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때, 나렐이 자신의 왼손으로 나의 검을 잡았고, 그 이후, 자신의 총기 그 끝이 나의 가슴에 부딪치도록 하였으나, 갑자기 일어났던 일인지라 그에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나렐의 총구에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그로 인해 뒤로 밀려나기 시작, 그와 함께 가슴에서 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고통을 느끼면서 가슴 일대를 살펴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외형상의 상해는 거의 없었다. 내상 역시 거의 없었는데, 그가 가한 것은 충격 정도였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일격을 가한 이후, 내가 고통을 느끼는 사이, 다시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나렐. 그러면서 그는 아파하는 나에게 붉은 빛을 발하는 거친 덩굴 줄기를 그려내 그 줄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나를 향해 집중되도록 하고 있었다.
  '아프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이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회피를 개시, 그대로 이들 사이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격을 피해내고, 그에 이어 이미 나에게 멀어진 나렐을 추격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계속 붉은 불꽃을 뿜어내는 미사일들이 5 ~ 6 발씩 곡선을 그리며 나를 향해 다가왔으나, 바로 격추되어 붉은 불꽃을 일으키며 폭파되기만 할 뿐, 나에게 피해를 가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렐의 움직임은 탑 근방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호수가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다음으로 나렐과 마주치게 될 곳은 호수가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추측이 나의 마음을 바로 지나치고 있었다. '다음으로 마주치는 일이 어쩌면 나렐과 대치를 행하는 마지막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추측이 바로 그것.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나렐은 어느덧 호수의 바로 위 상공에 머무르며 나를 기다리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계속 추격을 가해 마침내 호수가 위치한 곳으로서 수정 도시의 다른 곳과 완전히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구역의 경계 역할을 행하고 있을 나무들 사이를 통과해 그 너머로 돌입해 들어가려 하였다.
  그 무렵, 통증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추격이 가능해진 이후, 그를 추격하기 위해 비행을 이어가려 할 그 때, 나의 왼편 곁으로 이전에 탑에서 탈출하였던 일린이 다시 나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한 마디 말을 건네려 하였다.
  "나렐의 모습이 변화한 모양이네요, 이전에는 붉게 빛을 발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예, 변화했지요." 그러나, 일린이 그런 상태 변화를 통해 나렐이 어떤 상태로 변이를 했는지 추측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확답을 할 수 없었다. 이후,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건네어 예즈라 그리고 루마와 만났는지를 물었을 때, 그는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가 전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혔다.
  "이후부터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병기들이 상공에 나타날 때마다 이들을 파괴시키는 일만이 저를 비롯한 남은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임을 알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예즈라 양 그리고 루마 양을 비롯한 일행이 탑 주변에 머무르고 계셨겠지요. 하지만......."
  이후, 그는 이번만큼은 자신과 라이마 역시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을 하고서 그 이유로써 검이 가진 일면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역시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음을 밝혔다. 그 이후, 검을 가졌을 당시 라이마가 느꼈던 바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검을 잡고서, 라이마는 그 검에 대해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에게서 느낄 수 있는 온기 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고 말했어요. 그리고 선뜻 그 말을 믿지 못했던 저도 검을 잡으면서 차가움을 대신한 온기를 느끼며 라이마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지요."
  그에 이어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추측은 가능했음을 밝히는 일린. 그리고 언젠가 '살아있는 병기' 라는 존재에 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음을 밝히고서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몸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에 지능적 사고가 가능한 세포가 포함되어 있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점차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것이에요. 물론 병기 스스로가 움직이며 경험을 터득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다루는 자의 행동에 따라 경험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나의 모습을 미루어 볼 때, 나는 검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사실상 옳았다-을 한 이후에 그렇지 않느냐고 묻는 일린. 이후, 그 물음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물음에 대한 답을 하자, 일린은 과연 그러하다는 듯이 "역시 그러하였군요." 라는 말을 건네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병기의 진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거예요, 물론 검이 필요 없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만약 나렐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 검이고, '진화에 의해 검의 위력이 강해져야 한다' 라는 또 다른 전제 조건이 있다면 언젠가 나렐과의 대결에 있어서 '벽' 에 부딪치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몰라요."
  이후, 일린은 검의 위력이 강해질 수 있는 성장을 위해서라면 검이 직접 강한 물체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드러내는 것에 이어 자신과 라이마가 나서게 되었음에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며 내가 손에 쥔 검에 관한 설명을 끝내고서 나에게 부탁의 말을 전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곧 라이마 역시 제 곁으로 다가올 거예요. 그 때가 되면 라이마에게 그 검을 건네주실 수 있으세요? 라이마라면 그 정도 무기 즈음은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검이 공격할 기회를 가지며 점차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일린은 급하다면 자신에게 바로 건네도 좋다는 말을 건네면서 라이마가 오면 그에게 검을 건네면 된다고 말을 이었다. 이후, 그는 가급적이면 빨리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고서 나렐이 나아간 곳을 향해 나아가는 나의 좌측 곁에서 나와 함께 비행하고 있었다, 내가 결단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검을 선뜻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에 검을 가지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검을 내가 가지고 있었으면 하면서. 물론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나렐의 공세 속에서 그 기억을 되짚을 여유란 없었기에 바람의 기운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대치를 하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검을 다루었던 경험을 상기하고, 그 때처럼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면 나렐을 이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항시 마음 속에 품고 있었음에 기인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일린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억이 있다손 치더라도 당장에 활용할 수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억을 상기하는 일에 굳이 전투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뒤늦게나마 한 것도 그러한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면서 아직 라이마가 도착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일린에게 검을 건네었다. 특별한 부탁의 말은 달리 건네지 않았다, 일린이라면 별 다른 이상 없이 라이마에게 바로 검을 건네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나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이마 양에게 잃어버리지 않게 잘 전해 주세요!"
  그렇게 오른손으로 자루를 쥐고 왼손으로 검의 날을 받치고 있는 채, 일린에게 건네면서 목소리를 높이며 부탁의 말을 건넨 이후, 다시 호수가 위치한 구역을 향해 돌아서서, 바로 가속도를 높이며 구역을 향해 비행을 이어가, 나렐이 위치하고 있을 곳으로 가급적이면 빠르게 접근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무렵, 통신을 통해 에르시아의 목소리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니, 내가 구역 접근을 위한 비행을 행하는 와중에 나렐이 다른 곳으로 가거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아직은 그런 생각은 갖지는 않아, 이전에도 그는 한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 걸."
  그렇게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 통신을 마칠 무렵, 나의 눈앞, 그 좌우에 3 개씩 파란색 혹은 빨간색을 띠는 자그마한 빛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각각의 빛이 이윽고 빛을 발하는 유리로 이루어진 포대의 모습으로 변이해 가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나려 하였고, 이어서 각각의 포대, 그 포구에서부터 한 줄기씩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이 물감이 분출되는 듯이 뿜어지며 나를 비롯한 일행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더불어 포대들이 각자 크고 작게 원을 그리며-각 포대가 그리는 원의 직경은 같지 않았으나, 좌측 포대들은 궤도의 직경이 뒤로 갈수록 작아지며, 우측 포대들은 궤도의 직경이 뒤로 갈수록 커진다는 일련의 규칙 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나에게 위협을 가하였으나, 굳이 포대를 통과할 필요는 없었기에 우측으로 우회해 나아가면서 왼편에 보이는 포대들 중에서 가까이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공격 목표로 정해 목표로 삼은 개체를 향해 파란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을 그려, 그 덩굴이 개체를 휘감도록 하였다.
  물론 우회를 하고 있어서 6 개의 빛 기둥과 일시에 대면하는 일이 없기는 하였지만 먼 저편까지 나아가는 포대에서부터 그려지며 원을 그리는 3 개의 빛 기둥들이 앞길을 가로막는 기세는 여전하였기에 이들에 대해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세 빛 줄기의 근원이었을 좌측 대열의 포대들이 하나씩 제거되면서 위협 역시 점차 약해져 가고 있었으니, 그 곳에서는 어느새 나의 근처까지 다가온 라이마가 자신의 소정령 라파라엘을 이용해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작살들을 내보내 그 작살들로 좌측 대열의 두 번째 포대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미 첫 포대는 폭발에 의해 분출된 빛을 발하는 연기만 남긴 지 오래였다.
  그러는 동안 라이마는 일린으로부터 건네받았을 하얗게 빛을 발하는 날을 가진 검을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길을 가면서 검으로 몇 적을 베어 넘겼는지 빛의 기운 그 잔해의 일부가 검의 날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검을 자세히 보니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포대들이 제거되면서 앞길을 가로막는 위협 역시 점차 약해져 갔고, 그러다가 마침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포대들은 제거되었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어서 다음으로 여러 포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면서 각자의 포구에서부터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을 뿜어내며 빛의 그물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써 나를 비롯한 호수가 위치한 구역으로 접근해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그 때, 라이마가 앞장서서 빛의 그물 사이로 파고들더니 빛을 발하는 검으로 하나씩 이들을 내리치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내리치다가 강하게 베고...... 일련의 동작을 한 번씩 반복할 때마다 포대와 칼날이 맞닿은 부분에서부터 자그마하게 빛이 퍼지는 모습이 나타나더니, 그에 이어 포대가 하나씩 완파되어, 그 파편들이 주변 일대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보통의 공격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지......?'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의아해 하며 그렇게 의문을 품는 동안, 라이마 역시 놀라고 있었는지 참격 몇 번에 포대가 깨어지는 광경을 수차례 본 이후,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그는 일단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의 제거에 도움이 되니 적극 활용하자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검을 활용하며 그물의 한 부분을 끊어 구멍을 내는 듯이 포대들을 제거해 가며 앞길을 가로막는 빛들을 하나씩 없애 나아가려 하였으며, 그러면서 그는 혼자 길을 돌파하며 포대들의 대열을 통과, 그 때 라파라엘을 통해 일린의 소정령 이르티샤에서부터 라이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일린, 이제 호수가로 가면 되는 것이지?"
  "응, 우리가 이전에 있었던 그 곳 있잖아, 바로 그 곳에 가면 될 거야."
  이후, 일린이 화답을 하자마자 바로 다시 물음을 건네는 라이마, 혹시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와 함께 있으면서 혹시 나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들려줄 것을 부탁하는 목소리를 내었으며, 이어서 일린으로부터 알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라면 이르티샤를 통해 녹음해 놓았어, 밖에 나간 이후에는 내가 근처에 있으면서 들었던 것인지라 소리가 작긴 한데, 증폭시킬 수 있으니 괜찮아."
  그 직후, 그러한 요청이 있을 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녹음했음을 알리는 일린. 그리고 곁으로 가면서 이르티샤를 통해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길겠지만 들어줄 것을 부탁하면서 라이마를 따라 나를 앞질러 그가 돌파해 놓은 길을 따라 그를 추격해 나아가면서 눈앞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일린이 나에게 다가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일린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음으로서, 그 일이 필요 없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모습에 대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하였다.
  '굳이 도움을 드릴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 저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마련해 가는 준비성이 있는 이들인데.'
  그리고 앞길을 새로이 가로막기 시작한 포대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유리가 깨어진 파편들 사이를 돌파해 간 이후, 더 이상 포대에 의한 위협이 나타나지 않게 되자 바로 호수가를 향해 가속해 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앞길을 가로막는 형식으로 좌우에서부터 곡선을 그리며 나를 향해 글라이더처럼 생긴 유리로 이루어진 비행체들이 달려들었으나, 가속을 하면서 더욱 빨리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위협적이었을 뿐, 이들 자체가 가하는 위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느덧 나무들이 나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렐이 위치하고 있는 곳 근처로 다가왔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그 기운이 바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하나의 예감 역시 자리잡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대치가 나렐과의 대치, 그 마지막이 되리라는 예감이 그것이었다.

수정 도시 - 호수 구역 상공
  한 번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여느 도시와 완연히 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던 하나의 구역. 그 구역은 마치 '성역' 이라도 되는 듯이 수많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 내부는 수정으로 변이되지 않기라도 했는지 도시 주변 일대처럼 풀들이 무성하고 곳곳에 큰 나무들이 자라나 있었으며, 중앙에는 하나의 거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하나의 커다란 정원과 같은 면모를 가진 곳이라 칭할 만 해 보였다.
  물론 구역 자체는 정원이라 칭하기에는 거대하여 하나의 작은 마을이 그 자리를 차지해도 상관없을 정도의 규모였으나, 호수 주변에 나무들이 심어진 모습이 하나의 거대한 뜰을 꾸미는 모습과 같아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라 칭해도 상관은 없었다.
  누구를 위한 정원이었을까, 지금껏 들려온 이야기에 따르면 아마 도시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제오나 에레아와 같은 신들을 위한 정원이었으리라.
  그 거대한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호수는 높은 곳에서 바라보아도 시선에 드러난 광경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에 이르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면서 비록 정원의 연못, 그 역할을 행한다 할지라도 그 크기 자체는 내가 여태껏 보아왔던 호수,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 거대한 호수의 유난히 어두운 푸른색을 띠는 수면 위에는 하늘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물질로 이루어진 연꽃 비스무리하게 생긴 식물들이 솟아나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하늘색을 띠는 물질로 이루어진 연잎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그 호수의 먼 저편, 아마도 중심 즈음에는 하나의 거대한 섬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 섬의 주변 인근에 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한 척의 배가 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섬의 중심에는 등받이 부분이 사람 키의 5 배 이상 즈음은 되어 보이는 것으로서 갈색을 띠는 칠이 가해진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으니, 그 모습이 마치 궁전의 옥좌를 보는 듯 했다.
  '이것은 분명 이전까지 꿈에서 보았던 그......!'
  확실히 그것은 나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광경이었다, 바로 여태껏 내가 겪은 꿈속에서 나타난 광경으로서 옥좌에 앉은 사람과의 대면이 있기도 한 곳의 모습이 그 광경과 상당히 비슷하였다. 거의 동일한 곳이라 칭해질 수 있을 법해 보이는 그 곳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오를 수 있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호수에 이르는 동안 이미 일린과 라이마가 좌우로 나란히 공중에 머무르는 채, 옥좌의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던 나렐과 대치 상황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들도 와 주었군. 그래, 검을 잡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니, 실제 검에 어울리는 자는 바로 너희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너희들에게는 모자라는 점이 있어."
  "모자라는 점이라니, 그게 무엇인가?"
  그 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물음을 건네는 라이마. 그러자 그는 자신의 몸을 휘감다시피한 기운의 색이 이전보다 더욱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 가는 동안 눈이 다시금 빛을 발하도록 하면서,
  "그에 대해 너희들이 당장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란 아무것도 없다."
  라고 화답을 하고, 그와 연결되는 이야기로서, 그에 대해서는 바로 밝힐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그에 대해 알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넨 다음에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음을 나에게 알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 이후, 점차 남성적으로 변조되어 가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내 앞에 행했던 것처럼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는 나렐. 하지만 이전과 확실히 그 모습이 전하는 느낌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눈동자의 색 역시 보라색에서 점차 핏빛에 가까운 색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이라면 직접은 아닐지라도 나의 이야기를 이미 들었을 터이다."
  "물론이다." 이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는 일린. 그리고서 어떻게 그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으며 그의 변질된 목소리가 이어가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려 하였다.


  "그렇다기보다는 영혼의 결합을 위한 힘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그런 부류의 힘 아니었던가?"
  그 때, 무언가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었는지 내가 뒤에서 지켜보는 동안 그의 보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음을 건네는 일린. 이에 나렐은 "실은 그러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라는 답을 하더니, 그에 이어지는 발언으로써 자신이 언급하였던 '힘' 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나렐은 이 검의 성장, 그 제물로서, 너 자신과 제오 모두를 끌어들인 것이란 말인가!"
  그러자 뒤에 있던 내가 바로 그에게 물었고, 이에 나렐은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였다. 이에 잠시 웃는 목소리를 낸 이후에 그에 이어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목소리는 고통스러움의 느낌을 전하려는 듯이 처절하게 울려 퍼지니, 마치 있는 힘을 다해 죽어가기 전, 유언을 전하는 사람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상태이다, 이미 나 자신도 가슴으로 다가오는 나 자신이 타들어 갈 것 같은 괴로움을 점차 견디어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나와 제오의 몫에 해당되는 성장을 그 검이 이룩해낼 수 없다. 어차피 제오의 몸을 끌어들인 이상, 나는 이미 끝이나 마찬가지. 이렇게 된 이상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서 나를 쓰러뜨려, 그 검이 보다 강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거라, 그 검이 성장한다면 에레아의 힘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으리니!"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는 듯한 나렐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제 그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부탁,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부탁을 드러내는 말을 건네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네가 행할 줄 몰랐을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슬퍼하지 않을까. 그 동안 그가 너에게 들인 정을 생각해서라도 그에게 무언가 한 마디 말이라도 전해주었으면 하는데."
  그러자 완고하기만 하던 나렐 역시 잠시 그 완고함이 누그러들었는지 바로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전에 비해 낮아진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과연 내가 사라진 이후, 그는 분명 그런 모습을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필시 그에게는 실례일 수밖에 없는 일. 그러하기에 한 마디 말이라도 전해주길 바란다, 나의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말을."
  그리고 자신이 왜 그러한 행동을 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하는 나렐. 그러는 동안 나는 레반테아를 통해 그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아직 만나지 못한 마리아 에르세레즈에게 그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행하려 하였다. 이후,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라이마가 나를 대신해 물었다.
  "할 말은 그것으로 끝인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그가 당당히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 "자아, 와라!" 라는 말에 이어 죽음은 각오되어 있다는 말과 함께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이 제오에게 먹혀 구원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바로 화답을 하는 라이마.
  "알았다, 그 동안 짓지 못한 결착을 여기서 짓도록 하마."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누구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나렐이 자신의 오른손에 장착된 무기에서부터 피의 색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을 핏빛 덩굴에 휘감긴 채, 방출하는 것으로써 일린, 라이마와 나렐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발발하였다.

  그리고 그 공세에 일린, 라이마가 각자 좌우로 흩어져 회피한 이후에 왼쪽 어깨의 갑주 그 앞 부분의 중심에서부터 생성된 붉은 구슬에서부터 생성되는 붉은 빛을 띠는 나뭇가지, 이에 우측으로 회피를 행하였던 라이마가 검의 면으로 그것을 막아낸 이후에 이어서 자신을 향해 급격히 가속하는 곡선을 그리며 다가오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미사일들을 검으로 베어내며 곧바로 그를 향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왼손을 앞으로 휘둘러 그것을 통해 자신의 곁에 머무르는 소정령 라파라엘에서부터 빛으로 이루어진 실들이 곡선을 그리며 나렐을 둘러싸도록 하는 모습을 보였다.
  빛으로 이루어진 실을 통해 나렐의 몸체를 속박하기 위한 의도였으나, 그 의도를 나렐은 바로 알아차리는 듯해 보였다, 병기의 칼날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러 다발의 실을 향해 휘두르면서 그 실들이 검격에 의해 소멸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실들을 끊어낸 이후, 바로 검으로 라이마를 내리치려 하는 나렐, 이에 라이마는 곧바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두 손으로 쥐며 검의 날로 그 칼날을 막아낸 다음에 칼날을 곧바로 밀어낸 다음에 그가 뒤로 물러서려 하자 바로 반격을 가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려 하였다.
  이후, 뒤로 물러선 나렐의 포에서부터 발사되는 붉은 줄기를 라파라엘에서부터 방출되는 무지개색을 띠는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으로 막아내어 두 기둥이 부딪친 자리가 환하게 밝아지도록 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미사일들을 검으로 계속 막아내는 라이마. 그와 함께 하나의 현상이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미사일들이 깨어지면서 생겨난 기운과 두 빛 기둥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빛의 일부가 검의 날에 모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빛이 칼날에 모이면서 칼날의 빛 역시 이전보다 훨씬 강해져 가며 주변 일대의 어둠을 더욱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일린 그리고 라이마의 뒤에서 그들이 나렐과 대치를 행하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려 하고 있었으니, 제오의 육신이 몸에 들어간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면 그 근원을 제거함으로써 나렐의 주박 역시 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바로 그것.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하나의 생각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나렐의 행동을 속박시킨 가운데에 결정에 박혀있을 제오의 기운을 분리해낼 수 있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 무렵, 라이마의 빛 기둥과 나렐의 빛 기둥이 서로 부딪쳐 중심에서부터 격렬한 폭음과 함께 주변 일대로 새하얀 빛이 주변 일대로 퍼져갈 기세가 드러나자 라이마 역시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위험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그러면서 공중제비를 몇 번 돌며 뒤로 물러났다가 빛이 사라질 무렵, 충격에 당했는지 붉은 전기 기운에 감싸인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주춤하고 있는 나렐의 모습을 보며 곧바로 그의 가슴에 박힌 붉게 변한 결정을 찌르려 하는 듯이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며 말하였다.
  "이제 여기서 끝을 보도록 하자, 나렐."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