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마침내 물가를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가기를 반복하던 때였다. 그 무렵, 8 명의 자매가 한데 모여 신전처럼 생긴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그 중심의 하늘색 빛을 발하는 기둥 앞에 모여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리나와 라미샤가 바로 앞에 이르고, 그 사이로 피레스와 라미스가 활발히 움직이며 무언가를 청하고 있었으며, 뒤에 자리잡고 있던 쿠아란과 카에린이 피레스, 라미스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라미샤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던 에리사와 에마렌은 이런 동생들의 모습을 얌전히 서 있는 채, 가만히 지켜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행 끝나면 바로 페이란으로 가는 것이지요?"
  그 때, 쾌활하게 목소리를 내는 쿠아란. 그러자 에마렌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답으로써 라미샤가 여행을 마친 그 다음 날이면 바로 갈 수 있을 것임을 알린 이후에 그에 이어 에리사가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어 근교의 밭에 있는 자두를 구해 오겠음을 알리고서,
  "자두를 구하면 모두 함께 먹자, 쿠아란. 알았지?"
  "응! 언니들도 에리사 언니와 에마렌 큰 언니가 자두를 구해 오면 함께 먹어요!"
  그 이후, 쿠아란이 밝게 목소리를 내어 라미샤와 이리나에게 자두를 얻으면 함께 나누어 먹자는 말을 하였고, 이에 온화히 목소리를 내며 라미샤가 알았다고 답한 이후에 피레스에게 충고를 하여, 언니들과 동생 몫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 명심할게요~~." 그리고 피레스가 그렇게 화답을 하자, 이리나가 몇 번이고 그 약속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약속을 믿으며 밝게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무렵, 에리사가 이리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더니 거리를 나설 무렵에 집의 인근에 있는 음식 가게에 붙어있는 고기 튀김을 만들어 준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한 다음에 간만에 생선 튀김을 그 가게에서 사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의 감정을 실어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문구는 나도 본 적이 있어, 고기 튀김을 만들어 준다는 것. 이런 튀김을 먹는 일도 간만의 일이니까,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꼭 사 줄게, 알았지?"
  그러자 라미샤가 밝게 표정을 지으며 화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때 이리나가 이왕 살 거면 근처의 찻집에 가서 콩을 몇 가져오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간만에 콩을 이용한 음료를 마시는 일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음을 이어 전하면서.

수정 도시 - 서부 구역
  이들이 들어서는 방진에 들어서며 이른 곳은 이전에 도시를 나서기 위해 들렀던 도시의 동부 구역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곳이었다. 수역의 한 곳에 떠 있는 작은 섬은 빛을 발하는 방진이 자리잡은 가운데 부분을 제외하면 초록색 풀로 덮여 있었으며, 수정으로 이루어진 다리 건너편의 구역 역시 마치 평온한 초원 해안을 보는 듯한 풀밭 위에 몇 채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집이 놓여 있고, 그 사이로 나무들이 서 있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무렵,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라미샤와 이리나의 바로 앞으로 하얀 옷과 푸른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하면서 에리사가 이들에게 무언가 제안을 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라미샤에게 머무를 곳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자 에마렌이 그런 에리사의 우측 곁에 이르며 그의 주장에 동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쉴 곳은 당장에 마련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하루 여행하고 돌아올 텐데."
  내가 이들의 곁으로 돌아오는 동안 이리나가 에마렌 그리고 에리사가 제안한 바에 대해 그렇게 화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그런 나를 다시 반갑게 맞이하면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바가 있음을 바로 알리려 하는 이리나.
  "그 일에 대해서는 에마렌이 하나 소식을 전해왔더군요, 물론 여행 도중에 그가 보았다는 광경을 제가 보았을 리가 없기 때문에 그 소식의 진위는 당장에 믿기 힘들지만."
  그리고 하늘 위에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비행 물체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본래는 없었던 그 비행체들이 나타난 경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고 에마렌이 어떻게 설명을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리나. 그와 더불어 그 물체들은 전투 비행기와 같이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어서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서부 구역의 집들 중 하나에 자리잡아 그 곳에서 쉬자는 말을 했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위험해 보이니까 일단 안전을 위해 피신해 있자, 라고 말을 했나 보네, 이리나."
  이에 내가 이리나에게 에마렌이 전하고자 한 바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 6 자매가 위험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다음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그에게 전하려 하였고, 그 언급을 듣자마자 이리나는 다소 심각해진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하늘 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개체들은 위험한 개체들이라고 봐도 되지요?"
  "응, 일단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있어." 그 물음에 나는 곧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개체들이 갑자기 나타난 일에 대해 수정 도시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면서. 물론 이리나와 라미샤 양 그리고 6 자매들은 도시에 위협을 가할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개체들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그들이 이리나를 비롯한 8 명이 위협적인지의 여부는 아무래도 좋은 일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에마렌이 말한 대로 서부의 어느 한 곳이라도 좋으니 집을 찾아 그 곳에 머무르도록 하자. 그리고 서부 구역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라미샤 양께 부탁을 드려 봐, 서부 구역을 나서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서부 구역을 벗어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 이후,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이리나는 서부 구역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여행을 시작하도록 하겠음을 밝힌 다음에 이들이 언제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 나에게 물었지만 내가 그것에 대해 명확히 답을 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해 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이리나를 불안케 만들었지만-언제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알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서 라미샤와 함께 에마렌, 에리사 그리고 쿠아란을 비롯한 6 자매를 이끌고 다시 3 채의 집들 중에서 가까이에 보이는 2 층 집으로 가려 하는데, 갑자기 레반테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그에 이어 그것이 빛을 발하면서 에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유네아, 지금 어디에 있니? 수정 도시로 오기는 왔지?"
  "응, 왔어." 이에 나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화답을 한 이후에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에게 잠시 먼 곳에 있겠음을 알리고 그 이유로써 잠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둘러댄 다음에 그 구역의 서쪽 물가로 급히 뛰어갔다. 그리고 물의 가장자리 근방에 석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하얀 돌덩어리와 그 주변에 모인 수정 결정들의 모습을 보고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에르시아의 부름에 겨우 답을 할 수 있었다.
  "에르시아, 무슨 일인데? 내가 수정 도시에 왔는지를 왜 물은 거야?"
  "수정 도시로 두 사람이 온 일에 관한 거야,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두 마녀들이 수정 도시의 북부를 통해 도시 내부로 진입해 온 상태야. 그래서 혹시 너도, 라는 생각에 물어본 것이지. 그렇다면 지금 너는 어디에 있는데? 수정 도시의 다섯 구역 중에서."
  "지금 나는 서쪽에 있어." 이에 나는 사실대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답한 다음에 혹시 내가 라이마 등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랬었어, 일린과 라이마가 수정 도시로 진입했다면 비슷한 시기에 너도 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차피 두 사람과 네가 만나지 못했으니 그러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이상하려나."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지만 무언가 수정 도시에서 찾아야 할 것이 있어서 그 곳을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자신도 페이란에서의 여행을 그만두고 그 뒤를 따라 나서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와 달라고 나에게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나에게도 나름 할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어서 결국 부탁대로 행동하겠음을 밝힌 다음에야-그렇게 하지 않으면 통신을 끝내지 않을 기세인 듯했다- 통신을 끝내고 겨우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때, 나에 대한 안위를 걱정하면서 다가오는 에리사와 카에린. 그와 더불어 피레스도 쿠아란을 따라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유네아 언니, 어디에 가 있었어요, 혹시 가 버리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잖아요."
  "언니가 가면 이리나 언니가 혼낸다고 했는데."
  물론 그러한 말을 이리나가 했을 리는 없다. 아마 카에린이 나를 이리나의 곁으로 불러오려고 지어낸 말일 듯 싶었다. 거짓말이기는 했지만 그 선의가 바로 보였기에 그의 행동에 대해 뭐라 질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은 채, 이들을 따라 이리나와 라미샤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곧바로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나를 찾으며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는 라미샤.
  "어디에 가 계셨어요, 갑작스럽게 떠나가시던데."
  "급히 연락할 일이 생겨서 그랬어요, 제가 아는 사람과."
  이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경우에 따라 8 명의 곁을 장시간 떠날 수도 있겠지만 그 때에도 걱정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네었다. 이에 라미스가 나에게 다가오며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왜 오랜 기간 떠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러자 일린, 라이마의 존재를 언급하기에는 라미스에게 이야기를 하기에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면서 고향에 사는 친구가 성계에 왔음을 알리고, 그 친구가 위험한 일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야 할 필요가 생겼음을 그에게 알리려 하였다.
  "그래서 이전에 그렇게 연락을 하셨던 거예요?"
  "그랬었지, 그것도 내가 반드시 가야 할 일이라서......."
  이어서 내가 그렇게 화답을 하자, 알았다고 답을 하는 라미스. 그리고 이리나가 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리고서 때가 되어 일에 나서게 되면, 자신을 비롯한 자매들이 여행을 마친 이후에 돌아와도 좋으니 무사히 돌아오는 일 정도는 해 달라고 호소의 감정을 가득 실은 목소리를 내어 당부의 뜻을 말로써 드러내었다. 그 감정에 나는 그저 환하게 웃으면서 "알았어." 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나는 알았다는 화답에 이어 반드시 라미샤 등의 곁으로 올 테니 걱정이 되더라도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부탁의 말을 답례로써 전하였고, 그 말을 듣고서 라미스는 비로소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언니들인 피레스 그리고 쿠아란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와 일행과 함께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거실의 투명한 식탁에 함께 모여 앉아 앞으로 있을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는 에르시아가 부를 시기가 그렇게 빨리 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단은 머무를 곳을 찾은 8 자매와 함께 편히 쉬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들려온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었다, 에리사, 쿠아란, 카에린 그리고 피레스는 친 자매로서 피레스가 태어나고 1 년 가까이 세월이 지났을 즈음에 이들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고아원에 들어오게 된 이들이라고 하며, 이들은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이제 아는 사람이 없지만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머니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에 대해 이후, 이리나로부터 들려온 이야기에 따르면 그 어머니가 세상이 멸망할 무렵의 빛에서부터 태어난 정령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변혁기는 세상의 파멸이 아닌, 정화의 시기였으며, 그로 인해 정령들이 태어날 수 있었기에, 저희들과 같은 정령들에게 있어서 무척 중요한 시기라 칭해질 수 있지요. 물론 대변혁기 이후에도 몇몇 문명의 산물들은 살아남았지만, 이들 모두 형상만 남긴 채, 구성 물질이 수정으로 변해 있었지요. 그래서 곳곳에 위치한 수정 구조물의 탄생에 대해 대변혁기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이후, 대변혁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써 설명을 마치는 이리나. 그렇게 설명이 끝날 무렵, 생각난 것이 하나 있었다, 레니로부터 들었던 수정 도시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이외에 노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대변혁기' 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것을 언급했던 레니의 이야기가 우선 떠오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이야기를 이리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하나의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려 하였다.
  "이리나,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알게 된 거야?"
  그러자 바로 답을 하는 이리나. 그러는 동안 나는 그가 노인으로부터 처음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수정 도시에서 레니를 만났을 때, 관련된 이야기를 처음 들었으며, 이후, 라미샤와 함께 수정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명의 흔적을 찾으려 하였고, 그 이후에 그 도시가 고대 문명의 흔적임을 알아낼 수 있었으며, 이후, 라미샤는 이렇게 습득한 지식을 에마렌 등의 6 자매에게 전해준 모양이었다.
  "그 이후, 저는 대변혁이라는 성계의 대소멸 현상을 어떻게 수정 도시로 변하였던 고대 도시가 견디어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수정 도시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료를 찾으려 하였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이렇게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나는 수정 도시의 유래에 관한 노인의 견해에 대해 레니뿐만이 아니라 라미샤를 비롯한 8 자매 역시 공감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그 견해가 사실일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 대화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복잡한 것일 수도 있었으나, 에리사를 비롯한 4 자매는 차분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제 나이는 반 세기를 훌쩍 넘겼기에-에리사만 하더라도 100 여 년이었다, 그 보다 연상인 에마렌 역시 그 수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에마렌이 화제를 바꾸어 마을에 있는 문구 상점에서 만년필을 사려다가 돈이 모자라 사지 못한 일에 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나도 그러한 사람의 일종이고, 에르시아, 샤리에나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사례를 많이 겪어보았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슬쩍 화제를 바꾸려는 에마렌 그리고 쿠아란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레반테아가 다시 통신을 시작하니, 잠시 후에 에르시아에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일린 양과 라이마 양께서 수정형 병기와 전투 중인데, 개체 수가 너무 많아 돌파가 쉽지 않대! 그래서 누군가라도 나서서 도와주었으면 한다는데, 가급적이면 빨리 와! 지금 나는 수정 도시 남부에서 서부 근교로 가고 있는 중이야, 너도 그 곳으로 갈 수 있겠니?"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되물어 당장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에르시아가 곧바로 그 답으로써 그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바로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의 발언을 하였다. 물론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건네기는 했지만 그 목소리의 다급함이 보통이 아닌지라 일린, 라이마와 만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다급한 상황에 실제로 처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리며 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리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래서 한 동안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일단 기다렸다가 잠시 한 화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 되자 이리나를 불러 부탁으로써 나가야 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 이리나.
  "나가야 해요!? 집에 머무르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러자 나는 비로소 친구가 다급한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다고 화답을 한 다음에 그 이래로 오랫동안 함께 있지 못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집에서 뛰쳐나오려 하였다. 그 때, 라미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현관문 앞에 이르면서 나와 대면하려 하였다. 그런 그의 두 손에는 이전에 레니로부터 받았다던 작은 유리병이 쥐어져 있었다.
  "라미스, 그 물건은 왜? 나에게 주려고?"
  "응, 왠지, 이 물건이 언니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러면서 두 손으로 쥐고 있던 물건을 나에게 건네는 라미스. 그리고 잘 간직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한 이후에 레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실은 레니 언니께서 주신 그 병이......."

  그 병 안에는 새하얀 액체가 들어 있었다. 위험한 물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실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병을 여는 순간, 마치 비누에 얼굴을 가까이 대었을 때, 나는 비누 특유의 향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 병에 들은 액체에 대해 처음에는 비누의 일종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성계의 비누는 붓꽃이나 나뭇가지를 태운 재로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그 향이 그대로 느껴진 것.
  하지만 곧 그 물질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과 관련되어 있는 영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런 약이라면 위험에 처할 일이 생긴 사람에게 주는 편이 좋다고 여기어 라미샤도 이리나도 아닌 나에게 그 약을 주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라미샤가 여행에 나설 때에는 어떻게 할 거야?"
  "그래도 언니에게 그 물건이 가도록 할 거야."
  그러자 망설임 없이 곧바로 그렇게 대답을 하는 라미스. 그리고 선대 정령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그 병이 다른 곳으로 떠나갈 나에게 주어진다면 내가 그 병으로 어떤 사람의 생명을 구해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이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음을 건네는 쿠아란.
  "정말 레니 언니의 병이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레니 언니의 예감은 항상 적중했었어, 지난 번에도 예언 비슷하게 무언가 말한 적이 있었잖아, 3 년 전인가, 그 때에. 그 때, 레니 언니가 여기서 열린 시장에서 관례처럼 열리던 그 행사에서......."
  "그 행사에서 모였던 모든 경품을 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이야기였지?"
  이후,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하지만, 아직 잘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카에린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물음을 건네는 에리사. 그리고 쿠아란과 카에린 그리고 피레스에게 그의 예측은 확실히 틀린 것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이전에는 새들이 인근 도시인 세티스 렐(Setis Rel) 에서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 도시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을 하였는데, 그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아마 레니 언니께서도 유네아 언니께서 그 약을 좋은 데 활용할 것임을 이미 알아차리고 계셨을 거야, 그러면서 라미스가 그 약을 유네아 언니께 건네는 일을 내심 바라고 계셨겠지."
  '뭔가 작위적으로 상황 설명을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설명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병을 허리띠에 매어놓은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곧바로 8 자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서, 이리나와 라미샤의 몸조심 해 줄 것을 당부하는 답례를 들으면서 곧바로 현관문을 나서서 이들의 동쪽 너머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집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면 바로 뛰어오르기 위한 날개짓을 하려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서부 구역의 세 집 모두가 내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자그마하게 보이게 될 때가 되자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 비행을 개시, 곧바로 멀리 보이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곧바로 중앙 구역을 향해 직접 나아가려 하였다.

수정 도시 - 서부 상공
  오랜만에 다시 하는 것 같은 비행. 그 비행을 개시하고 상당히 높은 상공 위에서 도시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도시의 모습은 마치 푸른 하늘 아래로 펼쳐진 하얀색과 푸른색을 띠는 유리로 이루어진 모형들의 거대한 집합 같아 보였다. 물론 수정으로 만들어진 모형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지만 수정으로 모형을 만들어 그것들을 거대한 도시로 구성한다면 그러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그 모습을 보면서 바로 할 수 있었다.
  '수정으로 도시의 모형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러면서 그 모습처럼 수정을 이용해 도시의 모형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할 사람이 세니티아에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와 같은 모습을 이후, 세니티아에서도 볼 수 있음에 대한 기대를 바로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이어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곧 나는 그런 거대한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이가 세니티아에 있었다는 기록도 없고, 그런 모형을 만들 만한 수정도 없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당장에는 어려운 일이란 그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잠시 도시의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그 도시를 이루는 거리의 모습이 세니티아에서 본 여느 도시보다도 더욱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러면서 세니티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건축물들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먼 옛 도시의 모습, 그 자체가 눈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세니티아의 옛 도시도 이러한 모습이었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잇는 나. 그러면서 아세라이아를 비롯한 여러 마을과 도시 그리고 그 인근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세니티아에는 이렇게 정교한 도시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이 현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라르니온 중부에는 본래 고대 도시의 모습 그대로가 간직된 '어둠의 구역' 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지금은 거의 파괴되어 남아있는 것이 없으며 엘젠 산맥의 높이 솟은 탑과 인근의 유적군 그리고 몬다스 남부의 500 메타르 즈음 되어 보이는 탑 그리고 그 주변 일대의 유적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대 문명의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없다, 알미차의 지하 감옥을 거론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면 그 지하 감옥은 70 여 년 전에 이미 파괴되어 사라진 이후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선들이 내 주변 일대를 향해 나아가며 공간에 금을 긋는 광경이 나타나, 푸른 바탕 위에 흰 무늬만 그려진 하늘의 모습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결코 낯설지 않은 광경, 먼 앞으로 과연 수정으로 이루어진 병기들의 대열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레반테아가 활성화되어 나의 우측 곁에 있도록 한 다음에 아직 멀리 있어서 자그마한 점 비슷하게 보이는 전투 비행기들이 어느 정도 나와 접근했을 시에 곧바로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레반테아를 통해 통신을 시작해, 에르시아에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 그러면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였다.
  "에르시아, 지금 어디에 있어? 상태는 어때?"
  "그 때 밝혔어야 했는데........" 이전에 비해 어두워진 목소리, 분명 무언가 크게 일을 당한 듯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우선 소재지부터 밝히도록 물음을 유도하였다.
  "에르시아! 지금 어디에 있어!? 그것부터 말해!!!"
  "그러니까...... 지금 나는 서부 구역의 어떤 건물 위에 있어, 그 곳에서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전투 비행기들과 계속 대결을 벌이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포위한 이들의 공세에 휘말려 이들을 겨우 격퇴하느라 지쳐서 그렇게 되었어. 소재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야, 십자로 중심의 건물 가장 높은 곳이니까."
  "알았어, 상태는 가고 나서 볼 테니까, 바로 그 곳을 찾아 갈게!"
  대화를 마치고서 나는 에르시아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알아차리며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다급히 비행을 행하며 비행체들을 향해 접근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파랗게 빛을 발하는 삼각 날개를 가진 비행체들의 개체 수는 점차 늘어갔으며, 그 뒤로 길다란 날개를 가지며 파랗게 빛을 발하는 비행체 역시 나를 향한 접근을 이어가며, 각 날개마다 하나씩 미사일을 발사, 이어서 그것들이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미사일들을 피해가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레반테아의 사정권 내에 이들이 들어오게 되자 곧바로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하기 시작, 이어서 레반테아로 하여금 공격 명령을 내리자마자 파란 빛 줄기들이 번개에 휘감긴 채, 여러 방향으로 발산하면서 비행체들을 향해 나아가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이 깨어지고 마침내 길다란 날개를 가진 비행체만 남았을 무렵, 그 비행체의 날개에서부터 포탄들이 파란 빛의 대열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날아오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다른 생각 없이 두 날개의 중앙 부분을 동시에 공격 목표로 정하고 그 위로 날아가면서 꼬리까지 공격 목표로 정한 다음에 곧바로 이들을 향해 대기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곡선들을 그려 목표에 닿도록 하기 시작하였다. 그 색이 이전의 하늘색이 아닌 새파란 색을 띠고 있었으며 선이 닿을 때마다 일어나는 구형의 폭발 역시 이전에 비해 더욱 밝은 색을 띠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건네었던 레반테아는 내가 가진 것과 무언가 다른 유형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두 날개가 터지는 듯이 깨어지고 이어서 꼬리 날개가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자, 그 형체는 결국 비행 능력을 잃고 추락, 이어서 공중에서 빛을 발산함과 동시에 파쇄되어 여러 작은 유리 파편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그 파편이 이어서 작은 빛들로 변해 사라진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병기가 사라진 이후, 나는 십자로 사이에 있는 건물을 찾으려 하였다. 하지만 넓은 도시 구역에 널린 것이 십자로였고, 큰 길이 교차하는 곳도 결코 적지 않아 이들을 찾아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십자로 사이에 건물이 있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런 경우가 복수개가 아니라면 에르시아를 찾는 일에 어려움이 더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찾아낼 테니까!'
  그렇게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고 그러면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수정형 병기들을 계속 깨뜨리며-그 중에는 전차처럼 생긴 제법 큰 비행체와 글라이더처럼 생긴 거대한 비행체도 있었다- 거리의 모습을 내려다보려 하였다. 그러다가 서부 거리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어떤 곳에 이를 무렵, 6 개의 길이 하나로 묶인 듯해 보이는 대로들이 교차하는 곳 사이에 팔각기둥처럼 생긴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위에는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으니, 그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며 나는 비로소 에르시아가 있는 곳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아, 이제 금방이다, 어서 탑의 꼭대기로 가자!'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것은 적지 않았다, 그렇게 탑으로 접근해 가면서 고도가 낮아지니 이번에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위에 자리잡고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포대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사격을 행하여 나를 격추시키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공격 목표로 정해 하나씩 파괴하는 방식으로 방해를 제거해 갔다. 그러다가 탑 근처의 마지막으로 남은 포대를 제거해 그것이 빛을 발하는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할 무렵, 에르시아의 모습을 상기하며 하나의 혼잣말이 나왔다.
  '이런 곳에 머무르는 동안 포대들이 계속 공격을 해 왔을 텐데, 괜찮으려나.'
  그러다가 에르시아가 어떻게 당했는지에 대한 추측을 바로 할 수 있었다. 포대들과 대치를 하는 도중에 급습을 받았다던가, 아니면 갑자기 포위해 오는 병기들을 상대하다가 포대의 공격을 받았다던가, 라는 식으로 일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면서 꽤 심한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다급히 비행을 이어가려 하는데, 그런 나에게 하나의 시련이 닥쳐왔다, 에르시아가 겪었을 그 시련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