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르 샤라인 - 서부 구역
  집으로 돌아온 이후, 8 자매들은 한결 같이 지쳤고, 그러면서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울 겨를 없이 아무렇게 잠들었다. 3, 4 번째 자매에 속하는 에마렌 그리고 에리사는 어린 동생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였지만, 그래도 피로를 어찌하지 못하였는지, 동생들이 잠든 곁의 방구석에 이르자마자 바로 잠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마렌은 방의 입구 우측 근처의 구석에 웅크린 채, 그리고 에리사는 그 바로 옆에서 옆으로 누운 채, 허리를 굽히며 잠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보다 나이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우위였던 이리나, 라미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까지 맡다 보니, 거실로 돌아오면서 순식간에 피곤한 기색을 바로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우선 라미샤가 식탁에 앉아 목을 굽힌 채, 잠들려 하였고, 그 때 그런 그의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던 이리나가 말하였다.
  "자려면, 침실로 들어가서 자. 침실에 편안히 누워있으며 자는 편이 여러모로 좋아."
  그러자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바로 라미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6 자매들이 잠들었던 방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던 방으로 들어가려 하였고, 그러는 동안 이리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뒤에서 천천히 지켜보며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리나까지 식탁의 먼 왼편에 위치한 벽, 우측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조용히 식탁과 벽 사이에 위치한 거실 구역, 그 우측 벽에 있는 길다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때, 식탁 위로 뛰어 오르더니, 바로 식탁의 표면 위에 올라 앉는 모습을 보이는 에르시아.
  "그렇게 올라앉아 있다가 식탁의 표면이 깨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 때, 내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바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바로 에르시아가 답하길, 자신은 몸이 가벼워 유리 위에 올라도 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하기사, 자신의 몸이 가볍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올라앉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올라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러면 이제 내일 페이란에 가는 거야?"
  이후, 바로 화제를 돌리면서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자 내가 답으로써 바로 그렇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이후에 갈 예정이니, 아침이나 내일 중에 출발할 것임을 밝히고서, 내일 갈 가능성이 크지만, 8 자매가 바로 깨어날 수 있을 경우에는 아침에 바로 출발하는 일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이어서 드러내었다. 그러자 에르시아는 못마땅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전망에 대해 바로 반박을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지금 시각이 어느 시각인데, 이제 세니티아로 치면 새벽 5 시 30 분 즈음이라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음 여행지로 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하긴 그렇지." 그러자 바로 수긍하면서 답을 하는 나. 그러면서 바로 머리가 식탁을 향하도록 한 채로, 의자에서 뒤로 누워 있기 시작하면서 계속 식탁 위에 올라앉으려 하는 에르시아에게 물어, 혹시 졸리지 않다면 아침 7 시 즈음에 페이란으로 함께 출발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건네었다.
  "지금은 괜찮은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올 수 있어서 그에 대해서는 무리라 생각하고 있어. 더욱이 유네아는 이제까지 많은 일을 해 왔으니, 나보다 더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무리라 생각하고 있어. 그냥 오늘은 쉬면서 내일 여행에 대한 준비나 하고 있자. 어차피 아이들은 오늘 여행지로 못 떠나."
  그리고 다시 식탁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하는 에르시아. 그리고 자신은 바닥에 잘 테니, 의자에 자고 싶다면 자고 있으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고서, 바로 내가 앉은 의자 바로 근처의 바닥에 내가 누웠을 때처럼 머리가 식탁을, 그리고 두 눈이 천장을 향하도록 한 채, 자리에 누우려 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잠을 청하기 위해 의자를 향하도록 옆으로 돌아 누웠다.
  이후, 두 눈이 의자를 향하도록 한 채, 눈을 감으려 할 즈음, 그에게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오니, 세니티아를 떠난 지 이제 며칠이 지났는지에 대해 그가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세니티아를 떠난 지가 언제였지, 네가?"
  "언제였더라........" 잠을 청하려 하고 있으면서도 그 목소리는 들려왔고, 그래서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하려 하였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성계들을 오가면서 하루하루를 그저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어느덧 내가 언제 세니티아를 떠났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런 탓에 나는 에르시아에게 어떤 답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왜 대답이 없어? 자는 거야?" 그 때, 들려오는 에르시아의 목소리, 나에게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내가 잠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런 물음이 나왔으리라.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답을 하려 하니, 당연하게도 나의 입에서부터 모르겠다는 답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왠지 그러할 줄 알았다, 라는 생각을 드러내는 듯이 그 대답에 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는 에르시아.
  "왠지, 그러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대로였네."
  그 이후, 그로부터 이어서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잠시 동안이나마 나와 에르시아 간의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에르시아에게는 자신과 달리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을 나에 대해, 지금껏 하고 싶은 말이 몇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유네아는 지금까지 여러 성계를 오갔고, 앞으로 또 몇 성계를 오가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성계를 오갈 때마다 성계에서 일이 생기고, 그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세니티아에서 언제 출발했는지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될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너는 언제 내가 출발했는지는 알고 있어?"
  "6 월 16 일이잖아. 그리고 내가 출발한 때는 6 월 18 일이고. 지금 즈음이면 6 월 19 일 즈음일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유네아가 출발한지 3 일 째 되는 날을 맞이할 때일 거야."
  그런 에르시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 외로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껏 3 개의 성계를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소요된 시간은 한 성계 당 1 일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올 때 즈음은 며칠일까, 에르시아의 추측이 그대로 맞게 된다면 내가 돌아올 날은 내가 다음으로 야스모르에 이른다는 전제 조건 하에 6 월 22 일이 될 것이었다. 20 일에 야스모르에 이르고, 돌아오기 위해 21 일 하루 전체를 소비한다면 돌아올 날이 대략 그 정도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일주일 내로 돌아올 수 있겠네, 다음 성계가 목적지가 된다면."
  "그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후, 내가 건네는 말에 에르시아는 그렇게 바로 답을 하고서, 세니티스의 백야 기념 축제가 25 일에 열린다는 언급을 하였다. 작년보다 이틀 늦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작년보다 이틀 늦게 시작하네, 무슨 이유라도 있어?"
  "이번 해에는 세니티아 성계 내에서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으니, 수습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이후로 미룰 수는 있겠지만, 너무 늦다고 세니티스 사람들이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그에 이어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함께 세니티아를 떠난 이들은 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나는 확실한 답은 할 수 없었지만 다들 나처럼 시련을 어떻게든 극복해 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화답을 한 이후에 집으로 간 이들이야 있겠지만, 무사하지 못한 이는 아직 없으리라고 추측하고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그러자 그것이 기대에 찬 대답이었음을 밝히려 하는 에르시아.
  "그래, 그래야 옳겠지, 설령 실제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몰라도 일단은 그들에게 아무런 해도 없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는 생각 해."
  그리고 그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듯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바로 나에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소로에나에 남은 이들에게 선물로 무엇을 살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이에 나는 바로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써, 한 마디 말을 건네어 그가 그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였다.
  "물건 사려고 여행한 것은 아니잖아."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어느덧 나에게도 잠이 찾아오는 때가 왔고, 그 이후로는 에르시아로부터 어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은 것 같다.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3 시간 정도일 법한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다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건너편 벽의 창가로 시선을 향할 무렵, 지금껏 하늘 위에 보이던 빛으로 이루어진 그림의 모습은 사라지고, 처음 내가 성계에 이르렀을 때처럼 새파란 바탕 위에 하얀 구름이 무늬를 그리고 있는 광경이 나의 두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물론 아직 하늘의 색은 어두운 편이었고, 그것을 통해 나는 아직 날이 밝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즈음이면 아침 6 시 즈음이겠구나.'
  자리에 앉아 하늘로 시선을 향한 채, 그렇게 혼잣말을 조용히 이어간 이후, 나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아, 에르시아가 어느새 몸을 굽힌 채, 누워 있으면서 깊이 잠에 빠져든 모습을 보고, 그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발걸음을 옮기어 두 방과 이어져 있는 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하나의 유리 문을 향해 다가가, 그 문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돌리며 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나의 눈앞으로 작은 공간 하나가 펼쳐져, 왼편에 길다란 육면체 상을 이루는 욕조가 위치하고, 오른편에 세수를 위한 장치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신발을 벗으며 공간의 오른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세수를 위한 시설을 이용해 그 시설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수도에서 나오는 투명하고 차가운 물로 우선 얼굴부터 씻었다, 일단 잠 기운부터 달아나야 다음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도에서부터 작은 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을 두 손으로 담아 그 물이 두 손이 만들어 낸 작은 골에 채워지자마자 두 손을 들어올려 그들에 의해 수도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얼굴에 부딪치도록 하고, 이어서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기를 잇달아 반복하면서 그 물에 의해 얼굴에 남은 잠 기운이 사라지고, 두 눈을 비롯한 얼굴을 차게 만들어 잠에 의해 생겨난 열기까지 씻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씻다가, 다시 장치를 조작해 물의 흐름을 멈출 무렵, 욕조로 시선을 향하다가, 바로 그 욕조를 향해 돌아서면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려 하였다. 그리고 욕조의 왼편 근처에 있는 것으로서, 세면을 위한 장치의 경우처럼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수도 장치를 한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 마디의 혼잣말을 욕조를 바라보면서 하였다.
  '이 욕조, 내가 이용할 수 없을까.'
  그러는 동안 나는 욕조의 모습을 통해 그것으로써 몸까지 완전히 씻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전투로 인해 몸이 피곤해졌음은 물론, 기운까지 지쳤으며, 그 기운까지 완전히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목욕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욕조 사용의 허가는 당장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집의 주인이라 칭할 만한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으며, 온전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깨어남을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었기에 그래서 잠시 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하자. 그들도 당장에는 깨어나지 못할 텐데.'
  잠깐 동안의 고민 이후, 결국 나는 몰래라도 목욕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욕조의 장치를 조작, 장치에서부터 물이 줄기를 이루며 쏟아지도록 하기 시작하였다. 물을 뿜어내는 힘이 이전의 것보다 훨씬 강한 탓인지, 아니면 물의 양에 따르는 수압이 훨씬 강한 탓인지, 물줄기 자체는 작다고는 해도, 그야말로 폭포가 흐르는 소리를 표현하려는 소리를 내며 쏟아지고 있었다.(1)
  격렬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물이 욕조를 채우는 동안 나는 두 팔을 뻗은 채, 두 손이 욕조의 가장자리 부분에 있도록 하면서 물이 욕조를 채우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라미샤 혹은 이리나가 깨어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으나, 격렬히 쏟아지는 물이 욕조의 바닥 그리고 수면을 때리는 소리가 강했음에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지(2) 그들이 머무르는 방에서의 움직임은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물이 수조의 3/4 가량 차올랐을 때, 비로소 수도 장치의 가동을 중단하고, 우측 벽에 있는 옷걸이를 향해 돌아선 다음에 두 팔을 들어 상의부터 벗는 것으로써 옷을 하나씩 벗은 이후에 온전히 탈의를 하자마자 바로 욕조의 가장자리 위로 오른발부터 들어올리면서 욕조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려 하였다, 행여 물에 들어가면서 그로 인해 소리가 들려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은 차가웠다, 아니 수도 시설에서는 차가운 물만이 허용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는 않고 있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샘물이나 개울물 등에서 차가운 물 속에 있었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일은 그리 낯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긴 여행 동안의 전투와 이어지는 여행 속에서 달아오른 몸의 기운이 다시 식으면서 차분해지는 동안 시원함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그와 동시에 몸이 깨끗해지는 것에 대한 개운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한 느낌을 받으며 잠시 머리를 물 속에 잠기게 했다가 다시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 때 본의 아니게 머리카락에서부터 물방울들이 튀어 주변 일대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물 속에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동안 나의 마음 속에는 앞으로의 여행에 관한 사념도 있었고,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의 행방에 관한 사념도 있었으며,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사념도 들어 있었지만 물 속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개운하게 하는 동안만큼은 그 사념들을 마음 속에서 꺼내려 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치 못하면, 씻고,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일 역시 편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이번 일만큼은 편히 하고 싶었다.
  그 때, 레반테아가 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샤리에나의 목소리였다.
  "혹시 일어나 계신가요, 일어나셨다면 응답해 주세요, 샤리에나예요!"
  "아아."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반갑다는 의미를 내는 목소리를 낸 다음에 곧바로 그에게 현재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가 페이란에 있으며, 일린 그리고 라이마와 함께 수정으로 이루어진 공예품들을 중심가 서부 구역에서 관람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행사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준비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는 언급을 한 이후에 특별히 얻은 과자가 있어서 그 과자를 일린 그리고 라이마와 함께 먹고 있음을 밝혔다. 그 때, 들려오는 일린의 목소리.
  "샤리, 그 과자, 만드는 방법 어디서 배울 수 있어?"
  그 때 어딘가에서 앙탈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니, 배가 고프다는 외침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일린이 앙닌 이상, 라이마였을 것이다. 물론 그 외침에 나는 그저 멍하니 웃기만 할 뿐,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껏 라이마의 차분하거나 이지적인 듯한 목소리만 들어왔기에 그런 일면까지는 몰랐던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샤리에나는 차분히 자신의 근황을 알려, 페이란에서 일린, 라이마를 만나 그들로부터 루시아의 배가 성계에 도착했으며, 대부분의 인원들이 배로 돌아왔음을 확인했음을 알렸고, 그에 이어 루시아, 파렐리아 역시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를 이끌고 여행에 참여했음을 알린 이후에 이들이 간 곳은 자신이 위치한 곳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당장에 만날 일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이어서 알렸다.
  "그렇다면, 도로시아 그리고 크세비아, 둘은 잘 있나요?"
  "예, 잘 있어요." 왠지 큰일이라도 일어났을 것 같다는 예감과 달리, 샤리에나의 밝은 목소리는 이들이 무사함을 바로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예즈라, 루마 그리고 도로시아와 함께 행동하고 있으며 세 사람 모두 전투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만큼, 도로시아와 크세비아를 안전히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페이란은 동부 초지대의 중심 도시라 할 수 있는 데르 샤라인과 비슷한 규모를 가지며,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요. 동쪽으로는 바다와 맞닿은 항구 도시이기도 한 만큼, 건너편 대륙과의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서 의미가 있는 곳이래요."
  그리고 여행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은 분명 아니겠지만, 잠깐 쉬며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좋은 구역이 몇 있어서 지친 마음에 휴식을 가하기에 좋으리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동쪽 항구 부근에 중심가 거리가 있으므로 그 곳에 있도록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실례지만, 그 곳의 기상 상태는 어때요?"
  이후, 바로 물음을 건네는 나. 그 곳이 어떤 분위기를 가지는지 알고 싶어서 건네는 물음이었다. 그러자 바로 답을 하는 샤리에나, 현재 검은 구름이 몰려와 주변 일대가 밤처럼 어둡다는 대답이었다. 그런 대답을 하면서 샤리에나는 페이란에서는 항상 있는 현상 중 하나로서, 그로 인해 낮이 낮처럼 느껴지지 않는 때가 있으며, 페이란 측에서 그 하늘 위에 빛으로 별을 만들어 하늘을 꾸미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몬다스의 동남부 어느 지역은 항시 안개가 자욱하며, 한 때는 그 자욱한 안개에 '괴 물질' 이라 칭해지는 인간이 만들어 낸 악마의 물질이 끼여들어 적지 않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페이라의 검은 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전설의 '악마 안개' 가 떠올랐음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워 하며 물었다.
  "괜찮아요!? 그런 구름 속에 있어도."
  "예, 그저 색이 검은색일 뿐인 걸요, 어떻게 그러한 구름이 때마다 찾아와 하늘을 가리고 더 나아가, 햇빛이 하늘에 들지 못하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전에 라임도 무슨 일인가 싶어 도시의 사람들에게 구름에 대해 물어보았대요, 하지만 나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신은 일린, 라이마를 데리고 다른 곳에도 가 봐야 하니 연락을 마치겠음을 알린 다음에 꼭 페이란으로 와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며 연락을 종료, 이후 그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됨과 동시에 레반테아의 모습 역시 나의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드디어 끝났구나." 그 후, 나는 두 팔을 높이 들어 기지개를 펴면서 크게 목소리를 낸 이후에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반 즈음 누운 자세를 취하며 다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을 마음에 품으려 하였다. 이후, 나는 잠시 동안 그렇게 가만히 머무르고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 동안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고 판단을 내릴 즈음에 다시 물에서 나와 욕조를 비우고,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거품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을 이용해 머리를 감았음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방을 정리하고, 옷걸이에 걸려 있던 하얀 천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밖으로 나올 즈음, 나는 마침 욕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던 이리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 역시 어느새 깨어나 오른팔에 하얀 천을 올린 채,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광경에 나도 놀랐지만, 이리나 역시 무척 놀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탓이었으리라.
  "유네아 언니, 여기 계셨었군요."
  이후, 바로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내는 이리나. 이어서 그는 나에게 곧바로 물음을 건네니, 안에서 혹시 목욕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 물음에 나는 그저 그렇다고 답을 할 뿐,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가 곧바로 그에게 물어, 무엇을 위해 욕실에 들어가려 하였는지에 대해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왠지 그 역시 목욕을 위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로부터 내가 예측한 바에 관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광경이 나타나게 되었다.
  "혹시 목욕을 위해 들어오려 한 것은.......?"
  "예, 아무래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씻을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해서요."
  이에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는 이리나. 그리고 나를 지나쳐 작은 방으로 들어서려 하면서 잠든 가족들에 대해 아침 늦게까지도 일어나지 못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서 혹시라도 페이란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먼저 가도 좋다는 말을 건넨 이후에 그에 이어, 먼저 떠나갔음을 확인한 이후에는 그에 대해 가족들에게 알리겠음을 밝히고서, 바로 유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천천히 문을 닫으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다가 이리나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갈 무렵, 다시 에르시아가 누워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긴 의자 근처로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에르시아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지 내가 바로 근처로 다가와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서,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어 집의 밖으로 나간 이후에 이제 겨우 날이 밝은 하늘 아래로 펼쳐진 도시를 조용히 걸으려 하였다.

데르 샤라인 - 서부 구역
  아침을 맞이했지만, 아직 활동을 시작할 때가 아닌 탓인지 상가 구역일 법한 곳에 이르러도 거리의 모습은 그저 한산할 뿐, 다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거리마다 상점이 있기는 하였으나-간판이 유리판에 글자 등을 새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상점 주인들이 아직 일어나지 못한 탓인지 거리마다 있는 상점들의 문은 전부 굳게 닫혀 있었으며, 그래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상점들의 모습을 그저 둘러보기만 하다가,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그 모습으로 잠시 시선을 향해 보았다. 대문 위에 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대에 걸린 유리 간판, 유리판에 그림을 새기고 새겨진 자국에 파란 유리를 들여보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 간판에는 '상점 간판을 만들어 준다' 라는 상점의 목적을 전해주고 있었다. 즉, 그 상점은 상점 간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있는 곳이었다.
  상점이 주로 취급하는 것은 유리 간판으로, 수정을 가공해 만든 유리에 그림을 새겨 넣는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곳인 듯해 보였다. 수정이 가득한 세상이다 보니, 간판도 유리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간판의 모습을 통해, 새겨진 그림에 색을 띠는 유리를 들여보내는 작업도 가능하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유리에 뜻하는 대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릴 수 없다는 한계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도자기 중에 이런 도자기가 있다고 한다, 흙으로 만든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그 무늬를 그리는 홈을 자주색 흙, 하얀색 흙과 같은 색을 띠는 흙으로 채우고, 유약을 발라서 구워내는 도자기. 그렇게 도자기를 구워내면 그릇 전체가 유약으로 칠해진 이후에 구워져도 특유의 색을 거의 잃지 않고 도자기에 마치 그림을 그려 넣은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유리에 무늬를 새기고, 색유리로 홈을 채우는 형태를 보니, 왠지 그 그릇에 대한 기록을 본 일이 문득 생각나고 있었다.
  '일전에 본 유리 그릇도 그렇게 만들어진 걸까.'
  이후,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이전에 내가 어딘가에서 보았던 새파란 화초 무늬가 그려진 유리 그릇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내가 나아가던 방향-동쪽-을 향해 나아갈 무렵, 동쪽 먼 곳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 나의 바로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색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로서, 새하얀색을 띠며 폭이 넓고 팔목 위까지 올라오는 것으로서, 허리 아래까지 내려가는 하얀 셔츠, 그리고 검은색을 띠며 단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고, 폭이 넓은 치마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여성으로서 나와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팔짱을 끼고 있으면서 긴 나무 지팡이-처럼 보였다-를 오른팔로 안은 채, 고개를 숙이면서 걸어오고 있는 것으로서, 나를 의식하며 걸어오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바로 할 수 있었다. 그와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나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일전에 만난 바 있던 '마리아 에르세레즈' 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두워 보였다, 비록 걸어오는 모습이 그러하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지만, 이전에 겪었던 일들로 인해 울적한 심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행동이 나름 이해가 되고 있었다. 아마 나렐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행동을 한 일이라던가, 이외의 여러 일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를 스쳐 지나가려 하는 듯이 다가오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우선 상의의 목 부분이 깊게 파여 있으며, 옷 안에 검은색을 띠는 끈이 발견되어 어깨끈이 달려 있으며 소매 없는 검은 옷을 받쳐 입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두 가슴이 만나면서 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다가가면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발을 감싸는 검은색을 띠는 평범해 보이는 구두를 비롯해 옷은 전체적으로 단순해 보였으나, 그것에 상관없이 여러모로 미인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