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모험가로도 알려진 아젤 폰 아데시아(Asel von Adesia) 가 남긴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들었다, 몇 개의 방들이 마치 거대한 기계 장치와 같은 면모를 보이며, 각각의 방들이 마치
기계의 기관 그 일부와 같은 역할을 행하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 이외에 그가 남긴 이야기는 몇 더 있기는 하였으나,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떠오르는 것은 역시 그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무대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거대한 건축물의 내부였으며, 그 건축물의 핵심부에 해당되는 곳에 그 장소가 있었다는 대목만큼은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구역의 한 방에는 기계 장치의 기관 역할을 행하고 있었을 육면체 기둥 상 구조물들이 곳곳에 벽면에 기대어 있었으며, 각 구조물 안에는 판상을 이루는 여러 장치들이
붙어 있으면서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방들을 사이에는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방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방들에는 거대한 장치의 제어와 작동의 실제를 맡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혹시 '전자 연산 장치'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기존의 연산 도구로 활용된 것들로서, 결국에는 손을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구슬 판'
(1) 이나 '계산 기계'
(2) 를 대신해 각종 연산을 자동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전기' 의 힘이 기계를 움직여 계산을 행하도록 한 장치이며, 솔리아테 시대의 인류는 그 연산 장치를 '계산 도구의 궁극적 진화
형태' 라 칭하기도 한 바 있었다.
종이에 쓰여진 숫자 등을 사람이 들여보내면 장치에 장착된 수정구들이 빛을 발하며 결과를 알리는 형태로서, 하나의 기능 구현이 작은 크기 내에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지더니, 어느 순간에는
글자들을 계산을 통해 표현하고, 더 나아가 수정판 위에 계산 결과를 내어 그것을 통해 색을 표현하기에 이르고, 그와 더불어 연산 수행 능력도 보통의 인간에 비해 월등히 커져 인간이 구현하기 힘든
여러 계산 능력을 단 시간 내에 구사, 그것을 통해 인류는 여러 연구와 보조 장치를 활용한 각종 정보 관리를 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해 갔다.
그 진화된 형태로서, 방 9 개를 들여야 할 정도의 거대한 장치는 분명 도시뿐만이 아니라 거의 세계 전역의 관리에 필요한 계산 능력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임이 틀림없지만, 그것을 통해 고대인들이
무엇을 행하려 하였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아젤의 모험이 이어지고 있을 즈음, 슈나이더(Schneider) 가 발굴해 낸 전자 연산 장치의 '연산 명령자 모음과 그 예시' 에 대한 책이 후일 발간되어
알미차(Almiza) 의 피브니드(Favnid) 와 레미아(Lemia) 그리고 다르시스(Darsis) 등지에 기재된 적이 있고, 일부 마녀들은 그 명령자들을 이용한 암호를 구성한 적도 있지만 크게 활용되는 경우 역시 많지
않은 편.
(3)
당시, 나는 그런 연산 장치의 일부에 해당되는 곳으로서, 이제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 집합이 되어버린 그 공간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공간 내에 있으면서 나는 중심부에 금속 세포를 수납하기 위한 공간이 있으리라고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 수납 공간에서 추출된 금속 세포가 모종의 의도에 의해 유출되면서 장치의 한 곳에
있던 이들이 금속 세포에 의해 금속 인간화하고, 다시 수정으로 변질되어 곳곳에 널려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조각상들이 되었을 터이다.
그와 더불어 그 모습을 통해 나는 나렐의 갑주 안에 있는 모습이 어떠할지 구체적인 구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물론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회상을 하면서 언급하였던 자신이 발견한 금속 인간의
외모에 대한 설명을 통해 대략이나마 추측이 가능했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더욱 자세한 구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방 하나가 그렇다면, 거대한 장치의 일종이라도 되는 거예요?"
그 무렵, 입구 건너편 멀리 있을 법한 출입구 문을 찾기 위해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와 함께 나서면서 피레스가 라미샤에게 물음을 건네었고, 그 물음에 라미샤는 그러할지도 모르겠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에 이어지는 말로써 그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자신의 추측을 드러내려 하였다.
"내가 아는 대로라면, 이 곳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이용해 무언가 작업을 행하는' 거대한 물품, 그 일부에 해당되는 곳일 거야. 장치나 기기는 대개 사람이 조작을 해 주어야 가동을
개시하게 되며, 그 조작을 위한 역할을 맡는 부분이 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이 그런 역할을 맡지 않고 있나 싶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들이 언급한 '정보 기반 작업자' 는 '전자 연산 장치' 의 진화형과 같은 개념의 물건이었다, 그들의 칭호와 내 칭호의 차이는 성계 간 문명의 차이로 인해 칭해지는 방식이
달라진 것일 따름. 이러한 기기의 존재는 기계의 사용과 관련이 깊은 고대 문명들이 공통적으로 포함되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기계를 이용한 문명에 있어서 그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세니티아에서처럼 체계적인 지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라미샤와 에리사 등이 그에 대한 언급을 할 수 있음을 통해, 그 성계에서도 고대 문명에 대한 지식이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나, 문서 기록이나 구비 전승 등을 통해 그런 존재에 대한 언급이 나타났으며, 그 언급을 통해 라미샤 등이 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과거 세니티아의 경우에도 다를 것은 없었다, 주로 마녀들에 의해 고대 문명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승되고, 그 전승들이 기록으로 남겨져 왔으니까.(4)
"이 방이 거대한 장치의 일부라면, 인근에 장치의 작동에 관한 부가 장치들이 있지 않나요?"
그렇게 라미샤가 기계 장치에 대한 설명을 한 이후, 이번에는 에리사가 그에게 물음을 건네어 부가 장치들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하였고, 그 언급에 대해 라미샤는 바로 그러할 것이리라고
답을 하고서 출입은 불가능하겠지만 분명 부근에 있으리라는 말을 이어서 건네었다. 그리고 하나의 사항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장치의 작동과 관련된 장치이겠지, 예를 들면 그 장치가 일종의 두뇌이고, 그렇다면 그 두뇌에 포함된 기억들은 언젠가 사라질 때가 있겠지.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은 기억에 품은 것을
종이라든가 어딘가에 기록하듯이, 그것을 기록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거야, 그 부가 장치들은 그런 역할을 하는 것들이 아닐까."
한편, 피레스 그리고 라미스는 가운데에 있는 기둥 한 가운데에 빛을 발하는 물건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 8 자매 중 막내인 라미스는 빛을 발하는 물체를 향해 몸을 굽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하늘색 빛의 모습에 이끌린 모양이었다. 그 때,
"라미스! 빛에서 물러나, 위험해!!!"
라고 외치며 다급히 뛰어가며 그의 허리를 두 손으로 안으며 기둥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에리사. 이후, 그에 이어 이리나의 곁으로 그를 보내며 피레스와 함께 출입구의 문으로 돌아가면서 말하였다.
"저 빛은 실은 잘못 건드릴 경우, 자폭 기능이 구현되면서 공간 전체를 폭발시킬 수도 있단 말이야!!!"
그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지만, 라미스의 행동을 저지하는 데에는 무척 좋았던 듯 싶다. 이후, 라미스는 두려워하면서 그 빛에 가까이 할 생각마저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 에마렌이
에리사에게 언젠가 진실을 밝힐 일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행여 빛을 발하는 물체를 또 볼 때, 라미스가 그것을 두고 자폭한다고 생각하겠다."
"예, 알겠어요." 이에 에리사는 바로 알았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돌아오면 꼭 그렇게 하겠음을 밝혔다. 그 이후, 그는 앞장서는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의 뒤를 라미스를 안은 채, 건너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에 이어 3 번째로 다음 공간으로 들어서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들려오는 쿠아란의 목소리.
"왠지, 라미스가 이번 일로 먼저 안으로 들어가게 된 행운을 안게 된 것 같아, 그렇지?"
수정 도시 중심부 - 제 2 구역
이전의 원형을 이루던 구역보다 훨씬 넓었던 다음 구역. 원형인지, 사각형인지 그 모습은 전 구역을 둘러보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주변 일대에 거대한 용기들이 나열된 곳이 있으며, 중앙으로
추정되는 곳에 12 사람이 손잡고 안아야 안길 정도로 크고, 몸체 부분이 하늘색 빛을 발하는 유리 기둥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주변 일대에 유리로 만들어져 있으며, 네모난 받침대 위에 원기둥 형상을
한 유리에 둘러싸인 빛을 발하는 수정들이 자리잡고 있는 형태를 이루는 구조물로서, 계단을 통해 받침대에서 본체로 올라갈 수 있는 물체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기둥의 한쪽 부분에는 원형으로 기둥을 에워싸는 듯이 수많은 사각 판자가 붙어있었으니, 중앙의 기둥이 시설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 칭할 수 있을 법했으며, 그와 더불어 이전의 구역보다
밝고, 거대한 시설들이 널려 있음을 통해, 이전의 구역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느낌을 전해줄 만한 곳이라 칭할 수 있었다.
시설 사이마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기계 인간형 조각상들이 널려 있었으며, 이 중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막에 감싸인 채, 받침대에 누워있는 이도 있었다. 그와 더불어 공간의 왼쪽과
오른쪽 가장자리에 있는 둥그런 기둥 상을 이루는 것으로 투명한 물로 채워져 있는 용기 안에는 본래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조각상들이 용기 안에 들어있는 장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의해 매달려 있었다. 이들 중에는 기계 인간형 조각상도 있었으나, 수정으로 만들어진 인간형 조각상들도 있었다.
이런 조각상들 중에는 완전한 인간형도 있었지만, 발이나 다리부터 금속화하고 있었을 인간형도 있었으며, 배, 가슴까지 심지어 머리만 남긴 채, 기계화한 인간형도 있어서 비록 수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용기 안의 조각상들이 보이는 모습은 한결 같이 흉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8 자매들 중에 이들의 모습을 보며 놀란 이들도 있었다, 이전에 그 모습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이 있어서 길 위에 놓여진 조각상들의 모습을 보며 크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용기 안의
금속화하던 인간의 모습이 드러내는 흉악함만큼은 어찌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모습을 보다가 잠깐 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들에게서 나오기도 하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이들이 다시 이성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이들인지에 대한 추측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괴물인가 했는데...... 금속 세포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 같아요, 그렇지요?"
"응, 일단은 그렇게 봐야 하겠지. 서서히 기계 인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중앙의 빛을 발하는 기둥 내부 역시 물로 채워진 듯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안에 새하얀 빛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특징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놓여진 원형 기둥 안에 들어있는
수정 결정들이 그것이 본래 금속 세포였을 것임을 알리는 듯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한 수정 결정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특유의 빛은 남아있던 모양이었다.
수정 도시 중심부 - 제 3 구역
그 너머의 원형 공간,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거대한 연못이 자리 잡고 있는 구역으로서 그 주변 일대에는 각자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채, 쓰러져 있거나 서 있는 인간형 조각상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기계 인간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거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쓰러지거나 서 있던 개체의 수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하더라도 수십 여 개 정도. 그 광경을 보자마자 우선 근처에 있는 조각상을 향해 먼저 다가가려 하였다. 공간의 중심에 위치한 호수의
한 가운데에 있는 물체에 의해 살포되었을 금속 세포에 의해 이들이 감염되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리면서 이들이 금속 세포에 감염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조각상의 모습을 통해 바로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살펴보기 시작한 바로 앞의 조각상. 그 모습에서 조각상의 얼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얼마나 잡혔는지,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졌는지의
판단은 불가. 다만, 두 눈과 입이 크게 벌어졌음을 통해 마치 몸에 격렬한 고통을 겪었으리라고 바로 짐작해낼 수 있었다. 또 근방의 반 즈음 옆으로 누운 조각상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우측 먼 곳의 어떤 조각상은 두 눈을 뒤집은 채, 입을 상하로 크게 벌리고 있었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이들의 표정을 하나씩 바라보고, 그것을 하나씩 상기해 가며, 나는 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었을 지에 대한 상상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었다. 눈과 입이 크게 벌어진 이는 분명 뜨거운 것을
뒤집어 쓴 것 같은 고통을 받았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에 찬 표정을 지은 이는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 두 눈을 뒤집은 채, 상하로 크게 입을 벌렸을 이는 양
옆으로 무언가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감염 증상을 겪으면서 느꼈으리라.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하며, 공간 안에 갇혔을 이들 금속 세포에 동화되도록 하였을 존재, 그것은 호수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꽃으로서, 이전에 보았던 그 기계 꽃처럼
중앙의 뾰족한 탑 위에 구체가 하나 놓여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6 개의 자그마한 대가 자리 잡고, 각 대마다 꼭대기에 하나의 8 면체 상을 이루는 물체가 하나 놓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중심부에서 보았던 오벨리스크라 칭해질만한 탑으로서, 꼭대기 위에 제오를 봉인하기 위한 구가 놓여져 있었고, 그 주변에 있던 4 개의
탑들이 바로 그 물체들. 십자형 받침대 위 혹은 그 주변에 위치하던 모습. 그런 모습의 상기는 곧 하나의 추측으로 이어져 갔다, 그 탑의 배치는 이전에 올랐던 '마녀의 탑', 그 꼭대기에 있던
'아리오스토(Ariosto)' 와 마찬가지로 '꽃' 의 형상화를 다른 형태로 구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이전까지 보았던 '꽃' 과 다를 바 없이 생겼다만, 하늘색으로 빛을 발하지 않는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암술에 해당되는
부분의 안에 수정 결정이 들어있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즉, 본래의 꽃 그 안에는 금속 세포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안에 그렇게 금속 세포가 자리잡고 있으면서 힘을 가하다가, 그것이 파괴되면 꽃 전체가 생명을 잃고 파괴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로구나.'
그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바로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외에도 바닥 곳곳에 수정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으며, 자그마한 수정 결정이 바닥에 생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살포된 금속
세포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라미 언니, 여왕의 마차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 무렵, 왼편 귓가에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 카에린의 목소리였다. 지금껏 지나오면서 여왕의 마차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끝끝내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던
모양. 물론 수정 도시 자체가 어지간한 도시보다도 더 큰 만큼,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가 모든 시가지 구역을 다 들를 수는 없었을 테니, 여왕의 마차가 있더라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리나 역시 그런 카에린의 모습에 대해 환하게 웃으면서 그를 타이르려 하였다.
"아직 발견을 못해서 그래, 다음에 또 오면 그 때 찾으러 가 보자, 알겠지?"
그러는 동안 쿠아란 그리고 피레스는 조각상을 피해 중앙의 거대한 꽃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모습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있었는지 바로 이리나를 부르는 쿠아란. 이후,
이리나가 무언가 궁금한 것이 생기기라도 했느냐고 묻자, 피레스가 바로 그런 이리나에게 되물었다.
"이 꽃,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무엇인지 모르겠어."
이후, 이리나는 쿠아란 그리고 피레스의 왼편 곁에 서 있으면서 잠시 그 꽃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마을 인근의 장서고에 있는 기록을 통해 그 모습과 함께, 그것이
문명 멸망의 단초가 되었다는 언급은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대변혁' 에 영향을 준 것 같지 않아 역사적으로 중요한 존재는 아니리라고 추측한 바 있다는 발언을 대답으로써 드러내고 있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물체는 날카로운 느낌이나 수정으로 만들어진 공예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끌릴 만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카에린과 라미스가
연못 가장자리 부근에 서 있으면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하는 카에린.
"카에린 언니, 뭘 꺼내?" 그 때, 라미스가 그런 카에린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며 묻고 있을 무렵, 그의 두 눈앞으로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는 물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그마한
주화 하나였다. 곳곳에 수정이 널려 있으며, 그로 인해 유리가 많이 발견되는 탓인지, 그 세계의 주화 역시 유리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카에린이 들고 있던 주화 역시 새하얀 유리로 만들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크기는 1/100 메타르로서, 세니티아에서 볼 수 있는 동전이나 백동전의 크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저 꽃으로 던지려고, 혹시 닿으면 행운이 이루어질지도 모르잖아."
그 무렵, 그렇게 동전 아니 유리전을 던지려 하는 광경을 큰 언니들이-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도중에 물음을 건네는 이리나.
"라미샤, 저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돼?"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아마?" 이에 밝게 목소리를 내며 답을 하는 라미샤. 그리고 지하 구역을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다면 이런 주화를 던지는 일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화답을 하였다. 그러자 그 이야기가 나름 재미있었는지 바로 미소를 짓는 이리나.
"나름 괜찮기는 하겠다, 금속 주화도 아니고, 유리 주화이니까, 물에 문제를 일으킬 일도 없을 테고."
그러다가 수정 조각상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에리사가 라미샤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하나의 물음을 건네자, 금방 화제가 전환이 되고 있었다, 에리사가 언급하고자 한 바는 다름 아닌
조각상들의 유래에 대한 추측에 관한 질문으로서 그에 대해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는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조각상의 유래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이리나, 라미샤는 그 유래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는지, 그에 대해 딱히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리나가 에리사를 향해 돌아서더니, 그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에리사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그러자 바로 답을 하는 에리사. 그는 원형 공간 안에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가스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변질시키는 물질을 살포해, 사람들이 감염되도록 하였으리라는 것이었으리라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이리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는지, 바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실험을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그 안에 가두어 놓았으리라는 것이지?"
"예, 샤워를 한다고 속이면서 가스 살포를 하는 방식으로 금속 세포라는 것을 공간 전체에 흩뿌렸을 거예요, 그래서 당황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이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하고, 또
그 감염 과정으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고."
그리고 실험을 주관한 사람은 분명 금속 세포라는 것을 만들어 낸 사람이었을 것이며, 그러한 형태의 실험을 통해 성능을 증명해 나아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에리사. 그러면서 그러한 형태의
실험은 한 번만 있었던 것이 아닌, 여러 번 주기적으로 시행되었을 것이며, 그로 인한 희생자들이 여럿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이어서 그에게서 나왔다. 그런 추측을 한 이후에 에리사는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를 통해 자신의 추측이 그들에게 납득할만한 사항인지를 물으려 한 것이었다.
"납득 여부를 떠나 이게 사실이라면 극악한 일이라 칭해도 되지 않겠어, 사람에게 재앙을 끼치는 물질의 개발을 위해 사람을 미리 희생시키는 일을 벌이다니."
에리사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자신의 우측 곁에 있던 라미샤에게 물음을 건네는 이리나. 그러자 이리나도 그 생각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출하였다. 그리고 그런 물질을 만든 이는 누구였을 것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을 뒤이어 차분히 목소리를 내어 드러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라미샤, 이리나 그리고 에리사가 삼각 대열을 이루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그 사항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서였다.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다른 자매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자매들은 이미 연못 주변에 모여 꽃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각상들의
끔찍한 모습보다는 유리로 만들어진 듯해 보이는 꽃의 모습이 더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그런 소녀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즈음에 들려오는 에르시아의 목소리.
"이렇게 대규모로 조각상 군집으로 남을 정도의 인체 실험이 강행되었다면, 금속 세포 자체가 엘리시온의 권력자, 그 의지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 우측 근처의 한 곳에 위치한 유리 조각상에 몸을 기대어 있으면서 두 허벅지를 모으고, 허벅지 아래의 다리는 벌린 채, 서 있으면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말을 건네는
에르시아. 수정 도시의 지하로 들어간 아래로 거의 말없이, 나와 함께 8 자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더니, 기어이 몇 마디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에리사가 말한 대로, 수 차례 실험이 실행되었다면, 그 희생자는 100 여 명, 아니 수 백 명에도 이르렀겠지.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일 거야, 실제 희생자는 1000 여 명에도 이르렀을 것이라고.
이와 같은 물질은 완전한 형태의 완성이 쉽지 않고, 그 완성을 보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면서 희생자를 늘려갔겠지."
이런 실험이 불법적으로, 어떤 과학자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1000 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에 의해 국가적인 조사가 실시될 테고, 결국 내막이
드러나 실험을 강행한 과학자는 분명 파멸하겠지. 더욱이 엘리시온은 나렐이 이야기 한 바에 따르면, 막대한 군사력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형태의 국가인데, 이런 이변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을 리 있겠어?
하지만 이상 징후를 누구라도 느낄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지속되고 있었어. 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지.
이렇게 실험이 강행되어도 이를 저지하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음은 곧, 그 실험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어도, 그 실험을 저지할 사람이 없었음을 의미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누구에게도
저지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엘리시온의 사실상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존재이겠지. 그러니까, 금속 세포의 개발에는 그 권력자의 구상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권력자가 개발에 깊이
관여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거야.
그리고 나에게 엘리시온의 사실상 최고 권력자가 누구인지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말하며 자신의 견해에 대한 설명을 마치는 에르시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에르시아가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현장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체계적으로 그에 대한 추측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1000 여 명의 사람들이 실험에 의해 희생되었다면, 에레아는 무엇을 위해 그와 같은 실험을 반복해 오며 사람들을 희생시켰던 걸까, 이미 수백 명 죽인 것으로도
금속 세포의 완성은 자기 자신도 인정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졌을 텐데. 인간 증오 의식에 의해 일으킨 광기 학살의 일환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추종자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이어갈 즈음, 쿠아란, 카에린의 다른 곳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앞장서며, 자매들을 이끌어 이들을 데리고 건너편에
위치한 곳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입구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던 문, 그 문은 본래 잠겨 있어야 하나, 이미 잠김이라는 일 자체에 의미가 없었는지 열려 있었다. 그것도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누군가가
문을 열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린, 라이마가 이 문을 이용했나 보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수정 도시 중심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전에 내가 들른 바 있던 구역으로서 탑의 지하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레니가 언급한 대로 박물관의 지하가 탑의 지하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곳에
이르면서 나는 레니가 이전에 나에게 건네었던 말을 상기해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십자의 형상으로 계단이 나 있고, 그 중심으로 팔각기둥 상의 구조물 위에 탑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주변에 하나씩 대가
위치한 모습을 보면서 '꽃' 이라는 존재는 결국 그 중심부의 모습을 모방한 형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귀환은 지금껏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으로써 이루었다. 탑을 통해 몇 명씩 공중으로 올렸다가 내려놓는 방식으로 지상으로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친숙하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가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탑의 꼭대기 부분이 어느새 폐쇄되어 있음을 확인한 이후, 그 곳을 이용할 수 없겠다, 라는 결론을 내려 그렇게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유네아 언니, 갑자기 뭐하는 데? 그냥 날아보고 싶은 거야?"
그렇게 확인하는 도중, 쿠아란, 피레스 등으로부터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음은 물론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