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구성하는 건축물과 그 사이로 난 크고 작은 길을 비롯한 모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체들은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시였지만, 그런 거리의 곳곳마다 물 위에 자라는 식물들과 작은 밭의 풀들이 자라난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그 도시가 수정이나 유리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작은 밭에는 화려한 모습을 보이는 꽃이 피어난 곳도 있었다.
  그런 식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외관은 아름다운 편이었다, 하얀색과 무색을 비롯하여 하늘색, 파란색을 띠는 구조물들의 모습도 보였으며, 수로는 그 바닥이 파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마치 푸른 물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물론 자연의 수로와 달리 투명한 물이 그대로 흘러 푸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는 했지만, 그 색은 바다의 푸른색처럼 하늘의 푸른색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이외에도 하늘색, 푸른색이 하얀색이나 무색을 띠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꾸미는 역할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보니 하나의 색만을 바라볼 때의 단조로움을 느낄 이유는 없었으며, 그래서 눈도 쉽게 피곤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하얀색이나 무색만으로 이루어진 거리였다면 걷다말고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눈이 쉴 수 있을만한 곳을 우선 찾았을 텐데, 다행이다.
  그 도시를 따라 걸으며 도시의 사정을 잘 알 수 있을 법한 사람을 먼저 찾으려 하였다. 두 소녀의 거처를 처음부터 알 수 있을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거리의 서쪽 외곽 구역에 해당되는 곳을 계속 둘러보다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투명한 수역 바로 앞의 가장자리에 수정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의자에 앉은 한 사람을 보자마자 그 사람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가려 하였다.
  반구형 중심과 둥글고 넓은 챙으로 이루어진 하얀 모자를 쓰며 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중년 남성. 그는 연두색을 띠며 소매가 짧은 셔츠와 회색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모습을 보이는 이로서 오른손으로 낚싯대를 잡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낚싯대의 끝에는 투명한 실이 달려 있으며, 그 실은 투명한 물 속에 잠긴 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낚시를 하기 위해 줄을 물 속으로 내밀고 있는 건가.'
  그렇게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잠시 보다 말고, 나는 가장자리로 다가간 이후에 물을 향해 허리를 굽힌 자세를 취하며, 가만히 내려다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이전에 본 수정 도시의 호수에서처럼 그 물에도 물고기가 없으리라는 예상과 더불어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하고 있으면서 허리를 굽힌 채, 수면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물고기들이 있잖아?'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투명한 물 속에는 여러 물고기들이 화려한 움직임을 드러내며 헤엄을 치고 있었다. 하얀 무늬와 붉은 무늬가 그려진 물고기, 파란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물고기 등, 여러 모습과 색상을 가지는 이들은 혼자서 혹은 여러 무리가 모여 요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오르네아스(Orneas) 바다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섬 일대의 해안에서 자주 보았던 열대 물고기들과 닮아서 먹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그래도 섬에 사는 이들은 잘 먹었지만-.
  "왜 그러지? 물고기들이 물 속에 사는 모습은 처음 보나?"
  그 때, 그런 나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놀라며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서려 하였고, 그러면서 나는 의자에 앉은 중년 남성이 모자를 눌러써 얼굴 모습을 반 즈음 감추고, 낚시대가 앞을 향하고 있도록 한 채로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물고기들이 물 속에서 살고 있음에 대해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표정을 짓고 있더구나. 그래서 그 모습을 처음 보아서 그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이어서 나를 두고 그렇게 말한 이유에 대한 언급을 하는 중년 남성. 그리고 자신을 '베르손(Berson)' 이라 칭하면서 나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유네아 린이라 해요, 외지인이에요."
  "유네아라......." 이에 내가 나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답변을 하자, 베르손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남성은 무언가를 떠올리려 하는 것처럼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을 한 동안 보이더니, 결국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 듯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어라? 무언가 제 이름에 대해 떠올리신 것이 있어요?"
  "...... 아니, 없다. 굳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말로는 그렇게 답을 하고 있었지만 암만 생각해도 무언가 생각했다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그 생각을 드러내도록 하였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아 그를 건드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때, 중년 남성이 낚시대를 잡고 바로 앞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흐음, 본론으로 돌아가자꾸나, 혹시 물 속에 물고기들이 사는 모습을 지금껏 본 적이 없나?"
  "그러할 리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 물고기들이 뛰어노는 광경도 보았는걸요."
  그 물음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화답을 하는 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산골에 있던 샘의 물에 작고 붉은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광경을 보아왔던 나로서는 어찌 생각하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본의 아니게 물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을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답을 듣자마자 베르손은 계속 호수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채,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그렇구나, 내가 너를 잘못 보았다."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술하기 시작하는 베르손. 그러는 동안 그로부터 나에게는 그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존재' 에 관한 설명이 나에 대한 오해와 관련된 발언과 함께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네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네가 '인공 생명체' 의 일종으로서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라 오해를 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나 보구나, 미안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라고요!?"
  인공 생명체, 그야말로 인공적으로 창조된 생명체로서, 자연이 아닌 인위적인 기술에 의해 창조되었다하여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는 행위' 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으며, 또 그것으로서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행위' 로서 금기시하는 성계도 당연히 존재한다. 개중에는 물론 인격체도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그런 이들이라고 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나와 같은 모습을 보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나는 당연스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그런 존재가 이 곳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세상에는 있지."
  이후, 그 존재에 대해 간단히 언급을 하는 베르손. 그에 이어 그는 어떻게 그런 존재들이 세상과 차단되면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곳에 있기에 이 곳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외지인인가, 그렇다면 그 곳에 한 번 정도 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에 이어 혹시 수정 도시의 지하를 본 경험이 있느냐고 대뜸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는 베르손. 이에 나는 가 본 적이 없다고 바로 답을 하였다. 갑자기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찾아온 일에 당황하면서 수정 도시에 나가는 일에 급한 행동을 취하고 있던 탓에 그 곳을 들를 여유조차 없었고, 그래서 그 곳에 들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 데다가, 도시의 지하에 무언가 특별한 곳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정 도시에 지하 구역이 있었나요? 그런 곳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 곳에 들른 적이 있긴 했군."
  그러자 그런 나의 모습에 대해 바로 화답을 하더니 곧바로 기회가 되면 수정 도시의 지하 구역을 찾아, 그 곳으로 가 볼 것을 부탁하는 말을 건넨 이후에 내가 잘 모르는 인격체의 생활 방식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베르손. 하지만 그의 낚시는 한 동안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물의 밑바닥을 자세히 보니, 수역의 물고기들은 미끼 하나 없이 가장자리 근처에 덩그러니 놓여진 낚시 바늘을 바보 취급하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고 있어서 그의 낚시가 부질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 광경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물고기들이 바늘을 그렇게 취급하니 하루는커녕 일주일이 지나도 물고기가 낚일 리 없잖아!'
  암만 시간을 기다려도 소용이 없어 보이는 상황, 그런 상황을 두고 나는 내심으로 지켜보기 답답해지는 것을 겨우 참아가며 혼잣말로 그런 심정을 달래려 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을 걸려 하지 않았다. 낚시대를 잡고 가만히 앉아 있는 데에는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물고기가 낚일 리가 없다고 말했던가, 그럴 수밖에 없긴 하겠지."
  그러자 그는 나의 혼잣말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평온해진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더니 내가 왜 부질없는 결과를 피하지 못하는 낚시를 하는지를 알려주겠다는 말에 이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감정의 변화 없는 목소리로 이어가려 하였다.
  "나는 물고기를 낚는 사람이 아니다, 기회를 낚는 사람이지. 조용히 이런 곳에 머무르며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때를 기다리기 위한 행동을 할 따름이라는 것이지. 때로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기회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기회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지."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 낚시를 한다고 말하는 베르손. 뭔가 무거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며 말을 했지만 실상은 왠지 그가 하는 말과 여러 의미로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고개를 돌려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실은 그저 놀겠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그렇지요?"
  "......." 그러자 그저 피식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베르손. 그 때, 그의 바로 앞 멀리서부터 감색의 긴 머리카락을 휘두르며 하얀 옷을 입은 소녀 한 명이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하얀색을 띠는 반소매 셔츠와 무릎까지 내려가는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로서, 손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몽둥이 하나를 쥐고 있는 이. 그런 그가 달려오는 기세와 더불어 몽둥이를 쥐고 있는 손의 자세가 심상치 않아 보였고, 표정 역시 급격히 화가 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며 내달려오더니 결국에는 베르손의 바로 앞에 이르면서 격렬히 목소리를 내며 외치니,
  "아저씨! 이제 집에 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방금 전에 식사 준비 했으니까 어서 집으로 와서 식사 하세욧! 안 그러면 제가 아저씨 몫까지 다 먹어버릴 테니까!!!"
  "왜 그러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데."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소녀에게 싫증을 은근히 드러내는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이에 소녀는 몽둥이로 베르손의 머리를 후려칠 기세를 보이다가 결국 차마 연장자인 베르손의 머리를 함부로 내칠 수는 없었는지 베르손이 앉은 의자의 등받이 바깥 부분을 격렬히 후려쳐 등받이에 충격을 가하면서 외쳤다.
  "해야 할 일 노래는 이제 그만하고, 어서 집으로 와욧!!! 그 핑계로 언제까지 호숫가에서 놀고만 계실 거예요!?"
  그리고서 계속 가만히 있을 경우, 때려서라도 강제로 끌고 가겠다는 기세를 드러내자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한 채, 베르손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전의 나름 위엄이 있는 목소리와 대조되는 기가 약해진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래, 미안하다, 라미샤. 어서 집으로 가자꾸나, 식사 준비는 제대로 했니?"
  "당연하지요, 이리나도 제 동생들도 먹어야 할 음식이잖아요."
  그렇게 한 동안 대화가 이어진 이후에 조용히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베르손. 이어서 그가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나에게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보일 무렵에 라미샤라 칭해진 소녀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의 바로 앞에서 뒷머리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을 내리는 자세를 취하며 말을 건네려 하였다.
  "실례했어요, 저 아저씨께서 만날 저렇게 물가에만 앉아 계셔서 겨우 식탁으로 불러오느라, 본의 아니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온화해진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이어가며 라미샤는 혹시 이전에 자신을 만난 것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나는 그렇다고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초원에서 만나기 전부터 이미 그 모습을 보고 기억도 하고 있었다- 이리나는 집에 있느냐고 물었다.
  "예, 지금 식사 준비 중이에요, 이번에는 베르손 아저씨를 데려오느라 다들 식사 대기 중이에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잘 하면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살고 있는 곳으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에게 집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려 하는데, 그 때, 라미샤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혹시 집으로 오실 의향이 있으세요, 식사도 제공하고 싶은데."
  "물론이지요, 두 분의 집에는 어떻게든 들르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이후,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였고, 이에 라미샤는 바로 알았다는 화답을 한 다음에 곧바로 집으로 같이 가자는 말과 함께 곧바로 수역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베르손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다른 이들도 이제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 채,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것은, 소정령을 부르는 기본 자세 중 하나인데?'
  이에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정령을 부르는 일이 내가 아는 바대로 세니티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취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예상한 바대로, 라미샤의 손바닥 위에 무지개의 빛을 띠며 자그마한 구체가 놓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소정령을 '아르페아(Arphea)' 라 칭하며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아르페아, 집에 있는 가족들이 지금 어떠한지를 알려주지 않겠니?"
  그러자 그 물음에 곧바로 반응한 듯이, 아르페아의 바로 위로 하나의 상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상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베르손과 여전히 식탁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는 이리나를 비롯한 여러 어린 소녀들이 초조해진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아르페아가 불러온 상이 사라지도록 한 후, 라미샤는 다시 한 번 발끈한 모습을 보이며 외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집에 빨리 가라고 말했건만, 어디에 가 있는 거야, 집까지 걸어가는 데에 5 분 이상 오래 걸리지는 않음이 분명 한데."
  그러다가 곧 나를 보더니 온화한 표정을 지으려 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는 라미샤. 그러면서 자신이 앞장서서 집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아르페아를 바라보며 외쳤다.
  "이리나, 혹시 듣고 있니? 듣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전해, 베르손 아저씨, 기다리지 말아 달라고! 베르손 아저씨께는 내가 그 분을 위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설마, 너......!?" 그 때, 경악의 심정을 드러내는 듯한 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라미샤는 "괜찮아." 라고 화답을 하고서 다소 엉큼한 듯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며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듯한 말을 그에게 건네려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언젠가 한 번 본 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나의 앞이나 이리나에게는 다소 온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에게는 그저 답답한 존재일 뿐인 베르손에 대해서는 분기를 감추지 못하는 라미샤. 그런 라미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있었다, 그 분기를 감추려다가 혼난 일이라면 나도 이미 겪은 적이 있으니까.
 
데르 샤라인 서부 거리 구역 -
  잠시 북쪽을 따라 걸어가다가 동쪽을 향하는 길을 통해 서부 거리 구역에 이르는 라미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어느덧 길의 우측 첫 번째에 위치한 1 층 집의 입구 근처에 이르러 그 입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소요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어림잡아 볼 때, 대략 1 분 정도. 몇 분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 베르손에 대해 라미샤가 답답해 할 만도 했다.
  "베르손 아저씨께서는 집으로 오셨을까요."
  "아직 오시지 않으셨음이 분명해요, 또 어디엔가, 제가 모르는 곳에 숨어 있겠지요. 이전에는 도박장에 갔다가 저에게 붙잡혀 온 적도 있어요."
  "예!?" 이에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암만 몹쓸 어른이라도 도박장에 함부로 드나들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베르손이라는 인물의 면모가 그런 예상과 맞지 않음에 대해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발언을 행하기 시작하는 라미샤. 그 목소리가 마치 치를 떨고 있음을 내가 완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그가 보였던 이전의 행각 중에 심한 것이 있음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암만 어른이라도 그 정도면 심한 것 아니에요, 자기 집도 아니고 남의 집인데, 그 집의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정말이에요, 그런 분이셨다는 것이?" 이에 나는 그저 놀랄 뿐,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무언가 큰 뜻이 있어 보였던 베르손이 실제로는 라미샤와 이리나의 가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만 할 뿐이었던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르손에 대해 나쁜 말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기분 나쁜 말을 이어 해서 좋을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그 문이 열리면서 잠시 후에 한 명의 소녀가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였다. 무릎까지 내려가는 치맛단과 두 어깨 끈 등이 구성 요소이며, 소매가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이로서 검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그 소녀는 앞장서서 온 라미샤와 그 뒤를 따라온 나의 모습을 보더니 우선 라미샤에게 물었다.
  "베르손 아저씨는 일단 내버려두기로 한 거야, 지난 번처럼?"
  "응, 분명 반발하겠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 본 때를 확실히 보여줘야지."
  이에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알리는 목소리로 답을 하는 라미샤. 그리고 일단 들어가서 식사를 하자고 말하며 먼저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문 너머에서 '식탁에 아이들 전부 다 있지?' 라는 목소리를 내는 라미샤. 그러자 이리나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답으로써 다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화답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라미샤가 안으로 들어갈 즈음에 문 너머를 향해 안으로 들어가도 되느냐고 바로 물음을 건네었다.
  "예, 어서 들어와요, 들어온 김에 식사도 하시고."
  그러자 밝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는 라미샤. 아무래도 베르손의 몫을 나에게 줄 모양이었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찾게 된 라미샤와 이리나의 집. 그 수정으로 이루어진 식사를 위한 공간과 그 한 가운데에 놓여진 새하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위한 길다란 식탁. 한 쪽에는 라미샤와 두 명의 소녀들이 앉아 있었고, 그 건너편에는 세 명의 소녀들과 함께 내가 앉아 있었다. 본래 내가 앉은 자리는 베르손을 위한 자리인 듯해 보이나, 베르손이 식탁에 오지 않자,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 듯해 보였다. 이리나가 앉기 위해 마련되었을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의 근처에 앉은 아이들. 아주 어린 아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리나와 나이 대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아이까지의 그 5 명은 각자 다른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하고 있으면서 각자 은빛을 띠는 식사 도구를 들고 있는 채, 자신에게 올 식사에 대한 기대를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공간, 그 거대한 공간의 한 가운데에는 새하얀 식탁이 놓여져 있다. 그 식탁은 공간의 내벽과 마찬가지로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유리 특유의 매끈하면서 차가운 느낌이 그 모습을 보고 손으로 만지는 동안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느낌을 받으며 유리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 있다보니, 어느덧 마치 얼음 속의 궁전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식탁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경험은 이전에는 전혀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특히 식탁에서는-적어도 식사를 할 때만큼은 평범한 곳에 있어왔다-. 그러한 탓에 식탁에 앉아있는 동안 신기하다는 생각을 항시 마음 속에 두고 있었는데, 그 무렵 멜론과 바나나, 그리고 망고를 비롯한 여러 과일들이 놓인 유리 그릇을 식탁의 어린 소녀들이 앉은 부분에 하나씩 올려놓다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이리나가 조용히 나에게 그에 관해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이런 식탁에서의 식사는 첫 경험이신가 봐요."
  그런 물음을 활짝 웃는 채, 밝게 목소리를 내어 건네더니, 그에 이어 첫 경험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라고 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리나. 그 이후, 그는 그 말에 이어 그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채로 그 첫 경험이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이어서 전하였다.
  그러는 동안 주방에 놓여 세 장의 빈 그릇을 오른손 혹은 왼손의 손바닥 위에 올린 채, 다가오더니, 그에 이어 주 요리일 법한 음식을 담은 큰 그릇을 두 손으로 들어 가져오는 이리나. 그가 가져오는 그릇 위로 상추 위에 반 즈음 구워진 붉은 살코기와 새하얀 치즈 그리고 오렌지 조각이 원을 그리며 놓여 있으며, 상추 조각과 붉은 살코기, 치즈 그리고 오렌지 조각 사이에 원들로 이루어진 고리처럼 하얗고 붉은 피망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붉은 바탕에 길다란 흰 무늬가 그려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고기 조각, 그 고기 조각들은 일전에 본 적이 있었다. 집돼지나 멧돼지의 갈비 살을 말린 후, 훈제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고기의 일종. 장기 보존을 위한 음식이라지만 나름 고소한 맛이 있어서 좋은 음식 취급을 받는다고 알려진 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처음 그 맛을 보았을 당시에는 꽤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내가 직접 멧돼지를 잡아서 요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멧돼지를 잡은 일이 그야말로 우연에 의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구워진 고기를 활용한 음식은 세니티아 등지에서는 '샐러드' 라 칭해지는 것으로써 식사의 '후식' 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리나 등의 집에서는 그 음식을 주식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그 이외에는 생과일 거의 그대로였다. 열 이용은 할 수 있지만, 고기 등의 조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탓인지는 몰라도 그리 많이 활용되지는 않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어서 들어오는 노란 액체가 담겨진 유리병과 얼음으로 채워진 투명한 유리잔들 사이로 채워지는 보라색 액체. 사과즙으로 만든 샐러드를 위한 소스와 포도로 만들어진 주스가 채워지기 위한 유리병은 본래 차가운 것이었는지 마치 땀을 흘리듯이 물방울들이 맺힌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리로 이루어진 투명한 공간의 모습과 어울리며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식사 시작이야, 모두 맛있게 먹으렴."
  "잘 먹겠습니다아~~~." 이어서 이리나가 자리에 앉으며 주변의 소녀들에게 온화하게 인사를 하자, 그에 대한 답례로써 아이들 역시 잘 먹겠음을 알리는 인사를 하며, 각자의 자리에 놓여진 빈 그릇에 음식을 덜어먹기 시작하였다. 특히 고기 조각들이 빨리 없어지려 하였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대체로 고기 조각들을 선호하고 있었던 모양이다-정확히 말하자면 그 양념 맛에 끌렸다고 봐야 옳겠지만-.
  "간만에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때, 이리나가 아이들이 고기 조각들을 하나씩 집어가는 모습을 두고 밝게 목소리를 내며 그들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나이프로 고기 조각 두 개를 나에게 건네어 나를 위한 빈 그릇에 올려 놓으려 하면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가져요, 혹시나 먹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아직 이름 소개를 서로 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 나에게 하나의 부탁을 하여,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도록 하자는 말을 건네었다, 당분간은 만날 일이 계속 생길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에 이어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 목소리를 내는 이리나. 그의 이름은 '이리나 사피아(Irina Safia)' 로서, 친구인 '라미샤 렐나르(Lamisha Relnar)' 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이 함께 집에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특별히 알릴 바가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자신들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는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동생들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하는 라미샤. 가장 큰 아이부터 차례로 에마렌(Emaren), 에리사(Aerisa), 쿠아라(Quara), 카에린(Caerin), 피레스(Pyres) 그리고 라미스(Lamis) 가 그 이름들이었다. 같은 집에 살기는 하지만 에리사, 쿠아라, 카에린 그리고 피레스가 4 자매를 이루고 있고, 이들 4 자매와 에마렌 그리고 라미스가 각기 다른 성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자매는 아니다. 이런 이들을 라미샤가 서부 초원 지대에 있던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을 거두어 자신이 데리고 있게 되면서 같은 집에 머무르게 된 것이었다.
  자매의 양육은 대체로 라미샤가 맡는다고 한다. 이리나가 여러 일로 인해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실제로 근래에도 이리나가 장기간 집을 비운 전적이 있었기에 남은 아이들을 라미샤가 돌보고는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집을 비우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이 서로 사고 없이 잘 지내기 때문에 집을 떠난 이후에도 그에 대해서 안심은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는 이리나.
  그렇게 집에 사는 이들에 대한 소개를 이리나가 하자마자 내가 그 답례로써 내 이름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 역시 특별히 밝힐 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외지인' 이라는 것 이외에 특별히 언급하는 바는 없었다. 그런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윽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는 이리나.
  "유네아 린이라...... 어디에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네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