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수명을 다하여 자신의 몸을 흩어놓을 때의 광경을 밤하늘에 재현시키면서 하나의 사건이 정리되었다. 그와 함께, 신들이 군주로서 인간들을 다스리던 형태의 신정 국가인 엘리시온(Elyssion) 의 군주였던 신들의 왕으로서 '제오(Zeo)' 그리고 '요베스(Joves)' 라는 이는 밤하늘 아래로 수정 도시에 수많은 빛들을 흩뿌리며 소멸해 갔다.
  그리고 그 제오의 죽음과 함께 수정 도시의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던 병기들 역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공중에 남아 호수가를 둘러싸려 한 이들 역시 공중에 폭파, 그리고 그 잔해들이 빛의 무리로 변해 하늘 아래로 흩어지면서 제오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였고, 지하의 제오가 갇혀 있던 시설 역시 파괴되면서 엘리시온은 적어도 그 성계에서만큼은 '사라진 존재' 가 되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나고, 나는 밤하늘에 생성된 '성운' 을 뒤로 한 채, 일린의 곁으로 돌아가려 하였고, 그리고 잠시 후, 탑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일린의 곁에 이를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오른손으로 자루를 쥐고 왼손으로 검의 몸체를 받치면서 두 손으로 일린에게 검을 돌려주려 하였다, 아직까지는 내가 그 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후, 일린은 일이 기대한 대로 잘 끝나서 다행이라는 말을 건네며 왼손으로 조심스럽게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 검을 왼손으로 든 채, 내리려 하다가, 갑자기 나의 뒤쪽 저편으로 시선을 향하며 그 방향에서 급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빨리 가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너머로 시선을 향하면서 나는 왜 일린이 그렇게 다급히 요청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렐이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수정 도시의 호수로 낙하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다급히 그 방향으로 돌아서고서 곧바로 날개를 바로 펼치며 호수로 낙하해 가는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낙하하기 시작한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수정 도시 - 호수 구역
  '정원' 으로 다시 돌입하였을 무렵, 나렐은 어느덧 호수의 수면과 거의 근접해 있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그 수직 거리는 어느덧 3 메타르에 이르렀으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수면 아래로 빠질 듯해 보였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나 자신 역시 보다 다급해져 최대한 가속을 행하면서 그를 향해 접근해 나아가, 적어도 그가 수면에 닿기 직전까지라도 호수가에 이르려 하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와 달리 내가 호수가에 이르기도 전에 이미 나렐은 수면 위로 떨어져 하얀 물보라로 이루어진 기둥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며, 그 기둥이 사라진 이후에도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호수가에 다시 이른 이후, 나는 그가 물 속에 가라앉은 자리로 시선을 향한 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의 색이 어두웠으니 그 물에 몸이 닿으면 무언가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든 것이었다.
  그러면서 일단 날개를 접으면서 호수가에 착지, 물과 육지의 경계 선상에 있으면서 자리에 잠시 앉아 왼손을 잠시 동안 물 속에 잠기도록 하였다, 만약 그 물이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장기' 등을 품은 물이라면 즉시 손에 반응이 오게 될 것이다. - 손을 물 속에 잠기도록 하면서 나는 그렇게 추측을 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손을 물 속에 잠기도록 하는 동안 손에서는 어떤 이상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차가운 물이 손에 닿는 느낌만이 나에게 전해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물 속에서 손을 다시 꺼내니 보라색에 가까운 어두운 푸른색을 띠고 있던 호수에서 나와 손에 담긴 물은 여느 호수에서와 같이 투명했다. 즉, 물 자체는 여느 물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물 자체는 여느 물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할 거야, 그렇다면 바로 물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
  이후, 나는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중으로 진입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잠시 수중의 모습을 바라보니 그 모습은 남보라빛 어둠의 공간 그 자체로서 간간히 보이는 하늘색 외에는 오직 남보라색 뿐이었다. 그런 공간의 모습을 보면서 호수의 색이 보라색에 가까운 남색인 것은 물이 아니라 물이 채워진 공간의 특성이 아닐까, 라는 판단을 그러면서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수중에 이르렀다가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갔을 무렵, 나는 물 속에 잠긴 은색을 띠는 갑주를 발견, 그 갑주를 바로 두 손으로 안아 들었다. 갑주는 전체적으로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등에 장착되어 있던 비행 장치는 분리되었는지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 갑주를 두 손으로 안은 채, 바로 수면 위로 상승해 가기 시작하여 잠시 후에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는 동안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그를 다시 수면 위로 들어 올리려 하는 동안 그 숨을 참는 데에 한계가 발동하기 시작하였으나, 결국 수면 위로 다시 머리를 내밀 때까지 간신히 숨을 참아낼 수 있었다.
  물론 방호막을 이용해 수중으로의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방호막을 만들어낼 수 없었으며, 설령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손을 방호막 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방호막을 이용해 그를 구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간신히 나렐을 호수 밖으로 끌어낸 후, 나는 그의 몸에서부터 물을 밖으로 끌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표면의 갑주가 물을 잘 막아준 탓일지는 몰라도, 갑주 사이로 스며든 물은 있었지만 몸 속으로 들어간 물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의식을 잃고 그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탓인지, 갑주는 여전히 눈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사실상 기능이 정지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네아 양, 괜찮아요!?" 그 때, 라이마가 호수가로 돌아와 웅크리고 있던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더니 나의 근처에 앉으면서 나의 상태에 대해 물었고, 이에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화답을 하였다. 그러자 라이마가 바로 걱정스러워 하는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어디 옷을 말려야 할 곳이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대로 젖은 상태로 계속 있으면 몸이 바로 차갑게 식어버릴 텐데."
  "그 분께서는 한 동안 그 곳에 계시려 하실 거야, 내가 불이라도 마련해 드릴게, 일단 물러나 있어."
  그 때, 일린이 두 손으로 나뭇가지 한 다발을 라이마의 우측 곁으로 다가오더니 곧바로 나의 바로 앞에 이르러 허리를 굽힌 채 나뭇가지를 내려놓고, 그 위에 하늘색 불꽃을 붙여 그 나뭇가지가 하늘색 불꽃에 의해 타오르도록 하였고, 이어서 그가 나에게 물었다.
  "이제 따뜻하지요?" 이에 나는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고맙다는 말을 바로 전하였다. 그러자 일린은 바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답례를 하더니, 그에 이어 자신과 라이마는 루시아의 배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때가 되면 자신에게 연락하여, 루시아의 배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라이마가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일린의 그에 이어지는 설명이 나타났다.
  "루시아 양의 배도 성계에 도착하였대요, 방금 전에. 현재 성계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도중에 없어진 사람이 있어서 혹시 성계에 있는 것은 아닌가 찾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루시아 양께서 밝히셨어요."
  누군가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누가 없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나도 혹시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라이마가 아직 할 일이 남은 이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하고서 혹시 필요하게 되면 연락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일린 그리고 두 자루의 검을 하나씩 좌측과 우측 허리에 매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라이마는 나의 곁을 떠나 뒤쪽 근처에서부터 발걸음을 옮기며 호수가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내가 뒤를 향해 잠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들은 이미 나의 뒤쪽 너머 상공으로 비행해 나아가며, 그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간 이후,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색 불꽃 근처로 나렐을 옮긴 다음에 다시 내가 앉았던 자리에 웅크리며 앉았다. 그러는 동안 나렐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으며 깨어날 기미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정말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갑주 사이로 물이 파고들어 갑주 사이의 기계 장치에 큰 이상을 일으켜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수면 위로 나렐을 들어 올려 호수가에 올려놓았을 때의 그 느낌이 다시 떠올라 오기 시작하였다. 분명 그는 기계였을 것임에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들고 있는 동안, 기계의 부속 장치들이 서로 마찰하면서 일으키는 소리는 하나도 나지 않고 있었으며, 마치 그 안에 사람의 몸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 생명의 빛이 가한 효과가 그러한 것이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옷가지로 시선을 향하며 옷의 가슴 부분을 잠시 짜 보았다. 물에 젖은 수건처럼 꽤 많은 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물에 젖은 천의 모습을 보니, 바로 한숨이 나오게 되었다, 한참을 불을 쬐며 기다려야 옷이 마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왔으니.
  '꽤 오랫동안 여기 있어야 하겠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여기서 잠시 자고 있어야 하겠다.'
  이후, 나는 두 발이 앞을 향하도록 다리를 약간만 굽힌 채, 그대로 웅크리며 잠들려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다가 겨우 끝이 나면서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기 시작한 탓인지, 바로 옆으로 누워 잠들게 되었으며, 그렇게 옆으로 누워버린 이후에는 눈을 뜨고 싶어도, 뜰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잠들게 되었다. 지금 여기서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으면 대책 없이 당할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그렇다 해도 피로를 견디지 못하게 된 이상,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다만, 상황이 종료된 이후, 수정 도시가 다시 평온한 분위기를 되찾아서 그런 급습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음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이후, 다시 깨어나서 꿈에서처럼 자세를 취하며 주변 일대를 둘러보았으나, 나의 주변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호수와 그 위로 떠오른 여러 물체들의 모습만 보일 뿐, 더 이상 나의 눈앞으로는 어떤 존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가 전하려 한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리고 그 자가 모습을 드러낸 의미가 무엇인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죽어서조차 이루지 못하였던 요베스의 토벌이라는 소망을 이룬 자에 대한 감사의 뜻이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영혼에 전달되었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이는 같은 광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용과 대치하고 있던 아니스의 모습, 그리고 옥좌에 앉아 불길한 말을 전하면서 나를 해치려 하였던 이의 모습과는 전혀 관계없었으며, 이들이 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날 무렵, 장작은 거의 다 타고 있었으나, 하늘색 불꽃의 기운이 완전히 죽지 않았는지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으며, 젖었던 옷은 그 열기의 영향을 받아 거의 다 마른 상태였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본 이후,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확인해 보려 하였다.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여전히 빛을 발하는 천들이 감빛 하늘의 곳곳에 걸쳐진 하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헤어졌던 에르시아와 루마 그리고 예즈라 등을 기다리려 하면서 호수가를 등지는 방향으로 서려 하는데, 갑자기 나의 뒤쪽 그 오른편에서부터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는 확실히 '여성' 의 목소리였다.
  '누구의 목소리이지? 이런 목소리가 여기에 들려올 리가 없는데.'
  이후, 나는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서려 하였다. 호수가 일대에 머무르고 있는 이로는 나 이외에는 나렐만 있었다. 그 나렐은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니, 그런 목소리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목소리의 근원은 나렐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다시 자리에 앉는 동안 그에게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내심으로는 당황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바로 앞에 앉아서 상태를 물었다-목소리가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절체절명인 상황 하에서 되살아난 모습을 보며 상태 확인이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이봐, 나렐, 이제 괜찮아진 거야?"
  "...... 그렇다." 이에 잠시 말을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더니, 잠시 후에 낮게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는 나렐. 그러는 동안 호수의 수면을 향하는 그의 두 눈이 이전처럼 파랗게 빛을 발하려 하고 있었다. 제오 혹은 요베스의 몸이 분리된 이후, 확실히 그 신체 상태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 모양이었다.
  "...... 여기는...... 그래, 그 호수가로군. 이제 기억이 난다."
  나렐은 그렇게 신체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 대한 기억 역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 이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음을 건네었다.
  "활동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
  "...... 그렇다." 그러자 그는 이전 때와 똑같은 대답을 하고서 혹시 호수를 떠나려 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은 다음에 나에게 하나의 부탁이 있음을 알렸다.
  "떠나려 하거든, 나를 이 곳에 남겨두고 떠나다오. 수정 도시에 머무르는 너 그리고 너의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이 그 이유이다."
  즉, 자신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리려 한 나렐.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자신은 본래 나 그리고 세니티아에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 '적' 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느냐고 물은 이후에 그러한 존재로서, 그들과 함께 하는 일은 자신에게 있어서 큰 수치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려 하였다.
  물론 그 심정은 이해가 갔다, 그가 온전히 바르코스에서 멀어졌음을 제대로 아는 이는 나밖에 없으며-다른 이들은 나렐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세니티아에 있던 이들, 특히 에르시아라면 그를 가만히 두고 있을 리가 없었는데, 그 사실을 짐작이라도 하고 있다면, 이들에게 패배를 당한 기억과 결부되어 그들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떠나보내면서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은 있었으니, 그의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제오 혹은 요베스의 육신이 그에게서 분리된 이후,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알아차리며, 나는 그가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연히 품게 되었다. 중성적이었던 목소리가 여성적으로 변화하였음은 -반드시 그러할 리는 없겠지만-여성적인 본래의 목소리에 뒤섞였던 남성적인 목소리가 강제 주입당한 인격에서 유래되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물음을 드러내놓고 바로 건넬 수는 없었기에 그것을 대신하여 건넨 물음은 아래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하다가 목소리가 그렇게 변했지?"
  그 물음에 한 동안 나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써 대응했다. 그저 파랗게 빛을 발하는 눈으로 호수를 응시하는 채, 조용히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은근히 가하는 압력을 느꼈는지 그 압력에 굴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 물음에 답을 한다. 그러나 그 대답은 내가 기대했던 수준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이 목소리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의 목소리라는 것만이 내가 아는 전부이다."
  다만, 당시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바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이후의 일로, 아니스를 다시 만난 이후에서야 알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나렐과 비로소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고요해진 수정 도시의 중심가를 거쳐 서부 구역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상공에 머무르고 있던 리아레안과 예즈라 그리고 루마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유네아 양, 이제 이리 와요!!!"
  그렇게 나를 큰 목소리로 부르며 나에게 왼손을 높이 흔드는 모습을 보이는 루마. 이에 나는 알았다고 바로 화답을 한 이후에 그를 향해 비행하면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에르시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그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에르시아 양 말이지요? 그 분께서는 데르 샤라인이라는 곳으로 가 있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먼저 떠나가셔서 지금은 이 곳에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전하려 하면서 데르 샤라인에서 그를 찾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 알리는 말없이 먼저 떠나간 그에 대해 야속하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로 돌아가면 뭐라 한 마디 말이라도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데르 샤라인이라면 마을이지요? 그 곳을 향하셨다면 그 곳에서 다시 찾으시면 되겠지요. 그건 그렇고,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던 그 병기는 어떻게 되었지요, 그 나렐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그 병기 말이에요."
  그 때, 화제를 바꾸어 나렐의 행방에 대해 묻는 예즈라. 그 물음에 나는 도시의 호수가 위치한 구역에 혼자 남았음을 밝히고서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내가 그에 대해 아는 대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바로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내는 예즈라.
  "유네아 양께서 그를 데리고 오셔서, 저의 앞에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요?" 그 때, 눈을 크게 뜨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루마, 그러자 그 루마의 물음에 예즈라가 화답으로써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그에게서 진상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 이후에 루마에게 되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강제력을 끌어들이는 일이라면 루마 양도 잘 하시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일은 에밀리가 잘하지, 제가 잘 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러자 바로 당황의 감정을 실어 목소리를 높이는 루마. 이에 예즈라는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 뿐, 한 동안 달리 말이 없다가,
  "그렇다면 제가 착각을 했나 보네요, 기사단으로 돌아가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지요."
  라고 돌아가서 할 일에 대한 약속의 성격을 띠는 말을 루마에게 건네었다. 그러는 동안 세 사람 중에서 제일 앞서가고 있던 리아레안이 주변 일대를 둘러보다가 다시 앞을 향하고 있으면서 이제 도시는 조용해졌으며, 병기들이나 금속 물질의 출현 기미 역시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예, 확실히 그러하네요, 이전에는 도시에 이르렀을 때부터 무언가 괴물이라도 나타날 법한 불길한 예감이 바로 들 지경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나 역시 처음 성계에 이르렀을 때에는 수정 도시에 있었고, 그 조용한 분위기를 가지는 곳에서 어떤 사악한 기운조차 느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는 리아레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악한 기운이 나를 덮쳐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놀란 것이었다.
  "어라? 유네아 님, 왜 그러세요? 이전에 수정 도시에 들르신 적이라도......."
  그 때,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사정에 대한 추측의 말을 건네는 리아레안.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가 무언가 알아차렸으리라고 추측을 하고서 숨기는 것 없이 수정 도시에 이른 적이 있음을 바로 밝혔다. 그러자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는 듯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리아레안.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언제 그 곳으로 들르셨어요, 저희들이 있을 때보다 훨씬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 오래 전은 아니었어요." 이후, 나는 그 물음에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언제였는지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고 알고 있다는 화답을 하였고, 그 대답을 듣고서 리아레안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며,
  "확실히 제가 왔을 때보다는 전이었겠네요."
  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런 예감이 들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불길한 실체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내가 그 기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으리라고 그 현상에 관한 추측을 밝히고서 그 정도면 내가 어디를 가든 간에 위험한 일이 일어날 우려는 작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에 이어 리아레안은 수정 도시 중앙의 탑에 자리 잡고 있었을 제오 혹은 요베스의 기운과 그 영향을 받은 사념들이 그 사악한 기운의 실체였을지도 모르며, 그러다가 수정으로 만들어진 병기들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와 함께 기운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수정 도시의 기운에 관한 자신의 추측을 차분히 내는 목소리를 통해 전하였다.
  "이제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고 거리를 돌아다녀도 괜찮겠지요?"
  "물론이지요, 물론 유리가 깨졌을 때, 그 파편을 밟거나 함부로 손을 대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곤란하겠지만요."
  이후, 뒤따르던 루마의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는 리아레안. 그 무렵, 예즈라가 리아레안의 먼 우측으로 다가와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도시의 위험이 사라진 이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 바 있는지에 대해 묻자, 바로 당황하는 목소리를 내는 리아레안.
  "그에 대해서는 예즈라 님께서 결정하시는 것 아니었어요?"
  "맞아요!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을 이끄는 역할은 예즈라 양께서 하시는 것이지, 리아레안 님께서 맡으시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리아레안 님께서도 예즈라 양을 믿으셨을 텐데."
  이에 그저 멋쩍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는 예즈라. 그러다가 자신이 실수를 한 사연으로써 이전까지 혼자 있어서 일행을 이끌 때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음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자 자신의 바로 뒤에 있던 루마에게 오랫동안 혼자 있었다면 그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 리아레안. 그러면서 크게 신경을 쓰지 말자고 당부의 말을 전한 이후에 바로 루마에게 물었다.
  "페이란에 간다, 라는 말 정도는 예즈라 님께 들으셨지요?"
  그리고 루마가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화답을 함과 동시에 리아레안은 수정 도시를 떠난 이후에는 바로 그 곳을 향해 가자는 말을 건넨 다음에 혹시라도 공연 같은 것을 하고 있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그러자 공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바로 밝게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루마. 그러면서 공연 같은 것이 시행되는 광경을 보면 자신을 꼭 데려와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하였다.
  이윽고 리아레안은 일행의 왼편 앞에 이른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바로 데르 샤라인으로 가서 에르시아를 만난 다음에 페이란으로 가든가 할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이전에 데르 샤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있어서 그들 역시 만나러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혹시 같이 갈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동안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는 리아레안. 그러다가 결국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였는지 바로 뒤로 움직이면서 뒤따르고 있는 루마 그리고 예즈라를 향해 다가가며, 그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겠음을 알렸다. 그 때, 예즈라가 환하게 웃으면서 리아레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분에 대해서는 사티사(Sathysa) 님께서도 밝히신 바 있어요,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한다고. 그래서 뭔가 어려운 결정을 할 때에는 사티사 님께서 나서신 적도 적지 않대요."
  그리고 이전의 그것에 대해서는 리아레안이 잘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 자신이 루마와 함께 답을 마련하겠음을 밝혔다. 이후, 내려진 결정, 그 결정에서 예즈라는 같이 가기는 힘들 것 같다는 답을 내놓고 있었다, 이유인 즉, 루마가 한시라도 일행과 함께 페이란에 가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
  물론 루마는 그런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지만 예즈라가 바로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였고, 왠지 데르 샤라인에서 내가 만났던 이들을 페이란에서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루마의 소망대로 페이란으로 먼저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이 내려진 관계로 수정 도시의 중심가 구역을 벗어난 이후로는 예즈라와 리아레안 그리고 루마는 나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한 동안은 함께 비행을 해 나아갔지만, 어느덧 수정 도시의 서부 구역, 그 인근에 이를 무렵이 되자, 예즈라는 이제 때가 된 것 같다는 언급을 하고서 루마 그리고 리아레안을 데리고 동쪽 방향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다. 그 때, 리아레안이 잠시 나에게 다가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그러는 동안 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그 대답으로써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음을 밝혔다.
  "혹시 사티사 님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으세요?"
  "한 적이야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에 그와 함께 있을 수는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그를 이 곳으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면서 때가 되면 바람의 사당 인근 마을로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은 되지 않는다고 말한 다음에 밝게 표정을 지으면서 그리 멀지 않을 것만 같다는 말을 자신감에 찬 목소리에 실어 전하려 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