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씻을 만한 곳을 찾다가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에요."
  그러자 내가 대답으로써 그렇게 목소리를 내어 우연히 마주쳤음을 알리려 하였다.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러셨군요." 라고 화답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후 그는 한 동안 다른 말 없이 샘의 바닥에 앉은 채, 수면 위로 드러난 자신의 두 어깨를 물로 적시다가, 물을 두 손으로 크게 움켜쥐더니 그 물을 머리 위로 흩뿌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수면 위로 드러난 머리와 어깨까지 물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몸을 웅크리며 수면 아래로 머리가 잠시 잠기도록 하였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수면 위로 다시 머리가 다시 올라오도록 하였고, 그러면서 머리를 세차게 뒤로 젖히며 머리카락이 나의 뒤로 밀려가도록 하였다, 물 속에서 나왔을 때, 긴 머리카락이 나의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 무렵,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머리를 물로 적시다 말고, 그런 나의 모습을 미소를 띠는 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런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자, 가슴 언저리에 오른손을 올린 채, 밝고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부러워하면서 지켜보았어요, 저는 오래 전부터 짧게 머리카락을 하고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데."
  그리고 가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이들이 그렇게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길면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고 자신의 행동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 그래서 한 때에는 머리카락을 기르려 시도를 해 본 적도 있다는 목소리를 이어서 내었다.
  "그러면 왜 시도를 하지 않으셨어요."
  그 이후, 그 이야기에 대한 나의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건네는 그를 향한 물음에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 그에 관해 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부럽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을 길렀을 때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그에 관해 짧게 이야기를 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나면, 왠지 모르게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어도, 끝내 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짧게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곧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어렸을 적 한 때에는 남자아이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고 어렸을 적 모습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의 머리 모습은 8 살 즈음에 저와 만났던 선생님께서 머리 모양을 정리하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 변화된 모습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좋아해 주었고, 저도 그 머리 모양에 대해 어머니께서 이전에 비해 예쁘게 변한 저의 모습에 대해 기뻐하실 것 같아서 그 때부터 하게 된 것이지요. 물론 어머니께서는 끝내 저의 변한 머리 모습을 끝내 살아서 보시지는 못하셨지만."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자신의 왼쪽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자신이 언제부터 단정해 보이는 단발 머리카락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발언을, 그리고 그에 이어 어머니를 여읜 이후, 어머니가 항시 하늘에서 자신의 머리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단발을 계속 유지하려 하였음을 밝혔다.
  "어머니께서는 이제 저와 다른 세상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머리카락을 기르거나 하게 되면, 제가 모습을 바꾸었음을 믿지 못하실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12 년 동안 같은 머리 모양을 하시고 계셨던 것이로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알겠음을 알리기 위해 그렇게 화답을 하는 나. 그리고서 마리아에게 그 단발 머리모양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마리아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에 대해 한 번 정도 물음을 건넬 기회를 가져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무렵,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같이 놀자고 말한 다음에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그에 관해 나에게 묻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나는 그의 뜻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그 제안에 바로 응한 다음에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무엇을 하며 놀고 싶으세요?"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 있나요, 이 샘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 보면 되겠지요."
  "하기사 그렇지요." 그렇게 화답을 하면서 나는 내가 왜 물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아무 의미 없음을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갑자기 두 손으로 나에게 물을 흩뿌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주고받으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물놀이를 이어갔다.
  물놀이가 이어지는 동안 이전에 보였던 바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던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밝고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순수한 마음씨를 드러내려 하는 듯한 그 미소, 10 여 년 전, 형편이 어려워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누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가 가고, 누리게 해 주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주고 있었을 어머니 앞에서 보였을 미소가 바로 그것이었을까.

  그렇게 한 동안 어린아이처럼 놀이를 하고 있을 무렵, 나를 향해 작은 요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크세비아였다. 그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음을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알렸고, 마리아 에르세레즈 역시 요정의 모습을 발견하기라도 했는지,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화답하면서 놀이를 그만두고 차분히 앉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크세비아는 아직 그 광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과 상반되는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두 분의 이러한 모습, 처음 봐요."
  "크세비아, 그 광경, 보고 있었던 거야!?"
  이에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며 그를 향해 돌아선 채 물음을 건네는 나. 그러자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린 채, 나에게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물음에 곧바로 대응을 하는 크세비아.
  "왜 그러시지요? 저는 보면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다소 거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람에게는 작게나마 어린아이 같은 면모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이 되느냐고 물은 이후에 무의미하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크세비아, 어떻게 지금까지의 광경을......."
  그 때,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크세비아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는지에 대해 물으려 하는데, 그 물음에 크세비아가 오른손을 얼굴 근처로 올리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주어, 이전에 나를 찾기 위해 날아오면서 줄곧 지켜보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니까, 하늘 위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지?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데?"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그런 그에게 다시 묻자, 그는 그 답으로써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호수로 들어갈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 이전의 시점에서 나를 찾기 위해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샘에 이르렀을 때에 나와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샘에서 놀고 있는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고 자신이 하늘에서 샘의 지켜보게 된 경위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로구나."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가슴을 오른손에 올리는 것으로써 자신이 취하는 자세를 바꾸면서 온화해진 목소리를 내며 그런 그의 행동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겠다는 뜻을 그렇게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그에 이어 나를 찾게 된 일에 대해 그 이유를 물으려 하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유네아 양을 찾게 되었니, 마리아가 그 분을 찾고 있대?"
  "예." 이에 크세비아는 곧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곧바로 나에게 몇 마디 말을 전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물론!" 이라고 화답을 하고서 필요한 사항일 것 같으니 바로 그에게 전해주라는 말을 그에게 전하였다.
  그 이후, 크세비아는 곧바로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건너편에 앉아있던 나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 이르렀다가 나의 어깨 위를 지나치고서 곧바로 나의 바로 나의 눈앞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그가 마리아 에르세레즈와의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가, 크세비아가 나의 바로 앞에 이를 때가 되자 그에게 곧바로 내가 궁금해 하는 바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크세비아,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게 무엇인지 밝혀줄 수 있겠니?"
  "예, 그렇지 않아도 전하려 하였어요."
  이윽고 그 물음에 그렇다고 화답을 하는 크세비아. 그 이후, 그는 그 대답에 이어 마리아가 나를 찾고 있음을 알리고서 마리아 본인은 언제까지 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빠른 시기에 오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내가 마리아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에 관해 다소 크게 목소리를 내며 언급을 하였다.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빨리 오면 되는 것이지?"
  마리아는 크세비아를 떠나 보내며, 언제라도 좋지만 되도록이면 바로 와 달라는 말을 전하였을 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곧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그의 집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임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제 때가 됐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샘가에 조용히 앉아 있으려 하였다. 그리고 크세비아에게,
  "지금은 몸의 물기가 사라지도록 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라고 기다려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였다. 이에 크세비아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 동안 잠시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곁에 있도록 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한 동안 여전히 샘 안에 머무르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주변을 맴돌다가 어느 순간이 되었을 때, 갑자기 그의 곁으로 날개짓을 하며 날아가려 하는 크세비아. 그리고 그의 오른쪽 어깨 위에 조용히 올라앉으려 하였다.
  "이번에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구나."
  이에 크세비아에 대해 자신에게도 할 말이 있으리라 예상을 한 듯이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러자 크세비아는 그가 샘에서 어린아이처럼 노는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보면서 생각해 온 바가 있었으며, 나에게 마리아의 소식을 전하는 일이 우선이라 당장에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을 밝혔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이야기를 해 보려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야 하잖니."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그런 그의 말에 대한 화답을 하고, 곧바로 조용히 두 팔을 내린 채, 가만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듯이.
  이후, 크세비아는 그런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모습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모두 해도 되느냐고 물은 다음에 다시 날아올라 그의 바로 앞에 이르려 하면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음을 알렸다. 그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는 크세비아.
  "처음에는 그저 지금껏 보일 수 없었던 감정의 표출이라고 단순히 판단을 내리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면서 크세비아는 처음에는 차분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점차 어두워져 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지금껏 감추고 있어야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행동 같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리고 잠시 동안 달리 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돌아보면서 그가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다소 어두운 느낌을 주는 미소를 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크세비아가 그런 말을 할 것임을 이미 알아차린 듯해 보였다.
  "혹시 어머니를 여의신 후에 이렇게 밝게 뛰어 논 적이 없으셨지요?"
  "....... 그랬었지." 그리고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밝다고는 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이어지는 크세비아의 물음에 바로 답을 하고서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다시 차분히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타이르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장에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여흥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
  이후, 그 말에 이어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크세비아에게 그가 요구한 바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를 해 줄 테니, 지금은 그저 기다리기만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크세비아는 다소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뜻을 받아들이며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그에 관해 꼭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부탁하려 하였다.
  "알았어, 알았어. 꼭 이야기를 해 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 동안 나는 목욕을 마치고, 마음 정리를 조금 하고 나서 반드시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
  "꼭 해 주셔야 해요!" 그러자 크세비아는 목소리를 높이며 그 말에 그렇게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마리아의 곁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서 곧바로 다시 비행을 개시, 동쪽 너머의 먼 곳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속을 하셨으니, 꼭 오셔야 해요, 제가 마리아 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이후, 크세비아는 샘을 나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은 나의 모습을 보며 간곡한 부탁의 어조로 내가 다시 와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남겼고,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노파심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냐고 물은 이후에 약속을 어길 일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며 크세비아를 떠나 보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크세비아가 동쪽 하늘의 저편으로 사라질 무렵, 계속 샘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채, 나에게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말을 건네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마리아가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유네아 양께서 멀리 가 계신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 그로 인해 불안에 잠긴 듯해 보여요."
  그리고 마리아에게 내가 괜찮음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그에 이어 나에게 하나의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부탁의 물음이었다.
  "하나 정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무엇에 관해 말씀하시고 싶어요?" 이후, 그런 그에게 내가 곧바로 물음을 건네자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 답으로써 자신이 알려주고 싶은 것 중 하나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서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이 되자 얼굴 모습부터 차분히 하면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걸려 하였다.
  "실은 이전에 크세비아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벨치아 선생님께서 잠시 마리아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그 아이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이사벨과 엘레나 역시 그의 사정에 대해 안타깝다고 여기고 있었다고 크세비아가 밝혔음을 알리고, 그것을 통해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바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후, 그는 후일 벨치아가 관리될 수 없는 집에서 마리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게 될 것임을 알렸다.
  아직 마리아가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와중에 들은 이야기로서, 그것도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양친을 모두 잃은 후, 교사로 일하던 젊은 여성과 함께 살았다는 과거와 유사하여 그런 그의 예측이 쉽게 믿겨지지 않았고, 그러면서 나는 그의 발언을 선뜻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 말씀, 정말이라고 믿어도 될까요."
  하지만 마리아 에르세레즈 역시 확실히 장담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두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경험에 의거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믿고 싶지 않다면 믿지 않아도 된다고 미소를 띠며 말해 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그에게 하나의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이런 이야기, 알고 계세요, '집을 잃은 소년' 이라는 이야기인데......."
  그에 대해서는 나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때로는 소년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로 묘사되기도 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거리의 악사와 함께 방랑을 거듭해 가며 살아가던 이의 모습을 묘사하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본시 그 이야기의 목적은 특정한 나라 전역의 당시 풍경과 풍습을 소개하는 데에 있다고 하였다. 넓은 구역의 풍경과 풍습을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적격일 수 있는 존재는 발 가는 대로 길을 가는 방랑자들이었고, 그래서 방랑하면서 넓은 지역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성격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으리라.
  이야기 속의 소년 혹은 소녀가 집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는 8 세. 우연일지는 몰라도 마리아가 어머니를 잃었을 때의 나이 역시 같았다. 거기에 마리아가 처한 상황은 더욱 나빴다, 적어도 그 소년은 돌아갈 곳은 있었지만-비록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마리아에게는 이제 돌아갈 곳은 없었던 탓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비록 언제 인연이 끊길지는 모르더라도, 진심으로 마리아의 앞날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벨치아와 함께 지내게 될 경우에는 그나마 나아지겠지만,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어서 더욱 그러하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리아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불안해하는 나를 의식한 탓인지 밝고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그런 나를 위로하려 하였다. 그리고 이전에 크세비아에게 마리아가 나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느냐고 묻고서 어서 마리아에게 가 보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예, 곧 갈 테니, 재촉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자 나는 그런 그의 말에 바로 그렇게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의 몸에 남은 물기가 지금껏 불어오던 바람에 의해 사라져 가면서 어느덧 내 몸도 이제 상당히 마른 상태였기에 이제 바로 옷을 입어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속옷을 시작으로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나는 치마와 상의의 순으로 옷을 입고, 이어서 다시 자리에 앉은 다음에 신까지 신는 것으로서 옷을 다 입은 다음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샘 안에 머무르고 있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앞에서 이제 떠나겠음을 알렸다. 그러다가 나는 그가 언제 나오려 할 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그가 떠날 시기에 대해 물었고, 이어서 그로부터 그가 조금 시간이 지났을 즈음에 떠날 것임을 알리는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연못을 나서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할 거예요."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나를 비롯한 일행과 함께 하지 않고, 혼자 다른 곳에 있으려 하다는 그의 앞일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당분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서 나는 비로소 그와 헤어지면서 샘을 떠나려 하다가, 마리아가 위치한 곳, 그 왼쪽 부근에 그가 가지런히 포개 놓은 그의 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아래의 붉은 코트 위로 놓여진 옷들, 그들은 감색을 띠는 바지와 하얀 셔츠 그리고 바지와 같은 색을 띠는 민소매 셔츠로서 하얀 셔츠 안에 입는 것으로 추정되는 얇은 옷들이었다. 바지는 상당히 폭이 좁은 듯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그것을 통해 바지가 몸에 달라붙는 형식의 물건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감색 셔츠 역시 대략 그러한 물건이었다-.
  "어라? 유네아 양, 지금 무엇을 보시고 계신 거예요?"
  소스라치게 놀란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 역시 놀라면서 그에게 시선을 향하고, 그러면서 가슴에 두 손을 얹은 채,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그 옷에 무언가 비밀 같은 것이라도 숨겨진 듯이 옷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대해 나는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 뿐, 달리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놀라셨다면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남의 옷을 함부로 보는 일은 예의에 어긋나요, 그런 일은 제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목소리를 차분히 가다듬으며 나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이에 나는 상황이 그렇게 차분히 넘어간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음을 알렸다, 물론 그 이후부터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옷을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려 하였음은 물론이었다-본래는 코트 안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예감이 들어서 그 안을 잠깐이나마 보고 싶었는데, 역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마리아의 집이 위치하는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크세비아 등이 나에게 다가오는 일이 없어 마을을 향하고, 마리아의 집으로 가면서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나 역시 그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혼자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마을을 향해 나 있는 풀이 없는 굽은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 하늘로 시선을 향해 보다가 하늘 위로 새하얀 별빛이 감빛을 띠는 바탕 위에 여러 형상들을 그리고 있는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형상의 대다수는 사람으로서 모두 옛 사람의 면모를 연상케하고 있는 것이 그들은 그 성계의 과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이들이 오래 전에 성계에 살던 이들의 모습이라면, 그 성계의 사람들 역시 세상을 떠나면 그 영혼이 성계의 하늘에 머무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들 중 일부는 별빛이 이루어내는 형상으로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겠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은 저렇게 옷을 입으며 살까.'
  그런 추측을 하면서 그에 이어지는 것으로써 영혼들은 하늘 위에 머무르는 형상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양식의 옷을 입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리아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 그가 입을 수 있는 옷차림의 모습을 상상해 보려 하였지만 마땅히 어울릴만한 것을 잘 떠올리지 못했고,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