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회오리바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탓일까, 어느덧 몸의 물기도 옷을 바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없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상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급히 속옷과 치마부터 입고, 그에 이어 상의를 다급히 입은 이후에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가 나아간 방향의 반대로 날개짓을 하며 비행을 시작, 그대로 최대한 빠르게 속력을 내어 도시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거리의 건물들 사이를 낮게 비행하는 동안 나는 이들이 도시에 들어온 사람을 찾으려 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사실 이들은 다른 생각 없이 그저 도시에 들어온 사람을 찾으려 하기만 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추측을 하면서 다른 성을 가진 이도 아닌 두 아이들 앞에 숨을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이어서 품기도 하였다.
  '그래도, 역시 안 될 것 같아.'
  하지만 곧 나는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역시 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여자아이 앞에 있다 하더라도 부끄러움은 어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들과는 가급적이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옷차림을 통해 나를 의식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모습은 한 동안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은 계속 멀리 내다보아도 나타나지 않았던 탓에 도시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물론, 언젠가 끝이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도시의 인근에 있는 거주 구역에 살고 있었을 두 여자아이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분명 도시에 끝이 있기는 했지만, 그 끝은 생각 외로 멀리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나는 물의 한 부분에 팔각기둥의 형상을 이루는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 물체와 호수가 사이로 긴 다리가 놓여진 모습을 본 이후에 기둥의 윗면, 그 중앙에 그려져 있으면서 파랗게 깜박이는 문양을 향해 접근해 나아가려 하였다.
  유난히 새하얀 표면의 중앙에 자리잡은 파랗게 빛을 발하는 문양, 그 문양이 위치한 면의 네 귀퉁이에는 하나씩 밑면이 네모난 모습을 보이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기둥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각 기둥의 끝에는 하나씩 사각뿔이 달려 있어 하얗게 빛을 발하기를 반복하며 깜박이고 있었다. 그 곳이 신비로운 힘을 가진 곳임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모양이다.
  그 문양이 자리잡은 기둥 너머로는 물이 계속 펼쳐져 있었으며, 이는 하늘과 맞닿으며 수평선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물의 끝은 기둥 근처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어지간히 비행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었던 모양이었으니, 그 물이 실제로는 '바다' 의 역할을 맡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 광경을 보면서 들었다. 이러하면서 도시를 바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양이 필요하다는 직감이 바로 들었고, 그러면서 문양의 근처에 이르자마자 고도를 낮추어 착지할 즈음에는 문양의 바로 앞에 이르려 하였다.
  그러면서 이어가는 비행, 그리고 날아 내려 고도를 계속 낮춘 끝에 다시 지면에 발이 닿았을 무렵에는 내 발이 문양이 위치한 공간의 중앙, 바로 근처에 머무르게 되었다. 생각 외로 커서 각 변의 길이부터 내 키 만한 문장, 그 문장은 그 높이가 내 무릎 높이의 1/2 정도 되는 단의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단은 낮은 계단들을 통해 오를 수 있어서 발걸음을 옮기면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 문양 위에 오르면 공간 전이를 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 역시 공간 전이를 통해 수정 도시에 이르렀을 터.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통해 계단을 올라 단 위에 오르고, 이어서 문양의 한 가운데에 이르는 순간, 문양이 새하얗게 빛을 발하고, 그에 이어 문양을 둘러싸는 하늘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테두리에서부터 하늘색 빛이 솟아오르며 주변을 향한 시선을 가리기 시작하였다.
  분명히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공간 전이가 일어날 때, 특유의 현상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과연 문양이 위치한 곳 주변 일대로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이 솟아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나 자신이 수정 도시에서 어딘가를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공간 전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것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그 빛에 감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여기어질 무렵, 갑자기 나의 눈앞에서 빛이 사라지며 그 빛을 대신해 눈앞에서 하나의 광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 광경은 이전까지 보고 있던 수정 도시와는 분명 다른 면모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생각 외로 빨리 전이되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대로, 생각 외로 빠르게 전이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나. 그리고 잠시 후, 그런 나의 시선으로 새파란 하늘 아래로 펼쳐진 초록빛 풀밭과 그 사이로 난 길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으며, 그렇게 내가 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무렵, 바로 눈앞의 풀밭이 하늘에서부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의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전에 들렀던 그 풀밭과 비슷한 느낌이야.'
  그 광경을 지켜보며 처음에는 이전에 있었던 공간 전이 직후에 내가 보았던 그 초원 지대를 떠올리고, 그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대지를 가득히 메우는 초록빛 풀밭과 하늘에서 날아 내려와 풀밭을 조용히 흔드는 바람, 그리고 풀밭의 곳곳마다 서 있는 커다란 나무들의 모습만큼은 이전에 들렀던 성계의 초원을 연상케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초원 일대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이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길의 좌우 근처에 나란히 서 있는 것들로서 수정으로 만들어진 작은 탑들이 각자의 꼭대기에 붙은 길쭉한 팔면체의 중심이 하얗게 빛을 발하도록 하고 있었다. 아직 밤이 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관 상 탑마다 등을 밝히고 있으면서 초원의 길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곳은 이 정도의 길을 꾸며내기에 충분한 문명 수준을 가지고 있나.'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유리와 신이 부딪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나는 눈앞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채, 그렇게 혼잣말을 잇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길 위에 등이 밝은 모습을 통해, 초원에서도 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밤중에 빛이 거의 밝혀지지 않는 곳에서는 별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밤에도 환하게 등불을 밝히고 있는 곳에서는 별들의 모습을 잘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먼 옛날,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던 도시에서는 밤이 되어도 별을 거의 보기 힘들며, 심지어는 달 이외에 어떤 별들의 모습도 하늘에서 찾을 수 없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를 두고 도시의 사람들은 별빛을 등불로 대치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항간의 사람들 중에는 고대의 사람들은 '영혼' 과의 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밤이 될 때마다 조용히 하늘 위에서 빛을 발하는 별들은 '하늘로 오른 영혼' 을 상징하며, 별들을 바라볼 수 있음은 하늘에 오른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 별들을 등불로 대체하였음은 그 영혼의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스스로 버렸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물론 나는 그 가설이 사실이라고 전적으로 믿지는 않고 있다. 별빛을 바라볼 수 없는 도시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이는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대의 사람들은 사후 세계나 영혼의 존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별들을 바라볼 수 없었다는 이들의 실상과 분명 관련이 있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할 것 같다.
  '설마 이 곳 역시 그러한 곳은 아니겠지?'
  영혼에 관한 가설 때문은 아니었지만, 항시 빛을 발하는 탑들이 서 있는 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는 별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현상 자체에 대한 걱정은 들어 밤하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에 대한 걱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해가 될 일도 아닌 무의미한 걱정을 해서 좋을 일은 없다는 판단을 하며, 다시 마음가짐을 다시 평온하게 한 채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길 주변으로 돌릴 무렵, 나의 눈앞으로 이전의 풀밭에서는 보지 못한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되니, 풀밭의 곳곳에 여러 개의 수정들이 결합되어 있는 결정들의 무리가 마치 풀밭 사이로 자라난 특이 식물처럼 돋아나 수정으로 이루어진 탑의 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그 수정들은 마치 하늘 위의 별들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서 여느 풀밭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풀밭에는 흙이 없었으며, 흙이 있어야 할 곳에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지면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흙을 대신해 지면을 수정이 채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코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 광경. 그 광경의 자세한 면모를 보면서 평범한 성계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생각으로서, 이전에 들렀던 수정 도시와 이 곳이 어떻게든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도 품게 되었다, 지면 자체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면까지 모든 것이 수정이었던 그 도시를 연상케 하는 면모 역시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성계 자체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그러다가 문득 무서운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지면 위로 초목이 자라나고 있기는 하지만 지면의 모든 것이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보통의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곳은 아닐까에 관한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 의문의 답이 그러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유네아, 지금 어디에 있어? 길 위를 걷고 있는 거야?"
  그 때, 갑자기 레반테아가 나의 바로 앞에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나의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에르시아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것에 바로 반응하여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무슨 일로 연락을 취했느냐고 물음을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근황을 들으려 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그로부터 들려온 목소리는 그런 나에게 뜻밖이라 여길 수밖에 없는 사실을 나에게 전하고 있었다.
  "지금 성계 내의 마을 내에 있어, 그 곳에서 여관의 쉴 자리를 막 찾아서 자리잡고 있던 참이야. 그러면서 근황이라도 알리려 했었는데......."
  나의 예상과 달리 이미 세니티아를 떠나 다른 성계에 있음을 알리고 있는 에르시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말 다른 성계에 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에르시아, 그것이 정말이야? 다른 성계에 와 있다는 그 말이!?"
  그러자 곧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는 에르시아. 그러더니, 잠시 후에 나의 사정이 궁금해져서 내가 위치한 곳에 관한 정보를 이리샤로부터 듣고서 그 정보대로 성계들을 오가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쉽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탓에 그 사정에 대해 물으려 하였는데, 활기차게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무사함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서 나에게,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알려줘 봐."
  라고 내가 지금 위치한 곳의 광경이 어떠한지를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풀밭 위로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이 있으며, 길 주변의 곳곳에 크고 작은 수정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내가 위치한 곳의 특성에 관해 밝히는 나. 그러자 에르시아는 곧바로 감탄한 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유네아, 그 모습은 내가 마을에 이르기 전에 보았던 그 광경이잖아! 나도 네가 지금 보고 있을 때처럼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 옆으로 수정들이 자리잡은 풀밭의 모습을 보았었는데!"
  그리고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같은 성계에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조금만 더 수소문을 하다 보면 곧바로 나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전망을 드러내는 목소리를 내는 에르시아. 이어서 무사히 잘 있어줘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건네며 통신을 끊었다.
  '설마, 에르시아가 나를 찾아 이 곳까지 왔을 줄은 몰랐는데.'
  통신을 마친 후, 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 채, 조용히 발걸음만 옮길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나를 찾아오는 일 자체가 나에게 불길함을 전해주는 것이 아님에는 틀림없었지만 그의 방문에 대해 나는 이전까지 에르시아가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서 오지 못하리라는 예측하고 있었던 탓에 갑자기 다가온 뜻밖의 소식에 대해 그저 당황할 뿐,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행할 이가 생겼음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와 마주칠 일이 반드시 생길 것임을 예상하면서 그가 당부한 대로, 그와 마주칠 때까지는 무사할 수 있도록 조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행여 무사히 만나지 못하게 되면 지금껏 성계로 오면서 나를 만날 일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을 그에게 나쁜 일이 다가올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시각 미상 - 초원의 길
  그렇게 길을 걷다가 길의 왼편에 유리로 만들어진 긴 의자를 발견하고, 그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발이 많이 아파,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지라 그 의자를 발견하자마자 잘 됐다고 생각하며 의자로 다가가, 곧바로 그 가운데에 뛰어내리는 듯이 앉았다. 그러다가 문득 유리가 큰 힘을 받아 갈라지는 것은 아닌가 싶어 놀란 채, 다시 자리에서 반 즈음 일어나 의자의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 보려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의자는 균열 하나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생각 외로 튼튼한 의자였던 모양이다.
  '유리가 아닌 수정 의자라서 그러한가, 힘껏 눌러도 갈라지지 않네.'
  그런 의자에 다시 조심스럽게 앉으며, 그렇게 혼잣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몸 전체로 피곤함이 퍼져가며,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생각에 따라 의자의 앞쪽에 머리를 놓고, 두 발을 그 건너편에 올려놓으며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다리를 겹쳐, 오른발이 왼발의 위에 오도록 하다가, 잠시 후에는 왼팔을 들어 그 왼팔 위에 머리가 오르도록 하였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표면 위에 머리를 올려놓으려 하니, 수정이 머리를 짓눌러 아픔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탓일까,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보다 아프네.'
  그렇게 누워있는 자세를 바꾸며 혼잣말을 이어가려 할 때, 하늘 위로 한 무리의 어두운 색을 띠는 새들이 날아와 나의 바로 위에 위치한 상공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배가 하얀색을 띠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날개를 가진 새, 그 새는 분명 세니티아에서도 볼 수 있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날개를 가진 새' 의 일종인 듯해 보였다, 항상 비행하고 있어야 하기에 잠들 때에도 날면서 비행을 한다는 새.
  하늘과 바다에는 한 종류씩 특이한 습성을 가지는 새와 물고기가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스바르키아(Swarkia)'(1), 그리고 '엘투오(Eltuo)'(2). 이들 모두 등쪽이 어둡고, 배쪽이 밝은 색을 띠는 이들로서, 각각 새 또는 물고기로서 상당히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습성을 가지는 두 생물. 이들은 잠에 관해 꽤 비슷해 서로 연상케 할 만한 면모를 보인다.
  우선 스바르키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스바르키아는 그 크기는 제비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높은 곳에서 장시간 활공을 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공중에서의 곡선 비행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뛰어난 비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새이다. 게다가 그 새는 상황에 따라 날개를 접거나 펼칠 수도 있었다. 활공할 때에는 날개를 펼치고, 방향 전환을 하거나 곡선 비행을 할 때에는 날개를 접는다고 한다. 그 날개를 접었다가 펼치는 면모는 확실히 다른 새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비행은 하늘에서의 오랜 생활이 있기에 가능하며, 실제로 스바르키아는 알을 낳는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항시 하늘에 머무르며 살아간다고 한다. 심지어 잠들 때에도 비행을 하면서 잠든다고 한다.
  엘투오에 대해서는 특이한 하나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잠을 자지 않는다는 특성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 이에 대해서는 하나의 근거가 있다. 엘투오는 바닷물을 마시는 것으로 숨을 쉰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물이 잠들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멈추어야 하는데, 엘투오는 움직이지 않으면 바닷물을 마실 수 없고, 그로 인해 숨을 쉴 수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곧, 엘투오에게 부동은 곧 죽음과 같으니,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잠을 자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 중에서 나는 특이한 방법으로 하늘을 날 수 있으며, 잠 역시 하늘을 날며 자는 특이한 습성도 갖고 있는 스바르키아들이 단체로 날아가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비교적 근래라 칭할 수 있는 옛 시절의 나, 그리고 에르시아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나와 에르시아 모두 어린 정령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었고, 그 역할 맡기에 나름 흥미를 붙이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나는 어린 정령들과 어울리는 일에 매달리고 있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그들과 함께 하며 보내오는 나날을 거듭해 오고 있었다.
  한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밤에는 다음날의 일정을 작성하고....... 때로는 잠에서 깬 어린 정령들을 달래는 일도 했지만 그 때에는 나름 무언가를 향한 의욕과 욕구가 굉장히 강했는지, 거듭되는 일로 인해 잠도 침대와 같은 편안한 곳에서 잘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의 내가 참 대단하긴 했다-.
  당시, 나는 매일 같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으며, 책상 위에는 미처 작성하지 못한 일정표 및 교육 성과표 등이 놓여져 있어서 아침이 될 때마다 남은 작업을 마저 하고는 했다. 이는 에르시아 역시 마찬가지라서 책상 근처의 바닥에 옆으로 돌아누운 채, 잠드는 일이 많았다. 그런 그가 나와 다른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우연히 잠든 에르시아의 책상을 바라보다가, 그 책상이 깔끔함을 확인할 때가 있었고, 그런 책상의 모습을 보며 에르시아가 어떻게 책상을 깔끔하게 비워 놓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에르시아, 혹시 자기 전에 일 처리를 다 끝내 놓니?"
  그리고 결국 그 다음 날에 바로 그렇게 물음을 건네었을 때, 에르시아는 다 끝내기는 무리라고 바로 답을 하였다, 사람이 그 많은 일을 하루 안에 바로 깔끔히 해낼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 일을 이어 하면서.
  그가 책상을 잠들 무렵에 깨끗하게 마련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책상 안에 문서들을 넣어두어 남은 일거리에 관한 문서들과 처리를 마친 일거리에 관한 문서들을 분류 별로 가지런히 정리해 두는 것이 그 비결이었던 것. 그러다가 잠이 깨면 남은 일거리에 관한 것들만 꺼내어 그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문서 정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 처리를 끝내기 전까지는 정리를 하지 않는-일 처리를 바로 할 수 있도록 종이를 배치해 두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의한 일이었다- 경향이 있어서 가지런히 문서를 정리하지 않는 탓에 에르시아의 잘 정리된 책상을 보며 그가 바로 일 처리를 끝내고 있으리라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날면서 하늘을 나는 그 새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나와 에르시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 처리를 위해 앉아 있었던 책상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바로 잠들 수 있었던 그 때 당시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그 새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을 마치며 길을 나아가기를 이어갈 무렵, 나의 먼 앞에서부터 길을 따라 두 명의 하얀 옷을 입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들이 손을 잡은 모습을 보이는 채,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며, 길 왼편의 먼 앞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 검은 중절모를 쓴 남성으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의 형상이 조용히 소녀들이 나아가는 곳을 따라 나아가며,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혹시, 저 여자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 남자가 두 소녀들을 향해 다가가는 일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서-불길함이 바로 느껴지고는 하였다- 발걸음을 최대한 빠르게 하며, 우선 소녀들에게 접근하려 하였다. 수상한 손길로부터 이들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소녀들을 향해 먼저 뛰려 하였지만 곧 방향을 바꾸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향해 다가가, 그 앞에 이르려 하였고, 그러면서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저승사자라도 되는 양, 중절모까지 검은색을 띠는 옷차림을 한 이로서, 하얀 수염을 가진 노인이 검은 외투를 입은 채, 나를 향해 돌아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상부터 선량해 보이는 것이, 내가 멀리서 보며 추측했던 바와 달리 나쁜 짓을 함부로 할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가씨, 갑자기 나에게는 무슨 일인가."
  이후, 다급히 자신을 향해 다가온 나를 보며 무언가 자신이 필요한 일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무슨 일로 왔느냐는 물음을 건네는 노인.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니, 수상하다고 생각하며 멋대로 그를 향해 다가온 사실이 그저 무안하게 느껴질 뿐,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
  "보아하니 짐짓 착각을 하고, 나에게 다가온 모양이로군. 흐음, 그런 일에 대해 큰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네, 그런 일이라면 세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 말야."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노인은 그런 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라도 한 듯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그런 나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잠시 자신의 왼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아예 그 방향으로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그 쪽에도 무언가 나에 대해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 오는 모양이로군."
  그리고 그런 일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겠느냐고 묻고서, 그런 일을 두고 주눅들 필요는 없음을 알리려 할 무렵, 소녀들이 노인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감청빛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앞장서서 그의 바로 앞에 이르려 하였다.
  "아가씨들도 나에게 무언가 볼 일이 있어서 왔는가."
  "그렇다기보다는......." 그러자 그는 자신보다 키가 큰 그 노인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곧바로 그의 오른편 곁에 있던 나의 모습으로 잠시 시선을 향하다가, 다시 노인에게 시선을 향하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모습 자체는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내가 입고 있는 옷의 모습은 잘 알고 있어서 그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기억한다고?"
  이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 소녀. 그러자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모자를 앞으로 깊게 눌러쓰려 하면서 "흐음......." 이라고 짧게 목소리를 내었다가, 곧바로 그에게 물어,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옷을 가져가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이어지는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래요, 혹시나 저 분께서 그 옷을 가져가 입으신 것은 아닌가 싶어서 저 분께 말씀을 드리려 한 거예요."
  "그렇다면, 옷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은 하고 있나?"
  그러자 바로 옷의 주인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는 노인. 하지만 소녀들 중 누구도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본래 누가 입고 있었는지-물론 주인은 바로 나였다-를 알지 못하는지, 달리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상황 파악이 바로 되었는지 노인은 나란히 서려 하는 소녀들에게 시선을 향한 채, 옷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였다.
  "원래 바닥에 놓여 있다고 여기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옷이 도시의 유적에 놓여 있었을 리는 없었을 테니......."
  "어떠한 사람인지 아실 것 같아요?"
  옷을 입었던 사람이 어떤 이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겠다는 말이 있은 후, 소녀들이 한참 동안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을 즈음, 기다리다 못한 앞장서던 소녀가 오른손을 가슴 언저리에 올린 채, 눈을 크게 뜨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에 노인은 애써 누구인지 추측해 보려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상식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는지 중절모의 챙, 그 앞부분을 계속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뒤에 있던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녀가 나의 모습을 보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이 밝게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소녀에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고서 곧 자신이 알리겠음을 이어서 밝혔다.
  "어? 이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들이 이전에 수정 도시에 있었던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이 나의 옷차림을 보고, 곧바로 나를 알아보지 않았음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고 있었다.
  "응, 일단 다른 곳에 가서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자."
  이후, 라미샤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는 청유의 말을 하는 이리나. 이어서 그는 라미샤의 오른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잡더니 재빨리 길 건너편을 향해 뛰어가며 나의 시선에서 다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노인과 함께 특별한 말없이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근방의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다, 종종 유적을 찾아오고는 하지."
  이후, 마치 그 소녀들에 대해 잘 아는 듯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노인. 그러자 나는 발걸음을 옮기려 하지 않는 그의 바로 앞에 이르고서 그런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혹시 잘 아는 사이이세요?"
  "물론, 오래 전부터 나와 말을 걸고는 하였지. 언젠가부터 나의 말 상대가 되어줄 사람 하나 없게 되었는데, 이들이 나와 말을 걸어주어 외로움을 달래주어, 나도 내심 그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어서 나의 물음에 그들과 친한 편임을 바로 알리려 하는 노인. 그리고서 자신에 대해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라는 이름을 가지는 두 소녀들이 그 때까지 계속 말 상대가 되어주며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하고 있었음을 알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 자신을 알아본 세 번째 사람이라고 나에 대한 소개를 하는 노인.
  "무슨 말씀이세요,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제 눈에 분명히 보이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에 그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던 나는 그저 당황한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자 노인은 중절모를 앞으로 내려 쓰면서 자신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아직 잘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나에게 말을 건네더니, 곧바로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 곳의 여느 사람들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다만, 인근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요정이라 칭해지는 이들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체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와 친해진 이들은 수정 도시를 자주 찾아왔던 그 두 아이들만이 되고 말았어."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라는 이름을 가지는 두 소녀가 '요정' 이라 칭해지는 이들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요정들이라면 모두 그를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왜 노인과 친한 이들은 그 두 사람뿐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였고, 그러면서 그에게 그 사항에 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만날 기회를 찾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들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니,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잠시만 함께 있도록 하자고 말하며 나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노인. 그리고 중절모를 평평하게 쓰고, 나의 좌측 곁에서 나와 함께 걸으면서 혹시 내가 사는 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냐고 물은 다음에 나에 대해 그 곳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고 자신이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이유에 관한 언급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예, 처음 오는 사람이에요."
  그러자 그는 조용히 웃으면서 외계에도 '요정' 은 있는 모양이라고 나에 대한 언급을 하더니, 그에 이어 혹시 자신이 살아가는 행성에 관해 알고 싶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이상한 사항이 몇 있어서 그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뜻을 밝혔다.
  "처음 보았을 때, 이상한 것이 많아서 그래요, 곳곳마다 수정들이 박혀 있고, 길도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래서 마냥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그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기도 하였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