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도시 - 서부 상공
  이후, 세 사람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헤어진 이후, 나는 계속 서쪽을 향해 비행하며 도시 서부의 상공에 이르자마자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를 비롯한 8 명의 소녀들, 그 거처를 찾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려 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건물들 중 한 곳에 이전에 카에린과 피레스가 만났던 레니라는 이름을 가지는 소녀가 머무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라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에 이끌려 고도를 점차 낮추어 가며, 점차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바로 앞에 이른 다음에 바로 서면서 조심스럽게 착지를 할 무렵, 레니가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내가 두 발을 모아 착지를 할 무렵,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가면서 나를 불렀다.
  "당신께서는 이전에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 씨와 함께 계셨던 그 분이시지요?"
  그리고 대뜸 나에게 이전에 라미스로부터 받은 병은 잘 간직하고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격전 속에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허리띠에 매달린 헝겊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안에 들어있던 병이 무사한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면서 나의 손에 느껴지는 온전한 병의 형체. 그 느낌을 받으면서 나는 그 병이 무사함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 물음에 답하였다.
  "예, 무사해요, 헝겊 주머니 안에 넣어놓은 탓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 나는 곧 그에게 왜 라미스로부터 받은 약이 무사함을 확인하였고, 이에 레니는 활짝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행이네요." 라는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 라미스로부터 약을 건네 받았을 때, 그가 약을 건네주는 이유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잘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는 레니. 이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 있었다. 약병을 건네 받을 무렵, 약병 그리고 레니의 예측에 관한 쿠아란 그리고 카에린의 대화에 관한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건네어, 정말 내가 그 약으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전하자, 레니는 잠시 동안 말이 없다가 곧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당장에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그러할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을 하고서,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의외로 앞으로 당신께서 겪으실 일에서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라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대략적인 암시만 해 주고 있었다.

  그 암시를 전하는 말을 건넨 이후, 한 동안 레니는 집을 향해 돌아서서 뒷짐을 진 모습만 보인 채, 한 동안 집을 향해 서 있기만 할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그는 갑자기 화제를 바꾸어, 나에게 이전에 나와 헤어졌던 '나렐' 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존재에 대해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었다.
  "혹시 나렐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기사를 만나신 적이 있으시지요?"
  "기사라고요!?"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그가 갑주의 형상을 이루는 병기의 일종으로서, 어느 순간부터 인격을 가지기는 했지만, 병기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레니는 그런 그를 병기 이상의 존재로 칭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요? 그가 기사인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세요?"
  그 때, 나에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레니. 그러면서 나에게 그가 본래 어떤 사람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전사나 병사는 아니었으며, 전신에 갑주를 두르고 있었기에 그를 '기사' 라 칭하게 되었다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일전에 만났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발언. 그 발언을 듣자마자 이번에는 내가 바로 그에게 물어, 이전에 혹시 갑주처럼 생긴 것을 만난 적이 있었느냐는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만난 적은 없다고 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그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예,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여기로 오기 며칠 전에 데르 샤라인 서쪽 교외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의 본 모습을 당시에는 볼 수 없었지만 그 얼굴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언급을 하는 레니. 그러면서 그에 대해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비장한 각오를 마음 속에 품은 것처럼 보였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나렐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로서 그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말하며, 자신의 본 모습에 대해 '존재해서는 안 되는 모습' 이라 칭하였음을 알렸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나렐이 자신의 변화한 목소리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자의 목소리' 라 칭한 기억이 바로 그것이었다.
  "왜 있어서는 안 될 자라 칭하였을까요."
  그러면서 레니에게 물음을 건네자, 레니 역시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무언가 짐작되는 바가 있었는지 고개를 계속 갸우뚱거리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했다. 그러면서 잠시 자신의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무언가 떠올린 바가 있었는지 뒷짐을 진 채, 다시 나에게 다가오면서 자신이 짐작한 바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왠지 그가 사실은 멸망한 왕국의 왕자였다던가, 이런 사람이었기에 자기 자신을 그렇게 칭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왕국이 멸망하면 왕뿐만이 아니라 왕족 역시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가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사례가 하나 있음을 밝히는 레니. 아주 먼 옛날, 낡은 왕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혁명이 일어난 적이 있었음을 밝히며, 그 혁명으로 인해 왕은 퇴위해야만 했으며, 이후, 왕은 왕족과 함께 나라의 변방에 위치한 어느 작은 집에 수용 당했다가 후일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외에도 그는 혁명으로 인해 왕조가 무너진 사례가 하나 더 있으며, 그 사례에서는 왕이 다른 나라로 피신했음을 알린 다음에 그 역시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였기에 나라를 떠나야 했던 것이라고 그 이야기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였다. 그 이후, 그는 오른손을 어깨 위에 올리는 자세를 취하며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그가 나타난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면, 그가 어느 나라의 왕족이었는지에 대한 짐작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혹시 그에 대해 알고 계세요?"
  그가 어느 곳 출신인지를 알아내는 것으로써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대략이나마 짐작하려 하였을 레니.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바로 그 물음에 답을 하려 하였다.
  "야스모르라는 이름을 가지는 성계예요, 혹시 알고 계세요?"
  "들어본 적은 있네요." 그러자 바로 대답을 하는 레니. 이어서 그는 파라일라라는 이상향에 가까운 나라가 건설되어 있었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그러다가 라이필라라는 국가를 멸망시켰던 바르카디아 인들의 유민에 의해 멸망하였으며, 그 배후에 엘리시온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대략이나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라이필라는 오래 전에 멸망했으니, 엘리시온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던 바르카디아 인들에게 멸망한 나라는 파라일라이겠지요. 그 나라의 왕자가 아닐까, 그 정도로 추측이 가능하겠네요."
  라는 말을 이어서 하는 것으로써 나를 통해 입수한 정보로써 하나의 추론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파라일라에는 분명 왕자가 없었으며, 두 명의 공주들은 모두 바르코스에 의해 납치되고 그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으니, 바르코스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추론에 대해 틀렸다고 여기었으니, 그에 대해서는 달리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추측이 틀렸다고 말을 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내가 찾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그 이야기가 끝날 때가 되자, 나에게 하나의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약병으로 내가 사람을 구하게 될 일에 관한 이야기와 나렐이라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 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나는 그에게 그 의문에 관한 물음을 건네어 그가 답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생겼어요. 나렐에 관한 이야기와 제가 약으로 구할 수 있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무슨 관련이 있지요, 얼핏 들으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면서 약병을 다시 헝겊 주머니 안에 넣어놓을 무렵, 그 물음에 대해 레니가 답을 하니, 문득 나렐에 관해 하나의 이야기를 전해주어야 할 필요가 생겼으며, 당장에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 뜬금 없이 화제를 바꾸게 되었을 따름이라고 화제를 변경시킨 이유에 관한 설명을 목소리로 전하였다. 즉, 두 가지 화제 사이에는 실제로는 어떤 연관도 없다는 것이 그가 설명한 바의 요지였다.
  이후, 그는 더 이상 두 가지 사항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하였으나, 이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 듯해 보였다.

  그렇게, 하나의 존재에 관한 대화가 마무리지어진 그 무렵, 나는 이제 중심 화제를 바꾸자고 마음을 먹고서, 새로운 중심 화제로서, 내가 찾으려 한 이들의 행방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그 행방에 대해 알아내는 일은 실제 나에게 당장 필요한 일이기도 하였다. 떠나간 이후에 그들에게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제가 여쭈어 볼게요, 혹시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에 대해 알고 계세요?"
  그러자 바로 알고 있다고 화답을 하는 레니. 그리고 일전에 수정 도시에 더 이상 병기들이 출몰하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중심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음을 밝히고, 지금 즈음이면 다리 위에 있을 것이라고 그들의 행방에 대한 언급을 한 이후에 중심가 여행을 거쳐,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갈 계획도 세우고 있는 모양이라고 그들의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서 드러내었다.
  "그렇다면 지금 즈음이면 도시의 중심가에 와 있겠네요."
  "그러하겠지요." 이후, 내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는 레니. 이어서 그는 도시의 중심가로 갈 수 있는 진정한 길은 중심가에 있지 않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건네었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바로 그 말에 관한 의문을 품으면서 다시 물었다.
  "중심부를 향한 길이 중심가에 있지 않다니, 그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중심가에 위치한 건축물이 중심부와 통하지 않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도시의 중심부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중심가 혹은 도시 밖의 어딘가에 있을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동쪽에 위치한 강을 가로지르는 수정 다리를 지나치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같이 걸어가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나는 바로 응하였다,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은 밤하늘에는 여전히 수많은 빛으로 이루어진 장막들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각각의 큰 장막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빛이 유리로 이루어진 시가지의 표면에 그대로 반영되어 무색과 하얀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그 모습에 색을 더해 가고 있으면서 화려한 무늬를 그리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도시의 큰길마다 나란히 세워진 가로등 역할을 행하고 있을 탑의 꼭대기에서 발하는 하늘색 빛이 어둠을 비추면서 그와 더불어 마치 하늘색 별들의 무리가 나란히 나열된 것과 같은 광경을 만들며 하늘에서 내린 빛에 의해 꾸며진 거리에 빛나는 장식을 더하는 효과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처음 상공을 통해 지나갈 때에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서부 외곽 지역에서 중심부와 근접한 지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다리를 거쳐야만 한다. 거대한 파도 모양을 이루는 장식이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받치는 부분이 '아르카(Archa)' 라 칭해지는 윗 부분이 반원형을 이루는 다리. 전투 병기 셋이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으며, 투명한 물 위로 세워진 그 거대한 다리를 지나가며 레니는 나의 우측 근처에서 나와 발을 맞추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일련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이전까지의 전투 중에는 알 수 없었던 수정 도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있었으며 그런 연유로 중요하다고 판단되기에 여기에 적어둔다.

  수정 도시의 중심부라 칭할만한 곳은 '궁전' 이라 칭해져 있던 일련의 거대한 탑상 건축물 군집도, 호수가 위치한 '정원' 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도시의 중심부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의외라 할 수 있을만한 장소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쉽게 찾을 수 없거나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기억하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그 비밀 장소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언젠가 그 곳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래서 만약의 경우에 그 곳으로 가기 위해 '도시에 이르면 바로 기억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를 건설하여 그 위에 있도록 한 것이었다.
  중심부가 위치한 곳은 궁전의 바로 앞, 십자로의 중심에 해당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제 1 중앙 박물관' 으로서, 그 박물관 사의 지하 깊은 곳에 도시의 중심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의 지하에도 시설이 있으며 그 시설은 지하 6 층까지 이어지고 있었기에-지하 3 층부터는 차량 대기 시설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박물관의 지하에 무언가 숨겨놓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제 1 중앙 박물관에서 도시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특수한 승강 시설을 이용해서 지하 1 층에 위치한 특수 시설을 통해 지하 6 층 아래 지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도시로 처음 올 때만 하더라도 지하 1 층의 특수 시설로 직접 갈 수 없었다, 특수 승강 시설을 통해 지하 1 층의 특수 시설로 간다 하더라도 아래 지점으로 가기 위한 승강 시설이 위치한 구역이 특수한 기운에 의해 봉쇄되어 있어서 갈 수 없었다.
  박물관을 통해 중심부로 바로 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수정 도시의 탑, 그 지하에 위치한 중앙 제어 장치가 가동하고 있으면서 중심부를 향한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작동시키고 있었음이 바로 그것.
  그래서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통로를 이용해야만 했으며, 그 특수한 통로 역시 수정 도시의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다. 그 특수 통로는 중심가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부 제 4 지하도의 평상시에는 봉쇄되어 있는 통로를 통해-현재는 개방되어 있다-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본래는 그 제 4 지하도의 숨겨진 통로를 이용하기 위해 중심가 구역의 남부 가장자리로 가야만 했다-제 4 지하도가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제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공중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기운의 근원이었던 제오의 기운 역시 더 이상 감지되지 않게 되었으며, 그러한 이상, 지하 1 층의 특수 시설을 봉쇄하고 있는 장치가 작동되어도 봉쇄를 위한 기운의 근원이 없어짐에 따라, 봉쇄를 위한 힘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그 건물을 통해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건네는 물음에 레니는 "그러하겠지요." 라는 답을 우선 한 이후에 그래도 당장 박물관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으리라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 이유로써, 라미샤, 이리나라면 어지간한 수정 도시의 구역을 둘러보았겠지만, 그들과 함께 사는 6 명의 아이들은 그러하였을 리가 없기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중심가를 그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라미샤, 이리나에 대한 전망을 드러내었다.
  "그렇다 해도, 그 넓은 중심가에서 당신께서 라미샤 등을 쉽게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테니, 제가 이 다리를 건널 즈음에 라미샤에게 연락을 보낼게요, 자신이 위치한 곳에 대해 멀리 있는 나 혹은 당신께서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분명한 표시를 해 달라고."
  이후, 그는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작게 보였던 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가 잠시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저 멀리 강물 위로 커다란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어서 밤이 되면 분수대에서 물을 끌어올린 후, 분출하도록 하였대요. 그러는 동안 분수대 주변의 수저에 위치한 형형색색의 등불들이 환하게 빛을 발하며 분출되는 물에 색을 띠는 빛을 가해, 분출된 물이 마치 여러 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던 곳, 그 왼편 근처에서 강물의 한 곳에 비추어진 초록색 빛으로 이루어진 형상이 나타나는 광경으로 시선을 향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밤이 되어 나타나는 빛으로 이루어진 막에 의해 강물이나 건물들이 색을 띠는 것과 거의 비슷한 원리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 볼 수 있어요."
  이후, 그는 일전에 엘리시온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도시에서 발견되었음을 알린 이후에 그것은 하나의 그림으로서 처음 보았을 때에는 보라색 포물선들이 나란히 하늘을 가르고 있는 광경인 줄 알았음을 밝히고서 후일 그 광선의 정체는 물줄기로서 물줄기가 사출되는 곳이 보라색 빛을 발하고 있어서 그 빛에서부터 사출된 물줄기가 그 영향을 받아 보라색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사출구의 빛으로 인해 물이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색을 띠게 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과거 솔리아테 성계 비망록 등지에서 은근히 언급된 바 있어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현상의 실체가 옛 엘리시온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초문이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그림이 정말 엘리시온의 현상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강에 관한 레니의 이야기가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게 되었다.
  "아마도 그러할 거예요, 그 현상의 실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일전에 물 속으로 들어갔을 때, 빛과 관련된 특수한 장치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발견한 적이 있었고, 은하계 일대의 고대 문명이 한결 같이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바로 발색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지요."
  "은하계 모든 성계의 고대 문명이 전부 같다고요!?"
  이후, 초문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하는 레니, 은하계의 모든 성계가 과거에는 같은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당연히 이해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레니 역시 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그래서 그렇게 추측을 한 것이었느냐는 발언만을 그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수정 도시 - 서부 구 상가
  시간이 더 지나, 다리를 지날 무렵, 나의 눈앞으로 수많은 건물들과 건물들 사이로 난 길의 가장자리마다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나란히 세워진 수정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탑들이 서 있으며 각 꼭대기마다 하늘색 빛을 뿜어내는 광경이 나의 눈앞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 중에는 과거에는 화려한 의상이 진열된 상점이었던 곳도 있을 것이고, 화려한 유리병과 유리그릇 그리고 도자기 등을 내놓은 가게였던 곳도 있을 것이다. 온갖 문서들을 처리하기 위해 존재했던 곳과 같은 업무가 목적이었던 곳 역시 상점 사이의 곳곳에 있었으리라. 하지만 상점이나 업무를 위한 건물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이 모두가 결국 유리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여느 시가지 같다면 밤이 되어 번화했던 거리가 한 때 조용해진 모습이라 칭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흔적' 이나 다를 바 없는 수정 도시에서 그런 희망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에 가까운 행위에 불과했다.
  그 거리의 먼 우측 너머로는 하나의 공터가 있었으며, 그 공터의 주변 곳곳에는 빛을 발하는 여러 형태의 장치와 길다란 수정 의자 몇 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그 공터가 번화한 시가지 사이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에는 공원과 같은 휴식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바로 할 수 있었다.
  유리로 변해버린 건축물들과 탑들 사이로 놓여진 크나큰 수정 가도를 지나가며 레니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러면서 간간이 왼편에 우연히 보인 상점에 진열된 유리병들과 그 안에 채워져 있는 투명한 액체-본래는 다른 색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등으로 가만히 시선을 향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걷는 모습을 보이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나 역시 거리를 지나치면서 큰 길 양 옆으로 보이는 건물들마다 진열된 물품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유리 세공품으로서, 마치 실제 사물을 모사한 것처럼 보이는 투명한 물품들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유리 진열대와 유리로 만들어진 각종 시설들의 모습이 눈앞을 한 번씩 지나치고 있었다.
  "이 시가지의 모습을 그 아이들도 보았을까요."
  "도시를 여행하면서 한 번 정도는 보았겠지요? 아마도 그러할 거예요."
  이에 밝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내어 화답을 하는 레니. 그에 이어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지가 문득 궁금해졌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을 건네더니, 시가지를 계속 지나가면서 대로의 우측, 먼 너머에 위치하고 있던 공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면서 우측을 향해 대각선을 그리면서 하나의 알리는 말을 전하려 하였다.
  "이제 저는 저 공터에 머무르고 있을 거예요, 거기 있으면서 무언가 사색에 잠기고 싶은데, 혼자 있지 않으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리고 약속한 대로 공터로 가기 전에 라미샤에게 어디에 있는지 신호를 보내도록 할 것임을 알리고 공터 근처의 십자로, 그 중앙으로서 빛을 발하는 탑이 그리는 사각형의 중심에 위치할 때가 되자 바로 오른손에서부터 하얀 빛을 만들어 내며, 그 빛으로 마치 라미샤에게 말을 직접 건네는 듯이 하나의 말을 전하려 하였다.
  "라미, 혹시 이 목소리가 들린다면 위치한 곳에 서 있으면서 붉은 불꽃 하나를 쏘아 올려주도록 해, 가급적이면 큰 불꽃을 발사하고, 폭발이 크게 퍼질 수 있도록 하면 더 좋겠어."
  그러자 잠시 후에 하늘을 향해 한 줄기의 새하얀 불꽃이 쏘아 올려져, 상공의 높은 곳까지 이르렀다가 그 곳에서 폭발, 그 이후에 주변 일대로 하얀 불꽃이 퍼져 가면서 어둠에 잠긴 하늘의 한 곳에 자그마한 성운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폭발의 규모는 얼마나 거대했는지 내가 위치한 곳에서부터 상당히 먼 곳으로서 거리 몇 개와 큰 다리까지 지나쳐야 할 정도로 먼 곳-중심가를 향하는 큰 다리 건너편 부근이었다-에서 쏘아 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꽃이 결코 작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큰 불꽃을 쏘아 달라 부탁했더니, 정말 크게 불꽃을 쏘아주었네, 고맙게도."
  이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불꽃의 모습에 관한 언급을 하는 레니. 이어서 그는 라미샤에게 전하기 위한 말로써 한 사람이 더 올 때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부탁의 말을 건네면서 빛에 의한 통신은 종료, 이어서 빛이 나의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제가 부탁한 대로 기다려 주겠다고 말했으니, 이제 불꽃이 위치했던 곳으로 가시면 될 거예요.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가야 하니, 가급적 빨리 가셔야 하겠지요?"
  이어서 레니는 그렇게 나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 이후에 발걸음을 옮기어 유리로 이루어진 공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곧 공원으로 갈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이후 어디를 가시더라도 행복하세요, 모름지기 행복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잖아요."
  그와 같은 작별 인사말을 건네면서 나를 지나쳐 공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점차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수정 도시 - 중심가 서부 상공
  더 들르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도시의 모습은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데다가, 가급적이면 빨리 라미샤가 불꽃을 쏘아 올렸던 곳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날개를 펼치고 중심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시 비행을 개시하였다.
  이전에 들른 경험이 있어서일까, 지난 경험을 기억해내며 바로 중심가를 향해 이전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이제는 수정 병기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전보다 더욱 빨리 중심가에 이르는 것에 한몫했다. 사실 처음 그 곳으로 나아가며 조심스럽게 비행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외곽 구역에서 중심가까지 이르는 시간은 1 시간 정도로서, 이전에 중심가에 이를 때까지 오래 비행을 해야 했음은 전투 병기와의 대결이 있었기 때문. 그래도 경험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15 분. 본래 걸려야 할 시간의 1/4 정도나 되었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수정 도시의 중심가로 돌진해, 그 중심의 '탑' 안으로 돌입하고, 그에 이어 나렐과 계속 대치를 하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 느낌만 들었을 뿐, 의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비행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남서쪽에서 나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날개를 펼치며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탑으로 돌입할 즈음에 나와 헤어졌던 이, 에르시아였다.
  "유네아, 무사했구나, 데르 샤라인에 있으면서 걱정했었는데."
  이후, 나에게 다가와 인사말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더니 그에 이어, 일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도시의 상공에 있으면서 이미 다 들었음을 밝힌 다음에 한 때는 그 대화 중에 나온 도시의 실상에 관한 언급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였던 적도 있지만 막상 하려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어졌음을 나에게 알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무튼 무사했으니, 그걸로 잘 된 것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후, 그의 그런 말에 대해 나는 "그래, 잘 된 것이지." 라는 화답에 이어, 에르시아의 이제는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자신과 동행하던 이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러자 바로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렇구나, 그러면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대?"
  그러자 내가 불꽃이 나타났던 곳의 위치를 기억해내며 답을 하였다. 그 곳은 중심가를 향하는 큰 다리 건너편 부근으로서, 그들이 그 곳에 계속 머무르고 있으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중심가와 그 주변 일대의 경계 역할을 행하는 폭 넓은 강과 그 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를 지나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며 이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날 때가 되자 거리의 왼편 한 곳에 모여있는 8 명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소녀들이었다.
  "유네아, 혹시 네가 말하는 이들이 그들 아니야?"
  그 때,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는 동안 나 역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러면서 라미샤, 이리나를 비롯한 한 집에 사는 8 명의 소녀들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때, 그런 나의 모습을 알아보기라도 했는지 하얀 셔츠와 푸른색의 나팔처럼 넓게 퍼지며 발목 부근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은 소녀로서 긴 감색 머리카락을 가진 이-라미샤-와 아주 짧은 소매를 가지는 하얀 원피스로서 치맛단이 무릎 위까지 내려가는 갈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소녀-라미스-가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특히, 라미스는 오른손을 높이 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유네아 언니!!! 이리 와!!! 여기야, 여기!!!"
  그 무렵, 크게 목소리를 내며 나를 부르는 라미스의 목소리-라미샤 역시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높이 있는 동안 그 목소리가 라미스의 목소리에 가려,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나는 하강을 개시하여 그들의 바로 앞에 이르도록 하였으며, 그러는 동안 에르시아 역시 나의 뒤를 따라 고도를 낮추면서 나의 근처에 착륙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내가 그들의 곁에 이를 무렵, 어깨에 닿는 소매를 가지는 하얀 상의와 무릎까지 내려가는 스커트로 이루어진 푸른 치마를 입은 이로서 긴 감색 머리카락을 가지는 소녀-에리사-가 나에게 다가와 그 동안 특별한 일 겪은 적은 없는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유네아 언니, 그 동안 별 일 없었지요?"
  "응, 없었어." 그 때, 그의 등 뒤에 서 있다가 쪼르르 다가오는 소녀가 있었다. 하얀 셔츠와 하얀색을 띠는 짧은 스커트,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가는 몸에 붙은 바지를 입고, 감색을 띠며 목까지 내려오는 짤막한 머리카락을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내가 비행을 행하고 있는 동안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바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린 소녀가 나 그리고 에르시아의 사이로 다가와 있었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으나, 잠시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곧 그가 쿠아란임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유네아 언니, 저기 옆에 있으신 분은 누구예요? 친구 분이에요?"
  "응." 이에 나는 바로 그렇다는 의미의 화답을 한 이후에 고향에 있던 사람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내가 위치한 곳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때, 에르시아가 허리를 왼손에 올리고 나를 향해 돌아서면서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이전에 말했잖아, 유네아를 찾기 위해 온 것이라고."
  "그랬던가." 이에 에르시아가 왜 내가 있는 곳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던 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말을 건네었고, 그 때 에르시아가 그런 상황을 정리한 다음에 바로 쿠아란 그리고 에리사를 향해 돌아서며 잠시 동안이나마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일과 함께 하였다.
  "아무튼 잘 부탁해, 모두. 내 이름은 그저 에르시아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어."
  그 이후, 그는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의 모습을 보더니, 그들에게 바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의 나와는 다르게 밝은 모습을 바로 보였다.
  "그 쪽도 잘 부탁해요,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같이 여행을 가도록 할게요."
  그러자 라미샤 역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저도 잘 부탁해요." 라고 화답하면서 바로 그를 맞이하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라미샤의 모습은 나를 대할 때와는 달리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도 아직 그가 낯설기라도 한지, 그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분명 그는 최대한 거리를 두지 않으려 하였을 텐데, 초면에 그런 행동이 그 의도에 맞지 않은 상황을 불러온 듯 싶었다.
  그래도 라미샤는 바로 소녀들에게 기다려야 할 사람도 왔으니 이제 다시 여행을 시작하자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이끌며 그들의 앞에서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리나가 뒷짐을 진 채,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나와 에르시아를 향해 다가왔고, 그러면서 "출발하지요, 어서 따라야 하니까요." 라고 말하며, 나와 에르시아가 그들을 따라 나서도록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라미샤가 앞장서고 이리나가 그 뒤를 따르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두 대열이 서로 만나더니, 서로 뒤섞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르시아, 처음 만난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조금 그래."
  "그랬나?" 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내가 건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놀라는 표정을 짓는 에르시아. 물론 이 당시 그의 감정 상태를 추측하자면 당황하면서, 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나, 당시 그는 확실히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선 눈부터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놀라면서 에르시아가 물음을 건넬 무렵, 어느새 라미샤의 바로 곁에 이른 이리나가 라미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라미샤, 그 모습이 왠지 부담되니?"
  "낯설어서 그랬을 뿐이야,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피상적인 만남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이시려 하시는 의도는 분명한 만큼, 바로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
  그 물음에 바로 밝으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화답을 하는 라미샤. 그러다가 잠시 후, 그는 자신을 따라가는 에리사 그리고 쿠아란과 달리 뒷머리의 윗 부분을 묶고, 그 아래를 늘어뜨려 꼬리처럼 만들어 놓은 머리카락을 보이는 카에린에게 길 주변에 보이는 상점으로 시선을 향하고 그 모습을 가리키면서 상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옛날에 저렇게 화려한 옷을 주로 다루는 옷가게들이 많이 있었단다. 이 곳에서는 항상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이는 화려한 옷들이 진열되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는 했지, 그 중에는 커다란 보석으로 장식된 옷도 있었을 정도였어. 이러한 옷들은 하나씩만 진열되어 있었는데, 옷을 만든 이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았기 때문이었지. 그 공로가 들어가기도 하고, 재료가 고급으로 취급된 것이기도 해서 그 가치는 무척 컸대."
  그 질문을 듣자마자 그 질문을 한 이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해 보았다. 소녀는 라미샤의 오른편 곁에 있는 이로서 등 아래까지 내려가는 긴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팔목까지 내려가는 소매와 무릎까지 내려가는 치맛단을 가지고, 치맛단이 무늬 모양으로 꾸며진 새하얀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는 6 명의 소녀들 중에서는 연장자 격인 에마렌으로서, 라미샤의 바로 곁에 있으면서 그와 함께 앞장서서 길을 걷다가 라미샤의 옛 시대 옷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막대한 돈을 내야 구매 가능한 옷에 관해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바가 있어서 라미샤에게 옷에 관하여 물음을 건네려 한 모양이었다.
  "라미샤 언니, 이런 옷은 누가 사는 거예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 저런 옷을 위해 돈을 많이 쓸 이는 세상에 거의 없다시피 할 것 같은데."
  "확실히 지금 시대에는 믿겨지지 않는 일이겠지, 에마렌."
  이에 바로 그 심정을 이해하겠다는 듯이 말하는 라미샤. 그리고서 믿겨지지 않겠지만 옛날에는 그런 옷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래서 그런 옷을 진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을지도 모르겠다고 가게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으로써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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