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거대한 다리가 가로지르는 큰 강을 기준으로 정해진 변두리 지역과 중심 지역. 비록 폭이 넓다 해도, 다리로 건널 수 있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두 지역의 격차는 비록 문명이 흔적만 남았다 할지라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고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두 지역 사이에 있는 강은 사실상 '바다' 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수준이다. 그래서 그 강의 이름이 '마레아(Marea)' 혹은 '마레스(Mares)' 같은 것이었다면 지역을 탐방하는 이들에게 웃음이나마 전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강을 사이에 둔 변두리와 중심 지역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는 일도 있었다.
  "유네아 언니, '마레아' 라는 게 뭐야?"
  아직 감색을 띠는 하늘 위로 빛을 발하는 장막들이 펼쳐진 하늘 아래로 수많은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었을 구역을 걷고 있을 무렵, 나의 좌측 곁에 있던 라미스가 뒷짐을 지는 채-팔을 내린 채, 걷다가 지루해진 듯 했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마레아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일단 답이라도 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에게 내가 언급한 마레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바다를 의미하는 내 고향의 언어로 이루어진 단어의 일종이야."
  그리고 그 의미대로 서술하면 '바다 강' 이 된다는 언급을 하고서 강은 강이되, 이름이 바다이며, 즉, 그 곳은 강이되 실제로는 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나의 뒤를 따라가던 피레스가 놀라면서 "그래?" 라고 물었고, 그에 이어 이리나가 나에게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 말씀은 곧, 이 중심 지역과 변두리 지역 사이의 강은 바다와 다를 바 없다, 라는 의미를 품고 있겠지요? 인접 지역이라 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처럼 차이가 많이 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그 물음에 내가 그렇게 화답을 하는 동안, 에르시아는 멀찌감치 앞서 있으면서 우측에 보이는 건물들에 진열되어 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여러 물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발견이라도 한 듯이 갑자기 가게의 한 곳에 서서 아래쪽에 보이는 진열대를 허리를 약간 굽힌 채, 가만히 바라보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르시아, 뭐해? 갑자기 거기에 서서?"
  이후, 나는 그런 에르시아의 바로 근처로 뛰어가, 그를 부르면서 물었고, 그러면서 그가 바라보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내려다보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루데스(Ludes) 군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게 생긴 여러 음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음식들이 진열된 모습이 유리로 변화한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해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것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면 좋았을 텐데."
  "주인도 없고, 배가 고픈데 마침 잘 됐다, 먹자 -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그 무렵, 나는 에르시아가 하는 혼잣말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였고, 이어서 그 목소리를 들은 에르시아가 바로 다시 일어서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에게 건넨 말에서 드러난 예상 그대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는 했음을 나에게 밝히고서, 이어 모든 것들이 유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는 생각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니까 사람이 없는 것이지, 여기에 실제 음식이 있었다면 이 곳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겠니?"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에르시아에게 그렇게 반 장난으로 핀잔을 가할 무렵, 나의 곁으로 라미샤 그리고 그와 동행하고 있던 에마렌이 다가왔다. 그 때, 그런 이들을 향해 바로 다가가려 하는 에르시아. 이후, 에마렌이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혹시 그 식당의 음식 중 하나를 건네드릴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 식당의 진열대로 시선을 향하던 에르시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가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그런 제안을 하는 에마렌. 이에 에르시아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그러할 필요는 없음을 애써 밝히려 한 이후에 어서 길을 가자는 언급을 하며 자신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 때, 그런 에르시아의 좌측 곁으로 두 사람이 다가오니 쿠아란 그리고 피레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중심 구역의 화려함은 변두리 구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빛을 발해 어둠을 비추는 탑마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건물들 역시 미려한 모양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거리의 주변에 위치한 의자나 화분의 모습에도 변두리 구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위 '고급스러움' 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어서 이전까지 지나온 곳의 네모난 건축물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야말로 귀족들의 거리 같아 보여, 이 나라에 귀족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축물 사이로 이어진 길을 걷다가 조용히 혼잣말을 이어가는 에르시아. 그리고 나에게 중심부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바로 물음을 건네었다.
  "중앙 구역의 제 1 박물관이래, 도시에서 가장 높은 탑 그 근처에 있다더라."
  그 에르시아의 물음에 이전에 들은 대로 답을 하는 나. 그에 이어 박물관에서 바로 비밀 구역을 찾아 그 구역 안으로 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일전에 레니가 언급한 그대로, 지하 1 층의 특수 시설을 찾아야 하며, 그것을 통해서만 지하 6 층 아래에 위치한 시설 내부로 진입할 수 있으며, 그 곳이 바로 도시의 중심부일 것이라는 언급을 이어서 밝혔다.
  "그렇다기보다는 중심부 바로 앞의 구역이지요. 중심부는 탑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리고 탑을 통해서는 중심부로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변 시설이 위치한 곳인 박물관 지하를 거쳐, 통로를 통해 중심부로 들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하는 라미샤.
  그 중심부라면 이미 이전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병기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 근원을 찾기 위해 돌입한 곳이 바로 탑 아래의 깊은 곳에 위치한 바로 그 '옥좌' 였다. 다만, 병기들의 침공이 잇달아 이어지는 동안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는 동생 격인 소녀들의 보호를 위해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서지 않았던 탓에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으며, 나 역시 그 외곽 구역-일린, 라이마가 탈출을 위해 활용했을-으로 들어선 적이 없었기에 그 모습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사실상 모두가 도시 중심부의 모든 곳을 들러보지 않은 셈이라 칭할 수 있었다.

수정 도시 - 중심가 구역
  사전에 조사라도 하였는지,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는 앞장서고 있으면서 익숙하게 길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그 뒤를 6 명의 소녀들이 에리사 그리고 에마렌이 앞장서서 남은 어린 4 명을 이끌어 가는 형태를 보이며 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의 뒤를 따라 가는 큰 딸들과 그 뒤를 따르는 어린 딸들의 모습 같아 보이는 대열, 그런 그들의 모습을 대열의 왼편 근처에 있으면서 바라보는 동안,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확실히, 세니티아에서는 느끼기 힘든 '가족' 의 분위기였다. 나도 태어난 이래로 집에서는 혼자였고, 에르시아 역시 집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같이 있을 수는 있었으나, 가족끼리 같이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8 명이 비록 친 자매는 아니더라도 자매처럼 서로 이끌고 따르는 모습은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을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하게 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나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혹시라도 어린 정령을 보살피게 될 날이 온다면 그 아이를 딸처럼 잘 보살필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나 역시 아직은 어린 축에 속하는지라 함부로 대답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보다도 실상 어린-처음 만났을 때에도 나를 '누나' 라 칭할 정도였다-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가 더욱 어린 아이들을 나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절로 그런 의문이 들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마음 속에만 담아 두고, 결국 꺼내지는 못했다. 에르시아라도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쉽게 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가 6 명의 소녀들을 딸처럼 대한다, 라는 말을 전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러한 사실을 그가 믿지 못하고, 세니티아의 상식에 익숙한 사람인 이상-나도 별 다를 것은 없지만- 나를 위해 좋은 대답을 내놓기는 자연히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마 언니, 저기 봐! 저기! 저기에 조각상들이 서 있어!!"
  그렇게 길을 갈 무렵, 왼편을 향하는 길 너머에 위치한 옛 형식을 갖추고 있는 유리 건축물 인근에 한 무리의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고대의 신상이었을 법해 보이는 조각상들, 이들은 서로 대 위에 올라선 채, 나란히 자리잡고 있으면서 각자 나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옛 시대에서는 나신은 신에게만 허락되어 있었던 탓일까, 신상에 새겨진 옛 신들의 모습은 한결 같이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었다.
  "왠지 추워 보이지 않아, 옷이라도 한 벌 갖고 있으면 둘러주기라도 했을 텐데."
  그리고 잠시 그 건물 인근에 이르렀다가 길의 갈림길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여신상으로 추정되는 나신의 여인이 새겨진 유리 조각상을 발견하자마자 피레스가 그 조각상 앞에 서 있으면서 자신들의 언니들인 쿠아란 그리고 카에린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괜찮단다, 피레스. 조각상들은 그렇게 옷을 입지 않아도 추위를 느끼지 않으니까."
  그 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에마렌이 왼손에 라미스의 오른손을 잡고 있으면서 다가와,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어 말하길, 조각상이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서 조각상은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본질은 유리이며, 유리는 추위를 느끼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에 그 물질로 만들어진 조각상 역시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저도 유리가 되면 추위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그건 곤란해, 살아있는 사람이 유리가 되는 경우는 어떠한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어!"
  이후, 라미스가 에마렌의 손을 잡은 채, 그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물음을 건네자 바로 당황하는 에마렌. 그리고 유리가 표현하는 사람의 모습은 처음부터 유리로 만들어져 있을 따름이며, 사람이 유리로 변하는 경우는 없다고 바로 설명에 들어가려 하였다.
  "아무튼 대단해, 저렇게 깎아내기 힘든 유리로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 때, 쿠아란이 조각상들의 모습을 둘러보면서 신기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다가, 바로 자신에게 다가온 언니인 에리사에게 물으니, 조각상들이 원래부터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에리사는 유리로 조각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고 답을 한 이후에, 본래는 대리암과 같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을 것임을 밝히며, '대변혁' 에 의해 변질되어 유리 조각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기에 그런 원리로 유리 조각상이 만들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답을 하고 있었다.
  이후, 쿠아란은 에리사에게 그렇다면 어떻게 돌을 둥글게 깎아 사람의 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으나, 에리사는 거기까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언젠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때가 올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후, 이들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포함된 8 자매는 각자 조각상에 하나씩 머무르며 조각상에서 자세를 취하기도 하면서 조각상이 머무르는 건축물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 건축물이 위치한 곳을 지나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등에 의해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자기 자신을 꾸미고 있는 화려한 모양새를 이루는 유리 건축물들을 지나쳐 가다가 더 시간이 지날 무렵, 나와 에르시아가 먼저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먼 앞에 위치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기둥들과 창으로 꾸며진 마치 궁전과도 같은 건축물, 그 건축물이 궁전으로 쓰이지 않는다면 필시 박물관일 것임이 틀림없었다. 여태껏 순례 등을 위해 들른 궁전과 같은 곳 중에서는 진정 궁전으로 쓰이지 않으면 대개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기에 그 건축물 역시 박물관이리라 추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근에는 공터도 하나 있었고, 경기를 위한 공간이었을 둥근 외벽이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소도 하나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휴식을 위해 활용되었을 법한 곳들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건축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히 이런 대화가 오가게 되었다.
  "언제 들어갈까, 도시를 조금 들렀다가 갈까, 근처에 공원이었던 곳도 있었을 법 한데."
  한 동안 화려해 보이는 수정 도시의 거리를 동생들을 이끌며 무사히 걸어가던 라미샤의 휴식을 취하자는 제안, 그 제안에 바로 이리나가 반발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자, 이제 거의 다 왔는 걸."
  그리고 나와 에르시아, 그리고 동생들의 의견을 모아, 더 많이 지지를 받는 쪽의 의견대로 따르자는 제안을 하고서, 그는 나의 바로 앞에 이르러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물으려 하였다.
  "유네아 언니,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계속 앞으로 가요, 아니면 공터 같은 곳에서 쉬도록 할까요."
  물론 나는 결정된 대로 따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탓에 딱히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리나도 그런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지는 못해도 대답이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는지, 나에 대한 질문을 바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때 라미샤가 그런 이리나의 우측으로 다가와 말했다.
  "바로 들어가자, 이제 새벽이야, 적어도 아침에는 아이들이 잘 수 있도록 해야지. 시간 끌다가 잘못하면 아침까지 아이들이 잠도 못자고 있는 상태가 된다니까, 정말로!"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도록 하자고 말한 다음에 잠은 아침에 푹 잘 수 있도록 해 주겠음을 밝히며 어린 피레스 그리고 라미스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하나씩 잡고서 이들을 앞세우며 다른 아이들이 그 뒤를 따르도록 하였고, 이어서 이리나가 아이들의 뒤에 있으면서 이들을 뒤에서 인솔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에르시아를 이끌고 조용히 이들의 우측 근처에 있으면서 8 자매의 대열에 혹시 다가오는 이가 있는지를 조용히 살피려 하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거리 왼편의 멀리 보이는 건물, 그 외벽의 한 곳에 붙어있는 액자에 유리로 하나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거리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그림 같은데.......?'
  그 모습을 대략 보다가, 격정적이고 거친 느낌이 중심가의 고풍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느낌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다만, 유리판에 새겨진 그림이 되다보니, 그 그림의 면모를 자세히 보기는 쉽지 않았고, 그래서 잠깐이나마 그 자세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대열에서 이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나는 에르시아에게 따라올 테니, 잠시만 홀로 있어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넨 다음에 곧바로 8 자매 대열의 먼 앞에 이르렀다가 바로 날개를 펼치고, 지면 근처로 비행을 개시하면서 그 벽을 향해 접근해 나아가다가, 마침내 그 액자에 이를 무렵, 나의 눈앞으로 그림이 새겨진 모습이 분명히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그 그림의 실체를 바로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그림, 그 그림은 놀랍게도 귀족들이 살아갈 법한 거리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붉은 기가 달린 하나의 길다란 창을 들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을 따르는 총과 검을 든 수많은 사람들-아마 도시의 민중들일 것이다-의 돌진해 나아가는 모습. 광야에서 용감히 돌진해 가는 민중 군단의 모습을 그린 그 그림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어지간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바로 '혁명' 을 주제로 한 그림이었다.
  그 '혁명' 을 상징하는 그림의 바로 옆에도 하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그림에는 망토를 두르고 있는 한 젊은 남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민중 군단이 광야의 저편으로 돌진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림의 주제는 이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두 그림을 하나씩 둘러보고 있을 무렵, 문득 이전의 꿈에서 보았던 로브를 둘러쓰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바로 상기되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그 사람이 나에 대해 100 만 혁명군이 이룩하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룩하였다고 말한 일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분명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고 싶은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자신들을 짓밟는 요베스 그리고 유네아에게 대항했을 거야, 하지만 유네아의 마지막 저항에 부딪쳐 결국 아무것도 이룩해낼 수 없었지. 그 이전에도 그들은 수많은 도전을 행해왔지만, 그 때마다 신들 그리고 신들을 받드는 수많은 인간들에 의해 부딪쳐 오면서 좌절해 오기를 반복했을 거야, 그러면서.......'
  그러면서 저항의 뜻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곳곳에 이러한 그림들을 그렸을 것이다, 그 그림을 보면서 나는 바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혁명에 관한 다른 그림도 혹시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림은 벽의 한 구석에 위치한 두 개 뿐, 그 이외의 그림은 없었다.
  그렇게 그림 감상을 마친 이후, 다시 일행의 곁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어디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던 데다가, 목소리인지의 여부조차 확실치 않았기에 처음에는 이전에 들려온 소리에 관해 크게 신경을 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러면서 그것이 한 문장을 이룰 수 있을 법한 말들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결국에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 일대를 둘러보았다. 물론 하늘에는 감색 바탕에 여러 빛들이 머무르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 그 어디에도 목소리의 근원 격인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이후, 그 목소리-아마 에레아 혹은 유네아라 칭해지는 이의 목소리일 것이다-는 제오 혹은 요베스라 칭해지는 존재를 소멸시킨 일에 대한 언급을 행하려 하였다.


  새로운 요베스, 그가 누구인지는 이전에 나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나 놀람은 없었다. 다만, 야스모르를 황폐화시키고, 파라일라의 공주들을 유린하였을 그를 그저 불쌍한 사람이라 여기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야 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또 한 사람을 언급하며 그에 대해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내려 하는 듯이 말을 건네는 목소리.


  그리고 후일의 모습은 기대하고 있겠음을 밝히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에레아 혹은 유네아로 추정되는 목소리의 주인, 그의 그런 말을 들으며 품은 의문이 몇 가지 있었으나-그 중에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왜 병기를 보살피려 한 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법한 것도 있었다-,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은 이상, 그것에 대해 바로 알아낼 수 없었다.

  "유네아 언니, 거기서 뭐하세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신 것이라도?"
  그 무렵, 나에게 다가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음을 건네는 이리나. 이에 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어딘가 하늘에서 환청이 들려와 가만히 서 있었을 따름이라고 이전의 일에 대해 약간 얼버무리려 하였다. 그 이후, 나는 다시 일행에 합류하여 박물관을 향한 길을 이리나와 함께 걸어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전에 혁명에 관한 그림이 그려진 액자 두 개를 발견했음을 알리면서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리나에게 물었으나, 그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는지, 이리나는 나에게 좋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정 도시 - 제 1 중앙 박물관
  전반적으로 정사각형을 이루며 가운데가 비어있는 거대 건축물이 자리 잡은, 그 안에 중앙 정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중심에 작은 건물이 위치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 과거에는 궁전이었다 하나, 어느 시대 이후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으며, 수정 도시의 과거 시대에는 엘리시온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었던 곳이 바로 그 건축물. 중앙 정원은 외곽 건물의 회랑을 통해 볼 수 있었으나, 중앙 정원으로는 일반인은 갈 수 없었으며, 그 중심부의 건축물 안으로 들어간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라미샤는 가운데의 건물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 건축물로 아무도 들어가지 않음에는 그 건물 내부에 일반인에게는 공개될 수 없을 법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판단이 그 근거. 외곽 건물인 본관에는 수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나, 이미 수정으로 변해버린 이상,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 모두 그 유물들 그리고 옛 유산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도서도 진열되어 있었으나, 도서라는 물건 자체가 거대한 수정 육면체처럼 변해버려 펼칠 수 없게 되어 사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본관 입구를 거치면 당도할 수 있는 넓은 공간, 바닥의 유리판에는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으며 천장의 곳곳에 유리로 만들어진 수많은 장식들을 가진 둥그런 등이 윗 부분에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장식품 가운데에 하늘색 빛을 뿜어내며 건물 내부의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벽면의 근처 곳곳에는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 유리 그릇-본래는 도자기였겠지만-과 유리판에 새겨진 그림들-본래는 채화였으리라-, 그리고 각종 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이 곳이 박물관임을 바로 알리고 있었다.
  "본래는 궁정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던 귀중품들이나, 엘리시온이 각지에서 수거해 장식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그런 물건들의 일종이었겠지요?"
  "그러하였겠지, 확실히." 궁전의 입구 부근에 진열된 물품들을 보면서 에리사가 건네는 물음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라미샤. 그에 이어 차분히 목소리를 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그의 발걸음은 입구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대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 대문이 중앙 정원과 본관을 잇는 대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문은 잠겨 있었지만 자물쇠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 애시당초 귀중품이나 보물 같은 것이 있다 해도, 그 모든 것들이 유리로 만들어진데다가, 당시에는 중요했던 시설들도 이제는 유적과 같은 곳이 되어버린 마당에 큰 의미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라미샤는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로 유리 자물쇠를 내리쳤고, 그와 함께 유리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고요하기만 하던 건물 내부의 곳곳에 울려 퍼졌다. 광활한 건물의 내부에서 들린 소리인 탓인지, 그 소리는 넓은 곳까지 주변의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자물쇠가 깨지며 문이 열렸고, 이어서 오른손으로 문의 오른쪽 부분을 강하게 밀쳐내며 라미샤가 문을 열어 그 너머의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그와 함께 십자로와 그 주변의 투명하며 물결치지 않아 고요한 물이 채워져 있으며, 중앙에 하나씩 복잡해 보이는 입체 도형을 표현하고 있는 수정 조각상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 그리고 십자로의 중심에 위치한 원반을 이루는 공간에 여러 기둥들이 대문이 위치한 벽면 바로 앞에 나란히 세워져 있으며, 지붕이 좌우로 길쭉한 이등변 삼각형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마치 고대의 신전과 비슷해 보이는 면모를 보이는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저 건물로 들어가면 되는 거예요?"
  그 때, 열린 문 바로 앞에 이르러 그 너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바로 우측 곁으로 온 이리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피레스. 그러자 그는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바로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언급을 하고서 곧바로 라미샤에게 어서 들어가도록 하자고 제안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후,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의 인도를 받으며 6 명의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이들이 있었다. 루시아 그리고 파렐리아의 도움을 받아 배에 탔던 3 명의 어린 바람의 정령들,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라는 이름을 가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명씩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러면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를 짓다가, 잠시 그들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곧 괜찮아질 수 있었다, 샤리에나 그리고 루시아와 파렐리아가 이들에 피해가 없도록 잘 보살피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바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