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마리아는 자신이 건네받은 레반테아를 두 손으로 조용히 안고 있는 채,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나는 그에게 이전에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잘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후 나는 그로부터 그렇다는 대답을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라고 바로 화답하고서 그렇다면 자신이 그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음을 알리면서도 부탁하고 싶은 바는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잠시 동안 나는 그와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 말도 그에게 건네지 않고 있었다, 아니 못하고 있었다. 부탁하고 싶은 바가 있음을 밝히기는 했지만 정작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무슨 주제로 말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명확히 표현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실 말씀 없으신 거예요?" 그 때, 마리아가 그런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고, 이에 나는 놀란 채, 환하게 웃으면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렴." 이라고 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억지로 떠올리더라도 마리아에게 바로 와닿을 수 있는 말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표현을 못 하겠다고 말을 하면서 이어서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었다.
  "괜찮아요, 말을 하고 싶어도 정작 해야 할 때에는 말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잖아요."
  그러면서 예전에 어머니가 겪은 일이 있음을 알리는 마리아, 그의 어머니 역시 이전에 하나의 일을 겪고, 집에 오면서 그것에 관해 알리려 했지만 정작 집에 오면서 무엇을 말해야 할 지를 잊어버려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과거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그러한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부끄러워 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라고 그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마리아. 그 모습이 의외로 어른스러워 내가 뭐라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던 탓에 나는 그에게 어떤 충고의 말도 전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무렵,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른손에 종이로 만든 봉투를 안고 있는 채로. 하지만 이전에 그에게 분노를 발산한 일 때문인지 마리아는 그가 무언가 선물을 가지고 왔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그에게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 때, 내가 그런 그를 대신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가져온 물품들을 조용히 받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는지를 보려 하였다.
  종이 봉투 안에는 앞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을 마리아를 위한 것인지 여러 통조림들을 비롯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저장용 식품들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돈을 가득 털어 마련하였을 그 식품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를 향해 돌아설 무렵, 그런 나에게 그 식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배가 고플 때, 하나씩만 먹으라고 부탁하려 했어요, 이제 이 아이를 부양해 줄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장에 배가 고플 일은 다가올 테니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견디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어서 사 온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이유를 알아차리고서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 나는 봉지를 두 손으로 안은 채, 마리아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때, 마리아가 봉지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듣지 못했는지 나에게 "이게 뭐예요?" 라고 물었고, 이에 내가 답으로써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직 어린 마리아가 통조림을 따지 못할 것에 대비해 그에 대해 알리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통조림을 따지 못할 때에는 이웃에 살고 계신 분들게 도와달라고 말해 줘, 배가 고픈데 먹지 못하고 있음을 바로 알릴 수 있다면 그 분들께서는 바로 도와주실 거야."
  "고마워요." 이에 마리아는 레반테아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채,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였다. 이후, 나는 두 손으로 내가 들고 있던 봉지를 건네려 하는데, 정작 마리아는 레반테아를 안고 있었던지라 그 물품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품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해 줘, 그러면 레반테아가 바로 들어가 줄 거야."
  그리고 이제 나는 레반테아를 소유하지 않게 되었기에 마리아가 바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리아는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레반테아에게 "들어가!" 라고 짧게 명령을 내리고, 이후 마리아의 가슴 안으로 들어가며 레반테아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이후, 마리아의 몸이 잠시 하늘색 빛을 발하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다가 곧 그 빛 역시 나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러면, 어떻게 레반테아를 다시 불러올 수 있어요?"
  "그 때에는 나와 달라고 마음 속으로 레반테아를 불러 줘, 꼭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어."
  이런 식으로 나는 마리아에게 레반테아를 다루는 요령에 관해 그에게 계속 가르침을 전하려 하였다. 다행히도 마리아가 잘 따라해 주었기에 어느 정도 마리아가 레반테아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고, 마리아가 다시 레반테아의 모습이 사라지도록 할 때가 되자 그만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가르치는 일을 마쳤다.
  이후, 나는 두 손을 조용히 내리고 있던 마리아에게 두 손으로 종이 봉투를 건네었다.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부탁한 대로, 배고플 때마다 하나씩만 먹으라고 말하고서 너무 낭비하다가 정작 필요할 때 못 먹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잠시 밖에 나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은 다음에 밖에서 함께 뛰어놀기라도 하자고 내가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바로 밝히려 하였다.
  "좋아요! 밖에 나가요!" 그러자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기가 위축되어 있던 마리아도 그 때만큼은 지난 때의 활기를 되찾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서, 나를 따라 집 밖으로 나아가 마을의 거리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런 나를 따라 나서는 대신에 앞 마당의 나무 파자 위에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로 왜 나서지 않느냐고 물었다.
  "왜 나가시지 않으세요, 같이 나가시면 좋을 텐데."
  "저는 왠지 함께 있고 싶지 않은데....... 유네아 양과 마리아만의 추억거리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그리고 자신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급적이면 오래 머무르다가 와 달라는 말을 건네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바로 답을 한 이후에 마리아를 데리고 마을의 거리로 나아갔다가 그 길로 곧바로 마을 남쪽 인근의 교외 구역으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 때, 그런 나에게 마리아가 물었다.
  "언니, 이제는 배로 안 돌아가요?"
  "돌아갈 수 있겠니, 사람들의 분위기를 가라앉는 일을 저질렀는데."
  이에 나는 이전에 그러하였던 것처럼 그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채, 길을 가면서 마리아의 물음에 그렇게 밝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고서 이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별빛이 그려내는 산의 모습 아래로 보이는 초록빛 풀밭이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광경 속을 걸으려 하였다.
  모든 이들과 헤어지고 이전 때처럼 마리아와 함께 길을 걸으려 하니, 풀밭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세니티아의 산길을 걷는 기분이 이러한가,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여유가 생긴 데에 이전 때와 달리 마리아가 더 이상 나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마리아 역시 간만에 풀밭 위를 걸으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을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전에는 이렇게 풀밭으로 놀러 다니지 못했니?"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그에 관해 그렇게 의문을 품자, 마리아는 몇 년 전 때만 하더라도 어머니와 함께 놀러 다닐 수 있었다는 말을 하고서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힘겨운 농장 일을 하게 되고, 자신 역시 일터에 나서게 되면서 여유를 가지며 풀밭으로 갈 수 없었음을 밝혔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풀밭 위로도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이로구나."
  "예." 이에 마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을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나무의 그늘진 곳을 발견하고서 쉬고 싶을 때에는 그 곳에 머무르도록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나무 인근에 공 하나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이용해서라도 놀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공을 향해 다가가 그것을 주웠다. 이후, 나는 공을 들고 주고 받는 놀이라도 하자고 말하면서 나의 바로 앞에 선 마리아에게 물었다.
  "할 수 있겠니?" 이에 마리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화답을 하였고, 이에 나는 바로 나서도 되겠다고 판단을 내린 다음에 "내가 먼저 시작한다!" 라고 먼저 시작하겠음을 알리면서 공을 던졌다. 마리아가 격한 운동에 익숙치않음을 고려해 살살 던지려 하였지만 그것마저도 마리아에게는 익숙치않았는지 공을 받으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몇 번씩 나왔다. 그래서 결국 몇 번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마리아와 편히 공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공을 주고 받는 동안 마리아는 제법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어리다지만, 그 정도면 운동 선수를 인생의 목표로 정해도 상관없을 법해 보이기도 하였다. 어려서부터 일을 하는 동안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몸놀림이 빨라진 것일까,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한 동안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다가 잠시 쉬면서 풀밭에 피어난 꽃 줄기를 다루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본래는 꽃으로 반지를 만들려 하였지만 주변 일대에 하얀 꽃들이 워낙 많이 피어나 있었기에 이들을 가지고 목걸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꽃들을 하나씩 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의 무릎 위에 놓여지는 줄기들은 하나둘씩 늘어나 어느덧 무릎 위에 가득히 쌓이게 되었다.
  하나, 둘, 셋......
  처음에는 꽃을 꺾으면서 그 숫자를 세려 하였지만 어느덧 한 번에 2, 3 줄기씩 꽃 줄기를 마련하다보니 어느덧 꽃 줄기의 수를 세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50 개를 땄는데, 지금도 그 숫자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
  인근의 꽃밭이 정리될 만큼 많은 꽃을 따고서 나는 이들을 한 송이씩 조심스럽게 엮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다보니 마침내 하나의 큰 고리가 만들어졌다. 그 크기는 내 두 손바닥 크기만하였는데, 그러하다보니 작은 마리아의 목에 충분히 걸어둘 만해 보였다. 물론 나이가 들면 모자라겠지만 그러할 때에는 머리의 관처럼 쓸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 목걸이 혹은 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모습을 마리아가 영원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기 시작하였으며, 그러면서 두 손에 마력을 가했고, 그 마력이 꽃으로 만들어진 고리 전체에 영향을 가하는 광경이 잠시 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꽃에 가해지는 마력, 그 대부분은 내가 가지는 정령의 영기 그 자체로서, 정령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몸에 내재하고 기운이었다.
  잠시 후, 기운을 받으며 갓 피어났을 때처럼 생기를 되찾아가는 꽃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두 손으로 잡았다. 반드시 정령의 영기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 꽃이 오랫동안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발상에 의한 추측이리라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그 생기에 의존할 수 있을 동안만큼은 마리아의 눈앞에서 꽃들이 그 생기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 생각을 억눌렀다.
  이후, 나는 마리아에게 두 손으로 꽃으로 만들어진 관 혹은 목걸이를 내밀며 받도록 하였다. 이에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목에 걸었다. 빨간 옷에는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는 어린 소녀에게는 그토록 잘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 설령, 루비(Rubie) 나 사피라(Saphira) 로 목걸이를 만들어 마리아의 목에 걸어준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유네아 언니, 선물, 주시는 거예요?"
  "물론!" 이에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화답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한 다음에 나이가 들면 관으로도 쓸 수 있을 텐데, 그러하면 마리아에게 더 잘 어울리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러자 자신의 목에 걸린 꽃 고리를 두 손으로 들어 머리에 쓰려 하는 마리아. 그리고 아직 머리가 작은 탓에 두 손으로 받치고 있으면서 물었다.
  "이렇게 말이지요?"
  이후, 그는 다시 목에 걸면서 목걸이를 이루는 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전에 어머니에게 꽃을 꺾어 보여드렸을 때, 그런 자신을 차분히 타이르면서 어머니가 남긴 말이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리려 하였다.
  "꽃 역시 하나의 생명을 갖고 있으며 꽃을 꺾으면 꽃 역시 아파하고 괴로워한다는 말씀이었어요. 그러니까, 사람의 몸이 잘리면 피 흘리고 아파하는 듯이, 꽃 줄기 역시 꺾이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피를 흘리고 아파한대요, 꽃 뿐만이 아니라 작은 벌레들도, 그리고 이파리들도."
  그리고 그런 행위를 계속 하면 언젠가 그 대가를 죽어서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꽃을 꺾는 일을 함부로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무렇지 않게 행한 일이 아이 앞에 창피를 보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느끼고 그에게 다시는 꽃을 꺾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하였다.
  그 이후, 지금도 나는 꽃 줄기를 함부로 꺾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꽃을 꺾으려 하는 이들에게 그 당시 마리아가 나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그와 더불어 그 아이는 당시 8 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외견 상으로도 14 세 즈음은 되었을 나보다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교훈까지 전해주는 모습에 대해 한 동안 나는 그 아이만큼 왜 어른스럽지 못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며 자책을 한 적이 있었으며, 그 당시에도 나는 그 아이가 당장에는 아닐지라도 그 깊은 뜻을 이어갈 수 있다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마음가짐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그러면 꽃 목걸이는 어떻게 할까?"
  이후, 나는 꽃 목걸이를 건 일에 대해 내가 잘못 행동한 건가, 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물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리아는 "그 정성만큼은 고맙게 받아들이겠어요." 라고 화답한 이후에 꽃에서부터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을 한 다음에 풀밭에서 처음 보았을 때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이 느껴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해 곧바로 나에게 물으려 하였다.
  물론 나는 그에게 기운을 전해주었다고 드러내놓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저 꽃이 숨기고 있던 또 다른 힘이 모여 하나의 신비로운 기운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사악한 기운에서 그를 지켜주는 부적의 역할을 행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 기운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내가 만든 물건을 잘 부탁한다는 뜻의 말을 건네었다.
  "잘 간직해 줘, 당장에는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너를 지켜주는 힘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가 떠나간 이후에도, 그 이후에 시든다 할지라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예, 약속할게요." 그러자 곧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마리아. 그리고 물건을 보살피는 일만큼은 어디에서도 잘 해낼 테니 그에 대해서는 어떤 걱정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고맙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꽃으로 목걸이를 건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다른 곳으로도 가 보자."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서 물었다.
  "혹시 마을에서는 술래잡기 같은 놀이를 할 수 있니?"
  "물론이지요,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틈나는 대로 그 놀이나 공놀이 등을 하면서 지내는 걸요."
  그리고서 같이 숨바꼭질이라도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좋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내 앞의 어딘가를 향해 급히 뛰어가며 눈앞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 이후, 나는 왼편에 위치한 작은 집의 벽에 기대어 선 채로 그를 가만히 기다리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가 돌아오지 못할 일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돌아오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돌아올 것임을 믿었던 것.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마리아가 다시 나의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벅머리를 한 어느 남자아이 한 명 그리고 그가 키우고 있었을 노란색, 검은색 그리고 하얀색 병아리들과 함께.
  세 마리의 병아리들을 품에 안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있는 채, 그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돌아왔구나." 라고 말한 다음에 병아리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어떻게 하려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한 곳에 얌전히 잘 머무르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그러면서 마리아에게 곧바로 시작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언니, 바로 시작해도 돼요?"
  "그래, 해 보자!" 그 물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에 좋다고 화답을 하였고, 그 이후에 다른 곳을 보고 있을 테니까 숨기를 시작해 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되자 곧바로 이들이 있던 방향을 향해 돌아서고서 나는 곧바로 앞으로 뛰어가면서 마리아 그리고 남자아이가 뛰어간 방향을 따라 나아가려 하였다.
  우선 내가 찾으려 한 것은 마리아의 행방이었고, 그 행방을 쫓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다, 내가 다른 방향을 향해 돌아섰을 무렵, 들려온 발 소리는 전방과 전방 우측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하며 점차 작아져 갔기에 두 방향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둘을 하나씩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그러면서 전방으로 뛰어간 사람이 마리아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찾으려 하였지만 주변의 건물들을 둘러보아도 마리아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마을의 거리 모습이 낯설 따름이었으니 찾기 힘든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갈림길마다 하나씩 돌아다니며 그의 특징이라 할 만한 붉은 옷의 모습 등을 찾으려 하였지만 끝내 그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그를 찾는 일은 포기하고 마리아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리아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그가 갈 만한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린 마리아가 숨기에 이상적일만한 곳이 어디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이 사람이 찾기 어렵다고 생각할만한 곳으로 지하 통로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선 마을의 지하 통로 혹은 하수도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으려 하는데, 그 때 갑자기 나의 눈앞으로 작은 요정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크세비아였다.
  "마리아가 혼자 마을 서쪽 인근의 풀밭으로 숨어 들어가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
  얼마나 다급했는지 인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나에게 말을 거는 크세비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크세비아가 나에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숨바꼭질을 위해 풀밭으로 들어갔을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함께 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 심상치 않다고 느끼며 나에게 왔음을 알아차리고, 그런 그를 진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마리아가 숨바꼭질을 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알리려 하였다.
  "그래도 어린 분께서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데, 혼자 마을 밖에 나가게 하세요!?"
  그러자 마리아는 그런 나에게 격하게 목소리를 내며 외친 이후에 어서 찾으러 가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후, 나는 다급히 마을 서쪽의 교외로 뛰어가 그를 찾으려 하였다. 처음에는 뛰었지만 크세비아가 계속 재촉을 하자 공중에 약간 뜬 채로 날개를 펼치며 날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의 왼쪽 어깨 위에 떠 있으면서 나와 동행을 하는 크세비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크세비아는 어쩌다가 배에서 나와 나를 찾게 된 거야, 무슨 이유라도 있어?"
  "유네아 님과 함께 있어야 할 이가 필요하다고 도로시아 님께서 말씀하셔서......."
  이에 크세비아는 그런 나에게 그렇게 화답을 한 다음에 일단 마리아를 찾는 일부터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 나는 풀밭의 한 가운데에 숨어있는 붉은 옷차림을 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근처로 나아가, 그를 건드리는 것으로써 마리아를 찾는 일은 일단 끝냈다.
  "금방 찾으셨네요, 당장에 찾지는 못하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자 마리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한 사람 더 남은 것이 되었다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관한 말을 건네었다. 이에 크세비아가 마리아에게 아직 한 사람 더 찾아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마리아가 밝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하였다.
  "응, 크세비아. 나와 함께 숨바꼭질을 하기로 한 남자아이 그리고 병아리 세 마리가 있어. 이들을 모두 찾아내면 놀이는 끝나게 되는 거야."
  이에 크세비아는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병아리 세 마리 각자가 숨바꼭질을 하게 된 거예요, 소년 한 사람과 함께!?"
  그리고 어서 찾으라고 나와 마리아를 다그치면서 자신이 먼저 마을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리고 내가 그를 두 손으로 안은 채, 그를 쫓아 뛰어가면서 어떻게 소년을 찾을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크세비아는 마리아에게 그와 함께 숨바꼭질을 시도한 남자아이의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해 곧바로 물으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리아로부터 검은 더벅머리를 하고 하얀 옷차림과 갈색 반바지 차림을 한 이로서, 왼쪽 눈가에 점이 하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렸고, 이에 크세비아는 알았다고 화답한 다음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다면 그가 숨바꼭질을 위해 나서는 이라 여기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 이후에 자신이 먼저 마을 입구로 들어서려 하였다.
  이후, 크세비아는 공중 높이 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 내가 다시 마리아의 집을 들를 무렵, 크세비아가 다급히 "찾았어요!" 라고 외친 다음에 마리아가 묘사한 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남자아이가 동쪽에 있는 갈색 지붕을 가진 집에서 병아리들을 안고 잠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알리고서 그 집으로 가자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정말이야?" 라고 크세비아에게 묻는 목소리를 내는 마리아.
  설마 집에 들어갔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숨바꼭질을 시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유형은 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전에도 당한 적이 있었지만 마리아와 같은 마을에 사는 아이가 그런 시도를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 허였고, 그 허가 제대로 찔린 셈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허무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런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를 찾은 후, 그로부터 나는 병아리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려 하였으나, 숨길만한 마땅한 곳이 없고, 병아리들이 걱정되기도 해서 결국 그들을 안고 집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 그 자신 역시 병아리들과 함께 오래 숨었다가 병아리들의 몸에 이상이 생길 것이 걱정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용서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소년.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핑계라 간주할 수 있을 수도 있었지만 연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병아리들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납득이 될 만한 이유이기도 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생각 외로 병아리들은 연약해서 어미 닭이 하는 것 못지않은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니,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후, 나는 마리아 그리고 소년들과 함께 트램벌린을 뛰는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병아리들을 집에 남기고 다시 밖으로 나온 소년이 우연히 그것을 발견한 이후에 놀이를 즐겨보자고 나와 마리아에게 권하는 말을 하면서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구역에 위치하게 된 빈 트램벌린을 향해 나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그와 함께 놀이를 하게 된 것.
  처음에는 생각 외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날개 없이 날아가는 느낌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무척 신기한 현상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러다가 단순히 바닥에 의지해 뛰어오르는 일 이상의 무언가를 행하면 더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공중에서 한 번 더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한 번 높이 뛰어오른 이후에 몰래 날개를 펼치면서 공중에 장시간 체공하기도 하였다.
  그 때, 그런 나의 모습이 무척 신기하게 보였는지, 트램벌린 주변에 모인 소년들이 감탄의 시선으로 나와 마리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나타났고, 그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그대로 작은 공연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신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지쳐서 트램벌린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크세비아가 그런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어,
  "유네아 님! 유네아 님!!! 방금 전에 남자 분들이 유네아 님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셨는지 아세요!?"
  라고 묻더니, 나의 치마 안쪽을 트램벌린을 통해 뛰어오르는 동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외친 다음에 계속 뛰고 있어도 되겠느냐고 이어서 물었다. 치마 안이 트램벌린을 통해 드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정말 그러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크세비아에게 물었다.
  "그 말, 사실이니!?" 그러자 크세비아는 당황하면서 그러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따름이라고 화답할 뿐, 나에게 다른 말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마리아와 함께 이전 때처럼 트램벌린 위에서 남자아이들 그리고 뒤따라 온 여자아이들과 함께 트램벌린 위를 계속 뛰고 있었다. 그러하기를 2 시간, 그 시간이 지날 무렵이 되자 나도 이제 그만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트램벌린 위에서 내렸다.

4 시 - 마을 서쪽 교외의 샘
  마리아가 살고 있는 마을 인근의 서쪽 풀밭에는 작은 샘 하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주 들르지는 않지만, 무척 맑은 샘인지라 가끔 샘으로 와서 목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리아, 그리고 남자아이를 떠나 보낸 이후, 잠시 마을 교외에 계속 머무르기로 한 나는 잠시 마을 서쪽 교외를 둘러보다가 그 샘을 발견하자마자 나 역시 그 샘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었다. 물론 그 샘이 가끔 사람들이 목욕하기 위해 들를 정도로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간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 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했다.
  상의부터 옷을 한 부분씩 벗어낸 이후에 샘가에 앉아 왼발부터 천천히 담그기 시작해, 미끄러지는 듯이 몸 전체를 샘 안으로 들여보내며 나의 몸으로 샘물의 차가운 기운이 퍼지면서 마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긴 열기와 땀이 그 냉기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물의 차가움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 열기가 몸에서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나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그로 인해 몸 전체가 개운해짐을 느끼며 그 느낌을 계속 갖고 싶다는 생각에 샘의 차가운 물 속에서 냉기를 참아내며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이후, 나는 다른 한편으로는 누가 옷을 가져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누군가 옷을 훔칠 때, 바로 잡아낼 수 있도록 옷의 근처로 나아가, 그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고, 그러면서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제 4 행성의 화원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는 수풀의 풍경, 그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눈앞의 초록색이 마치 몸을 부르르 떠는 듯이 떨고 있었다. 바람의 한기에 추위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바람의 날카로움을 예민한 수풀이 느끼며 몸서리를 치는 것일까.
  그 수풀들을 바라보며 수풀 위로 피어난 무지개빛 꽃들로 시선을 향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나의 오른편 옆에서 누군가가 물 속으로 들어온 듯이 물 속으로 무언가가 천천히 잠기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놀란 채, 누가 들어왔는지를 보기 위해 물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 속으로 들어온 이의 모습을 보려 하였다.
  잠시 후, 그런 나의 눈앞으로 드러나는 물 속으로 들어온 이의 모습. 그는 검은 단발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젊은 여성이었다. 다소 앳된 감이 얼굴 모습과 다소 가녀리지만 그래도 여신의 조각상과 같은 신체 모습을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 그는 내가 시선을 향하고 있을 즈음에는 허리를 굽히고 있다가 그대로 샘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고서 눈을 감은 채, 물을 어깨에 묻히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마리아 에르세레즈였다. 그 역시 마을의 인근 구역에 이르렀다가 샘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몸을 씻기라도 할 생각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을 두고 특별히 생각할 것은 없었지만 그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감탄의 표정을 나도 모르게 짓고 있었다, 하늘의 천사들에게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녀들 중에서 요염한 매력을 가진 이들이 그런 면모를 갖추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이와 같이 순수하면서도 성숙한 면모를 갖추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리아라는 분이 이런 분이셨다니.'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에게 특별히 시선을 향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의 바로 앞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어떻게 내가 들어온 곳으로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들어왔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려 하는데, 갑자기 그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깨끗한 샘인데, 지금껏 알아보지 못했다니. 12 년이 지났을 때에는 어떠하려나."
  마치 12 년 전에 마리아가 살고 있던 곳에 살았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추억을 되짚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그에 대한 말을 건네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옛 고향 역시 마리아가 살고 있는 곳과 같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깊은 감흥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이전에 레반테아를 마리아에게 건네며 한 추측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때, 갑자기 마리아 에르세레즈로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나에게 들려왔다.
  "어라? 유네아 님께서도 이 곳에 머무르시고 계셨네요, 혹시 이 곳을 알아보신 것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