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나는 이리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행 준비를 마친 라미샤 그리고 6 자매들이 집을 나서기 위해 방을 떠나, 거실에 이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라미샤는 한 손에 하나씩 피레스와 라미스의 손을 잡고 있으며, 양 옆에는 에리사와 에마렌이, 그리고 그 뒤를 쿠아란과 카에린이 따르고 있었다. 여기에 이리나가 가담하게 되니 8 명의 일행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가족이 한 번에 여행을 가는 광경은 정말 간만에 본다.'
  가히 대가족이라 칭할만한 규모의 가족-비록 한 일족에 속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이 여행을 떠나는 광경은 아주 오래 전에 에르시아와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 본 이래로 두 번째로 보게 되는 것으로서 처음 보았을 때 이래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보게 된 광경이었다.
  "피레스~ 라미스~ 얌전히 행동해야 한다, 알았지?"
  "예에~~" 그러자 그 물음에 곧바로 반응하여 아직 어린 두 소녀들이 큰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 광경을 보니, 내 키의 2/3 을 겨우 넘는 피레스와 라미스의 손을 한 손으로 하나씩 잡고 있는 라미샤의 모습이 마치 그 아이들의 어머니 같지는 않을지라도, 어먼예 해당될 법한 존재 같다는 인상을 전해주고 있었다.
  사실 라미샤와 이리나만 하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적으면 적었지 결코 많지 않았다. 인간으로 치면 12 ~ 13 세 정도일 법한 아이들이 바로 그들. 그런데, 정령일 법한 6 자매들 역시 이들과의 일정한 나이 차를 가지니, 막내에 해당되는 피레스와 라미스의 나이는 인간으로 치면 8 세 정도에 이르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런 어린 아이들을 라미샤와 이리나가 둘이서 보살피고 있으니, 이들이 단순히 큰 언니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준, 그 이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팔목과 어깨 중간 정도에 닿는 짤막한 소매를 가지는 하얀 상의와 감색을 띠는 멜빵 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이는 피레스와 가슴 부분 위에 한 쌍의 어깨 끈이 달린 것으로서 치마 선이 무릎까지 내려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라미스. 나이는 외관 상 비슷해 보였으나, 라미스가 보다 어리다고 한다. 이들 모두 나름 평범한 여자아이들이었으나, 피레스가 유별나게 먹을 것을 밝힌다는 면모가 있기는 하다. 이런 면모는 피레스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드러냈던 것으로서, 아기 때에는 배가 고플 때마다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라미 언니, 라미 언니." 그 때, 카에린이 두 손을 높이 들고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라미샤를 부르려 하였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카에린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라미샤.
  "카에린, 무슨 일이니? 무언가 걱정되는 것이라도 있어?"
  "걱정되는 것은 없는데." 이후, 그는 라미샤에게 수정 도시에 있는 그릇들은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에 곧바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라미샤, 안 된다고 바로 답을 하였다. 수정 도시 내의 유물들을 함부로 가져가는 일은 도시의 외관을 훼손하는 일로서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카에린. 6 자매 중 4 번째인 어린 소녀로서 감색을 띠는 짤막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 모양이 둥글둥글 하기는 했지만 짧다 보니, 그 모습이 남자아이 같아 보이기도 했던 카에린. 당시에도 혼자 새하얀 소매 없는 상의와 폭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소 여자아이 같은 외모와 결부되어 유난히 중성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밝고 성실하지만 엉뚱한 감이 있어 그것으로써 라미샤와 이리나를 당혹케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래도 가져가면 안 되는가 봐요?"
  "예, 한 사람 가져가면 다른 사람도 가져가려 할 것이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다가 최악의 경우에 이르면 수정 도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요."
  라미샤의 바로 앞에 있던 이리나와 함께 길을 걷던 내가 건네는 물음에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는 라미샤. 그러면서 계곡의 아름다운 바위들을 옮기는 일이 반복된 끝에 계곡 자체가 산사태로 파멸된 마을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이 중요한 사례가 될지 모르겠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고보니 떠오르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과거 어느 성계에서는 '미라' 라고 하여 시신을 방부처리한 이후에 공기와 차단되지 않도록 아마포로 감아 관 속에 넣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미라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신앙과 결부되었던지라 신앙이 사라지고, 미라의 가루가 약으로 쓰인다는 허황된 정보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미라를 도굴하기 시작, 결국 미라는 드물게 발견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 이야기. 암만 좋아 보여도 물건을 가져가는 일이 파멸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라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수정 그릇들을 집 안에서 사용하는 일은 해도 돼요?"
  "본래는 안 되겠지만, 깨뜨리거나 금이 가도록 하지만 않는다면 조금 사용해도 괜찮기는 할 거야."
  그 때, 이리나가 라미샤를 대신해 카에린의 물음에 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에 이어 자신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건드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는 카에린. 그러다가 곧 그는 무언가 엉뚱한 상상이 떠올랐는지 밝게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걸려 하였다.
  "수정 도시에는 수정 여왕이 사는 궁전이 있다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 게 있던가......?" 당연히 없겠지만 라미샤는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없다고 답을 하면 카에린이 실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답을 주저하였으리라. 그러다가 이리나가 보다 못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에린을 향해 다가간 다음에 그에게 라미샤를 대신해 답을 해 주었다.
  "수정의 여왕은 없어, 여왕의 조각상이라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구나, 왠지 없을 것 같다고 답을 하실 것 같았어요."
  그러자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내가 들어도 당혹스러울 만한 답을 하는 카에린. 물론 당장에 들으면 그야말로 웃길 수밖에 없겠지만 보살피는 이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데 그렇게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면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난감해 당혹해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수정 조각들을 가지고 있으면 신비한 마력을 얻을 수 있다던데요."
  그 때, 이번에는 카에린의 좌측 곁에 이르며 쿠아란이 밝게 목소리를 내어 수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러할 리는 없으니, 아무래도 쿠아란이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그에 관해 밝히려 한 모양. 당연히 라미샤는 당황하면서도 그저 웃는 모습만을 보일 뿐, 그에게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 때, 다시 이리나가 라미샤를 대신하여 수정 조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나도 그렇고, 라미샤도 수정 조각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수정 조각이 숨긴 힘에 관해 잘 아는 것이 없어."
  "그러면 수정 도시로 가서 몇 개 가져와 봐요, 그 마력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이에 목소리를 높이며 수정 도시에서 수정을 가져오자고 외치는 쿠아란. 그 때 에리사가 그런 쿠아란을 제지하려 하면서 그 수정 조각 역시 가져갈 수 없으며, 가져가려 했다가는 사람들에게 라미샤가 혼난다고 자신이 추측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을 이어하려 하였다.
  "아쉽다~~ 수정 몇 개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자 다소 늘어진 듯한 목소리를 내며 아쉬움의 감정을 표하는 카에린. 그러면서 그는 감정이 차분해진 모습을 보이는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무렵, 쿠아란은 수정을 가져갈 수 없게 된지가 얼마 되었다고 수정으로 이루어진 주변 거리의 모습을 둘러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처음으로-였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일에 대한 설렘의 감정이 마음 속에 가득하였기 때문에 그러하였을 터이다.

  설레임 한 가득 실은 채, 여행을 떠나는 일행을 따라 데르 샤라인 남서쪽의 초원을 향해 나아갈 무렵, 나의 머리 위로 한 무리의 하얀 비둘기들이 도시의 상공을 향해 날아 나를 지나쳐 가는 광경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비둘기들의 숫자는 대략 10 마리 정도. 그야말로 작은 하나의 무리가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이리나 언니 저기 봐요!!! 저희들처럼 비둘기들이 가족을 이루어 여행을 떠나고 있어요!!!"
  그 때,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한 듯이 환하게 목소리를 내는 채, 하늘을 바라보며 외치고 있었다. 그러자 그러할만도 하지 않겠느냐고 바로 화답을 하는 라미샤. 그 때, 에리사가 환하게 목소리를 내는 쿠아란에게 무언가 한 마디 말을 전하려 하고 있었다.
  "비둘기들은 먼 곳을 갈 때마다 항상 가족을 이루며 날아가고는 해, 다른 이들이 아들이 아니더라도, 손자가 아니더라도 함께 모여 가족을 구성하지."
  그리고 그에 이어 머나먼 따뜻한 나라를 찾을 때에도 그들은 대열을 이루며 함께 날아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비둘기들에 대한 설명을 하는 에리사. 물론 뭔가 잘못된 설명 같았고, 당연히 이리나가 그렇지 않다고 에리사에게 설명을 행한 이후에 기러기들이 그러하는 것 아니냐고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기러기예요? 저도 에리사 언니에게 들어서 비둘기들이 그렇게 날아가는 줄 알았는데. 기러기는 날아가지 못하는 것 아니에요?"
  그 때, 이리나의 목소리를 듣고서 에리사를 대신해 되묻는 목소리를 내는 카에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당혹해 하는 심정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카에린은 분명 기러기와 거위를, 그리고 에리사의 영향을 받아 비둘기와 기러기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거위가 기러기에서 유래가 된 사실을-아마 에마렌이나 에리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혼동이 이루어진 듯 싶었다.
  "그건 거위지, 기러기가 아니야, 기러기에서 유래가 되었을 뿐이지, 기러기가 거위로 진화한 게 아냐."
  그렇게 내가 당황하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에마렌이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듯이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에리사와 카에린 그리고 쿠아란에게 다시 한 번 설명을 차근히 이어가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잘못 알고 있는 지식으로 인한 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듯 했다.
  물론 그 와중에 비둘기들은 이미 데르 샤라인을 향해 멀리 가 버린 지 오래였다. 그 동안 피레스는 마치 멀리 가 버리는 비둘기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인사라도 하기 위함인 것일까. 하지만 갈 길이 바쁜 탓인지 비둘기들은 피레스의 외침에도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아니 새의 특성 상, 고개를 돌리기 어려웠던 탓이라고 여기어도 될까.

  이후 초원을 계속 걷는 동안 나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걷는 일행과 약간 거리를 두어 그 우측 근방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채, 멀리 보이는 호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려 하였다. 그러면서 멀리 내다보려 해도 수정 도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이들이 무언가 다른 방식을 통해 수정 도시로의 진입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결부하면서 이들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리나와 라미샤는 분명 무언가 자신들만이 아는 방식으로 도시로 들어서려 할 거야, 그 방식을 사용할만한 곳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무렵, 카에린이 피레스의 손을 잡고 근처의 나무에 기대어 앉은 이로서 검은색을 띠며 목 부근까지 내려가는 짤막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물론 호기심에 의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무에 기대어 앉은 채, 머리에 밀짚 모자를 쓴 모습을 보이는 이, 외견 상으로 내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로서, 왠지 모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드러내는 소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근처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은 머리카락과 검푸른 눈동자의 모습을 보이며, 어깨 부분만 있는 소매를 가지고, 치맛단이 허리 아래 부근까지 내려가는 원피스로서, 하얀 바탕에 푸른 사각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발을 갈색 샌들로 감싸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하얀색을 띠는 불투명한 유리병을 들고 있었는데, 소중한 물건이 들어있는 듯, 소녀는 물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도 그 병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약간 투명한 원피스와 샌들의 모습이 마치 여름의 산길에 개울물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 정령의 모습을 보는 듯한 소녀. 나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지는 소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라미스와 카에린이 손을 잡은 채, 그를 향해 다가오더니 피레스가 마치 잘 아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그를 부르려 하였다.
  "와아! 레니(Renie) 언니다!!! 레니 언니!!!"
  "아아, 라미구나, 잘 있었어?" 그러자 레니라 칭해진 소녀 역시 마치 라미스를 잘 아는 사람처럼 그를 '라미' 라 칭하면서 환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의 부름에 답을 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라미스와 함께 그의 곁에 이르려 하는 카에린. 이후, 레니는 자신의 곁에 앉아 자신에게 안기려 하는 라미스를 두 손으로 안으며 밝게 목소리를 내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몰라보게 변했구나, 예뻐지는 모습이 누구를 닮아가고 있어서 그러하려나."
  이후, 라미스의 모습에 대해 칭찬의 목소리를 내는 레니. 그러다가 자신의 곁에 앉은 채, 밝게 미소를 짓는 라미스를 향해 돌아앉은 채, 그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오늘은 라미에게 무엇을 줄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라미스와 레니가 이전부터 만나 잘 알고 있었으며, 이전부터 레니를 통해 무언가를 받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늘 줄 것' 이 있음은 곧, 이전에 그가 라미스에게 준 것이 있음을 의미함에 틀림없었다. 그런 그의 요청에 밝게 목소리를 내어 답을 하는 라미스.
  "오늘은 뒤에 서 있는 언니를 위한 물건을 받고 싶어요."
  그리고 카에린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라미스. 그러자 레니 역시 카에린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조용히 미소를 짓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는 카에린. 그러자 그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떠오른 듯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카에린이면...... '땅' 인 건가, '바람' 과 '물'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땅' 이라...... 그 아이도 참......."
  자그마하게 목소리를 내었지만 내 귀에는 분명히 들렸던 그의 말. 그 말을 들으면서 그가 언급한 '아이' 는 에리사, 쿠아란, 카에린 그리고 피레스의 어머니를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즉각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 말이 들려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에린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레니가 환하게 목소리를 내며 카에린에게 물었다.
  "선물 받고 싶니, 나에게?" 그러자 아무 생각 없는 듯한 앳된 목소리로,
  "저는 라미스가 이끌리는 대로 왔을 따름인데요, 선물은 필요 없어요, 저와 상관없으니까 된 거예요."
  "그렇구나." 이에 그저 당황하며 미소를 지을 뿐, 레니는 다른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진정을 할 수 있었는지 자신의 곁에 앉은 라미스에게 하얀 수정으로 만들어진 병을 건네려 하였고, 이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임을 바로 알아차리며 라미스가 두 손으로 그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병의 겉모습을 한 동안 계속 둘러보기만 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레니에게 물었다.
  "언니, 이 병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요?"
  "열어보면 알게 된단다, 위험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는 않아도 돼."
  그러자 밝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는 레니. 그리고 라미샤와 이리나는 잘 있냐고 물었고, 그에 이어 이리나는 요즘도 자주 밖에 나가느냐는 물음을 이어서 건네었다. 이후, 그 두 물음에 라미스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답을 하자 그는 레니는 "그렇구나." 라고 답을 한 다음에 카에린을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기회가 되면 함께 집들이라도 가자고 해, 데르 샤라인에도 집들이 할만한 곳은 많이 있잖아, 예를 들면 근처에 작은 음식점도 있고. 너무 화려한 곳을 가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근방의 작은 찻집에서 차라도 한 잔씩 마시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하나의 제안을 하고서 라미스를 두 손으로 조용히 안으며 말하였다.
  "큰 언니들을 어머니처럼 잘 따라야 한다, 그들은 서투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씨만큼은 착하기 때문에 너희들을 잘 이끌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쁜 길로 인도하지는 않으려 할 거야. 그리고, 네 언니들이 어머니가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처럼 대하면 안 되고, 알았지?"
  "예." 그리고 그 물음에 라미스가 밝게 목소리를 내며 물음에 답을 하자, 레니는 조용히 두 사람에게 라미샤의 곁으로 돌아가 줄 것을 당부하고서 그들이 찾을까 걱정된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러자 카에린이 알았다고 화답하고서 그에게,
  "자아, 라미스, 어서 돌아가자. 라미 언니가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말하며 다급히 그를 데리고 라미샤, 에마렌 그리고 에리사 등이 머무르고 있을 일행을 향해 돌아가려 하였다. 처음에는 걸었으나, 이후에는 뛰었다. 아무래도 걸어서는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하였으리라.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간 이후에도 나는 레니의 곁에 계속 남아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 무렵, 갑자기 레니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카에린 그리고 라미와 함께 머무르고 있었지요? 물론 지켜보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나의 존재를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진 채, 물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으면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기 시작하는 레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레니(Renie) 라고 해요. 성도 있긴 한데, 그렇게 중요치는 않아서...... 아무튼 레니라고만 알고 계시면 될 거예요, 오래 전부터 데르 샤라인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던 요정 혹은 정령 중 한 사람이지요. 본시는 도시 동부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이렇게 호수에 머무르고 있어요."
  이후, 내가 답례로써 나에 대한 소개를 하자, 곧바로 "그렇군요." 라는 목소리를 내는 레니. 이후, 레니는 한 동안 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그 모습에 대해 내 사정을 바로 알아차렸는지, 혹시 수정 도시의 모습을 둘러보지 않았느냐고 물은 다음에 내가 그렇다고 답하면서 바로 놀라는 모습을 보이자, 그런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 채로,
  "그러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구역에서 가장 탐구할만한 것이 많은 곳은 수정 도시인데, 당신과 같이 탐구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 곳에는 반드시 들렀으리라고 추측하면서 그랬었던 거예요."
  라고 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하는 레니. 하지만 계속 앞을 향하고 있기만 하고 있으면서 혹시 초원과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었다.
  당연히 있었다, 초원의 곳곳에 자리 잡은 수정들과 수정으로 이루어진 여러 사물들. 그 모습을 보며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해 이전에 들은 바가 있기는 하나, 그것이 확실한지에 대한 믿음은 잘 들지 않고 있었다.
  "초원의 곳곳에 어떻게 수정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수정으로 이루어진 사물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이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는 한데......."
  그런 생각을 드러내며 물음에 대한 답을 한 이후, "그러셨군요." 이에 가만히 자리에 앉으면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레니는 나에게 혹시 그에 대해 가능하다면 알려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나는 이전에 만났던 노인에게서 들은 그대로, 수정 도시의 유래에 관해 그가 설명한 바를 대답으로써 거론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레니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인지 대략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도 그 분께 그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고, 처음에 그 말을 선뜻 믿지 못했지요. 그러면서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정 도시가 과거의 문명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하였어요. 과거의 문명에 대해서는 중앙 도서관 등에 수록된 기록을 참고하면서."
  그리고 그는 노인의 견해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었음을 확신했음을 밝히는 레니. 그러면서 그는 수정 도시에서 일어난 일체의 현상이 '대변혁기' 라 칭해지는 하나의 큰 시기와 관련이 있으며, 수정 도시가 본래는 성계의 중심이었던 한 인공 도시의 중심 구역에 해당되는 곳으로서, 대변혁기 이후, 수정으로 변질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는 언급을 뒤이어 하였다.
  성계에 있었다는 대변혁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략이나마 짐작은 가능했다. 세니티아 성계에서도 있었던 '새 시대의 시작' 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바로 그것. 그런 추측을 하고 있는 동안, 레니는 조용히 앉은 채, 그 '대변혁기' 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우선 그가 꺼낸 이야기는 성계에 본래 살고 있던 존재에 관한 것이었다.
  "이 곳은 성계 중에서도 가장 온순하며 4 계가 분명한 기후 조건을 갖춘 곳으로서, 그에 걸맞게 대지에 내리는 태양열과 비의 양도 일정한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기상 조건을 갖춘 곳이에요. 그래서 한 때에는 한 없이 천국과 가까운 대지라 칭해지고 있는 곳이 바로 그 곳이었지요."
  이후, 그런 조건으로 말미암아 성계의 인간이 1 년마다 풍성한 식량을 확보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었으며, 비슷한 환경 조건이나 활동할 수 있는 계절이 긴 환경을 갖춘 다른 지역 역시 그 초원에서와 비슷한 수준이나 그 이상의 삶을 항시 누릴 수 있었는데, 여기에 문명의 발달이 고도화로 치달으면서 그 생활의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사람들의 물질적 행복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문명이 대변혁기를 맞으면서 몰락했나 보네요."
  "그렇다고 해요." 이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는 레니. 이후, 그는 점차 늘어나는 인구를 대지가 감당하기 힘들게 되어, 비옥하던 대지가 점차 사막으로 변해가는 등, 행성의 표면이 황폐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한계에 부딪친 대지를 대신할 수 있는 인류의 거주 구역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 시작되어, 마침내 행성의 곳곳에 여러 형태의 인공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간 거예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었다, 인간이 풍요롭게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떠나 극지방과 같은 험난한 곳에 있으면 분명 문명 생활의 영위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진대, 왜 풍요로운 대지를 떠나겠다는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잘 이해를 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과거 시대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자신의 주 무대였던 대지를 떠난 이래로 어디로 갔으며,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던 것.
  "극지방에 가까운 구역이나 남극의 일부 구역 그리고 심해의 해저 지형으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생물이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을 이루는 곳을 '재앙의 땅' 이라 부르며 다시는 그 지역으로 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류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에요."


  "그들에 대해서는 항상 안심하고 있어도 될 거예요. 행여 그들이 놀랄만한 행동을 하더라도 공격적인 행동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요. 유네아 양의 경우도 아마 자신들과 가까운 존재로서 정령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크게 해하는 경우는 유네아 양께서 예상한 바 수준까지는 없을 거예요."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대뜸 수정 도시에 갈 예정에 관해 물음을 건네는 레니.
  "그러고보니 유네아 양께서도 수정 도시로 갈 예정이 있었지요?"
  "예." 이에 나는 그렇다고 답을 하자, 레니는 혹시라도 수정 도시의 지하, 그 중심부로 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염두해야 할 한 가지 사항이 있음을 알리고서, 그 전제로서 지하의 중심으로 가는 일은 당장에는 쉽지 않을 것임을 언급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그 이후, 내가 그렇게 이유를 묻자 답으로써 왜 그러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레니. 그리고 잠시 후 이러한 이야기가 그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수정 도시의 정남 방향에 수중 통로와 이어지는 지하 통로가 있어서, 그 통로를 이용해야만 수정 도시의 지하, 그 중심으로 바로 갈 수 있으며, 수정 도시의 지상을 통해서도 도시의 지하로 갈 수 있지만, 수정 도시의 지하 중심 구역에는 오래 전부터 중심 구역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보안 장치가 지상을 통한 지하 중심 구역으로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 도시 지상에서 이어지는 통로가 정식 통로라 하더라도 그 통로를 이용하는 진입은 어렵다.
  물론 나는 선뜻 그 말을 믿지는 못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중요한 것으로 무엇이 있기에 진입을 저지하는 보안 장치까지 구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참고로 하겠다고 화답을 하고서 일행을 따라야 하니 가겠음을 알렸다.
  그렇게 내가 가겠음을 알리자, 레니는 물가에 서 있는 채, 잠시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잘 가라고 인사말을 건넨 다음에, 달리 할 말이 없었는지 다시 물가로 시선을 향하려 하고 있었다. 그 이후, 나는 한 동안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이리나, 라미샤를 비롯한 8 명의 자매에게 어서 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바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에게서 멀어져 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