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당의 대문을 등지는 채 앉고, 에르시아가 그 건너편에 앉았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얻어먹은 것은 일전에 라이마도 언급했을지 모르는 커다란 과자의 일종이었다. 겉면은 딱딱하고 바삭한 빵처럼 보였으나,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며, 다만 윗면의 한 가운데 즈음에 '黑蛋石' 이라는 문구가 숨어 있어 그것이 과자의 특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식당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는 이로서, 하얀색을 띠며 소매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넉넉한 상의와 반바지로 이루어진 하얀 옷차림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짤막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를 불러 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이 과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바로 앳된 목소리를 내며 설명을 이어가는 소녀. 그 소녀를 통해 나는 그 과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들의 문자로 '月餠果'(1) 라 칭해지는 물건으로서, 특별한 행사 때에 만들어 먹는 과자의 일종이며, 떡이라 칭해지나 실제로는 빵에 가까운 맛을 내는 것이라 한다. 녹말로 겉 부분을 만들고 속에 여러 재료를 담아서 먹는데, 속 재료의 대표적인 것으로 팥을 곱게 갈아 체를 내려 팥소를 만들고 그 팥소에 설탕조림한 과실 혹은 설탕으로 조려 과자처럼 변한 과일을 다져서 섞어 만드는 것이 대표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녹말로 만들어지는 겉 부분은 모양 틀에 약간 두껍게 눌러 담고, 속 재료로 남은 부분을 채우고서, 다시 겉 부분의 반죽으로 이를 덮어 형을 만든 다음에 그 바탕에 계란을 부어 노랗게 물들이고, 기름칠한 철판에 구워 내면 완성된다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은 정통의 방식대로 팥소에 설탕조림한 과실이 들어있는 것으로서, 검은 바탕에 형형색색을 띠는 과실들이 들어있어 '흑단백석' 같다하여 그렇게 칭해진 것이라 한다.

  그 크기는 내 손바닥 크기만 했다, 아니 더 컸다. 직경만 하더라도 0.15 메타르 정도였을까. 행사 중에는 직경 0.6 메타르 정도 되는 거대한 빵 안에 내용물로서 내가 들고 있는 크기 수준의 과자를 넣어놓고, 그 과자를 잘라서 작은 과자를 찾아먹는 경우도 있다하나, 그 광경은 설명을 해 준 소녀 역시 보지 못했다 한다.
  그러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서, '떡' 이라 칭해지는 그 과자는 크기가 크고, 의외로 속도 꽉 차 있어서 하나 먹기만 하더라도 배가 채워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평소에 많이 먹는 편인 에르시아도 그 하나를 먹은 이후에 하나 먹은 정도로 양이 차지는 않으나, 다른 것을 또 먹기에는 애매하다는 말을 나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제 아셨지요?" 이후, 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알겠느냐고 물었고, 그 물음에 나는 바로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있겠다고 바로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소녀가 다시 일에 나서기 위해 작업장 안으로 들어설 무렵, 접시에 놓여진 하나의 빵을 두 손으로 든 다음에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그럼 먹어 보실까.'
  그리고 작게 한 입 베어 물어 그 조각을 떼어냈다. 짙은 단맛이 혀끝에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팥의 단맛과 함께 과일의 시큼하면서 달달한 맛이 겉 부분의 바삭한 느낌과 함께 느껴지고 있는 그런 맛으로서, 단팥으로 채워진 과자를 먹는 맛에 약간의 추가가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유네아, 어때? 맛있어?" 그 때 그런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물론 그 단맛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활짝 웃으며 맛있다고 바로 답을 할 수 있었다. 이후, 맛있다는 나의 말에 바로 반응하면서 에르시아도 그 과자를 두 손으로 들고 덥석 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미소를 지으며 맛있다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전에 라넬리스 건너편의 섬에 갔을 때, 젤리에 팥소를 넣어 만든 과자를 맛 본 적이 있어, 그것을 다른 형태로 먹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너는 대체 가지 못한 곳이 어디니?"
  맛에 대한 소감을 말하면서 또 어딘가 가 본 적이 있다는 언급을 하는 에르시아.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맛에 대한 공감을 하기보다는 에르시아에게 가지 않은 곳이 어디일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면서 당혹스러운 심정을 드러내는 의문을 하나 그에게 던지고 있었다.
  "가지 못한 곳이라면 많아."
  이후, 그렇게 답을 하는 에르시아. 그리고 자신이 간 곳은 동방 대륙의 여러 곳, 그리고 라르니온 일대가 전부라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할 만도 했다. 아세라이아 출신인 '이레아 알렌(Irea Alren)' 이 '사리나 알피엘(Sarina Alfyel)' 과 함께 세니티아 성계를 넘어 여러 성계를 오가며 여행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그들처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시 드러내고는 하였던 그런 아이였으니. 그리고 이레아 알렌과 사리나 알피엘은 아젤 폰 아데시아의 영향을 받아 여행에 나서게 되었다니, 결과적으로 그의 모험담이 후세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는 했나 보다.

  그렇게 과자를 먹은 이후, 나와 에르시아는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실시간으로 축제가 시작되면서 거리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바로 관찰할 수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는 저녁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해가 질 시간이 될 때까지는 그저 기다려야만 했지만, 이미 날이 어둡다 보니, 곳곳에 걸린 붉은 등, 노란 등이 켜지고, 그 등이 발하는 빛의 색이 건물에 발하는 빛의 색과 어우러지며 화려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으며, 사람들도 분주히 오가며, 거리의 활발함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물론 페이란의 동부 지역은 원래부터 분주한 곳이었다 하나, 축제일이 시작되었다니, 그 분위기가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보이는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과 떡으로 만든 꼬치를 손에 든 어린 소녀의 모습 등, 여러 아이들이 활발히 뛰어노는 모습도 눈에 많이 보였다.
  "평상시 같으면 날이 저물자마자 집에 갔어야 할 텐데."
  "그러게."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건네는 말에 에르시아가 바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였다. 그러다가 에르시아가 무언가 발견했는지, 바로 좌측 길목을 향해 나아가려 하였고, 이에 내가 그 뒤를 따라 그 길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어 그가 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하였다.
  그가 발견한 것은 은색을 띠는 자전거와 그 곁에 서 있는 이로서 둥근 모자를 쓰고, 평범해 보이는 새하얀 옷을 입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였다. 그 소녀는 오른손을 높이 들면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무래도 에르시아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자전거라는 물건을 타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유네아, 잠깐만 빌려 타면 안 될까."
  "정말 저 자전거를 타 보려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물음을 건네는 나. 그러는 동안 내가 건네는 물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에르시아가 자전거를 향해 다가가더니, 소녀의 바로 앞에서 그에게 말을 거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어서 에르시아는 주머니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화폐였던 모양이다- 소녀에게 건네고, 그로부터 자전거를 건네 받으며 다시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봐라, 유네아. 자전거 빌려탔어~~."
  이후, 자전거를 보이며, 나에게 말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더니, 잠시 후 그는 마치 말에 올라타는 듯이 올라타서 바로 앞의 손잡이를 잡고 두 발로 페달을 밟아 돌려, 자전거를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인 이후에 곧바로 나의 앞으로 다가오려 하였다.
  특별히 자전거를 탈 생각은 없었다, 자전거가 본래 한 사람이 타기 위한 것이기도 했거니와 타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지는 않겠음을 바로 밝히며, 그와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하였고, 이후, 에르시아가 그런 나를 따라 천천히 자전거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잠시 시간이 지날 무렵, 날개를 펼치고 걷는 속도를 이전에 비해 빨리 하였다, 에르시아가 모처럼 자전거를 빌려탔는데,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의한 일이었다.

페이란 - 동부 수산 거리
  항구 도시답게 페이란에는 물고기와 같은 해산물을 배를 통해 잡은 것을 내놓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었다는 시장 거리로서 세니티아에서는 어지간하면 볼 수 있는 해산물부터 각종 열대어 심지어 거북이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으니, 해산물 전시장이라 칭해도 무방한 곳이었다.
  그 곳 역시 축제 분위기를 피할 수는 없어서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마다 환하게 등을 밝히며 곳곳마다 거리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세니티아에서처럼 음악 공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어떤 곳에서는 몸에 붙는 옷차림을 한 소녀들이 분장을 한 채, 각종 묘기 및 가무를 선보이기도 하였고, 어떤 곳에서는 유목민과 비슷하게 새하얀 옷차림을 한 이가 자리에 앉아 피리 연주를 통해 뱀이 춤추도록 하는 광경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하다보니 곳곳에서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 소리에 이끌린 사람들의 공연 구경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라넬리스의 수산 시장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아."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말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는 동안 그는 자전거에서 내려 두 손으로 자신의 우측 곁에 놓은 자전거를 잡은 채, 그것을 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곳이다보니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바가 있었는지 입맛을 다시기 시작하는 에르시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무슨 일이냐고 바로 물음을 건네었다.
  "에르시아, 왜 그래? 무언가 맛있는 것이라도 생각나?"
  그러자 라넬리스의 별미로 손꼽히는 물건이 하나 있어 그것이 생각났음을 밝히는 에르시아. 그리고 얼린 게를 녹인 후, 끓인 간장에 넣고 보관했다가 한 마리씩 꺼내 먹는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시장 거리를 거닐다가 마침 게의 모습을 보며 그 때 먹은 요리가 생각났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날것인 게를 끓인 간장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숙성시킨 물건인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날것이 바탕이다보니,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커다란 집게를 가진 꽃게들이 모래에 묻힌 채, 나무 상자 안에 들어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이들을 지나치려 하였으나, 잠시 후, 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기겁을 해서 재빨리 그 곳에서 도망치려 하였다. 그 집게에 본의 아니게 공격당하는 일만큼은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외에 나무 수조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갯가재들이 들어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바닷가재들처럼 크고 강력한 집게가 보이지 않다 보니,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아 보였으나, 갯가재의 앞발이 강한 힘을 가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선뜻 겁을 먹은 적도 있다. 갯가재 역시 요리로 쓰이며, 맛이 상당히 좋으나 쉽게 상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요리를 해서 건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갯가재를 처음 보았던 곳은 세니티아의 라넬리스 인근에 위치한 항구 마을인 민데사(Mindesa) 의 한 수산물을 내놓는 커다란 가게 건물. 다만, 나무 원통 안에 들어있던 그 갯가재들은 색깔이 붉었으나, 작고 가늘었다. 처음 보았을 당시에는 가재와 새우의 중간형처럼 보았으며, 그런 모습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껍질이 두껍고 거친 편이라 삶아도 먹으면서 손이 다칠 각오를 해야하는 해산물이라 하였기에 먹을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기억이 난다.
  좁은 거리를 지나 가게들이 큰 길 양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곳에 이르자 에르시아도 안심하게 자전거에 탈 수 있게 되었는지 바로 자전거에 올라타, 발판을 밟으며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길 양옆의 가게는 각지에서 모였을 사람들로 인해 분주하였고, 건너편 해수면 위에서는 해산물의 모습을 표현한 유리 조각들이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며 지금이 축제 기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매일이 항상 이와 같을 수는 없기에, 이런 시기에 이 마을에 온 일은 정말 다행이라 할 만 해, 그렇지?"
  그 때, 자전거에 탄 채로, 곁에서 걷고 있는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이에 나는 바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한 이후에 잠시 고개를 돌려 가게들이 진열하고 있는 물품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러면서 수조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다리가 길고 거친 갑각을 가진 게들을 비롯한 여러 해산물들이 머무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저 수조에 부딪쳤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위험하겠지?"
  그 때,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런 수조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상상할 거리가 생겼는지 그렇게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그러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지." 라고 화답을 하고서 그에게 물어, 달리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에르시아는 혹시 달리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예를 들면 샤리에나를 만난다든가......"
  "샤리에나라면 만나고 싶지, 지금껏 보지도 못했는데. 이 곳에 온 것은 확실하지?"
  그러자 바로 그렇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그에 이어 바로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이에 나는 바로 그렇다는 화답을 하고서 해산물 가게가 늘어선 동부 거리에서 서쪽으로 이동, 도시의 중심부가 위치하고 있다는 곳을 향해 자전거를 움직이려 하였고, 이에 나 역시 날개를 펼친 채, 걸음을 빨리하며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나아갔다.

페이란 - 동부 중심가
  페이란의 동부 중심 구역은 여타 지역에 비해 더욱 화려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축제를 맞이해 밝혀진 등이 건물마다 초록색,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빛을 발하며 꾸며진 모습에 어울리며 마치 무지개 빛이 수정 도시에 깃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마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았으며, 곳곳마다 어린 소녀들이 손에 잡은 풍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평소에는 볼 수 없을 법해 보이는 거대한 조각상들과 각종 음식이나 물품들을 내놓는 난장도 들어와 있어 거리의 분위기는 이전에는 볼 수 없는 활발함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거리 일대를 돌아다니며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공연과 수정 공예품 전시를 행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남쪽 방향을 향해 나아갈 무렵, 꽤 먼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대열을 이루며 모여있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간혹 이들 너머로 거대한 구조물 같은 것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여 가고 있었기에 그것을 통해 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모여있는지를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런 행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무렵, 나의 우측,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에게 낯설지 않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진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에 페이란에 이르렀을 리아레안, 루마 그리고 예즈라가 바로 그들. 이들은 리아레안, 루마, 예즈라의 순서로 나란히 서 있으면서 행진을 위해 나선 공연단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레와 그 수레 위에 설치된 무대 위에 표현되고 있는 꽃을 소재로 한 군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예즈라 양, 저 옷이 무슨 꽃들을 표현하고 있는 거예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샤로아(Sharoa)'(2) 라 칭해지는 그런 꽃 아닐까요? 이 춤은 그 분홍색을 띠는 모습을 화사하게 표현하려 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분홍색 꽃하니, 저는 '아잘렌(Azalen)'(3) 이 우선 떠오르긴 했는데, 마을 인근에 핀 아잘렌 꽃들은 저렇게 엷은 색을 띠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예즈라 양의 의견에 동감할 수 있겠네요."
  행진을 구경하면서 행진이 묘사하고 있는 바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 일행, 우선 루마가 물음을 건네고, 그 물음에 예즈라가 답을 하며, 리아레안이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듣고 있으면서도 나는 가만히 있으려 하였다, 이들을 놀래키면서 존재를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일이 에르시아를 답답하게 하였는지, 그런 심정을 드러내며 그가 물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예즈라 양이라던가, 그런 분들이 지금 멀지 않은 곳에 계신데."
  "그 분들을 놀래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이에 나는 바로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갑자기 나타나지 않을 만한 곳에서 찾아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겠느냐는 말을 이어서 한 다음에 행진이 끝날 때까지는 가만히 행진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려 하였다.
  그러는 동안 행진의 대열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행진의 대열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대열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음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수정으로 이루어진 파란색 그리고 하얀색 구조물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물체들과 그 물체들 곁에 서 있으면서 풍경을 꾸미는 역할을 행하는 하얀 옷을 입은 소녀들, 그들이 서 있는 수레의 곁에 하얀색을 띠고 얇은 옷차림을 한 이들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수레가 움직이는 것과 함께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수레의 무대, 그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수정이 박힌 거대한 지팡이를 중심으로 검은 고깔과 검은 옷차림을 한 채, 군무를 이어가는 4 명의 소녀들과 수레 위에서 사람으로 3 단 계층을 만들고 꼭대기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이 이어서 나타났다. 사람들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물체에 붙어있는 가느다란 관에서부터 액체가 움직이는 모습이나, 수정 기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피라미드 등과 같은 쉽게 만들지 못하는 각종 구조물들이 나타날 때에도 환호가 잇달아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행진은 도시의 자랑거리를 알리려 하는 듯이 이어져 가고 있었으며, 항시 밝고 활발한 분위기가 행진 때마다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적 간격마다 바닥의 여러 부분에서부터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의 4 색 중 한 색을 띠는 불꽃이 발사되고, 그것이 하늘 위에서 폭발, 그 빛들이 마치 비처럼 흩뿌려지는 광경을 드러내며 행진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유네아, 여기서 그냥 행진이 끝날 때까지 모두 다 보고 갈까, 그냥 가려면 조금 아쉽잖아, 안 그래?"
  "계속 지켜보다 보니, 흥미가 생긴 거야?"
  그 때, 나의 우측 곁에 있던 에르시아가 나에게 행진을 전부 다 보고 가자는 제안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전거를 곁에 두고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서 서 있던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바로 그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축제의 행렬에 흥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다른 곳에서도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을 텐데, 행진을 행하는 행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에르시아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렸다.
  "그래도, 나는 이 행렬을 계속 보고 싶은데~~."
  하지만 그는 행진에 흥미가 많은지 행렬 근처에서 떠나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떠나고 싶어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내가 그렇다고 답을 하자, 하나의 제안을 하였다.
  "그렇다면, 밤중에 모이기로 하고, 각자 다른 곳을 구경하도록 하면 안 될까. 서로 관심이 다르다면, 다르게 행동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축제 도중에 다툴 수도 없잖아."
  이에 나는 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축제 구경을 하는 도중에 사소한 일로 인해 다투는 것만큼이나 한심한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라 자그마한 의견 다툼도 원하지 않아, 에르시아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에르시아는 축제 행진 근처의 대열에 남고, 나는 그 대열을 떠나 중앙 구역의 다른 거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에르시아와 헤어진 후, 떡의 일종으로서, 고기 등을 넣은 소를 밀가루 반죽 안에 넣고,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운 형태의 음식을 종이 봉투 채로 구입해, 음식이 들어간 종이 봉투를 가슴에 안으며,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강가를 가로지르는 넓은 다리에 이르렀다.
  그 폭은 30 메타르 정도로서,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의 폭으로서는 매우 넓은 편에 속했다.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팔각형 사이에 사각형이 사각 대열을 이루는 구조를 이루는 무늬를 그리는 모습을 보이는 다리 위에 두 쌍의 인원들이 붉은 옷, 푸른 옷을 입은 채, 무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붉은 옷에 붉은 바지를 입은 이들로서 검은색을 띠는 짤막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와 등까지 내려가는 머리카락의 윗 부분을 묶어 나머지 부분을 늘어뜨린 머리 모양을 한 소녀가 맨손으로,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하늘색 상의와 그 안에 입은 소매 없는 검은 옷, 그리고 푸른 바지로 이루어진 옷차림을 한 이들로서 목까지 내려가며 넓게 펼쳐진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와 등 아래까지 내려가며 폭이 좁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각자 파란색을 띠는 유리로 이루어진 봉과 맨손으로 무술 시범을 선보이고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수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기둥 부분이 파랗고, 네모난 발판 부분은 투명한 기둥들 위를 화려하게 치장된 사자와 호랑이가 오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기예 단원들이 한 사람이 걸어도 힘들 것만 같은 외기둥 계단을 오가는 시연을 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의 박수를 치고 있을 무렵, 나의 등 뒤 어딘가에서 한 어린 소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이전에 헤어졌던 에마렌과 에리사 그리고 라미샤의 목소리였다.
  "유네아 언니, 여기 계셨네요."
  간만에 다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에마렌, 에리사. 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마자 나는 "와 있었구나!" 라고 말한 다음에 이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라미샤 그리고 라미스를 향해 돌아서면서 오랜만에 만났음에 대한 인사말을 전했다.
  "라미샤 양,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라미스도 오랜만이야, 아침 잠은 잘 잤어?"
  아침은 잘 보냈냐는 의미를 전하는 인사말에 바로 미소를 띠며 밝은 목소리로 잘 잤다고 답을 하는 라미스. 이어서 나는 에르시아와 따로 행동하며, 공연 관람을 하고 있었음을 밝히며, 다른 자매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라미스가 바로 밝게 목소리를 내어 답하길, 그들은 잠시 먹을 것을 사러 나아갔으며, 곧 자신들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니 그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 때, 내가 손에 안고 있는 것을 보더니, 그것을 가리키며 묻는 에리사.
  "어라? 유네아 언니, 지금 손에 들고 계신 것은 뭐예요? 먹을 것의 일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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