께서도 알아보시고 좋은 곳으로 데려가셨을 거야."
  라고 말하며, 그를 애써 위로하려 하였다. 하지만 서러움에 받친 그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그의 어머니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 도시의 의원과 그 뜻에 따라 움직였을 이들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품기도 하였다.
  갑자기 모든 가족을 잃은 어린 소녀의 울음은 그의 서러움과 더불어 계속 이어질 듯 하였다. 하지만 결국 마리아도 울다가 지쳤는지 결국 울음을 그치더니 결국 나의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자 나는 그를 조심스럽게 눕혀, 두 허벅지를 베개 삼아 마리아가 잠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들면서 어느덧 평온해진 그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가 잘 잠들고 있는지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 일은 분명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 하는 일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허벅지를 베개 삼아 잠들도록 하는 모습이 그런 나에게는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다. 마치, 언젠가 어딘가에서 같은 일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이전에 어린 정령을 내가 보살핀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관련된 기억이 나에게 떠오르지는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유네아 양께서 마리아의 새 어머니 같아 보이네요."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낼 무렵,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그렇게 말을 건네고서 곧바로 마리아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침대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우측 곁에 이르는 나에게 그는 당분간 자신이 보살피고 있을 테니, 이제 편안히 있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 바로 방을 나서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방-마리아의 방이었을 것이다-으로 들어가 그 방의 침대에 누워 조용히 잠들려 하였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레반테아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도로시아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리아에 관해 크세비아로부터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음을 건네었던 것.
  이에 나는 마리아의 모친이 세상을 떠났음을 바로 알리고, 그로 인해 마리아가 고아가 되어버려 그를 부양할 곳을 찾게 되었다고 내가 처한 상황에 관해 알렸다. 그러다가 마침 루시아, 파렐리아에게 상황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면서 도로시아에게 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알리려 하였다.
  "아직 여관에 계실 루시아, 파렐리아 양께 알리고자 하는 바가 있는데, 전해드릴 수 있으세요?"
  "물론이지요, 적을 준비를 곧 할 테니,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도로시아는 적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고서 전하고 싶은 말을 알려달라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나는 곧바로 루시아, 파렐리아를 향한 발언으로서, 마리아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어 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임을 알린 이후에 벨치아에게는 학교 측에 마리아가 속한 마을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온 셈인데, 그 상황 속에서 여행이 계속 이루어지도록 하실 거예요?"
  그러자 도로시아가 그 답으로써 그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벨치아에게는 관련된 소식을 빨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음을 알린 다음에 가급적이면 아이들에게는 알리지 않겠음을 밝히고서 사람이 가족을 잃어 슬픔에 잠겼는데, 많은 아이들이 참가해 분위기를 요란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이라도 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의 또 다른 의사를 드러내었다.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잠들려 하였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된 탓일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잠든 시간은 아마 그 당시로부터 3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터이다, 내가 일어난 시각이 0 시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0 시 12 분 - 마리아의 집
  다시 일어났을 무렵의 시각은 0 시 12 분이었다. 그 때, 도로시아로부터 또 연락이 왔고, 그로부터 배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소식이 그를 통해 들려왔다.
  "벨치아 선생님께 관련된 소식을 알려 드렸어요."
  이후, 도로시아는 벨치아는 관련 소식을 듣고 많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아이들이 잘 모르는 상황 속에서 여행을 함부로 중단할 수 없지만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자신과 샤리에나에게 아이들의 인솔을 맡기고, 이사벨과 엘레나 등, 마리아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아이들과 함께 마리아의 집으로 가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당장에는 힘들지만 1 시 즈음 되면 도착할 수 있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한 다음에 소식 전파를 종료하겠음을 알리면서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1 시간 후, 마리아가 깨어났을 즈음에 벨치아가 이사벨, 엘레나를 이끌고 마리아의 집을 방문, 그 집의 사정을 파악하는 일을 시작으로 여러 일들이 지나갔다. 그의 어려운 사정을 보다 못한 벨치아는 마리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를 원했지만 마리아가 어머니의 집을 쉽게 떠나려 하지 않아, 그 일은 결국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벨치아는 관련된 소식은 꼭 학교에 전할 것임을 알린 다음에 연락처를 남기고, 살아가기 어려울 때가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넨 다음에 집을 나섰다. 그가 이사벨 그리고 엘레나와 함께 집을 방문한 지 2 시간 후의 일이었다. 아무래도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서 부담을 주기에 미안해서 그러한 듯 싶다.
  이후, 그들은 다시 여행에 복귀했다고 한다, 벨치아와 함께 일생에 한 번 있을지도 모르는 어려운 형편 속의 아이들과 노인들 중에 그를 기다리려 하는 이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복귀를 요망하는 도로시아의 요청이 있었던 탓이었다.

2 시 13 분 -
  벨치아 일행이 집을 나선 이후에도 나는 마리아의 집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마리아가 어떻게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만한 곳에 갈 때까지는 그와 함께 있어야 할 필요를 느껴서였다. 하지만 이제 고아가 되어버린 마리아를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그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부딪쳐 그저 마음 상태만 답답해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마리아는 처음에는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눈물도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무언가를 향한 강한 원망의 감정을 품은 채, 조용히 집의 마당에 위치한 나무 판자 위에 벽에 기대어 앉은 채, 웅크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역시 말 한 마디로 인해 그가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집으로 돌아오더니 그런 마리아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마리아, 어머니를 잃은 심정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웅크리고만 있을 거니?"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항시 웅크리고만 있는 마리아를 질책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마리아가 반응을 한 듯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바로 앞에 이르더니 그에게 증오의 감정을 보내려 하는 듯이 그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당황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마리아, 왜 그러니? 내가 방금 전에......."
  "그럴 것 없어요." 그러자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바로 답하는 마리아. 그리고 그를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곧바로 물었다.
  "언니, 왜 그러셨지요?"
  "왜라니, 갑자기 무슨?" 이에 당황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러자 곧바로 원망의 감정이 폭발하기라도 했는지 목소리를 격하게 높이며 소리치는 마리아.
  "언니, 왜 모든 것을 알고 계셨으면서 저를 위해주려 하셨던 거예요!?"
  그리고서 그는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벨치아 선생님께서 이사벨 등과 함께 있을 때 이런 말이 나왔어요, 언니께서는 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것 같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언니께서는 이미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제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될 것임을 아셨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하시면서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어찌하지 못한 것처럼 말씀하셨지요?"
  이어서 그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미리 나서서 어머니를 도와주었어야 하지 않느냐고 격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를 질책하려 하였다. 이에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는 "미안해." 라고 화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분명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음은 사실이었고, 그것은 그의 표정을 통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감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 것인지를 모르는지, 그는 계속 당황하는 채로 그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왜 안 되는 것이었지요? 그게 '운명' 이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마리아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그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하면서 그가 도와주었다면 자신의 어머니가 나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말하더니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다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해 그 서러움이 커진 탓인지 어머니의 죽음을 처음 알았을 때보다 더욱 슬피 울고 있었다.
  그 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그의 바로 앞에 앉더니 조용히 그를 끌어안으며, "미안해."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설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울부짖는 마리아에게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단다. 외지에서 온 내가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네 어머니께 죽음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을 하면, 마리아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나를 멀리할 까봐,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그런 나를 미워할 까봐, 너의 어머니를 도와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거야. 갑자기 언젠가 누군가가 죽는다고 말하는데, 그 말을 쉽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안해, 그러니까......." 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토록 차분했던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눈가에서도 물기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어머니가 죽기라도 한 듯이. 그리고 잠시 후에 그가 무심결에 내놓았을 한 마디 말이 나의 귓가로 들려왔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어머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에 남고 있다. 지금도 그 정도이니, 그 때에는 오죽했을까, 가슴에 무언가 충격이 와닿는 듯한 느낌을 가지며 그저 멍하니 이들이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을 지켜볼 뿐, 달리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마리아가 겨우 진정했을 무렵,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집을 나서는 동안 집의 마당에 위치한 나무 판자 위에 앉아 가만히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지금껏 보였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리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나에게 '레반테아' 의 모습을 보이며 '천사' 로부터 그것을 받았음을 알리는 모습에 이어 마리아가 나를 '천사' 와 같은 사람이라 칭하고 있었던 모습,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레반테아를 천사를 대신해 받아달라는 부탁을 한 일까지 이어서 떠올릴 수 있었다.
  '마리아는 분명 나를 천사와 같다고 말했고,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천사로부터 소정령을 받았다고 말했지.'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을 회상한 이후, 나는 무언가 한 가지 깊은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마리아가 머무르고 있는 방의 창가로 다가가 침대에 웅크려 앉은 마리아를 조용히 불렀다.

  "마리아,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이지요?" 다시 내 곁에 앉은 후, 이전의 분노는 완전히 사라졌는지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마리아가 조용히 나에게 묻자, 나는 하나의 물건을 받아주지 않겠느냐고 물은 다음에 그에게 하나의 물건을 오른손의 손바닥에 드러내 마리아가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손바닥 위에서 하늘색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물체, 그것은 내가 지금껏 아끼고 있던 소정령 레반테아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전에 저에게 건네셨던 그 물건 아니에요?" 라고 묻는 마리아. 그러자 나는 "그렇단다." 라고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 다음에 그 소정령을 조용히 왼손으로 들며,
  "손바닥을 내밀어 보렴." 이라고 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후, 마리아는 조용히 내가 말한 대로, 오른손을 나에게 내밀었고, 이에 내가 레반테아를 조용히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말하였다.
  "이제 이 레반테아는 너의 것이란다."
  그리고서 나는 그에게 사실 레반테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물체는 '소정령' 이라 칭해지는 존재로서, 마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린 다음에 그 마력을 통해 소유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소유주를 위험의 근원에서부터 지켜주고, 때로는 위험의 근원인 존재를 바람과 번개를 일으켜 멸할 수도 있음을 알렸다. 그 다음에 곧바로 온화한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것이 너를 위협의 근원이 되는 온갖 사악한 이들로부터 지켜줄 거야."
  라는 말을 건네고, 그에 이어 위험에 처할 때가 되면 레반테아에게 부탁을 하여 그의 앞에 나타나도록 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그것을 다루는 요령에 대해 설명한 이후에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대신, 하나의 조건이 있어, 이것을 사악한 목적에 사용하면 안 돼, 이것은 사악한 자의 의지에 적응이 되지 않아, 이것을 사악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소유주인 너를 죽게 할 수도 있으니까."
  이에 그는 레반테아를 가지게 되었음을 믿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두 손으로 안으면서 "알았어요." 라고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만 해 주면 되느냐고 묻자, 나는 활짝 웃으며 "그럼!" 이라고 화답하였다. 그리고 주문의 영창을 행하여, 레반테아에게 지시를 내려, 레반테아가 이제 나의 곁을 떠나, 오직 마리아의 뜻만 받들도록 해 줄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면, 이제 언니께서는 어떻게 자신을 지키실 거예요?"
  "걱정할 것 없어, 나는 이미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마리아에게는 그런 힘이 없는데, 세상에 내던져졌으니까, 이것이 필요한 거야."
  이후, 불안해 하는 마리아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에게 물음을 건네자, 내가 미소를 유지하면서 마리아에게 레반테아가 필요한 이유를 밝히고서 그에 이어 레반테아가 없어도 되는 또다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나는 레반테아가 없어지면, 또다른 소정령을 마련해 내 것으로 하면 되니까, 크게 상관없어. 물론 그 소정령은 나와 인연이 없는지라 내가 그것을 다룰 때까지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여태껏 내가 겪었던 온갖 어려운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거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