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네아 양 아니세요, 페이란에 이미 와 계셨네요!"
  왼손으로 막대기를 잡은 채, 오른팔을 높이 들고, 오른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루마. 그러더니, 곧 그는 다급히 오른손으로 막대기를 잡았다. 오른팔이 막대기를 떠나 있는 동안 왼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한 손으로 막대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시게 된 거예요?"
  이후, 내가 루마의 곁에 이르면서 건네는 물음에 그는 유리병 제조 공법을 잠깐이나마 배우기 위해 와 있었음을 밝히고 지금 자신이 만드는 것은 유리실임을 밝혔다. 그리고 그 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빛을 받아 물드는 유리의 특성을 가지는 유리실을 통해 빛을 받는 아름다운 장식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함을 알린 다음에 실력 있는 기술자에게 그 기술에 대한 기록을 전수할 예정이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리아레안 님, 그리고 예즈라 양께서는 건너편에 계신데, 현재 리아레안 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예즈라 양께서는 한창 도자기가 구워지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계셔서 당장에는 힘들고......."
  이후, 그는 차분히 유리실의 성형되는 모습으로 시선을 향한 채, 나에게 말을 전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알았다고 화답을 한 이후에 바로 리아레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리아레안은 두 손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이는 채,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천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루마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한 일이었을 터이다. 그러다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전하였다.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어디에 가 계셨나 했더니, 여기에 와 있으셨을 줄이야."
  "저도 이 곳에 흥미가 있으니까요." 이에 내가 활짝 웃으면서 답을 한 이후, 리아레안에게 달리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있다고 답을 하고서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천막 안에 두고 가는 예즈라, 루마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바람의 사당 인근 마을에 살고 있으면서 얻은 믿음이 그를 안심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리아레안이 나와 함께 하게 된 이후, 나는 그와 더불어 시에나, 에리타 그리고 아미라와 함께 여행을 계속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세 어린 정령들은 리아레안이 뒤를 따르는 동안 각자 손에 안고 있는 물건들을 서로에게 보이며 물건에 대한 자랑을 밝게 목소리를 내며 늘어놓고 있었다.
  "유네아 님, 이 물건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얻었지요, 혹시 이 곳의 돈이라도?"
  "그게 말이지요." 이에 나는 그 대답으로써 세 어린 소녀들이 어떻게 물건을 얻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고, 그 설명이 끝났을 때, 리아레안은 비로소 어떻게 되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는지 뒷짐을 진 채, 밝게 목소리를 내며 알겠다는 의미를 전하려 하였다.
  "그랬군요, 그래서 저 세 분들께서 수정 공예품을 바로 가질 수 있었겠네요."
  그리고 그에 이어, 물건을 건네 받게 한 가게 주인에 대해 무척 인심이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내가 그런 그의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면서 미소를 띠며 축제 기간 도중에 열어낸 가게인데, 돈을 버는 일에 집착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그가 말한 바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어떤 분들은 축제 기간 중에도 돈이라든가, 사적인 이익에 관해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던데...... 참 넓은 마음씨를 가지고 계신 분 같아요."
  그러자 차분히 목소리를 내면서 가게 주인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리아레안. 그 때, 에리타가 무언가 아는 듯이 리아레안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맞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소로에나에 있었던 축제일의 일인데......."
  "그 때, 아미라가 책 하나를 발견하고 호기심 삼아 잠시 본 적이 있었잖아, 그 때 책 수레의 주인 아저씨가 책 더러워진다고 불러와서는 아미라를 때리고......."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는지 그저 놀라는 표정만 짓던 리아레안. 그러더니, 이후로는 축제에 관한 규정이 나름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없었고, 그 대신 마을에서 자체 바자회를 열고, 외부에서 상인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본래의 방식으로 돌아오고, 외부에서는 거리 예술가들 위주로 초청을 하는 방식을 더했음을 밝혔다.
  "외부에서의 상인 개입을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말씀이로군요."
  "예."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정리를 하면서 묻는 리아레안의 목소리에 나는 바로 그렇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아미라, 리에타 그리고 시에나는 나보다 앞에 있으면서 앞장서서 밝은 빛을 발하는 거리의 분수대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 때, 분수대 쪽에서부터 루마 그리고 예즈라가 뛰어오고 있었다. 천막에서의 체험 및 실습도 어느덧 끝난 모양이었다.
  "리아레안 님, 여기로 와요!!!"
  이후, 리아레안을 바로 부르는 루마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바로 리아레안 그리고 세 아이들을 이끌고 그와 예즈라의 곁으로 다가오려 하면서 분수대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분수대의 다른 쪽에서는 라미샤, 이리나를 비롯한 8 자매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 피레스 그리고 카에린은 불꽃을 일으키는 데에 활용될 만한 검고 긴 막대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는 놀이를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루마 그리고 예즈라도 손에 하얀 바탕에 무지개색 무늬가 그려진 막대기를 들고 있었으며 예즈라는 그 막대기를 오른손에 쥔 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루마가 리아레안과 나, 그리고 우측에 모인 세 어린 정령들에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곧 도시 축제의 중대 행사인 단체 불꽃놀이가 이어질 것이라 하네요, 그래서 다들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시작될 것이라 하니, 기다려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 때 마침, 도시의 어딘가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행사가 있을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시고 계신 시민 여러분 그리고 관광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오늘의 가장 중요한 행사라 칭할 수 있는 불꽃놀이가 시작되겠습니다. 불꽃 발사를 위한 기구를 가지고 계신 분들께서는 속히 준비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자아, 준비해요, 루마 양, 곧 시작한다니까."
  그 때, 예즈라가 루마에게 어서 준비를 하라고 당부를 하였고, 이에 루마는 알았다고 화답을 하면서 기구를 만지작거려 불꽃을 발사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린 세 정령과 함께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에리타가 나를 향해 돌아서서 물음을 건네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지금 루마 그리고 예즈라, 두 분께서 뭐하시는 거예요?"
  "불꽃놀이가 시작될 것이란다, 하늘이 곧 사람이 만들어 낸 별빛으로 가득해질 거야."
  그러자 내가 바로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화답을 하고서 세 어린 정령들을 데리고 분수대 테두리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하늘로 시선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검은 하늘 위로 솟아오를 수많은 '별빛' 의 모습을 기다리기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전에 들려왔던 여성의 목소리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면서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니, 15 부터 시작된 숫자는 내가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에 5 까지 줄어들면서 들뜬 감정을 품은 사람들의 환호를 불러오고 있었다.
  그리고 0 이 되었을 때,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것이 터지는 특유의 딱딱한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지면서 금빛, 은빛, 붉은빛, 초록빛 그리고 푸른빛 별들이 끊임없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하였고, 그 때를 같이하여 예즈라 그리고 루마 역시 하늘 위로 푸른 별들을 쏘아 올리려 하였다.
  그와 더불어 8 자매 측에서도 불꽃이 쏘아 올려지기 시작하니, 우선 피레스와 카에린이 노랗고 빨간 별들을 쏘아 올리고, 그에 이어 에리사가 자신이 준비한 물건을 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곳에서부터 수많은 별들이 하늘로 치솟으며, 하나로 모이며, 하나의 금색을 띠는 커다란 별과 같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별은 하늘의 정점에 이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마자 폭발, 그와 함께 수없이 많은 초록색 별빛들을 공중에서 흩뿌려 갔다. 그 광경에 사람들이 놀라며 그 모습으로 시선을 향하였으나, 누가 그 별들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얼마 없는 듯 했다.

페이란 - 동부 시가지 분수대
  하늘로 쏘아 올려진 후, 폭발하면서 흩어져 가는 작은 별들, 그 별들이 만들어 가는 광경은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 그저 어둡기만 한 하늘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물론 딱딱한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지고, 거리 일대에 연기가 치솟아 그로 인해 다소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행사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늘의 분위기처럼 거리의 분위기 역시 들뜨고 있었다. 곳곳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에 곳곳마다 밝게 미소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겨운 분위기를 구성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이 들뜨고 있다 하더라도 정신 없이 춤을 추거나 경박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없어 나름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었는데, 이 모습이 왠지 소로에나 혹은 아세라이아의 축제 분위기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나 역시 하나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8 자매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라도 하는 일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 이후로 8 자매를 다시 볼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가려는 순간,
  "불꽃들이 참 아름다워~~!!!"
  "응, 곳곳에서 신나는 노래 소리도 들려오니까, 신나!!!"
  그 때, 나의 우측 곁에 서 있던 에리타 그리고 시에나에게서 밝고 들뜬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며, 그 이후로 에리타가 나를 불러 자신이 쏘아 올린 불꽃의 모습을 보아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와, 어서 그 에리타의 곁으로 돌아갈 수밖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결국 인사도 못하고 헤어질 수도 있겠네, 그들과는.'
  이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달리 도리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세 어린 정령과 놀아주는 일에 마음을 기울였다. 그 무렵, 에르시아 역시 오른손에 몇 다발의 막대기를 들고 있으면서 나의 바로 앞을 향해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유네아, 여기 있었네." 그리고 세 어린 소녀들의 모습을 보더니, 이들을 알아보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에게 다가가며 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맞아, 이 아이들은 일전에 샤리에나가 보살피고 있던 그 세 아이들이잖아, 어찌하다가 이 곳에 오게 된 거야?"
  그러자 내가 답으로써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루시아 자매가 들어준 것임을 밝히고서 덕분에 이들이 나름 축제에 대해 즐거운 추억을 안게 되지 않았느냐고 물은 다음에 특히, 아미라 같은 경우에는 축제에 대한 좋지 못한 추억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으리라는 언급을 하였다.
  이후, 리아레안이 예즈라 그리고 루마를 데리고 다른 곳에 가 있을 무렵, 에르시아가 이들의 빈 자리인 나의 우측을 채웠다. 그리고 식사도 맛있게 하면서 좋은 추억을 간직했음을 밝히고, 이제 하루 행사의 절정기인만큼, 신나게 즐겨보는 것이 어떠하겠느냐고 물었다.
  "여태껏 잘 즐겨왔지만, 아직 절정기가 남았으니까, 이 때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멋지게 즐겨보는 거야, 사명을 위한 여행에도 이런 순간은 필요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래, 그렇지." 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화답을 하였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춤을 추는 광경이 나타나자, 이번에는 에르시아가 나에게 춤을 추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춤도 같이 추고. 저렇게 춤을 추는 일도 축제 중에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어?"
  하지만 나와 에르시아의 성격 상, 그러한 춤이 어울릴 리는 없었고, 그래서 그 제안에는 바로 거절하였다. 발랄하지만 격한 에르시아와 역시 여성스러운 행동은 기본적인 것 외에는 익숙하지 못한 내가 그 때 보았던 광경과 같은 여성적인 춤을 추고 있다 보면 우선 나부터 부끄러움으로 인해 제대로 일이 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와 에르시아가 저런 춤을 추면 우선 나부터 부끄러워 못할 것 같아, 그래서 그 제안만큼은 거절하겠어."
  처음에는 나름 차갑게 목소리를 내며 말했지만, 이후에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제발, 부탁이야." 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가 다시는 부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에르시아는 애원하는 사람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하늘로는 이미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의 별들이 올랐다가 주변 일대로 작은 별들을 흩뿌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검은 하늘 위로 흉내를 낸 것이나마 맑은 밤하늘처럼 별들이 떠오르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와 더불어 각종 놀이 행사의 유희도 절정을 이루어 가설된 수많은 놀이기구들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세 어린 정령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 때, 그런 나에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유네아, 어디로 가는데? 혹시 놀이기구를 향해 가는 거야?"
  "응, 에리타 등이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시에나, 에리타 등에게 총을 쏘는 놀이를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아미라부터 내가 시범을 보여달라 부탁하였고, 이어서 시범을 부탁하는 목소리로 마치 돌림 노래처럼 세 아이들 사이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며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미소를 짓는 에르시아.
  "그래, 시범 보여 달라잖아. 보여 봐, 네가. 혹시 모르잖아, 물건 다 맞히면 경품 얻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알았어, 일단 나부터 하고." 그러자 나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면서 놀이기구의 앞에서 먼저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어떻게 경기를 펼치는 지를 지켜보며 놀이를 즐기는 방법을 대략이나마 유추해 내려 하였다.
  간이 사격장 안에는 표적으로 활용되고 있을 수많은 인형들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나무로 만들어진 소총으로 총탄을 쏘아 그 인형을 맞히는 형태로 놀이를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선 이가 잘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 외로 힘들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에르시아를 향해 돌아서며 그에게 말하였다.
  "에르시아, 경품은 힘들겠는데."
  "그래도 해 봐야지, 경품 얻으려고 놀이 즐기는 거야?"
  그러자 바로 나에게 그렇게 물음을 건네는 에르시아. 이에 나는 바로 알았다고 화답을 하고서 이전의 사람이 끝마치자마자 바로 사격대에 올라서서 소총을 잡으려 하였다. 그리고 우측에 있던 가게 주인으로 추정되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친절히 안내 설명을 하는 동안 소총을 들고, 서서 쏘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 때 당시,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은 위쪽 줄의 가운데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동물 인형으로서, 고양이 위에 아기 고양이가 놓여진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하얀 인형이었다. 그 모습을 어떻게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었느냐하면,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것을 쏘아 맞힐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준비하였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그 목표물에 대한 사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세를 취하고, 사격을 위한 정신 집중을 하고 있을 찰나에 갑자기 소정령 레반테아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며, 들려온 목소리, 그것은 "큰일이에요!!!" 이라고 외치는 크세비아의 목소리였다. 당장에라도 도와주지 않으면 큰일날 법한 상황에 처한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사격이고 뭐고 바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인형을 쏘지 못했음은 물론이었다.
  "유네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 봐, 뒷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러자 에르시아는 바로 소총을 잡고는 뒷수습을 맡겠음을 밝히며 어서 가 보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불안해 하는 세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가 하지 못했던 사격 놀이의 시범을 이어갔으며, 그러는 동안 가게 주인 역시 새로 다시 시작하게 할 테니, 마음놓고 시작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불안의 조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예즈라 그리고 루마에게 가기 전에 라미샤 그리고 이리나를 비롯한 8 자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려 하였다. 아무래도 지금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그들과 마주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다급히 그들이 위치하고 있던 곳으로 가려 하는 순간, 나에게 있어서 뜻밖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말았다. 절정 분위기의 축제를 맞이하는 하늘 위로 갑자기 한 무리의 비행 물체들이 등장해 페이란의 동부 광장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커다란 세 비행체들의 그림자들이 멀리서 다가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이후로 중앙의 거대한 비행체에서부터 작은 비행체들이 사출되는 방식으로 비행체의 숫자가 늘어갔으며, 그들 중 일부는 사람들이 쏘아올린 별에 부딪치기도 하였다. 그렇게 개체들은 순식간에 늘어나,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마치 메뚜기와 같은 비행하는 동물의 무리가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확인된 이후, 몇몇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하는 비행체들의 무리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8 자매 중 한 명이었던 라미스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 것도 이 당시였다. 그런 라미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에마렌이 그런 그를 안으며 조용히 말하였다.
  "괜찮아, 그냥 지나가려 할 뿐이니까."
  이들이 점차 다가오면서 드러내는 모습, 그것은 다름 아닌 마치 검의 몸체와 같은 길다란 앞 부분과 그 뒤에 마치 두 대의 비행체가 결합되고, 위에 작은 비행체가 결합 부분을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형태로 결합된 뒷 부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비행체와 그 양 옆에 가운데 부분과 꼬리 부분에 크고 작은 삼각 날개가 달려 있어 마치 상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비행체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사이로 여러 형태를 보이는 검은색 병기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 병기들은 페이란의 광장 상공에 이르자마자 그 곳에 정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어서 병기들이 작동하기 시작, 각가의 총구가 페이란의 거리를 향하도록 하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처음 보는 병기들이었던지라 그 모습 자체는 낯설었지만, 가운데의 병기가 가진 특유의 외형상 특징을 통해 그것이 '수호자의 검' 이며, 그 수호자의 검을 위시한 병기들이야말로 엘리시온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바르코스의 무리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마, 엘리시온을 되찾겠다고 온 것은.......!?'
  그 모습을 보며 나렐이 이전에 언급한 바 있는 엘리시온의 신이었던 에레아를 섬기는 이들은 바르코스를 지배하면서 자신들의 옛 고향인 엘리시온을 되찾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상기하고, 그러면서 이 병기들이 갑작스럽게 축제 중인 도시를 찾아온 것도 그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추측을 바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시온의 유적에 남은 요베스 혹은 제오의 육신이 파괴되고, 그로 인해 엘리시온의 유적이었던 수정 도시가 침묵을 한 일에 대해 너무나 빨리 바르코스가 관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저 놀라웠다고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던 탓이다.
  '이렇게까지 빨리 바르코스가 관여하게 될 줄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더욱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란 축제 중인지라 싸울 수 없는 사람이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이들 중에는 간단히 대피할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통 일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 비행체들이 시가지로 접근해 온다면, 넓게 퍼진 병기들이 광역 폭격이라도 하는 순간에는 대규모 희생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 시가지로의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시가지에 이를 것일 터. 그러한 이상, 그 전에 비행대를 향해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바르코스 군단이 시가지로 다가오게 될 거야, 그 전에 그 군단으로 다가가야 할 텐데.'
  그러면서 곁에 있던 세 어린 정령들, 그리고 예즈라, 루마의 곁을 떠나, 분수대 동쪽 너머로 나아가려 하면서 잠시 예즈라 그리고 루마를 향해 돌아선 이후에 아미라, 에리타 그리고 시에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광장의 동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러면서 소정령 레반테아를 통해 에르시아를 불렀다.
  "에르시아, 혹시 문제가 없으면 빨리 내 곁으로 와! 나는 지금 분수대 동쪽을 통해 상공으로 나아가, 바로 비행기들을 향해 나아갈 거야, 그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어. 혹시 만날 수 없으면 바로 연락해, 알겠지!?"
  병기 군집 바로 앞에서 모이도록 하자고 에르시아에게 약속의 말을 전한 이후, 다급해진 사람들 사이를 헤쳐가며, 광장 동쪽의 수정으로 만들어진 등 탑 근처에 이르렀다가 그 꼭대기를 향해 올라오며, 날개를 펼친 이후에 곧바로 탑의 꼭대기에 두 발을 모은 채 서 있다가, 바로 허리를 굽힌 이후에 반동을 이용해 뛰어오르면서 그와 동시에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멈추는 일 없이 바로 날개짓을 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속도를 내어 비행체들이 넓게 퍼져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비행을 이어가면서 나의 시선 앞으로 보이는 비행체의 형상도 점차 커져 갔으며, 그러면서 '도검' 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 그 비행체의 외견 상 특징도 더욱 세세히 나타났으며, 그렇게 비행체들을 향해 접근해 가면서 그것이 부리고 있을 작은 비행체 역시 어느새 나와 마주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접근을 시도하기 전까지는 줄기차게 먼 바다 위의 상공에서부터 페이란의 시가지로의 접근을 시도하던 그들이었으나, 내가 그들의 기함 격인 '수호자의 검'(?)에 접근할 무렵, 병기들은 일제히 그 행동을 멈추었으며, 어떠한 공격적 행동도 취하지 않으려 하였으니, 이러한 점이 나에게 있어서 이상하게 여기어지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 갔다.
  '어째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지, 혹시 나의 존재가 그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단 말인가.'
  이러한 행동을 통해, 나는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 협상이라도 하겠음을 의미한다는 추측을 하고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이들이 어떻게든 나에 대해 대략이나마 알아낸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 정보의 기반이 된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바르코스의 병기였던 '나렐' 의 모습을 상기하고, 그에 이어 바르코스를 배신한 것처럼 행동했던 그의 의중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어쩌면, 나렐 그 자가.......!'


다음 편에 계속