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 즈음 - 마리아의 집
  목욕을 시작한 지 1 시간 반 즈음 지났을 무렵에-다섯 번 등이 깜박인 이후, 등이 깜박이는 시간 간격의 반 정도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이 실제로 맞았다-, 검은 지붕을 가지는 마리아의 집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서 현관 문 앞에 서 있던 마리아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그 때, 그런 나에게 조용히 인사말을 건네는 마리아. 그러면서 그는 집으로 온 나를 향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나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그런 그의 맞이에 바로 응답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곧바로 그의 말에 활짝 웃으며 화답을 하였다.
  "그래, 다녀왔어, 기다리고 있었지?"
  "예,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물음에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에 내가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마리아. 물론 나는 목욕을 하는 동안, 그의 집으로 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사정에 대해 잘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없었다.
  "집에 들어가자, 이렇게 오랫동안 밖에 서 있기만 하면 안 되잖아."
  이후, 나는 그렇게 말을 건네며 그와 함께 마리아의 집으로 돌아가서는 집 앞의 마당에 위치한 나무 판자에 앉아 그가 우측 곁에 앉자마자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하나의 물음을 건네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에 관한 물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막상 내 곁에 있으니, 말문이 막혔는지 한 동안 말을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유네아 님께서는 가야할 곳, 없어요? 이 곳에 계속 머무르실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잠깐 동안 놀라고 있었다, 떠날 때가 되면 반드시 그에 대해 알리려 하였는데, 마리아가 이미 내가 어딘가를 향해 떠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나는 어차피 경험해야 할 바를 본의 아니게 경험했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가야할 곳이 있음을 알리려 하였다.
  "응, 있어. 나도 외지에서 왔고,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외지로 떠나가야만 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가야할 곳이 있음을 일부나마 알리려 하였다. 그러자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역시, 그러하셨군요." 라는 화답을 하는 마리아. 그러는 동안 마리아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채,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대문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일행과 헤어진 이후, 이제는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나날을 보낼 일에 대한 마음의 대비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후,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적어도 배고픔은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마련해 준 음식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다음에 아직 외로움을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그의 사정을 알고 그와 함께 있어주려 하는 이는 있을 테니, 그 때까지는 참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걱정 마세요." 이에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외로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드러낸 이후에 그에 이어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마을에서는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는 말을 건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족을 잃은 이후의 외로움을 달래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으로 생긴 시름은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런 마리아라 하더라도 결국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는 하였는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그런 그가 지금껏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에게는 사람을 만나는 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히고서, 그 운이 있다면 적어도 좋은 사람을 만나 바른 길로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써 그를 위로하려 하였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길로 갈 수 있을까요, 나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설마, 마리아 같은 아이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겠니."
  그러자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행여 걱정이 된다면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요령 정도는 밝혀줄 수 있음을 알렸다.
  "정말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두고 제가 나쁜 사람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후, 마리아가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를 알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자, 내가 그 답으로써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내가 아는 대로 하나씩 알리려 하였다.
  "인상이 사악해 보이고, 불길한 기운을 전해줄 것 같은 사람이라면 일단 피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리고, 가식적인 좋은 말로 사람을 혹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주어서는 안 돼, 예를 들면 일시에 많은 돈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 혹은 거금을 줄 테니,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해 달라는 말을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하는 사람. 내 설명으로는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직접 만나보면 어떤 사람일지 바로 판별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거야."
  이후, 나는 그 말에 이어 사람을 혹하는 존재나 악의 길로 이끌려 하는 사람의 유형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대개 금전이나 강한 힘과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을 쉽게 준다는 명분으로 혹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 점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서, 이외에도 도움을 주려 하면서도, 들뜨는 것과 같이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 하지 않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거나 그런 인상을 가지는 사람 역시 주의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런 사람 구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 그 인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 마리아라면 그 판단을 바로 할 수 있을 거야. 마리아는 지금껏 어른스럽게 살아왔잖아, 어떤 사람이 진정코 너를 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목소리의 경우는 실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개 그 진심을 인상이나 목소리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단다. 물론 인상이 사악한 것과 흉악하게 생긴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도 알아야 하겠지, 실제로 흉악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선한 표정을 지을 수 있잖아, 그렇지 않아?"
  그리고 마리아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릴 무렵에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는 사람과 나쁜 마음으로 다가가는 사람은 목소리나 인상에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목소리, 인상을 통해 구분하는 경우를 언급했던 거야."
  이후, 혹시나 있을 예외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는지, 침울하게 목소리를 내며 마리아가 건네는 물음에 내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고서, 자신이 한 조언은 혹시나 마리아가 어려운 상황을 바로 해결하고 싶다는 소망이 절실해졌을 때, 그런 소망을 이용해 혹하려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해 주었던 것임을 밝히고서 그에게 한 마디 부탁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가급적이면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생각이 나더라도 그런 사람에게 혹해서는 안 돼, 알았지?"
  "예." 이후, 내가 목소리를 약간 높이며 부탁의 말을 건네었을 때, 마리아가 곧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항상 주의하도록 하겠음을 밝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나쁜 사람이 강제로 자신을 끌고 갈 일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며,
  "그렇다면, 나쁜 사람이 강제로 저를 데려가려 하면 어떻게 하지요?"
  "그 때에는 레반테아를 불러오든가 해서 위협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도록 해. 이런 일은 해치기 위한 시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이기에 단순히 해치는 정도라면 죄가 되지 않을 거야."
  그러자 나는 레반테아를 그래서 주지 않았느냐고 물은 다음에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그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마리아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꼭 그렇게 하겠음을 밝힌 다음에 나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면서 미소를 띠는 채, 말하였다.
  "그 정령을 준 일에 대해서는 항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나를 적대하지 않고, 항상 나를 지켜주는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런 것이 곁에 있게 된 일에 대해 유네아 언니께 항상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걱정의 마음을 조금 덜었는지 다시 평온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마리아. 그리고서 그는 두 다리를 들어 웅크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하늘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마침 하늘에 머무르는 사람의 형상을 보면서 자신이 알던 무언가를 찾기 위한 일이었을까, 모를 일이었다.

5 시 -
  그렇게 한참 대화가 이어진 후, 마리아가 다른 자세를 취하기 시작할 때가 되자 그를 가만히 놓아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와 잠시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 때 크세비아가 나와 마리아 사이로 날아가더니 이어서 나의 오른쪽 어깨 위에 앉으면서 물었다.
  "헤어지려 하시면서도 수많은 말을 남기시고 계시네요, 걱정이 많이 되신 거예요?"
  "응, 고아가 되어버린 어린 아이에게 다가올 것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다보니 말이 길어졌네."
  그러자 크세비아는 조용히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마리아가 고아가 되어서 보호할 사람이 없어져서 걱정이 된다면 내가 그와 잠시나마 함께 하도록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묻고서 마리아의 새 가족이 될 사람도 그 즈음되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내려 하였다.
  "나도 그렇게는 하고 싶지만......."
  그 말을 들으며 내심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내가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마리아를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려면 마리아의 처지를 사람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되묻고서, 내가 보호를 하게 되면 내가 마리아의 보호자로 간주되어, 진정 그를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나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마리아의 보호자가 되는 일이 어때서요, 유네아 님께 힘든 일이라도 되나요?"
  "내 모습을 봐, 어머니가 될 사람 같아 보이니?"
  그러자 나는 크세비아로 하여금 나의 모습을 보도록 하였다, 나는 아직 외모조차 어른스럽지 않기에 그의 어머니를 대신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물론 마리아의 어머니보다도 오래 살았다지만-크세비아도 그러할 것이다-, 아직 나는 모습부터 14 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에 불과하였으며, 마음가짐도 아직 아이를 보살피며 키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내가 마리아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의 앞길이 이상해질 수도 있기에 그를 받아주고 싶어도 받아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대신, 그를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받아준다면 마리아의 아직 불안정한 앞길이 바로잡힐 가능성이 보다 커질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당장에 벨치아가 있고, 또 이사벨이나 엘레나의 부모가 있기에 그들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어서 마리아가 저에게 마냥 의존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마리아를 누구에게 맡겨야 한다면, 누구에게 맡기고 싶어요?"
  "벨치아 선생님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이에 나는 먼저 떠올린 대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를 언급하지 않았음에 대해 의아했음을 밝히자,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러할만한 이유가 있음을 밝히고서, 그 역시 나처럼 가야할 곳이 있기에 항상 마리아의 곁에 머무를 수 없으며, 당장에도 이전에 그가 안정화시킨 갑주를 재기동시켜야 하는 등의 일로 인해 혼자 있어야 한다는 그의 사정을 이유로써 언급하였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고 말씀하셨구나, 그 분께서.'
  그런 크세비아의 알리는 말을 듣고서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비로소 바로 알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 시 -
  그리고 시간은 더 지나 6 시가 되었다. 하루의 1/3 정도 지난 시각. 하늘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래도 낮이라고 주변 일대가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밝아진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로 시선을 향하면서 하늘을 떠도는 천사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렵, 크세비아는 나의 머리 위에 엎드린 채, 조용히 잠들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새근새근 잠드는 소리가 나의 귓가로 조용히 울려 왔다.
  그러다가 문득 마리아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는 동안 마리아는 여전히 웅크린 채, 고개를 조용히 숙이면서 집의 바로 앞에 위치한 풀밭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그의 곁에 앉자, 그런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다시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하였다.
  "저를 데려가시고 싶으세요?"
  나와 크세비아 간의 대화가 신경이 쓰였을 법한 마리아의 발언. 그 발언을 듣자마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러할 일은 없다고 바로 화답을 하고서, 내가 어머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이어서 되물었다. 그러자 마리아는 "다행이에요, 정말로." 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 다음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밝게 표정을 짓는 채로 그 표정에 어울리는 밝은 목소리를 내며 나의 이름을 부르려 하였다.
  "유네아 언니."
  "응, 그에 대해 뭐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니?"

  그 부름에 응하며, 나는 그가 자신을 데려가는 일에 관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였고, 잠시 후, 나의 귓가로 어린아이가 쉽게 할 수 없을 법한 말이 그의 밝고 희망적인 목소리를 통해 전해져 오기 시작하였다.
  "예, 어머니를 잃고 이제 집에는 저 혼자 남아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저는 혼자서도 일하며 살 수 있어요."
  그 말을 전하고서 마리아는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 가족을 전부 잃어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서럽겠지만 그래도 지금껏 어머니가 병들고 있는 동안, 혼자서도 어려움을 잘 견디어 왔으니까, 앞으로도 분명 그러하리라고 믿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날 때에 다시 나를 바라보려 하면서 물었다.
  "유네아 언니, 아직 소식 없어요? 가야할 곳에 대해."
  그리고 가야할 곳이 있다면 어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서, 자신은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언제 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집으로 오지 않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일이 걱정이 되었는지, 곧바로 그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그 분께서는 지금 일이 바쁘셔서 당장에 오시지는 못하실 거야."
  그리고 때로는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역시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레반테아가 마리아에게서 떠올라오더니 누군가의 전언이 나에게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전언을 전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자세히 들으며 나는 전언이 루시아에 의해 전해지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긴 말 않겠어요, 급히 가셔야 할 테니."
  이후, 루시아는 해야 할 말이 많지만, 할 수 없음을 알리려 하는 듯이 그렇게 간단히 한 마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를 통해 전해지는 하나의 소식, 그것은 제 4 행성의 남부 도시 중앙 광장에 '문' 이 생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문이 생성된 직후에 바로 활성화되었으며, 상당히 안정적이기도 하여 빠른 시일 내에 진입할 수 있다면 공간 전이 중에 생길 수 있는 장애도 겪지 않으면서 무사히 일행과 합류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서 건네었다.
  "문이라는 것이 무엇이지요?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 때, 다시 두 발을 바닥에 대며 바로 앉으려 하면서 그런 루시아의 발언에 대해 레반테아를 통해 루시아에게 직접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문이라는 존재가 외지로 나아가는 수단의 일종이리라는 추측은 이미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문은 보통의 교통 수단으로 가기 힘든 먼 외지로 나아갈 때, 필요한 수단으로서 그 문을 통해 비행기로 1 년 가야 할 곳도 쉽게 갈 수 있어, 물론 그 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갈 수 있는 곳을 정해야 하는 등의 예비 작업이 필요하기는 해."
  그러자 문에 대해 바로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루시아. 그 때, 파렐리아가 그런 루시아를 대신하여 문은 항상 안정적이지 않으며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음을 밝히고서 나를 급히 부른 것은 그런 이유에 의한 일임을 밝히려 하였다.
  "그러면 당장 출발해야 하나요?"
  이에 내가 놀라면서 바로 그에게 묻자, 답으로써 그러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답하는 파렐리아. 그리고서 가급적이면 빨리 오는 편이 좋겠지만 2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그 시간 내로 올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는 전망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늦어도 8 시 30 분에 해당되는 시간 내로는 꼭 와야 한다고 당부의 말과 함께 기다리고 있겠음을 알리는 말을 레반테아를 통해 드러내는 것을 끝으로 통신이 종료, 이윽고 레반테아도 다시 마리아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서 활동을 멈추었다.

6 시 -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제 정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약을 찾는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된 인연의 시간을 이제 끝낼 때가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고, 그 집에 머무르려 하였다. 아직 집에 오지 않은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내가 떠났음을 알았을 때, 그에 대해 무척 아쉬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마리아 에르세레즈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그와 함께 앉아있을 무렵, 문득 마리아에게 어울릴 법한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이야기를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렸을 적에 누군가로부터 '잿빛 아기 오리'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잿빛 아기 오리...... 그런 것도 있나요?"
  이에 놀라면서 그에 대해 물음을 건네는 마리아, 이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바로 화답을 하고서 실제로는 모종의 사정에 의해 오리의 둥지로 들어간 어느 큰 알에서 태어난 아기새였다고 이야기의 제재에 관한 설명을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잿빛 아기 오리가 노란빛을 띠는 다른 아기 오리들과 어울리지 못한 끝에 결국 어미 오리의 곁을 떠나 방랑을 이어가고, 온갖 어려움을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을 이어간다는 이야기. 그리고 잿빛 아기 오리가 성장한 이후에,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자신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새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이어서 자신이 새하얀 털을 가진 아름다운 새가 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로서, 어렸을 적에 흥미롭게 들은 바 있던 이야기 중 하나였다, 회색을 띠는 아기가 새하얀 색을 띠는 아름다운 새로 성장해 갔음에 대해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던 탓이다.
  그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마리아에게 이야기의 모든 부분을 그에게 전부 알렸다, 그는 비록 가난하며 가족이 없는 불행한 소녀이지만, 실제로는 아름다운 면모가 아직 어린 탓에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아기 새에 비유될 수 있을 법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한 비유를 하면서.
  "그렇다면, 저는 실제로는 고귀한 사람이 될 운명을 타고났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아름다운 운명을 타고났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그것이 묻혀 졌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며, 마리아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작은 꽃눈과 같아서 그것이 성장해 꽃이 되면 어렸을 때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갈 수도 있다고 그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에 이어지는 언급을 하였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정말, 나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어, 정말이라니까."
  그리고 그에 이어 그런 운명을 잡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음을 알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여, 재능 역시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며, 마리아가 진정코 갖추어야 할 소양은 따로 있다는 언급에 이어 그에 대해 알리는 말을 하나씩 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달라는 거야,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분도 말씀하셨겠지만,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소양이 바로 희망이라는 거야."
  그리고 운명은 사람을 항상 불행으로 이끌지는 않는다고 말한 다음에 마리아가 가족을 전부 잃기까지 하는 불행을 겪었다 할지라도, 반드시 구원의 나날이 오며, 그를 미소 짓게 하리라고 그를 격려하면서 그 때가 늦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올 것이기에 희망을 항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임을 알리려 하였다.
  "내 말, 명심할 수 있겠지?"
  비록 내가 현자도, 영도자도 아니기에 그에게 항상 진리만을 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그의 성장에 있어서 큰 도움을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전하였던 말. 그런 말을 전하면서 나는 마리아가 그 말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음을 약속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잠시 후, 마리아는 그 기대대로 내가 전하였던 모든 것을 항상 마음 속에 기억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나에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다행이다, 내 말, 모두 기억해 주어서."
  이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화답을 해 줄 무렵, 뒤쪽에서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방금 전에 모든 일을 마치고 겨우 집에 돌아왔다는 그는 내가 곧 그의 집을 떠날 것 같아 급히 집을 방문했음을 알리고, 자신 역시 마리아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려 할 것임을 이어서 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집의 대문 근처에 이르며 마리아와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다시 대면하도록 할 무렵, 마리아는 조용히 작은 나무 액자 하나를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런 마리아 에르세레즈를 맞이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나와 함께 자신과 작별하게 되었음을 알리자, 그에 대해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답례의 말을 전하려 하였다.
  "원망스러운 때도 있었고, 고마웠던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 이후, 그는 이제 집에 혼자 살게 되었다 할지라도 남들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항상 보여줄 테니,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마리아 에르세레즈와의 작별이 내심 아쉬웠는지 다소 우울해진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마리안 언니, 이제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이에 마리아 에르세레즈도 어쩔 수 없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음에 대해 담담해 하면서도 아쉬움의 감정은 어찌 못했는지 "그렇단다." 라고 답을 한 이후에,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네."
  그러다가 문득 그가 안고 있던 나무 액자로 시선을 향하더니 그것을 보여달라고 바로 부탁의 말을 전하였고, 이에 마리아는 미소를 띠며 "알았어요." 라고 화답한 다음에 곧바로 그것을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보여주었다. 그 무렵, 나 역시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왼편 곁에 이르며 그 사진의 모습을 보려 하였고, 그러면서 나무 틀에 감싸여 있는 색이 바래진 마리아와 그 모친의 모습이 담겨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진 속에서는 꽃 한 송이를 든 채, 조용히 미소를 짓는 마리아의 우측에 수수한 옷차림을 한 어머니로 추정되는 젊은 여인이 평화롭게 서 있었다. 적어도 그 때 만큼은 모녀가 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 사진의 모습을 보며 나를 놀라게 한 사항이 하나 있었다, 마리아의 모친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리라는 나의 예측과 대조적으로 모친은 수수하기만 했던 마리아와 대조적으로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었음이 그 사항이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을 우측으로 기울이고 목 아래 부분을 하얀 선으로 묶은 그의 모습은 하얀 얼굴 색에 어울릴 만큼 아름다워 얼핏 보면 마리아의 모친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마리아를 정겹게 안고 있는 모습만큼은 확실히 마리아의 어머니다워 보여, 그가 마리아의 친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분이 그런 작자의 계략에 휘말려 허무하게 세상을 등지시다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을 이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품으며, 치를 떨었고, 그로 인해 사진을 바라보는 나의 왼손이 주먹을 쥐고, 떨기도 하였지만 언젠가 그런 악행을 저지른 자 역시 징벌을 받을 때가 올 것임을 믿으며 애써 참으려 하였다.

  그 액자의 모습을 잠시 본 이후,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충분히 잘 봤음을 알리며 다시 마리아에게 액자를 건네었고, 이어서 마리아는 다시 액자를 건네 받아 두 손으로 그것을 안았다. 그리고 나와 마리아 에르세레즈 두 사람 모두에게 밝게 웃음지으려 하면서 말을 이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저,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낼 거예요, 비록 행복을 찾을 수 없다 할지라도."
  그리고 웃음과 함께 말 역시 이어갔다.
  "...... 그리고 두 언니 분들 앞에서 하늘에 약속을 할게요, 이 웃음이 저의 마지막 웃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또, 혼자 살며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그 외로움을 견디며, 고난 속에 있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과 같은 그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가며, 항상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겠다고."
  이어서 그는 자신이 약속을 어길 때에는 하늘이 지옥으로 자신의 영혼을 떨어뜨리더라도 원망하지 않음을 약속한다고 말하며, 나와 마리아 에르세레즈, 그리고 크세비아가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다시 한 번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내 앞에서 서약까지 한 만큼, 그 서약은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그것을 어겨 하늘에게 미움 받으면 나도 어찌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잠시 후, 이제 진짜 작별을 하겠음을 알리며 먼저 집을 나서려 하였다. 그리고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마리아에게 진짜 마지막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제 나와는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내 모습만큼은 기억해 줘, 그래야 적어도 한 사람과의 뜻깊은 나날을 보냈다는 기억 하나 정도는 간직할 수 있잖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비로소 그와의 작별을 고하고, 그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나를 따라 크세비아와 마리아 에르세레즈 역시 집을 나서서 마을의 북쪽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비행선이 위치한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마리아의 집으로 잠시 시선을 향하였다. 혹시나 마리아가 대문 밖에서 나를 배웅해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마리아가 대문 밖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나를 배웅하는 동안, 마리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확실히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홀로 남았음에 대한 서러움의 감정이 나와 헤어지면서 한 번에 분출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마리아와 작별을 행한 후,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도움을 받아 비행선에 탑승하여 제 4 행성으로 돌아가고, 그 선착장에서 다시 루시아와 만나 그의 인도를 받아가며 도시의 중앙 광장, 그 상공에 자리잡은 하얀 테두리에 감싸인 '문' 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문으로의 진입은 나와 크세비아만 할 수 있었다. 벨치아와 함께 하는 루시아의 여행은 아직 끝이 아니었던 데다가, 마리아 에르세레즈는 그 문이 자신의 행선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여 문으로의 진입을 할 수 없었던 탓에, 나와 함께 문으로의 진입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7 시 - 남부 도시 중앙 광장
  그렇게 마리아 에르세레즈와 헤어질 무렵,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나의 바로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전에 주어야 했는데, 결국 주지 못했다가 이제 선물로 주게 된 것이 있음을 알리며 나에게 오른손, 그 손바닥을 내밀어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 이후, 내가 손바닥을 위에 올리는 순간, 나의 눈앞으로 마리아의 몸에서부터 이전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레반테아' 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손바닥 위에 놓여지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소정령을 내 손바닥 위에 올리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 마리아 에르세레즈.
  "이제 이 정령은 당신의 것이에요, 마리아에게 소정령을 건넨 이후,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뒤늦게나마 이렇게 선물로 드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에 이어,
  "지금까지 소정령을 선물로 건네는 일을 상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는데, 그것을 함부로 잊고 있었다니."
  라는 말을 건네고서 이름부터 같은 소정령인만큼,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나의 의지에 잘 적응하며 나를 도와줄 수 있으리라고 그 정령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내가 마리아에게 레반테아를 건네었을 때의 주문을 그대로 외면서, 소정령 레반테아에게 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려, 그에 의해 하늘색 빛을 발하는 레반테아가 나의 몸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이 소정령을 유네아 양께 전해드린 의미는 언젠가 밝히도록 할게요."
  그 이후, 그는 그렇게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레반테아를 자신에게 준 이유에 관한 언급을 하겠음을 밝혔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를 기다려 줄 것을 당부하고서 조용히 나를 등지더니 나의 왼편 길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나의 곁을 조용히 떠나갔다.
  이후, 나는 두 손으로 레반테아를 안은 채,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레반테아를 건넨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물론, 그 당시에는 그 진의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가, 세상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란 없다, 라고. 그 말 그대로, 마리아 에르세레즈라는 이름을 가지는 그 젊은 여인이 나에게 레반테아를 건넨 진의는 결국 그 이후에 밝혀졌으며, 그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