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도시 - 중앙 제 1 박물관 내 정원
  중앙 제 1 박물관의 정원, 본래는 궁전의 정원이었을 법한 곳으로서 중앙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십자로가 개설되어 있고, 그 십자로를 기준으로 물이 채워진 구역이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원으로 들어오면서 라미샤 그리고 에리사가 나에게 그 곳에 관한 소개를 한 바에 따르면, 본래 그 정원은 길을 중심으로 거대한 화원이 펼쳐져 있었던 모양으로 화원마다 하나씩 중앙에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분수대마다 하나씩 조각상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각 조각상을 중심으로 물들이 화려한 모양새를 이루며 분출되고는 하였다고 한다.
  이후, 나는 길 왼편으로 시선을 향하고, 그에 이어 나의 눈앞, 그 먼 곳에 있는 하나의 유리 조각상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 조각상이 본래는 분수대의 일부였던 것일까, 라는 혼잣말을 하며 잠시 동안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본래는 화원이었던 이 곳이 물이 채워진 곳이 된 거야?"
  그 무렵, 대열의 한 가운데에 있던 에르시아가 앞서 가고 있던 에리사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자 그 답으로써 그가 하나의 설명을 행하기 시작하였다.
  "엘리시온의 멸망과 함께 나타난 '변혁' 이후로, 도시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수정으로 변형되면서 화초들 역시 수정으로 변하였지만, 분수대에서 흘러나온 액상 유리에 의해 녹으면서 화원이 위치하고 있던 곳이 물이 채워진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었대요.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물질 변이가 일어나, 화원을 채운 유리가 물로 변이되면서 그 곳이 물로 채워진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었대요."
  자신 역시 누군가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에르시아에게 행한 설명, 의외로 복잡하였지만 그렇다고 에리사에게 뭐라 말하기는 힘든 형편이었다, 그 역시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었기에 무작정 그를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얼핏 생각해 보면 그 가설이 그럴 듯 하기도 하여, 그 가설이 옳다고 일단은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건물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정원이라지만 본래의 건물 자체가 입구에서 멀리 보아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으니, 그 외곽 건물에 둘러싸인 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수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인공 호수의 2 배 크기 이상은 되고 있었으며, 길 역시 10 사람은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 넓이는 10 명 정도가 거주하는 자그마한 마을 크기 정도, 그러한 이상, 그야말로 궁전 안의 '작은 세상' 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길과 조각상 그리고 건축물, 이 모두는 본래 당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던 대리암을 가공한 석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하며, 곳곳에 보석으로 치장된 장식을 위한 구조물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인공물에 의한 시각적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한다. 궁전 역시 깨끗한 느낌을 주는 대리암을 이용해 건축되었으며, 순금과 순은 그리고 보석들과 각지에서 생산된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도자기 물품들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꾸며지고 있었지만 석재의 고급성은 정원의 구조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뭐해, 건축물의 소재인 대리암과 장식물의 소재인 금, 은은 모두 수정으로 변했고, 보석들 역시 유리 조각이 되었으며, 도자기는 유리그릇이 되어버렸는데."
  궁전과 정원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두 팔을 높이 들어 두 손이 머리 뒤에 있도록 하며 말을 이어가는 에르시아. 그러다가 두 팔을 다시 내리면서 자신의 왼편 곁에 이른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 건축물이 영원토록 보존되기를 기대하면서 대리암을 자재로 활용하고 각종 보석들을 올려놓으면서 설마 왕과 귀족들이 화려하게 궁전을 꾸미려 했을 텐데, 그 모든 것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고, 잘 깨어지는 유리로 변해버렸으니 얼마나 허무하겠어, 그렇지 않아, 유네아?"
  물론 허무하기는 할 것이다, 대리석이나 금, 은 그리고 각종 보석들은 수정이나 유리보다도 값어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홍강옥(1)이나 청강옥(2) 그리고 녹주석(3) 이나 단백석(4) 등은 색깔이 화려한데다가 영속성도 뛰어나서 그 값어치가 보통 수정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런 물건들이 보통의 유리로 전락했다니, 이는 당시의 왕족들이나 귀족들이라면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에르시아가 건네는 물음에 답을 하려는데, 그 때 쿠아란이 에르시아에게 다가가 물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오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요. 일전에 에마렌 언니가 말했는데, 대리암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은 비가 오면 조금씩 부식되어 점차 낡아간대요, 대리암이 산을 띠는 물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것이 그 이유라면서. 하지만 유리는 산에 닿아도 녹지 않잖아요."
  하기사 그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리암은 뼈와 비슷한 성질의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과즙이나 식초와 같은 산을 띠는 액체에 닿으면 부식되는 특징을 가진다. 비에도 약간의 산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그러하다보니 비를 계속 맞으면서 대리암이 주요 자재로 활용되는 건축물들이 그로 인해 조금씩 부식되어 가는 형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물질이 변이되는 것으로써 보존성이 커진다는 점은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영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 때 피레스가 쿠아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식초는 대리암으로 만든 그릇에 넣으면 안 되겠구나."
  "그 말은 맞는데, 대리암으로 어떻게 그릇을 만드니?"
  이에 에리사가 당황하며 쿠아란을 대신해 화답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가루로 만들어 반죽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그것은 대리암으로 만든 그릇이 아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계속 옮기어 다리 중간 즈음의 좌우 난간에 설치되어 있는 길다란 탑이 꼭대기에서 하늘색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무렵, 뒤쪽 우측에서 걸어오고 있던 피레스가 갑자기 에마렌에게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라? 피레스, 뭐가 생각났니?"
  그러자 피레스가 답하길, 얼마 전에 이리나가 해 주었던 '신기한 요리' 가 생각나 그것에 관한 상상을 계속 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이름부터 드러내려 하는 피레스,
  지금껏 딱딱한 빵을 물에 불렸다가 구워서 내고, 생 치즈와 함께 빵을 구워먹기도 하며, 때로 간간히 오는 '단풍 액' 을 빵에 발라먹는 것이 일상이다시피 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탓인지,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요리 이름들이 많기는 많은 편이다. '라클레타(Raclett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요리 역시 그 당시에 처음 들었던 것으로서, 처음에는 그 성계 특유의 요리인 줄 알고 있었다.
  그 지역에서는 '흘러내리는 치즈' 라는 의미를 가지는 '에테메라 포라(Etemera Fora)' 라는 이름을 가지는 요리로서, 세니티아에서는 라클레타(Recletta) 라 칭해진다. 철판 위에 전용 치즈를 올려놓고, 그 치즈가 열에 익어 물렁해질 즈음에 철판을 기울여 그릇 위에 '흘러내리는 듯이' 꺼내는 형태로서, 그 흘러내린 치즈를 감자나 고기 위에 얹어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불의 정령이 주로 거주하는 세니티스(Senitis) 나 레미아(Lemia) 일대에서 불의 정령들이 몸의 열기를 유지하기 위해 한 번씩 먹고는 하는 것이 바로 그 라클레타라는 이름으로 칭해지는 그런 요리이다. 그러하다보니 대체로 서늘한 지역인 소로에나 일대나 비교적 따뜻한 곳인 땅의 정령이 거주하는 구역, 그리고 덥고 습한 물의 정령이 거주하는 곳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탓에 나 역시 그 요리가 무엇인지 그 때가 되어서야 처음 알 수 있었다.
  "먹고 싶어? 엊그제 네가 먹고 싶다고 해서 먹었잖아."
  그 때, 에마렌이 피레스에게 이전에 먹은 적이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피레스는 그래도 먹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에르시아가 에마렌에게 묻기를, 그 맛을 잊지 못해서 그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에마렌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였다.
  "하긴 그런 면이 있어요, 피레스는 한 번 맛있다고 생각한 것은 잘 잊지 않으려 하는 면이 있어요."
  "얼마나 신기했겠어, 철판 위에 빵 같은 것을 올려놓아 굽는 모습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빵이 아니라 치즈이고, 그것이 열에 의해 반 즈음 녹으면서 빵에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러자 그런 그의 면모에 대해 바로 한 마디 말을 건네는 라미샤. 그러는 동안 일행은 점차 중앙의 건축물에 다가가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눈앞에 보이는 건축물의 모습도 점차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형상이 점차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 건물이 도시의 중심부와 이어지고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여기가 도시의 중심부와 정말 이어지고 있을까요."
  그러면서 라미샤에게 물음을 건네는 나. 그러자 라미샤는 확실하다고 언급한 다음에 특수 시설이 있을 법한 곳은 그 곳 이외에 없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문을 잠그어 놓는다는 점도 지목할만한 이유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넨 이후에 일단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보자는 말을 건네면서 자신이 먼저 궁전의 정원, 그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신전처럼 생긴 건축물을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제 1 중앙 박물관 - 정원 내 중앙 시설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신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축물. 그 문의 잠금 장치는 누군가가 오래 전에 부수어 놓았는지는 몰라도 이미 존재하지 않고 있었으며 그래서 8 자매를 포함한 10 명은 바로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그 문은 밀어서 열어야 했던 문이고, 상당히 두꺼웠던 탓인지-문틈을 통해 문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책정이 가능했다, 내 손뼘 크기보다 더 컸다- 라미샤 혼자서는 밀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문을 밀어내기 위해 나와 에르시아까지 힘을 합쳤고, 그제서야 문이 조금씩 열려 한 사람 정도는 지나갈 수 있는 자그마한 틈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그 틈이 생겨나자마자 우선 라미샤와 이리나부터 한 명씩 들어갔고, 이어서 에마렌, 에리사, 쿠아란, 카에린, 피레스 그리고 라미스의 순으로 한 사람씩 라미샤 혹은 이리나의 인도를 받아 건물의 내부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나와 에르시아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라미스까지 이리나의 인도에 의해 들어갈 무렵에 그의 뒤를 따라 차레로 들어갔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에르시아가 그 뒤를 따랐다.

  유리로 이루어진 육면체 상의 넓은 공간을 이루는 건물의 내부. 그 내부의 외양 자체에는 특별할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기둥들이 나란히 세워진 회랑 너머, 먼 앞에 보이는 제단 너머로 보이는 조각상이 무언가 특별한 역할을 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러면서 그 조각상으로의 접근을 시도하려 하였다.
  밑면이 좁으면서, 길게 이어지는 원형 첨탑으로서 가운데 부분에 다중 원형 고리가 놓인 모습을 보이는 유리 모양의 조각상으로서 어지간한 2 층 건물 높이만하고 밑면의 크기가 세 사람 정도 들어갈 만한 그 구조물. 원추의 꼭지점 부분이 유리로 이루어진 커다란 구슬-구슬이라 하더라도 그 직경이 상당히 커서 한 사람 정도는 웅크린 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인근의 바닥에는 하나는 바른 모양새를 이루며, 사선 방향으로 기울어진 모습을 보이는 두 사각형들이 겹쳐 있으며 그렇게 생성된 팔각형을 에워싸는 8 개의 직각 삼각형 중에서 탑의 대각선 방향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네 삼각형의 중심마다 하나씩 내 키의 1.5 배만한 높이를 가지는 가느다란 탑이 자리 잡고 있어서 주변 일대를 장식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물론 그 역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겠지만, 그 활용의 예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그런 나에게는 그저 장식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 구조물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네 개의 가느다란 탑에 둘러싸인 거대한 구조물을 향해 접근하기로 결심, 그러면서 바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어 구조물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에르시아 역시 나의 왼편 곁에서 나를 따라 뛰어가고 있으면서-걸어가는 속도에 차이가 생겨 뒤처진 탓에 가볍게나마 뛰게 된 것이었다- 물었다.
  "유네아, 저기서 무엇이라도 발견한 거야?"
  "그것은 아닌데,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런 그의 물음에 대한 답은 그러하였다. 그런 답을 하면서 탑상 구조물을 향해 접근하여,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에 탑의 바로 앞에 이를 수 있었다.
  무언가 있어 보였던 탑이었으나, 실제로는 내가 앞에 이른 이후, 잠시 동안 계속 기다려 보아도 어떠한 변화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으며, 그렇게 탑 앞에 머무르기만 하고 있으면서 분명 중요 시설일 텐데, 내가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고 있었다.
  "이 탑은 그저 장식이고, 문 너머에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 왼편 곁에서 탑의 꼭대기로 가만히 시선을 향하던 에르시아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었고, 그 목소리를 듣고서 내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느새 그는 탑을 지나 그 먼 건너편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후, 한참 걸어 탑과 문 사이의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행하는 잠금 장치의 모습을 보았는지 바로 발걸음을 돌려,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문이 밖과 이어지고 있는 문임을 그 모습을 보면서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알아차린 이후,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리고서, 이전 자신의 위치하였던 나의 바로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8 자매 모두가 나의 근처로 다가왔으며, 그 중에서 이리나 그리고 에리사와 쿠아란은 나를 앞질러 탑의 근처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탑의 모습을 정면 바로 앞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벽면의 모습을 보다가 이후에는 고개를 들어 탑의 꼭대기를 향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탑의 모습을 한 동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가 되자 이리나가 다시 시선을 내리고, 에리사, 쿠아란을 향해 돌아서면서 탑의 특성에 관해 한 마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 탑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내부 진입이 가능하지 않은 곳이야, 분명 이 안에 특수 시설이 있을 텐데."
  그 때, 뒤에서 에마렌 그리고 카에린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와 가느다란 물체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이리나에게 언급하고 있었다. 그러자 라미샤와 에리사 그리고 쿠아란 역시 에마렌 그리고 카에린이 머무르고 있는 곳인 구조물의 좌측 전방에 있는 가느다란 형상으로 모여 에마렌이 탑의 꼭대기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려 하였다.
  "그런데, 카에린. 어떻게 하면 탑에 빛을 발할 수 있어?"
  그의 근처로 다가온 이후, 바로 카에린에게 물음을 건네는 쿠아란. 그러자 그 대답으로 카에린이 탑의 꼭대기에 불을 붙이거나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고 있었다. 그러면서 라미샤에게 불빛을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은 이후에 불빛을 만들어 탑의 꼭대기에 올려달라고 부탁하였다.
  표면에 닿는 불빛으로 탑에 빛을 발하도록 해 달라는 부탁,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탁인 만큼, 들어줄 의사를 바로 드러내는 라미샤. 하지만 표정을 통해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곤란하지 않을까, 라는 언급을 카에린에게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불빛은 탑의 표면에 닿기만 하지, 탑의 꼭대기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잖아."
  그리고 무언가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탑의 꼭대기가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하였으나, 불을 꼭대기의 표면에 붙이는 것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언급을 하여 카에린의 기대가 올바르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리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벽 주변에 무언가 장치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 때, 벽은 그냥 내벽일 뿐이며, 장치 같은 것은 없음을 알리는 에마렌. 그리고 차라리 구조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구체에 접근해서 무언가 행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언급을 하다가, 이윽고 나 그리고 에르시아를 향해 돌아섰다. 날개를 가진 나와 그의 모습을 보면서 꼭대기에 접근해 달라고 부탁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대로, 에리사는 나에게 부탁을 하여, 꼭대기 위로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네었고, 그 부탁을 따라 나는 날개를 펼치고 바로 구조물의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에마렌은 두 손을 가슴 언저리에 모은 채,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그 부탁대로 일이 잘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아무것도 없었다, 구조물의 구체가 구조물을 움직이는 역할을 맡고 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날개를 펼치고 상승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나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구체. 그것은 마치 단백석의 모습을 보는 듯이, 투명한 구체 안의 불꽃이 시간이 지날 때마다 다른 색으로 변이해 가며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단백석, 혹은 '오파니엠(Ofaniem)' 이라 칭해지는 돌이 있다.
  그 단백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구체의 앞에 이르는 동안 구체의 흐름은 언제나 그렇듯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구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혹시 손을 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구체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 이후에 조금씩 왼손을 앞으로 내밀기 시작하였다. 바로 표면을 손으로 만졌다가,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의 일로서, 이런 일이 있었다. 일전에 엘젠 산맥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사는 기상 관측사 역할을 맡는 마녀의 일을 돌보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러다가 기상 관측사가 자리를 비울 때에는 혼자 집을 지키면서 집에 들어오는 이를 맞이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집을 돌보기 위한 일로써 청소를 하다가 관측사의 방에 들어가서 하나의 물건을 보게 되었다. 푸른색을 띠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구슬이었다.
  한 손으로 들어도 될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구슬. 하지만 그 구체의 바로 앞에는 '관계자 외에는 만지지 마시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구슬로 다가온 이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문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당시의 나는 왜 만지면 안 될까, 라는 생각에 물체를 향해 다가가 거리낌 없이 바로 그 구슬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려 하였다.
  그 때 있었던 일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손에 구슬을 올린 순간, 두 손으로 퍼져가던 전기의 기운, 그 전기의 기운에 놀라 나는 바로 그 구슬을 관측사의 책상 위에 떨어뜨렸고, 그와 함께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 소리가 전기의 기운에 의해 놀랐던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하였다. 이후, 나는 구슬이 깨어진 것은 아닌가 하며 구슬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도 구슬은 금 하나 가지 않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그러한 일이 생겨날지 모르니까.'
  그 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구체를 향해 접근, 그러면서 천천히 손을 뻗어 가장 긴 중지부터 그 표면에 닿도록 하다가, 마침내 나의 모든 손가락이 구체에 닿게 되었다.

  손이 구체의 표면에 닿는 순간, 나는 앞으로 있을 고통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행하려 하면서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도 구체를 통해 고통이 손으로 전해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다시 떴을 때, 나의 눈앞으로 구슬 안을 떠돌고 있던 빛의 무리가 나의 손바닥으로 모이는 현상이 마치 쇳가루 무리가 자석에 이끌리는 듯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구조물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즈음에 어딘가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니, 자신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라 말하고 있었다.
  "레카시므 오즈 엘티온 솔리테아레. (Recasimm Oz Eltion Soliteare)" (5)
  그리고 잠시 후, 오르간이 내는 소리와 비스무리한 소리가 하나의 곡조를 울려 퍼지게 하고, 이어서 유리와 유리가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가 아래 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으며,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구조물의 아래 쪽에 무언가 현상이 일어났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후, 날개짓을 행하며 다시 아래로 날아내려, 구조물이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니, 구조물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나타나고 있었다. 구조물을 에워싸는 대열을 이루는 탑들의 각 꼭대기가 하늘색 빛을 발하면서 구조물의 아래쪽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문이 열려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문 너머에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원반이 자리잡고 있었다. 30 명 정도는 머무를 수 있을만한 원반으로서, 그 원반이 승강 장치의 역할을 맡고 있는 듯 했다.
  "이 원반이 승강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요?"
  이후, 카에린이 건네는 물음에 바로 온화하게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는 라미샤. 그리고 자신이 앞장서서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테니, 조심하며 따라와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라미샤와 이리나가 앞장서고, 그 뒤를 나이가 많은 순으로 6 자매가 한 명씩 뒤를 따르면서 구조물의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에르시아와 함께 뒤를 따르는 동안 우측 곁에 있던 에르시아가 나에게 물었다.
  "그 주문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누가 가르쳐 준 것이었어?"
  이후, 승강 장치의 테두리 부분을 둘러싸는 12 개의 작은 막대형 물체들이 하늘색 빛을 발하고, 그와 함께 승강 장치가 천천히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이전에 내가 읊었던 주문에 대한 언급을 하는 에르시아. 이에 나는 그렇다고 화답을 하고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나에게 하나의 문구를 읊으라하여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했다고 그 때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자 두 팔을 올려 두 손이 머리 뒤를 향하도록 한 채, 다른 이야기를 드러내려 하는 에르시아.
  "그런데, 그 솔리아테 아니 솔리테아라는 이름 말야, 왠지 세니티아의 옛 명칭을 떠올리게 하지 않아?"
  "솔리아테(Soliate) 말이지?" 이야기를 마치면서 건네는 물음에 나는 우선 세니티아의 옛 명칭을 언급하면서 들어간 철자만큼은 비슷할 것 같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솔리테아라는 명칭이 솔리아테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자, 대답으로써 자신은 두 명칭 간에 상호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고 있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물음을 건네었을 따름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솔리아테에 관한 옛 기록 중에 드러난 것이 하나 있긴 있어, 카스야(Casja) 라는 분에 의해 밝혀진 사항으로서, 솔리아테 성계의 멸망 이전에 솔리아테 인의 외우주 진출에 관한 기사가 바로 그것이지. 멸망 이전에도 솔리아테는 성계의 한계를 감지하고 있었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 우주에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솔리아테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 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솔리테아가 솔리아테와 연관이 있음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는지, 우연의 일치로 솔리아테와 비슷한 명칭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을 하며 더 이상 솔리아테의 옛 기록에 대한 거론은 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 때 에르시아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대해 나는 하나의 추측을 하고 있다, 지금의 엘리시온으로 과거에 솔리아테 인들이 진출해서 새로운 솔리아테로 정하려 하였다가, 본 성계와 사실상 단절되면서 자체적인 신앙을 마련하고, 자체적인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엘리시온이라는 문명을 발전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라는 것이 바로 그 추측.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진실로 믿어주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는 동안 일행은 승강 장치에 의해 지하로 계속 내려가다가, 마침내 승강 장치가 한 구역의 바닥에 이르러 멈추면서 그 구역의 표면을 밟게 되었다. 그 곳은 유리로 이루어진 내벽에 둘러싸인 육면체 형 공간으로서 5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문 너머에는 커다란 공간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의 양 옆에는 구슬이 달린 막대기 형상의 물체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진입 차단을 위한 방벽을 만들기 위한 힘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가, 제오가 사라지면서 그 힘 역시 사라져, 방벽이 사라지게 된 모양이었다. 그런 장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이른 곳 너머로 보이는 공간에 대해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너머가 도시 중심부를 향하는 승강 장치이겠구나.'
  이후, 나를 포함한 10 명은 한 명씩 안으로 들어갔고, 마지막으로 라미스가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혀 두 공간의 연결을 단절하더니, 이어서 그 공간이 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승강 장치가 작동하면서 아래로 내려가게 된 것이었다.

수정 도시 - 중심부 구역
  승강 장치의 하강이 멈추더니, 잠시 후, 들어갔던 입구, 그 건너편의 벽이 열리면서 그 너머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중앙에 2 열로 나란히 자리 잡은 원기둥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내벽과 통로 사이에 기나긴 수로가 위치하고, 있어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하 수로라 칭할만한 곳이었으나, 외양은 옛 엘리시온 문명을 묘사하고 있는 수정 도시의 거리 모습을 연상케 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내벽과 기둥의 곳곳에는 빛을 발하는 선들이 위치하고 있어서 천장에 달린 팔면체 상 수정 결정의 안에 있는 하늘색 빛과 함께 어둠을 비추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주욱 가면 중심부로 갈 수 있다는 거지?"
  "응, 확실해." 그렇게 길을 나아가는 동안 이리나가 건네는 물음에 라미샤는 바로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목소리를 내며 그를 따라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라미샤, 이리나를 비롯한 8 명의 자매들이 길 왼편을 따라 걷고 있는 동안 나 역시 길 우측에서 발걸음을 옮기며 길 주변의 사물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눈앞으로는 길 위, 벽면에 위치한 사물들 그리고 수로의 수면 위에 떠 있는 사물들의 모습으로서, 과거의 재앙으로 인해 수정으로 이루어진 조각상이 되어버린 형상들이 잇달아 지나가고 있었다.
  연산 등을 위해 활용되었을 거대한 계산 기계, 행성의 모습을 본 뜨고 있는 구체, 수로의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러 유리 조각상들....... 이들은 분명 사라진 엘리시온의 문명의 소산이겠지만,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솔리아테 성계에 관한 기록에 남아있는 물품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문명의 소산이었던 수정으로 이루어진 물품들이 곳곳에 놓인 길을 지나, 그 너머의 원형을 이루는 넓은 공간으로서 가운데에 거대한 기둥이 위치하고 그 주변으로 유리 의자들이 기둥을 둘러싸고 있으며 외벽 곳곳에 상점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공간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이를 무렵, 가장 먼저 그 공간에 이른 에르시아가 좌측의 통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잠깐만요, 이 곳에는 좌우 방향에만 통로가 있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때, 그런 에르시아를 불러 그의 발걸음을 멈추려 하는 라미샤. 그에 이어 그는 입구의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내벽을 향해 원형 공간과 내벽 사이의 수로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려 하였다.
  "이 다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닐 거예요. 물론 당시 사람들은 괜히 있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러면서 외벽에 당도한 이후, 곧바로 그 외벽을 밀어내려 하는 라미샤. 그리고 잠시 후, 벽의 한 곳이 밀리며 그로 인해 1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생겨났다. 그 틈새가 생겨나자마자 바로 자신의 뒤쪽을 향해 돌아서서 사람들을 부르는 라미샤.
  "여기에 통로가 숨어 있어요, 이 통로가 중심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예요."
  그리고 좌우의 통로는 도시의 서부, 동부 지하도와 연결되어 있는 지하 통로임을 밝힌 다음에 자신이 열어놓은 문틈으로 한 사람씩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는 라미샤. 이어서 일행은 이리나와 에마렌 그리고 에리사를 시작으로 1 사람씩 다리를 건너 라미샤를 따라 문틈, 그 너머로 진입해 들어갔다. 다리부터 한 사람씩만 지나갈 수 있어서 자연히 한 사람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쿠아란이나 카에린이 물을 건너서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지하에는 옷이 젖어도 말릴 곳이 없다는 에리사 그리고 에마렌의 만류로 인해 그 생각을 바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정 도시 중심부
  라미샤의 도움을 받아 이른 통로의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원형 공간. 그 외형 자체는 이전에 들렀던 원형 공간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이전의 공간보다 훨씬 어두웠고-조명이라고는 내벽 인근의 기둥형 물체 꼭대기에 있는 하늘색 빛 뿐이었다-, 중심에 원반형 받침대 위에 놓인 원기둥형 장치가 위치하고 있으며 기둥의 중간 부분에 내 머리 크기의 2 배 크기 만한 하늘색 빛을 발하는 구체가 네모난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는 채, 자리 잡고 있어서 사실상 많은 면에서 달랐다고 볼 수 있다.
  기둥의 받침대 부분에는 계단이 4 방향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어서 계단을 통해 장치 근처로 올라갈 수 있었으며, 기둥의 표면 곳곳이 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으나, 어둠을 비추는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얀 빛은 기둥 외에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원기둥을 둘러싸는 내벽의 곳곳에 발판처럼 생겼으며, 장치 비슷한 것들을 형상화한 듯해 보이는 물건들이 있었으며 물건을 구성하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사각 판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으나, 이 사각 판들 역시 자신의 좁은 주변 일대를 비추는 정도만 행할 뿐, 다른 역할을 거의 행하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카에린이나 피레스와 같이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는 그 사각 판들이 그저 신기해 보였는지, 큰 언니인 에리사나 라미샤 등을 불러대며 신기한 것을 찾았다고 법석을 피우곤 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나를 놀라게 한 존재들이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나 놀랐으면, 어둠 속에 비추어진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혹시 괴물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바로 당황하면서 소정령 레반테아를 불러왔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쿠아란과 카에린은 이리나를 안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이리나 역시 뭔가 알고 있었지만 예상외의 면이 있었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평소에 동생들을 잘 이끌던 라미샤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는데, 그 소리가 워낙 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놀랄 정도였다.
  '용감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이런 면은 있구나.'
  그렇게 한 번 놀라면서 나에게 들었던 생각이었다.

  장치의 주변에 널려 있으면서 일행을 놀라게 한 물건들, 그것들은 다름 아닌 인간의 모습을 모사한 것처럼 보이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조각상들이었다. 얼굴 모습은 거의 해골과 같았으며, 두 눈에 하나씩 파랗게 빛을 발하는 수정이 박혀 있었고, 흉부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갑주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외의 신체 부분 역시 수정으로 이루어진 골격에 수정으로 이루어진 각종 물품들이 장착된 듯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조각상들 중에는 여성의 모습을 모사한 것도 있었는지, 체격이 작고 가늘며 가슴이 부풀고, 허리가 잘록해 보이는 형상도 있었다.
  얼핏 보아도 흉악해 보이는 그 개체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놀랐지만, 곧 기분을 진정시켜 그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추측을 해 보았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결과를 낼 수 있었다. : 내 추측이 옳다면 이들은 본래 인간이었다가 금속 세포에 감염되어 기계 인간으로 변질된 이후, 기계화한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금속 세포의 생명이 다하면서 수정으로 변이한 형태일 것이었다,
  "잠깐만, 설마 이들은.......!?"
  그런 추측을 하고 있을 즈음, 감정을 진정시키면서 라미샤가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다가 무언가 알아차린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떠오른 것이 있느냐고 묻는 이리나. 그러자 라미샤가 그 답으로써 하나 떠오른 것이 있음을 밝히고서 발걸음을 옮기어 중앙에 위치한 장치의 입구를 향하는 근처로 다가온 다음에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레니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어, 신체 세포까지 금속, 기계 장치화하여 그야말로 기계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변해버린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러면서 '금속 세포'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바 있어."
  "금속 세포라고!?"
  "응, 본래는 금속이지만 형상 기억 능력과 함께 살아있는 세포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감염된 존재의 모든 것을 자신과 동질화하고, 자신에게 맞는 특성으로 변질시켜가는 존재. 그러다가 수명이 다해 생명력을 잃으면 수정으로 변이하여 감염으로 인해 변질된 존재를 수정 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존재, 그것이 바로 금속 세포야."
  그렇게 내가 아는 바 그대로, 금속 세포의 특성에 관한 언급을 하고서 라미샤는 이전보다 차분해진 목소리를 내며 구역에 위치한 수정 조각상들은 그 금속 세포에 의해 변질된 그 마지막 결과임을 밝히고, 그 추측의 근거에 관하여, 레니의 이야기에서 묘사된 기계 인간의 모습에 대한 기억과 그 모습이 일치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놀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였던 에마렌-이런 점에서는 라미샤보다 확실히 나았다고 볼 수 있다-이 라미샤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런 특성을 통해 대변혁기 이후, 수정 도시가 남게 된 경위를 추측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수정 도시의 수정과 금속 세포가 남긴 수정이 같은 특성을 가진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일치한다면 수정 도시의 탄생에 대한 중대한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 물음에 라미샤는 오른손으로 왼팔의 팔목을 잡는 자세를 취하면서 에마렌이 건네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 있었다. 미소를 띠고 있었음으로 보아, 그에게 납득이 될 만한 가설이었을 것이다. 에마렌이 어떻게 금속 세포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정 도시가 금속 세포에 의해 휩싸였는지를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금속 세포가 수정으로 변질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수정 도시의 탄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일 정도는 가능했던 모양이었다.
  과거 문명의 거대한 장치, 그 일부로 추정되는 공간. 하지만 아직 중심부의 가장 중요한 곳에 이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리나와 라미샤로부터 이 공간에 대해 중요 장치의 일부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으니.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