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가만히 앉기만 하려니 지루해 져서, 두 다리를 들어 두 팔로 고정시킨 채,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서 물고기 하나 보이지 않는 차가워 보이는 냇물의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냇물 위로는 태양의 빛이 내려 냇물에 의해 반사된 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들도 오갔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뭔가 아쉽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물고기 하나 보이지 않는 냇물의 모습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르나이의 물고기들이 오가는 모습을 항시 볼 수 있는 시냇물과 강물의 모습이 나에게는 더욱 친숙했기에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모든 것을 보시니, 보기에 좋았더라 - 어느 경전에 나온 말이지."
  그 때, 갑자기 나의 왼편 곁에 서 있던 노인이 나에게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고, 이에 내가 놀라면서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노인은 시냇가 건너편의 수정들로 시선을 두고 있는 채, 조용히 말을 이으려 하고 있었다.
  "냇가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그런 말을 하는 창조주의 모습이 떠올라서 문득 해 봤다."
  "제가 어떻게 그런 분과 동격일 수 있어요, 말도 안 돼요!!!"
  물론 나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엄연히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게 한 존재로서, 인간과는 격이 다른 존재인데, 사실상 인간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내가 그와 견주어 질 수 있음은 나에게 있어서 믿겨지지 않는 발상 그 자체였기에 그의 말에 대해 반박을 하게 되었다. 이에 노인은 미소 하나 짓지 않는 채로 차분히 하나의 말을 건넬 따름이었다.
  "신이라는 이름이 진정코 신성한 세상에서는 발칙한 발상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이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더 이상 그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리며 가만히 있으려 하였다. 물론 지금 이렇게 회상을 하는 시점에서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파악이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서 발의 통증도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그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로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런 나의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며 묻는 노인.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가."
  그 때,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말을 건네려 하는 노인. 이에 나는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화답을 하였다. 하지만 노인은 냇가의 물길로 시선을 향하기만 할 뿐, 발걸음을 옮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나는 그런 그의 모습으로 조용히 시선을 향하면서 그에게 물어 보았다.
  "할아버지, 더 가시지 않으시는 거예요?"
  "........" 하지만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냇가의 건너편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런 그를 향해 돌아서 그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려 할 즈음에 나에게 마지막으로 알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곧바로 나에게 말하려 하였다.
  "혹시 이 곳이 어떠한 곳이 궁금하지 않나?"
  궁금하기는 하였다, 초원에까지 도시에서 볼 수 있던 수정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성을 확인하면서 적어도 이 곳이 어떠한 곳인지 이름이나마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전의 그 성계처럼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곳으로 삼고 싶지 않기도 하였다.
  "그런가, 물론 행성의 이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한다만, 이 곳이 본래 어떠한 곳이었는지에 대해 알리는 일만큼은 할 수 있다네."
  그리고 자신이 알리는 바에 대해 놀라지 말아달라고 당부의 말 한 마디를 건넨 다음에 잠시 시간적 틈을 두었다가 곧바로 말을 이으려 하였다.
  "이 곳은 본래......"
  "이 곳은 본래?"
  "이 곳은....... 아가씨가 이전에 보았다는 수정 도시의 일부분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 수정 도시가 중심가였다면, 이 곳은 중심가에서 비교적 먼 변두리 구역이라 칭할 수 있지."
  심히 놀랄만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이전의 수정 도시와 초원 사이의 거리는 걸음으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정도로 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통해 당연히 초원은 도시의 일부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한 나에게 그런 정보는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수정 도시의 동부 너머로는 끝을 볼 수 없는 넓은 수역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 수역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상 '바다' 에 해당되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정보는 나에게 전혀 납득이 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수정 도시와 이 곳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또 수정 도시의 동부 너머로는 넓은 바다와 같은 곳이 있었는데, 정말 이 곳과 수정 도시가 같은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는 거예요?"
  "물론 동부 너머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있었음은 사실이다."
  이후, 그가 하는 말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는 채, 당황해 하는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노인은 그것에 대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나와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초원 지대와 수정 도시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수역은 본래 지배자들의 거주 구역이었던 '중심부' 를 둘러싸는 거대한 내해의 일종으로서 그 내해 안에도 수중 도시가 자리잡고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그 유적이 남아있음을 밝혔다.
  "나는 그 중심부와 수중 도시를 오가며 생활을 이어갔다, 중심부에서 일을 하고, 집에 갈 때에는 수중 도시의 동부 구역로 배를 통해 이동을 했지."
  그에 이어 그는 초원 지대는 본래 도시의 동부 구역에 해당되는 곳으로서, 나는 아직 보지 못했겠지만, 초원의 곳곳에는 도시가 있었음을 알리는 유적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임을 알리고서 이전에 내가 만났던 엘리나 그리고 라미샤라는 이름을 가지는 두 명의 소녀 역시 초원 지대에서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의 흔적들이 자리잡은 유적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건너편에 보이는 거대한 수정들 역시 유적의 일부지."
  라고 그 수정들이 본래 어떠한 것들인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서 행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나 역시 시냇가 건너편에 보이는 수정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두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말을 선뜻 믿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그 곳으로 가서 정말 유적인지의 여부부터 확인하기로 그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면 이만 나는 가도록 하겠다, 이제 나는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모두 다 했고, 더 이상 내가 너의 곁에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 때, 노인이 그렇게 작별하겠음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고, 그 이후, 내가 지금껏 나아갔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는 그를 향해 돌아설 무렵, 그는 나에게 뒷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겸할 법한 마지막 말을 나에게 남기려 하였다.
  "아가씨는 지금 이후로 나를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려줄 사람은 아가씨의 발이 닿는 곳에 반드시 있을 거다. 물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아가씨가 잘 전해줄 수만 있다면 자세한 이야기를 그 사람이 해 줄 수 있겠지."
  그리고 자신은 도시의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을 뿐, 도시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며, 도시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수정 도시를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다시 들러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린 이후에 소문에 의하면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호수에서는 누군가가 외지에서 온 용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면 한 번 들러보라는 말을 건네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에게서 점차 멀어지며, 나의 눈앞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추어 가려 하였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의 모습은 더 이상 나의 눈앞에서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나와의 거리가 멀어진데다가 지금껏 언덕길을 걷기도 하였으니, 언덕길을 내려오며 눈앞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라져 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나는 노인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작별 인사를 할 여유조차 노인이 나에게 주지 않기는 했지만 그 조짐을 바로 알아차리고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인이 어떤 사람일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나름 추측을 해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으며, 그 시간 속에서 여러 과정 역시 거쳐야만 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다리를 건넌 이후, 그 너머로 보이는 풀밭에 이를 무렵, 다시 레반테아가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빛을 발하기 시작, 통신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마리아 에르세레즈의 곁을 떠나 나에게 온 지도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그것은 금세 나에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서, 그것은 나에게 마리아에 대한 나의 '어떤 추측' 이 옳았음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일까.
  "유네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
  "응, 별 일 없어. 이제 근방에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가려 하고 있어."
  에르시아가 바로 건네는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묻고 싶었던 바를 곧바로 드러내려 하였다, 에르시아가 머무르는 마을의 곳곳에 수정이 박혀 있거나 한 광경이 보이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수정이라면, 아데시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생긴 수정 결정을 말하는 거야?"
  이에 무언가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에르시아. 그리고 그 되물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자, 그는 곧바로 이미 자신도 그것들 중 하나의 근처에 있음을 알리고서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수정들이 작은 수정들의 무리를 에워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밝혔다.
  "이 지역 일대에서는 결코 낯설지 않은 광경인가 봐, 사람들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신기해 하지 않더라."
  그리고 그렇게 언급을 하는 것으로써 마을에 사는 이들은 이제 수정들이 곳곳에 박힌 광경에 낯설지 않음을 알리는 에르시아. 그리고 자신이 추측한 바에 따르면 지역 일대의 지면, 그 일부까지 수정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 지면에서부터 수정 결정이 생성되어 커지고 있는 것 같다는 언급을 하였다.
  "마을 인근으로 가면 건축물처럼 생긴 수정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여, 수정들도 많이 있고. 그래서 간혹 사람들 중에서 그 건축물과 수정 조각의 일부를 떼어내어, 유리 그릇 등을 만드는 경향도 있대."
  이후, 나에게 마을 인근에도 유적으로 추정되는 건축물처럼 생긴 수정 조각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음을 알리는 에르시아.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마을 사람들이 수정 조각의 일부를 활용하여 유리 그릇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그에 관한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 유리, 곧바로 활용해도 되는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 수정을 이루는 성분이 순수한 유리에 가깝기 때문에 수정 조각을 녹여서 바로 병이나 그릇을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대."
  그러면서도 다만, 구역 내에서의 수정은 무언가 작용이라도 받고 있는지 충격을 받아도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서, 그래서 수정을 활용할 때에는 작은 결정들이 모인 것을 수집해서 그 결정들을 소형 입자선 칼날 장치를 이용해 잘라낸다고 마을에서 수정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을 뿐만이 아니고, 마을 인근의 초원 곳곳에도 그러한 수정 조각들이 발견되며, 이들은 마치 유적을 수정을 통해 구현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신기한 요소를 갖추고 있대.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내가 건네는 물음에 대답을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물음을 건네려 하는 에르시아.
  "유네아가 지금도 수정들이 곳곳에 박힌 초원 지대를 걷고 있다면, 분명 내가 있는 곳과 거의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물어 보도록 할게. 혹시 그 초원 지대에 수정들이 곳곳에 박히게 된 사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이어서 그는 솔직하게 말하라고 힘을 주어 사실상 '강요' 를 하였다. 이에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면 어떻게 된냐고 묻자, 에르시아가 반 짜증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
  "솔직히 말 못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솔직히 말할 테니까, 염려치 말고."
  그러자 나는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그를 달랜 다음에 에르시아에게 의외스러운 정보를 하나 알아낸 바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주겠음을 알렸고, 그러면서 그로 인해 놀라더라도 행여 쓰러지거나 하면 안 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한 이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야, 그 분께서는 내가 위치한 곳 일대의 여러 지역이 사실은 과거에 존재하고 있던 하나의 '거대한 인공 도시', 그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었어. 한 때는 이들이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도시가 멸망하면서 도시의 일부였던 곳들이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의 형상은 도시가 있었음을 알리는 일종의 유적으로서, 원래는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어느 순간에 도시의 건축물들이 파괴되거나 수정으로 변질되면서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으리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음을 이어서 밝혔다.
  "그렇다면 서쪽 교외에는 바다처럼 큰 호수가 있고, 그 너머에 수정 도시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도시 역시 '인공 도시' 라는 것의 일부분이라는 거야?"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렇대,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그 대화를 통해 나는 에르시아 역시 수정 도시를 알고 있으며, 그는 수정 도시의 호수, 너머의 먼 동쪽에 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에르시아가 당시 머무르고 있던 곳이 내가 위치하고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 역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곳이라면 분명 수정 도시의 동쪽이었으며, 내가 그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에르시아, 그렇다면 어쩌면 내가 너의 근방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왜? 너도 지금 내가 위치한 곳과 가까이 있는 거야, 그러면?"
  당연히 그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그 생각을 드러내는 대답을 하고, 그에 이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에르시아에게 물으려 하였다. 그러자 에르시아는 곧바로 나에게 '데르 샤라인(Der Sharajn)'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작은 도시임을 밝히고서 자신은 도시의 서부 구역에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통신을 끝내려 하다가, 무언가 갑자기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잠시만 더 기다려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외쳤다.
  "잠깐만, 유네아!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어, 지금껏 말하지 않고 있는데, 그러다가 잊을 뻔 했네."
  "물을 것? 그게 뭔데?"
  이어 에르시아는 나에게 혹시 라미샤 그리고 엘리나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고서, 이어서 자신이 물음을 건네는 사유에 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엘리나 그리고 라미샤라는 이름을 가지는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혹시 자신들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 이전에 파란색 긴 머리카락과 하늘색 옷, 그리고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사람을 보았다면서 그 사람이 혹시 내가 아니냐고 물은 바 있어."
  그리고서 자신은 그들을 만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아니라고 답을 했지만, 그들이 그런 자신의 반응을 선뜻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음을 언급한 이후에 자신이 만났던 옷차림의 자세한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은 탓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같은 특징을 가지는 사람이 성계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혹시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이름이 엘리나 그리고 라미샤이며, 모두 하얀 옷차림을 하고 있어. 한 사람은 검은색 다른 사람은 감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서로 함께 행동하는 이들이야."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라미샤 그리고 엘리나가 데르 샤라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도시에 살고 있으며, 그 마을에서 에르시아를 만나, 나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그 모습을 보며 그를 나로 착각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일단은 데르 샤라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도시로 빨리 가 보기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빨리 옮기려 하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알았어, 곧 그 곳으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한참 늦을지도 모르지만 도착은 할 테니까!"
  "좋아, 꼭 와야 해, 언제라도 기다릴 테니까."
  이에 언제라도 기다릴 테니, 반드시 와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는 에르시아. 그리고 곧바로 통신을 끊어 레반테아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다.
  '라미샤 그리고 엘리나, 두 사람이 에르시아를 보며 나로 간주했다라.......'
  이후, 나는 계속 길을 걸어, 수정이 모인 곳을 향해 다가가면서 그들에게 나를 만나 긴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고, 그 추측은 내가 급히 도시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렇게 급히 길을 가야 할 상황이 되다보니, 수정이 모인 곳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하는 일은 당장에 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런 일은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 라미샤, 엘리나와 함께 그 곳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그렇게 수정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나는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곳에 이를 기회가 있을 테니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나의 심정을 위로하려 하였다. 물론 두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능해야 제대로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음이 어디인가.
  하지만 데르 샤라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도시는 당장에 보이지 않았다. 우선 수정들의 구역을 먼저 지나쳐야 하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곳을 지나쳐도 당장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바로 들고 있었다. 그런 예감을 가지며 나는 제법 오래 걸어야 할 필요를 느끼며 그 의식을 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물론 발걸음 자체는 이전에 비해 빨리 했다, 그래야 도시에 빨리 이를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마음을 다급히 가지지는 말자, 그래야 당장에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마침내 시냇가 너머로 보이는 수정들이 모인 곳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수정들이 모여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곳. 그 곳의 안쪽에는 이전에 나의 곁을 떠났던 노인이 언급한 대로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부서진 건물들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부서진 건물의 모습을 유리를 통해 표현한 것 같은 광경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수정으로 조각을 한다면 이런 식으로 부서진 건물의 모습을 표현하려 하지는 않겠지. 가급적이면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표현하려 할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그 구역 일대를 한 번이나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나, 일단은 데르 샤라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마을에 이르는 것이 더욱 다급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 그 곳을 가급적이면 빨리 지나치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 곳의 특성과 인근의 모습을 기억하려 하였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다만,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이정표 하나가 그렇게 멀지 않은 앞에 자리잡고 있어서 기억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기는 했다.
  잠시 후, 나의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이정표. 그것에는 나를 향하는 방향과 내가 향하는 방향의 두 방향을 가리키는 알림판이 있어서 그 알림판을 통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개의 알림판이 붙어있는 이정표. 각각의 알림판은 하나씩 자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통해 갈 수 있는 곳을 알리고 있어서 나를 향하는 것은 에르비나(Ervina) 라는 이름을 가지는 화원까지 1500 정도 되는 거리를, 그리고 내가 향하는 것은 데르 샤라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곳까지 800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야 갈 수 있음을 알림판의 문구를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800 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800 메타르(Metar) 정도 가야 한다면 앞으로 조금은 더 오래 길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겠네.'
  그러면서 나는 반대 방향으로 1500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면 이를 수 있다는 에르비나 화원에 대한 관심 역시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 곳에도 한 번 정도 가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물론 가야할 곳이 정해져 있었던지라 당장에는 이정표의 위쪽에 부착되어 있는 나를 향하고 있던 알림판에 새겨진 '에르비나 화원 1500' 이라는 문구를 기억하는 정도로 그쳤다.

  이후, 300 메타르 정도 걸었다고 생각될 때에 유리로 이루어진 집들과 그 집들 사이로 드러나 있는 수정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이후, 5 분 정도 더 걸었다고 생각될 때에 마침내 그 집들이 자리잡은 곳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그 곳이 마을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이전에 보았던 수정들이 모인 하나의 장소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곳은 뭐지, 이전의 그 곳과 비슷한 곳인가.'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러한 생각을 하며 그것을 혼잣말로써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유적처럼 보이는 장소의 근방에 이르렀을 때에 나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낸 표지판을 보면서 그 표지판에 새겨진 'DER SHARAJN' 이라는 문구를 통해 비로소 그 곳이 내가 나아가기로 한 마을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역시 마을이었구나, 어쩐지 길 따라 가니 왜 보이나 싶었다.'
  표지판을 통해 그 곳이 마을임을 알아차리고서 비로소 웃으며 마을과 이어져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었으며, 발걸음도 그 기분에 맞추어 가벼워지고 있었다, 가급적이면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그와 더불어 다급해진 마음으로 인해 생긴 머리의 가벼운 통증도 어느덧 씻은 듯이 나아지고 있었다-처음에 '씻은 듯이 낫다' 라는 표현에 대해 들었을 적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허상의 표현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하고 나니, 그런 표현이 생길 만도 하다는 생각을 비로소 할 수 있었다, 정말 머리의 아픔이 기운이 물에 씻겨 가는 듯이 사라져 갔다-.

데르 샤라인 남부 입구
  동부 초원 지대의 유일한 도시다운 도시라 알려진 곳, 데르 샤라인. 구역 자체는 라넬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지만 정작 도시에는 건물들이 밀집된 구역이 적어 실제 살아가는 이의 숫자는 라넬리스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으며, 실제로 거리에 주로 돌아다니는 이들은 놀기 위해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래, 일단 엘리나, 라미샤부터 찾자, 어디에 있으려나.'
  그런 도시의 출입구를 잠시 둘러보다가 우선 두 사람부터 찾기로 마음을 먹고, 도시를 이루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들 사이로 난 유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나아가며 건물들 사이를 오가려 하였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라지만 그 곳 역시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 도시와 외관상 큰 차이는 없었다. 아니, 수정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집들이 모인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이루어진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성계에 존재하는 수정들의 무리는 도시의 형상 자체를 거의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건물과 거리 사이로 돌출한 수정을 제외하면-. 물론 건물 보수를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형상이 온전한 건축물들이 많은 곳이라면 거주에 문제가 없을 수 있었기에 수정으로 만든 물품들은 거두거나 활용하고, 필요하면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것을 더하기만 하면 집처럼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형상이 온전하고 규모가 큰 거리라면 그래서 사람들이 거주할 만한 곳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