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마주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이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두 팔을 다시 내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시선이 나와 바로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마자 놀라는 표정을 짓는 마리아. 그리고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채, 인사말을 건네었다.
  "유네아 씨로군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는지, 다분히 일상적인 느낌이 드는 인사말.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그에게 '다시 만났네요.' 라는 말로써 답례를 하였다. 본래는 '오랜만이네요.' 라는 말을 건네려 하였으나, 별로 오랜만에 만난 것도 아니었거니와, 그저 내가 오랜만에 만났다고 느낄 따름이라서 그 말은 적절치 않다고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인사말을 교환한 이후, 한 동안 나는 마리아가 어떤 말을 건넬 것인지를 기다리며 가만히 그의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으나, 마리아는 그 때 당시 생성되었던 분위기가 어색하다고 느끼며 당황했는지 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동안, 나 역시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해 당황하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한 동안 이어지고 있었으며, 누군가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마리아가 어찌하지 못하는 이상, 내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고, 그 분위기의 지속은 겨우 끝날 수 있었다.
  "바로 며칠 즈음 전에 헤어졌는데,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아 보이네요, 그렇지요?"
  "....... 저도 왠지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그 말에 바로 화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마리아. 그리고 바로 말을 잇기 시작하는 마리아. 우선 그는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에 대해 무척 당황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힌 다음에 그 때문에 혹시 내가 자신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였음을 밝혔다. 그리고 가슴 언저리에 오른손을 올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당신께서 라마르(Lamar) 성계를 떠나실 때, 제가 언젠가 한 가지에 대해 꼭 밝히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당신을 만나자마자 그것을 상기하며, 인사를 한 이후에 바로 말씀드리려 했었는데....... 그래도 지금 이후로는 바로 말할 수 있겠지요?"
  그가 약속을 통해 나에게 밝히겠다고 언급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소정령, 레반테아를 건넨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확실히 그는 그것에 대해 고백의 성격을 띠는 듯한 언급을 행하려 하고 있었으나, 시간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를 다시 만나고, 이제 그로부터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나쁘지는 않은 일이었다, 지금껏 어떻게 내가 유일하게 가져야 했던 레반테아를 마리아가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곧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그리고 다시 손을 내린 다음에 상가 사이로 난 수로의 우측 가장자리 부근에 있는 긴 의자로 나아가, 그 한 가운데 부근에 앉아 조용히 수로와 그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그리고 내가 자신의 바로 뒤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며, 처음으로 꺼낸 것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나렐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병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행성에서 겪은 일이 하나 있어요, 제가 데리고 있던 그 병사가 결국 제 곁을 떠난 것이었지요. 새하얀 빛의 결정은 이미 가슴에서 사라진 이후였으니, 그 시점에서 그는 이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끝끝내, 그는 죽음을 각오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어요. 이 성계의 고대 신이었던 제오의 육신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이고, 자신이 소지한 검의 성장을 위해 자신이 제오와 함께 제물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지요."
  그 이후, 혹시 ''금속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전자를 품은 검' 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는 마리아. 그리고 그는 그 금속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대 병기급과 대등한 여러 성능을 가지고 있으나, 처음의 순수한 상태에서는 그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 없고, 싸움을 거듭하면서 성장을 행해야만 하나씩 능력을 갖추어 갈 수 있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내가 나렐로부터 들은 이야기였으며, 그래서 그 검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바였다.
  그리고 그의 갑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그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그의 의지를 돌려놓지 못한 자신에게 그 일은 역시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 다음에 그의 본래 모습을 보고 싶어한 소망을 갖고 있었지만 그 역시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는 말을 이어서 하는 마리아. 그러는 동안 그는 차분히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이 붙을 만한 이가 자신의 곁을 영원히 떠났을 때에는 분명 슬픔이나 아쉬움의 감정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는 그 일에 대해서는 이미 초탈이라도 한 듯이 평온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만을 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의외로 차분하시네요, 나름 소중한 인연이 되었을 텐데......."
  그의 차분한 모습에 대해 의외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바로 그에게 그러한 언급을 하였으나, 마리아는 바로 무던하지는 않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비록 저의 형제나 자매, 친구조차 아닌 데다가, 본래는 살인 병기였을 이였다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나름 정이라도 생겼는데, 그런 이가 떠나갔으니, 마음이 편하겠어요. 저도 마음이 그렇게 편치는 않아요, 그저 애써 마음을 차분히 가지려 할 따름이지요. 슬퍼한다 해도, 그 병기가 다시 살아서 저의 곁으로 돌아오거나 하는 일이 저에게 일어날 리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조용히 미소를 짓는 마리아. 그리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라면 그와 대치를 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밝힌 이후에 혹시 그의 생존을 확인했다면 그에 대해 알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물론 나는 그와의 대치를 행했고, 그의 상태를 마지막까지 지켜본 관계로 그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었는지에 대해 바로 말해줄 수 있었고, 실제로 바로 그에게 그에 대한 언급을 행하려 하였다.
  "제오의 몸이 분리되면서, 그는 무사할 수 있었어요. 분리된 제오의 몸이 저의 공격 목표였거든요. 이후, 그는 이 도시와 맞닿은 바다의 건너편에 있는 수정 도시의 중심가에 남아 있기로 했대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해요."
  그리고 그에 이어 그가 자신은 본래 '존재해서는 안 될 이' 라는 언급을 하였음을 밝힌 다음에 그것을 토대로 왕국의 멸망 이후, 왕국의 운명과 같이 해야 했을 이들 중 하나가 본 정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언급을 이어서 하였다. 그러자 그 역시 뭔가 할 말이 있었는지 바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긴 들었어요, 이전에도 저에게 그러한 언급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혹시 망국에 관련된 존재라든가, 그런 이가 본 정체라서, 그런 자기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알리는 것이 부끄럽다던가, 아니면 존재가 알려질 경우 신변의 위협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던가, 식의 이유가 있어 정체를 쉽게 밝히려 하지 않는다고 그에 대한 추측을 한 적도 있어요."
  이후, 그에 이어지는 발언으로써 그의 정체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는 마리아. 우선 그는 나렐의 갑주 외형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그것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려 하였다.
  "그는 확실히 체격이 가늘고 어깨의 폭이 작았어요.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의 체형은 분명 아니겠지요. 그런 그의 모습을 통해 저는 그 갑주 형상의 병기가 보였던 본래의 모습은 소년이거나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서 그는 이어지는 언급으로써 일전에 거론한 바 있는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하고 있을 자신의 추측을 바로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그는 무의식 중에 나타난 현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이름은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 그 이름들을 그는 마치 소중한 사람을 부르는 듯이 부르고 있었어요. 바르코스에 의해 변질되기 전에, 그와 깊은 인연을 가진 이들의 이름이겠지요."
  그리고 일련의 사항을 통해 그 정체는 왕국의 고귀한 존재로서, 도로시아 그리고 아니스라는 이름을 가지는 이들과 인연을 가지고 있었을 이였으리라는 추측을 드러내는 마리아. 이후, 그는 왕궁의 고귀한 여성이라면 왕비와 공주 그리고 여성 근위대이겠지만, 이들 중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아낸 바가 없음을 밝히고서, 도로시아, 아니스가 그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는 '열쇠' 의 역할을 맡고 있겠지만, 이들을 끝내 만나지 못해, 자신이 추측할 수 있는 바에는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아니스 그리고 도로시아에 대해 어느 정도나마 알고 있던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과 인연이 있는 이로서, 고귀한 자라면 '단 한 사람'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설마, 그 나렐이!?' 라는 생각에 선뜻 그 말을 믿지 못하기도 하였다.
  이후, 그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가졌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한참 동안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는 마리아. 처음에는 하나의 부탁을 건네, 내가 레반테아를 드러내도록 하고 있었다. 이후, 내가 레반테아가 나타나도록 하여, 그것을 두 손바닥 위에 들고 있다가, 그것을 날려보내, 마리아의 바로 앞에 이르도록 하자마자 그는 곧바로 레반테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 소정령은 당신께서 갖고 있던 소정령과 동일한 물건이에요. 본래는 같은 특성을 가져야 할 것이, 제가 소정령을 받은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특성 역시 달라지게 된 것이었지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레반테아가 다시 나의 두 손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러한 레반테아를 자신이 나에게 건넨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려 하였다.
  "저를 지켜왔던 그 소정령을 이제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 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어렸던 자신에게 소정령을 건넨 이후, 레반테아의 원 주인이었던 이가 자신에게 건네었던 말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음을 밝힌 다음에 그 일련의 말들이 결국 삶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은 일전에 내가 어린 마리아와 헤어질 때, 했던 말 그대로였다. 그것을 통해 나는 마리아 에르세레즈가 본래 어떤 사람이고, 그가 방문했던 성계가 어떤 곳인지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지만 정작 그에게는 그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서 기쁨이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리아에 대한 걱정의 마음이 한 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끝내 그가 지금껏 다가왔을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 도중에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에 대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리아. 그리고 나의 바로 앞에 서면서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상상이 떠올랐느냐고 물은 다음에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을 한 다음에 갑자기 치마의 왼편 주머니를 뒤지더니 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몇 번 접혀진 한 장의 하얀 종이. 그 종이를 건네고서, 마리아는 나의 왼편 너머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나의 곁을 떠나며 한 마디 말을 남겼다.
  "다음 여행지로 가시기 전에 한 번이나마 읽어 주세요."
  이후, 나는 그렇게 마리아와 헤어졌다. 그렇게 멀어지는 동안 그를 향해 돌아선 나를 향해 잠시 마리아가 고개를 돌리며 작별의 인사를 건넨 이후로, 그는 다시 나에게서 멀어져, 잠시 후, 나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무렵, 나는 그가 건넨 종이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가, 그것을 허리띠에 매어놓은 주머니 안에 넣었다, 페이란 여행 중에 시간이 나면 읽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는 마리아 혹은 마리아 에르세레즈라고 칭해지는 인물과 다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의미를 부여해 준 사람 중 하나이기에 삶의 궤적에 있어서 나름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서 인식하고 있다, 아직 어릴 수밖에 없던 나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그 가르침을 통해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그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리아와 헤어진 후, 나는 다시 서부 거리의 주택 지구로 돌아와,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의 현관문을 열려 하는 순간, 겨우 목욕까지 마쳤을 에르시아가 나를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욕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눈을 반 즈음 감고 있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며 나에게 말을 걸려 하는 에르시아.
  "유네아, 이제 오는 거야? 깨어난 지는 한참 지났는데."
  아무래도 에르시아는 내가 깨어나지 않아,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밖에 잠시 나갔다 온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예상 외로 늦게 오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일을 겪기라도 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의문을 품었겠지. 그러다가 내가 무사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달리 할 이야기가 없어졌는지 바로 알리고자 하는 말을 건네려 하였다. 이리나가 건넨 말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리나 양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혹시 페이란으로 일찍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바로 나가서 페이란을 향해도 좋대, 자신들도 페이란에 갈 생각이 있지만 일찍 깨어난 나와 유네아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래. 다만, 그 역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어서 일단 너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샤리에나를 바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나는 바로 떠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리나 그리고 라미샤의 모습을 다시 보지도 않은 채, 떠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을 만나보기는 하겠음을 밝혔다. 그리고 바로 라미샤의 상태에 대한 물음을 건네었다.
  "라미샤 양께서는 아직도 주무시고 계셔, 많이 피곤하셨나봐. 하지만 이리나 양께서는 방금 목욕을 마치시고, 라미샤 양을 위해 목욕물을 마련하시고 계시니까,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자 나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가 이리나를 다시 만나려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목욕을 위한 방 근처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이리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를 향해 다가가려 하였다. 이후,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말을 건네는 이리나.
  "유네아 님, 무슨 일이시지요? 이미 떠나신 줄 알았는데."
  "잠깐이라도 만나 보고 가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그 물음에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한 이후에 라미샤는 언제 즈음 일어날 수 있겠는 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일러도 8 시 내로는 무리라고 답을 하는 이리나. 그리고 페이란에서 마주칠 기회가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6 자매까지 깨어나려면 8 시에서 9 시 정도이니 적어도 점심 먹기 전에는 페이란에 이를 수 있을 테니, 가족이 페이란으로 오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대답을 듣고서 바로 "알겠어요." 라고 답을 한 이후에 바로 인사를 하며, 집을 나서는 나. 그리고 현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에르시아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 끝났어, 바로 페이란을 향해 출발하면 될 거야."
  이후, 나는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혹시 여전히 잠 기운이 빠지지 않았다면 등에 업히라고 말한 다음에 정말로 에르시아를 등에 업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에르시아는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결국 등에 업히더니, 그대로 나의 목을 안으려 하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으리라.
  그렇게 한 사람을-나의 친구를- 업은 채, 동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동안, 떠오르는 하나의 사념이 있었다. 어렸을 적, 지금도 근방에 사는 언니의 등에 업힌 적이 있었다. 산으로 폭우가 내리고 그로 인해 개울의 물이 넘치고 급류가 흐르는 광경이 나타났을 때, 그로 인해 개울을 건너지 못한 탓에 집으로 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언니가 자신의 등에 업히고 있으라고 부탁하면서 그 부탁대로 등에 업힌 채, 집에 갈 수 있었다.
  그 이전에도 언니들이 나를 마치 딸을 대하는 듯이 보살피는 동안 수차례 업혔던 기억이 있으나, 그 때 당시 내 모습 등에 관해서는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사항들에 대해, 기억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옛날에 내가 했던 것처럼 에르시아를 등에 업은 채, 한참 길을 걷고 있을 무렵, 그가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에 대해 잠시 고개를 돌리며 그 모습을 확인하려 하였고, 그 첫 시도 당시에는 그가 다시 잠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로부터 '새근새근'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나는 그가 비로소 잠이 들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이 덜 깨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행동이 그대로 잠이 드는 것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에게 나타난 모양이었다.
  '그 기차에 타고 싶다, 그 기차라면 이렇게 업고 갈 필요도 없겠지.'
  그렇게 나에게 업힌 에르시아가 잠들 무렵, 나에게 우연히 작년 여름 때에, 산과 산 사이를 오갈 때 탔던 한 대의 기차, 그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 잠을 깨지 못한 에르시아를 안고 멀리까지 갈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상황 하에서 잠든 이를 잠들게 하고 있으면서도 먼 거리까지 갈 수 있는 그 탈것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일까.
샤리에나의 소개를 통해 타게 되었던 열차, 그 열차의 중간 부분에 있는 작은 부분에 올라탄 이후, 나는 열차가 조용히 다리를 건너 소로에나가 위치하고 있는 산, 그 건너편으로 계곡 사이를 지나며 나아가는 동안 그 열차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산과 산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마냥 신기해 창가 너머로 보이는 골짜기와 그 표면을 덮는 초록빛 이파리 그리고 새하얀 물줄기로만 시선을 향했던 기억이 난다.
  "유네아, 이러고 있으니까 옛 생각이 나. 어렸을 적에 나를 이렇게 업으려 하던 아주머니께서 계셨는데."
  그 무렵, 에르시아가 부스스하게 깨어났는지 다소 늘어지는 목소리를 내며 나에게 물음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에르시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깨어난 거야?" 라고 물은 다음에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에르시아는 예전에 마을에 살고 있던 한 아주머니에 관한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기억이 희미하였으나, 예전에 나, 에르시아 그리고 샤리에나 등을 어머니처럼 보살피던 이가 소로에나에 살고 있었다. 당시 그저 어리기만 했던 나를 비롯한 마을에 새로 태어난 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맡고 있었던 아주머니. 10 년이 지나도, 20 년이 지나도 항상 어린 아이 같았던 사람들을 항시 지켜보며 살다가, 결국 나를 비롯한 당시에 어렸던 이들이 어린이 티를 조금씩 벗기 시작할 무렵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는 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어 그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였으며, 그저 그 아주머니가 내 또래의 아이들을 보살핀 일이 있었다는 기억만 있으며, 샤리에나가 그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어서 그 때 당시에 대한 그의 회상을 통해 당시,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에르시아는 그 당시에 대해 잘 말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나처럼 기억이 없어서 그러한 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해 기억이 없다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에르시아가 나에게 아주머니에 대한 언급을 한 일에 대해서는 나름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르시아도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건네는 물음에 에르시아는 그렇다고 답을 한 이후에 어렸을 때처럼 업혀 있다 보니, 그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반 즈음 잠이 덜 깼음을 알리는 듯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당시의 추억에 관한 말을 이어갔다.
  "당시 어렸던 이들을 보살피시면서 마치 자신의 딸과 같다고 항상 말하시고는 했어. 그 때에는 무슨 의미였는지 잘 몰랐지만, 이제 알 수 있겠다고 생각해. 아마도 예전에 내 또래만 했던 딸과 함께 살고 계셨을 거야. 그러다가 사고로 인해 그 딸을 잃으셨던가, 그랬을 것 같아."
  그에 대해서는 샤리에나로부터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과거에는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소로에나 산 인근의 평지 지대에 있는 마을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다가 산사태로 인해 가족과 집을 잃은 이후, 도처를 떠돌다가 소로에나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것.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던 그 당시, 바람의 정령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본래는 한 번 도움을 받은 이후에는 마을을 떠나려 하였고, 당시 마을에 살던 바람의 정령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어린 정령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보살피며 살기로 마음을 먹어, 소로에나에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소로에나 같은 곳으로는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오게 되는 것 같아, 아세라이아에 살던 대장장이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도 본래는 외계 행성 출신인데, 어머니와 누나를 잃고 각자의 공장을 전전하다가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 아나야(Anaja) 언니의 도움을 받아 대장장이로 살게 되었다잖아."
  왠지 모르게 소로에나 혹은 아세라이아로 오는 사람은 뭔가 한 가지씩 사연을 갖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에 대해 내가 언급을 하자 에르시아가 바로 그러할지도 모른다고 답을 한 이후에 모두 험한 산의 한 구석에 위치하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이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하지 않겠느냐고 바로 답을 하였다.

  그 이후에도 발걸음은 계속 이어져, 어느새 나도 중앙 시가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에르시아는 여전히 나의 등에 업힌 채, 나를 안고 있었으며, 그러하다 보니 내 두 다리가 내 몸뿐만이 아니라 에르시아의 무게까지 받쳐가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만, 에르시아가 나에게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인 탓일까, 그 몸이 상당히 가벼워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도 괜찮다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탓에 등에 업고 한 동안 계속 걸어가더라도 나 자신에게 큰 부담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것에 아직 잠에서 덜 깨어있는 상태인지는 알 수 없다 해도, 오랫동안 누군가를 업고 길을 걸어가면 자연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어서 나 역시 내심으로는 그가 잠에서 깨어나 두 발로 걸어가려 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르시아는 중심가에 위치한 십자형으로 뻗은 수로에 이르고 있는 동안에도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나의 등에 업히는 일이 마냥 즐거웠기 때문이었을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뭔가 일을 치르어야지.'
  그렇게 에르시아가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나도 자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현재 그가 나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하나의 장난을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리로 이루어진 길바닥 위에 바로 엎어지도록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나의 상반신 앞으로 온 그의 손과 손목 그리고 다리가 바로 유리에 닿았으며, 내 몸의 무게가 가하는 힘에 의해 그 손과 팔이 짓눌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반응은 즉각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현상에 대해 놀라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에르시아. 그와 더불어 유리에 내가 가하는 힘의 반작용일 법한 힘이 손에 가해지면서 그로 인한 아픔을 바로 느끼는 것이었다.
  "아아~~~~ 아파, 아파, 아파!!! 유네아! 일어나, 이제 일어날 수 있으니까, 제발 풀어 줘!!!"
  잠에서 깨어 바로 그렇게 외칠 정도였으니, 유리에 손과 다리가 닿으면서 많이 아프기는 했나 보다. 그런 그의 외치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고, 그 이후, 에르시아는 두 팔을 놓고, 나의 좌측 근처로 움직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때, 그에게서 '살았다.'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 듯 했으나, 환청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에르시아, 이제 잠에서 깼어?" 그 이후, 다시 일어서서 에르시아에게 다가가자, 그는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다시는 그런 식으로 바닥에 손과 다리 등을 누르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다음에 너무 아팠다고 그 때 당시의 심정을 바로 토로하였다. 그러자 나는 바로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내며 화답하였다.
  "그러면 이제 잠 깼으니, 나에게 업히지 않도록 해, 알겠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